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행
도서정보 : 조강우 | 2023-02-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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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은 자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삶을 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왕의 어명으로 왕의 아이를 구하러 가게 된 진영,
그리고 그 아이를 죽이러 오는 검은 무리….
과연 진영은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배가 살얼음을 천천히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보라와 차가운 강바람에 살이 어는 듯했다. 저 사공 또한 제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내 아들의 자격으로 앉아있는 저 아이가 다른 이들보다 더 귀중한 목숨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내게는 의무가 있다. 나는 명령을 받은 게 아니라 거래를 한 것이다. 내 집…. 막상 가족이 죽고 나서는 한 번도 제대로 들어가 보지 못한 그 집…. 다 늙은 어머니 홀로 지키고 계시는 그 집을 온전히 지켜내려면, 얄팍한 땅을 받아내려면 저 조그만 아이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이 전란이 끝날 때까지.”
-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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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베이비
도서정보 : 서상훈 | 2023-0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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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작가 지망생 지훈이 우연히 열살 짜리 북한 간첩으로부터 코카인을 건네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구매가격 : 1,000 원
말과 꿈
도서정보 : 양선형 | 2023-0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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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시작되지 않았으나 어디선가 반복될,
잿빛 환영으로 그리는 세계에 대하여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이 출간되었다.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나는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야”둥글게 그리는 선형의 궤적을 따라집요한 상상으로 질문하는 발자취
표제작 「말과 꿈」은 주인공 ‘그’가 꿈에서 만난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어느 날 ‘그’는 텔레비전에서 ‘녀석’의 모습을 발견한다. ‘녀석’은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되어 있었다. 스크린 너머로 ‘녀석’을 마주한 순간. ‘그’는 신비로운 일을 경험한다. 과거 교통사고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던 어슴푸레한 환영”이 ‘녀석’의 모습으로 조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환영인지 모를 꿈속에서였으므로, ‘꿈속의 말’과 실종된 말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오직 ‘그’만의 실제였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전에는 ‘녀석’이 ‘그’를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그’가 녀석을 위해 움직일 차례였다.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감각이” ‘그’를 에워쌌다. 결국 “그는 하루쯤 녀석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로 결심하고, ‘녀석’이 사라진 곳, 활주로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구매가격 : 9,800 원
노총각의 만복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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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로 이조 숙종시대(肅宗時代)였다. 전라남도 광주땅(全南光州郡)에는 고유(高庾)라 하는 늙은 총각이 있었으니 그는 본래 선조시대(宣祖時代)에 문장으로 또는 충신으로 유명하던 고제봉경명선생(高霽峰敬命先生)의 후예로 대대 문벌도 상당하였고 생활도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지만은 그가 열한살 안팎될 시절에 와서는 가운(家運)이 아주 기울어지게 되어 그의 부친이 남의 빚 보증을 하였던 관계로 가산을 전부 탕진하고 최후에는 그 부모까지 내외가 세상을 떠나게 되니 홀로 남아 있는 고아고유(孤兒高庾)는 사고무친 몸을 의지 할 곳이 없어 동네 사람의 집 신세를 지며 동쪽에 가서 밥 한끼 얻어 먹고 서쪽에 가서 잠 한잠을 이루고 하면서 구걸을 하다싶이 하게 되니 아무 공부도 할 수가 없었다.
나이 근 이십이 되도록 글 한자를 알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동네에서 몇해 동안 그러한 생활을 하다가 하루는 우연히 생각하기를
『남자가 세상에 나서 남처럼 공부도 못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할 바에야 차라리 남모르는 타향에 가서 하는 것이 옳지, 창피하게 제 고장에서 할 수 있겠나.』
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자기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더벅머리 쇠코 잠방이에다 헌옷 보따리를 둘둘 말아서 어깨에다 둘러메고 정든 산천을 이별하고 낯설고 눈설은 타도 타향을 향하여 갔었다.
먼저 경상남도 몇 고을을 거쳐서 다시 경상북도 지방으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도중에서 마침 어떤 사람을 만나 같이 간다는 것이 바로 고령땅(高靈) 어떤 농촌이었다.
그는 평생에 배운 것이란 농사 짓는 일밖에 없는 까닭에 그 곳에 가서도 역시 김첨지(金僉知)란 늙은 영감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는 비록 잠시 집안 운이 불길하여 집안이 다 망하고 자기 나이가 스물이 되도록 글 한자 배우지 못하고 타향에 와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지만 원래에 혈통이 있고 천품을 잘 타고난 까닭에 얼굴도 남 보기에 그리 밉지 않게 잘 생기고 마음이 퍽 온순하고도 부지런하여 주인이 무슨 일을 시키면 아무 군말도 없이 잘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항상 자진하여 아무 일이나 순서 있게 잘하고 또 성질이 결벽(潔癖)이 있어서 날마다 아침이면 일찌기 일어나서 자기 집 뜰을 깨끗하게 소제하는 이외에 또 동네 여자들이 물길러 다니는 우물길까지 깨끗하게 소제하여 그야말로 길에 밥알이 하나 떨어져도 그대로 집어 먹을만 하게 하니 그에 대한 칭찬은 그집 주인뿐 아니라 동네 여자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비록 글자는 배우지 못하였을망정 언어 행동의 여러 가지 일이 모두 범절 있게 하니 동리에 사는 같은 농군끼리도 모두 그를 존경하여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따라서 동네의 일반 남녀노소가 모두 고도령이란 별호를 만들어서 그의 대명사로 불러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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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농성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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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인조(仁祖) 십 사년 병자(丙子) 십이월 십사일.
만호장안 한양성중은 금시에 법석거리며 물끓듯 하였다.
『난리 ─.』
『난리 ─.』
『되놈이 지금 경기 땅을 들어 섰다지?』
『경기 땅이 무엇이야 되놈의 군사가 시방 창의문 밖에 진을 치고 있어, 남녀 노유를 물론하고 보이는 대로 막 묶어 간다네.』
이렇게 온 성중 배성들은 모두 쑥덕거리었다. 요 근자 며칠을 두고 무학재 봉수대에는 봉화불이 끊일새 없고 서도에서 달려오는 역마의 말방울 소리는 귀를 요란스럽게 하였다.
노병(虜兵〓청나라 군사)이 구일에 창성(昌城)을 넘어서 서울을 향하여 올라갔다는 의주부윤 임경업(林慶業)의 장계(狀啓)가 올라온 것이 지난 십일일, 이어서 그 다음 날인 십이일에는 적이 안주(安州)를 지나 갔다는 도원수(都元帥) 김자점(金自點)의 장계가 왔고, 또 십삼일에는 평양, 십사일에는 중화(中和), 그날 저녁에는 장단(長端), 이렇게 순차로 장계가 올라왔다.
적군이 국경을 건너선지 불과 오륙일 사이에 서울 근방에 까지 이르렀다.
워낙 방비가 미약한 까닭에 아무도 나서서 이를 저항하는 사람이 없었다.
더욱 우스운 것은 장단 부사(長端府使) 황직(黃稷)은 적군에게 잡히어 머리를 깎이고 졸오(卒伍)에 편입되어 꾸벅꾸벅 딸리어온 일까지 있었다.
이와 같이 아무 거침 없이 무인지경으로 들어온 것이다.
종로 네거리를 위시하여 남대문 일대와 그리고 수구문 동대문 동소문을 통하는 큰 길거리에는 피난가는 사람으로 길이 메었다. 남부여대하고 울며 불며 달아나는 군중, 세간과 양식들을 실은 마바릿떼, 태평을 누리고 번화를 자랑하던 서울은 어느덧 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아 처참한 이 광경!
구매가격 : 500 원
공당문답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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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도 한 복판인 가회동(嘉會洞)막받이에는 맹현(孟峴)이라는 조그만 한 고개가 있으니 (가회동에서 화동으로 넘어 가는 고개) 그 고개는 세상에서 혹은 또 맹감사재(孟監司峴)라고도 한다. 그러면 그 고개를 어찌하여 맹감사재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그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옛날 세종대왕(世宗大王)때에 유명하던 맹고불 맹정승(孟古佛孟政丞)이 아직 일국의 정승이 되지 못하고 일개 지방의 감사(監司)로 있을 때에 일찌기 그 고개를 밑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된것이었다. 그 맹정승의 본 이름은 사성(思誠)이요,자(字)는 성지(誠之), 또한 자는 자명(自明)이요, 호(號)는 동보(東甫), 고불은 그의 별명이니 원래 충청남도 온양 태생이었다. 그의 부친은 희도(希道)니 벼슬이 한성부윤(漢城府尹)에 이르고 효성이 갸륵하여 효자 정문까지 내리게 되고 그의 조부 유문(裕文)은 벼슬이 상서(尙書)에 이르렀다.
그는 원래 어려서 부터 천성이 온화하여 항상 춘풍화기가 가득한 태평재상의 기상이 있을뿐 아니라 효성이 또한 지극하여 열살때에 능히 아들된 도리를 다하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찌기 그의 어머니가 돌아 가시게 되니 그는 밤낮으로 일주일 동안이나 식음을 전폐하고 지극히 애통하며 또 장례를 지낸 뒤에는 묘소 앞에다 여막을 짓고 그곳에서 삼년 상을 치르되 삼시로 꼭 죽만 먹고 지냈었다. 그리고 또 어머니 묘소앞에다 잣나무(栢木[백목])를 몇 주 심어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정성스럽게 가꾸고 북돋아 주어 잘 자라게 하더니 하루는 뜻밖에도 그 몹쓸 놈의 산 도야지가 와서 그 잣나무의 뿌리를 주둥이로 쑤시고 물어 뜯어서 나무가 아주 말라 죽게 하니 맹사성은 그것을 보고 퍽도 분하도 애처럽게 생각하여 눈물을 흘리며 혼자 말로
『아이구 그 몹쓸 놈의 도야지 같으니 아무리 무지한 놈의 짐승이기로 남의 산소 앞에 정성스럽게 가꾸어 심어 놓은 나무를 저렇게 죽게 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우리 어머님께서 만일 영혼(靈魂)이 계시다면 그놈의 도야지를 당장에라도 때려 죽여 버렸을 것인데.』
하고 쉴사이 없이 자꾸 자꾸 울며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의 효성이 그렇게도 지극하니까 무지한 동물까지도 무슨 감응이 있어서 그리 되었던지 어떤 호랑이가 그 도야지를 물어 죽여다가 그의 산소 앞에다 던져두고 가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호랑이까지도 그의 효성에 감동이 되어 그렇게 하였다 하여 퍽 신기하게 여기고 나라에서는 또 그 소문을 들으시고 그의 효성을 기특하게 생각하시고 효자 정문까지 나렸다. 그는 일찌기 고려 말년(高麗末年〓禑王丙寅[우왕병인])에 과거를 보아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하고 이씨 왕조에 들어 와서 대사헌 벼슬을 하게 되었다. (대사헌은 지금 재판장 같은 벼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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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상의 삼미인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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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약 二[이]천여년 전이다.
부여(扶餘)나라에는 해부루(解夫婁)란 임금이 있어 정치를 잘하여 국내가 태평하게 되니 아무 걱정할 일이 없었으나 다만 나이 많이 먹도록 왕자(王子)가 없는 까닭에 그것으로 항상 걱정을 하여 천하의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아들 낳기를 빌었었다.
하루는 전날과 같이 말을 타고 어떤 명산을 찾아가다가 곤연(鯤淵)이란 연못가에 이르니 탔던 말이 돌연 발을 멈추고 그곳에 있는 큰 돌(石)에다 머리를 대고 눈물을 흘리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크게 괴상히 여겨 신하로 하여금 그 돌을 굴리게 하고 보니 난데 없는 어린 애 하나가 있는데 금색이 찬란 하고 형용이 마치 개고리(蛙) 같이 생겼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말하되
『하나님이 나에게 아들 하나를 점지하여 주신 것이다.』
하며 거두어 기르고 이름을 금와(金蛙)라 하여 태자를 삼으니 그가 뒷날에 동부여(東扶餘)의 금와왕(金蛙王)이다.
그때 그나라의 정승(政丞)으로 있는 아란불(阿蘭弗)이 임금에게 여쭈되 일전에 신이 꿈을 꾸온즉 하나님이 강림하여 말씀하기를
「오래지 않아 나의 아들로 너의 나라에 나라를 건설케 할 터이니 너희들은 동해가(東海濱)에 있는 가엽원(迦葉原)이란 땅으로 피하여 가거라. 그 땅은 토지가 비옥하여 오곡이 잘 되는 곳이니 그곳으로 천도(遷都)하면 제일 좋으리라.」
고 하였다.
이렇게 왕을 권하여 그곳으로 천도하고 나라 이름을 동부여라고 고치고 그 국도에는 자칭 천제의 아들이란 해모수(自稱天帝子解慕漱)가 와서 도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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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02-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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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조(肅宗朝)때 판서(判書)로 신임(申?)이란이가 있었는데 그의 호(號)는 한죽당(寒竹堂)이오 자는 화중(華仲)이었다.
신판서가 일찍부터 지인지감(知人之鑑)이 놀랍기로 당대에 이름이 높았었다.
그 슬하에 외아들(獨子[독자]) 하나를 두었다가 불행하게도 아들이 중병(重病)이 들어서 이 세상을 떠나게 되니 판서 내외는 하늘을 우러러 슬퍼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늙은 두 내외의 마음을 위로시키는 한 가지는 그 아들이 경주라는 유복녀(遺腹女)하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것이었다.
판서 내외는 나날이 곱게 자라가는 귀여운 손녀의 재롱으로 낙을 삼고 지내며 외아들 잃은 설음을 잊을 때가 더 많았다.
세월이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과 같이 판서의 경주의 나이가 어느덧 열여섯이 되었다.
규중(閨中)에서 편모(片母) 슬하에 고이고이 길리운 관계도 있겠지만 경주는 본래 타고난 외양이 몹시 고운데다 마음씨까지 착하고 드물게 숙성하여 나이가 근 스무살이나 되어 보였다.
그리고 침선(針線)이 능숙할 뿐더러 글 공부도 웬만한 사나이 보다 낫게 하여 무엇하나 빠질 것이 없었다.
경주가 이 같이 적년(適年)에 이르게 되니 판서 내외와 과부 며느리 김씨는 하루 바삐 경주와 알맞는 배필을 골라서 내맡기어 금슬좋게 지내는 재미나 볼까 하는 생각을 하루도 하지 아니 하는 때가 없었다.
하루는 김씨부인이 시아버지되는 신판서 앞에 엎드려 절하면서
『경주의 낭재(郎材)는 아버님께서 친히 관상(觀相)하신 뒤에 골르소서』
하고 간청하였다.
김씨 부인이 이같이 신판서에게 간청하게 된것은 일찍부터 시아버니가 지인지감이 있어 사람보는 법이 엔간치 아니 한것을 알기 때문에 자기가 사윗감을 손수 보고 골르느니 보다 시아버지가 친히 관상을 하고 골르게 되면 조금도 착오가 없으시라고 굳게 믿은 까닭이었다.
『덮어 놓고 사윗감을 날더러 보고 골르라니 어떠한 사람을 골라야 하겠느냐, 사람도 천층만층이니 자세히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신판서는 며느리에게 물었다.
『아버님께서는 물으시니 말씀이 올시다마는 첫재 수(壽)가 여든(八十[팔십])에 이르도록 해로(偕老)할 사람으로 벼슬은 대관(大官)에 이르러야겠 잡고 둘째로는 집안이 유족(裕足)하고 유자생녀(有子生女)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무엇 있겠읍니까?』
하고 김씨 부인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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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렘 입숨의 책
도서정보 : 구병모 | 2023-01-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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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케일, 세밀한 스케치
오직 구병모만이 구현 가능한
소설의 지상화地上畵
구병모 미니픽션 『로렘 입숨의 책』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200자 원고지 50장 내외의 작품 열세 편을 모은 이번 책에서 작가는 그간 보여준 심미적인 색채를 더욱 강렬하게 내뱉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과 의식을 소설화해내는 능력을 여지없이 펼쳐 보인다. 모두 달라 보이는 열세 가지 색감은 소설을 다 읽고서야 도달하게 될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보아야만 비로소 그 진면모를 알 수 있다. 마치 나스카의 지상화를 마주한 순간처럼 놀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은 살필수록 짧은 분량 안에 꼼꼼히 덧칠해 새겨 넣은 메시지(또는 메시지 없음)에 숨죽이게 한다.
‘로렘 입숨’은 뜻 없이 셰이프를 잡기 위해 흘려놓은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키나, 그 뜻 없는 낯섦이 우리를 완벽하고 세련된 작품의 세계로 이끈다. 선악에 대한 관념이든, 언어나 예술에 대한 태도이든, 세대나 시대의 위기 감각이든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쉬이 발설하지 않고 소설화하여 그 구조로서 드러나게 한다. 이런 거대한 사고를 세밀하게 소설화하는 능력의 탁월함은 『로렘 입숨의 책』에 실린 다양한 작품으로 그 빛을 발한다. 이것은 소설과 세계에 대한 작가만의 면밀한 대응이며, 비장한 다짐으로 읽힌다. 애써 소설의 존재 의무를 따져 묻는 일이 소설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여기에 모인 소설들과 함께 그 먼 고도에 가닿기를 기대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친구의 친구
도서정보 : 김선영, 김혜정, 유영민, 이재문, 이희영 | 2023-0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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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 반가워. 이번엔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
『시간을 파는 상점』 『다이어트 학교』
『오즈의 의류수거함』 『식스팩』 『보통의 노을』이 새로, 시작된다!
『시간을 파는 상점』 『오즈의 의류수거함』 등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들을 엄선한 후, 그 안의 조연들을 ‘주연’의 자리로 이끌어 냈다. 그 결과 탄생한 스핀오프 단편집이 바로 『친구의 친구: 너의 스토리 메이트』다.
각 단편 뒤에는 작가와의 미니 인터뷰를 실어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는지 보다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구매가격 : 10,3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