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
도서정보 : 구광렬 | 2022-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주 옛날 사람들은 고래를 먹어선 안 되는 영물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쩌다 고래를 사냥하게 되었을까?”
반구대 암각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인류 최초의 포경에 관한 기록을 담은
우리 문화의 원형(Archetype)을 되짚는 민족의 대서사시!
문명의 여명기에 살았던 이들의 권력다툼과 사랑, 예술혼, 지혜와 용기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절벽에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기원전 4000년경 문명의 여명기에 살았던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고래를 신성하게 여겨 고래잡이를 금기시하던 큰어울림가람(태화강) 부족을 중심으로, 으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권력다툼, 이뤄질 듯 이뤄지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둘러싼 갈등과 협력, 혹독한 환경에 맞서 삶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지혜와 용기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가혹한 처지에서도 암각화 제작에 열정과 예술혼을 불태우고, 더 넓은 삶의 지평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호랑이, 사슴, 멧돼지, 인물상 등 총 300여 점에서 이끌어낸 상상력으로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초기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을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큰어울림가람 부족 사람들의 삶에서 배신과 음모, 증오와 아픔보다는 공존과 지혜, 용서와 온기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생존과 경쟁보다는 상생과 협력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애쓴 작가의 의도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기원전 4000년경 태화강 반구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국보 28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는 높이 3m, 너비 10m 크기의 바위에 300여 점의 물상이 아로새겨져 있다. 58마리에 이르는 고래와 상어, 사슴, 양, 멧돼지, 호랑이, 범, 여우, 늑대, 족제비 등의 동물, 그리고 14명의 사람과 5척의 배, 사냥도구 등이 등장한다. 특히 귀신고래, 범고래, 북태평양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돌고래 등의 생김새와 습성 등이 매우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배를 타고 고래잡이를 하는 모습, 울타리, 그물, 작살, 활 등의 사냥도구와 옆모습을 한 사람 전신상도 볼 수 있다.
구광렬 작가가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것은 2007년,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詩) 창작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과 언양 대곡천으로 야유회를 갔을 때였다. 그는 대곡천 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고는 엄청난 기에 눌려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갑자기 신이 내린 무당처럼 글을 써야겠다는 운명적인 느낌을 받은 것도 그때였다. 그날 이후 있는 대로 관련 자료를 뒤지고 가슴 한켠에는 스토리를 계속 축적해갔다. 기원전 4000년경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초기의 시대적 생활상과 명명법(命名法), 고래의 종류와 포경방법, 배 만드는 방법, 그 당시 생태 환경에서 살아간 식물과 동물 등 고증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만만치 않은 숙제로 다가왔지만, 수많은 사람을 만나 하나하나 고증해가면서 당시의 종합적인 생활상을 소설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작가는 “누가,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암각화를 새겼을까 하는 의문”을 품은 채 틈만 나면 반구대를 찾았고, 방대한 자료 수집과 면담을 거쳐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동원해 그에 대한 퍼즐을 맞춰가듯 마침내 반구대 암각화에 관한 최초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해냈다.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 이들의 갈등과 화합
소설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족장이 세습의 형태로 고착화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반란을 도모하며 긴장과 갈등에 휩싸이는 큰어울림가람 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으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는, 두 아들 중 한 명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최고 권력을 꿈꾸는 큰주먹과 권력보다는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 그리매가 그들이다. 그리고 그 둘 모두는 아리따운 처자 꽃다지를 마음에 두고 있다. 2부에서는 하가 차지하고 있던 으뜸 자리를 찬탈한 갈의 횡포가 그려지고, 그가 독살당한 후 작이 으뜸이 되면서 반항하는 큰주먹이 내쫓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큰주먹은 그리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고, 꽃다지는 그 누구의 여인도 아닌, 마을의 큰어미로 거듭난다. 3부는 꽃다지와 작의 무리가 이웃 부족에게 끌려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소식을 들은 큰주먹과 그리매는 꽃다지를 구하기 위해 이웃 부족에 잠입한다. 마침내 끌려갔던 사람들이 다시 마을에 돌아오고, 큰주먹은 마을의 으뜸으로 올라선다. 하지만 큰어울림가람 부족이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부족민 수가 늘어나면서 마을은 식량난에 휩싸인다. 큰주먹은 그리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매는 그간 고심을 거듭하며 연구해온 고래잡이를 제안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인물은 제각각 자신만의 캐릭터를 지녔다.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꽃다지, 그리매, 큰주먹, 매발톱, 얼레지, 마타리, 여우주둥이, 각시붓꽃, 하, 갈, 작, 탁 등 모든 이들이 7,000년 전 선사 세계에서 걸어 나온 듯 개성적이며, 그들의 사고와 언행, 판단과 행동에 사실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꽃다지와 큰주먹, 그리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욕망과 애증, 갈등, 증오를 딛고, 더 큰 세계,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세 주인공의 성장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소설로 되살아난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서의 반구대 암각화
큰어울림가람, 큰볕터 등 부족 이름을 비롯하여 꽃다지, 그리매, 큰주먹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순우리말이다. 그 이름은 그대로 그들의 개성이나 역할로 되살아난다. ‘사슴 같은 놈’, ‘얼음을 묻을’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굴욕적인 욕이나 나이, 배, 땅 등을 세는 표기 방식, 으뜸, 버금, 당골레, 알리미 등 부족 내에서 각기 나눠맡은 역할 등은 독자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7,000년 전 부족사회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작가가 쏟은 노력이 어느 정도였을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큰어울림가람이라는 부족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이 힘과 권력으로 다스려지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크게 어울림이란 우두머리와 끄트머리가 둥글게 맞닿음을 뜻하며, 둥글기 위해서는 결국 제 살을 떼주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리매와 매발톱, 꽃다지, 나중에는 큰주먹까지 주인공들은 집단의 안녕을 위해 제 살을 떼어주는 희생을 자처한다. 또한 화합을 위해서는 한 가지 시선으로 타인을 보아서는 안 되며,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용서와 포용의 메시지가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는 오늘 이 순간의 역사를 사는 우리 자신이 새롭게 써나갈 앞으로의 역사를 위해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곳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일깨워준다.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를 담은『꽃다지』는 “결코 지울 수 없는 우리 문화의 원형을 되짚고 있는 민족의 대서사시”이며, 원시의 돌로 바위, 아니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긴 역사 속 한 페이지는,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7000년 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000 원
활인 세트
도서정보 : 박영규 | 2022-0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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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00만 베스트셀러 박영규 작가 신작 소설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역사 대중화에 이바지한 작가 박영규는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실록에 조예가 깊다. 수백 년 전 분명히 존재했을 인물들은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거나 운이 좋으면 실록 속 몇 글자, 혹은 몇 줄로 남아 있다. 사실에 근거한 역사서를 주로 쓰던 작가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속 한구석에 남아 있기에는 안타까운 인물들을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활인』은 박영규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활인’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
조선 태종, 세종 시절에 역병을 잡는 데 앞장섰던 의승 ‘탄선’과 조선 전기의 가장 위대한 의사였던 ‘노중례’, 소헌왕후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의녀 ‘소비’가 의술을 통해 활인을 한다면, 세종은 의술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활인의 정치를 펼친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인을 좇는 인물들은 얼핏 무관해 보이나 엉켜 있던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며 그들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탄선은 고려왕조 때 태의를 지냈을 만큼 의술이 뛰어나지만 왕조가 바뀔 때 벼슬을 내려놓고 승려가 되었고, 노중례는 아버지가 살인 누명을 쓰고 죽은 뒤 천민으로 전락해 시신을 검시하는 오작인이 되었으며, 소비는 어릴 때 신당 앞에 버려져 국무와 탄선의 손에 자랐다. 이들이 시련을 겪으면서 틀어진 삶의 방향이 세종(충녕대군)을 향하게 되고, 네 인물이 긴밀히 연결되며 활인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구매가격 : 19,600 원
활인 (상)
도서정보 : 박영규 | 2022-0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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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00만 베스트셀러 박영규 작가 신작 소설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역사 대중화에 이바지한 작가 박영규는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실록에 조예가 깊다. 수백 년 전 분명히 존재했을 인물들은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거나 운이 좋으면 실록 속 몇 글자, 혹은 몇 줄로 남아 있다. 사실에 근거한 역사서를 주로 쓰던 작가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속 한구석에 남아 있기에는 안타까운 인물들을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활인』은 박영규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활인’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
조선 태종, 세종 시절에 역병을 잡는 데 앞장섰던 의승 ‘탄선’과 조선 전기의 가장 위대한 의사였던 ‘노중례’, 소헌왕후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의녀 ‘소비’가 의술을 통해 활인을 한다면, 세종은 의술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활인의 정치를 펼친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인을 좇는 인물들은 얼핏 무관해 보이나 엉켜 있던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며 그들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탄선은 고려왕조 때 태의를 지냈을 만큼 의술이 뛰어나지만 왕조가 바뀔 때 벼슬을 내려놓고 승려가 되었고, 노중례는 아버지가 살인 누명을 쓰고 죽은 뒤 천민으로 전락해 시신을 검시하는 오작인이 되었으며, 소비는 어릴 때 신당 앞에 버려져 국무와 탄선의 손에 자랐다. 이들이 시련을 겪으면서 틀어진 삶의 방향이 세종(충녕대군)을 향하게 되고, 네 인물이 긴밀히 연결되며 활인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구매가격 : 9,800 원
활인 (하)
도서정보 : 박영규 | 2022-0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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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00만 베스트셀러 박영규 작가 신작 소설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역사 대중화에 이바지한 작가 박영규는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실록에 조예가 깊다. 수백 년 전 분명히 존재했을 인물들은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거나 운이 좋으면 실록 속 몇 글자, 혹은 몇 줄로 남아 있다. 사실에 근거한 역사서를 주로 쓰던 작가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속 한구석에 남아 있기에는 안타까운 인물들을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활인』은 박영규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활인’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
조선 태종, 세종 시절에 역병을 잡는 데 앞장섰던 의승 ‘탄선’과 조선 전기의 가장 위대한 의사였던 ‘노중례’, 소헌왕후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의녀 ‘소비’가 의술을 통해 활인을 한다면, 세종은 의술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활인의 정치를 펼친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인을 좇는 인물들은 얼핏 무관해 보이나 엉켜 있던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며 그들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탄선은 고려왕조 때 태의를 지냈을 만큼 의술이 뛰어나지만 왕조가 바뀔 때 벼슬을 내려놓고 승려가 되었고, 노중례는 아버지가 살인 누명을 쓰고 죽은 뒤 천민으로 전락해 시신을 검시하는 오작인이 되었으며, 소비는 어릴 때 신당 앞에 버려져 국무와 탄선의 손에 자랐다. 이들이 시련을 겪으면서 틀어진 삶의 방향이 세종(충녕대군)을 향하게 되고, 네 인물이 긴밀히 연결되며 활인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구매가격 : 9,800 원
목석부인
도서정보 : 이무영 | 2022-0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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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도 애정 도피를 한 자신을 꾸짖는 작품
구매가격 : 1,000 원
연사봉
도서정보 : 이무영 | 2022-0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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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한강 철교에 들어섰을 때가 정각 여덟시 오분 전이었으니까 틀림없는 정각인데 내려보니 학생들은 간데가 없다. 혹시 시계가 쉬지나 않았나 싶어 귀에다 대어보기도 했으나 째깍째깍 영락없이 잘 간다. 그래도 의심할 것은 시계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지금 대학생들이라 하지마는 명색이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을 하이킹 가자고 끌어내어놓고 단 한 녀석도 코빼기를 보이지 않는달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태수는 버스를 기다리는 자기 나이가 되었음직한 중년 사나이를 골라서 자기 시계와 맞추어도 보았으나 여덟시는 정녕코 여덟시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자기 눈을 또 의심해보는 도리밖에 없다. 마흔여섯이라는 나이도 있었거니와 과거에는 중학교 교사를 십 년, 해방 후에는 대학의 생물학 교수로 반생을 훈육 사업에 바쳐오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아주 몸에 배어버린 교양이란 놈이 언제나 잘못은 남에게보다 자기한테 돌려버리는 버릇이 생기어져 있는 것이다.
태수는 한참이나 뒤지어서 학생 녀석들의 편지를 양복 뒷주머니에서 찾아내었다.
편지라야 찻집 메모 쪽지에 필경 그 집 카운터에서 쓰는 연필을 빌려 적었으리라 싶은 간단한 하이킹에의 초청장이다. 아니 그것은 초청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명령서라고 하고 싶을 만큼 명색이 은사라는 사람한테 하는 편지치고는 소홀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녀석들이 차를 마시다가 우연히 생각이 난 김에 그 자리에서 찍찍 갈겨 보낸 것이거니 생각하면 그런 형식이 될 수도 있으리라 너그러이 생각할 만한 아량을 갖고 있는 태수이기도 하다. 그런 태수의 사람됨을 아는 데서, 아니 믿는 데서 그런 소홀한 편지도 씌어진 것이었지만 우연히 몇이 모였다가 선생님을 모시고 하이킹을 하기로 결의했으니 명 일요일 오전 여덟시 정각 노량진 종점까지 와주셨으면 한다는 끝에 ‘결의’한다는 세 학생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그런 쪽지다.
구매가격 : 500 원
북국점경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0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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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나무 동산 아름다운 옛 동산, 지금에는 찾을 수 없는 그 동산…….
타락은 하였든 말았든 간에 아담 때부터 좋아하던 능금이다. 혀를 찌르는 선열한 감각, 꿈꾸게 하는 향기로운 꽃, 그리고 그리운 옛 향기…….
그 옛날 이곳에
그대여 아는가
꽃피고 열매 맺던
향기로운 능금밭!
언덕 위에서 시작되어 경사를 지으면서 개울가까지 뻗친 능금밭. 북국의 찬 눈이 녹아 개울가 버들가지에 물오를 때 자줏빛 능금나무 가지가지에 햇빛 흘러 동으로 십리 남으로 십리 펑퍼짐한 능금밭이 기름지게 아름아름 빛났다. 들의 보리이삭 패고 마을 밖에 피리소리 고요할 때 능금꽃 푸신하게 언덕을 싸고 우거진 꽃향기 언덕을 넘고 밭을 넘고 개울 건너 들을 건너 마을까지 살랑살랑 흘러왔다. 남쪽 나라 레몬 향기 꿈꿀것 없이 이곳의 능금꽃이 곧 마을 사람의 꿈이었다. 마을의 처녀 다홍치마 입고 시집갈 때 능금나무 꽃 지고 들에 황금 파도치는 늦은 가을 서리 맞은 능금 송이송이 아지 벌게 무거웠다. 따뜻한 석양 언덕 위에 비낄 때 능금 실은 수레 마을길로 향하였다. 황금 햇발에 머리카락 물들이며 수레 위에 앉아서 능금 먹는 처녀와 총각……타락의 시초인지 몰락의 첫걸음인지 그 뉘 아리오 만은 너 한입, 나 한입 거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있고 순진한 목가가 넘쳤다.
그 옛날 이곳에
그대여 아는가
꽃피고 열매 맺는
향기로운 능금밭!
구매가격 : 500 원
석류
도서정보 : 이효석 | 2022-0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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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 뱅뱅 돌면서도 쉽사리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없는 맛과도 흡사하다.
이윽고 석류였음을 깨달았을 때 재희의 마음은 무지개를 본 듯이 뛰놀았다. 옛 병풍 속의 석류의 그림이 기억 속에 소생되어 때를 주름잡고 눈앞에 떠올랐다. 어디서 흘러오는지도 모르게 그윽하게 코끝을 채이는 그리운 옛 향기. 약그릇이 놓이고 어머니가 앉았고 머리맡에 병풍이 둘러치워 있었다. 약 향기가 어머니의 근심스런 얼굴에 서리었고 병풍 속 나무에 석류가 귀하였다. 익은 송이는 방긋 벌어져 붉은 알이 엿보이고 익으려는 송이는 막 열리려고 살에 금이 갔다. 그런 송이는 어린 기억과 같이 부끄러웠다.
오랫동안 까닭도 없이 몸이 고달프던 것이 이틀 전 학교도 파하기 전에 별안간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숙성한 채봉이란 년이 너 몸 이상스럽지 않으냐 하며 꾀바르게 비밀한 곳을 뙤어주었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 동안에 견딜 수 없이 배가 훌쳤다. 두려운 생각이 버쩍 들어 책보도 교실에 버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밤에 자리 속에서 옷을 말아내고 어머니 앞에 얼굴을 쳐들 수 없었다. 버들 같은 체질을 걱정하여 어머니는 간호의 시중이 극진하였다. 인생은 웬일인지 서글픈 것이었다.
옛이나 이제나 일반이다. 지금에는 어머니도 없고 머리맡에 병풍도 없고 석류도 없다. 옛을 그리워하는 생각만이 아름답다. 석류는 그윽한 향기다. 향기는 구름같이 잡을 수 없고 꺼지기 쉬운 안타까운 자취, 눈물이 돌았다. 가슴이 뻐근히 저리는 동안에 무지개는 꺼지고 석류는 단걸음에 옛날로 물러가 버렸다. 애달픈 생각에 골이 아프고 신열이 높아졌다. 머리맡에 약이 쓰다. 약도 옛날 것이 한결 향기로웠던 것이다.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인 채 홀연히 잠이 들었다. 눈초리에 눈물 자취가 어지러운 지도를 그렸다.
-그런 수도 있을까.
꿈이나 아닌가 하여 재희는 이야기책을 다시 쳐들었다. 한 편의 자서전적 소솔이 그를 놀라게 하였다. 소설가 준보는 바로 학교 때의 그 아이가 아니었던가. 소설 속의 이야기는 바로 그들의 어릴 때 일이 아니었던가. 무지개를 본 듯이 마음이 뛰놀았다. 현혹한 느낌에 가슴이 산란하다.
구매가격 : 500 원
거울
도서정보 : 계용묵 | 2022-0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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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는 아침 학교로 떠날 때마다 꽃분이가 근심이었다. 인제 열네 살이니 그까짓 게 무어 칠칠히 일은 하랴만 그래도 나이 봐선 못 하는 일이 없이 제법 하는 편인데도 어머니의 비위에는 틀렸다. 가다가 실수는 누구에게도 있는 일, 그런 걸 탓 잡자면 아니 잡힐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장작을 패고 숯불을 지피고 쌀을 일어 놓으면 그적에야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려와 솥에 쌀을 안치고 다시 들어갔다가 밥이 다 잦아야 한 번 나와서 밥을 푸는 일뿐이었고 상을 물리면 그 뒤치다꺼리 까지도 도맡는 게 꽃분이의 역할이다.
아니 아침 저녁의 식사 때문이 아니라 배급을 타오느니 찬거리를 사오느니 하는 잔심부름에다 빨래까지 겸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날이면 날마다 잠시나마 밑 붙일 짬이 없이 서서 돌아가며 손을 놀려야 하는 것이니 일을 적게 하는 데서보다 많이 하는 데 그 실수가 많이 따르게 될 것은 빠안한 일이다. 그것도 후에는 주의를 하라고 약간 욕으로 이르는 정도라면 혹 몰라도, 지독한 욕에다 손까지 대어서 하루도 몇 번씩 꽃분이의 눈물을 보고야마는 성질이니 꽃분이의 이러한 정경을 목도할 때마다 문혜는 혼자 안타까웠다.
보다 못해.
“아이 어머니 너무해요. 그만두세요.”
하면 그적엔 욕이 자기에게로 건너올 뿐 아니라 한층 더 서슬이 푸르러 꽃분이에게로 가는 욕이 좀더 심해짐으로 이즘은 어머니가 욕을 하거나 말거나 매를 치거나 말거나, 알은 체도 아니 하고 그대로 두고 만다. 아무리 지독한 욕이 나와도 잠자코 있는 편이 도리어 꽃분이를 위함이 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혜의 이러한 내심을 꽃분이도 모를 리 없다. 욕을 먹을 때마다 마음으로 동정을 하여 주고 아연히 여겨 주는 문혜가 고맙기 짝이 없었다. 그리하여 문혜가 옆에 앉아 있어야 어쩐지 마음이 든든한 것 같고 그렇게 서럽지도 않은 것 같아, 문혜가 늘 자기와 같이 집에 있기를 바랐으나 문혜는 날마다 아침이면 학교로 가야 했다. 그러므로 꽃분이에게는 문혜가 아침 학교로 떠날 때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처럼 반가운 일이 없었다. 마나님의 그 모진 욕에 차마 견디기 어려울 때는 그까짓 죽어라도 버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도 그러면 문혜의 그 자기를 위한 따뜻한 정은 영원히 받아 보지 못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면 금시 문혜가 그리워서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참아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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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세계 New Face Book (비매품)
도서정보 : 위수정 | 2022-0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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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예술을 좋아한다는,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 어딘가를 움직이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의 말과 꼭 닮은 소설을 쓴다.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말을 하고,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거나 침묵해야 할 순간에 말하고,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 고요히 들어간다.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판단하려 들지 않는, 무엇 하나 온전히 믿거나 이해할 수 없게끔 거리를 두는 그의 소설은 외려 그 거리감을 통해 읽는 이의 가장 내밀한 곳을 건드린다. 내 것이 아닌 척 꽁꽁 숨겨두고만 싶었던 치부와 욕망을 들추는 이야기는 일상의 매끄럽고 섬세한 표면에 균열을 내고 마침내 그 세계를 깨뜨리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작품 여덟 편이 첫 소설집 『은의 세계』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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