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김상준 2권

도서정보 : 박성신 | 2022-10-2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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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Detective: 탐정 김상준의 개정판입니다.

나는 우리 주변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체가 가져오는 교리의 심각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적 교리가 실제 생활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나는 박사논문 대신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신앙의 형성을 생각할 때의 문제가 나의 첫 번째 질문이었다. 보통 신앙을 가질 때를 인생에 전환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일찍이 신앙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 유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이 아니고는 신앙이란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 일반적인 차원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은 것은 논리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은 평범한 세계를 말하지만 신앙의 경우는 보다 특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활, 구원, 영생과 같은 주제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그렇다. 한국사회는 이러한 영적인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거대한 하나의 영적이슈들이 전체를 끌고 가는 형태를 오랜 시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단순화하면, 교리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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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투세븐틴

도서정보 : 고은진 | 2022-10-2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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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 Genesis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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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도서정보 : 이슬아 | 2022-10-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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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가녀장家女長, 생계를 책임지며 세계를 뒤집어엎는 딸들의 이름
<일간 이슬아> 이슬아 첫 장편소설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그 어떤 등단 절차나 시스템의 승인 없이도 독자와 직거래를 트며 우리 시대의 대표 에세이스트로 자리잡은 작가 이슬아, 그가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가녀장의 시대’. <일간 이슬아>에서 이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이슬아 작가가 만든 ‘가녀장’이란 말은 SNS와 신문칼럼에 회자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은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할아버지가 통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가정을 통치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도 어렵고 자수성가도 어려운 이 시대에 용케 글쓰기로 가세를 일으킨 딸이 집안의 경제권과 주권을 잡는다. 가부장의 집안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아름답고 통쾌한 혁명이 이어지는가 하면, 가부장이 저질렀던 실수를 가녀장 또한 답습하기도 한다. 가녀장이 집안의 세력을 잡으면서 가족구성원1이 된 원래의 가부장은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아름답고 재미있는 중년 남성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가부장은 한 팔에는 대걸레를, 다른 한 팔에는 청소기를 문신으로 새기고, 집안 곳곳을 열심히 청소하면서 가녀장 딸과 아내를 보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가부장제를 혁파하자는 식의 선동이나 가부장제 풍자로만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가녀장은 끊임없이 반성하고, 자신을 키우고 생존하게 한 역대 가부장들과 그 치하에서 살았던 어머니, 그리고 글이 아니라 몸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슬아는 그 어느 가부장보다도 합리적이고 훌륭한 가녀장이 되고 싶어하지만, 슬아의 어머니 복희에게도 가녀장의 시대가 가부장의 시대보다 더 나을까? 슬아의 가녀장 혁명은 과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가세를 일으키려 주먹을 불끈 쥔 딸이 자신과 가족과 세계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이슬아의 소설은 젊은 여성들이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며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혁신과 서사를 만들어내는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소설 속에서 이슬아는 당당하게 선언한다.
“그들의 집에는 가부장도 없고 가모장도 없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구매가격 : 10,500 원

캐논을 사랑한 여자

도서정보 : 권병욱 | 2022-10-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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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한 번 사는 인생에서
항상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다.

한 번이자 영원한 단 한 사람.
사랑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언제나 곁에서 인간 본연의 고독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줄 수 있는 그 무엇….
그들만의 신의를 죽을 때까지 지켜 주는 친구 사이에 존재한다.
어떤 사랑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할까?

구매가격 : 8,900 원

흥부전―경판본 25장본 국역본 고어본 전자본

도서정보 : 나종혁 편역 | 2022-10-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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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경판본 25장본은 [흥부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판본이며, 경판본 20장본의 모본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후기본이며, 지리적 배경은 전라도와 경상도 이도의 어름이고, 흥부와 놀부의 정확한 성 씨는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는 전북 남원의 어느 마을로 [흥부전]의 발상지를 추정하고 있다.

구매가격 : 10,000 원

국자전

도서정보 : 정은우 | 2022-10-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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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로잡을 신인의 등장,
『주간 문학동네』 첫 투고 선정작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정은우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정치적으로 엄혹했던 한국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 겪는 사랑과 투쟁의 이야기를 담은 『국자전』은 강력한 이야기의 힘으로 장편소설 연재 전문 웹진 『주간 문학동네』의 첫 투고 선정작이 되었다. 특히 『국자전』은 ‘손맛’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전에 없던 유니크한 캐릭터의 한국형 여성 히어로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시크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지닌 주인공 ‘국자’를 통해 삶을 긍정하는 유머와 세계를 대면하는 진지한 태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국자전』은 가장 특별한 능력 이야기가 가장 보통의 존재에게로 귀결되는, 가장 인간과 닮은 이야기이다.
『국자전』에는 따뜻한 유머뿐만 아니라 서늘한 비판의식도 담겨 있다. 인간을 쓸모의 유무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분투기는 인간에게 너그럽지 못한 사회상을 아프도록 꼬집는다. 대중을 분열시킴으로써 유지되는 한국의 정치 현실은, 영웅과 반동의 격전지가 재개발의 현장이 되는 등의 무차별적인 사리사욕의 추구와 맞물려 인간을 착취할 수 있는 도구로만 간주하는 시선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비인간적인 세태가 통쾌하게 풍자될 때 다음을 향하는 길이 비로소 보일 것이다.

“입에 들어가서 소화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가능해.”
‘손맛’으로 승부하는 한국형 여성 히어로의 탄생

초등학교 교사인 ‘미지’는 담임을 맡은 반에서 왕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받고 휴직한 상태다. 복직을 앞둔 그녀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첫 독립부터 이뤄내고자 엄마 ‘국자’와 식탁에 앉았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독립이라는 말만 꺼내면 국자의 휘황찬란한 밥상이 그녀의 의지를 녹여버린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독립 선언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이 기능력직 공무원이며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비틀 수 있다는 국자의 고백에 미지의 머릿속은 새하얘지는데…… “혹시 나한테도 쓴 적 있어?” 묻는 미지에게 국자는 태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고, 아연실색하는 미지의 표정 너머로 국자의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구매가격 : 11,100 원

라오코왼의 후예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10-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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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답답한 것은 오히려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몰려드는 파리떼야말로 역물이다.
편집 시간을 앞두고 수선스럽고 어지럽고 초조한 편집실의 오후를 파리떼는 제 세상인 듯 들끓고 있다. 얼굴과 손을 간지르다가는 목탄지 위에다 불결한 배설을 하고 날아가곤 한다.
“추잡한 방안이 천재의 있을 환경이 못 되누나.”
삽화가 마란은 시간이 촉박하였음에도 그날 소설에 들어갈 삽화를 아직도 그리지 못한 채 파리와의 싸움에 정신이 없다. 천재로 자처하는 그에게 휘답답한 편집실은 버릇없기 짝없는 곳이다.
“천재를 괴롭히는 이놈의 추물─이놈의 미물─이놈의 속물……”
파리채 밑에서 한 마리 두 마리 꺼꾸러져 책상 위에 볼 동안에 적은 시체의 무더기가 늘어간다. 마란이 중얼거리는 어투에는 비단 파리떼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편집실 안에 웅성거리는 천재 아닌 뭇 미물들을 조롱하는 마음도 있다. 국장을 비롯해 과장 부장 주임 기자 사무원 급사 등 흡사 파리떼만큼이나 흔한 속물들도 마란의 비위에는 파리떼와 고를 배 없는 평범하고 용렬하고 하잘것없는 존재로밖에는 비취이지 않는다. ─조물주는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도 흔한 미물들을 파리떼와 인간들을 만들었누. 이 흔한 미물들이 죄다 조물주의 똑같은 총애를 바랄 권리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어깨를 으쓱 솟구고 입술을 쫑긋 휘인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무엇인가, 똑같은 한 사람의 미물이 아닌가, 미물인 까닭에 아직도 그날의 삽화도 못 그리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은 전혀 망상임을 뉘우치면서 자기와 주위와는 여전히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음을 그의 천재적인 직관과 자부심이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삽화를 못 그린 것은 천재적인 고민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무더운 기압 속에서 볶이우면서 파리떼와 싸우며 초조와 번민 속에 사로잡혀 있음은 천재로 비약하려는 직전의 일순간이 아니던가. 무엇을 어떻게 그렸으면 좋을는지를 몰라 졸지에 막힌 것이 거의 한 시간 동안이나 목탄지 위에 붓끝이 머무른 채 손가락이 탄식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에서 두 눈이 형형이 빛났다. 파리 사냥에 정신을 옮기고 또 반시간을 지내는 동안에 편집시간은 자꾸 임박해 오건만 한 획도 운필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요새 와서 여러 번째의 버릇이었다. 꽉 막힌 답답한 창안에서 답보하기 시작한 예술이 쉽사리 길을 찾지 못하고 그 안타까운 괴롬을 표현할 도리를 몰라 메마른 영감과 동기 속에서 뼈를 갈면서 꼽박 꼽박 밤낮을 여위어 온다.
화풀이나 하듯 파리채를 휘두르는 동안에 애꿎은 시체만 책상 위에 늘어가고 목탄지는 어느 때까지나 백지의 순결을 지키고 있을 즈음 힘차게 쳐든 파리채에 요번에는 커다란 미물이 걸렸다. 등뒤로 돌아오던 급사가 파리채로 보기 좋게 면상을 얻어맞고 그 별안간의 봉변에 재수없다는 듯이 눈자위가 돌면서 퉁명스럽게 앞에 나타났다.
“마선생님 망령이신가요. 저까지 잡으실려구.”
“넌 파리보다 낫단 말이지.”
빈정대는 한마디가 어린 마음을 노엽히고야 말았다. 급사는 정색하면서 자기 맡은 의무로 어른을 윽박으러 들었다.
“딴소리 말구 얼른 그림이나 주세요. 몇 시나 됐나 시계를 좀 쳐다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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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10-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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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싸우고 그날 밤 조용한 좌석에서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즉시 싸움을 뉘우치고 녀석을 도리어 측은히 여긴 적이 있었다. 나날의 생활의 불행은 센티멘탈리즘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회의 공기라는 것이 깔깔하고 사박스러워서 교만한 마음에 계책만을 감추고들 있다. 직원실의 풍습으로만 하더라도 그런 상스러울 데는 없는 것이 모두가 꼬불꼬불한 옹생원이어서 두터운 껍질 속에 움츠러들어서는 부질없이 방패만은 추켜든다. 각각 한줌의 센티멘탈리즘을 잃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 거칠고 야만스런 기풍은 얼마간 조화되지 않을까.
─아닌 곳에서 나는 센티멘탈리즘의 필요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모처럼의 일요일도 답답한 것이 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음 한 귀퉁이로는 지난날의 녀석과의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싸움같이 결말이 늦은 것은 없다. 오래도록 흉측한 인상이 마음속에 남아서 불쾌한 생각을 가져오곤 한다.
즉 싸움의 결말은 그 당장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얼마든지 계속되는 것이다. 창밖에 만발한 화초포기를 철망 너머로 내다보면서 음악을 들을 때와도 마찬가지로 나는 녀석을 한편 측은히 여겨도 보았다. 별안간 운해가 찾아온 것은 바로 그런 때였다.
제 궁리에 잠겨 있던 판에 다따가 먼 곳에서 찾아온 동무의 자태는 퍽도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몇 해 만이건만 주름살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에 여전히 시원스런 낙천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싸움의 기억에 잠겨 있는 판에 하필 자네가 찾아올 법이 있나.”
“싸움두 무던히는 좋아하는 모양이지.”
“욕을 받구까지야 가만있겠나.”
“싸웠으면 싸웠지 기억은 뭔가. 자넨 아직두 그 생각하구 망설이는 타입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야. 몇 세기 전의 툇불님을 개운치두 못하게 원.”
“핀잔만 주지 말구─센티멘탈리즘의 필요라는 건 어떤가.”
“센티멘탈리즘으로 타협하잔 말인가. 싸우면 싸웠지 타협은 왜. 싸움이란 결코 눈앞에서 화다닥 끝나는 게 아니구 길구 세월 없는 것인데 오랜 후의 결말을 기다리는 법이지 타협은 왜─”
“자네 낙관주의의 설명인가.”
“낙관주의 아니면 지금 이 당장에 무엇이 있겠나. 방구석에 엎드려 울구불구만 있겠나.”
운해는 더운 판에 저고리를 벗고 부채를 야단스럽게 쓰기 시작했다.
“내 낙관주의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함세─봄부터 어떤 산업회사에 들어가 월급 육십 원으로 잡지 편집을 해주고 있네. 틈을 타서 영화회사 촬영대를 따라 내려온 것은 촬영 각본을 써주었던 까닭─”
간밤에 일행들과 여관에 들었다가 아침에 일찍이 찾아온 것은 묵은 회포를 이야기할 겸 내게 야외촬영의 참관을 권하자는 뜻이었다. 물론 이런 표면의 사정이 반드시 그의 낙관주의의 설명은 아닌 것이요, 그것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가 낙관적일 뿐이다. 그의 처지를 설명하는 어조에는 오히려 일종의 그 스스로를 비웃는 표정조차 있었던 것이요, 그런 그의 태도 속에 나는 달관의 노력의 자취를 역력히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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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산문시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10-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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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보는 서울에는-표면에 드러난 인상에 관한 한도 안에서는-그다지 신기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처음으로 여행하는 사람같이 새로 선 건축물에 놀랄 필요도 없고 백화점에 들어가 정신을 빼앗는 것도 없고 상품의 무지쯤은 지릅떠볼 것 없이 냉정하게 무시할 수도 있다. 도희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무례하고 거만한 여행자라고 책하여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눈이 가는 것은 솔직하게 말하면 여인풍경이니 이렇게 실토를 하면 그만한 여행자도 결국 투구를 벗고 흰 기를 든 셈이 되나. 사실 잠깐만에 보는 장 안에 무엇보다도 변하고 있는 것은 여인의 자태인 것이다.
변하여 가는 용모. 철에 맞는 치장이 늘 새로운 풍경을 지어 불과 한철만이면서도 자연 괄목상대하게 된다. 결국 도회 문화의 앞잡이를 서는 것은 여인풍경이요. 색정문화의 발달이 곧 건전한 도회를 걸어간다-고 말함은 일종의 역설일까.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여인의 표정을 살피고 나부끼는 머플러에 주의를 보내는 마음은 건전치 못한 것일까. 여행을 하는 마음은 그 무엇을 찾는 마음이니 그 무엇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절대의 탐구」를 쓴 발자크 자신이 찾은 절대는 우주의 마지막 원수도 아니오 그렇다고 ‘인간 희극’의 진리도 아니오 실로 몇 사람의 여인이 아이었던가. 그는 예술의 지팡이를 짚고 여인을 찾은 한 사람의 평범한 나그네였다. 세상에 많은 사람도 결국 그런 여행자가 아닐까.
도서관에 들어가 손때 묻은 인간 희극의 진리를 찾기보다 하숙의 방에 들어박혀 추운 변을 보는 것보다도 목적 없이 거리를 거니는 것이 한결 여정을 복돋는다. 세상에서 제일 떨어지는 음악이라도 쓰린 고독보다는 낫고 거리에서 제일 아랫길 가는 술이라도 추위를 덜어줄 수는 있는 까닭이다.
하숙의 이층은 춥고 을씨년스럽다. 방바닥에는 숯불이 있고 이 방 속에는 식은 물통이 있을 뿐이오 호텔이 바라보이는 외겹 유리창으로는 먼지와 바람이 새어들어 가방과 책상만이 있는 방안을 한층 더 스산하게 휘덮어 놓는다. 얇은 벽 하나를 걱한 이웃장에서는 하급 회사원인 홀아비가 어미 없는 사남매를 데리고 쓰린 아침저녁을 보내는 눈치다. 숙성한 맏딸에게서 유행가를 배우머 한 구절 한 구절 서투르게 받는 중년 사나이의 재치 없는 목소리가 밤이면 처량하디 측은하게 흘러온다. 아래층에서는 몇 호실에선지 회사에 다니는 여사무원이 해산한지 삼칠일도 못되었다. 유성기 회사에 다니는 아이 아비의 꼴은 볼 수 없이 밤중이면 어 린 것만이 목에 불이 달이게 우는 것이다. 그 안타까운 아우성이 이웃방 홀아비의 유행가와 우연히 이부합창이 될 때가 있다. 주인 노파는 식당에서 이러쿵더러쿵 갓난애 어미의 흉을 조다가도 그가 돌들어오면 슬쩍 다른 사람의 흉을 들어내군 한다. 이 모든 옆방의 사람들은 맞은편 큰 호텔의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각자의 초라한 생활을 좁은 방 속에 꾸깃꾸깃 움츠려버리는 것이다.
잘났든 못났든 제 생활이다. 하숙의 층 위와 층 아래는 인생의 수술대와 같이 앙상한 뼈대를 감출 바 없다. 수술에 익숙한 이층 끝 방 치과전문이 다니는 친구는 수술대의 현실을 피하여 때만 먹으면 거리로 나가버린다. 젊은 마음은 일반인 모양이다. 방의 생활이 주접들 때 거리는 확실히 일종의 유혹인 것 같다.
수많은 찻집-그것은 벌써 한가한 젊은 사람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거의 운명적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천차만별의 술집-어느 집에서든지 바코스는 사람을 푸대접하는 법이 없다. 스치는 여인의 눈동자에 은근한 위안을 발견함은 시인만의 특권은 아닐 법하다. 옆 박스에서 흘러오는 회화에 귀기울임도 흥미 있는 일이니 여자들의 말재주는 나날이 늘어가는 듯하다. 맵시와 함께 재주도 더하여 가는 모양이다. 잘된 회화의 단편을 바람결에 얼핏 듣기란 서투른 소설을 읽기보다도 지루한 각본을 듣기보다도 정신이 번쩍 뜨이는 유쾌한 일이다. 간결하고 윤채 있고 은근하고 넘겨짚어 가는 회화의 구절구절을 줍기한 식탁 위에 풍성한 과실을 찾을 때와도 같은 기쁨을 준다.

구매가격 : 500 원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10-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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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이립(三十而立)’─의 옛사람의 말을 생각할수록에 지금의 신세가 억울한데 더한층 안타까운 것은 ‘사십이(四十而)─’ 무엇이던가를 잊어버렸습니다. 삼십에 서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십에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의 옛사람의 가르침을 어느결엔지 까먹어 버린 것이 삼십을 넘어 사십을 바라보는 요사의 세운의 마음을 한층 죄었다.
행차 칼이나 목에 맨 듯 괴로운 마음으로 사십의 교훈을 생각하면서 포도를 걸어갈 때 정해 놓고 가게 유리창에 어리우는 자기의 꼴이 눈에 뜨인다.
그 자기의 꼴에 한눈을 파게 된 것이 또 한 가지 요사이의 기괴한 버릇이다. 사람의 모양을 호들갑스럽게 망칙하게 비춰내는 것이 거리의 유리창의 심술이기는 하나 그 비뚤어진 속으로도 후락한 육체의 꼴이 눈에 드러나 보이는 것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거리의 목욕탕에 들어가 저울 위에 오를 때 아무리 발을 굴러 보아도 바늘이 십칠 관을 더 가리키지는 않았다. 이십 관을 자랑하던 위장부의 늠름하던 체중이 반년 동안의 비참한 몰락인 것이다. 얼굴에 온통 허구렁이 진 것은 오히려 나이의 턱이라고 하더라도 비대하던 몸집이 거의 반쪽으로 축난 것은 유리 속으로도 보기 딱했다. 그 헌거롭던 자태가 이제는 하릴없는 등신의 행진이었다.
지난 반년 동안 술이 과했고 몸가짐이 허탕했던 까닭으로밖에는 돌릴 수 없는 것이 그 이상의 이유를 세운은 생각하기도 싫었고 생각했대야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같이 또박또박 이치를 따지지 못하나 무거운 울화만은 거리의 누구에게도 밑지지 않게 가슴속에 간직한 그였다.
아침에 집을 나가면 동무들과 휩쓸려 술과 해 동무를 하다가는 밤이 패야 돌아간다. 소리패와 좌석을 같이하고 진종일을 지낸다고 해도 별반 신통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농을 걸고 북새를 놓고 하는 동안에는 도리어 사람이 허름해만 지고 처신이 떨어져 갈 뿐이었으나 그러나 집안에 있을 때의 지옥의 괴롬을 생각하면 그래도 실속은 없으나마 그 긴치 않은 동무들과 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길을 잡아보겠다고 몇 번이나 두문불출 집안에 들어박혀 보려고 애썼는지 모른다. 애를 썼을 뿐이지 그 갑갑한 공기 속에서는 단 반날을 진정하고 앉아서 신문 한 장 편히 읽을 수는 없었다. 생활의 기쁨이라고는 없는 어둡고 무거운 유풍 속에서 아내는 허구한 날 황고집을 피우면서 흥이야 항이야 쓸데없는 일에까지 입살이 세다. 생각하면 묵은 대의 희생을 당한 결혼부터가 불행한 것이었다. 남편된 도리를 다하지도 못했거니와 아내로서의 부드러운 정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남편의 밖에서의 처신이 허랑하다고 활이야 살이야 문책이 심하면 끝에 자진해 버리겠다고 약사발 소동을 일으켰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뺏어서 던진 약사발이 공교롭게도 뜰 앞 향나무를 맞히면서 뿌리 위에 쏟아져서 독한 잿물 기운에 잎이 타고 가지가 시들기 시작했다. 선친이 돌아가기 전에 손수 심어 놓은 기념수였다. 경망스럽게도 치명의 상처를 입은 향나무를 바라만 보아도 심화가 터 올라와서 그 후부터는 더욱 집이 싫어졌다. 집이 아니라 굴이요, 잠깐 잠자리를 빌러 들어갈 뿐인 게 껍질인 셈이었다. 잠만 깨면 작정 없이 거리로 나와 계획도 지향도 없어 발 가는 대로 뜻을 맡겼다.
자연 삼십의 교훈이 마음속에 절실히 떠오르게 되었고 유리창에 어리우는 메마른 꼴이 눈에 띠이게도 된 것이다. 그러나 발 맥이 노곤한 판에 단골찻집에 들어가 이것도 그맘때만 되면 번김없이 와 앉아 있는 진을 만나 마주앉게 되면 세운은 무시근하게도 교훈도 자기 꼴도 흐리마리 잊어버리고 만다. 긴치 않다고는 해도 그 바람에 아직도 동무만은 버리지 않고 좋든 궂든 사귀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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