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도서정보 :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 | 2023-04-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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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와 모험으로 가득찬 이야기꾸러미”
나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일곱 편의 여정
2010년부터 우리 사회의 경향과 징후를 기록하는 매체로서 문학이 지니는 영향력을 믿으며 꾸준히 운영되어온 젊은작가상이 올해로 14회를 맞이했다.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57명의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독자와 신인 작가를 잇는 교두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작가는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이다. 데뷔작 「하긴」으로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미상이 올해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거머쥐었고, 한계 없는 상상력으로 읽는 이에게 경쾌한 즐거움을 선사해온 김멜라가 작년에 이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보여주었다. 두 기수상자에 더하여 다섯 명의 작가가 올해 처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새로운 얼굴들을 널리 소개하는 것이 젊은작가상의 취지이니만큼 이들의 전복적인 시선과 한 발짝 앞서 걷는 이야기들이 더욱 뜻깊다. 일곱 편의 수상작은 그 무엇보다 자신의 힘을 믿고 살아가는 이들의 계보를 그린다. 두려워하기도, 흔들리기도, 무너지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단단하게 감아쥐어보는 인물들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이야기들은, 이제 막 고립의 시기를 벗어난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 실은 너무 두려운 일. 왜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 사람에게 더욱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일까.”_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_김멜라, 「제 꿈 꾸세요」
우리가 아니라 네가 한 거지. 기진이 말했다. 진화는 잠시 말없이 기진을 쳐다봤다. 내가 억울한 빚이 생겼다고 말했을 때 너는 단 한 번도 나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안 했어. 너 어딘가 잘못된 거 아냐?_성혜령, 「버섯 농장」
책도 아름답지만 내 몸도 아름다워. 문장도 아름답지만 내 가슴도 아름다워. 적절하게 찍힌 마침표도 아름답지만 함몰 유두인 내 젖꼭지도 아름다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오히려 감추라는 언니가 이상한 거야. 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하는 거야? 언니의 몸은 언니의 식민지야? 언니는 왜 우리 몸을 강탈의 대상으로만 봐?_이서수, 「젊은 근희의 행진」
요카타, 라고 말하면 마음이 놓였다. 요카타는 다행이다라는 말보다 더 다행 같았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어도 요카타라고 말하면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요카타, 라는 말로 체념하고 요카타, 라는 말로 달래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오늘을,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_정선임, 「요카타」
내게는 하나의 갈림길만 남았다. 한때 엄마가 앞둔 것과 같은 길이었다. 돌아가거나, 혹은 아주 멀리 가거나._함윤이, 「자개장의 용도」
‘먹어야 한다.’ 직관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을까? 상처의 피를 참는 것이 불가능하듯 불가능할 따름. 그러므로 바뀐 처지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는 악몽을 꿀 때 가장 필요한 자세다. 투쟁은 겪어야 할 고문의 종류와 시간을 늘릴 뿐이다. 잠이란 애초에 휴식을 의미한다. 싸워서 무언가 얻어내거나 이겨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죽음이 그렇듯이. _현호정, 「연필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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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해석전문가
도서정보 : 부희령 | 2023-04-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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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윤회의 사슬을 끊으려고 히말라야로 왔대요.”
“뒤집어진 보트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해.”
구도의 길에서 건져 올린 조각들을 모아
다른 빛깔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부희령 작가의 11년 만의 소설집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작가 부희령이 11년 만에 소설집을 묶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어떤 갠 날」로 등단한 저자는 80여 편의 번역서를 내면서 틈틈이 자신 안의 멍울을 끌어올려 풀어내고 있다. 소설집으로는 2012년에 발표한 『꽃』 이후 두번째 작품집으로, 인도와 네팔 등지에 체류하며 명상과 불교를 공부한 작가 부희령이 구도의 길에서 건져 올린 조각들을 모아 ‘이별(떠남)’을 통한 다른 빛깔의 자유를 전한다. 부희령의 자유가 우리가 보아왔던 빛깔과 다른 이유는 “지금 여기와는 많이 다른 세계를 목적지로 설정하고자 한다”(「작가의 말」)는 작가의 숙념 때문이리라. 얽힌 관계(폭력) 뒤 이별(떠남), 그뒤 다시 반복되는 관계(폭력)와 다시 이별. 이 운명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해법은 ‘이별’ 뒤에 남는 것이 절망(고통)이 아닌 ‘자유’라는 자각이다. 『데미안』에서 투쟁으로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아브라삭스로 날아가듯, ‘이별’은 이 세계를 깨고 ‘자유’를 찾아 다른 세계로 날아가는 투쟁이라는 인식이다. 작가는 더 깊게 추락하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권한다. 자유를 위한 추락이기에 마주하는 절망은 고통스럽지 않고 희망적이다. 이번 작품집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절망과 고통이 반드시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발견에 이르는 소설들”(소설가 송기원)인 이유이다. 그것은 “구름을 벗어난 산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맑은 시선”(소설가 송기원) 때문이리라. “부조리한 것, 부당한 것들, 얽히고설킨 사람 사이의 갈등과 넌덜머리나게 하는 모순들을 살아 있는 질감으로”(소설가 이경자) 냉정하게 풀어내는 부희령의 문장은 차가운 얼음에 부딪는 뜨거운 햇살의 쨍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관계의 늪에 가라앉아
움츠리고 서성이고 스스로가 보아도 낯선
이번 작품집에는 관계의 늪에 가라앉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 일부는 이별하지 못하고 그 늪에 갇혀 있고 일부는 이별하여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 「콘도르는 날아가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자 현관문에 방범문을 덧달고 담장 위에 쇠창살을 빙 둘러 박는다. 다른 세계로 나아갈 생각조차 못한 채 이 세계에 더욱 견고한 울타리를 만들고 움츠려 들어앉는다. 소녀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몸부림치는 어머니의 배 위로 두툼한 돈다발이 몇 뭉치 떨어졌다. 몸 위에 돈다발을 얹고 있으니 어머니는 사람이 아니라 개구리나 바퀴벌레처럼 보였다.”(12쪽) 「만주」에서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임돈의 아내 경옥이 붙잡혀 있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조선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만주로 강제이주되던 때이다. 손임돈은 독립자금 전달을 위해 만주로 가던 중 신경역 광장에서 패싸움에 휩쓸려 객사를 한다. 임돈은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기”(127쪽)만 했던 죄책감에 만취해 있었다. 아버지의 유골함을 품에 안은 열한 살 기혁과 경옥이 객차를 탔을 때 “객차 안 승객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흰옷 입은 어린 상주를 바라보았으나, 이경옥은 운명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을 만큼 오만했으므로, 그런 동정심조차 불편했다.”(129쪽) ‘오만’은 절망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상처를 내는 칼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 남은 ‘오만’한 경옥은 스스로 절망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깊은 늪 속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귀가」에서는 과거의 온갖 형상과 얽혀 이 세계와 이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나’가 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는 밖이고, 지금은 밤이고, 집에는 내가 없다”(134쪽)고 하지만 “캄캄한 골목 어둠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면서” “신발이 벗겨질 것 같아 초조해하며” “온 힘을 다해” 달려도 골목은 영영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진다. “귀가”하지 못한 나는 “이따금 옛집에 돌아가는 꿈을 꾼다”.(155쪽) 모두 떠나보낸 집안에는 생기가 없다. “이럴 수가 있나. 집이라는 건, 언제나 굳건하게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아이인 나는 어른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155쪽)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는 ‘무거움’을 덜어내고 이 세계에 붙박여 거듭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교양과 품위를 지키며 사는 네 명의 중년은 주말이면 모여 자신들의 죄악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것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선한 삶이 아니라 ‘무거움’을 덜어내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20대 젊은 여성을 불러놓고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태우는 번제 의식을 진행한다. ‘무거움’을 덜어내고 “그래서 더욱 안락한 현재를 누리고자”(181쪽) 하는 것이다. 번제 의식 후 네 명의 중년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해진” 가슴으로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든다. 그들의 안락한 이 세상이 영원히 존재하려면 그들은 늪 속에 몸을 숨기고 계속해서 다른 세계를 희생시켜야 할 것이다. 「구름해석전문가」의 이경은 선우가 준 노트북을 들고 소설을 쓰기 위해 포카라로 간다. 하지만 노트북의 암호를 몰라 한 글자도 쓰지 못한다. 게다가 노트북을 준 선우는 다시 돌려달라고 계속 카톡을 보낸다. 소설가인 선우는 자유분방을 넘어서 무례하다. 하지만 그런 선우에게 수치심까지 느끼면서도 휩쓸리는 이경의 모습은 스스로도 낯설다. 「완전한 집」의 금희 역시 관계의 늪에 빠져 있다. 포카라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9년 만에 승문에게 메일을 받은 금희. “승문은 10여 년 전 인도와 네팔을 오래 떠돌다가 석 달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금희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았다. 그리고 문서와 현실 속의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떠났다. 미얀마로 가서 단기 출가할 작정이라고 했다.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66쪽) 금희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된 윤의 권유로 포카라에 왔지만 정작 승문의 자취를 좇고 있다.
더 깊게 추락하고 더 높이 기어올라
한계를 마주하면
작품 중 관계의 늪에서 빠져나온 두 명의 인물이 있다. 「구름해석전문가」의 이경과 「완전한 집」의 금희이다. 이경과 금희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해법은 더 높은 꼭대기까지 기어오르거나 더 깊이 추락하여 이 세계와 이별하라는 것이다. 극한의 한계를 경험하고 고통을 뛰어넘으면 다른 세계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름해석전문가」의 이경은 암호를 풀지 못해 “아무 쓸모도” 없는, “그럼에도 두고 가고 싶지 않은”(53쪽) 선우의 노트북을 내려놓고 안나푸르나로 향한다. 더이상 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 노트북을 두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은퇴한 쿠마리들을 만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그들. 그리고 “처음으로 이경은 선우에게 노트북을 돌려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본문 중에서) 「완전한 집」의 금희는 일행의 결정에 휩쓸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합류하게 되고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든”(본문 중에서) 상황을 거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식한다. 나아가 고집한다. 더이상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지를 선택한 것이다. 일행에서 이탈해 혼자 향했던 호수에서 승문이 이야기했던, 멀리서 보았을 때 집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벽이었다는 그 벽을 발견한다. 그 벽은 이제 “완전한 집”이다. 승문의 세상과 다른 자신의 세상을 발견한 것이다. “금희는 바람이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이 자리를 지나갈 때쯤 자신의 업도 흩어지고 사라지기를 소망”한다.(본문 중에서) 「콘도르는 날아가고」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아버지의 부재를 집안에 아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번째 딸인 동생이 ‘가장 나쁜 잘못’이고, 가장 나쁜 잘못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지만 아마도 세번째 자신 또한 ‘잘못’이라 여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녀도 아버지를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본문 중에서) 또한 자신을 성추행한 붉은 벽돌집 남자의 차를 대못으로 긁는 복수를 한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인지 소녀는 늪에서 빠져나와 이 세계와 이별하지 못한다. 소녀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본문 중에서)린다. 그런 소녀를 위로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는 글의 말미에서 독재자의 죽음을 알림으로써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큰일났어. 대통령이 죽었대.”(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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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소화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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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시골집으로는 그만하면 쓰겠지만 그 집의 원주인이 참 훌륭한 부인이더구나.”
일년 가야 귀떨어진 동전 한푼 생산이 없이 곶감 꼬치 빼어먹듯 쏙쏙 빼어먹던 그들이 Y씨의 알선으로 시골로 옮아앉기로 결정하자 마침 얌전한 집이 서울서도 멀지 않은 G역에 났단 말을 듣고는 그날로 집을 보러 갔던 어머니는 입에 침이 마르게 집과 집주인을 함께 추켜세웠다. 물론 탐탁하게 생각지 않으시려니 하고 은근히 걱정하던 그들은 되레 어머니 태도에 적이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서도 웬만한 집은 거들떠보시지도 않는 어머니에게 아무리 시골집이 묘하기로서니 어머니 눈에 찰 리가 만무했던 까닭이다.
“기와집입디까, 어머니.”
“아니 초가라두 기와집보다 훨씬 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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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선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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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오버, 털 자켓, 원피스, 양말, 구두, 양복천, 심지어 자동차니 트럼프 같은 아이들 장난감들을 온 방안에 늘어놓고 이것은 싱싱하니 팔아야겠다는 둥 팔면 얼마는 받을 거라는 둥 얼마만 돈이 되면 얼마는 떼어서 무엇을 하고 또 얼마로는 큰녀석 스케이트를 사주고, 어디 곗돈이 얼마니까 그것은 어떻게 하고 스무날 계는 깨어질 염려가 있으니까 눕혀두는 것이 좋겠고, 이렇게 곰살궂은 셈을 챙기고 있는 아내를 번 듯이 누워서 쳐다보며 훈은 아내도 변했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변했어도 이만저만하게 변한 것이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백팔십도니 어쩌니 하지만, 지금 훈은 그런 용어쯤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송두리째 변했다.’ 이런 말도 입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그러나 그 말에서도 훈은 실감을 못 느끼던 것이다. 벌써 이십 년을 같이 살아오는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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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기
도서정보 : 이무영 | 2023-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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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며칠? 십구일? 십구일이 무슨 요일이던가? 토요일? 아니, 그럼 그럴 것 없이 아주 월요일루 합시다. 월요일 아침으로. 뭐 마찬가지지, 일요일이라 공장두 대개 놀께구. 그래, 그렇게 해요. 응, 응, 그렇지 그래. 그때까진 어떻게 될 꺼요.”
우선 이렇게 전화를 끊고서야 군주는 모들뜨기 숨을 내쉬었다. 이십일일까지란다면 앞으로 닷새는 있다. 그때까지 씌어질 것 같지도 않기는 했지만, 우선 닷새 동안만이라도 숨을 돌리니 살 것 같아서다. 원래 다작을 하는 편은 못 되었지만 이즈음처럼 소설이 안 씌어진 일은 별로 없었던 성싶다. 갈수록 소설이 어려워진다고 후배 되는 사람들한테도 가끔 이야기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런 때는 대개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이제 소설 공부를 시작했거나 쓰기 시작한 젊은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쉽게 소설을 다루려 하는 성실치 않은 작가 태도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고, 또 한가지 의미로서는 삼십 년 가까이나 소설을 써오면서도 이렇게 소설에 대하는 태도가 경건하고 진실하다는, 말하자면 자기 선전일 경우가 많지만, 이 허세 속에 그의 진실한 고백도 섞여 있던 것이다. 정말 요새처럼 소설이 어려워져 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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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나라
도서정보 : 이유 | 2023-04-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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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작가 이유 신작 장편소설
2015년 『소각의 여왕』으로 “감정의 절제를 유머로 치환한 간결한 내러티브”로 “군더더기 없이 짧게 끊어치는 묘사가 날카롭고 유쾌하게 각인”(소설가 은희경)된다는 심사평과 함께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이유의 신작 장편소설 『당신들의 나라』가 출간되었다. 『당신들의 나라』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송환될 때까지 머무르는 ‘외국인보호소’라는 공간, 그곳을 방문하는 화자 ‘나’의 이야기이다. 우연한 기회로 이끌려 간 그곳에서 ‘나’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보호 외국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듣게 된다. 실제로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온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이방인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타자와 소통한다는 일의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그와 더불어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수용자에 대한 처우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보호 외국인의 인권과 인간의 기본 조건인 자유에 대해 문제적으로 질문한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머무는 곳,
그들과 함께 있어줌으로써, 목소리를 들어줌으로써
여기 사람이 있음을 증언하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방문의 시간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주요 인물의 이름을 딴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와 같은 방문자들이 외국인보호소를 찾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그 이름들을 불러주기 위함이다. 보호 외국인들을 만나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보호소로 하여금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촉구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나’가 처음 만나는 인물은 ‘파란’이다. 파란은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갇혀 지낸 장기 수용자로, 고향땅인 나이지리아에서 종교 분쟁으로 부모를 여의고 한국으로 도피해온 인물이다.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하루에 스무 번도 넘게 보호소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데, 알고 보니 그 행동은 그 자신이 인간으로서 “쓸모를, 쓸모에 대한 권리”(32쪽)를 느끼기 위함이다. 그가 처음으로 배운 한국어가 “살려주세요”(51쪽)였다는 점은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지내온 삶이 얼마나 녹록지 않았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나스’ 역시 파란처럼 나이지리아에서 온 인물이다. 한국에 입국한 첫날 체포된 그는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그와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불현듯 중학생 시절 암기를 못하면 따귀를 맞았던 영어 수업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아나스가 한국어 교실을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하지만 아나스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모국어가 다른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어나가면서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나눌 수 있”(49쪽)게 되기까지 노력하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심심한 감동을 전한다.
이처럼 『당신들의 나라』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소통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각각 인상 깊은 인물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낯설기만 했던 외국인보호소 안쪽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듯한 실감을 준다. 한방에 있는 수용자들을 괴롭히며 대장으로 군림하려는 동료 수용자를 제압하기 위해 자신이 살인자라고 거짓말하는 ‘이쌈’ 목사,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한국에 두고 혼자만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야신’의 에피소드 또한 강렬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인 이야기
한편, 소설을 읽어나가다보면 외국인보호소에 방문하는 방문자들은 어떤 사람인가 질문하게 된다. 그들 중에는 수녀도 있고 학생도 있으며 ‘미스터 바크’와 같은 인권센터의 활동가도 있다. “어떤 방문자는 논문을 준비하느라, 어떤 방문자들은 이주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또 어떤 방문자들은 인권센터 활동의 일부”로 “저마다의 이유와 필요에 따라”(21쪽) 방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나’는 “이 먼 곳까지” “왜 하루를 다 바쳐서 굳이 이곳에 오는”(19쪽) 건지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한다. 다른 방문자들과 달리 ‘나’에게는 특별한 목적도 이유도 없다. ‘나’는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나’의 남모를 상처와 아픔은 보호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언뜻언뜻 고백적으로 드러난다.
‘나’는 십오 년 동안 일한 은행에서 영업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권유받았다. 같은 은행원인 남편 대신에 ‘나’가 퇴직을 하고 그렇게 전업주부가 되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부부는 이제라도 아이를 가져보려고 노력해보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소설에서 ‘나’가 남편을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을 통해 암시되듯, 두 사람 사이에는 건너지를 수 없는 소통의 단절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말 못할 과거의 상처 또한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십대 시절에 엄마를 여읜 일이다. ‘나’는 “엄마가 땅에 묻히고 났을 때” “닫힌 방에 갇”혀 “웃음소리로 가득”한 “바깥세상”(38쪽)에 공포를 느꼈다고 회상한다. 어쩌면 ‘나’는 외국인보호소의 보호인들이 겪을 정신적인 고립 상태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나’가 멀고 낯설기만 한 외국인보호소를 끊임없이 방문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과정이 아닐까.
‘나’의 심리적 고립, 단절의 상황과 유사한 궤를 보여주는 인물이 ‘지연’과 ‘나나’이다. 지연은 ‘나’와 같은 은행에서 일했던 동료로, 새로운 꿈을 위해 진작에 일을 그만두고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동양인 여자가 겪을 거라고 생각하는”(91~92쪽) 모든 차별을 다 겪는다. 지연은 비자 문제로 잠시 귀국한 한국에서 우연히 마주친 흑인을 향해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고는 자신 또한 타국의 혐오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부끄러운 진실을 깨닫는다. “아마도 언니, 나는 떠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102쪽)라고 고백하는 지연의 독백은 뼈아프게 들린다. 나아갈 방향을 상실한 듯한 지연의 목소리는, 고국에서든 타국에서든 누구나 이방인이자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슬픔을 자아낸다. 그 슬픔 속에는 누구든 함부로 타인을 구별 짓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요한 성찰도 배어 있을 것이다.
나나의 상황은 지연과는 또 다르게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나나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국적이 모호한 인물로, 아홉 시간의 비행을 통해 국경을 넘어와 어느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 잠시 머문다. 숙소의 아래층 투숙자 여성의 권유로 식당에 일하러 간 나나는 그곳이 불법 영업장인 줄 모른 채 있다가 하필 그날 이루어진 단속으로 경찰에게 연행되어 보호시설에 갇히게 된다. “온통 화난 얼굴들”(108쪽)뿐인,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나나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을 도와줄 통역사를 만난다. 하지만 통역사가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겠다고 했을 때, 뜻밖에 나나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나나가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고국은 어떤 나라일까. 뒤이어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독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얼마나 안전한 나라인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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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바위
도서정보 : 주형후 | 2023-04-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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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실수하기 좋은 것들…
사람은 누구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지만, 그 궁극적인 목표는 무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싸움도 하며 경쟁을 해도 가슴속에는 항상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그런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실수하기 좋은 것들을 모아 책을 꾸며 봤다. 비록 짧은 토막글의 모음이지만 난 그 속에 한가지라도 도움이 될만한 사연을 만들어 썼다. 또,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글도 있는데 그것은 독자들의 상상으로 마무리 짓기를 바라서이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는 다 같이 벌거벗었다. 누가 금수저고 누가 흙수저고 간에 똑같다. 하지만 자라며 자기가 처한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평생이 좌우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것 중의 하나가 목숨이다. 이 목숨이 다하면 한 세대는 끝이 난다. 하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그 목숨을 어떻게 이어나가 천수를 다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바람이 태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풍, 중풍, 약풍, 미풍 외에도 수많은 세기의 바람이 있듯 인간도 수많은 부류가 있다. 그 부류를 뛰어넘는 것이야말로 흙수저를 탈피하는 것이다.
사람은 운명처럼 하던 대로 정해진 길만 걷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노력뿐이고, 그리하면 그 결과는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적이다. 불신과 배신이 쌓이면 적이 된다. 특히 금력, 권력, 학력을 앞세운다면 적은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나의 적은 언제 어디서든 나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 모두에게 현명한 처세를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사람은 살며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그 실수를 적게 하는 자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한목숨 살아가는 동안은 어떤 과정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 되는대로 살다 가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살 자격이 없는 것이고 그런 성공적인 모험 뒤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르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그런 위험과 주위 환경을 기가 막히게 유용한다. 지적인 배움은 삶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머릿속의 지식으로 상황을 바꾸는 일은 무척 어렵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만을 찾으면 앞날의 변화는 생길 수 없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은 누구나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은 실천하다가 실수를 한다.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버텨 왔으니 더는 물러설 길도, 도로 뒤돌아 갈 길도 없이 직진만 해야 하는 길이 인생길이지만 비록 늦었다 싶어도 내 운명과는 나만이 맞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지은이 주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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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진주
도서정보 : 고성범 | 2023-04-0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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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색 진주’는 한??·??중??·??일을 무대로 전개되는 대하소설이다. 젊은 남녀 주인공 캐시와 코코는 점증하는 핵 위협으로부터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그 방법으로 동아시아 연합 즉, EAU의 창립이 제안된다. 한??·??중??·??일 삼국의 주요 인사들과 비밀 조직 K13이 이들을 이면에서 돕는다. 이 책은 시즌 1 ‘로맨스 편’으로 두 주인공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다.
구매가격 : 8,400 원
실화
도서정보 : 이상 | 2023-04-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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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실화>의 뜻은 ‘꽃을 잃다’란 의미이다. 주인공인 나는 서울에서 ‘연’이라는 여성을 사랑했으나, 연은 Y와 S 사이를 오가며 나를 우롱하는 듯하다. 나는 ‘연’을 ‘야옹’에 능한, 곧 속임수를 잘 쓰는 부정한 여자로 생각한다. 나는 연을 떠나 ‘동경’으로 온다. 나의 몸 상태는 거의 죽음을 앞둔 지경으로, 나는 서울과 동경, ‘연’과 동경의 ‘C’,
친구 ‘김유정’ ‘Y군’등 흐르는 의식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떠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말미에 ‘연’은 서울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보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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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근해
도서정보 : 이효석 | 2023-04-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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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향해 가는 배 안에는 각양각색, 여러 계급의 사람들이 실려 있다.
음식과 술이 넘치는 갑판 위 살롱의 일등 선객들은 주권과 미두 이야기로 여념이 없다. 반면 갑판에서 몇 길이나 아래에 있는 암흑의 기관실은 지옥의 세계이다. 화부들의 고역은 처참하다. 기관실 석탄고 속에 숨어 있는 청년, 삼등 선실에 실려 돈 벌러 가는 사람, 돈벌이 좋은 항구를 찾아가는 여인 등 북국에 대한 꿈과 동경에 차 있는 사람들로 배 안은 가득하다. 배는 어둠 속을 가르며 항해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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