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천왕기 2
도서정보 : 이우혁 | 2015-05-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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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족을 지나족 안에 쓸어 담으려는 공손헌원과
각 부족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치우천의 첫 대결!
- 저는 뜻이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하늘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갈래갈래 나뉘어 아웅다웅 싸우는 것이 안쓰럽다면, 사람들끼리 싸우지 않고 살 수 있게만 하면 됩니다. 구태여 다른 부족을 정복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정복한 부족은 좋겠지만, 정복당한 부족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해질지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 부족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헌원님의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모든 부족을 지나족으로 합치는 것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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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1
도서정보 : 정형수, 정지연, 김호경 | 2015-05-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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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미리 자강하여 혼란을 경계해야 한다!
백척간두의 조선을 이끈 하늘이 내린 명재상,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후 피눈물로 쓴 전란사
광복 70주년 KBS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조선 최대의 환란, 임진왜란! 그 당시 영의정 겸 도체찰사(전시의 최고 군직)를 지낸 서애 류성룡이 7년 동안의 왜란을 돌아보며 참회와 경계의 뜻으로 쓴 글을 소재로 한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연출 김상휘, 김영조, 극본 정형수, 정지연)이 3부작 소설로 출간된다. 소설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태평성대 시절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 국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조선 통신사 내부까지 분열하게 한 동서 붕당의 대립, 임금이 수도를 버리고 도망가는 파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지배층을 향한 백성들의 배신감과 적대감, 조선군의 무능함, 그리고 난국을 타개할 대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등!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소설 《명량》 등 다양한 영상 소설로 이름을 알린 김호경 작가가 소설 《징비록》에 2014년 최고의 흥행작 영화 [명량]이 미처 다루지 못한 임진왜란의 또 다른 역사를 노련한 필력으로 무게감 있게 담아낸다. 소설 《징비록》은 조선군과 왜군이 격전을 벌이는 전투 장면을 그린 뜨거운 묘사와 전쟁을 총지휘하는 류성룡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전략을 다룬 차가운 서술을 입체적으로 엮어 독자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당장 파천 준비를 하라! VS 지금부터 우리가 지킬 구역은 조선의 바다, 하나뿐이다!
3부작의 첫 시작인 소설 《징비록》 1권은 조선의 제14대 왕 선조가 ‘종계변무’를 이뤄낸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계변무란 명나라가 태조의 조선 건국을 역모라고 기록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렇듯 선조가 명나라의 시선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은 오히려 방계 출신이라는 그의 태생적인 콤플렉스를 강조해 드러낸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 조정 대신들은 나랏일 하나하나에 대립하고, 이런 갈등은 150년 만에 파견한 조선 통신사가 왜변의 기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책으로 이어진다. 대신들이 조정에서 입방아만 찧는 사이 조선을 넘어 명으로 ‘뛰어들어’ 가려는 야욕에 찬 풍신수길은 결국 조선을 침략해오고 만다. 조선 왕조 사상 가장 초라한 세자 즉위식, 개성과 평양으로 이어지는 선조의 파천, 분노에 휩싸여 궁을 불태우는 백성, 20일 만에 도성을 왜군에 뺏길 정도로 무력한 조선군 등 《징비록》 1권은 임진왜란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초기 전개 과정을 냉혹할 정도로 가감 없이 그려낸다. 또한 1권 말미에서는 조선의 바다를 지키겠다고 결의하는 이순신, 비격진천뢰를 만드는 데 전념을 다하는 이장손, 첫 승리를 올리지만 비극적으로 죽게 된 신각이 등장해 조선이 연이은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반격하리라는 것을 예고한다.
500년 전 조선, 2015년 대한민국 권력층의 밑바닥을 들추다!
“호성공신은 임란 때 임금을 모신 공신들 아니더냐? 나는 공신이 아니라 죄인이다. 그리 많은 백성들이 도륙되었는데, 호성공신이라니! 게다가 화상을 그려 후대에 자랑스럽게 남기겠다? 군자를 운운하는 자들이 부끄러움도 모른단 말인가……. 지금 조정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자들……. 모두가 죄인이야. 그건 주상도 예외가 아닐세. 주상께 전하시게. 류성룡은 이미 죽었으니, 다시는 찾지 마시라.”
‘역사’는 과거의 ‘정치’이고, ‘정치’는 현재의 ‘역사’다! 소설 《징비록》에서 왕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권력은 취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조선 시대를 넘어 사회 지도층의 횡령과 탈세, 그리고 금품 수수로 연일 시끄러운 2015년 대한민국 권력층의 밑바닥을 들춘다. 백성만 사지로 몰아넣은 채 도망가는 왕,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느라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대신들, 지배층한테 배신당한 채 자구책을 찾아 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백성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임진왜란이라는 환란의 중심에서 류성룡, 선조, 광해군, 이순신 등 여러 인물이 보여주는 리더십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소설 《징비록》은 2015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더 깊이 다가갈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소설 《징비록》은 무능력과 무책임에 젖은 대한민국의 권력층을 흔들어 깨우는 죽비 소리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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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격 : 10,240 원
역사소설 조선 책사 한명회 손안에 세상을 담다
도서정보 : 컬툰스토리 | 2015-05-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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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관직에 나와 세상을 품었던 한 사내 냉철하고 비정하게 원하는 바를 쟁취했던 한명회의 이야기입니다. 야망에 빠져 권력에 취해 살다 간 한명회의 굴곡진 인생사에 대한 역사소설입니다.다음과 같이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세상을 흔든 칠삭둥이의 탄생 2)대의를 품고 수그린 꾀주머니 3)와신상담. 수치와 멸시의 나날들 4)한 사람의 인생과 한 국가를 뒤흔든 만남 5)세상으로의 큰 걸음이 시작된 운명의 그날 6)피로 물든 권력의 길 7)아슬아슬한 정치의 달인 8)넘쳐흐르는 권력의 달콤함 9)압구정에서 무너진 권력 10)세상을 떠나보낸 이의 마지막 외침 등에 얽힌 재미있고 유익한 스토리입니다
구매가격 : 5,000 원
늪을 건너는 법
도서정보 : 구효서 | 2015-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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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
― 23년 만에 다시 읽는다,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1991년 『문예중앙』 봄호에 발표되고 그해 6월 단행본으로 선보인,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이 23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고 3년이 지난 1990년,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 『늪을 건너는 법』을 썼다. “등단 3년, 직장생활 3년, 결혼 3년째였고 아이가 세 살이었”던 “모든 게 세 살인 시절”, 작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이 소설을” 쓰고 직장으로 출근했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도 ‘새벽’에 해당하는 첫 장편을 탈고한 후, 작가는 다니던 직장(문학사상사)을 그만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작가는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회의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으며 기존 소설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으로 기법 또한 ‘과거를 훑어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경향신문 1991년 5월 21일자)고 집필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당시 신예작가 구효서의 작품들은 80년대 해체시에 대응하는 해체소설로 읽히기도 했다. 또 그는 전통적 소설 문법을 거부하는,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추리소설적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단숨에 읽히는 작품을 쓴다는 점에서 평단과 독자의 인정을 동시에 받아왔다. “설화적인 것과 소설적인 것의 절묘한 결합에서 오는 긴장감의 지속성이 독자를 이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평처럼 말이다.
당신의 피와 이름과 과거와 성장과 의지와 사랑 모두가 조작되었다
『늪을 건너는 법』은 이탈리아 월드컵이 한창이던 1990년 여름, 사십대 중반의 주인공 전봉구가 겪은 기이한 경험을 그 자신이 회고하고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제시대 자본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해온 전봉구는 현재 사원 천여 명 규모의 기업체 부사장이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일생을 지배해온 남부러울 것 없는 평온한 일상은 그해 여름 발신인 불명의 팩스 두 통이 배달되면서부터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 중에 죽은 맏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14쪽)라는 내용이 전부인 첫번째 팩스, 그리고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되 훨씬 내용이 길고 구체적인 두번째 팩스가 주인공에게 배달된 것이다. 팩스는 이렇게 전한다. 당신(전봉구)이 알지 못하는 맏누이가 있는데, 그 맏누이는 열세 살 때 아버지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고 충동적으로 자살한다. 그런데 이 자살이 당신의 존재(출생)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당신은 지금까지 친어머니로 알아온 고씨 부인의 소생이 아니라고, 당신의 친어머니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장인 형과 부사장인 자신을 이간질시키려는 노조 간부들의 장난질인가, 하는 게 이 팩스에 대한 주인공의 반사적 대응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자신답지 못하게 그 팩스 내용을 떨치지 못한 그는 차츰 불면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을 회복시키고자, 자신 출생의 비밀을, 가족의 진실을, 어머니의 실체를 제 손으로 밝혀내기 위해, “얼마간 당신의 현재 삶과, 그 삶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당신의 입장과 처지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자신과 세상을 되돌아”(15쪽)보라는 팩스의 요구대로 본적지 강화도로 떠난다.
주인공은 강화도를 세 번 방문하는데, 이 세 번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모의 귀환’이라는 문제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주인공은 기사처럼 모험길에 나서고, 다양한 조력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해 모험을 떠난 주인공을 돕는다. 리리코의 미즈 정, 통대, 뽀로수 할머이, 이씨 집성촌의 이성희, 향토사학자 김송배, 오호자의 조카 오씨, 초지진 관리인 이씨, 무당 최무수 등등. 그러나 이 조력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조력자 역할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덤불 숲」(살인사건에 대한 4인의 서로 다른 시선과 입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이 되어갔다, 부끄러웠고 또 두려웠다
첫번째 강화도행에서 주인공은 일제시대 악덕 자본가이자 호색한(주인공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이었던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되고, 두번째 방문에서는 어머니의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하게 된다. 아버지의 회사 동화고무의 생산직공이었던 이포전이 전봉구의 어머니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세번째로 찾은 강화도에서 주인공은 이포전이 사주 전만호의 추행에 의해 임신했다는 재판 기록을 읽고,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인공은 어머니의 실체를 확인하자마자 또다른, 더 강력한 과업을 부여받게 된다. 어머니가 속해 있던 ‘나림’이라는 집단의 미스터리한 성격이 주인공을 더 깊은 “혼돈과 미망의 늪”으로 빠뜨린 것이다. 소설 중반 무렵 플롯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나’라는 존재의 일차적 뿌리(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한 후 전봉구는 보다 근본적인 뿌리(어머니의 배경)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녹두’ ‘백절교’로도 불리는 이 ‘나림’은 삼별초의 후예라는 견해, 무신정권에 반대한 노비의 후예라는 견해, 유배된 왕족의 후예라는 견해, 역사의 희생양이라는 견해 등 갖가지 다른 설명이 더해지는 집단인 까닭에 주인공은 점점 그 실체로부터 멀어져만 간다. 그러다 주인공은 이 여름 강화도행을 감행하기 전 자신과 기이하고도 제의적인 정사를 가졌던 ‘리리코의 미즈 정’ 부고기사를 읽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온다. 그간 미즈 정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이름이 어머니의 이름과 같은 ‘포전’임이 부고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포전은 백절교의 직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여름의 혼륜이 시작될 때 ‘관계’ 맺기 시작한 그녀가,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가, 현재 백절교의 일원인 그녀가 죽자 주인공은 그간의 여정을 접고 도망치듯 귀경길에 오른다.
주인공은 서울로 돌아와 경기도 광주 인근의 정포전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괴이하고 섬뜩한 추도 행사를 견디지 못하고 한번 더 도망치듯 서울로 빠져나온다. 1990년 여름의 깊은 혼돈에서 주인공은 결국 도망치는 방식 외에 다른 해법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주인공은 그래서 이 혼륜의 여름을 기억으로라도 남기고자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은 글쓰기에 대해 자의식적인 언급을 수차례 반복하고, 현실 재현이나 진리 추구에 대해 반성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메타픽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 그것들을 꼭 붙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나를 숨길 숲이었으므로. 길이 들어 자유스러워진 일상을 그 숲 밖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그것들에 내 몸뚱어리를 붙들어매는 데 필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 이 기록은 숲이 울창하도록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찾는 일에 난 왜 철저하지 못했을까. 어머니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를 드러내는 일에도 소홀했다. 돌이켜보면 섬사람들에게서 나림과 동화고무에 관한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그들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착각에 빠져들었었다. 나의 옷이 대답의 대가로 그들에게 지불되는 화폐이기라도 하듯. 어머니에 관한 힌트 한 가지를 얻을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착각에 몸을 움츠렸다. 알몸으로 샅샅이 벗겨지기 전에 섬을 탈출할 각오를 미리 다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벗겨나간 옷들을 필사적으로 다시 주워입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옷 속에서 아내의 남편, 자식들의 아버지, 건실한 중소기업의 부사장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닐까. 누에가 고치를 짓듯 옷의 내벽에다 끊임없이 각질의 성을 쌓으며.
그 여름을 기록하려는 이유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난 더 오래 참을 수가 없어서 백지 앞으로 달려들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존재할 권리를 갖듯이, 내 글도 일단 기록을 시작하고 나면 나름의 존재 이유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204~205쪽)
부적을 그리듯 써내려간 지난여름의 혼륜, 허무 그리고 늪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늪을 건너는 법』에서 ‘문명과 야생’의 관계를 닮은 여러 이분 구조를 읽어낸다. 주인공에겐 가해자 아버지(전만호)와 피해자 어머니(이포전)가 양립하는 이분 구조이고, 삶과 죽음, 국가와 녹도, 서울과 강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항들은 표면상으로만 맞설 뿐, 한 단계 아래 층위에서는 서로가 공생하고 공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유한한 인간이 그 한 단계 아래 층위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 실체가 허무에 가까워진다는 데 있다. 소설 후반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205쪽)는 주인공의 다짐과 깨달음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진실과 실체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입은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건 아닐까, 이러다 알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주인공은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의 회복이라는 애초 목표를 포기하고 섬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자명하고도 허무한 실체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게 주인공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주인공을 따라 먼길을 우회하자 이 소설 속에 산재한 갈등들이 끝끝내 실체나 진실 파악의 형태로 해소되지 않은, 해소될 수 없는 까닭이 저절로 드러난 셈이다. 류보선은 “이방인은 문제를 가져오고, 질문을 한다”라는 데리다의 말을 빌려 『늪을 건너는 법』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해설을 마무리짓는다. “바야흐로 이제 우리가 늪을 건널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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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겨진 것들
도서정보 : 염승숙 | 2015-05-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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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줘라.
그것이 무엇이든,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저마다의 이명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지극히 외로운 이들을 향해 귀기울이는 시간…
지금 여기, 를 환상의 거기, 로 옮겨 더욱 생생하게 빚어내는 작가
염승숙의 세번째 소설집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면서, 주목받는 신인에서 기대되는 젊은 작가로, 색이 분명한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염승숙 작가의 신작 소설집 『그리고 남겨진 것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3년 장편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현대문학)를 펴낸 후 1년, 소설집으로는 2011년 『노웨어맨』(문학과지성사)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소설집이다. 이상문학상 후보에 오른 「습(濕)」을 포함하여, 2012년 봄부터 2014년 가을까지 발표한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적지 않은 편수의 작품이 단단하게 엮여 있는 이번 소설집에서, 독자들은 성실하고 믿음직한 젊은 작가의 세계를 향한 지긋한 시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등단한 지 햇수로 10년, 스물네 살이던 2005년에 「뱀꼬리왕쥐」로 『현대문학』에 등장했을 때, 염승숙 작가가 펼쳐 보인 거침없는 환상성은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의 상상력에는 경계도 한계도 없고, 화려한 수식 없이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는 그가 빚어낸 환상의 공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번 소설집에도 이러한 특색은 그대로 이어진다. 가령 이런 식이다.
첫번째 작품 「습(濕)」의 주인공인 진구오는 온라인 장례업체 직원이다. 집에는 등에 소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한 아버지가 있고, 회사에는 스튜어디스를 꿈꾸다 암으로 죽어버린 첫 의뢰인이 온라인상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 지워야 하는 일이 있다. 그는 평생 이발사로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과 꿈만 꾸다 쓸쓸하게 죽어간 그녀의 삶 한가운데에서 "습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이어지는 두번째 작품은 표제작 「그리고 남겨진 것들」이다. 외롭게 홀로 죽음을 맞이한 한 사내가 벽돌이 된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반복되는 업무와 그 조차도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주인공은 우울증과 비만으로 결국 아내와도 헤어지고 외톨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후 아내와의 추억이 있는 거리의 담벼락을 이루는 하나의 벽돌로 눈을 뜬 주인공은, 외로운 이들은 벽돌이 되어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점점 벽돌로서의 삶에 익숙해져간다.
이외에도, 청력을 상실해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 상실 정도에 따라 구역을 나누어 살게 된 사회에서 특별한 ´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눈물이 서 있다」, 페스트와도 같이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AI로 인해 인공 비를 뿌려 방역을 하는 사회에서, 어느 날 자신이 감염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주인공의 하루를 그린 「호우」, 원래는 검은 얼굴이었으나 그 얼굴을 잃어버린 양이 느닷없이 집으로 찾아온 이야기 「양의 얼굴」 등에서 염승숙 작가 특유의 놀라운 환상성은 빛을 발한다.
염승숙 작가의 작품이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야기들 속으로 가만가만 따라 들어가다보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의 모습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구조 속에서 소외된 한 개인의 이야기는 염승숙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였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서 독특한 상상력 저 뒤편에 ´잊히다´ ´외톨이가 되다´ ´잃어버리다´ 등으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식사를 하러 호주로 떠난 아빠가 돌아오지 않아 홀로 남겨진 아들이 아빠의 식당을 지키는 「노래하는 밤 아무도」, 숭례문이 불타던 날 멀지 않은 곳에서 택시를 몰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남매의 담담한 대화가 인상적인 「나라의 오후」, 모두가 불면에 시달리는 시대에 ´잠´을 사기 위해 인사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완전한 불면」은 좀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책의 뒷부분에 실린 두 편은 화자가 소설가라는 점에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품으로 읽힌다.
「시절의 폭」에 등장하는 화자는 몇 년간 소설을 쓰지 못한 채 무언증에 빠져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버지를 잃은 사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다. 사촌의 아버지이자 화자의 작은아버지는 제주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분으로, 자신이 가까스로 살려낸 범고래를 바다로 방류하던 날 그 자리에서 백상아리의 먹이가 되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를 자신의 사정으로 미국으로 모시고 간 사촌은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가 "세계와 자연이라는 그야말로 무한에 가까운 미궁 속"을 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작가는 "불가사의한 섭리의 예기치 않은 작동 앞에 한없이 무력해진 개인들의 망연자실 또는 판단중지"(조형래)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누가 알 수 있었겠어, 형. 그런 식으로 끝나버릴지, 누가 알았겠어?"라는 사촌의 말에서 전해지는 세계의 불가해 앞에, 소설가인 화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수행한다. 이것은 소설집 제일 처음에 자리한 작품 「습(濕)」에서 "잊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라고 말하던 아버지가 "잘 들어줘라 (……) 그것이 무엇이든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던 당부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어쩌면 작가는 비록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소한 사람들일지라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쓴다. 그것이 소설이다.
자전소설로 발표한 「청색시대」가 말하고 있는 바가 이것이 아닐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음이 무거워져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화자는 "어찌해, 와 같은 말들을 중얼거렸고, 그러다보면, 세상은 개인이 좀처럼 어찌하거나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불가해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다"고 고백한다. 노력의 결과를 증명하는 자리로서의 각종 대회나 대전 따위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기억 속에 품고 살지만, "대학 입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스무 살 이후부터", 화자는 "정당하고도 건강한 싸움을 바라는 건 순진무구한 짓이야, 라고 자조할 수밖에 없는 세대로 살았다". "예를 갖추지 않는 이 세계, 이 시대, 이 도시"에 내던져진 화자에게 아버지의 죽음 역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차 인정하게 된다. 인생이란 "잘 모르고, 또 모르겠는 것. 이것 아니면 그것, 여기 아니면 저기가 아니라, 양날의 검처럼 단 두 면이 아니라, 내가 차마 알지 못하고 정답을 말할 수 없는, 숨겨지고 감춰진 여분의 선택지"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소설을 썼다. "썼지만, 여전히 뭣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쓴 조형래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깊은 어둠의 무한이든 지극히 미소한 존재로서의 ´나´든, 오로지 있다는 사실에 있어서만큼은 엄연히 동등하"므로, "그렇게 각각의 소설을 유일무이한 개별적 ´사실´로서 세계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며, ´나´의 소설을 쓰는 행위 역시 그렇게 변경 불가능한 사실로 확정된" 것이다.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았다는 점에 이번 소설집이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 그런 의미로, 첫 소설집부터 지금의 세번째 소설집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책에 실린 ´작가의 말´을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매번 ´작가의 말´을 통해 염승숙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걸어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소설집 『채플린, 채플린』에서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고, 일 초 전에 숨쉬던 나는 일 초 후에 어디고 가는지 묻고 싶었다. 말하고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의심스러웠고, 나를 살게 하는 이 역시 정말 나란 주체가 맞는지 의아스러웠다. ´숨´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내가 분명 여기 이렇게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는지 나는 두려웠다.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를 갖고 싶어했던 건 결국 그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소설을 쓰게 된 이유인 ´왜´를 밝혔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소설집 『노웨어맨』에서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채로 가만 보고, 듣고, 걸으며 썼다. 매일 그리울지라도, 매 순간 아무것도 아닐지라도"라는 말로 그저 보고, 듣고, 걸으며 쓴다는 ´어떻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어떻게 이토록 무력할까, 그리운 것은 어째서 모두 멀리 있을까, 고민하는 때엔 여지없이 고독했고, 그럴 때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소중한 것에 대해, 아름답다 여기는 것에 대해, 그리하여 끝내 마음 아파지는 것에 대해, 쓰게 되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를 드러낸다. ´나´를 알고 싶었던 작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보고 듣고 걸으며,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소중한 것에 대해, 아름답다 여기는 것에 대해, 그리하여 끝내 마음 아파지는 것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소설집은 염승숙 작가의 소설 세계가 한 단계 도약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작가가 있는 그대로 전하는 이야기이자 우리가 들어주어야 할 이야기, 동시에 작가가 잊지 않으려는 이야기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잊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먼 데 시선을 두며 아버지도 쓸쓸히, 언젠가 그렇게 말했다. 이발소가 추억의 장소라니 웃기지도 않네, 라며 진구오가 그답지 않게 화를 냈을 때 아버지는 예의 그 검은 얼굴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수건을 쓰고, 빨고, 말리고, 접어 개는 일을 평생 동안 해온 아버지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깨를 옴츠리고는, 바싹 마른 수건의 네 귀퉁이를 착착 모아 접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그렇게 잊고 잊히는 것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이치인 거라는 투의, 어른답게 타이르는 훈계나 잠언 따위를 기대했는데 아버지는 생각지도 않게, 나는 잊히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라고 말하며 허리를 푹 숙였다. 투정을 부리듯 조금은 분하고 억울하다는 뉘앙스로, 나는 잊히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하고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 아버지는 곧 허, 하고 웃으며 고개를 번득 들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아버지의 납작한 뒤통수와 희고 얄브스름한 머리칼 따위를 진구오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물기 묻은 손을 들어 바짝 마른 수건의 표면을 매만질 때마다 잊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생생히 맴돌았으므로, 그래서 그는 ´잊히다´라는 것에 대해 자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_「습(濕)」에서(45쪽)
어디로든 또, 가게 되겠지.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죽어 벽돌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렇군요.
비밀을 하나 말해줄까?
오른편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운을 떼었다.
비밀?
죽기 전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왼편이 급히 끼어들었다.
뭐라고 하다니요?
떠올려봐, 분명 뭔가 말했을 텐데.
위편마저도 짐짓 놀리는 투였다.
뭐지?
골똘히 생각했지만 좀처럼 기억나지 않아서 나는 모르겠는데요, 하고 말했다.
외톨이가 되었군.
오른편이 말했다.
그렇게 말했지?
네?
외톨이가 되었군, 하고 말이야.
나는 아, 하고 짧게 탄식했다. 발뒤축이 밟혀 신발이 제꺽 벗겨진 사람처럼 당황스러웠다.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확실하진 않지만,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한 이들만이 벽돌이 된다고 들었네.
어딘지 모르게 한층 너그러워진 말씨로 위편이 말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기분이었다. 어때, 어때, 우습지, 하고 추임을 넣은 건 오른편이었다. 요즘엔 우울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할 정도지, 로테이션이 빠르단 건 그 얘기였어, 왼편이 말했다.
_「그리고 남겨진 것들」에서(65~66쪽)
인간도 결국에는 누군가의 먹이가 된다. 타인의 배를 불리는 먹잇감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그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최선을 다해 제 키를 키우고 몸집을 불려 먼바다로 나아가는 범고래와도 같이, 방류된다. 하지만 방류된 모든 범고래에게 거센 물살을 가르고 대양으로 헤엄쳐가는 시간이 허락되는 건 아니야. 그런 걸까. 세계란 결국, 그런 것일까. 마셔라. 너 한 잔, 또 나 한 잔 마신다, 라는 투로 우리는 소주병을 비웠다. 명이 어깨를 옴츠리고, 취기에 어, 너 참, 너 참, 중얼거리며 비틀대는 횟수가 더해질 때마다 그러나 서글프도록 나는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었다. 인간이 범고래 한 마리를 지킬 수 없어서 인생이 야속한 게 아니라, 자식이 제 부모 하나를 지키지 못해서, 그게 서러워서 명은 무서웠을 거라고. 배를 타지 않으면서 작은아버지는 눈에 띄게 키가 줄고, 어깨가 좁아지고, 말수가 적어졌다.
_「시절의 폭」에서(270쪽~271쪽)
● 작가의 말
어느덧 세번째 소설집을 묶는다. 돌아보니 시간이 참 덧없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인생은 이만큼 와 있다. 이 소설들은 꽤 오래도록, 긴 밤, 고독한 때에 쓰였다. 어떻게 이토록 무력할까, 그리운 것은 어째서 모두 멀리 있을까, 고민하는 때엔 여지없이 고독했고, 그럴 때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 소중한 것에 대해, 아름답다 여기는 것에 대해, 그리하여 끝내 마음 아파지는 것에 대해, 쓰게 되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서.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고백하자면 매일 들으며, 위로 받으며 썼다. 비틀스와 트래비스, 콜드플레이와 서태지는 늘 듣는 것이고, 듀크 조단 트리오나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시디를 걸어놓는 때도 많았다. 「노래하는 밤 아무도」는 도어스를, 「눈물이 서 있다」는 김일두를, 「시절의 폭」은 산울림을, 「청색시대」는 제이크 버그를, 표제작인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당연히, 넬을 들으며 쓴 소설이다.
언제고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눈감고 싶은 것이 유독 많은 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부디 자주, 살피길. 잘 들어주길. 침묵하거나 망각하지 않길. 타인의 안부를 묻는 데 주저하지 말길. 지금, 서로, 어디냐고 물어봐주길.
그리고,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를, 잊지 않고 싶다.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지라도.
2014년 가을
염승숙
구매가격 : 9,100 원
한국문학전집 132 박씨전
도서정보 : 작자 미상 | 2015-05-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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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의 소설로서 일명 박씨부인전 이라고 한다.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며 인조때 있었던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 아내 박씨라는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 문학이다. 이 박씨전 은 여러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 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남주인공 이시백을 비롯하여 인조 대왕 임경업 호장 용골대 등 역사적 실재 인물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특이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남존 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드문 것이어서 오늘날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신선의 딸인 박씨와 시비 계화 만리를 훤히 본다는 호왕후 마씨와 여자객 기홍대 등이 이 작품에서는 가히 여인 천하라 할 만큼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 이처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주는 박씨전 이 필사본으로 전승되면서 독자층에 깊이 파고 들어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 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은 이 작품의 탁월성과 함께 그 애독자의 대부분이 부녀층이었다는 점이다.
구매가격 : 500 원
한국문학전집 131 이생규장전
도서정보 : 김시습 | 2015-05-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고려 때 개성에 살던 이생(李生)이라는 열 여덟 살의 수재(秀才)가 서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선죽리(善竹里)에 사는 대귀족의 딸인 최처녀를 보게 되었다. 최처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설렌 이생은 시를 적은 종이를 최처녀가 사는 집 담 안에 던졌고 최처녀 또한 이에 화답을 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이생은 최처녀의 집을 찾아 백년가약을 맺기로 약속을 했다. 며칠간 최처녀와 시간을 보낸 이생은 그 이후에도 매일같이 최처녀의 집을 드나들었지만 아버지가 이를 알고 크게 꾸짖으며 다른 곳으로 쫓아버렸다. 최처녀를 이생이 개성을 떠난 지 여러 달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해 몸져 누웠고 최처녀의 부모는 딸이 이생과 주고받은 시를 보고서야 병의 원인을 짐작했다. 최처녀의 부모는 이생의 집에 중매를 보내 자식들을 맺어주자고 청하고 이생의 부모도 이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혼례를 치렀다. 이생은 높은 벼슬에 올라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신축년(辛丑年)에 홍건적의 난으로 양가 가족이 모두 흩어지고 그 와중에 최처녀도 정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도적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난리가 끝난 후 집에 돌아온 이생이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 그녀와 함께 죽은 부모의 유해를 수습하고 전과 같이 금슬좋게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최처녀는 더 이상 이승에 머무를 수 없다고 말한 뒤 슬퍼하는 이생을 남겨두고 종적을 감추었다. 이생 또한 아내를 장사지낸 뒤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이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절개를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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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 130 만복사저포기
도서정보 : 김시습 | 2015-05-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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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한 채 만복사 동쪽에 홀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달밤 그는 문밖의 배나무 아래를 거닐며 외로운 자신의 심정을 시로써 읊고 있었다. 그 때 공중에서“그대가 진정 배필을 얻고자 한다면 무엇이 어려우랴.”하는 말이 들려왔다. 다음날 그는 소매 속에 저포를 간직한 채 불전에 나아가 축원하되 오늘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하여 만일 내가 지면 법연을 베풀어 치성을 드리옵기로 하고 부처님이 지시면 나에게 아름다운 배필을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다. 축원이 끝난 뒤 그는 혼자서 저폭을 던졌다. 그가 이겼다. 그는 다시 불전에 꿇어 앉아“일이 이미 이렇게 결정되었으니 저를 속이지 마옵소서” 하고 궤 아래에 숨어서 동정을 엿보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15∼6세의 아릿다운 처녀가 불전으로 오더니 부처님께 자신의 불행을 하소연하고 축원문을 불탁 위에 놓고는 흐느껴 울었다. 그 처녀의 축원문의 내용은 왜구의 침입으로 부모 친척과 노복을 잃고 벽지에서 고독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과 배필을 하나 얻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양생은 춘정을 이기지 못하여 곧바로 뛰어나가 그녀를 대하였다. 그녀도 흔쾌히 그를 맞이해 주었다. 이렇게 하여 부부의 정을 맺은 양생의 사랑과 부모간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는 것이 만복사저포기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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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147 계집하인
도서정보 : 나도향 | 2015-05-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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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 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자리가 가무스름 한데 푸른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체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하고 피곤한 듯이 약간 상을 찌푸렸다. “누가 퇴사 시간을 몰라서 하는 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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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146 뽕
도서정보 : 나도향 | 2015-05-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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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호에 발표했으며 나도향의 후기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노름꾼의 아내 안현집은 무식하고 정조 관념이 거의 없는 여자이다. 동리의 돈 있는 인물들과 어울려 헤프게 몸을 맡기던 그는 뒷집 머슴인 삼돌이와 남의 뽕을 훔치러 갔다가 들켜 뽕지기에게 몸을 맡긴다. 평소 안현집을 노리던 삼돌이는 온 동리에 이 소문을 퍼뜨리고... 가난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도덕 혼미와 성 질서 실종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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