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꺼리는 사나이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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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이는 며칠 전부터 집에서 돈 오기를 고대고대 하던 것이 오늘에야 간신히 왔다. 그 전에는 그렇게 신고를 하지 않고 선뜩선뜩 보내 주더니만 이즈막은 노루 꼬리만 한 벌이였으나 그나마 그만 두었다니까 벌이 할 적보다 적게 청구하더라도 여간 힘을 끼는게 아니다. 아마 아버지와 형의 생각에 벌이도 못하는 녀석이 돈만 쓰나’하고 밉쌀스럽게 여기는 모양이다. 다른 때 같으면 돈 올 듯한 날짜가 약간 어그러진대도 그다지 조바심이 나도록 초조해 하지 않았으나 이번만은 전에 없이 돈 오기를 목을 늘여 기다렸던 것이다. 참으로 얼굴이 흉하게 생겨 시골집에 있을 적이나 서울로 올라와서나 추남으로 소문이 자자하게 높은 용봉이가 일금 백원 여를 버젓하게 자기 집에다 청구해 놓고 날마다 몸이 닳고 목이 말라서 기다렸던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서울로 올라온 이후 세 번째나 연애를 걸었다가 번번히 보기 좋게 실패를 당하고 금년 이른 봄부터 차례로 네 번째! 이번에는 제법 톡톡히 거운거운 어울려들어 가다가 그나마 바로 한 이십일 전에 남이 보아 속이 시원하고 자기가 보아 질겁을 하게 되는 괴상하고도 얄궂은 선물 하나를 최후로 받고서 그만 막을 닫고 말게 되니 전에 없이 새삼스럽게 세상이 귀찮고 매사에 성질만 나서 속이 타고 화만 나는데다가 더구나 더위는 날로 닥쳐 와 점점 불화로 속처럼 더워만 지는 서울 안에 하루를 더 머물러 있기가 과시 액색하였다. 그래 돈만 오면 즉시 서울을 떠나 원산으로 피서를 하러갈 작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 돈이 좀 더디어 무척 애를 태우고 안을 바쳤는 것이다. 며칠을 내리두고 밖에 나갔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주인 마나님을 대하자 마자 첫째 말을 건내는 것이
“어디서 편지 안 왔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 마나님은 그 어글어글하게 생긴 얼굴에 의미 있는 듯한 미소를 띠우며
“아무 편지도 안 왔소. 또 어느 여학생한테서 올 편지를 그렇게 기다리유?”하고 말한다.
“아뇨.”
하고 자기 방으로 휘 들어가곤 하였다. 이래 내려오다가 오늘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마루 끝에 앉아 담배를 풀썩풀썩 피우던 마나님은 입에 들었던 곰방대를 쑥 빼면서 용봉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앞을 질러 “저, 그렇게 기다리는 편지가 오늘이야 왔수……도장을 찍어가니 돈이 오겠지 아마”
하고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더니만 편지 한 장을 내다 준다. 그것은 틀림없이 그의 집에서 온 서류 우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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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굴뚝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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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삶의 고통과 착취의 현실을 그린 윤기정의 대표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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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원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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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고양이가 양지쪽에서 연해 하품을 하고 늙은이 볕발을 쫓아다니며 허리춤을 훔척거리면서 이 (蝨)사냥을 골몰히 하는 때가 닥쳐왔다. 젊은이들은 공연히 사지가 느른하고 마음이 까닭없이 군성거리는 시절이 찾아왔다. 밖에서는 마치 겨우내 꽝꽝 얼어 붙었던 시냇물이 확- 풀려가지고 콸콸거리며 소리쳐 흐르듯이 뭇사람들의 와글와글하고 떠드는 소리, 몹시 시끄러운데 쨍쨍한 볕이 우유빛 유리창을 들이비쳐 진찰실 안은 유난히 밝다.
이 안에서 삼십이 될락 말락한 젊은 의사 P가 하루 진종일 눈, 코 뜰 새 없이 병자들한테 시달리고 나면 저녁때에는 마치 졸경을 치고난 사람처럼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사지가 솜피듯 피는 것 같다. ‘이래서야 사람이 살 수가 있나. 돈도 소중하지만…’ 세수를 하고나서 담배 한 개를 피워물고 앉으며 입버릇처럼 매일같이 하던 말을 또 되풀이 뇌까리곤 하였다.
그로 하여금 한때 운이 트여 한번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 보라고 재수가 좋은지? 남한테 얹혀있다가 비로소 작년 가을부터 처음으로 개업한 이래 원근의 환자들이 마치 조수때 물밀려들 듯이 몰려왔다.
하루에도 몇 백번인지 모르게 청진기를 귀에다 끼었다 뺏다하고 또는 앙가슴을 두드리는 둥 눈을 까뒤집는 둥 혓바닥을 들여다보는 둥 맥을 짚어보는 둥…… 이렇게 정신없이 갈팡질팡 쉴새없이 허둥대다가 정한 시간보다도 한 시간이나 더 늦게야 겨우 사람이 빌라치면 그제야 숨을 좀 돌리고 정신을 가다듬께 되는 것이다.
이즈막에는 때때로 괴로운 생각이 들다가도 예금 통장에 잔고가 나날이 붓는 것을 대할 적에는 그 괴롭던 생각도 씻은 듯 부신 듯 어디로인지 사라지고 만다. 또는 밤이 될라치면 술을 마시고 때때로 색다른 계집을 품안에 안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직업의 권태와 낮에 피곤을 잊으며 한편으로는 남이 맛보지 못하는 느긋한 행복을 혼자만 느끼는 줄 여기고서 몸을 소승겨가며 끝없이 기뻐하며 내려왔다.
그래 다른데는 돈 한푼에 치를 부르르 떨었지만 술이나 계집등사에 들어서는 몇 십원쯤은 아까운 줄 모르고 퍽퍽 쓰는 버릇이 아주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된 지 벌서 여러 달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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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목가

도서정보 : 이효석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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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획득을 위한 인물 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극단적인 모략과 다툼, 이로 인한 좌절 등이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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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철학

도서정보 : 이효석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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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찌는 복더위에 거리는 풀잎같이 시들었다. 시들은 거리 가로수(街路樹) 그늘에는 실업한 노동자의 얼굴이 노랗게 여위어 가고 나흘 동안─바로 나흘 동안 굶은 아이가 도적질할 도리를 궁리하고 뒷골목에서는 분 바른 부녀가 별수없이 백동전 한 잎에 그의 마지막 상품을 투매하고 결코 센티멘탈리즘에 잠겨본 적 없던 청년이 진정으로 자살할 방법을 생각하고 자살하기 전에 그는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 되기를 원하였다─
도무지가 무덥고 시들고 괴로운 해이다. 속히 해결이 되어야지 이대로 나가다가는 나중에는 종자도 못 찾을 것이다. 이 말할 수 없이 시들고 쪼들려 가는 이 거리, 이 백성들 가운데에 아직도 약간 맥이 붙어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정주사네 사랑일까? 며칠이나 갈 맥인지는 모르나 이 무더운 당장에 그곳에는 적어도 더위는 없다. 대신에 맥주 거품과 마작과 유흥이 있으니 내려찌는 복더위에 풀잎같이 시들은 이 거리, 서늘한 이 사랑에서는 오늘도 마작판이 어우러졌던 것이다. 삼간이 넘는 장간방의 사이를 트고 아래 윗방에 두 패로 벌린 마작판을 싸고 전당포 홍전위, 정미소 심참봉, 대서소 최석사, 자하골 내시 송씨, 그 외에 정체모를 수많은 유민들이 둘러앉아서 때묻은 마작쪽에 시들어가는 그들의 열정을 다져서 마작판을 탕탕 울린다.
“펑!”
“깡!”
그러나 흥겨운 이 소리가 실상인즉 헐려가는 이 계급의 단조한 생활을 상징하는 풀기 없는 음성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한 끗에 맥주 한 병씩을 걸고 날이 밝도록 세월없이 마작판을 두드리는 그들의 기력 없는 생활의 자멸을 재촉하는 단말마적 종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펑!”
“깡!”
“홀나!”
양동이에 얼음을 깨트려 넣고 그 속에 채운 맥주를 잔 가득 나누고 마작쪽이 와르르 흩어지니 판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오늘이나 소식이 있을까.”
판 한 모에서 대전하고 있던 정주사는 마작과는 관계없는 딴 생각에 마음을 은근히 앓으면서 홍중(中)쪽을 정성스럽게 모아들였다. 그는 끗수의 타산으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어쩐 일인지 홍중을 좋아하고 백(白)판을 극도로 싫어하였다. 홍중으로 방을 달면 길하고 백판으로 달면 흉하다는 이 비논리적 저 혼자의 원리에 본능적으로 지배를 받으면서 이것으로써 은근히 마음먹은 일을 점치는 것이다. 그 심리는 마치 연애에 빠진 계집아이가 이기든지 말든지 간에 남몰래 트럼프의 화투장을 정성껏 모아들이는 그 심리와도 흡사하였다.
정주사는 오늘도 아들의 편지를 고대하면서 홍중으로 방 짜기에 애를 썼다.
그러나 재수없는 백판만 여러 쪽 들어오고 홍중은 판판이 한 쪽도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는 추근추근히 세 쪽이나 들어온 백판을 헐어내 버리면서도 수중에 한 쪽도 없는 홍중을 한 장 두 장 판에서 모아들이기에 헛애를 썼다.
결과는 방 달기가 심히 늦고 남이 벌써 “홀나!”를 부를 때에도 그는 방은커녕 엉망진창인 수많은 마작쪽을 가지고 미처 주체를 못해서 쩔쩔매었다.
그러나 물론 그는 “홀나!”를 바라는 바도 아니오, 맥주를 아끼는 터도 아니었다. 다만 홍중으로 훌륭하게 방 한 번 달기가 원이었다. 그러나 종일 마작판을 노려도 홍중은 안 들어오고 편지는 안 오고─그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우울하였다.
“에, 화난다!”
마음 유하게 판에 앉았던 정주사도 나중에는 화가 버럭 나서 마작쪽을 던지고 벌떡 자리를 일어났다.
“운송(정주사의 호), 요새 웬일이오?”
같이 놀던 친구들은 정주사의 은근한 심정은 모르고 그의 연패하는 것이 보기 딱해서 그의 손속 없는 것을 민망히 여겼다.
“최석사, 대신 들어서시오.”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최석사에게 자리를 사양하고 정주사는 웃목에 서 있는 넓은 침대에 가서 몸을 던지고 마작 소리를 옆 귀로 흘리면서 자기 스스로의 생각에 잠겼던 것이다─정주사의 사랑하는 외아들이 일확만금을 꿈꾸고 새 실업을 꾀하여 동해안으로 떠난 것은 벌써 작년 봄이었다. 대학을 마친 풋지식을 놀려두기보다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수년 전부터 동해안 일대에 왕성히 일어난 정어리업에 기울였던 것이다. 바다일이라는 것이 항상 위험하기는 위험한 것이나 천여석지기의 자본을 시세 좋은 정어리업에 들여 밀면 만금이 금시에 정어리 쏟아지듯 쏟아질 것이다─고 생각한 그는 대번에 삼백석지기에 넘는 옥토를 은행에 잡히고 이만여원의 자본금을 낸 것이다.
십여 척의 어선과 어부를 사고 수십 채의 그물을 사고 해변에 공장을 세우고 기름 짜는 기계를 설치하고 공장 노동자와 수백여 명의 능률 노동자를 써가면서 사업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얼떨떨한 흥분과 모험감으로 일년 동안을 계속하여 분주한 어기(漁期)를 지내놓고 연말에 가서 이익을 타산하여 보았을 때에 웬일인지 예측과는 딴판으로 수지가 가량없이 어긋났다.
결국 이만여원을 배와 공장에 곱게 깔아놓았을 뿐이요, 한 푼의 이익도 건지지는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른 법 없는지라 첫 사업의 첫해인 만큼 모든 실패를 서투른 수단과 노련치 못한 풋 지식의 탓으로 돌려보내고 금년에는 일년 동안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확대하여 또 삼백여마지기의 옥토를 같은 은행에 잡히고 이만여원을 내서 배를 늘리고 공장을 늘려서 한층 더 큰 규모로 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뉘 알았으랴, 금해금이 단행되고 금융계와 모든 사업계에 침체가 오자 무서운 불경기의 조수는 별 수 없이 정어리업에까지 밀려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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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산양

도서정보 : 이효석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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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위 해바라기 송이가 칙칙하게 시들었을 젠 벌써 가을이 완연한듯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듯 국화가 한창이다.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나는 벌레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 쏟아지듯 요란하다.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그 어느 때를 가릴까. 사람의 오장육부를 가리가리 찢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애라에게는 가을같이 두려운 시절이 없고 벌레소리같이 무서운 것이 없다. 지난 칠년 동안 ? 준보를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어느 가을인들 애라에게 쓸쓸하지 않은 가을이 있었을까. 밤 자리에 이불을 쓰고 누우면 눈물이 되로 흘러 베개를 적신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칠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만질 수 없고 딸 수 없고 영원히 자기의 것이 아닌 하늘 위 별이다.
한 마리의 여우가 딸 수 없는 높은 시렁 위 포도송이를 바라보고 딸 수 없음으로 그 아름다운 포도를 떫은 것이라고 비난하고 욕질한 옛날이야기를 생각하며 애라는 몇 번이나 그 여우를 흉내내어 준보를 미워해 보려고 했는지 모르나 헛일이어서 준보는 날이 갈수록에 더욱 그립고 성스럽고 범하기 어려운 것으로만 보였다. 이 세상은 왜 되었으며 자기는 왜 태어났으며 자기와 인연 없는 준보는 왜 나타났을까-
준보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은 왜 그다지도 어긋나며 준보가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데도 왜 자기의 마음은 한결같이 그에게로 기울을까-자나깨나 애라에게는 이것이 큰 수수께끼였다. 준보가 옥경이와 결혼한다는 발표가 났을 때가 애라에게는 가장 무서운 때였다. 동무 옥경이의 애꿎은 야유였을까. 결혼의 청첩은 왜 보내 왔을까. 애라에게는 여러 날 동안의 무서운 밤이 닥쳐왔다. 자기의 육체를 저주하고 얼굴을 비치어주는 거울을 깨트려버렸다. 칠년 동안의 불행을 실어 온다는 거울을 깨트려버리고는 어두운 방안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몸이 덥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 냄새가 흘러오면서 세상이 금시에 바서지는 듯했다. 그 괴로운 죽음의 환영에서 벗어나는 데는 일주일이 넘어 걸렸다. 준보를 얼마나 미워하고 옥경이를 얼마나 저주했을까. 그런 고패를 겪었건만 그래도 여전히 준보에게 대한 미련과 애착이 끊어지지 않음은 웬일일까.
준보는 자기를 위해 태어난 꼭 한 사람일까. 전세에서부터 미래까지 자기가 찾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준보라는 지목을 받아 온 것일까. 너무도 고전적인 자기의 사랑에 애라는 싫증이 나면서도 한편 여전히 그 사랑에 매어 가는 스스로의 감정을 어쩌는 수 없었다. 준보 외에 그의 영혼을 한꺼번에 끌어당길 사람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날 성싶지는 않았고 그런 추잡한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싫었다. 준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 그에게는 영원의 꿈이요, 먼 나라이다. 준보의 아름다운 환영을 가슴속에 간직해 가지고 평생을 지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애라에게는 절망의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이 솟아올랐다.
"일르는 말은 안 듣구 언제까지든지 어쩌자는 심사냐. 늙어빠질 때까지 사람이 홀몸으로 지낼 수 있을 줄 아나부다."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혼인 말을 되풀이하고는 딸의 마음을 야속히 여기고 때때로 보챈다. 그러나 애라는 자기 방에 묻힌 채 책을 읽거나 무료해지면 염소를 끌고 풀밭으로 나간다. 고요한 마음의 생활을 보내며 준보들의 동정을 들으면서 가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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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인영

도서정보 : 신지연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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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바람일지라도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인아는 생각 말미, 코트의 깃을 단단히 여몄다. 해 질 녘 바람이 싸늘하긴 인아나 낙엽들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는지 녀석들은 공원 산책로를 가로질러 굴러다니다가도, 곧 주섬주섬 무리지어 한 귀퉁이에 모여 앉기를 반복했다. 인아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기력이 다한 두 노인이, 팔을 벌려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끼어 달라고, 괜스레 낙엽더미를 부츠 끝으로 두어 번 건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결핍과 개방성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들은, 인아가 자신들과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그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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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새는 안개

도서정보 : 현진건 | 2020-07-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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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인 창섭과 정애의 애정 갈등을 중심으로 하여 조혼의 폐단과 자유연애의 문제를 심도 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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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

도서정보 : 강경애 | 2020-07-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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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던 중에 버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사나이의 행동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애정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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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채만식 | 2020-07-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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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으로, 빚으로 산 집이 홍수로 폐허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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