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도서정보 : 김근평 | 2019-01-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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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
피아노 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고 생각이 절로 든다. 그 흐르는 선율에 몸을 맡기면 얼마나 감미로운가. 정말 부럽기만 하다. 나는 피아노를 못 친다. 배워 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 거 같아서 포기했다. 그 대신 나는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
?
나는 자판을 치는 속도가 그리 느린 편이 아니다. 나는 글을 쓴다. 자판에 손을 올려놓고 현란하게 글을 써 나간다. 술술 막힘없이 계속 써나는 편이다. 그럴 때 나는 빙의된 기분을 느낀다. 마치 내가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있는 그 느낌. 누군가 내가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본다면 제발 다르게 생각해주시라. 정말 피아노를 잘 치시는군요!
?
유튜브라는 곳에 자신이 건반을 치는 모습을 올려놓고 인기를 끄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 또한 매우 부럽다. 나는 자판 치는 것을 올려놓으면 될까? 그건 안 된다. 음악이라는 소리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글은 귀가 아닌 눈을 사용해야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글을 자막 처리해서 올리면 될까? 맙소사, 요즘 세상에 누가 글을 읽는다고.

구매가격 : 3,100 원

헌터걸. 2

도서정보 : 김혜정 | 2019-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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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 동화로는 보기 드물게, 고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본격 판타지다. 김혜정 작가가 3년간 준비한 ‘헌터걸’ 시리즈는 국경과 문화, 성별을 초월하는 신선한 발상, 게임과 영웅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 <헌터걸> 두 번째 이야기 '헌터보이를 만나다'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아이돌 연습생이 되어 대형 연예기획사에 잠입한 헌터걸 강지의 ‘백거미 잡기’ 작전이 펼쳐진다.

2권에는 새로운 캐릭터인 헌터보이 서윤재가 등장해 강지와 합동 작전을 펼치지만, 라이벌인지 파트너인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강지와 윤재는 모두 활을 쓰는 헌터들인데, 그밖에 어떤 무기들이 있으며, 앞으로 어떤 헌터들이 강지와 팀을 이루게 될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호기심을 유발한다.

구매가격 : 8,400 원

헌터걸

도서정보 : 김혜정 | 2019-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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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년 6월 26일, 독일 어느 도시에서 피리를 든 사나이가 아이들 130명을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사나이에게 ‘쥐 떼를 쫓아 주면 금화를 주겠다’고 한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긴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탑에 갇혔던 이유는 아버지가 마녀의 양배추를 훔친 대가로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와 ‘라푼젤’만 기억하지만, 두 옛이야기는 이상할 만큼 비슷하다. 거기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비춰보면 옛이야기는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어른들의 무책임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려 온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해치는 나쁜 어른들, 그저 ‘조심하라’고만 가르치는 어른들 사이에서 위축되어 온 아이들. 이제 아이들에게는 자신보다 힘세고 거대한 상대에게 ‘나쁘다’고 소리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북돋울 새로운 판타지가 필요하다.

‘헌터걸’ 시리즈는 한국 판타지 동화로는 보기 드물게, 고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본격 판타지다. 김혜정 작가가 3년간 준비한 ‘헌터걸’ 시리즈는 국경과 문화, 성별을 초월하는 신선한 발상, 게임과 영웅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은 그 첫 번째 이야기이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과 숨은 능력자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굣길의 바바리맨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기꾼, 피리 부는 사나이까지 현실과 판타지를 누비며 세상의 모든 나쁜 어른들을 응징하는 헌터걸의 활약이 펼쳐진다. 김혜정 작가의 걸스파워 결정판 ‘헌터걸’은 어른들을 뜨끔하게 하고, 1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흥미로운 문제작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소년아, 나를 꺼내 줘

도서정보 : 김진나 | 2019-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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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여덟 살 여름, 소녀 ‘신시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한 번씩 지독하게 싫어질 때도 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 ‘얼’을 만나면서 시지의 고요한 세계는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라면 좋았을 걸 그랬어, 네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나는 왜 네 마음에 들지 못했을까, 나는 이렇게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어떻게 이게 아무것도 아니니.’

어른들은 청소년기를, 청소년의 사랑을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사랑이 가볍고 풋풋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여름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잘 안다고 해서 그 열기가 견딜 만해지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통’의 무게가 지극히 상대적이라는 태도로 청소년의 사랑을 그린다. 그렇기에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 ‘사랑’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소녀의 모습은,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견뎌 내는 청소년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책의 제목과 달리 사랑을 시작하고 끝낼 기회를 ‘소년’에게 넘겨주지 않은 채, 오롯이 소녀의 힘으로 ‘의미 있는 짝사랑’을 완성하는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왕자가 나타나 잠든 공주를 깨우는’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들을 눈뜨게 하고, 한국 청소년문학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구매가격 : 7,700 원

베짱이를 만나는 시간

도서정보 : 전혜성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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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햇살이 거실의 소파 위로 번지고 있습니다.
폭염에 타 버렸던 군자란이 새잎을 피웁니다.
꿈꾸는 아침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리를 잃고 헤매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의 양면성에 관심 두지 않는 일들에 대해
감히 동정 어린 시선으로 글을 썼습니다.
비뚤비뚤하고 서툰 표현이지만
이 소설로 순간이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구매가격 : 7,200 원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도서정보 : 하상인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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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무엇일까?’ 어떤 남녀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

하상인 저자의 『정당한 살인교사』, 『그래도 당신은 아름답다』에 이은 세 번째 소설집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첫사랑’을 매개로 한,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 명의 서술자에 의해 시선이 교차하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이들이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의 겹을 쌓는다.

나에게 친구란 나와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또 그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친구의 생각을 들어주고 또 거리낌 없이 공유하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친구를 두는 건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언제나 내 안의 이야기들은 밖으로 새어 나오면 나올수록 항상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 그 여자(p.37)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난 언제쯤 이 버스를 안 타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내 이십 대 초반의 모습, ‘이제 이 버스를 언제 다시 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졸업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러 갈 때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가 떠올랐다.
- 그 남자(p.71)

이것은 ‘그녀’의 대한 이야기다. 아니, 그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그’의 이야기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남녀는 결국 만난다. 그리고 헤어진다.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마지막 선택…….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구매가격 : 6,000 원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겨울호 통권 97호

도서정보 : 문학동네 | 2018-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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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문학의 존엄과 자긍을 다지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문예지입니다. 우리 문학의 드높은 성취를 갈무리하며,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 수호해갈 『문학동네』는 문학의 진정성을 채굴하는 든든한 굴착기로서, 매호 돋보이는 기획과 성실한 편집으로 두고두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고급 문예지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

유빙의 숲

도서정보 : 이은선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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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현실의 끝에서 마주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애정

누구도 똑같지 않은 삶이라는 드라마를 가혹하지만 생생하게, 그러나 끝내 따뜻한 문장으로 희망을 놓지 않고 그려내는 이은선의 신작 소설집 『유빙의 숲』이 출간되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소설집 『발치카 No. 9』을 출간한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은선은 등단작부터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신춘문예 심사평)는 평을 들으며 자신만의 단단한 소설세계를 구축해나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첫 소설집을 펴내며, 이미지를 압축해 제시하는 개성 있는 소설세계로 향하는 눈에 띄는 징검돌 하나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세월호’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 동안 써낸 8편의 작품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이은선은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 질병의 유전, 친구나 가족의 범죄를 묵과했다는 자책감과 거기서 기인한 도피생활 등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고통을 그 극한까지 몰아붙인 뒤, 잔혹한 현실을 어떻게든 통과해 살아낸 그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이 넓은 바다 어딘가에 그 사람이 떠 있다고 생각하면
겨울 해는 정말 따뜻했고 여름 해는 진짜 시원했어요.”

소설집을 여는 작품인 「유리 주의」에서부터 다양한 과거와 사정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국의 어느 휴양지로 패키지여행을 온 일행은 괴생명체가 산다는 호수나 “유리창의 일부나 다름없”이 유리창에 매달려 유리를 닦는 청소부들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따로 여행을 왔다가 눈이 맞아 오로지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커플, 오래전 계획한 환갑 기념 여행을 와서도 자신들의 속사정에 따라 행동하는 여고 동창 삼인방,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신혼부부, 불륜관계이면서도 부부를 연기하는 커플 등은 모두 각자의 욕구나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다. 소설은 한 호텔에 묵는 이들의 동상이몽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패키지여행의 일원이 된 듯한 생생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은 투명한 유리창을 없는 것으로 착각해 끊임없이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죽는 새들을 보고도, 혹은 눈앞에서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들을 보고도 자신들의 행각을 투명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이들의 모습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혼결혼식’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룬 「뼈바늘」 역시 이야기가 주는 무게감과는 다르게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이른 나이에 비명횡사한 남녀의 영혼을 맺어주기 위한 혼례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는데, 비현실적인 요소가 개입됨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참담한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다. 혼례를 치러선 안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도 돈봉투를 챙기는 일에만 급급한 주지 스님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남녀의 생전 악연이 밝혀지는 충격적인 장면조차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선연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소설집을 닫는 작품인 「커피 다비드」는 작은 섬에 자리한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풀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리 주의」와 그 궤를 같이하지만 소설의 결은 사뭇 다르다. 「유리 주의」가 두루뭉술한 윤리 감각이나 이타심 상실 같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커피 다비드」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애정을 가져볼 만한 것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도 바다를 떠나지 않거나, 말기 암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복역중인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거나,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친구를 끝내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마음 같은 것들이 활기찬 남도의 사투리로, 톡톡 튀는 ‘고딩이’의 언어 등으로 현장감 있게 그려진다.

이은선은 소설집의 마지막에 「커피 다비드」를 위치시킴으로써 결국에는 누구도 이 삶을 떠나지 못할 것이며, 그렇다면 좀더 애정을 가지고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를 위로하는 듯하다. 인상깊은 점은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더욱 깊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더욱 거침없어졌다는 것이다.

표제작 「유빙의 숲」은 세월호 사고로 조카를 잃은 조형사와 어미를 잃고 바다를 홀로 떠도는 상어,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신체의 일부가 문드러지는 병을 대물림받은 유진의 이야기가 정교하고 환상적으로 뒤섞인다.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소재를 이물감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 하나의 얼개로 축조해내는 능력은 이은선의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유빙의 숲」에 이르러 그러한 장기가 좀더 진일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은선은 ‘제주’라는 공간을 구심점 삼아 다양한 뼈대의 이야기를 어느 것 하나 허물어뜨리지 않고 소설의 끝까지 끌고 가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도 현실을 미화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해경이 되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나 해경이 되었더라도 스러져가는 배에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란 조형사의 절망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 등이 그렇다. “누구든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삶의 민낯”(김나영, 작품 해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 스스로도 “행복과 사랑, 성취 대신 ‘안전’이라는 말에 온기가 오래 머문다”(작가의 말)고 밝힌 것처럼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작가의 소설적 동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게 한다.

「귤목(橘木)」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손자를 잃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젊은 시절을 보낸 제주로 향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남자의 며칠간 행적을 담담히 따라 읽다보면, 남자의 고통이 남자 혼자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닌 우리가 분담해야 할 사회적 고통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도주’ 연작 세 편(「귤(橘), 화(花) -도주 1」 「쇳물의 온도 -도주 2」 「파도의 온도 -도주 3」)에서는 이야기꾼으로서 이은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화’는 누군가의 밀고로 사주전(위조 주화)을 만들던 서방이 적발되면서 갑작스레 쫓겨 달아나는 처지가 되고, 그 와중에 서방과 아이까지 잃는다. 서방은 망나니의 칼에 목이 잘려 죽고, 어떻게든 지켜내려던 아이 ‘귤(橘)’은 재물에 눈이 먼 가짜 맹인 의원에게 배를 짓밟혀 잔인한 죽임을 당한다. 삶의 끝까지 내몰린 듯 보이던 이화는, 그러나 의원에게 쇳물을 부어 죽음을 되갚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복수는 또다른 도주를 시작하게 만들고, ‘도주’ 연작은 이화가 끊임없이 도망치면서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까닭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이은선은 소설의 인물들을 참혹한 현실에 그대로 노출시키지만, 결코 그들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진 않는다. 끊임없이 현실을 뛰어넘어 살아갈 동력을 추동하게 만들고, 끝내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지나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설령 이미 세상에 없는 존재일지라도 ‘숨’이라는, ‘기포’라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불러내 그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한 지극한 애정, 떠나는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며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고 촛불까지 켜두는 마음(「커피 다비드」)이 이은선이 소설과 삶을 대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의 두번째 분나 마프라트다. 생두에서 원두, 그리고 한 잔의 커피가 당신 곁에 다가서는 그 속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소설들이 삶의 추위에 몽롱하게 얼어 있는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내 잔에 따르고 우리 같이 건배. _‘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말 ★

어떤 분노는 쇳물을 끓게 하고 어떤 슬픔은 귤나무를 심게 한다. 이은선의 두번째 소설집엔 떠났지만 떠나보내지는 못한 이름들이 혼과 숨이 되어 편편마다 내려앉아 있다. 첫번째 소설집에서부터 그 숨방울들을 불러냈던 이은선은 이번엔 더없이 아픈 시선으로 개개의 숨이 겪은 사건들을 펼쳐놓는다. 참으며 토하며 우는 인물들. 고요히 분노하는 문장들.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마음을 만져주는 생명들. 소설의 끝에 다다르면 하나의 귤이 하나의 전구가 되어 나무 가득 매달린 어떤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어두운 하늘로 이송되는 응급 환자를 위해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는 마음, 떠도는 숨들의 미미한 무늬 하나까지도 끝까지 그려내는 소설의 마음이 된다. _최은미(소설가)

구매가격 : 9,100 원

다른 소년

도서정보 : 이신조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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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채로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을 통과한다는 것,
아니 달라져야만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설가 이신조의 네번째 소설집 『다른 소년』이 출간되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문체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사유가 돋보였던 『감각의 시절』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신조는 199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오징어」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로 현실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과 작가적 성실함을 한순간도 늦추지 않은 채 세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리고 등단 20년을 맞아 펴내는 신작 소설집 『다른 소년』을 통해 불운한 현실에 에너지가 소진돼버린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인과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떠한 삶도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나아가볼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작가 특유의 탄탄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일이 있어.”

표제작인 「다른 소년」은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 이신조의 소설세계가 도달한 성취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주인공 열여덟 살 소년은 버스에서 우연히 주운 스물한 살 대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낯선 도시를 헤맨다. 대학생의 이름으로 고시원의 방을 빌리고, 근처를 지나는 또래의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이 대학생으로 보이기를 기대한다. 소년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부터다. 고3 소년은 엄마에게 오랜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받아왔고,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아홉 시간 동안 골프채로 이백 대를 맞고 견디다못해 엄마의 눈을 찔렀다. 그러나 그는 별거중이던 아버지를 붙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 안 버릴 거지”라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며, 난생처음 와본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팔지 않는 중국집”을 보고 “그래도 되는 것”이란 당연한 진실을 깨닫는 소년은, 어쩌면 그가 박탈당한 ‘다른’ 삶으로 나아갈 기회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이 소설은 존속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이면을 냉정한 눈으로 되짚어보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비극적인 현실과 함께 타인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다른’ 삶으로 나아가보려는 인물의 용기 있는 시도를 긴장감 있고 밀도 높게 그린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부대에서 근무한 「야간 정비」의 ‘완’ 역시 ‘다른’ 삶으로 나아가려 한다. 완은 ‘그 새끼’라는 말로 지칭되는 범인에게 맹렬한 적개심을 느끼는데, 이것은 연인이었던 ‘현’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부모마저 큰 빚을 지고 낯선 지역으로 쫓기듯 이주하게 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완을 심야에 터널이나 지하 차도 등을 청소하는 고된 일에 복무시킴으로써,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의 원인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도록 하며 ‘완’이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삶으로 이행하도록 만든다.

아빠의 수감으로 시골의 이모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열세 살 소녀 ‘다민’의 이야기(「살구 줍기」)도 그렇다.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집에서 지내게 된 다민은 엄마의 바람대로 ‘다른’ 환경에 그런대로 적응해나가지만, 아빠의 수감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조롱을 당하고, 때마침 시작된 초경의 두려움까지 더해져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결혼과 가정폭력, 이혼, 이별이 예정된 사랑, 투병 등 삶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이모할머니 ‘수옥’의 세심한 보살핌 아래 다민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다. 세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오직 사람이 사람에게만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온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진과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미리’(「B구역에 내리는 비」), 수술과 이혼, 사직을 겪은 뒤 ‘그림자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는 ‘태은’(「그림자 가이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촌과, 벌판의 외딴 천막집에서 노파를 돌보며 사는 소녀, 암 투병을 하며 격리실에서 지낸 경험 이후 삶의 방향이 달라진 여자(「비와 바람과 숲」), 서울 도심의 레지던스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하루를 보내는 ‘예슬’(「1105호」) 등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도 함께 주목할 만하다. 잘 짜인 단편소설의 본보기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임과 동시에, 쉰여덟 수옥에서 대학 2학년인 예슬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 여성이 겪는 삶의 국면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옥은 “강고한 가부장 사회에서 극소수의 여학생으로 대상화”되거나 “따귀를 맞고 목이 졸”리는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해왔고, 예슬 역시 대학원생 선배 ‘강민’으로부터 지질하고 교활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이러한 여성의 현실은 작가가 노골적으로 그것을 부각시켰다기보다 각계각층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난 뭐든 네가 싫다면 하고 싶지 않아”(「1105호」)라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어쩐지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예슬의 남자친구 ‘지혁’의 말도 귀담아듣게 된다.

이신조는 소설의 인물들을 살인, 지진, 방사능 유출, 이혼, 데이트 폭력, 테러, 암 등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에 자주 처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러한 환경에서 ‘다른’ 삶을 꿈꾸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섬세하고 정밀한 소설의 언어로 보여준다. 삶의 다양한 방면 중에서 하나의 방향으로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삶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옮겨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신조의 소설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원(圓), 지난 이십 년,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감히 원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미처 알지 못한 채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원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그 원들이 어째서 그런 것들이었는지, 어디로 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메아리 같은, 비눗방울 같은, 빵 반죽 같은, 그릇 같은, 살구 같은, 고양이의 동공 같은, 아주 가끔은 만다라 같은, 그런 동그라미들…… 예전 그때처럼, 다시 가을이 왔다. ‘작가의 말’에서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인물이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과정, 곧 어제의 ‘나’로부터 ‘다른 나’로 이행해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삶의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틈, 그 일상으로부터 탈구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익숙한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다른 소년』이 내건 화두다. 그것은 ‘다르다’라는 술어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여 줄곧 반복된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소설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혼, 파산, 살인, 총기 난사 사건, 낙태, 테러, 재난, 병 등을 직면하여 삶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데서, 그 두려운 이행의 시간을 소설의 언어가 함께 견뎌내고 있다는 데서 명백해진다. _이지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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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도서정보 : 정은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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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아홉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수지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자 정은은 이 책으로 첫 소설을 내는 신인 작가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요소를 자연스럽게 심어 놓아 가족의 부재와 장애 등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어둡지 않게 다뤘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청소년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내 독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아끼며 읽게 된다. 표지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속의 '미스 블랙홀' 노래가 담긴 북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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