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도서정보 : 강화길 | 2020-07-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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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고딕 스릴러

『화이트 호스』에 이르러 이제 강화길의 여성 인물들은 ‘모든 것을 아는 화자’의 자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한 끝에 한결 넓어진 이들의 시야에는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가 서늘하게 비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감각할 수 있는 더욱 내밀한 긴장감이 소설의 치밀한 구성을 통해 배어나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서서히 잠식해간다.

구매가격 : 9,500 원

동정

도서정보 : 강경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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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소금」, 「인간문제」, 「해고」 등을 저술한 강경애의 단편소설

구매가격 : 500 원

어머니와 딸

도서정보 : 강경애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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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에서 자아의 각성에 이르기까지 한 여성의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여성성장소설

구매가격 : 1,000 원

지기미

도서정보 : 김사량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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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가 퍽 사람을 그리워하여, 사람 없이는 하루 한시라도 못 견디는 고독한 인간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그리워한다. 두 번만 만나면 나는 어깨를 치고 허허 웃고 또 심지어 그이가 뚱뚱보라면 꾹꾹 그 배를 찌르고야 만다. 그래 한번은 뚱뚱보인 고등관(高等官)을 성내우고 말았다. 실로 말이지 내가 알기는 대신급(大臣級)에서부터 토역군(土役軍)에 이르기까지이다. 더욱이 그 부인네들과는 안면이 깊다. 그건 내가 '걸레장사'라는, 바로 이 고장 말로 하면 구주야이기 때문이다. 아니 구주야는 내 생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어엿한 화가이다. 그림공부하는 사나이다. 그러나 고등관의 욕을 얻어먹은 뒤부터는 일체 관리들과는 교제를 끊었다. 아니 거래를 끊었다는 말이다. 나는 나를 멸시하는 인간을 멸시하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 고장에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깨를 툭툭 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롭다. 고독하기 그지없다. 이 고독감은 기주적(期週的)으로 가분작이 침노를 한다. 그러면 아편쟁이가 아편 생각이 난 때처럼 못 견디게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하나도 얼싸안을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나는 다룽치를 메고서 시바우라(芝浦)로 간다.

구매가격 : 500 원

흙의 세례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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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明浩)의 아내 혜정(慧貞)은 앞마루에서 아침을 먹은 뒤에 설거지를 하다가 손을 멈추고, 방 안을 향하여 “저 좀 보셔요.”하고, 자기 남편을 불렀다.
명호는 담배를 피워 물고 앞에다 신문을 놓고 쪼그리고 앉아서 들여다보다가, 혜정의 부르는 소리에 재미스럽게 보던 흥미를 잃어버린 것같이 얼굴에 조금 불쾌한 빛이 나타나 보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허리를 굽혀 앞 미닫이를 소리가 나게 열고는 조금 퉁명스러운 소리로 “웨 그리우?”하였다.
이와 같이 불쾌한 뜻이 섞이어 들리는 “웨 그리우?”하는 대답에 혜정은 어느덧 그 다음에 하려던 말의 흥미를 절반 이상이나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저 보셔요.”라 부르기만 하여두고 한참 동안이나 남편의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혜정은 남편이 또 무슨 생각에 열중한 것을 짐작하였다. 명호는 어떠한 생각에 열중할 때에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할 줄도 모르고, 또는 대답을 한다 하여도 퉁명스러운 소리가 나오던 것이었다. 이와 같이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 마을로 이사 온 뒤로는 더욱 많아진 것은 명호가 무슨 생각에 열중하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혜정에게 대하여는 불쾌한 생각을 느끼는 때가 더 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전 생활도 그다지 긴장한 생활이라 할 수 없으나, 이러한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것은 조금 장유(長悠)한 시일을 보내어보자는 것이 동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유장(悠長)과 흐리멍덩한 것은 이 명호에게서 거의 구별할 수 없는 형용사가 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요? 오늘은 밭을 좀 갈아야 할 것이 아니에요. 앞집 칠봉 아범을 하루 동안만 삯군으로 얻어볼까요?”
혜정은 얼굴에 수심스러운 빛을 띄워 가지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데 이 칠봉 아범이란 것은 명호 부부가 이 동리로 이사 오던 그날부터 서로 친하게 상종하는 다만 하나의 이웃 사람이었다. 집안에 조금 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이면, 흔히 칠봉 아범에게 부탁하게 되었다. 그는 젊은 명호 부부를 위하여는 자기 집 볼일이 있어도 그것을 제쳐놓고 명호의 일을 보살필 만큼 충실한 이웃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오늘에도 바깥 일이 급한 것을 걱정하는 혜정이 칠봉 아범을 삯군으로 얻고자 한 것은 자연(自然)한 일이었다.
“글세…… 어떻게든지 해보아야지…….”
명호는 겨우 이만한 대답을 하고는 미닫이 바깥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구매가격 : 500 원

광란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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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청계천! 경성의 한가운데를 동서로 꿰어 흐르는 청계천!
이 청계(淸溪)란 이름이 어떻게 아름다운 것이냐. 그러나 이 이름 좋은 청계천은 청계(淸溪)가 아니요 탁계(濁溪)이다. 오계(汚溪)이다. 검고도 불그스름한 진흙 모래밭 가운데로 더러워진 끄나풀같이 거무충충하게 길게 흘러가는 그 곤탁(?濁)한 물을 보고야 누가 청계라 말하겠느냐?
이름 좋은 청계천은 경성 삼십만 생령(生靈)이 더럽혀놓은 구정물이란 구정물을 다 받아내는 길이다. 약을 대로 약아버린 도회인의 땟국은 다 그리로 흘러 들어간다. 대변, 소변, 생선 썩은 물, 채소 썩은 물, 곡식 썩은 물, 더럽다 하여 사람이 버리는 모든 오예(汚穢)는 다 그리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도 도회인은 이것을 청계천이라 한다. 신경이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도회인은 오히려 청계라 한다. 청계라 부르면서 아무 모순도 부조화도 느끼지 않는다.’라고 중얼대며 영순(英淳)은 청계천의 북쪽 천변을 걸어간다.
때는 첫 봄날 석양이었다. 목멱산과 인왕산 봉우리를 연결한 선의 중간쯤에 걸린 해는 오히려 청계천 북쪽 천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가끔가끔 내 위로 불어 가는 바람에는 겨울의 추위가 아직도 섞이었다. 그러나 천변에 늘어선 집의 벽에 반조(反照)된 광선에는 봄다운 따뜻한 맛이 있다. 이 천변을 왕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양지의 따뜻함을 탐함인지, 그늘진 남쪽 천변으로 다니는 사람이 극히 적어 보였다. 참으로 꼭 남쪽 천변에 볼일이 있는 사람이라야만 그쪽으로 다니는 듯하였다. 그리고 내로 향하여 오탁(汚濁)을 흘려버리는 도랑과 수채의 어귀에는 삼동을 두고 얼어붙은 고드름이 아직도 녹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더러운 것이란 더러운 것이 다 흘러 들어가도 그래도 청계이니라 비웃느라고 입을 벌리며 혀를 쑥 내민 것처럼 보였다.
‘옳다! 그래도 청계천이다! 다른 의미에서 청계이다. 장안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서의 청계천이다. 북악, 목멱, 인왕의 골짝과 골짝의 바위틈에서 샘솟아 흘러내릴 때의 물 그것들은 물론 알았다. 이러한 땟국 섞인 물이 아니었다. 바위틈으로 혹은 나무뿌리 밑으로 새어나올 때의 정(淨)한 것은 벌써 얼어버리었다. 경성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얼어버리었다. 그러나 모든 더러운 것을 받아 가지고도 아무 불평도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라고 또 중얼댔다. 기울어가는 해는 아무 미련 없이 따뜻한 볕을 한꺼번에 흠씬 주고 가려는 것처럼 호득호득하였다.
영순은 어느덧 관수교에 당도하였다. 다리가 앞에서 바로 뚫려 보이는 창덕궁 돈화문의 주토 (朱土) 빛이 석양의 엷은 광선을 비듬히 받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먹줄로 퉁긴 듯이 반듯한 신작로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희끗희끗 드문드문 보였다. 그는 다시 북을 향하고, 전차 다니는 종로길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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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도서정보 : 이익상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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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性浩)는 잠이 깨었다. 아직껏 전등불이 힘없이 켜져 있다. 그러나 창문에는 희번한 밝은 빛이 비치었다. 분명히 날은 새었다. 곁에서 자는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만 아내의 누웠던 자리를 반이나 차지하고, 누웠는 것은 네 살이 된 그의 아들 문환(文桓)이었다.
전구 안의 심지는 누렇게 물든 굵다란 실같이 보였다. 그것이 하룻밤을 밝혀 주었으리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새어 나오는 빛이 가늘었다. 그래도 성호는 그 전등을 한참 바라보는 동안에 눈이 부시어졌다. 다시 그는 눈을 스르륵 감고 말았다. 감고 있는 그의 눈앞에는 오늘의 할 것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빚쟁이, 원고지, 사진, 활자, 전차, 먼지, 윤전기, 시, 소설, 감상문, 활동사진 같은 모든 것들이다.
그는 아내가 누웠던 반이나 남은 자리까지 차지하여 가지고 몸을 좌우편으로 뒤적거리며 마음껏 뒹굴어보았다. 그는 다시 두 활개를 뻗쳐 기지개를 펴보았다. 팔이 곁에 누웠던 어린 문환의 대가리를 건드렸다. 이때에 가늘게 비치었던 전등도 탐방 껴져버렸다. 방 안이 파래진 듯하였다. 지금까지 붉은빛으로 물들인 방이 파란빛으로 덧바른 듯하였다. 창문으로 흰 광선이 기어들었다. 그의 눈에서도 새로운 기운이 일시에 나왔다. 그는 뻗쳤던 손으로 눈을 비비고 한 번 하품을 큼직하게 하였다.
기지개 켜는 바람에 잠이 거의 절반이나 깨었던 어린 것은 이 하품 소리에 두 눈이 번쩍 떴다. 그는 두 주먹으로 눈을 비비며 부스스하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사면을 한참 동안이나 무엇을 찾으려는 것같이 바라보다가, 엄마를 부르고는 “응아!”하고 울음을 내놓는다.
성호는
“인제 잠은 다 잤군! 이게 또 울기 시작하니…….”
하고 중얼거리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불로 앞을 가리고 어린 것을 달래었다.
“울지 마라! 참 착하다. 착한 사람은 안 우는 법이야!”
이렇게 달래는 어조는 그다지 순하지 못하였다. 거의 나무라는 데에 가깝다 할 만큼 뻣세었다. 아기는 달래는 말도 들은 척 만 척하고 울며 엄마만 부른다.
성호는 골이 났다.
“망할 것이 네 살이나 처먹어 가지고 울기는 왜 울어? 아침마다 꼭 지랄을 부려…….”
하고, 나무라는 성호의 높은 말소리와 문환의 울음소리에 부엌에서 밥을 짓던 아내는 물 젖은 손을 앞치맛자락에다 씻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오오! 내 새끼! 울기는 왜 울어? 착한 아이는 안 우는 법이야!”
아내는 우는 문환을 이렇게 어르며 두 손을 아이의 겨드랑이에 넣어 번쩍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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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화상

도서정보 : 김원귀, 이기진, 천경자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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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아내를 보면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 경대 옆에서 어머니의 화장하는 모습을 보던 일이 생각난다. 그해 어머니는 30대였는데 화장이며 머리를 땋아서 얹는 솜씨가 매우 재치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아름다왔다. 참외 씨 모양의 양귀비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어깨며 가슴이며 팔다리도 한결같이 조각처럼 아름다왔으며 특히 손과 발은 비둘기 발처럼 예뻤다. 지금 회상하며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어머니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민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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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대한 사랑

도서정보 : 이항녕, 안병욱, 솔제니친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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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대들이 다니는 학교가 결코 일류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등 부끄러울 것은 없다. 일류가 아닌 대학에 들어와 그 대학을 일류로 만들고자 노력을 하는 곳에 인생의 보람이 있을 것이다. 일류대학에 들어가 아무런 창조적 활동을 못하는 것보다는 일류 아닌 대학에 들어가 개척 정신을 발휘하여 그 대학을 일류로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사람으로서는 값있는 일이요 행복스럽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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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도서정보 : 나도향 방정환 | 2020-07-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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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어여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비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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