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님
도서정보 : 이재욱 | 2021-12-02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곳에도 눈물과 사랑이 있었다
본 도서는 한국에 와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작소설이다.
저마다 다양한 사정을 지닌 불법체류자들에게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다. 실감 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는 직접 코앞에서 그들의 살내음을 맡을 수 있다.
고국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몇 년을 돌아가지 않고 일하는 아리엘에게 어느 날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가족을 두고 홀홀단신으로 온 메리는 정조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필요하다. 샤무엘은 한국에 정착하여 살기 위해 어떻게든 한국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 아모르와 산드라는 외로운 타국에서 점점 정이 붙는다. 쟈스민은 자꾸만 잘해 주는 사장님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갑작스레 위암에 걸리게 된 레이를 위해 돈을 보내주는 에릭, 남편을 찾아 한국으로 왔지만 쫓겨날 위기에 처한 훼베스!
‘소통’이 가장 큰 문제라는 타국살이에서 그들만의 소통은 더욱 질기고 끈끈하다. 마치 그들의 외로움과 절박함을 달래기 위해서 더욱 서로를 끌어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하다. 외로운 타국에서 그들만의 공동체가 모인 룹탑은 작은 소사회이자 유일한 피난처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 교류하고 쓰다듬으며 나름의 해방을 갈구하고자 웃고 떠든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어김없이 그들을 덮쳐오고 그들은 그것에 대응해야만 한다. 때로 사건은 작은 불법체류자의 몸으로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너무 커다랗고 막막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분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어떨 땐 희망적으로, 어떨 땐 더욱 불우하게 느껴지는 미래를 향해서….
저마다의 우주를 가지고 현실에 외롭게 맞서 서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외로운 만큼 인간미가 남아있다. 그 인간미는 무작정 따스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생생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그들 역시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더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체험을 하면서 진정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된다.
생생한 실화에서 비롯된 도서답게 꾸밈없는 담백함과 더불어 적당한 짠맛이 나는 본서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추운 겨울을 앞두고 인생살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이 도서는 깔깔한 리얼리티를 통하여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겨 줄 것이다.
구매가격 : 9,750 원
화성의 시간
도서정보 : 유영민 | 2021-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생과 사가 맞닿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입체적 사유
20만부 베스트셀러 『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 신작
대한민국에서 실종되는 사람 연간 약 10여 만 명.
우리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세종도서, 문학나눔, 안산의책 등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유영민 작가가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형사를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하는 성환은 6년 전 사라진 문미옥의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머지않아 사망처리가 되면 그녀 앞으로 가입된 30억 원의 보험금이 남편 오두진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성환은 조사를 진행하며 주요 인물을 차례로 만나보지만, 어쩐지 그들은 능숙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소설은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 실종된다는 사실적인 소재와 다시 나타난 실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전략을 통해 독자를 보다 현실적이며 공감 가는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는 반전도 놀랍지만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묘사 또한 탁월하다.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모으는 치밀한 구성, 설득력 있는 사건과 수사 과정,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전이 적절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묵직한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구매가격 : 10,200 원
화성의 시간
도서정보 : 유영민 | 2021-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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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가 맞닿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입체적 사유
20만부 베스트셀러 『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 신작
대한민국에서 실종되는 사람 연간 약 10여 만 명.
우리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세종도서, 문학나눔, 안산의책 등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유영민 작가가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형사를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하는 성환은 6년 전 사라진 문미옥의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머지않아 사망처리가 되면 그녀 앞으로 가입된 30억 원의 보험금이 남편 오두진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성환은 조사를 진행하며 주요 인물을 차례로 만나보지만, 어쩐지 그들은 능숙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소설은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 실종된다는 사실적인 소재와 다시 나타난 실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전략을 통해 독자를 보다 현실적이며 공감 가는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는 반전도 놀랍지만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묘사 또한 탁월하다.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모으는 치밀한 구성, 설득력 있는 사건과 수사 과정,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전이 적절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묵직한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구매가격 : 10,200 원
숙경의 경우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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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질렀다고 깨달은 순간 숙경은 현의 뺨을 찰싹 후려갈기고 말았다. 순간의 발작이었다. 아니 착각이었다. 만일에 때린다면 현이 숙경이를 때렸어야 할 것이었다. 선손을 건 것도 숙경이었다. 오늘 현한테 그럴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숙경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아니 오늘뿐이 아니라, 현은 그런 생각을 감히 품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현이 숙경을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살뜰히 사랑한다. 숙경이가 만일에 사랑의 대가로서 현이 가지고 있는 일체를 요구했대도 감격해서 바쳤을 현이었다. 이 사랑의 대가란 반드시 숙경의 전부를 의미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단 한 번의 키스를 위해서 숙경이가 현한테 그의 생명의 일부를 요구했대도 기뻐서 응했을 현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명예라도 좋았고, 사회적 지위라도 좋았다. 결핵균의 최고 권위요 국립 결핵 연구원장이란다면 값싼 지위도 아니다. 그 일부나 또는 전부와 숙경의 사랑과를 바꿀 수 있다면 언제든지 헌신짝처럼 버리고 숙경의 사랑을 독점했을 현이기도 했다.
이 단 한 번의 키스가 숙경의 애정의 전부 ─ 육체까지를 의미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것이 설사 키스에서 그치는 애정이라는 것을 알았었대도 기뻐서 자기를 바쳤을 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숙경에게 대한 현의 사랑은 반드시 그 대가를 요구한 사랑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애정이었다. 별을 그리는 철없는 소녀의 하염없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 현이 감히 숙경이에게 손을 내밀었을 리가 없다. 현한테 먼저 손을 내어 준 것은 숙경이었다. 현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받듯 숙경의 손을 받았었다. 손바닥에 놓여진 그 숙경의 손을 현은 그저 바라다보기만 했었다. 감히 쥐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현은 숙경의 의사를 몰랐다. 숙경의 열이 삼십팔도가 넘었을 때였던지라. 열 때문에 그러는 것이려니 했을 뿐이었다. 마침 객혈을 한 뒤이기도 했다. 생명에 대한 위협의 공포가 의사 인 자기한테 구원을 청하는 것이거니 했을 뿐이다.
"선생님, 나 좀 살려주세요!"
이런 애원으로만 해석했었다. 그래서 현은 보고만 있었다. 으 스러지도록 쥐어보고 싶은 손이었다. 말라서 그렇지 여자로서는 큰 편에 속하는 숙경이다. 그러면서도 손과 발은 조그마했다. 정말 귀엽게 생긴 손이었다. 꿈에라도 한 번 만져보고 싶어하던 손이기도 했다. 그 손을 만져볼 용기를 못낸 현이었었다.
구매가격 : 500 원
기우제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너무도 가뭄이 심해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는데 마침 일요일이고 하니 놀러오라는 박 면장의 초청을 받은 배 해군 장교 부처가, 농민 작가니 당신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권해 왔다.
나도 내 아내를 동반하고 박면 기우제 장소에 이르니 뜻밖에도 논 가운데 있는 우물가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기우제는 대개 산 아니면 천변이었던지라 까닭을 물었더니 박 면장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안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은 박 면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위에서와 아래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가명이다.
구매가격 : 500 원
굉장씨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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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젓한 성명을 가졌건만 누가 어째서 지은지도 모르는 별명이 본명보다도 더 유명한 사람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한둘씩은 으레껏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별명이란 대개 흉허물없는 사이거나 희영수를 할 때나 씌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굉장 씨는 특별한 관계나 필요가 없는 사람은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정도다. 상·하동 삼백여 호에 굉장으로 통할 뿐만 아니라 삼십리나 떨어져 있는 신읍에서도 구읍(舊邑) 박굉장이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군수고 서장이고 세무서며 조합, 우편국, 소위 관공서 직원 쳐놓고는 구읍 박굉장 댁에를 안 와본 사람이 없으니까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마는 읍내의 웬만한 상점 치부책에도 그는 박굉장으로 적혀 있다. 개중에는 굉장을 본명으로나 아호로 알고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그의 별명은 보편화해버렸다. 여기에는 그 자신이 굉장이란 별명을 시인한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 자신은 차치하고 가족들까지도 “굉장 댁, 굉장 댁”하고 자기 집을 부르는 일까지도 있는 터다.
굉장 씨의 본명이 무엇인가는 알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다만 그의 별명이 어떻게 해서 생겼던가만 알면 족할 것이다. 대개는 그가 말끝마다 ‘굉장’ 소리를 그야말로 굉장히 해서 굉장 댁이 된 모양으로 알지만(그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의 집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말버릇도 말버릇이지만 그는 본래 굉장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가장 집물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몸에 지니는 단장이며 골통대, 심지어 주머니칼까지도 굉장히 부대한 것을 즐긴다. 쇠푼이나 있던 시절의 일이지만 해변으로 통하는 자동차 선로 허가를 맡아가지고 이 구읍으로 낙향을 하더니 멀쩡한 집을 헐어젖히고 가역을 시작했다. 들보는 강원도로, 주추는 서울로, 기와는 수원으로, 미장이는 전라도에서…
이렇게 법석을 댔다. 노인 부모에 친정살이를 하는 딸 모자밖에 없는 단출한 가솔에 삼십여 칸의 그야말로 굉장한 집이다. 사랑채는 부연도 달고 유리분합을 들이고 등나무도 올리고 연못을 파고 석산을 모으고 했다.
집이 덩그라니 완성되어갈 무렵 ― 어떤 날 굉장 씨는 서울 가는 버스 속에서 멀리 들여다보이는 자기 집을 옆 사람한테 가리키며,
“거 뉘 댁인지 참 굉장하게 짓는군. 누군지 거 굉장한 사람인 모양이지요.”
이래서 생긴 ‘굉장’이다. 애들처럼 뻐기고 싶어하는 것이 그의 천성이다. 풍도 치나 희떱기도 하다. 헙헙한 데도 있어 어떤 편이냐면 호인이다.
쥐가 오줌독에 빠져죽은 조그만 사건도 그는 굉장 소리를 늘어놓지 않고는 설명을 못한다. 풍치는 사람이 대개 그렇듯이 말을 해도 몹시 부퍼서 정말 큰 사건을 설명할 때는 말주변은 없는데다가 성미는 급해놓아서 거품만 부걱거린다. 그러고는 그저 굉장 소리만 연성 늘어놓는 것이었다.
― 이 굉장 씨가 정말 굉장한 사건을 맨 처음으로 알았으니 동네가 뒤집힐 밖에 없다. 일본 천황이 항복을 했고, 그보다 더 굉장한 사건은 조선이 독립된 것이다.
구매가격 : 500 원
용자소전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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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가 책 속에 씌어 있기나 한 것처럼 초록빛 부사견을 늘인 책장에서 책을 나르기 시작한 후로의 용자는 말이 적어졌다.
원래 말이 적은 아이고 나이보다는 조숙하여서 철학자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용자라 단 하나뿐인 오랍 동생이면서도 일년 가야 서로 이야기하는 일도 없는 우리 남매였다. 나는 용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취미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의 책꽂이에서 하이네니 바이런이니 하는 시집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는데 그것이 용자가 빼가는 것인 줄을 알고서야 나는 용자가 문학에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었다―그러나 웬일인지 그런 후로는 원래 말이 적은 아이기는 하지마는 도통 집안에서도 입을 벌리지 않는다. 낮에는 온종일 병원에 가서 처박혔고 밤에는 일찍 온대야 해가 진 후고 내가 못 보아 그런 게거니쯤 생각하고는 별로 이상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낮이나 밤이나 저 혼자 제 방에서 뒹굴다가 끼니 때나 되어야 안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을 어머니한테 듣고는, 바이런의 여독인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집에서는 용자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나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내가 문학서류를 사들이기 때문에―아니 용자를 문학 소녀를 만들기 위해서 저와는 부니가 떨어지는 책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물론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럼직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일찍이는 나도 문학 청년이었다. 중학 이학년 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문학서적이면 되는대로 읽고 혹 씁네 하고 원고지 장을 사들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는 졸업기에 와서 더욱 맹렬하였다. 나는 멱살을 잡히듯이 끌리어 의전에 시험을 쳤다. 별로 자신도 없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어도 좋다. 아니 안 되는 것이 되레 좋다. 이런 태도로 시험을 친 것이 다행히(지금 생각하면 조금도 다행한 것이 아니었지마는) 패스가 되었다.
이리하여 나와 문학과는 인연이 멀어졌지마는 문학을 그리는 정은 사라질 줄 몰랐다. 피뜩피뜩 신문이나 잡지에서 옛날 동창들의 이름이 발견될 때마다 그지없이 부러운 정을 느끼었다. 멀리 별을 따러 가는 동무들을 저 밑구멍 속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하염없는 심사였다. 나는 실상 조금도 의학에 취미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너희는 문학이면 나는 의학으로 몸을 세우리라는 엉뚱한 패기로 의학에 몰두하였다.
그러면서도 혹시 장정이나 새뜻한 문학서류가 눈에 뜨이면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샀다. 말하자면 내가 문학서류를 사는 것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서하기 위해서였다. 날로날로 문학적 지반을 닦아가는 동창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책이었다 ―봐라, 내게도 책이 있다. 언제든지 여유만 생기면 나도 너희들만한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자위(自慰) 행동에서 생긴 것이었다.
그렇기에 책을 사다만 놓고 한 권도 통독한 것이 없었다. 시라면 몇 개, 단편이라면 한두 개 틈틈이 ―그것도 시간 보내기 위해서 읽는 정도의 것이었다. 실상은 용자가 내 책상에서 문학서류를 빼다 읽는 것도 작년 봄에야 발견하였다.
구매가격 : 500 원
취향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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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쩌면 그래, 인제서야 올까… 남의 눈이 빠지게 기다리게 해놓고…
그래, 지금이 열시우? 내 참, 그래두 열한시든 열두시든 오기나 했으니 장허시우. 난 또 접때처럼 고랑떼를 먹이는 줄 알고 이때껏 혼자서 안달바가질 했지…
뭣이라고? 저 하는 소리 좀 봐… 어디 다시 한마디 해봐요? 어쩌면… 너무 그렇게 사람의 맘을 몰라주시다간 괜히 죄받아요. 아우님두, 어쩌면 장난의 말이라두 그렇게 한담!
아우님이야 나 같은 것 아니고도 친구도 있고 말벗도 있고 또 고국에 돌아가시면 정말 친누님도 계시고 하겠으니까, “그까짓 것!”하고 발 새에 때꼽만치도 날 생각하지 않겠지만서두 참 난 안 그렇다우! 내야 아버지가 계시는 것두 아니구 어머니가 계시는 것두 아니구… 이 넓은 세상과 그 많은 인총에 나란 계집과 촌수 닿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구려. 그런데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땅에 와서 고국 사람들의 얼굴까지 그리고 사는 내가 어쩌자고 아우님을 소홀히 생각하겠수?
난 정말이유. 아우님하고 의남매를 맺은 지도 벌써 석 달이나 되건만 난 한 번두 아우님을 의동생이거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내 동생이거니… 피를 나눈 동생이거니… 했지요. 동생이란 것두 아우님이 나보다 나이 십 년이나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지 만약 아우님의 나이가 나보다 단 한 살이라도 맏이 된다면 난 오라버님 대우를 깍듯이 했겠으리다.
다섯 해만 맏이라도 나는 아저씨처럼… 아버지처럼 받들었을 게야요.
그야 아우님으로 본다면 제까짓 것이 끽해야 기생노릇하던 계집이요, 지금이라야 찻집 마담으로 돈에만 눈이 빨개진 계집이거니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노릇을 한 것두 벌써 십 년 전 이야기고 또 아우님이야 그것을 안 믿어주겠지만 그런 노릇을 했다 쳐도 아우님한테 누님이라고 불려진대도 조금도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한 기억은 없다우…
그야 나두 아우. 그야말로 열다섯 살 적부터 삼십까지나 뭇남자들한테 치여난 나요. 요새 십 년간에 그야말로 전세계 종족 틈에 끼여서 살아온 내가 아우님이 장난으로 그런 말을 한 것쯤야 눈치 못 차릴 수야 없죠. 하지만 장난의 말이라두 어쩌면 그렇게 섭섭하게 한다우. 나두 아우님이 또 날 놀리느라고 그러거니 생각을 하면서도 ‘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다면 저런 말이 나올 리가 있을라구 ─ ’하고 생각이 든다우. 그런 때는 그냥 하늘이 쾅 하고 내려앉는 것 같구려…
그래, 말 잘했수. 이젠 장난의 말이래두 아예 그런 섭섭한 소릴랑 마시우.
구매가격 : 500 원
청개구리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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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겟작대기만큼씩이나 한 구렁이가 득실거리는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며 ‘사람 살리라’고 고함고함 치다가 잠을 깨고 나니 정말 억수처럼 비가 쏟아진다. 얼마를 오려는지 천둥을 한다 번개를 친다 호들갑을 떨고 야단이다. 첨지는 벌떡 일어나는 길로 문을 열어젖히었다. 어느 때나 되었는지 세상은 괴괴하고 오직 빗소리만이 억척스럽다.
“허, 이거 너무 과히 오시는군.”
첨지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누웠던 머리맡에서 대와 쌈지를 더듬는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또 한마디 되풀이한다.
“허어, 너무 과해.”
빗줄기는 한결같다. 그는 일찍이 이렇게 무섭게 퍼붓는 비를 본 적이 없었다. 번갯불에 퍼뜩 비치는 낙숫물이 굵다란 고드름 같다. 그것은 비라기보다는 차라리 폭포였다. 그렇다고 바람 한 점 없다. 폭포의 물확처럼 낙숫물 자리에 허연 거품이 부걱대는 것이 번갯불에 비친다. 첨지는 정말 집이 뜨기나 할 것 같은 불안을 느끼었다. 혼자 우두커니 앉았는 것이 무시무시해 견딜 수가 없다.
그는 견디다 못해서 토방 쪽으로 달린 문을 열어젖히고 아내를 불렀다.
“여보게!”
아내도 잠이 깨었던지,
“왜 그러슈.”
하고 인차 대답을 한다.
“비가 몹시 퍼붓는데 거 비설거지 했나?”
며칠 전부터 끄물대는 날씨에 비설거지 안했을 리가 없다.
“다 했어요.”
첨지는 덤덤히 또 앉았다가 또 아내를 부른다.
“여보게.”
구매가격 : 500 원
강의 문서
도서정보 : 박규현 | 2021-11-2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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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이면을 구석구석을 긁어주는 글”
“지금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
“감성을 자극하는 시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
소설가 박규현의 4번째 소설집, 『강의 문서』는 단편소설 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소설인 「강의 문서」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창작에 임하지만, 번번이 미끄러져 절망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주인공의 도전기이다.
한 가정을 통해 민족의 갈등을 그린 「군자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 「따뜻한 손」, 재결합한 가정이 많은 현대 사회의 비극적 삶의 현장 「불온한 협곡」, 황혼녘 쓸쓸한 노후에 다가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상실을 그린 「석양 무렵」, 미혼모 시절 아이를 버린 엄마의 회한과 절망을 그린 「소라는 죽었다」 등 박규현 소설들은 사회 구석구석 병리적 현상에 예리한 촉수를 드리운다.
구매가격 : 10,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