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심
도서정보 : 양전형 | 2022-02-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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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욕망이 경이로울 만큼 가득 차 있고
남은 미련이 산더미 같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선 한갓 허무일 뿐이겠지만,
자기 목숨의 끝이 언제라고 정해졌을 때
사람들은 남은 생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고
이 소설이
세상에다 던지고픈 질문이기도 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심장은 나보다 더 솔직하거든….”
“속상할 때 술을 마시면 있잖아이? 마음이 펴진다게. 유식한 말로 긍정!
세상일들이 다 ‘그럴 수도 있겠지’로 마음이 풀어지거든. 그러니 난 술이
아니라 긍정을 자주 마시는 거지.”
-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7,800 원
다섯 번째 감각
도서정보 : 김보영 | 2022-02-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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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초기 걸작 10편을 드디어 다시 만난다!
오래도록 한국의 SF에는 김보영이 빛나고 있었다
2010년 김보영의 소설집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가 처음 나왔을 때, 소설가 박민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여왕의 등극이다. 김보영의 작품들이 언젠가 한국 SF의 ‘종의 기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김보영은 한국 SF 작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최대 출판사 하퍼 콜린스에서 영문 단편집을 출간했고, 또 다른 영문 단편집으로는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를 두고 여러 SF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국 SF 사에서 전설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고, 그 예언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두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반갑게도 수록작 중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몇 편이 재출간되어 독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국 SF의 기원”으로 일컬어질 작품들을 독자들이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2년 만에 복간되는 김보영 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에는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 중 따로 출간된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과, 후속편을 집필해 장편으로 준비 중인 <종의 기원> 연작, 그래픽 노블로 나오게 될 <진화신화>, 그리고 《얼마나 닮았는가》에 수록된 <0과 1 사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수록되었다. 데뷔작이자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대상을 받은 <촉각의 경험>에서부터 한국 SF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될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까지, 오래도록 한국의 SF에서 빛나고 있었던 김보영의 초기 걸작들을 다시 만나보자.
구매가격 : 12,800 원
러브 플랜트
도서정보 : 윤치규 | 2022-0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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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지금 우리들 연애의 세 가지 장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한 번째 작품으로 윤치규 작가의 『러브 플랜트』가 출간되었다. “탄탄한 문장을 토대로 서사의 리듬을 형성하는 능숙함”(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평 중)을 가지고 있다는 찬사와 “더 설득력 있고 개성적인 ‘이야기의 컷’들을 독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중)는 기대를 받으며 2021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 2관왕을 거머쥔 윤치규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가면 어떡해요.”
“연애보다는 훨씬 쉽죠. 적어도 식물은 좋아한다고 막 달려들지는 않잖아요.”
“쓰고 싶은 게 있다면 아직도 연애뿐”
윤치규 첫 소설집
「일인칭 컷」은 비혼식을 선언한 여자친구 ‘희주’와 말레이시아 여행을 떠난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인칭 컷’은 희주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구도의 명칭이다. ‘나’는 ‘희주’가 왜 자신을 두고 비혼식을 했는지, 회사에서 성희롱 사건을 겪은 후 ‘희주’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희주’가 자신에게 부탁해 찍는 ‘일인칭 컷’이 왜 ‘일인칭’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희주’와 ‘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해설, 김정빈 평론가)의 차이는 여행 내내 두드러진다. ‘희주’와 달리 ‘나’는 팜나무와 야자나무의 차이에 대해 무심하고, ‘희주’에게는 이제 차오르기 시작하는 초승달이 ‘나’에게는 기울어가는 그믐달로 보인다. ‘나’는 자신이 “알 수 없다는 것”(11쪽)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팜나무와 야자나무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는 것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여성으로서 ‘희주’의 삶과 남성으로서 자기 삶의 차이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끝끝내 이해되지 못할 타자로서의 애인을 목격”(해설, 김정빈 평론가)한다.
희주는 이런 사진을 ‘일인칭 컷’이라고 불렀다. 사진은 인물보다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장소가 온전하게 담기면서도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는 희주의 뒷모습이 한쪽 구석에 반드시 놓여야 했다. 여행할 때면 희주는 이런 사진을 자주 찍어서 올렸다.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사진 속에서 일인칭 시점은 바로 나였다.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는 희주는 정작 삼인칭 피사체에 불과했다. (「일인칭 컷」, 15~16쪽)
「완벽한 밀 플랜」은 어딘가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현영’과 ‘나’의 신혼 여행기를 그리고 있다. ‘나’는 ‘현영’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사랑을 통해 자신이 ‘현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영은 계속해서 손목을 그었고, 술을 많이 마셨다. 결혼식 전날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지지만, ‘나’는 오히려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결혼을 강행한다. ‘나’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이유로 변화를 강요하는 것”(해설, 김정빈 평론가)이 “일방적인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며 이에 순응한다. 하지만 순응 이후 ‘현영’과 제대로 대화하지 않고 단절된다. ‘나’의 입장에 자신이 ‘완벽한 밀 플랜’을 짜는 사람이라면, ‘현영’은 그 계획을 망치는 사람인 것이다. 두 사람은 결국 “95퍼센트 확률의 터틀 퀘스트”를 실패하고, 서로의 깊은 간극만 재확인한다. 뿔 달린 물고기가 바다거북의 몸에 뿔을 꽂고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것이 뿔 달린 물고기의 탓만도, 바다거북의 탓만도 아닌 것처럼 ‘나’와 ‘현영’의 관계는 “정답을 찾으려는 시도 없이 단지” 유보된다.
그렇기에 현영이 예전처럼 술에 취해 위험한 일을 벌이면 나는 실망했고 동시에 빠져나올 수 없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현영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제일 괴로웠다. 이 모든 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 나를 만나도 똑같다는 것. 내가 곁에 있어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어딘가 아득히 먼 곳으로 내몰았다. (「완벽한 밀 플랜」, 57쪽)
표제작 「러브 플랜트」는 앞의 두 작품이 그려낸 연애, 결혼에 이어 ‘이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혼 경험이 있는 ‘백현준’은 같은 경험이 있는 ‘이미나 차장’과 동질감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백현준은 “고백할 때 제발 꽃 사지마 공포증”(67쪽)을 가지고 있는 꽃집 사장으로, 일방적인 고백에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인물이다. 일방적인 고백에 그렇게 과한 반응을 보이게 된 이유는, 이혼 경험 때문이다. ‘백현준’은 “이혼소송이라는 절대적이고 사회적인 권력에 의해 자신의 연애 공식을 파괴하는 절차”(해설, 김정빈 평론가)를 거친 것이다. 연애-결혼-이혼의 과정을 거치며 ‘백현준’은 ‘일반적인’ 연애가 ‘일방적인’ 연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혼소송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듯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사랑에서 비롯된 연애-결혼-이혼이라는 단계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망가지거나 지속될 순 없다. ‘백현준’은 꽃다발이 아니라 율마 화분으로 ‘이미나 차장’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진 않는다. 식물을 기르는 것처럼 관계에도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백현준’은 ‘이미나 차장’의 뒷모습을 오래 지켜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방식, 식물의 방식을 배운다.
그때 백현준은 왜 아내에게 결혼을 종용했던 것일까? 물론 아내를 좋아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 당시 백현준은 분명히 뭔가에 취해 있었다. 회사에서 인기가 많던 아내를 차지하게 됐다는 자부심 같은 게 있었을 수도 있고,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아내의 나쁜 버릇을 자신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오만하게 자신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렇게 불안정한 사람을 자신이 남자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건 사실 누구도 바라지 않은 혼자만의 비틀린 열정이었고 일방적인 망상에 불과했다. (「러브 플랜트」, 94쪽)
윤치규 작가는 세 편의 소설을 통해 연애, 결혼, 이혼의 세 가지 장면을 자신만의 고유한 컷으로 제시한다. 엇비슷해 보이는 연애들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잎맥을 가지고 있듯, 모두에게 같은 연애는 없고, 윤치규 작가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쓰고 싶은 게 있다면 아직도 연애뿐”이며 “이제는 조금 다른 연애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윤치규 작가가 보여줄 ‘조금 다른 연애’가 기다려진다.
구매가격 : 12,000 원
만세
도서정보 : 최남선 역자 | 2022-02-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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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마지막 수업(La Derni?re Classe)’ 최남선의 최초 번역작품!!(1923년 2권 ‘동명’)
여기 역출(譯出)한 것은 그러한 단편을 모은 《월료설림(月曜說林)(Contes du Lundi)》 중의 하나로 국적(國籍)과 아울러 국어를 잃게 된 설은 하루의 애다로운 한모를 그린 것이니, 작자가 드러내려 한 어느 비통의 가장 커다란 표본을 짊어진 우리는 읽어 가는 중에 아무 사람보다 더욱 심각한 감촉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서(序) 중에서>
구매가격 : 1,000 원
장미의 이름은 장미
도서정보 : 은희경 | 2022-0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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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지도, 뉴욕-여행자 소설 4부작
끊임없는 자기 혁신의 아이콘 은희경의 일곱번째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읽히며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지금 우리 시대의 작가’로 사랑받아온 은희경이 『중국식 룰렛』(창비, 2016) 이후 육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인간관계를 둘러싼 근원적 문제를 작가 특유의 개성적이며 상큼한 어법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과 함께 제29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해 총 네 편의 연작소설이 실렸다.
날카로운 통찰과 이지적이고 세련된 문장으로 소설 읽기의 낯섦과 즐거움을 선사해온 은희경은 이번 소설집에서 각각의 작품 속 인물들을 느슨하게 연결하고, 공통적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또하나의 세계를 완성했다. 외국은 인물들이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국적, 인종 등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요소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개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곳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외국-여행자-타인’이라는 세 점을 교차하며 그에 따른 반응을 관찰하는 은희경식의 정교한 실험이자, 낯선 장소와 타인을 경유해 다시 스스로를 향해 렌즈를 맞추는 아름다운 인간학개론이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주인공은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으로 떠난 마흔여섯의 ‘나’와 그녀가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이다. 마마두는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그런 마마두와 종종 짝을 이루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성별도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한국에서와 달리 영어를 통해 분명하고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마마두와 대화할 때면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어학원 프로그램이 몇 주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마마두와 처음으로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에 불쾌해졌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름없는 마마두의 모습이 그날따라 ‘나’에게 어딘지 불안하고 어리숙하게 느껴지고, 그와의 첫 나들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은의 세계
도서정보 : 위수정 | 2022-0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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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불청객이 되고야 마는 여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위수정의 소설에서
가장 매혹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_최은미(소설가)
일견 안온해 보이는 삶의 커튼을 들추고 그 아래 드리운 그늘을 들여다보는 신예 작가 위수정의 첫 소설집 『은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으로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낸다”(심사위원 구효서, 은희경)는 평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사 년 동안 부지런히 써온 여덟 편의 작품이 묶였다. 특히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당찬 기백”(문학평론가 조효원)을 지녔다는 평과 함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은의 세계」와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연달아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풍경과 사랑」 등의 작품이 새로운 작가가 펼쳐 보일 세계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담당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가르치려 들지 않”는,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 어딘가를 움직이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그와 꼭 닮은 소설을 선보이며 확고하고 고정된 사실의 세계가 아닌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섣불리 정의 내릴 수 없으나 한번 들으면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낯설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구매가격 : 10,200 원
병상 이후
도서정보 : 이상 | 2022-0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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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사의 얼굴은 몇 번이나 치어다보았다. '의사도 인간이다, 나하고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이렇게 속으로 아무리 부르짖어 보았으나 그는 의사를 한낱 위대한 마법사나 예언자 쳐다보듯이 보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의사는 붙잡았던 그의 팔목을 놓았다 (가만히). 그는 그것이 한없이 섭섭하였다. 부족하였다. '왜 벌써 놓을까, 왜 고만 놓을까? 그만 보아 가지고도 이 묵은[老] 중병자를 뚫어 들여다볼 수가 있을까.' 꾸지람 듣는 어린아이가 할아버지의 눈치를 쳐다보듯이 그는 가련 (참으로) 한 눈으로 의사의 얼굴을 언제까지라도 치어다보아 그만 두려고는 하지 않았다. 의사는 얼굴을 십장생화(十長生畵) 붙은 방문 쪽으로 돌이킨 채 눈은 천장에 꽂아 놓고 무엇인지 길이 깊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길게 한숨 하였다. 꽉 다물어져 있는 의사의 입은 그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안방에서 들리는 담소(談笑)의 소리에서 의사의 웃음소리가 누구의 것보다도 가장 큰 것을 그는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눈물날 만큼 분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병이 그다지 중(重)치는 아니 하기에 저렇지. '하는 생각도 들어, 한편으로는 자그마한 안심을 가져 오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에도 그가 잊을 수 없는 것은 그의 팔목을 잡았을 때의 의사의 얼굴에서부터 방산(放散)해 오는 술의 취기 그것이었다. '술을 마시고도 정확한 진찰을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여가며 그래도 그는 그의 가슴을 자제하였다. 그리고 의사를 믿었다. (그것은 억지로가 아니라 그는 그렇게도 의사를 태산같이 믿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나오는 의사의 큰 웃음소리를 그가 누워서 귀에 들을 수 있었을 때에 '내 병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지! 술을 마시고 와서 장난으로 내 팔목을 잡았지, 그 수심스러운 무엇인가를 숙고 하는 것 같은 얼굴의 표정도 다 - 일종의 도화극(道化劇)이었지! 아 - 아 - 중요하지도 않은 인간 -.' 이런 제어할 수 없는 상념이 열에 고조된 그의 머리에 좁은 구멍으로 뽑아 내는 철사처럼 뒤이어 일어났다. 혼자 애썼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 - 고만하세요, 전작이 있어서 이렇게 많이는 못 합니다." 의사가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는 이러한 소리와 함께 술잔이 무엇엔가 부딪히는 쨍그렁하는 금속성 음향까지도 구별해 내며 의식할 수 있을 만큼 그의 머리는 아직도 그다지 냉정을 상실치는 않았다.
의사 믿기를 하느님같이 하는 그가 약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은 그 무슨 모순인지 알 수 없다. 한밤중에 달여 들여오는 약을 볼 때 우선 그는 '먹기 싫다.' 를 느꼈다.
그의 찌푸려진 지 오래 인 양미간은 더 한 층이나 깊디깊은 홈을 짓지 아니하면 아니 되었다. 아무리 바라보았으나 그 누르끄레한 액체의 한 탕기가 묵고 묵은 그의 중병(단지 지금의 형세만으로도 훌륭한 중병환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을 고칠 수 있을까 믿기는 예수 믿기보다도 그에게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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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부
도서정보 : 이병각 | 2022-0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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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간에는 화ㅅ틔의 관솔불이 뚤어진 솥뚜껑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뿌 ― 연 김에 가리여 어두컴컴하게 가물거리였다. 아내는 부엌 아구니의 불을 굴목으로 드러밀고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들었다. 앞이마에 착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걷어 올리고 허리를 폈다. 자지여드러가는 밥이 삐 ― 하고 솟전에 눈물 방울이 졸 ─ 내려오더니 짤르르하고 말러버린다.
『저녁밥이 얻듯케 되였나?』
방문을 빠시시 열고 어머니가 내여다보았다.
『지금 거이 되였습니다.』
아내는 행주를 빨면서 공손히 대답하였다.
『두부는 익히지 말고 그냥 써러 드러노아라.』
『네 ―.』
아내는 가느다랗게 대답하고 행주를 솥뚜껑에 철석 걸치였다.
어머니는 희미한 호롱불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돗자리줄을 헤아리고 앉아있는 아들의 머리수지가 어두컴컴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머리가 지나간 날엔 길게 자라서 어깨를 덥든 것이 지금은 땡땡이 중놈같이 짤막하게 까까버린 것이 도로혀 시원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귀밑으로 방긋이 보이는 얼굴살결은 너무나 엄청나게 하이얗다. 어머니는 아들의 옆에 당겨 앉혀 손을 만져보았다.
『이것 바라 손구락이 뼈만 남었구나!』
아들은 잠잠코 앉저서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전보담 더욱 말이 적음이 원망스러웠다. 몇해를 그냥 집을 나가있다가 돌아왔다 하더라도 응당히 이야기가 많을터인데 감옥에서 고생을 하다가 오늘 집에 돌아온 아들이 아무 이야기도 없이 그냥 멍하니 자리 날만 헤아리고 앉졌는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일변 근심스러웠다.
어린 아이가 잠이 깨었다. 응 ─ 하며 일어나서 눈을 부비더니 그만 울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얼는 고개를 들고 어린 아이를 잡아 안았다. 그리하여 무르팍 위에 언저놓고 달래였다. 어린 아이는 애비의 앞자락에 얼굴을 대이고 다시 졸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이야기도 않고 앉졌든 아들이 손녀를 안고 달래는 것이 반가웠다. 무심해보이는 아들에게 어디서 우러나온 마음인지 그래도 자정은 있나 보다 하였다. 어머니는 반가운 나머지 그만 눈물이 고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오랫동안 ×에 들어가 있다가 와서 응당히 만을 고생하든 이야기도 자기에게 들려주지 않고 제가 낳은 제 자식은 품에 안고 귀여워함을 볼 때 어찌하여 아들은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도 제 어미의 사정은 알아줄줄 모르는가 하고 희미하게 원망스러웠다.
『그래 이야기를 좀 해라! 아무리해도 골병은 질멋니라!』
어머니는 무엇이 원망스러웠다. 귀한 자식을 골병짐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애처로웠다. 알지 못하는 반발로 하여금 이 말이 능히 서슴지 않고 나왔다.
『원 별소리를 다 합니다. 골병은 무슨 골병!』
아들은 대수롭지 안타는 듯이 말하였다. 어머니는 삼년동안 못본 사이에 아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숙드러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삼년 전 바깥에 있을 때는 동리사람들이 아들을 다 키웠다고 칭찬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들이 위험인물이니 걱정이라고 충고할 때에도 어머니는 늘 아들은 아직 젖내음새 나는 어린 것이러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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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0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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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에도 재도 자신의 휼계임을 알았을 때에 현보는 괘씸한 생각이 가슴을 치밀었으나 문득 돌이켜 딴은 그럴 법도 하다고 돌연히 느껴는 졌다. 그제서야 동무의 심보를 똑바로 들여다본 것 같아서 몹시 불쾌하였다. 그날 밤 술을 나누게 되었을 때에 현보는 기어코 들었던 술잔을 재도의 면상에 던지고야 말았다.
“사람의 지식이 그렇게도 비루하여졌더나.”
“오. 오해 말게. 내가 무엇이기로 과장이 내 따위의 말에 따라 일을 처단하겠나. 말하기도 전에 자네의 옛일을 다 알고 잇네. 항상 그렇게 조급한 것이 자네 병이야. 세상에 처해 나가려면 침착하고 유유하여야 하네. 좀 더 기다려 보게나.”
“처세술까지 가르쳐줄 작정이야.”
이어 술병마저 들어 안기려다가 현보의 손은 제물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문득 재도의 위대한 육체가 눈을 압박해 오는 까닭이다. 아무리 발악한대야 ‘유유한’ 그 육체에는 당할 재주가 없을 것 같았고 그 육체만으로 승산은 벌써 한풀 꺾이운 것을 깨달았다. 서로 떨어져 있는 몇해 동안에 불현듯이 늘어난 비대한 그 육체 속에는 음모와 권술과 속세의 악덕이 물같이 고여 있을 듯이 보였다. 그와 자기와의 사이에는 벌써 거의 종족의 차이가 있고 건너지 못할 해협이 가로놓여 있음을 알았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 하고 느껴지며 옛일이 꿈결같이 생각되었다.
“아예 오해말게. 옛날의 정의라는 것도 있잖은가.”
“고얀 놈.”
유들유들한 볼따구니를 갈기고 싶었으나 벌써 좌석이 식어지고 마음이 글러져서 싸움조차가 어울리지 않음을 느꼈다. 거나한 김에 도리어다시 술을 입에 품는 동안에 가늠을 보았던지 마침 재도 편에서 먼저 자리를 벌떡 일어나서 무엇인가 핑계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물러섰다.
“음칙한 것-”
또 한 수 꺾이운 현보는 발등을 밟히우고 얼굴에 침을 뱉기운 것 같아서 속 심지가 치밀며 그럴 줄 알았더면 당초에 놈의 볼따구니를 짜장 갈겨 두었더면 하고 분한 생각이 한결같이 솟아올랐다.
그제 와서는 모든 것이 뉘우쳐졌다. 무엇을 즐겨 당초에 하필 그 있는 곳으로 자리를 구하려고 하였던가. 옛날에 동무가 아니라 동지이던 그 우의를 의지한 것이 잘못이었고 둘째로는 그 자리를 알선하여 준 옛 스승이 원망스러웠다.
구매가격 : 500 원
마요르카의 연인
도서정보 : 신영 | 2022-0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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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영, 그의 영혼 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
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의 위원장이자 20여 년간 정치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신기남. 그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으로 삶과 역사와 정치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낸 타고난 이야기꾼 ‘소설가 신영’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영혼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두 번째 장편소설 『마요르카의 연인』으로 풀어냈다.
해군과 해병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인 OCS(해군사관후보생대) 출신으로 해군장교로 병역을 마친 저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처드 기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관과 신사〉를 보게 된다. 해군의 항공사관학교를 배경으로 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의 OCS도 저처럼 훌륭한 이야기가 될 풍부한 잠재력이 있음을 직감한 그는 OCS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했다. 하지만 그 소설이 멋지게 완성되기에는 와인처럼 숙성될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다.
해군의 도시 진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디에서 결말을 맞이해야 할까 오랫동안 고민하던 저자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게 된 저자는, 여기라면 오디세우스처럼 세계를 방황하던 그의 주인공이 진정한 영혼의 안식을 맞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소설가 신영의 영혼 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가 오랜 숙성을 거쳐 마침내 『마요르카의 연인』이라는 장편소설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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