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록
도서정보 : 이상 | 2020-07-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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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을 갖지 못한 것을 나는 잘 안다. 단편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생활 비슷한 것’도 오직 ‘고통’이란 요괴뿐이다. 아무리 찾아도 이것을 알아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무슨 방법으로든지 생활력을 회복하려 꿈꾸는 때도 없지는 않다. 그것 때문에 나는 입때 자살을 안 하고 대기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 이렇게 나는 말하고 싶다만.
제2차의 각혈이 있은 후 나는 어슴푸레하게나마 내 수명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였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이튿날 나는 작은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맥박 125의 팔을 안은채, 나의 물욕을 부끄럽다 하였다. 나는 목을 놓고 울었다. 어린애같이 울었다.
남 보기에 퍽이나 추악했을 것이다. 그러다 나는 내가 왜 우는가를 깨닫고 곧 울음을 그쳤다.
나는 근래의 내 심경을 정직하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 만신창이의 나이건만 약간의 귀족 취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남듣기 좋게 말하자면 나는 절대로 내 자신을 경멸하지 않고 그 대신 부끄럽게 생각하리라는 그러한 심리로 이동하였다고 할 수는 있다. 적어도 그것에 가까운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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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도서정보 : 이상 | 2020-07-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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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이 이런 정경을 도해(圖解)한다.
유구한 세월에서 눈뜨니 보자, 나는 교외 정건(淨乾)한 한 방에 누워 자급자족하고 있다. 눈을 둘러 방을 살피면 방은 추억처럼 착석한다. 또 창이 어둑어둑하다.
불원간 나는 굳이 지킬 한 개 슈트케이스를 발견하고 놀라야 한다. 계속하여 그 슈트케이스 곁에 화초처럼 놓여 있는 한 젊은 여인도 발견한다.
나는 실없이 의아하기도 해서 좀 쳐다보면 각시가 방긋이 웃는 것이 아니냐. 하하, 이것은 기억에 있다. 내가 열심으로 연구한다. 누가 저 새악시를 사랑하던가! 연구중에는,
"저게 새벽일까? 그럼 저묾일까?"
부러 이런 소리를 했다. 여인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하더니 또 방긋이 웃고 부스스 오월 철에 맞는 치마저고리 소리를 내면서 슈트케이스를 열고 그 속에서 서슬이 퍼런 칼을 한 자루만 꺼낸다.
이런 경우에 내가 놀라는 빛을 보이거나 했다가는 뒷갈망하기가 좀 어렵다. 반사적으로 그냥 손이 목을 눌렀다 놓았다 하면서 제법 천연스럽게,
"님재는 자객입늬까요?"
서투른 서도(西道) 사투리다. 얼굴이 더 깨끗해지면서 가느다랗게 잠시 웃더니, 그것은 또 언제 갖다 놓았던 것인지 내 머리맡에서 나쓰미캉을 집어다가 그 칼로 싸각싸각 깎는다.
"요곳 봐라!"
내 입 안으로 침이 쫘르르 돌더니 불현듯이 농담이 하고 싶어 죽겠다.
"가시내애요, 날쭘 보이소, 나캉 결혼할랑기요? 맹서(盟誓)듸나? 듸제?"
또,
"융(尹)이 날로 패아 주뭉 내사 고마 마자 주울란다. 그람 늬능 우앨랑가? 잉?"
우리들이 맛있게 먹었다. 시간은 분명히 밤에 쏟아져 들어온다. 손으로 손을 잡고,
"밤이 오지 않고는 결혼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탄식한다. 기대하지 않은 간지러운 경험이다.
낄낄낄낄 웃었으면 좋겠는데―― 아― 결혼하면 무엇 하나, 나 따위가 생각해서 알 일이 되나?
그러나 재미있는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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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강냉
도서정보 : 이태준 | 2020-07-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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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 부벽루(浮碧樓)라, 빛 낡은 편액(扁額)들이 걸려 있을 뿐, 새 한 마리 앉아 있지 않았다. 고요한 그 속을 들어서기가 그림이나 찢는 것 같아 현(玄)은 축대 아래로만 어정거리며 다락을 우러러본다.
질퍽하게 굵은 기둥들, 힘 내닫는 대로 밀어던진 첨차와 촛가지의 깎음새들, 이조(李朝)의 문물(文物)다운 우직한 순정이 군데군데서 구수하게 풍겨 나온다.
다락에 비겨 대동강은 너무나 차다. 물이 아니라 유리 같은 것이 부벽루에서도 한 뼘처럼 들여다보인다. 푸르기는 하면서도 마름〔水草〕의 포기포기 흐늘거리는 것, 조약돌 사이사이가 미꾸리라도 한 마리 엎디었기만 하면 숨쉬는 것까지 보일 듯싶다. 물은 흐르나 소리도 없다. 수도국 다리를 빠져, 청류벽(淸流壁)을 돌아서는 비단필이 훨적 펼쳐진 듯 질펀하게 깔려 나갔는데 하늘과 물은 함께 저녁놀에 물들어 아득한 장미꽃밭으로 사라져 버렸다. 연광정(練光亭) 앞으로부터 까뭇까뭇 널려 있는 마상이와 수상선들, 하나도 움직여 보이지 않는다. 끝없는 대동벌에 점점이 놓인 구릉(丘陵)들과 함께 자못 유구한 맛이 난다.
구매가격 : 500 원
무명초
도서정보 : 최서해 | 2020-07-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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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왔다가 겨우 세 살을 먹고 쓰러져 버린 『반도공론』이란 잡지 본사가 종로 네거리 종각 옆에 버티고 서서 이천만 민중의 큰 기대를 받고 있을 때였다.
『반도공론』의 수명은 길지 못하였으나 창간하여서 일 년 동안은 전 조선의 인기를 혼자 차지한 듯이 활기를 띠었었다. 『반도공론』이 그렇게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그때 그 잡지의 사장에 주필까지 겸한 이필현씨가 사상가요 문학자로 당대에 명망이 높았던 것이요 또 하나는 『반도공론』은 여느 잡지와 색채가 달라서 조선 민중의 기대에 등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의 앞에는 아름다운 이상도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본주들의 알력으로 한번 경영 곤란에 빠진 뒤로는 삼기 넘은 폐병 환자처럼 실낱 같은 목숨을 겨우겨우 이어가다가 창간한 지 십 년 만에 쓰러지고 말았다. 『반도공론』의 운명은 그 잡지 사원 전체의 운명이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어깨가 으쓱하였으나 나중에는 잡지의 비운과 같이 올라갔던 어깨가 한 치 두 치 떨어져서 얼굴에까지 노랑꽃이 돋게 되었다.
그러한 사원 중에 박춘수라는 서른 한 살 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학예부 기자로 상당한 수완을 가진 사람이다. 본래 경상도 김천 사람으로 키는 중키에서 벗어지는 키나 몸집이 똥똥해서 그저 중키로 보이는 골격이 건장한 사람이다. 얼굴 윤곽이 왼편으로 좀 삐뚤어진데 뺨이 빠지고 얽어서 얼른 보면 험상궂게 생겼으나 커다란 눈을 오그리고 두툼한 입술을 벙긋하면서 하하 하고 웃으면 보는 사람에게 쾌활하고도 관후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잡지사가 한창 경영 곤란에 빠져서 월급 지불까지 못 하게 된 때에도 불평은 불평대로 쏟아 놓으면서 할 일은 꼭꼭 하였다.
이날도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여덟시 반에 집을 나섰다. 콧구멍만한 방 한 간에 육칠 식구가 들어박이니 너무도 비좁아서 이웃 친구집 대청 마루에서 여러 날 잠잔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사지가 찌뿌둥하고 뱃속이 트릿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뱃속이 여느 때보다도 더욱 트릿해서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다. 파리 소리와 어린애 울음에 교향악을 이룬 콧구멍 같은 방에서 뛰어나오니 기분이 좀 가벼워지는 듯하나 대문간에 따라 나와서 남이 들을세라 은근히,
“여보! 저녁 거리가 없으니 어떡하오! 오늘은 일찍 나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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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곳에서
도서정보 : 박선우 | 2020-07-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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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다채로운 사랑의 모델
모두가 주목해온 작가 박선우 첫 소설집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등단 당시 “단정하면서도 전달력이 뛰어난 문장, 익숙한 이야기 선을 구부려서 참신하게 만드는 플롯팅, 전형적이면서도 예외적인 인물 구성 등, 단연 압도적인 문학적 역량을 드러낸 응모자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문학평론가 심진경)라는 극찬을 받으며 등장한 박선우 작가는 그 후 주요 문예지들의 적극적인 호명을 받으며 단편소설들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등단 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지면에 선보인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을 내놨다.
박선우의 단편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타인에게 이끌리고 감정을 품으며 친밀해지고 어느새 멀어지는데, 화자는 그 흔적을 곱씹으며 내내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소설은 섬세하다. 연애를 겪으며 느끼는 질투, 무력감, 패배감, 망설임과 주저함, 무모함과 용기, 성적 충동과 후회 등의 다양한 감정이 이야기 속에 다채롭게 스며들어 있는데, 작가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그 관계성을 표현해낸다. 사랑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관계의 여러 면모를 통과해나갈 때마다 변화를 실감한다. 그렇게 달라져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나’는 변화한 삶 속에서 또 다른 계절을 지나가며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지난 순간들이 우리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소설가 박솔뫼) 된다.
구매가격 : 9,100 원
황금들녘에 펼쳐진 혈 2
도서정보 : 이상황 | 2020-07-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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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들판에서 펼쳐지는 외눈박이의 모험, 싸움, 사랑 이야기
황금은 번쩍번쩍 빛을 발하지만, 그 빛을 차단하는 악의 물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진원지를 찾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독자의 마음을 통쾌하게 할 수 있는 내용과 진솔한 사랑의 음률 소리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터득한 세월의 묻은 때 여러 가지 작은 손에 쥘 수 있는 딱 좋은, 누군들 손에서 가벼이 조작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기발한 무기들. 그중에 가장 으뜸인 내 허리춤에 지닌 청동검 한번 펼쳐보려 청동검을 뽑아들면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흔들림이다.
-본문 中
구매가격 : 8,500 원
황금들녘에 펼쳐진 혈 1
도서정보 : 이상황 | 2020-07-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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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들판에서 펼쳐지는 외눈박이의 모험, 싸움, 사랑 이야기
황금은 번쩍번쩍 빛을 발하지만, 그 빛을 차단하는 악의 물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진원지를 찾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독자의 마음을 통쾌하게 할 수 있는 내용과 진솔한 사랑의 음률 소리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터득한 세월의 묻은 때 여러 가지 작은 손에 쥘 수 있는 딱 좋은, 누군들 손에서 가벼이 조작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기발한 무기들. 그중에 가장 으뜸인 내 허리춤에 지닌 청동검 한번 펼쳐보려 청동검을 뽑아들면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흔들림이다.
-본문 中
구매가격 : 8,500 원
지구 온난화, 이렇게 해결하자
도서정보 : 이낙영 | 2020-07-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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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구 온난화, 이렇게 해결하자』의 표지 상단에는 발명 특허: 제10-2054509호라는 특이한 부제가 달려있다. 특허청에 기록된 요악문에 따르면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본 발명은 고고도의 상공에 위치한 공기의 에너지를 저장하여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된 새로운 구조의 고고도 대기 에너지 저장장치에 관한 것이다.
본 발명에 따른 고고도 대기 에너지 저장장치는 공기를 저장할 수 있도록 된 에어탱크(10)와, 상하방향으로 연장되도록 구비되어 하단이 상기 에어탱크(10)에 연결된 급기관(20)과, 상공에 구비되어 상기 급기관(20)의 상단에 연결되며 바람을 이용하여 공기를 압축하여 상기 급기관(20)을 통해 에어탱크(10)로 공급하는 압축수단(30)이 구비되어, 고고도에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자동으로 공기가 압축되어 에어탱크(10)에 저장되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저온의 압축 공기를 얻을 수 있으며, 얻어진 저온의 압축 공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장치를 구동할 수 있다.
또한 마찰로 인한 구름과 대지간의 전압차가 초고전압으로 형성되기 전에 축전장치를 통하여 저장함으로 일정량의 전기 에너지를 획득 할 수 있다.
이낙영의 소설, 『지구 온난화, 이렇게 해결하자』는 그가 발명하고 특허 취득한 고고도 대기 저장장치의 발명 과정과 발전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그린 소설이다.
구매가격 : 15,500 원
스물다섯살의 자서전
도서정보 : 최현 | 2020-07-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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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하다가 한 시사 잡지의 표지에 있는 「스물다섯살의 자서전」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무려 36년 전의 책인데 이 책이 왜 우리 집 책장의 한 구석에 박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거니와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무슨 자서전인가 궁금증이 생겨 책을 열어 보았다. 교도소에서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 시절에는 국민 대다수가 가난했겠지만 그 중에서도 더 처절하게 가난을 견뎌낸 집안의 이야기였고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하여 나라면 과연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경외감마저 들었다. 갑자기 당사자를 한번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구매가격 : 3,900 원
결별
도서정보 : 지하련 | 2020-07-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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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백철의 추천으로 [문장]에 발표된 지하련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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