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기품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3-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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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금으로부터 육백년 전 ─ 바로 고려의 왕조가 망하고 한양에 이조가 새로 도읍하기 전 삼십여년 안팎이 되는 해였다.
황해도 배천군(黃海道白川郡)에 사는 어떤 젊은 엽사(獵師) 한 사람이 영변 묘향산(寧邊妙香山)으로 사냥을 갔었다.
짐승을 잡는 재미에 해가 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자꾸만 심산궁곡(深山窮谷)으로 가다가 급기야 어떤 무인지경에 이르러서는 해가 아주 서산에 떨어져서 천지가 암흑하게 되었다.
지척을 분별하기 어려운 적막한 산중에 인적(人跡)이 아주 고요하고 다만 바람소리 물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중에도 호랑이와 곰 같은 맹수가 가끔 가다가 산이 울리도록 우는데 아무리 평소에 용맹스럽던 엽사라도 무시무시하여 머리 끝이 으쓱으쓱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날이 저물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던 차에 엽사는 아무 곳이라도 은신할 수만 있으면 하루 밤을 자고 가려고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길을 잃은 장님 모양으로 이곳 저곳을 헤매이며 찾아 다녔다. 옛말에 절처봉생(絶處逢生)이라는 말과 같이 한 산골짜기에 다다르니 뜻밖에 오막살이 초가가 한집이 있는데 반딧불 같은 조그만 등불 빛이 나무 사이로 비치었다.
큰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이 마치「오아시스」나 만난것 처럼 엽사(獵師)는 하도 반가워서 만사를 제쳐 놓고 그 집을 찾아 들어가니까 그 집에는 아무도 없고 다만 처녀 한 사람이 있을 뿐인데 그 처녀는 아주 천하 절색의 미인이었다. 엽사는 그가 귀신인지 선녀인지 알지 못하여 정신없이 한참 보다가 겨우 입을 열어 자기의 내력과 날이 어둡고 저물어서 할 수없이 이곳에 찾아 왔으니 하룻밤만 자고 가기를 간청하니 그 처녀는 쾌히 승락하고 방안으로 맞아 들이었다.
엽사는 몸이 피곤하고 배가 고픈 중에도 그 처녀를 보니 마음이 자연 유쾌하여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 중에도 그 처녀가 아주 친절하게 대우를 하고 또 산채수육(山采獸肉)을 겸비한 저녁밥을 잘 차려 주는 데는 더욱 감사하게 생각 하였다.
그러나 엽사(獵師)는 그 처녀가 어떠한 사람의 딸이고 또 무슨 이유로 이 깊은 산속에 와있는지도 알지 못하여 퍽 궁금하였다.
두 서너번 말을 건네어서 그의 집안의 내력과 신분을 물어도 그는 자세한 대답을 하지않고 다만 차차 알 수가 있다고 하며 앵도같이 어여쁜 입술을 방끗 방끗 하며 웃을 뿐이었다.
그럭 저럭 하는 동안에 밤은 벌써 깊어서 열두시쯤이나 되었다.
문 밖에서 인적소리가 나더니 어떤 사람이 낑소리를 지르며
『애기야 ─ 잘 있었니 ─ 오늘은 사냥을 잘 하여 한짐 지고 왔다.』
고 말하였다.
엽사(獵師)는 그가 그 처녀의 아버지이고 또 자기와 같은 엽사인 것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크게 놀라운 일은 그 사람의 키가 어찌나 큰지 이 세상에서는 꿈에도 한번 보지 못하는 키가 큰 사람이었다. 몸집이 마치 큰 깍지통 같아서 허리가 집 처마에 닿고 머리는 지붕 위에 다아서 말하는 것이 공중에서 말하는 것 같이 들리었다.
그는 방으로 들어오는데도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옆으로 기어 들어와서 억지로 방의 귀를 맞추어 다리를 펴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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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인물 이근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3-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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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사람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혹은 모양이 기괴한 사람도 있고, 행동이 기괴한 사람도 있고, 또 혹은 성벽이 기괴한 사람, 재주가 기괴한 사람도 있다.
그 여러가지 기괴한 일 중에 한가지만 있어도 기괴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그 여러가지 기괴한 일을 겸유하였다면 그 누가 절세 무비의 큰 기괴한 사람이라고 아니하랴.
이러한 기괴한 사람이 혹 외국(外國)에도 더러 있을는지 알수 없지마는 우리나라에도 역대에 꼭 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선조시대(宣祖時代)에 유명하던 이근(李謹)이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상당한 문벌가에 태어났으나 생김 생김이 아주 기괴망측하게 생겼는데 전신에 털이 담뿍 나서 얼른 보면 돼지(豚[돈]) 같으므로 처음 낳을 때는 부모들이 크게 괴악하게 생각하고 걷어 기르지를 않고 뒷동산 과목나무 밑에다 내다 버렸더니 까마귀와 까치의 무리들이 뫃여들어 쪼아먹으려고 하여 때때로 악착한 소리를 치며 우니, 부모도 다시 측은한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이 거두어 기르게 되었다.
그는 성장한 후에도 키가 석자에 차지 못하여 일개 난쟁이었으나 머리털은 유난히 길어서 땅에까지 닿게 되고 수족(手足)에도 짐승과 같이 털이 많이 났으며, 또한 걸음걸이조차 이상야릇하게 걸으니 난쟁이 중에서도 천하 기괴한 난쟁이었다.
그는 형용이 그렇게 기괴하게 생기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도 기괴한 병신으로 자처하고 남과 상대하기를 부끄러워하여 항상 방속에만 숨어 있었다.
그러나 천재는 비상하여 무슨 글이나 한번만 보면 일람첩기로 모두 기억하여 사기(史記)와 경전(經傳)을 무불통지 하고 문장이 능란한 동시에 글씨가 또한 명필이요, 시(詩)와 노래와 휘파람을 모두 절창으로 잘 부르니 그의 족척(族戚)되는 장계 황정욱 선생(長溪黃廷彧先生)이 한번 보고 크게 기이하게 생각하여 운자(韻字)를 부르고 시(詩)를 지으라 하였더니 그는 응구첩대로 시(詩)를 짓되 또한 걸작으로 잘 지으매 황선생이 더욱 칭찬하되 천하 기재라 하고 그의 부모에게 권고하여 장가까지 들이게 하였다.
용사란(龍蛇亂) 때 일이다.
그는 난(亂)을 피하여 자기집 선산(先山)이 있는 광주(廣州) 땅으로 임시 우거하였더니 별안간 적군이 몰려들어와서 동리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가게 됨에 그 또한 함께 잡혀가게 되었다.
적군들은 처음 그를 보고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지를 못하여 크게 기괴하게 여기어 혹은 먹을 것도 던져주고 혹은 채찍같은 것으로 때리기도 하여 그의 행동을 시험하려 하였으나 그는 원래 성질이 강경하기 때문에 조금도 두려워하는 생각이 없으니 적군들은 더욱 이상히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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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장군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3-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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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차상찬의 동학혁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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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정궁인 굴씨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3-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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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정(崇禎)이라면 누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옛날 명(明)나라 최후의 황제(皇帝) 의종(毅宗)의 연호이다. 그때 명(明) 나라 궁중(宮中)에는 굴씨(屈氏)라는 궁녀(宮女)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본래 중국 남방의 미인(美人) 많기로 유명한 소주(蘇州)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인물(人物)이 곱고 재주가 비상하여 시문서화(詩文書畵)가 모두 능(能)한 중에 특히 비파(琵琶)를 여간 잘 타지 않았다.
그는 인물과 재주가 그렇게 특출 한데다가 자기 가문(家門)으로 말하여도 그 한 소주(蘇州)에서 상당히 행세를 하던 가문이었으니 보통의 경우와 같으면 그렇게 궁녀로 들어갈 처지는 아니었건만 그가 이팔 방년 시대에 불행히도 그는 아버지가 무슨 죄의 연좌(連坐)를 입어 멀리 운남(雲南) 땅으로 귀양을 갔다가 죽고 따라서 집안이 모조리 파산하고 몰락하게 되니 할수 없이 정든 고향(故鄕)을 떠나 그의 어머니와 같이 북경(北京)에 와서 유리(流離)생활을 하다가 어찌 어찌하여 궁중으로 뽑히어 들어가 궁녀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가 궁중에 들어간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마는 원래 인물과 재주가 비상한 까닭에 일찍부터 의종황제(毅宗皇帝)의 총애를 받아 항상 장추전(長秋殿)에 입시(入侍)하게 되니 일반 궁인(宮人)들이 모두 그의 행복스러운 것을 부러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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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의 실연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3-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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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安平大君)은 세종대왕(世宗大王)의 셋째 아들이오, 별호(別號)를 비해당(匪懈堂)이라 하였다.
용모 풍채가 일세를 압도함은 물론이고 풍류 호방한 중에도 명필(名筆)로 세상에 들리어 당시에 서로 교류하는 이가 일대 명사아닌 이가 없었다.
때마침 평양(平壤)에 기생(妓生) 하나가 있는데 선연한 태도라든가 아리따운 얼굴이 물색으로 제일 치는 평양에서 둘도 없을만 하고 겸하여 가곡(歌曲)에 능난한 것이며 시문서화(詩文書畵)에 뛰어나는 재주가 있어 뭇 남자가 한번만 대하면 모두 실혼락백(失魂落魄)을 할만 하였다.
천성이 너무 교만하여 어떤 남자에게든지 몸을 허락하지 않으며 감사 병사수령(守令)들의 권세(權勢)로도 그 기생의 잡은바 뜻을 빼앗지를 못하였다.
그때에 안평대군이 그 기생의 이름을 듣고 한번 평양에 가서 연광정(練光亭) 구경도 하고 부벽루(浮碧樓)놀이도 하여 우리나라 제일 강산의 구경을 샅샅히 하고자 별렀으니, 그것은 평양 구경 보다도 그 핑계로 그 기생을 보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한 탓이다.
하루는 문밖에 최서방(崔[최])이란 사람이 와 명함을 드리고 뵈옵기를 청하였다.
안평대군은 들어오라 하여 서로 상면하니 나이 스물이 될락 말락하고 용모도 단아하며 행동도 얌전하여 여러모로 뜯어 보아도 참 깎은 선비였다.
안평대군은 매우 기특히 여기어 서로 수작이 오고 가게 되었다.
최서방은
『대감의 필명(筆名)을 우뢰같이 들은지 오래오니 한번 뵈옵고저 합니다.』
고 청한다.
안평대군은 청지기를 시켜 문갑속에 두었던 간지두루마리 한 축을 내다놓고 글씨를 몇줄을 쓴 후
『그대가 이미 글씨의 잘되고 못됨을 아는 모양이니 한번 써보게.』
하고 최서방에게 말했다.
『잘 쓰지를 못합니다.』
하고 몇줄을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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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

도서정보 : 현진건 | 2023-03-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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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남편이 서울에서 중학교를 마쳤을 때 결혼했다. 그 뒤 남편이 동경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을 마칠 때까지, 아내는 그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견뎌낸다. 남편이 돌아온 지 두어 달. 남편은 집안 돈을 축내며 외출을 일삼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바깥출입을 끊고 화를 내며 괴로워한다. 만취가 되어 돌아온 날, 아내는 누가 이토록 술을 권했느냐며 남편을 원망하고, 남편은 이 사회란 것이 그에게 술을 권한다,고 답한다. 배움이 짧아 ‘사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내는 ‘그 못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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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도서정보 : 현진건 | 2023-03-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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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꾼 김첨지에게 오래간만에 ‘운수 좋은 날’이 닥쳤다. 열흘 동안 돈 한푼 구경 못한 그에게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는 빗속을 달리며 행운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마음 한 켠에는 걱정거리가 도사리고 있다. 한 달 넘게 병석에 누운 아내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는 그에게 나가지 말라고 애걸했다. 그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술 취한 사람처럼 허둥지둥 달린다. 돈이 더욱 벌릴수록 김첨지는 아내가 죽었으리라 예감한다. 선술집에서 술에 취해 ‘원수 같은 돈’이라며 울부짖던 김첨지는 설렁탕을 사 들고 집으로 온다. 아내는 죽어 있고, 그는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았던 날’이라며 자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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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도서정보 : 김유정 | 2023-03-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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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점순이는 열일곱 살 동갑내기다. 3년 전 점순이 동네로 이사와서, 부모님은 마름인 점순이 아버지를 통해 땅을 빌려 농사짓고 있다. 점순네는 상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점순이가 자꾸 나에게 시비를 걸어온다. 몰래 가져온 감자를 줘서 거절했더니 심통을 부리며, 며칠 뒤에는 저희 집 수탉과 우리 집 수탉을 싸움 붙인다. 온갖 노력에도 우리 집 수탉이 죽을 지경으로 몰리자 나는 엉겁결에 점순 네 수탉을 때려죽이고 만다. 빌린 땅을 떼일까 봐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점순이는 괜찮다며 노란 동백꽃 속으로 나와 함께 폭 파묻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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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도서정보 : 김유정 | 2023-03-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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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필이라는 마름 집의 데릴사위로 3년 7개월째 일하는 중이다. 내가 장인에게 아내가 될 점순이와 언제 성례를 시켜줄 거냐고 따지면,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나는 점순이의 키가 어서 크기를 고대한다. 소처럼 부려먹기만 하고 세월만 흐르던 중, 어느 날부터인가 점순이가 나를 부추긴다. 이장에게, 아버지에게 성례시켜달라고 조르라고 한다. 성례 얘기를 했다가 몽둥이 찜질을 당하던 어느 날, 나는 장인의 민감한 부위를 잡고 늘어진다. 죽을 듯 비명을 지르자 점순이가 달려 나와 나의 귀를 잡아당기며 아버지 편을 든다. 배신감에 나는 맥이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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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미화원

도서정보 : 장덕광 | 2023-03-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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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치사하다. 언제 어떻게 생겨난 건지도 모르는 데다 갑자기 변해버린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감정 쓰레기통을 가지고 살아간다. 등 뒤에 매달린 감정 쓰레기통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버려진 감정들은 제때 소각되지만 때를 놓치면 묵은 내가 난다.
그런 감정들을 소각하는 게 바로 감정 미화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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