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

도서정보 : 이광수 | 2020-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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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사해공론"에 발표한 춘원 이광수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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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도서정보 : 이광수 | 2020-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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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시가와 송도원 해수욕장 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기슭이 뾰족이 나와 있는 그곳에 안(安)씨라 하는 한 기인(奇人)이 살고 있다.

안씨와 나와는 수십 년 전부터 알아 오는 사이였으나 친밀한 교제가 있는 사이는 아니었었다.

올 여름 내가 송도원 해변가에서 뜻 아니한 안씨와 만나게 되어서 내 어린 자식들과 한 가지 안씨 댁으로 만찬에 불리게 되었다.

『옥수수밖에는 아무것도 없읍니다만.』

하는 말이 안씨의 초대사이었었다.

약속한 오후 다섯 시에 안씨는 우리를 맞으러 와 주었다. 초대된 손들은 만주국 별명까지 가진 나(羅)씨 부부와 그의 아이들과 그리고 우리들이었었다.

나씨와 나와는 옛 친구일 뿐더러 또한 가정적으로도 벗되는 사람이었었다.

안씨의 집은 매우 풍경이 절가하고 동쪽 창으로는 원산 바다가 눈앞에 잡힐 듯이 보이고 또한 뜰 앞에는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늙은 벗나무와 소나 무 등이 울창하고 그늘을 짓고 있었다.

『이것은 조선 제일입니다그려.』

나는 무심코 말하였으나 이것은 결코 칭찬에 지난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서양 사람 편이 제 고장 조선 사람보다도 풍수에도 밝으니.』

라고 함은 나씨의 평이었다.

풍수라 함은 집터나 묏자리 보는 술이라 하는 뜻이니 이 집은 지금으로부터 사십여 년 전 구한국에 해관리로 원산에 온 오이센이란 덴마크 귀족이 지은 것이었으니 지금의 주인인 안씨는 실상은 그 오이센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었다.

햇볕 잘 들고 풍경 좋고 게다가 서북은 산에 둘려 있는 참으로 좋은 명당이다.
... 책 속에서 ...

구매가격 : 500 원

구역지

도서정보 : 정인택 | 2020-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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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가느무골 풍경



짧은 겨울 해는 어느 새 꼴딱 지고 벌써 땅거미가 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정말 실뱀이나 빠져나갈 가느무골 좁다란 골목으로 어지럽게 들어선 이필주(李弼柱) 씨는 분명코 오늘도 대취하였다.

낡은 갓을 모로 재껴 쓴 이필주 씨는 작달막한 키에 응구바지를 해가지고 옹색한 길을 가까스로 휘젓고 있었다. 위태위태하면서도 용하게 걸어 들어가는 것은 이필주 씨 자신이 아니라 이마를 맞대일 듯한 좌우편 담장이 간신히 그를 걸려주는 때문이었다.

염낭 끝 꼬부라지듯한 가느무골 샛길을 한도래 돌아 나가자면 고작해야 담배 두 대쯤 피울 그런 시간밖에 필요치 않았으니 그렇기 때문에 동리 사람들의 말썽거리가 여기서 생기는 것이다. 비록 골목은 누추하고 좁았으나 행인의 잦은 발길은 그야말로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몹시도 빈번했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체로 이 가느무골이란 동리를 형성한 종족들의 생활이 즉 그네들의 호흡이, 그렇게 잔숨 찬 것이기 때문이다. 제법 네모가 반듯한 기와집들이 추녀를 나란히 한 골목이라면 그것이 기생촌이고 양반촌이고간에 그 골목이란 으레 한산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나, 바로 이 가느무골과 같이 됨됨이가 널판대기, 양철 조각, 영(이엉) 나부랭이 흡사 조각보처럼 얼맞추어 놓은 주택 지대란 그들의 색다른 직함이 가리키듯 남 유달리 부산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와타보로, 뚜쟁이, 은근짜, 날탕패(마루이치 패), 이런 특수한 계급들이 덕지덕지 모여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씨근숙덕거리는 것이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래도 명색에 걷고는 있는 이필주 씨의 뒤를 닿기나 하는 듯이 한 패의 조무래기떼가 ‘와아’하고 악을 쓰며 골목 안으로 좇아 들어왔다.

“이놈들!”

호기를 보이며 악을 쓰려던 이필주 씨는 주책없이 그대로 털썩 길목에가 주저앉고 말았다.
... 책 속에서 ...

구매가격 : 500 원

숨춤

도서정보 : 강만홍 | 2020-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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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느냐.
현실이 아닌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해 보는 재미로 가 보는 것이다.
신명을 다해 한판 하고 가는 것 아닌가.
가다가 그님을 만나면 춤을 추어라.
그님이 아니 오시면, 저님 맞이 춤을 또 추어라.
가고 또 해 보며, 기다리고 또 달려가면서 신명을 다하거라.
좋은 꿈도 꿈이요, 나쁜 꿈도 꿈이 아니던가.
꾸었으니 깰 것이요, 왔으니 또 가야 한다.
갈 때 가볍고, 깨달은 여정이면 아름다운 것이다.

- 〈머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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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병수첩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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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이 주판이나 놓고 편지나 쓰고 하던 맵시나고 아름다운 손이 사람을 죽였다!
전쟁 마당에서 한 병정이 적병 몇 백쯤을 죽였다니기로서니 무엇이 신기하고 무엇이 이상하랴만 이 맵시나는 손으로 잡은 총검이 적인 호주 출신의 영국군의 가슴에 쿡 틀어박혀서 그를 즉사하게 한 것이다.
무슨 은원이 있을 까닭도 없고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 까닭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 단지 나는 …… 일본군의 한 사람이고, 저는 영국군의 한 사람이라는 인연으로 오늘 내 칼 아래 가련한 죽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칼이 만약 10분의 1초만 늦었더라면 그의 칼이 내 가슴에 박혀서 내가 도리어 가련한 죽음을 할 것이 아니었던가.
전쟁이란 이런 것인가. 나는 그를 왜 죽였나. 그는 왜 나를 죽이려했는가. 이런 소리는 너무도 평범하다. 다만 검티티하고 태산 같은 호주인이 납함(?喊)을 하며 우리를 향해 습격해오고, 우리 역시 돌격 호령 아래 적진을 향하여 쇄도할 때에…… 무아무중으로 달려간 뿐이지 이 전쟁 이겨야 하겠다든가 져서는 안 된다든가 그런 생각은 할 여지가 없었다.
적과 우리와의 간격이 열 간으로 다섯 간으로 한 간으로 줄어들어가는 순간순간 다만 들리는 것은 폭포 소리 같은 납함뿐이요, 보이는 것은 태산이 내게 부서져 내리는 듯한 적병의 쇄도뿐이었다.
최후의 순간…… 적과 백병전이 벌어지려는 그 순간 내 옆구리에 힘 있게 낀 총검은 적의 가슴을 향하여…….
깜짝 놀랐다.
사람을 죽인다! 사람이 죽는다!
이런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나는 본능적으로 내 옆구리에 꼈던 총검의 방향을 휙 오른편으로 돌렸다. 그러나 시기는 이미 늦었다. 내가 총검의 겨냥 방향을 돌리는 순간, 손과 팔로는 무슨 육둔한 탄력을 감각하였다.
호주병이 내 칼에 찔린 것이었다.
이것을 의식하면서 내 칼을 낚아당기나 방금 나를 향하여 납함하며 달려오던 호주병은 내 칼에 끌려서 앞으로, 땅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다만 멍하니 서버렸다.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도 잊고 방금 나와 한 적병이 단병 접전을 하여 내가 이겼다는 것도 잊고 다만 망연히 서버렸다. 우군이며 적군이며 연하여 내 곁으로 , 혹은 내 앞으로 무엇이라고 부르짖으며 달려간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역시 한 전투원으로 활약해야 할 나는 망연자실하여 내 앞에 쓰러진, 나의 피해자인 호주병만 굽어보고 있었다. 서른 살 안팎의 젊은이였다.
무사히 개선하기를 부모처자가 얼마나 기다리랴. 전장에 내보낸 아들이요 남편이거니, 혹은 죽을지도 모르리라는 각오야 했겠지. 그러나 사람이란 도대체 욕심꾸러기로서 가망 없는 데서도 무슨 회망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동물이니, 더구나 전쟁이 나가면 꼭 죽는다는 것도 아닌 이상에야 호주병의 친척인들 왜 생환을 꿈꾸지 않았으랴. 그것은 마치 나의 부모가 나의 생환은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거늘 그는 여기서 그가 예상도 안 했을 ‘조선 출신의 학병’인 나의 총검을 받고 즉사하지 않았는가.
호주인인 그는 영국 황제를 위해서 싸웠고, 영국 화제를 위해서 죽은 것이다. 그를 죽인 사람, 나는 일본 황제를 위해서 싸웠고, 지금도 계속해 싸우는 중이다. 목숨이라 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배거늘 전쟁이라는 것은 무엇이길래 내게 이해관계 없는 일에 목숨을 빼앗으며 빼앗기며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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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흙과 흰 얼굴

도서정보 : 정인택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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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인 줄만 알았더니 역 밖에 내려서서 보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장마 때 모양으로 주룩주룩 쏟아졌다.
“많이 오는군요?”
안내역으로 만척(滿拓) 출장소에서 보내준 김군이 앞서 대합실 처마 밑으로 뛰어들며 당황해 하는 목소리다.
철수도 부산하게 뒤를 따라 껑충 뛰면서,
“글쎄요……….”
우장을 꺼낼 생각은 채 못 하고 손수건으로 수선스럽게 어깨를 털고 얼굴을 닦고나서,
“탈 게 있을까요?”
겨우 숨을 돌리고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김군을 쳐다보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걱정인 양이다.
그러나 채 김군이 무엇이라 대답하기 전에 웬 시커먼 만주 사람이 그들 앞으로 달음질 쳐 오며 고함을 지른다. 손짓하는 꼴이 그들을 부르는 모양이었다.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철수는 직감으로 그것이 마차꾼인 줄 깨달았다.
“타래지 않습니까?”
“네, 됐습니다. 농촌에 가는 마찬가봅니다.”
김군도 덩달아 무엇이라 두어 마디 만주말로 고함을 치고나서 무척 반가운 낯으로
“타시지요.”
하고는 질척거리는 길을, 골라 디딜 여유도 없이 역앞 마을 거리를 향하여 내닫는다. 철수도 비를 무릅쓰고 처마 밑에서 뛰쳐나왔다.
역앞 마을이라야 한 2,30호 될까말까했다. 대개가 흙으로 만든 너절한 객주집 아니면 음식점인데다 그것이 비에 젖어 처량하기 짝이 없는 주위의 풍경이다. 길거리에는 그저 수없는 돼지떼와 만주 토견이 제 세상인 듯이 우쭐거리고 쏘다닌다.
‘── 혼자 왔드라면 혼날 뻔했군!’
철수는 달음질 치면서 맘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에 내려서기만 하면 조선 사람이 눈에 띈다고 하얼빈에선 듣고 왔는데 길거리엔 온통 남루하게 차린 만주 사람들뿐이다. 말을 한마디도 모르고 더구나 만주시골에 처음 발을 디디는 철수는 공연히 고독하고, 공연히 불안했다. 의지할 곳이라곤 김군밖에 없었다.
‘── 마차라두 얻어 탔으니 망정이지 그나마두 없었단……’
혼자 왔으면 그 마차나마 잡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금방 김군이 다시 없이 고마운 사람같이 철수에게는 여겨졌다.
그들이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마차꾼은 자리 밑에서 시퍼런 빛깔의 우산 두 개를 꺼내어 들려주었다. 그러고는 연해 손짓을 하면서 수다스럽게 무엇인지 떠들어댄다. 철수는 그쪽은 보지도 않고 우선 우산을 펴서 받았다.
제법 큰 우산이었다. 아직 헐지는 않았으나 무척 오랜 우산인 듯싶었다.
쇠로 만든 굵다란 대 때문에 무게도 꽤 나간다. 그것을 받아들고, 이윽고 철수는 너털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중국 병정과 우산 ── 만주 마차꾼과 우산 ── 그것이 전연 다른 사실인 것 같지 않아서 철수는 웃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김군도 우산을 펴서 받고, 어이가 없는 듯이 철수를 돌아본다.
“하하하하, 우산을 둘씩 준비해가지구 댕기는 게 공연히 우습군요. 하하하하 이 사람들은 늘 이렇게 우산을 가지구 댕깁니까?”
“그런 게지요, 하하…… 좀 기다리라는군요. 또 탈 사람이 있대나요.”
“기다려야죠. 별수 있습니까?”
비는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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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도서정보 : 정인택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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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지 안 자는지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진 덕윤(德允)이는 꼼짝도 안 하고 숨소리만 가쁘다. 핏기라곤 없는 얼굴은 종이장같이 희었다.
침대 앞에서 발을 멈춘 채 기가 막힌 듯이 한참 들여다보기만 하던 천박사는 이윽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찬다. 애처롭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한 모양이다.
“수술헐 수 있겠습니까?”
창준(昌俊)은 천박사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생사라도 결단할 듯한 거센 어조로 이렇게 묻고나서,
“수 ── 수술 말예요.”
채 무엇이라 대답도 떨어지기 전에 거듭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부지중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박사가 어린애 몸엔 손하나 대지 않고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만 섰는 것이 약간 비위에 거슬리기도 했거니와 그보다도 어젯밤 한잠 못 잔 피곤한 몸엔 그 천박사의 표정에서 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반응되어 저도 모르게 초조함에 몸이 떨리고 목소리가 떨린 것이다.
그러한 창준의 노리는 듯한 시선을 의식하는지 못하는지 외과 수술의 제1인자라는 천박사는 한참 그대로 묵묵히 서 있기만 하더니,
“틀림없군.”
다시 한번 혀를 끌끌 차고나서 과학자다운 냉정한 태도로 뒤에 따른 조수들에게 이렇게 외마디 말을 던지고 이윽고 창준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잠깐…….”
이리 오라고 고개를 끄떡한 후 뚜벅뚜벅 앞서서 병실을 나가는 것이다.
천박사에게 최후의 선고를 받는다면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덕윤이에 대신할 것을 다시는 바랄 가망이 없는 창준이 부부에게는 그 조그마한 생명 하나가 둘도 없는 금이요 옥이었던 것이다.
밤 늦은 병원 복도에는 어두운 구석과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때문인 듯이 군데군데에 촉수 얕은 전등이 맥없이 껌벅이고 있을 뿐, 깊은 산 속같이도 고요하여 두 사람의 발자취 소리만이 유난스럽게 크게 울린다.
그 발자취 소리가 딱 그치자 밀물이 모래 위의 발자국을 지워 없애듯 다시 대령했던 고요함이 빠른 속도로 창준의 전신을 에워싸는 것이다.
“늦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울려 나오는 마귀의 소리같이 천박사의 말이 창준의 귀를 때렸다.
“늦었다니요?”
별안간 탁 가라앉은 목청에서 겨우 웅얼웅얼 이런 반문이 쏟아져 나왔다.
“늦었습니다. 입때까지두 수암(水癌)으루 치료허셨겠지요?”
“네.”
“지가 보기에도 틀림없는 수암입니다.”
“그럼……저……수, 수술해두…….”
“글쎄요. 수술 못 헐 건 없지만 했대야 소용 없을 것 같습니다.”
그예 마지막 선고가 내리고 말았다. 창준은 또 바시시 몸을 떨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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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루

도서정보 : 정인택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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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달락말락한 ‘니시아라이바시(西新井橋[서신정교]), 난간에 기대 서서 나는 버스가 퍼치고 간 먼지를 피하여 후 참았던 숨을 한숨 비슷이 강 위에 내뿜으며 안심한 듯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똘똘 말아 왼손에 쥐었던 봉투를 무슨 보배나 같이── 보배에는 틀림없었으나 땀밴 손으로 조심조심 펴본다.
그러나 약간 상기된 얼굴에 강바람이 시원할 때 나는 급하게 두 소매로 이마에 비친 땀을 씻고 천한 웃음을 가만히 억제하며 다시 한번 시선을 100간통이 넘는 다리 위로 굴려 나를 감시하는 듯한 파출소와 순사를 곁눈질한 후,
──흥, 훔친 건 아니다.
스스로 비웃어보나 이유없이 그들이 두렵고, 불안하고 ── 그러나 다리 건너 순사의 얼굴은 이미 나와 100간통의 거리를 가졌고, 폭양(暴陽) 아래를 걷는 행인이란 젖먹이를 들쳐업은 아낙네 둘, 셋──버스가 날리고 간 자욱했던 먼지는 여지없이 바람에 흩어지며, 흐르며,
──거지짓 헌 건 아니니까…… 주니까 받았을 뿐이지
꼬기꼬기 구겨진 봉투의 주름살을 찢으려다 말고 하나하나 펴보며,
──이까진 돈쯤…….
그러나 천한 웃음이 뒤를 이어 치받치고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 나는 봉투를 펴든 채 잠깐 망설이며 달랑하는 금속의 음향을 엿듣고, 감각하고, 거의 울음지도록 몸서리치고 만다.
50전짜리 은화 네 개 ── 땀밴 손바닥에 차디찬 감촉이 알지 못하게 섭섭한 쾌감을 던져줄 때 나는 문득,
“겨우 2원 !”
입 밖에 내어 뇌이고, 그러나 고개를 흔들며,
── 허긴 벌써 세 번째니까…….
주는 것만 고맙지, 그에게 돈을 달랠 권리는 나에게 없다 ──나는 봉투를 조각조각으로 찢고 또 찢어 힘없이 한 장 두 장 흐름 위로 날리며── 그러나 다음 순간 두 손이 비었을 때 나는 급속하게 아무것도 생각 않고 걷기를 시작한다.
길거리로 즐비하게 늘어선‘야타에미세(노점)의 야키다이후쿠(구운 복어), 토모에야키(구운 오리), 후카시이모(찐 감자), 야키토리(참새구이)── 다리를 건너기 전 그렇게도 먹고 싶다 생각하던 이런 것들을 나는 흥 ── 코웃음치며 바라보고,
── 아사쿠사에 가서 우나기(장어구이 덮밥)를 두 그릇만 먹으리라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
그러나 무의식중에 어느덧 나는‘이모야(芋屋[우옥])’ 앞에 서서 목쉰 소리로,
"5전어치만 주우."
이렇게 말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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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해협

도서정보 : 함대훈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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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작가 함대훈의, 순정제일주의를 대단원까지 강조해 나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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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앓이증후군

도서정보 : 헤르 | 2020-09-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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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비극을 사랑하시나요? 한 소녀는 이러한 질문을 건넵니다. 또 소녀는 이 질문을 거내면서 자신의 질문이 심술궂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죠.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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