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
도서정보 : 김동인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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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은 1932년 『삼천리』에 발표한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민족의식을 자연주의적 경향으로 쓴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수난받는 민족과 조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잘 나타난 역작이다. ? 작품 맛보기 서술자인 ‘나’가 의학 연구차 만주를 순회하던 중 가난한 한국 소작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삵’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익호를 만나게 된다. 그는 투전과 싸움으로 이름난 마을의 골칫덩이요 망나니였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꺼려했으며 사람이 죽으면 “삵이나 죽지.” 할 정도로 그를 미워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삵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 작품 속으로 그의 장기(長技)는 투전이 일쑤며 싸움 잘하고 트집 잘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이라 한다. 생김생김이 벌써 남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고 거기다 하는 행동조차 변변치 못한 일만이라 ××촌에서도 아무도 그를 대척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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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이백원
도서정보 : 강경애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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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이백원」 은 1935년 2월 『신가정』에 발표된 강경애의 단편소설이자 자전소설이다. 오랜 만에 원고료로 큰 돈이 생겼고 이를 사사로이 쓰고 싶은 욕구와 공리적인 입장 사이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내적 갈등을 동생 K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 작품 맛보기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나 는 때때로 학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도 눈칫밥을 먹는 신세였다. 형편이 넉넉한 아이들이 다니는 여학교에서 학용품 살 돈도 없어 남의 책을 빌리거나 동무의 붓을 훔치려다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그렇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 가 D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여 원고료로 꽤 큰 돈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돈으로 그동안 갖고 싶었던 털외투 목도리 구두 금반지 시계 등을 살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 작품 속으로 "그래 당신은 그 돈을 어떻게 썼으면 좋을 듯싶소?" 그 물음에 나는 혀를 깨물고 참았던 눈물이 샘솟듯 쏟아지더구나. 그 순간에 남편이야말로 돌이나 깎아논 듯 그렇게도 답답하고 안타깝게 내 눈에 비취어지더구나. 무엇보다도 제가 결혼 당시에 있어서도 남들이 다하는 결혼반지 하나 못해 주었고 구두 한 켤레 못 사주지 않었겠니. 물론 그것이야 제가 돈이 없어서 그리한 것이니 내가 그만한 것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생긴 오늘에 그것도 남편이 번 것도 아니오 내 손으로 번 돈을 가지고 평생의 원이던 반지나 혹은 구두나를 선선히 해 신으라는 것이 떳떳한 일이 아니겠니. 그런데 이 등신 같은 사내는 그런 것은 염두에도 먹지 않는 모양이더라.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원망스러웠다.
구매가격 : 700 원
이 잔을
도서정보 : 김동인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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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을」 은 1923년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신성(神性)의 예수가 아닌 인성(人性)의 예수를 강조한 작품이다. ?? 작품 속으로 그의 장래는 목수로 그냥 있을 바는 아니다. 목수로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뛰어난 인격인 줄 자기로도 넉넉히 알았다. 그러면 자기의 기적과 지식과 머리로서는 아주 얻기 쉬운 권세 있는 왕자(王者)이냐? 혹은 도덕이 쇠멸한 이 사회를 한번 착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뒤집을 개혁자냐 주저하다가?아주 그로서는 잡기 쉬운?왕자의 권세를 내던지고 곤란과 핍박을 무릅쓰고 구세자라는 이름 아래서 지금 이 길로 나오게 깨달은 것도 그때이다.
구매가격 : 700 원
물레방아
도서정보 : 나도향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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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는 1925년 9월 『조선문단(朝鮮文壇)』에 발표된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후기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 작품 맛보기 마을에서 가장 부자이며 세력 있는 신치규(申治圭)는 자기 집 움막에 사는 이방원(李芳源)의 아낙에게 눈독을 들인다. 오십줄에 들어선 그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아낙을 물레방앗간 옆으로 불러내어 갖은 말로 꾄다. 그에게 와서 아들 하나만 낳아주면 움막 신세를 면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녀의 것이 될 것이라고 하자 가난에 지친 데다 윤리의식이 박약한 여자는 솔깃한다. 여자는 신치규와 함께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간다. 사흘 뒤부터 신치규는 이방원을 자기 집에서 내쫓으려고 하는데... ? 작품 속으로 “그럼 임자가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올 때에 무어라고 하였소. 어떻게 해서든지 너 하나야 먹여 살리지 못하겠느냐고 하였지요?” “그래.” “그래 얼마나 나를 잘 먹여 살리고 나를 호강시켰소. 이때까지 이때나 되도록 끌구 돌아다닌다는 것이 남의 집 행랑이었지요.” “얘 그것을 내가 모르고 하는 말이냐?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냐? 차차 살아가는 동안에 무슨 일이든지 생기겠지. 설마 요대로 늙어죽기야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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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도서정보 : 김유정 | 2019-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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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는 김유정이 지은 단편소설로 1935년 3월 2일부터 9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되었다. 남들의 눈을 피해 금을 캐러 다니는 잠채꾼의 행위와 심리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육체적으로 약하고 소심하지만 금전에 밝은 꽁보와 건장한 체격이지만 금전관계에서는 문외한인 덕팔이라는 대조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평소에는 협력적인 이 인물들의 관계가 노다지 앞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작품 맛보기 꽁보와 꽁보의 생명의 은인인 더펄은 서로 형제처럼 지내며 금광 노다지를 찾으러 다닌다. 꽁보는 더펄에게 자신의 누이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더펄은 흡족해 한다. 어느 날 꽁보와 더펄은 금광이 있는 곳을 찾아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금광에 들어간다. 금광을 다니던 중 꽁보는 금맥을 찾고 곡괭이로 금을 캐기 시작하는데... ? 작품 속으로 "빌어먹을 거 은제쯤 재수가 좀 터보나!" 꽁보는 뜯고 있던 돼지 뼉다귀를 내던지며 이렇게 한탄하였다. "염려 말게 어떻게 되겠지! 오늘은 꼭 노다지가 터질 테니 두고 보려나?" "작히 좋겠수 그렇거든 고만 들어앉읍시다." "이를 말인가 이게 참 할 노릇을 하나 이제 말이지." 그들은 몇 번이나 이렇게 자위했는지 그 수를 모른다. 네가 노다지를 만나든 내가 만나든 둘이 똑같이 나눠 가지고 집을 사고 계집을 얻고 술도 먹고 편히 살자고. 그러나 여태껏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 매양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구매가격 : 700 원
유령해마
도서정보 : 문목하 | 2019-1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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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 사람들은 그것을 해마라고 불렀다
압도적인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
특이점을 넘어선 범용 인공지능 ‘해마’ 이야기. ‘해마’는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여러 개의 인공지능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그릇이자,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대로 자극과 정보를 기억하고 추론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 또한 인간의 손이 닿기 힘든 모든 일을 몸체를 바꿔가며 처리하고, 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답한다.
하지만 실수로 우주에서 조난을 당한 해마 ‘비파’는 수십 년 전 자신이 구조했던 한 여성, 이미정의 삶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기자로 일하는 이미정은 젊은이들의 돌연사와 관련해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 투쟁을 진행 중이고, 해마는 뜻밖에 자신이 중앙에서 받은 해결할 수 없는 임무의 해답이 이미정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찾기 위해 미쳐가는 범용 인공지능 해마와,
끈질기게 기억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인간이 만나 펼치는,
경이롭고 또 아름다운 미래.
“내 몸은 조각나지 않을 거야. 먼 곳으로 떠내려가지도 않을 거고
너를 다시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거야.”
구매가격 : 10,000 원
동백꽃
도서정보 : 김유정 | 2019-1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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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5월『조광(朝光)』에 발표된 뒤, 1938년 단편집 『동백꽃』에 수록된 김유정의 작품. 전원적 서정 속에서 사춘기 남녀가 애정과 개성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
구매가격 : 500 원
일본심판
도서정보 : 문윤성 | 2019-1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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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았던 과거가 알려주는 교훈"
한국 최초 장편 SF 《완전사회》의 작가 문윤성의 정치스릴러 SF
“우리는 멋지게 일을 치러야 하네.
세계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말이야.”
나의 이름은 김기식. 42명의 일본격파 결사대는 전우들과 함께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42명으로 일본을 점령한다니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 내 몇 군데의 가장 기능이 예민하고 긴요한 요처들을 장악하여 1억 인구의 모든 일본인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것이다. 일본 내각 전원을 전범자로 체포, 구금하고 전범자들을 공개적으로 국제법에 어긋남이 없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밟게 할 것이다. 피고는 물론 구금상태에 있는 일본 각료 전원이다….
“문윤성의 역작 《일본심판》을 읽고 나니
만감이 엉켜 가슴이 뻐근하다”
? 정범석, 법학박사/특별재판소 심판관
구매가격 : 10,000 원
배뱅
도서정보 : 정다은 | 2019-11-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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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다 넘어간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만,
황천(黃泉)으로 가신 임은,
얼마나 머얼리 가셨길래,
왜 다시 못 오시는가 하네.
구매가격 : 6,000 원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도서정보 : 임승훈 | 2019-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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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추리SF #평행우주 #올어라운드플레이어 #단짠단짠 #웃고있어도눈물이나는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_김현(시인)
"만만찮은 필력"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강력하다"(심사위원 이기호 박형서)는 평을 받으며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승훈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지면에서 임승훈은 "나는 애초에 수상소감으로 어떻게 웃길 것인가만 생각했다. 감성적인 서두로 시작되는 차분한 소감은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연애사를 밝히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치기 어린 소감은 아마 한 달만 지나면 후회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후회할 만한 지질함이 좋다."
대개 문학을 향한 애정과 신인으로서의 포부를 드러내며 자신의 문학적 시작을 알리기 마련인 상황에서, 임승훈은 엄숙함과 진지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유머"와 "지질함"을 올려놓았다. "유머"가 읽는 이에게 산뜻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라면 "지질함"은 물로 헹구고 싶은 찝찝한 맛을 안겨준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칠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써내려간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은 바로 이 유머와 지질함의 배합으로 탄생한 "단짠단짠"의 이야기다.
파란 새를 찾는 탐정으로, 마지막 경기를 앞둔 복서로,
외계인에게 개조당한 소설가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지금 여기의 나와는 다른 삶을 상상하는 임승훈식 악덕과 연민의 평행우주론
‘지구에서의 내 삶이 형편없다’고 느껴질 때조차 임승훈은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다. 「초여름」 속 ‘나’는 어릴 때 ‘예민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현재는 자신의 소설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결국 죽기로 결심하고 목을 매단 소설가다. 웃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임승훈은 기발한 설정을 삽입해 그의 죽음을 유예시킨다. ‘나’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 외계인에게 개조당해 죽지 않는 몸이 되었다는 것. ‘나’는 목을 매단 지 삼 일이 지나도록 죽지 않은 채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기까지 한다. 지질하고 가혹한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런 ‘웃픈’ 장면을 임승훈만큼 능란하게 그릴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은 또 있다. 「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의 ‘나’는 시합을 앞두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말한다. “오늘 넌 죽을 거야.”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분열된 시공간의 차원마다 동일한 임승훈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그는 “그렇게 분열된 차원들을 넘나들면서 모두 칠십이 명의 임승훈의 죽음을 보았다”는 것이다. 「초여름」처럼 외계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죽음이 자명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또다른 차원들에서는 동일한 임승훈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그 남자의 말처럼,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수많은 나’가 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초여름」 「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를 비롯해 「졸피뎀과 나」 「이서진을 닮은 탐정―새가 된 아내」 속 화자의 이름이 모두 ‘임승훈’인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어딘가에서 임승훈은 목을 매달거나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있지만, 또다른 곳에서 임승훈은 이서진을 닮은 탐정이 되어 파란 새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달라는 한 남자의 요청을 받은 탐정 임승훈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내의 실종을 둘러싼 뜨악한 실체가 밝혀지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담담하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탐정 임승훈의 성격이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특한 유머러스함을 형성한다.
소설 속 화자의 말을 빌려 임승훈은 소설쓰기와 소설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소설쓰기란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가란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남을 의심하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연민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이지.”(「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 하지만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일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웃픈’ 유머의 힘을 알게 된 지금, 소설 속 화자의 말을 비틀어 다음과 같이 말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엄살을 떨든 자학을 하든, 그 아픔과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 자기 자신을 위하는 듯 보이는 그 ‘비열한 행위’는 결국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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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들(+묘)의 다정함 덕분에, 사라져간 동료들을 슬픈 마음으로 지켜보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그건 나의 미래, 혹은 나의 과거인 것만 같아서 슬펐거든). 한때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면 나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정확히는 한국 다른 생태계의 삭막한 관계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들에게 감사하고, 당신들을 사랑한다. 바람이 있다면 늘 글을 쓰고 싶고, 더 잘 쓰고 싶고, 기왕이면 돈도 더 벌고 싶고, 그래서 평생 당신들과 보고 싶다. _‘작가의 말’에서
한번은 승훈이의 우람한 대흉근을 보면서 가슴근육이 소설가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다. 등단한 후에 비로소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노라고 말하던 승훈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근육을 단련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는 것 같다. 날로 근육이 발달하여 종국에는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소설가 ‘임승훈’에 관하여 승훈이만큼 쓸 수 있는 작가는 많겠지만, ‘근육의 애욕’을 그만큼 담아낼 이는 드물 것이다. ‘소설 쓰는 승훈이’는 ‘나’라는 오브제를 가장 잘 이해해보려는, 오늘날 몇 남지 않은 ‘퍼포먼서’이기 때문이다.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나, 임승훈은 그것이 알고 싶다. _김현(시인)
그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이 소설집을 읽는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그것은 그의 소설이 남다른 발상과 독특한 양식적 시도들에 힘입고 있으면서도 결국 ‘남다름’ 자체를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수많은 임승훈들을 앞세워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동시대 현실을 꼭 닮아 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소설’이란 틀을 문제삼는다기보다 벗어날 길이 없다고 여겨져온 이 세계를 더이상 지속이 불가능한 ‘낡은 현실’로 보이게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가 임승훈과 독자들의 ‘지구에서의’ 삶은 이미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_강경석(문학평론가)
■ 책 속에서
솔직해진다는 건,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의미이다.(「졸피뎀과 나」, 19쪽)
이십대의 나는 내 삶이 얇디얇은 유리에 얹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위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무언가가 내게 조금만 무게를 더해도 발밑의 유리가 산산조각날 거라고.
(「졸피뎀과 나」, 45쪽)
그는 자신은 소설가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쓰기란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가란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남을 의심하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연민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이지. 그러곤 조금 웃었다.(「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
성실하다는 것은 종종, 혹은 아주 자주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성실한 자들의 상상이란 현재를 미래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고, 그들의 상상이란 상상이란 이름의 서투른 자위고, 그들의 상상이란 물려받은 낡은 설계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성실한 자들의 손에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허공에 놓이는 운명인지도 모른다.(「비워진 우주의 대기자들」)
제가 어둠을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다만 우주가 너무 거대한 거예요.(「비워진 우주의 대기자들」)
진보의 순간들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곳에서 이뤄지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갈까? 그건 두려운 일이었다. 그건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는 어렴풋이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세계는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본질적으로 고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초여름」)
형, 삶이란 건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 있는 거래. 그 방에서 또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래. 그런 게 삶이래. 하지만 난 이게 단순히 삶만을 얘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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