잠자는 꿈속의 배우님 3권 (완결)

도서정보 : 선화 | 2020-10-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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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과다 상태에 빠진 여배우,
인간 자명종을 구하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외모에 독보적인 연기력을 가졌지만 5%모자란 필모그래피, 속칭 ‘국민 악녀’ 유엘, 그녀에겐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여름만 되면 발동하는 이유 모를 수면과다상태, ‘클라인 레빈 증후군’이라는 것.
시청률 보장 작가의 차기작 <첫사랑 코디네이터>에 유엘이 캐스팅되고, 유엘과 소속사는 기회를 잡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수소문 끝에 S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된 유엘, 그곳에서 고등학교 후배이자 첫사랑인 ‘강연우’를 만나게 되는데.
#여배우 #레지던트 #병원연애 #방송국 #의사환자 #고교선후배 #수면질환 #클라인레빈증후군

구매가격 : 2,600 원

다시는 안보겠소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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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는 강보에 쌓인 그대로 쌔근쌔근 숨을 쉬고 자는 갓난아이의 곁에 바짝 쪼그리고 앉아서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하여도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
“여보! 이게 어디 사람 같소? 꼭 원숭이 새끼 같구려.”
“누구든지 첨에는 다 그러겠지요. 이렇게 자랐으니까 큰소리를 하지…….”
이렇게 말하는 아내의 맘은 어느덧 누그러진 듯하였다. 영배는 적이 마음이 놓였다.
“인제야 풀리셨군.”
속으로 중얼대며 두 손가락으로 갓난아이의 볼을 한 번 짚어보았다.
아내는 깜짝 놀라며,
“말아요. 자는 걸…….”
하고, 손을 잡아뗀다.
영배는 못 이기는 체하고 손을 움츠리었다.
“여보, 그러나 큰일 났소. 식구는 이렇게 늘어가는 데 먹을 것이 있어야 하지요.”
“그런 걱정은 그만두구려. 저 먹을 것은 제가 다 타 가지고 나오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어서 저 방으로 가서 못 잔 잠이나 주무시구려. 나도 인제 잠을 좀 자야 할 터이니까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고 눈을 스르륵 감으려고 한다.
“어쨌든 걱정이야……. 이걸 다 키워내자면…….”
영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었다.
“글쎄, 걱정 말고 어서 자요. 몇이나 되어서 걱정이요?”
하고, 아내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아니꼽게 바라보며 힘없이 애원하듯 말하였다.
영배는 모기장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흘렸다. 그리고 저고리가 젖어서 등에 붙었다. 마루로 나오자 그는 겨우 정신이 차려지는 듯하였다. 여름날에 방에 불을 넣고 모기장을 치고 드러누운 아내와 애기의 땀 한 점 아니 흘리는 것이 기적처럼 생각이 났다. 그들은 인간이란 지경 밖에서 홀로 사는 딴 종류의 동물이나 아닌가 하는 의심조차 없지 않았다. 또한 여자는 그런 데에도 넉넉히 견딜 수 있다 하는, 또는 그리하여야만 한다는 운명을 타 가지고 나온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는 뜰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도 부족한 듯 다시 부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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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의 난무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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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가는 산길에 발이 익은 산지기가 유리등을 들고 앞을 섰다. 그 뒤에는 그 동리에서 장사 지내는 데에 가장 경험이 많다는 늙은 농부와 총각 한 사람이 따랐다. 그리고 창수는 맨 뒤에서 희미한 등불을 의지하여 길을 찾아 걸어갔다. 사면은 고요하였다. 이따금 불어가는 바람결에 소나무는 흘러가는 물소리처럼 쇄 ─ 쇄 ─ 울리어 온다. 소나무 사이로는 신작로 주막거리의 등불이 꺼질 듯 말 듯 껌벅거리어 보였다. 솔밭에 잠들은 밤새들은 여러 사람의 발자취 소리와 등불 빛에 잠을 깨인 것처럼 가끔가다가 푸덕거리었다. 바람이 움직일 때마다 흙냄새와 송진의 쌉쌀한 냄새가 창수의 날카로운 후각을 찌른다. 그는 힘없는 다리로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걸어갔다. 돌멩이와 나무뿌리에 그의 발은 몇 번이나 걷어차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거꾸러질 듯하였다. 소나무 잎보다도 더 검고 캄캄한 하늘이 약간 깜박거리는 별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그들은 얼마 아니 되어 묘 있는 넓은 곳으로 나왔다. 앞이 환하게 트이고, 뒤에 약간 송추가 늘어선 두리뻥뻥하게 뚫린 벌 한가운데는 여러 해 손을 대이지 아니한 납작한 봉분이 우뚝하게 보였다.
여러 사람은 메고 온 괭이와 가래 같은 땅 파는 기구를 묘 앞 잔디밭 위에 부려놓고 후 ─ 하고 차오르는 가쁜 숨을 내쉰 뒤에 등불을 에워싸고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창수는 뒷짐을 끼고 이리로 저리로 머리를 수그리고 걸어 다녔다. 그의 다리에는 힘이 더욱 풀어졌다. 그는 묫동 뒤에 가서 혼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아! 나는 나의 일시의 곤란을 면하기 위하여, 얼마 동안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하여, 아니다, 죽을 때에 넣어준 약간의 금이나 은을 도로 빼앗아서 가기 위하여 풍수의 화복설을 진실로 믿는 것처럼 꾸미어 가지고 애처의 유해를 가장 위하는 것같이 아닌 밤중에 여러 사람을 속이어 데리고 와서 그의 시체 위에 괭이와 가래질을 하게 되었다. 아! 나로 하여금, 수천 금의 많은 돈도 사랑하던 처를 위하여서는 아끼지 않은 나로 하여금, 고양이 새끼라도 그것이 죽은 송장이라면 얼굴을 다른 편으로 두르고 보기를 두려워하던 나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게 한 것은 그 무엇이랴? 양심을 이만큼 마비하게 한 것은 무엇이냐?’
그는 이러한 일을 엄두에 내어 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된 자기란 것이 스스로 무서웠다. 이러한 일도 꺼리지 않고 넉넉히 하게 된 자기로써 이보다도 더 무서운 일을 다시 아니하리라고 누가 보증할까? 아, 무서운 일이다.
묘 파는 일만은 그만두자. 사랑하던 아내의 유해 위에 괭이질하는 일만은 그만두자! 그는 여러 사람에게 묘 파는 일은 그만두고 돌아가자고 입을 떼어볼까 하였다. 그는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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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서곡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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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며칠 동안은 다행히 천기가 좋아서 K 양과 늘 함께 산보함을 얻었었다. 그러나 처음에 산보하는 그날과 같은 위안은 없었다. C사 내에 일어난 일을 서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극히 단순한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긴장한 기분은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에 우리들은 산보하는 방향을 바꾸어 신사(神社) 내에 갔었다. 신사 내는 극히 한적했었다. 신궁 앞에 늘어선 석등롱(石燈籠) 사잇길로 그 신궁 뒤에 갔었다. 그곳은 음침하기가 백주에도 야차가 뛰어나올 듯하였다. 큰 삼목(杉木) 밑에는 아이들 완구 같은 신전이 있었고, 그 앞에는 분향한 재(灰)가 소복하게 되었다. K 양은 나의 뒤를 따라오다가 “아이고, 무서워요!”라고 부르짖었다.
나는 그 어두컴컴한 삼림 속에서 조금 광명한 곳을 향하여 나왔었다. 조금 광명한 신사 곁에는 인조산(人造山)이 있었다. 그것은 후지산의 모형이었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을 고불퉁고불퉁하게 만들어놓고, 그 구부러진 모퉁이마다 조그마한 석비(石碑)를 세워 이합목(二合木)이니 삽합목(三合木)이니, 내지 팔합목(八合木)까지 표시하여 놓았었다. 석괴(石塊)로 쌓아 올린간극(間隙)에는 두견화, 회목(檜木), 황양목(黃楊木) 등을 심었었다. 나는K 양과 인조 후지산의 등산을 시(試)하였었다. K 양은 그 고불퉁한 길로 올라오는 동안 숨이 찼던지,
“후지산을 나가기가 꽤 된걸요.”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 역시 웃었다.
“아침 산보에 후지산 등산! 아! 우리가 어느 소인국에 온 것 같소그려!”
참으로 후지산일 것 같으면, 그 분화구 근처에 넓은 들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돌에 걸터앉아서 십주(十州)를 부감(俯瞰)하려는 듯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삼목의 그늘은 우리의 머리를 덮었었다. 신사의 지붕도 쳐다보았다. 후지산정에서 환멸의 비애를 잠깐 느끼었다.
K 양도 아무 말 없이 바위에 걸터앉았다. 나도 그리하였었다. K 양은 한참 우두커니 무엇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말을 내었다.
“S 씨! 세상이 왜 이렇게 야속하고 불공평한가요?”
나는 ‘이 소녀의 감상주의가 또 나왔군!’ 이라 생각하였다.
“무엇이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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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의 밤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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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안하였다. 다시 몸을 돌렸었다. 머리가 휭휭 내둘리었다. 내둘리는 머리를 들어 천정을 쳐다보았다. 보기 싫게 검붉은 목단화 송이 그림이 흩어져 있을 따름이었었다. 창 위에 숙경의 남편이 동경에서 여러 학우들과 함께 박은 기념사진이 걸리었었다. 숙경의 시선이 거기에 머무를 때,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었다. 숙경의 시선이 등불을 돋우고 그 사진을 굽어볼 때에, 언제든지 조금 느끼던 질투의 맘이 전신에 불꽃처럼 일어났었다.
‘아까 노파가 말하던 여자들도 이러한 여자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다…….여자가 남자와 사진을 박아…….’
사진을 놓으면서 그의 남편이 이 사진을 보내며 한 편지의 말을 그는 생각하였다. 새 여자들을 남자와 다름없이 모든 일을 하며 교제한다고 자기를 비웃는 듯한 말을.
‘이 중에 그의 남편과 좋아하는 이가 없는지 누가 보장하랴 알 수 없다.알 수 없다아! 있으면…….’ 그는 사진을 던지고 아랫목에 다시 그 쓸쓸한 잠자리에로 들어갔었다. 노파의 한 말이 의연히 귀에 들리어온다. 서로 애정이 없으니까…… 부모끼리 자기 맘대로……. 애정이란 것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남자들이 요구하는 애정이 어떠한 것인지 과연 알 수 없고, 자기가 지금 그의 남편을 생각함에 어떻게 하여야 애정이 있다 할까. 어떻게 더 극진히 생각하여야 애정이 샘물 솟듯 할는지 알 수 없었다. 부모끼리 자기들 의사대로, 이것은 나의 형편도 노파가 말하던 그 불쌍한 여자와 빈틈이 없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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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도서정보 : 홍사용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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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창천은 호생지덕인데
북망산천아 말 물어 보자
역대제왕과 영웅열사가
모두 다 네게로 가더란 말가
─ 나는 간다…… 아니 갈 수 없이 가게 되었다. 정든 사람들아!, 너무 울지 말아라. 나는 하는 수 없이 이로써, 마지막의 인사를 드리나니, 호올로 애끊어 돌아가는 이 몸을, “희정아!” 부르짖어 부르지 말아라. 눈물로 적시어 보내지 말아라. 내일이면 모레면, 닥쳐오는 앞길에도, 설움이 넘쳐서 갈 수 없을 터이니…….
내가 그 동안에 그렇게도 알뜰이 지긋지긋이도, 살아왔더니라. 물 깊은 못 속에 들어간 듯이, 온몸을 마음대로 놀릴 수가 없었다. 나의 몸을 나의 마음대로 놀리지 못하고, 스물 몇 해라는 그 동안을, 사람에게 눌리우고, 세상에게 눌리우고, 야속한 인심에게 눌리우고, 기구한 팔자에게 눌리우고, 한숨에 불리어 다니는 몸이, 눈물에 무저져…… 나중에는 짓궂은 병까지 못살게 덤비어, 좁다란 병실로 마지막 세상을 삼으라고, 파리하고 약한 이 몸을, 여지없이 찌그러 누를 때에, 몇 번인지 모르게 죽을 힘을 다하여 소리도 질러보았다. 힘껏 뿌리치고 일어나려고도 하였다. 아우성을 쳐서라도, 부모와 형제를 부르고, 정 깊은 여러 동무들을 모아, 가는 목숨을 찌그려 누르고 있는 그 몹쓸 병을, 그 지긋지긋한 병을, 떼쳐버릴까 하였다.
그러나 도무지 허사더라. 못된 년의 운명은, 풀 수가 없구나. 공연히, 애쓰던 여러 사람들만, 헛된 수고로움에 애처롭게 허덕거리었을 뿐이다. 눈물은 흐른다, 시간은 간다……. 커다란 자물쇠로, 열리지 않도록 굳게 굳게 튼튼히 채워두었다 하던 그 죽음의 문도, 벌써 쉽게 열리어졌다……. 산짐승의 모질은 어금니보다도, 더 다시 무서운 솜씨를 가지고, 가는 목숨을 자위질하는 키 큰 사자가, 무서운 여러 사자가, 성난 눈초리를 휘번덕거리며 어두운 방 구석구석에서마다, 올가미를 겯고 섰다 한다. 아무 말 없이 우드먼 ― ㄴ이 서서, 잡아갈 때만 기다린다고 한다. 아 ― 어찌하랴. 누가 누가 어찌하랴. 어찌할 수가 있으랴.
나는 들었다.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누구인지 귀에 익은 정다운 음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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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10-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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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어지간히 취한 뒤에, 나는 ○의 어깨를 흔들었다.
“○, 내가 왜 갑자기 자네를 전보로 데려왔는지 알겠나?”
그는 힐긋 나를 보았다.
“알잖고요. 우리 처의 못된 짓을 발견하셌지요?”
“○, 흥분하지 말게. 아직 똑똑히는 모르지만, 좀 아야시이(ァヤシイ─ 수상한) 한 점이 뵈데. 자세히 듣게. 아직은 똑똑히는 모른단 말이야.”
그는 또 다시 힐긋 나를 보았다. 그런 뒤에 다시 술을 잔에 부었다.
“○, 꼭 내 말을 듣고, 내 명령을 복종하겠나? 흥분하지 않고 꼭 내가 말한 대로 실행할 수 있나? 있으면 맹서하게.”
“…….”
그는 머리를 끄덕였다.
“자네 가서 부인을 만나 보게!”
“예?”
그는 소리까지 내며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낭패한 빛이 떠돌았다.
“못하겠나?”
“그깻년을 만나서 무얼 합니까?”
그는 벽력같이 고함쳤다.
“흥분치 말래도 그냥 흥분하나?”
나는 그에게, 그가 이제 아내를 찾아가서 하여야 할 일을 천만 어로써 일러 주었다 ─ 이제 아내를 찾아가서 잡담 제지하고 첫말로, 모든 일은 다 증거가 나타났으니 자백하여 버리란 말과 공연히 여러 소리를 하든지 흥분을 하든지 하면 모든(실행하려던)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테니까, 정신 차려서 흥분치 않도록 힘쓰라는 말을 열 번 스무 번 거푸 일러 주었다.
“자네에게, 다른 일은 시키지 않으마. 그 대신 그 일 하나는 책임 맡아 가지고 해야 하네. 자, 용기를 내어 가지고 해보게. 자네의 일을 펴기 위해서 자네의 몫에 가는 야쿠와리(역할 ─ やくわり)는 자네가 책임 맡아 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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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뭉크의 일기

도서정보 : 전해성 | 2020-10-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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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미남 뭉크의 일기 자아도취에 빠진 진돗개 뭉크의 일상을 통해 바쁜 삶 속에서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사진일기 형식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별과 함께 나눠 봐. 네 말을 들어줄 거야. 은은한 눈빛으로 조용히. -본문 중

구매가격 : 7,800 원

장날

도서정보 : 김남천 | 2020-10-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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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거간이 사법 주임에게 본 대로 하는 이야기

어데서 술을 한잔 걸쳤는지 두리두리한 눈알이 벌갰습너니다. 소를 말뚝에다 매어놓군 무얼 생각하는지, 넋 잃은 녀석 모양으로 멍하니 앉었길래, 이 소 팔라우 하니께, 대답두 안 하고 고개만 주억주억 하겠습지요. 얼마 받겠느냐구 물었더니 마음 내키지 않는 놈처럼 그대로 시세에 알맞게 팔아달라구요.
그 소로 말씀하면, 참 다부지게 생긴 세 살째 먹은 암컷이었습너니다. 곱지를 쥐고 옹두라지루다 궁뎅이를 딱 치니께 건성건성 네 굽을 놀리는데, 그 걸어가는 품하고, 또 아기작아기작 궁둥이뼈 놀리는 모양하고 참말 한창 밭갈이에 신이 날 짐승이었습너니다. 기새미[刻草[각초]]같은 털이 기름이 돌고 윤이 나도록 짝 깔린 것으로나, 허벅다리나 가리짝이나 또 심태에나, 골고루 붙은 살고기가 제법 콩말이나 솔찬히 먹은 것이 완연한 것으로나, 지금 금새 타작 바리를 부리고 나선 놈하곤 어데 등골이나 그러한데 등창 자죽 하나 없는 품으로나, 그 녀석 생긴 품하곤 짐승은 퍽 손 익히 다루었다는 생각을 먹었습너니다.
자아 이 소 살 사람 없나, 어느 녀석이 사려는지 어젯밤 마누라하구서 횡재할 꿈꾼 놈이다, 자아 밭갈이나 논갈이나 짐 싣기나 발구(물건을 실어 나르는 마소가 끄는 썰매) 끌기나, 코에 걸면 코걸이요, 입에 걸면 입걸이요, 등에 걸면 등걸이다 ?. 한 번 소리를 치며 어정어정 소 우전 마당으로 들어서니, 나릿님, 아니할 말루 저두 세상을 얻은 것처럼 신이 났습지요. 참 우리네 소루 인연해서 먹구 사는 놈은, 좋은 소만 보면 그저 신이 나고 엉덩춤이 절로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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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도서정보 : 김내성 | 2020-10-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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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던 무서운 도적이 서울 장안에 나타나서 한 개의 커-다란 흥분을 시민들에게 던져준 것은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 그 때도 요즈음처럼 종로 네 거리의 아스팔트가 엿 녹듯이 녹아 나가던 팔 월 중순, 뜨거운 태양이 바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불타듯이 이글이글 내려 쪼이던 무더운 삼복더위였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림자는 실로 기상천외한 재주를 가진 도적이었다. 누군가 그를 가리켜 그림자라고 불렀는지 영예스러운 이름을 조금도 훼손치 않으리만큼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지고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그림자처럼 사라지곤 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신도 역시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을 결코 불명예라고는 생각지 않음인지, 그는 협박장 맨 끝에는 반드시 “너희들이 그림자라고 부르는 사나이로부터?.” 라고 서명이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실 사내인지 여자인지사람인지 귀신인지? 누구 하나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시커먼 그림자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지곤 하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자는 반드시 타이프라이터로 박은 편지로 미리 예통을 한 후에야 나타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림자는 아무 날 아무 시 아무 장소에 나타나서 무엇 무엇을 가져가겠다고 꼭 통지를 하는 법이었다. 아무리 경비를 엄중히 하여도 그날 그시 정각만 되면 그림자가 가져가겠다던 물건은 감쪽같이 없어지곤 하였다. 그것은 실로 요술사와 같은 무서운 재주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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