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계월전

도서정보 : 미상 | 2023-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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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여성영웅소설. 남성 주인공보다 더욱 우월한 능력을 보이는 영웅 홍계월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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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원야화기

도서정보 : 박두세 | 2023-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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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때 박두세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수필 형식의 단편으로,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양반층의 횡포와 사회적 부패를 보여준다.

구매가격 : 500 원

개살구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74)

도서정보 : 이효석 | 2023-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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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0월 《조광》에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

서울집을 항용 살구나뭇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집 뒤를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서 있는 까닭인데 오대조서부터 내려온다는 그 인연 있는 고목을 건사할 겸 집은 집이언만 결과로 보면 대대로 내려오는 무준한 그 살구나무가 도리어 그 아래의 집을 아늑하게 막아 주고 싸주는 셈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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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꺼리는 사나이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75)

도서정보 : 윤기정 | 2023-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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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월~4월 《조선문학》 속간에 발표된 윤기정의 단편소설.

용봉이는 며칠 전부터 집에서 돈 오기를 고대고대 하던 것이 오늘에야 간신히 왔다. 그전에는 그렇게 신고를 하지 않고 선뜩선뜩 보내 주더니만 이즈막은 노루 꼬리만 한 벌이였으나 그나마 그만두었다니까 벌이할 적보다 적게 청구하더라도 여간 힘을 끼는 게 아닌데…….

구매가격 : 1,000 원

저류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76)

도서정보 : 최서해 | 2023-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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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10월 《신민》에 발표된 최서해의 단편소설.

집 앞 강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이따금 뜰가 수수밭을 우수수 스쳐 간다. 마당 가운데서 구름발같이 무럭무럭 오르는 모깃불 연기는 우수수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이리저리 흩어져서 초열흘 푸른 달빛과 조화되는 것 같은데…….

구매가격 : 1,000 원

고양이의 크기

도서정보 : 서귤 | 2023-01-0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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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3미터로 커져버린 고양이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그림책이다. 3미터 고양이는 우선 집에서 쫓겨나고 집사는 회사에서도 잘린다. 오갈 데 없는 고양이는 그러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데... 과연 3미터 고양이와 집사는 사람들의 편견과 낯선 시선, 불편한 호기심을 넘어 지구에서 잘 공존할 수 있을까?

구매가격 : 10,500 원

무루레터

도서정보 : 조소민 | 2023-01-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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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 <무루레터>는 무성애자 무루가 말하는 성과 성애, 일상을 통해 섹스와 연애의 정상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 희곡, 시에 녹아든 무루의 다양한 하루를 전자책으로 만나보세요.

구매가격 : 9,000 원

딜리트 메모리

도서정보 : 로작가 | 2023-01-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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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숨쉬기조차 버겁고 눈은 쉽사리 떠지지 않는다. 온몸에 힘은 들어가지 않지만 누군가 내 팔을 잡아끌어 나는 질질 끌려가는 것만 같다. 분명 나는 알 수 없는 큰 강을 건넜던 거 같은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망자 ???, 일어나라.”
망자…?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은 정확히 내 이름이 맞았다. 숨쉬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눈을 뜨고 대답까지 하라는 건 나에겐 불가능했다.
“당장 그 녀석을 깨워라!!!!”
잠시 후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나의 팔과 내 몸은 내 몸 같지 않았고 나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지고 몇 초 후 얼굴에 물벼락이 떨어졌다.
깜짝 놀라 입을 열거나 눈을 뜨는 건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신기하게도 물벼락 하나로 두 눈이 떠지고 기침이 연신 뱉어 낸다.
“망자 ???, 고개를 들라.”
나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들어 확인한다.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시야는 정확히 보일 리는 없었고 흐릿한 불빛만 일렁인다.
“???, 너는 앞으로 나의 종이 되어 딜리트 메모리로 향하고 그곳에 취직한다. 또, 그곳에 직원으로 스며들어 원장 콜린 퍼스와 딜리트 메모리에 대한 정보를 나에게 전하도록 한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잠시 후 나를 다시 붙잡고는 옷을 벗겨 버린다. 그리고 상황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온다. 자연스레 비명 소리는 입에서 분출되고 역겨운 탄 냄새가 코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절대적으로 기억하고 되새겨라. 요단강에서 널 구한 것은 염라대왕 킹. 내 말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
알 수 없는 일방적인 대화가 끝났는지 다시 어딘가로 나는 끌려가는 듯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지만 오히려 이미 죽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방금 전 고통이, 방금 전 대화가 어떤 일로 만들어져 돌아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저 편안하기만 한다면야 뭐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지긋지긋한 하루와 지옥과 별 다를 게 없는 생활보다 오히려 보다 더 편안해진다면 뭐든 받아들일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부활이든 환생이든 그딴 건 모르겠다.
숨도, 힘도, 모든 게 어렵고 그저 버려질 준비를 끝마친 쓰레기 봉투마냥 바닥에 끌려 어딘가로 끌려가지만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어릴적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람이 죽으면 지옥으로 가기 전에 신기한 세계에서 생활한단다. 그곳에는 날아다니는 요정도 있고, 반인반마, 인간, 저승사자들이 다 함께 공존해서 살아간단다. 꿈과 감정을 이루어 살아가는 그곳은 신기하기 그지 없지만 그중에 최고에 인기를 끄는 곳이 바로 딜리트 메모리란다. 그곳은 기억을 지워 주는 병원이지.”
“그런 게 어딨어, 할머니!”
“정말 있단다. 이 할매가 정말 봤고 말고!”
“에이… 거짓말! 어디서 봤는데?!”
“어디긴, 꿈에서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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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 1

도서정보 : 박종휘 | 2023-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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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아니, 야가!”
정임의 눈이 똥그래졌다.
둘째아들 재명이가 만주에서 인편에 보낸 포대 안에는 작은 보따리들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다시 한지로 둘둘 말아서 묶은 돈다발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얼핏 봐도 백여 다발 이상은 되어 보였다.
재빨리 돈다발을 덮은 다음 바깥쪽을 쳐다보던 정임은 돈을 다시 포대에 넣고 단단히 묶어 다락 안쪽에 밀어 넣었다.

[1장 팔천 겁의 인연, 9쪽]

“허기사 이름이 비밀일 건 없지요. 채봉이여요, 윤채봉.”
작은딸의 이름을 들은 공 씨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윤채봉, 윤채봉’ 하면서 연거푸 되뇌자 아주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되는 사람은 성깔이 대단하고 농사도 많이 짓는데, 아들들이 서울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전주에 제지공장을 차려서 막내아들한테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풍채는 어떠냐고 묻자 다들 아저씨 두 배씩은 될 거라며 깔깔 웃었다. 공 씨는 아주머니의 말을 끊을세라 연신 고개만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다.
“여기 배차장 건물도 그 어르신네 것이구요.”
“배차장 사장님이신가요?”

[1장 팔천 겁의 인연, 48쪽]

“거사님의 운명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일파는 평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쁜 일인가요? 그건 아니겠지요, 스님?”
채봉이 매달리듯 물었다.
“나쁘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고 말하듯이 세상사 모든 것은 다 본인 하기에 달린 겁니다. 덕원 스님의 말씀도 결국 경건하게 치성드리면서 머리를 맑게 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뜻이겠지요.”
일파는 더 말하지 않고 배웅을 마친 후 들어갔다. 평우는 채봉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듯하자 재빨리 화제를 바꾸려 들었다.

[제2장 신혼, 106~107쪽]

평우가 상기된 얼굴로 벌떡 일어나면서 채봉을 내려다봤다.
“당신 제발 가족, 가족 좀 허지 마! 내가 가족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이여? 조국도 가족에게 물려주는 소중한 유산이잖아.”
“누가 아니래요? 하지만 사람은 조국이라는 유산이 있어서 태어난 게 아녀요. 무조건 국가가 먼저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요.”
“내 말은 택일론이 아니라 둘 다 소중하긴 마찬가지라는 거여.”
“그러니까 당신은 저 사람들처럼 목숨을 내놓겠다고요?”
“제발, 너무 비약 좀 하지 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평우가 화를 간신히 참았다.
“비약이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여요.”

[제3장 조국, 150쪽]

수심이 가득한 채봉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섭이 한숨을 쉬었다.
“으음, 나랏일 허는 놈들이 백성 생각은 안 허고 즈놈들 실적 올릴라고 생사람이나 잡아가고 원……. 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혀도 그것이 무슨 죄가 되겄냐. 너무 걱정헐 일은 아닌 거 같다.”
그때 재명이 들어오면서 채봉을 보고 반색을 했다. 막내가 어쩐 일이냐며 석연치 않게 쳐다보는 재명에게 채봉은 다시 평우 이야기를 간단히 했다.
“아무려믄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야 허겄냐.”
옆에서 같이 듣던 태섭이 애써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요즘 가만히 있으면 동조죄, 끼어들면 선동죄, 하면서 걸리적거리는 놈은 죄다 처넣는 세상인데?”
재명은 놀라움과 걱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채봉을 바라봤다. 멍하니 서 있던 채봉이 맥없이 쓰러지듯 소파 옆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제4장 잔인한 가을, 208~209페이지]

스무 발의 총성과 함께 열 명의 죄수들이 고꾸라지면서 앞에 파놓은 긴 구덩이로 쓰러졌다. 다시 두 번째 죄수 열 명이 끌려 들어왔고, 이번에도 죄수들이 정해진 위치에 세워진 다음 사수들은 총을 놓고 앞으로 나가 눈가리개를 씌우고 번호표를 부착했다. 눈가리개를 씌우기 위해 죄수 앞으로 다가선 필구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입대하기 얼마 전 자기에게 역사의 흐름을 말해주면서, ‘역사는 결국 물의 흐름과 같이 정의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라는 가르침으로 자신이 군대에 조기 지원하게 된 정신적 이유가 되었던, 바로 그 남평우 선생님이 자신의 총알받이로 사형수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판단을 위해 망설일 시간은 단 일 초도 없었다.
“총소리가 나면 앞으로 쓰러지세요. 저 필굽니다.”
필구는 앞자리 사수가 먼저 끝내고 갈 때까지 시간을 약간 끈 다음 평우의 눈가리개를 씌우면서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제4장 잔인한 가을, 242쪽]

서둘러 처형장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나무둥치에 몸을 숨겨가며 산등성이를 올라갔다. 한참을 무작정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른편 위쪽으로 비 그친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나온 엷은 햇빛이 산등성이의 나무를 가로질러 하늘과 맞닿아 있는 녹색 능선을 비추고 있었다. 능선을 넘으면 다소나마 안전할 것 같았다.
방향을 정한 그는 계속 벗겨지는 흰 고무신을 벗어 옷자락 가슴 속에 밀어넣고 아예 맨발로 허리를 구부리고 한참을 달렸다. 경사가 심한 산줄기에 들어서서는 듬성듬성 서 있는 소나무를 잡고 숨바꼭질하듯 건너뛰었다. 발을 옮기다가 걷어찬 큰 돌멩이 하나가 떼구르르 소리를 내면서 멈추지 않고 한참을 굴러갔지만, 다행히 낙엽이 쌓여 있어서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제5장 운장산, 269쪽]

눈부시도록 밝은 햇빛이 드문드문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빠져나와 나뭇잎에 부딪혀 반짝였다. 평우는 양팔을 힘껏 벌려 햇빛을 가슴에 안았다. 특수부에 끌려간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태양이었다.
아! 태양!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
그는 양손을 펴 이마에 올려놓고 태양을 우러러보았다. 두 눈에서는 햇빛이 깃든 붉은 눈물이 땀에 얼룩진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붉은 쟁반에 수정막을 씌운 듯 투명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하고, 세상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영원히 변치 않을 미소를 띠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수명대로 살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만고의 어머니 품속 같은 태양!
그는 한동안 선 채로 부드럽고 따뜻한 햇볕을 온몸 가득히 채우고 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제5장 운장산, 270쪽]

인간은 본시 선량하고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어 하며 사람 속에 있어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비극에 휘말려 악인이 되고 적이 되는 모순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자료 속에서 재조명된 우리의 과거는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였다. 그런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이 가슴 시리도록 가련했지만, 아픈 역사에 고뇌하고 갈등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냈고 후손들에게 희망을 준 우리의 선조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짧은 소견으로 『태양의 그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근간으로 한 비극에 그치지 않고 재심까지 다루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저력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말, 400쪽]

구매가격 : 12,800 원

태양의 그늘 2

도서정보 : 박종휘 | 2023-01-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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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이승만이 수행원 세 사람과 하와이 연합위원회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기 위해 건물 벽을 따라 가로수가 있는 중앙 인도 쪽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고 있을 때였다. 탕! 하고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수행원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의 뒤를 이어 앞으로 나가던 또 다른 수행원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피신하려다가 다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사님! 몸을 낮추십시오.”
“미스터 남, 저들이 노리는 건 날세. 여기서 같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 헤어져서 가운데 길로 각자 달려가세.”
건물 모퉁이 기둥과 기둥 사이에 디귿 자로 홈이 파여 만들어진 공간에 간신히 몸을 피하고 있던 이승만이 곁에 있는 수행원 남근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박사님! 박사님의 모자와 두루마기를 벗어서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되면 자네는 앞뒤에 있는 저들의 표적이 될 걸세.”
“저는 걸음이 빠르니까 저 뱅갈나무를 방패 삼아 도망칠 수 있습니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미스터 남, 정말 괜찮겠나?”
근우는 이승만의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를 썼다.

[제1장 흩어진 가족, 12쪽]

“이 사람 상백이! 미안허이!”
춘식은 한참 통곡을 하다가 방 한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음 바로 성냥을 그었다. 불은 삽시간에 방바닥으로 번져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과 지붕을 삼키고 활활 타올라 하늘을 벌겋게 물들였다.
사람들이 “불이야!” 하고 소리쳤다.
불길은 이미 회색빛 하늘 높이 솟아 너울거리고 있었으며 열기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함춘호가 달려와 불속으로 뛰어들려고 몸부림쳤다. 부지직거리며 불타는 소리는 춘호의 울부짖는 소리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형님! 형님! 이건 너무 허시잖어요.”
춘호는 불타오르는 연기 속에서 춘식의 얼굴을 찾았다. 춘식의 얼굴이 연기 속에서 어른거리다가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 불이 어느 정도 꺼진 후 집 안을 들여다본 춘호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춘식은 양반다리를 한 채 꼿꼿이 앉아 마지막까지 자신을 새까맣게 불태웠다.

[제2장 어둠의 메아리, 132페이지]

상백과 철우는 관이 보일 때까지 파 내려갔다. 관 뚜껑이 보이자 철우는 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듯 흙을 걷어냈다.
이어 심정수가 관 뚜껑의 못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가서 열어봐라!”
상백이 까맣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하자 철우가 관 뚜껑을 열었다. 그는 횃불에 붉게 물든 눈으로 앙상해져 가고 있는 원우의 시신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숨이 멈춰지는 듯 형을 부르며 울음을 토해냈다. 상백과 정순 그리고 기준이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소쩍새만 울어대던 산속이 순식간에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이 죽일 놈드을!”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그들의 소리가 어둠에 파묻혀 산속 멀리 울려 퍼졌다.

[제3장 필사즉생, 211쪽]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해 모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이승만은 근우의 죽음으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졌다. 남근우가 자신보다 한결 더 나라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의 인격 자체가 고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행위는 자신을 응징하기 위한 것도, 이성을 잃은 우발적인 행동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행동으로 전한 것이다.
이승만은 그날의 사건을 처음부터 돌이켜 생각하면서 자신과 그의 차이점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은 한낱 자기도취에 빠진 위선자이거나 권력을 위한 가혹한 독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재미 시절 남근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제4장 엇갈린 만남, 242페이지]

기웅은 각오를 새롭게 하고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그림자 귀신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양반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더니 귀신도 천천히 따라왔다. 얼른 뒤돌아봤더니 재빨리 숨는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비겁하게 숨긴…….’
담장 밑으로 들어간 것 같다. 언덕길을 올라가자 여우 귀신이 그림자 귀신이랑 같이 따라왔다. 기웅은 냅다 달렸다. 귀신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온 동네에 퍼졌다. 하늘에 뜬 초승달도 기웅을 따라왔다. 달이 따라오자 불똥처럼 작은 별들도 정신없이 따라왔다. 느티나무를 지나자 귀신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망태 귀신이 기웅의 뒷덜미를 막 잡으려고 할 때 가까스로 이모네 집 큰 대문을 홀짝 넘었다. 귀신들도 이모를 무서워한다.
“이모!”
“기웅아, 깜깜한데 왜 왔어? 잠 안 자고.”
“석유 기름이 없어.”
기웅이 사이다병을 마루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다 늦게 불은 뭐 할라고 켜?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자.”
함께 따라온 달이랑 별이랑 귀신들이 기웅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웅은 속으로 다짐했다.
‘기름 안 주면 내일 아침까지라도 안 갈 거여. 그러고 어머니한테 다 이를 거여.’
한참이 지나도록 이모는 방에서, 기웅은 마당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줄다리기를 했다.
‘쳇! 창경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어? 나도 다 알어.’
기웅의 생각이 맞았다. 창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옥봉이 사이다병을 가지고 뒤쪽 툇마루로 갔다. 쪼르륵쪼르륵 석유 따르는 소리가 났다.

[제5장 기다림, 322~323쪽]

“그런데 윤채봉 씨가 붙잡힌 거군요?”
“그게 아니고 전주 특수부에 자수를 했다는구만. 윤채봉이가.”
“경찰서도 아니고 특수부에 찾아가서 자수를 해요? 왜요?”
김 경장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서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자신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은 대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여자의 남편이 예전에 거기서 취조를 받아 법원에 넘겨져 처형당했고 그 밖에도 특수부에 뭔가 한 맺힌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죽을 각오를 하고 그곳으로 갔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겠지요. 그래서요?”
“그 아저씨 말을 들은 지금 수사과장님이 전에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고민 끝에 그 윤채봉을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야.”
“일선 수사과장이 특수부에 자수한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요?”
“서장님께 보고하고 이런저런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서 전주 특수부로 갔었다느만!”
김 경장은 수사과장이 생각보다 의리 있는 사람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평우는 계속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무슨 죄를 지었대요?”
“여순반란에 관련된 사상범이라는 것 같아. 허 사장님, 주무셔요?”
지서장이 옆으로 누워 있는 평우를 보고 물었으나 대꾸가 없다.

[제6장 운명, 343~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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