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도서정보 : 허수경 | 2021-11-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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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사랑, 그 풀리지 않는 오라
허수경 시인 3주기에 선보이는 그의 첫 장편동화
2021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3주기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그의 책 한 권을 수줍게 내밀어요. 1994년 시인이 독일에서 쓴 첫 장편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의 개정판인데요, 이는 그가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개작에 매진했던 이야기이기도 해요. 1994년 5월 독일에서 처음 이 동화를 쓰고 작가의 말을 보탠 시인은 2018년 5월 독일에서 다시 이 동화를 고치며 개정판 작가의 말을 참으로 어렵사리 한 글자에 두세 호흡 꾹꾹 눌러가며 이렇게 보내온 바 있어요. “외로운 한 아이에게 이 책을 드린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멀리, 멀리서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 사람도 외로웠다고.”

짧고도 명징한 메시지. 따뜻한 제 마음을 우리에게 내어주는 것 같은데 시린 제 마음을 우리에게 들켜주는 것 같아서 어딘가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어 저기 하늘을 쳐다보게 만들고 여기 땅을 바라보게 만드는 시인의 뼈가 단단한 말. 외로움과 사랑함, 사람 사이에 너무나 만만하게 너무도 흔하게 오가는 이 두 심경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죽음의 끝자락에 놓인 그 순간에도 뒤엉켜서는 왜 그 오라가 풀리지를 않는 걸까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는 시인의 첫 장편동화지요.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 지 1년 반 뒤에 펴냈던,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처음 선을 보였던 책이고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사람의 손에서 자라게 된 오빠 가로미와 신령한 바위산을 두 날갯죽지로 품은 지킴이 매와 함께 자연의 손에서 자라게 된 동생 늘메의 이야기가 담긴 환상동화이기도 해요. 사고 이후 마음병이 깊어져 걷지 못하고 바퀴의자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로미는 멀리 보이는 자연을 동경하며, 사람들을 치유하는 약초를 책으로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나는 것처럼 뛰고 걷는 늘메는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읍내 마을을 불편해하지만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약초를 손으로 직접 따며 살아가고 있지요.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로미와 늘메는 마주친 순간 서로가 찾던 서로의 오빠와 동생임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려요. 만남에 있어 시끌벅적한 껴안음이나 콧물 섞인 눈물바람은 없어요. 속이 묵직한 이 두 아이는 누구한테 배운 적 없음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른바 ‘순리’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아 말을 아낄 줄 알지요. 아이 둘의 속내가 담긴 독백을 좇다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것이 ‘성장’이라는 과정이 아니려나 그 수순을 일견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도 되니 이들에 우리가 자동 덧씌워지기도 해요. 삶의 환경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고비고비를 숙성으로 우리는 성숙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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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게 미소를

도서정보 : 이경 | 2021-11-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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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불행이 어떻게 오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확률 너머의 세계에서 밀어닥친다.”
발 둔 곳이 무너져내려 향할 곳은 아래뿐일 때,
그럼에도 잿빛 너머의 희미한 빛을 본다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군더더기 없는 활달한 힘,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시선과 방식에 있어서의 개성과 건강성”(소설가 오정희, 전상국)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문학평론가 김미현)을 지녔다는 평과 함께 제13회 김유정소설문학상, 제2회 『세계의문학』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이경의 두번째 소설집 『비둘기에게 미소를』이 출간되었다. 화려한 도시의 응달에 도사린 불온과 비참을 강렬하게 묘파한 첫 소설집 『표범기사』(민음사, 2011) 이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대의 변화된 모습을 공들여 관찰해온 이경은 이번 소설집을 통해 청년 홈리스, 배달 플랫폼 노동자, 미혼모 등 오늘날의 현실에 발 딛고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그 바탕을 이루는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한다.

구매가격 : 9,100 원

천재수술

도서정보 : 이성길 | 2021-11-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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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신경생리학자(天才 神經生理學者)인 이 지성(李 知性) 박사는 인간의 중추신경인 뉴런의 활성화과정을 연구하는 생리학자였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해결과정을 연구하던 중 뉴런의 신경계작용을 활성화 시키는 메커니즘(mechanism:체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임상실험(臨床實驗)을 통해 인간에게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들을 수술대 위에 세운다.

수술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아이는 IQ 180의 초천재아(超天才兒)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수술이 끝난 후 이 지성(李 知性) 박사는 자신의 메커니즘(mechanism:체계)에서 오류(誤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수술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던 아들은 아버지의 연구논문을 토대로 스스로 그 오류(誤謬)를 수정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간다. 드디어 그 오류(誤謬)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실험 대상자를 끌어들여 수술을 하게 되고 천재수술(天才手術)은 완벽하게 성공(成功)을 거두게 된다.

이제 자신을 수술대위에 세우고 수술을 집도(執刀) 할 의사로 아버지에게 수술을 부탁하게 되는데….

구매가격 : 8,000 원

검은 모자를 쓴 여자

도서정보 : 권정현 | 2021-11-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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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연약한 외피가 깨졌을 때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칼과 혀』, 『미미상』 권정현의 미스터리 심리 환상극
실재와 허구, 현실과 비현실
그 경계를 뒤흔드는 미스터리 심리 환상극

현진건문학상,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권정현 신작 장편소설

현진건문학상과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상상력과 생생한 묘사로 흡입력 넘치는 작품 세계를 펼쳐온 권정현 작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을 펴냈다. 새소설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인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기묘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여자의 혼란을 통해 상실감에서 기인한 불안을 집요하게 조명한다.

이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의 고딕 호러와 아멜리 노통브 『머큐리』와 같은 심리 미스터리 장르를 교묘히 결합해 개인에게 일어나는 공포와 불안의 심리를 현실적인 긴장감이 넘치게 선보인다. 주인공 주변에서 크고 작은 미심쩍고 기이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그 사고의 원인과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그녀를 사로잡으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끝없이 의심케 하는 밀도 있는 전개는 읽는 이를 점점 더 작품 속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진실과 거짓이 빈틈없이 얽혀 경계가 사라지고 ‘내가 인식하는 세상’만이 오로지 진실이 되는 공간. 그곳에서 작가는 선과 악을 분명하게 나눌 수 없는 내면의 혼돈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드러내며 인간의 고통과 불행이 외부와 내부, 그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우리에게 질문케 한다.

구매가격 : 9,100 원

이문열 시인

도서정보 : 이열(이문열) | 2021-11-1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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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 출간
전설적인 시인 김삿갓의 생애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문열의 대표 장편소설

삿갓 하나 쓰고 세상을 유랑한 전설적인 시인 김삿갓. 19세기 실재 인물인 김병연(김삿갓)의 특이한 생애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소설화한 『시인』은 이문열에게 ‘위장된 자서전 혹은 고백록’이기도 하다. 이문열은 『영웅시대』가 본질적으로 아버지를 부인하는 감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믿어지는 바로는 김삿갓을 방랑으로 내몬 최초의 동기와 유사한 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문열은 한번 관심을 가지고 살피기 시작하니 김삿갓의 일생에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 있고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설화 속에 감춰진 정치적·사회적 의미들은 때로 이문열에게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주었다.
『시인』은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가담으로 역적으로 몰리게 되면서, 체제 밖으로 밀려난 김삿갓이 서러움과 한을 짊어지고 떠돌며 세상을 조롱하고 이탈자로 방황하다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문열은 김병연에 관한 얼마 안 되는 당대 기록, 그의 작품, 그의 작품과 사람에 대한 구비 전승을 재료로 해서 김병연의 생애를 재구성해냈다. 파격의 언어와 상식의 언저리를 뛰어넘는 상상력, 현재와 과거의 절묘한 혼융, 그리고 이문열 특유의 격조 높은 문장으로 1990년대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출판으로 보면 『시인』은 이문열의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과 많은 호평을 거둔 작품이다. 1992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콜롬비아, 스웨덴, 그리스, 스페인, 중국, 독일,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까지 20여 개국에서 번역·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킨 이문열 문학의 정수이다.

구매가격 : 10,500 원

새 거지

도서정보 : 조명희 | 2021-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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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에 그득히 담겼던 봄볕은 어느덧 사라지고, 어둠의 뚜껑같은 검은 하늘이 윤곽도 잘 안 보이는데 산 위에 얹혀 있으매, 그 뚜껑의 깨어진 작은 구멍 같은 초나흘 반달이 서쪽에 비껴 걸려 있다. 달이라고는 이름 뿐이 요, 그믐밤보다도 좀 나을는지 말는지 할 땅거미 들 이른 저녁이었다. 꽃필 무렵이다마는 아직도 제법 쌀쌀한 바람이 늦게 돌아오는 마을 장꾼들의 홑두루마기(이 홑두루마기는 겨울에도 입던 것이다.) 자락 속으로 기어든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으나 그 가운데에는 동저고리 바람에 빈지게 지고 팔장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좁쌀자루 같은 것을 어깨에 둘러멘 사람도 있을 것이요, 또는 북어 마리나 성냥통 같은 것을 사서 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굼실굼실하는 거무스름한 형상들이 장거리로 드나드는 고갯길로 좇아 마을을 향하고 오며 지껄댄다.
“세상의 인심이 참 살얼음판이야. 눈 없으면 코 베어먹을 세상이지…….
이렇게 지악만 해 가다가는 끝판이 어찌 될는고……?”
“끝판이? 끝도 나는 때가 있겠지……. 창이 나서 뚫어지거나 무슨 요정이 나겠지…….”
“그런데 내 말좀 들어보게나. 오늘 내 하도 기막힌 꼴을 다 보았으니께.”
“무슨 기막힌 꼴을?”
“아따 저 장거리 이 주사네 말일세. 저 지나간 달 봄나무 시작하기 전에 먹을 것도 없고 하기에, 저 학선이를 보세우고 돈 쉰 냥을 한 달 기한하고 두 푼 장변에다 얻어 오지를 않았나. 그랬다가 지난 그믐에 나무 판 돈으로 변전 닷 냥을 해다 갚고 표야 받으나마 상관 없을 줄 알고 마음 탁 놓고 내려왔더니 일전에 별안간 사람을 보내서 부르데 그려. 웬 영문을 몰라서 가봤더니 다짜고짜로 하는 말이 너 왜 돈도 안 갚고 변리도 아니 가져 오느냐고 생떼를 쓰데 그려.”
“그래서…….”
“그래, 기가 탁 막히어 말이 안 나오다가 지난 그믐에 왜 변리 가져오지 않았으냐고 하니께, 이놈 네가 법치가 없으니께 그런 거짓말을 엉뚱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며 그러면 돈 준 영수표를 내어 놓으라 하며 왼통 콩팔 칠팔하지 않던가, 나 역시 골이 슬며시 나데 그려, 그래 주거니 받거니 하고 서로 악다구니를 할 즈음에 지나가던 정 순사가 들어와서 듣고 있더니만, 관리는 그런 일에도 상관하는지, 남의 돈을 쓰고 왜 안 갚느냐고 딱딱 을러대며 이 주사 편을 들어서 말하지 않겠나.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리가 이런 일에도 상관하느냐고 했더니, 아 그만 뺨을 냅다 때리겠지.
그 바람에 이 주사란 작자는 기세가 등등하여지며 눈을 부리대고 토막을 들먹거리며 당장에 돈을 가져 와야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주재소 구경을 시킨다고 그러데 그려. 아무리 분한 생각이 나지마는 촌놈이 수그러지지 않으면 별 수 있나. 하는 수 없이 오늘장에는 꼭 해다 갚겠다고 다짐두고 왔다 가…….”
“그 정 순사는 무슨 상관이여?”
“아따 이 사람, 너 순사도 있는 놈들 편에 붙어 서서 이런 가난뱅이 촌놈을 긁어먹는 판이 아닌가? 그래 좌우간에 어찌할 수가 있나. 오늘 가서 집문서를 대신 들여놓고 오네 그려. 리 변전을 다시 둘러메고, 변은 거듭 무는 셈이고…… 참 기가 막혀……. 없는 놈은 이렇게 죽어 지내야 옳단 말인 가.”
“그러니께 없는 놈은 점점 죽을 고비로만 들어간다네. 막다른 골목으로 만…….”
“막다른 골목에서는 돌쳐 선 개도 범보다 무섭다고…… 네기를 할…….”
“세상이 다 되어 가느라고 그런지, 이 동네만 한대도 걱정이여. 변이여, 변! 예전에는 그렇게 오붓하고 탐탁하던 동네가 아주 망하게 되어 가니, 살수가 없어서 집 문서가 반수 이상이나 빚으로 남의 손에 가 들어 있지를 않는가, 해마다 서간돈지 어딘지로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늘지를 않나……,
모두 변이여, 변!…… 또 무슨 딴 변이 생길는지 누가 아는가?”
이 사람들은 이같이 주거니 받거니 지껄이며 마을 안길로 접어들어 섰다.
“어, 저 장돌네 집에 불이 다 켜졌네 그려, 인제 왔는가?”
“일전에 왔다네.…… 우선 그것만 보게. 그 이 주사란 작자가 제 일가붙 이인들 대단히 알겠나. 얼마 동안 그 집에 가서 얻어먹고 있다가 필경에는 내밀려서 쫓겨왔다네, 아무리 병신이요 홀로 된 제 일가 아낙네기로소니 그같이 모으기에만 악독한 놈이 돌아다보겠나.”
“에이 ─ 흉악한 놈, 그러니 어린 것들은 있고 어찌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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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보금자리로

도서정보 : 이익상 | 2021-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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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신문 편집은 끝났다. 담배를 피워 들고 숨을 돌릴 때에 책상 위의 전화벨이 떼르르 운다. 나는 전화 수화기를 귀에 대었다. 손님이 찾아왔다는 수위의 전화였다. 손님을 응접실로 들이라고 이른 뒤에, 피우던 담배를 다 피웠다. 막 좀 쉬려 할 때에 내객(來客)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지만, 편집에 몰려 눈코 뜰 겨를 없이 바쁘게 날뛸 그때보다 오히려 귀찮은 생각은 없었다. 남은 일을 동료에게 부탁하고 바쁜 걸음으로 편집실 문을 막 나설 때에 반가이 인사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나의 고향 사람 K군이었다. 나를 찾아왔다는 이가 그이였었다.
내가 앞을 서서 응접실로 K를 인도하였다. 자리를 정하고 앉은 뒤에 K는 바로 말을 냈다.
“C에 있는 H라는 여자를 아시지요?”
H란 여자는 내가 C지방에 갔을 때에 두어 번 만나본 여자였다. H는 C지방에서 기생 노릇을 하던 여자였다. C지방은 나의 고향인 만큼 여행할 틈을 얻을 수가 없는 나로서도 일 년에 한 번, 잘하면 두 번쯤은 내려 갔었다. 고향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친구가 찾아왔다 하여 관대(寬待)를 하였다. 관대를 하는 것이 나로 하여금 일 년에 두 번이라도 고향을 찾게 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평소부터 한 코스모폴리탄으로 자처하는 나에게 무슨 향토의 관념이 있을 것이랴.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의 친지를 만나 통음을 하고 여러 사람의 사는 형편과 시가의 변화를 듣고 보는 것이 나에게는 생명을 세탁하는 한 기회가 된 까닭에, 매년 빼지 않고 기어이 C지방을 찾게 된 것이었다. H란 여자를 만난 것도 물론 여러 벗과 통음할 때의 일이었다.
내가 삼 년 전 여름에 H를 처음 보고 인상이 매우 깊었던 것은 사실이다.
인상이 깊은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의 미가 나의 맘을 끈 것도 아니요, 그의 가진 별다른 매력에 인상을 깊이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골 기생 중에서는 그가 제일 기생 노릇을 싫어한다는 이유뿐이었다. 그는 노래 공부보다도 산술(算術)이나 일어 공부를 더 좋아하고, 양금(洋琴)이나 가야금보다도 창가를 더 잘한다 하였다. 이것이 화류계 여자로서는 외도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는 웬일인지 학생 흉내만 내었다 한다. 그뿐 아니라 기억력이 특별히 좋아서 무엇이든 한번 일러만 주면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한다. 그래서 기생으로 물론 싱겁기가 한량없다만, 그의 기생으로는 외도인 점이 도리어 손님들의 환심을 사서 나와 같은 사람이 외읍(外邑)에서 오면 C주의 명물처럼 소개하는 터이라 하였다. 말하자면 C주의 친구들이 나를 위하여 특별히 그 지방 명물로 소개한 것이었다. 그리고 화류계에 대한 아무러한 지식을 가지지 못한 백지인 내가 그 여자에게 반드시 호기심을 가지라는 생각으로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일부러 H를 불러 술자리의 흥을 돋우자는 뜻인 것이 분명하였다. 친구들의 장난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그들의 함정에 빠져 H에 대한 호기심은 제법 높아졌었다. 그리하여 나도 술잔이나 들어간 김에 그에게 달근달근 굴게 되었다. 이 달근달근하게 구는 태도가 H의 맘에는 마땅치 못했던지 그는 나에게 꽤 쌀쌀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H의 환심을 사야 할 정도의 야심을 가지지 않은 나에게 그의 쌀쌀한 것이 아무러한 관심이 될 것이 없었다. 그는 그러하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호기심에 맡겨 좀 귀찮게 굴었었다. 그날 밤이 늦도록 그를 끌고 여러 친구와 함께 요릿집으로 헤매고 다녔었다. 나중에는 그 집에까지 가서 문을 두드리고 야료를 놓았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로 C주에서 올라오는 그때의 친구를 만나면 말 끝에 H의 이야기가 의례히 나왔다. 그리하여 그 이듬해에 내가 C주를 내려갔을 때에도 친구들은 술좌석을 벌이고 H를 일부러 불러주었다. 그러나 H의 행동은 전해나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조금 성격상으로 우울한 것이 분명히 보이는 듯할 뿐이었다.
H와의 관계는 다만 이것뿐이었으므로 나는 K 군의 묻는 말에 서슴지 않고,
“H 말이오? 알고말고요. 이새 잘 있나요?”
하고 반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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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삼원

도서정보 : 최서해 | 2021-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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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이는 자려고 불을 껐다. 유리창으로 흘러드는 훤한 전등빛에 실내는 달밤 같다.
그는 옷도 벗지 않고 그냥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누웠다.
그러나 온갖 사념에 머리가 뜨거운 그는 졸음이 오지 않았다. 이리 궁글 저리 궁글하였다. 등에는 진땀이 뿌직뿌직 돋고 속에서는 번열이 난다.
이때에 건넌방에 있는 H가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를 받은 유원이는 껐던 전등을 다시 켰다. 피봉을 뜯는 그의 가슴은 두근두근 울렁거렸다. 무슨 알지 못할 큰 걱정이 장차 앞에 닥쳐오려는 사람의 심리 같았다. 그리 짧지 않은 편지를 잠잠히 보던 그는 힘없이 편지를 자리 위에 던지고 왼팔을 구부려 손바닥으로 머리를 괴고 또 이불 위에 눕는다.
눈을 고요히 감은 유원이는 무엇을 생각한다. 그의 낯빛은 몹시 질린 사람같이 파랗다. 그리고 힘없이 감은 두 눈가에는 한없이 슬픈 빛이 흐른다.
그 편지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그 편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생애가 너무 곤란하여 무명을 짜려고 한다. 그러나 솜을 사야 할 터인데 돈이 한 푼도 없구나! 넨들 객지에 무슨 돈이 있겠니마는 힘이 자라거든 십삼 원만 부쳐다오.
그런데 처음에는 십사 원이라고 썼다가 그 사 자를 뭉개고 옆에 다시 삼 자를 썼다. 그것이 더욱 유원의 가슴에 못이 되었다.
유원이는 금년 이십이의 청춘이다. 그는 어머니가 있다. 처도 있다. 두 살 나는 어린 것도 있다. 그러나 곤궁한 그 생애는 그로 하여금 따뜻한 가정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는 늘 동표서랑(東漂西浪)으로 가족을 떠나 있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지배되었다. 지금도 그 가족은 시방 유원이 있는 곳에서도 백여 리나 더 가서 S라는 산골에 있다. 그리고 유원이는 이곳에서 노동을 하여 다달이 얼마씩 그 가족에게 보낸다.
사세가 이러하니 그의 객지생활은 넉넉지 못하였다. 친구에게 부치는 서신도 마음대로 못 부친다. 그의 사정이 이런 줄을 그 어머니는 잘 안다. 유원이가 어디 가서 넉넉히 지내더라도 그 어머니께서 돈 보내라는 편지는 못 받았다.
그 어머니는 항상 빈한에 몰려서 괴로운 생활을 하건만 유원에게는 괴롭다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식인 유원의 마음을 상할까 염려함이다. 그렇던 어머니에게서 이제 돈 보내라는 편지가 왔다.
유원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다시 그 편지를 집어들었다. 십삼 원의 쓰신 구절을 또 읽었다.
‘아! 어머니가 여북하시면 돈을 보내랄까!! 십사 원을 쓰셨다가 다시 십삼 원으로 고치실 때…… 형언 못할 감정이 넘쳤을 어머니의 가슴!’
머리를 양연히 들어 벌건 전등을 바라보고 눈을 감으면서 이리 생각하는 유원의 머릿속에는 행여 돈이 올까 하여 기다리고 있을 그 어머니의 측은한 모양이 떠올랐다. 까맣게 때 묻고 다 떨어진 치마를 입고 힘없이 베틀에 앉은 처의 형용도 보였다. 젖을 먹으려고 어미의 무릎에 벌레벌레 기어오르는 어린 것의 가긍한 꼴도 그의 눈앞에 환영으로 지내었다.
유원이는 조금 설워도 잘 우는 성질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 모든 의식이 망연하고 가슴이 답답하여 무어라 해야 할지 몰랐다.
“에라, 어디 K하고나 말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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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하여

도서정보 : 김희중 | 2021-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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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은 장편스토리

구매가격 : 9,000 원

현진건.김동인 한국 단편소설

도서정보 : 현진건 | 2021-11-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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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열심히 산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인지 가끔은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나, 그리고 너, 우리는 세계의 10% 안에 드는 경제적인 혜택을 받고 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소리냐?”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10% 안에 드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하루 생활비용으로 만 원을 쓸 정도의 여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세계 인구의 10% 안에 드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당신은 대학 교육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세계 인구의 1% 안에 드는 교육적인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당신은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세계 인구의 7% 안에 드는 정보화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어느 날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연 영상을 보다가 KAIST 배상민 교수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당신은 전 세계 상위 10% 안에 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그것은 당신의 노력이 아닌 그냥 주어진 것입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그들은 아프리카에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세계 후진국에 속해 원조 받던 나라였다. 먹고사는 문제만으로도 벅찼던 시대였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해 허기져하는 사람은 있지만...

너와 나 우리가 함께 사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1900년대의 한국 단편 소설 중 8가지 이야기를 엮었다. 시대가 달라도 사람들 사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계를 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오해와 갈등,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 ...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 마음 안에 감사함이 넘쳤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과 당신 자신을 이해 할 수 있는 공감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당신이 오늘을 사는데 이 소설의 이야기가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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