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본 남자 2
도서정보 : 카키색사랑 | 2018-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부잣집 아들에, 우성 오메가다운 작고 귀여운 몸집과 얼굴의 수철. 그는 짝사랑이던 진영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에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낀다. 작은 몸집 때문에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되지는 못했지만, 수철은 발레 속에서 슬픔과 아픔을 추스르려 애쓴다. 그러나 그의 아픈 상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선 자리에 나간 수철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진영의 결혼 상대자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현민을 만난다. 대형견 같은 덩치에 좋은 직업을 가진 우성 알파 현민에 대해서 수철은 '선본 남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정을 가지지만, 홧김에 저질러버린 원나잇 때문인지 현민은 수철을 줄기차게 쫓아 다닌다. 섹스 파트너로만 머물자는 둥, 만나려면 보건증을 끊어 오라는 둥, 그냥 보기 싫으니 꺼지라는 둥 온갖 구박 속에서도 현민은 꿋꿋하다 못해 멍청할 정도로 수철의 곁을 지킨다. 그리고 결혼이나 하라는 아버지 몰래 러시아로 발레 공연 여행을 떠나려는 수철의 계획을 알게 된 현민이 그를 돕겠다고 약속한다.
커다란 덩치에 재벌 출신 우성 알파는 의외로 순진한 순정파에 작은 마음의 상처에도 눈물을 흘리는 울보. 작고 귀여운 몸집과 얼굴을 가진 오메가는 실연의 상처를 날카로운 말과 행동으로 숨기려는 고슴도치. 가시에 찔리면 찔끔 눈물을 흘리지만 연인을 놓지 않는 순정으로 사랑과 삶의 상처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장편. 따듯하게 데워진 달콤한 레몬 수플레가 입안에서 녹아드는 느낌.
<미리 보기>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우성 오메가라서, 우성 오메가다운 작고 귀여운 몸집과 얼굴을 가져서, 좋아하는 것에 소질이 있어서.
너 같은 아이는 힘든 일을 모르고 살았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줄곧, 그런 말을 듣고 살았다. 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싫은 것은 티를 내며 싫다고 말할 줄 알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티를 낸다고 싫은 것을 다 안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난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언제나 힘들게 살아왔고, 오늘은 그중에서도 유독 더 힘든 날이었다.
“새신랑들이 잘 웃네, 평생 잘 살겠어요.”
막 피로연이 시작된 예식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하하호호 즐겁게 웃어댔고, 저마다 덕담 한마디씩을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건넸다. 새신랑 둘은 방금 누군가가 말했듯 정말 잘도 웃어대고 있었다. 잘 어울리기만 하는 두 신랑을 보면서 속이 뒤틀려하는 사람은 아마 나 하나뿐일 게 분명했다.
“수철 씨, 왜 이렇게 못 드십니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병신이 물었다. 오늘 나에게 개명아웃을 한 이 병신은 몇 달 전 나랑 선을 봤고, 몇 번의 만남을 가졌으며, 성관계 한번을 했을 뿐인. 그저 그런 우성 알파였다.
덩치 크고, 직업 좋고, 남들이 말하는 ‘스펙’을 모두 가진 듯 보이는 그런 알파지만, 사실 나랑 선봤던 수많은 선남, 선녀들은 모두 그랬고, 그들에 비교하면 오히려 이 알파는 조금 모자랐다.
“알빠.... 흘리지나 말고 처먹던가.”
옆에 앉아 있는 병신 때문에 내가 욕먹으면 안 되니까 병신이 흘린 음식을 휴지로 주워서 빈 그릇 위에 올려준 뒤, 잠바를 챙겨 입었다. 더 앉아 있으면 어쩐지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 때문에 체할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는 건 처음이라, 역시 윤진영. 뭘 해도 내 처음을 장식 시켜주는 건 너구나 싶었다.
진영이는 이제 퍽 가까운 자리에서 인사 중이었다. 하얀 턱시도를 곱게 차려입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 그는 내가 7년 동안 짝사랑한 오메가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 발레만 보고 살았던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사람. 예쁘니까 친해지고 싶었고, 알고 보니 여려서 지켜주고 싶었고, 나한테만 기대니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하지만 나는 진영이에게 가장 친한 친구 그뿐이었고, 진영이는 만난 지 고작 두 달 조금 넘어가는 알파와 오늘 결혼을 한다.
사실, 먼저 선을 보러 다닌 것은 나였다. 오메가끼리 결혼을 하는 게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진영이는 어차피 나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않으니까. 게다가 우리 아버지는 내 혼기가 차니 나를 사업 도구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물론 난 결혼할 마음이 없었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척만 했다. 그니까 선은 보러가되, 내 꼴리는 대로 하고 다녔다는 건데, 옆에 있는 병신은 내가 막말을 해도 좋다고 나를 따라 다니는 유일한 알파였다.
난 얘가 나를 따라 다니는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사랑 같은 개풀 뜯어 먹을 이유는 절대 아니고, 얘는 보모가 필요한 모질이다.
“흘릴 거면 처먹지를 말라고. 나 나가면 처먹던가, 내가 흘린 것 같잖아!”
“다 먹고 가면 안 됩니까? 수철 씨도 좀 드시죠? 오늘 하루 종일 뭐 안 드셨는데, 그러다 몸 상합니다.”
“내가 하루 종일 뭐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네가 어떻게 아는데.”
나에 대해 잘 알기라도 한다는 듯 말하는 게 고까워서 따지듯 물으니, 병신이 입을 삐죽였다.
“지가 더 먹고 싶은 거면서.... 기다릴 생각 없으니까 많이 잡숫고 오시던가.”
부러 한마디를 더 하고, 병신이 떽떽거리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 올려놨던 부케를 챙기려고 팔을 뻗는데, 어느새 다가온 진영이가 말을 걸었다.
“수철아, 벌써 가게? 박 비서님도 안녕하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해맑게 웃어대던 진영이는 내 앞에선 묘하게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은 얼굴이었다. 나에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한 달 동안 사라졌다가, 결혼식 당일 날 나타난 윤진영. 이 타이틀 하나 만으로도 진영이가 나에게 그리고 그의 남편에게 미안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쟤 남편 될 사람도 모르는, 나랑 진영이만 아는 비밀이 있다.
[저의 시체는 김수철이 관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장례식장에는 다른 사람이 조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수철의 번호는 010-5***-0***입니다. 수철아 고마워.]
아직도 내 지갑 안 깊숙이 들어있는 진영이의 유언장. 진영이는 내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할 테지만, 쟤가 나한테 저런 얼굴을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 게 분명했다.
나는 진영이와 멀어지는 게 싫어서 좋아한다는 티도 내지 못하고 언제나 친구로 있기 위해 노력했는데, 진영이는 지가 나를 불편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근데, 억울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도 미안할 일을 만들어 버렸으니까. 진영이가 결혼한다고 처음 나에게 말했던 날, 나는 진영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진영이가 사라지고 나서는 차라리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유언장을 주웠다는 연락을 받고나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게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가 죽지 않았다는 소리일 테니까, 그냥 그대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말았으면 했다. 그러니까 쟤를 한 달 동안이나 아무도 찾지 못한 이유가 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갈 때도 박 비서랑 같이 가십니까?”
진영이의 옆에 서있던 까만 연미복을 입은 알파가 물었다. 이서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키도 크고, 극우성 알파에, 유명하고, 돈도 잘 벌고 진영이랑 결혼까지 하는, 정말 내가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다 가진 남자였다.
그는 내 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다가, 대놓고 좋아하냐 묻기까지 했었지만,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같잖았겠지. 나는 쥐콩만 하고 남자답지도 않으니까 진영이가 어차피 나 같은 거한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게 뻔했다.
“아뇨. 쟤랑 안가요.”
진영이에게 먼저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울먹일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니까 이서원에게 먼저 대답했다. 나는 누구든지 세 번 이상 보면 말을 놓지만, 이 남자에게는 내가 아무리 귀찮더라도 말 놓을 생각이 절대 없다. 이유는 진영이를 빼앗아간 놈이랑은 조금이라도 친근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서원은 진영이를 찾기 전부터 이 예식장을 예약해 뒀었다. 게다가 진영이의 사진을 실물 크기로 뽑았고, 만약 진영이를 찾지 못하면 그 사진과 결혼식을 할 거라고 했었다. 속이 시원할 뻔했는데.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진영이는 결혼을 하면 안됐다. 같은 오메가니까 페로몬에 홀리는 몸은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마음만은 나랑 이어진 것처럼. 내가 착각할 수 있게. 그렇게 영원히 혼자 살았어야 됐다.
하지만, 진영이가 결혼 하는 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나는 그와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친구로서 할 수 있는 말이나 울먹이며 뱉었다.
“윤진영 나쁜 놈.... 이따 나한테 전화해. 나 너한테 들을 얘기 존나 많으니까.”
그렇게 진영이의 옆을 스쳐 지나왔다. 진영이에게서 내가 몇 번 맡아 본적 없는 낯선 페로몬이 풍겼다. 햇살 같이 따뜻한 그 페로몬은 진영이의 상큼한 페로몬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마음이 아팠다.
구매가격 : 3,000 원
망고맛 달링 (한뼘 BL 컬렉션 301)
도서정보 : 망고크림 | 2018-1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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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친구인 반지욱과 이찬. 반지욱은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실속 없이 차이기만 하는 허당끼가 다분한 친구다. 그런 반지욱을 보는 이찬에게는 이상한 것이 느껴진다. 반지욱이 만나는 여자들이 바뀔 때마다 반지욱에게서 특정한 과일 냄새가 나는 것이다. 사과 냄새, 포도 냄새, 자두 냄새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오늘도 여자에게 차인 반지욱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찬을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반지욱의 자취방에 모여들어서 거나하게 술을 들이킨다. 그리고 이찬은 반지욱에게서 나는 과일 냄새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에게 입을 맞춰본다.
내가 좋아하는 그에게서는 여러 가지 과일 향기가 난다. 그러나 나를 질투케 하지 않는 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망고 향기. 새콤달콤한 망고처럼 예쁜 사랑에 대한 단편 보고서. 아, 그리고 크림 치즈에 이런 용도가 있을 줄은 몰랐지 말이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
<미리 보기>
포도 냄새, 자두 냄새, 사과 냄새가 났다. 앞의 두 냄새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사과 냄새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겨울에 아오리 사과 냄새가 날 리가 없으니까. 반지욱이 평소에 쓰는 로션 냄새가 아니기도 했고. 의아해 물어보니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반응만 돌아왔다. 하지만 그 냄새는 확실히 반지욱에게서 나는 것이었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 중 누구도 사과 냄새를 맡지 못했다. 그 당시 반지욱은 꽤 예쁜 선배를 짝사랑 하고 있었다. 상큼하니 사과 같은 사람이었다. 반지욱은 뻥하니 차였고, 사과 냄새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의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반지욱은 동갑내기 여자애를 쫒아 다니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달짝지근한 딸기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사내놈이 향수를 뿌리나 했다.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향수까지 뿌리다니, 독한 놈이다 싶었다. 그렇지만 반지욱은 도무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반지욱을 아는 놈들 중에서는 지금까지 나만 알고 있는 것이다.
"반지욱, 또 차였냐?"
"씹새."
"그러니까 군대 가기 전에 왜 들이대지 말랬잖아. 고추 심심하다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거든!"
반지욱이 씩씩거렸다. 장렬하게 차이고 온 반지욱에게서는 방금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났던 딸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래, 그래. 아니시겠지. 오늘은 형이 한 턱 쏜다. 가자!"
"뭐 살 건데."
"너 차인 게 하루 이틀이냐? 소주, 막걸리. 골라봐."
"치사하게."
반지욱이 툴툴거렸다. 술이라는 말에 우르르 동기들이 몰려왔다.
"오늘 이찬이 쏜다고?"
"딸기 막걸리, 콜?"
"딸기 별로야. 다른 거."
"야, 야, 반지욱 차이고 나서 막걸리 먹이면 개 돼. 소주로 가자."
"넌 말을 왜 이상하게 하냐? 그냥 개 아니고 개새끼야, 개새끼."
"죽는다."
"그래서 뭐 마시자고. 오늘 반지욱 차인 기념으로 양주 함 가?"
"누구 방에서 먹는데?"
반지욱 방이지 뭐. 동기들이 환호했다. 얻어먹는 주제에 가리는 것만 많은 놈들이었지만 밉지 않았다.
"왜 내 방이냐?"
"그럼 룸 잡고 마시리?"
"너 차일 때마다 술집 가면 학교 앞 존나 번창할 듯."
"아 진짜, 너희 다 죽는다."
"술도 못 마시는 게."
반지욱이 낄낄거리며 가방을 챙겼다.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애인 없는 동기들끼리 모이자니 반지욱의 자취방이 꽉 찼다. 자리가 모자라 둘은 침대 위에 앉아야 했다. 다들 익숙하게 편의점에서 사온 양주를 까고 종이컵을 나눴다. 시커먼 사내놈들이 작은 종이컵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꼴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었다.
"반지욱의... 음, 야 몇 번이지?"
"정확히 4번째, 중복 포함 5번째."
"반지욱의 5번째 실연을 축하하며!"
"마셔!"
"부어!"
다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벌컥벌컥 술을 삼켰다. 반지욱은 숫제 술병을 씹어 삼킬 모양으로 덤벼들었다.
"야, 솔직히 걔는 너랑 안 어울렸어."
"맞아. 너는 좀... 이찬 같은 애랑 사겨야 돼."
술이 들어갔다고 다들 질겅질겅, 반지욱의 실연을 안주삼아 말을 꺼냈다. 박지욱의 실연에 내 이름이 끼일 이유가 없어서 의아하게 물으니 우르르 반박이 쏟아졌다.
"나는 왜?"
"찬이 니가 반지욱 제일 좋아하잖아."
"저걸 너만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걸?"
"야, 억울하네. 내가 뭐?"
"너 반지욱 차일 때마다 술 사주잖아."
"그리고 너 저번에, 그 뭐냐, 좋은 냄새 난다고 했잖아."
변태새끼. 동기들이 낄낄거렸다. 내가 반지욱을 챙겨주는 것은 반지욱이 칠칠맞기 때문이고, 술을 먹인 것은 불쌍해서였다. 냄새는 더 할 말도 없었다. 사과 냄새가 나고 딸기 냄새가 나서 난다고 했는데, 왜 냄새가 나냐고 물으니 장금이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반지욱을 쏘아보니 벌써 술이 아주 떡이 되서 눈이 맛이 갔다.
"야, 저거 꽐라됨."
"버려, 버려. 일단 이거 다 마셔야 할 거 아냐."
술에 취한 반지욱을 침대 위로 치우고 술을 마저 마셨다. 다들 반지욱의 실연 이야기를 실컷 떠들었다. 확실히 반지욱은 쉽게 반하고 쉽게 차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도 미련은 없어서, 고백을 하고 나면 금방 잊곤 했다. 그것이 반지욱의 장점이었다.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신 동기 놈들은 금방 게임을 한다며 PC방으로 몰려갔다. 좁은 반지욱의 방에는 나 혼자 남았다. 주섬주섬 종이컵과 술병들을 치우고 반지욱의 옆으로 기어들어갔다. 으, 따뜻하다. 주정도 부리지 않고 얌전히 자는 반지욱이 기특해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끼, 넌 좋은 놈이야."
반지욱이 내 기척에 잠이 깬 모양인지 눈을 떴다. 자다 깬 반지욱은 빈 말로도 예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묘하게 야했다.
구매가격 : 1,000 원
청호각 객주 이영 1권
도서정보 : 양하나 | 2018-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입이 금지된 산, 가둬진 황제의 씨앗.
천하를 다스려도 사람 입은 봉할 수 없어,
숨겨진 황자에 대한 얘기는 암암리에 퍼졌다.
“……내게 왜 온정을 베풀었습니까.”
“왜 손을 내밀었습니까.”
“홀로 괜찮던 내게 왜…… 다가왔습니까.”
그에게 허락된 세상은 작았다. 외로웠던 남자 소운과,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여자, 청호각 객주 이영.
“너를 속여 이용하려 했고 해서…… 너를 살렸다. 네가 필요해서.”
휘몰아치는 타인의 탐욕 속에 휩쓸리면서도,
이영은 차마 소운의 손을 놓지 못했다.
“소인이 주국의 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손을 다잡기 위해서 그녀가 아슬아슬한 줄 위에 올라탔다.
제궐 위로 별이 비추니 흉의 조짐이라.
사귀같이 번뜩이며 성신(星辰)을 노려보는 용의 천안(天眼)을 보라.
이 어찌 한 나라 임금의 눈이라 할 수 있는가.
제 아무리 천자라 해도 성좌를 깨뜨릴 수 없는 법이거늘.
“부황께선 뿌리신대로 거두시게 될 겁니다.”
“네 생을 손에 쥔 자가 누구이냐.”
“소자가 사는 것은 소자의 뜻이옵니다.”
그늘 아래 숨어 있던 황자가 별 아래로 나왔으니,
잃어버린 자신의 성을 되찾을 것이며.
박탈당한 자리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
“당신만 있으면 괜찮아. 그러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 모든 맹목은 오로지 연모하는 자를 위하여.
이영을 위하여.
구매가격 : 3,200 원
청호각 객주 이영 2권(완결)
도서정보 : 양하나 | 2018-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입이 금지된 산, 가둬진 황제의 씨앗.
천하를 다스려도 사람 입은 봉할 수 없어,
숨겨진 황자에 대한 얘기는 암암리에 퍼졌다.
“……내게 왜 온정을 베풀었습니까.”
“왜 손을 내밀었습니까.”
“홀로 괜찮던 내게 왜…… 다가왔습니까.”
그에게 허락된 세상은 작았다. 외로웠던 남자 소운과,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여자, 청호각 객주 이영.
“너를 속여 이용하려 했고 해서…… 너를 살렸다. 네가 필요해서.”
휘몰아치는 타인의 탐욕 속에 휩쓸리면서도,
이영은 차마 소운의 손을 놓지 못했다.
“소인이 주국의 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손을 다잡기 위해서 그녀가 아슬아슬한 줄 위에 올라탔다.
제궐 위로 별이 비추니 흉의 조짐이라.
사귀같이 번뜩이며 성신(星辰)을 노려보는 용의 천안(天眼)을 보라.
이 어찌 한 나라 임금의 눈이라 할 수 있는가.
제 아무리 천자라 해도 성좌를 깨뜨릴 수 없는 법이거늘.
“부황께선 뿌리신대로 거두시게 될 겁니다.”
“네 생을 손에 쥔 자가 누구이냐.”
“소자가 사는 것은 소자의 뜻이옵니다.”
그늘 아래 숨어 있던 황자가 별 아래로 나왔으니,
잃어버린 자신의 성을 되찾을 것이며.
박탈당한 자리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
“당신만 있으면 괜찮아. 그러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 모든 맹목은 오로지 연모하는 자를 위하여.
이영을 위하여.
구매가격 : 3,200 원
하님(개정판)
도서정보 : 정유석 | 2018-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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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의 서녀인 현주에서 폐서인으로, 종국에는 관비로까지.
맑고 아름다운 옥을 뜻하는 ‘청근’이라는 귀한 이름을 얻고도
태생부터 고단하기만 한 인생이라.
“이제야…… 아무도 남지 않았네요. ……다행입니다.”
종국에는 저마저 남김없이 모두 놓아 버리고자 할 적에
지극한 연심을 드러내며 그녀를 붙드는 이가 있으니.
“절 가련히 생각하신다면……
단 하루라도 저를 위해 살아 주시면 아니 되는 것입니까?!”
청근에게 한 자락 따스한 볕이 되길 소망하는 자, 현령 홍서익.
그에게 있어 그녀는 늘 감히 꿈꾸지 못할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이요,
지근에 자리한 그림자보다도 잡히지 않는 꿈이었다.
청근의 서글픈 사연은 끝 간 데 없이 이어질 뿐이니
단 한 번의 마주침이 드리운 그리움은 더욱 깊기만 하여라.
함께하길 소망할수록 애달프고 슬픈 미련은 쌓여만 가고.
언제쯤 맘껏 불러 보려나,
그 단정하고 아름다운 현주 자가의 존함을.
누가 알세라 별칭만 마음속으로 애타게 부르짖을 뿐이니.
‘옥돌아, 옥돌아.’
<본문 중에서>
길어지던 늦장마에 가려져 있던 하늘은 그사이 가을빛을 띠어 높아져 있었다. 여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가을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그리고 세월이 스쳐 가듯 마음에 품은 불순한 것들도 흐릿해져 갔으면 하였다.
얇게 썬 호박을 넓게 펼쳐 두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던 청근은, 그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했다.
“선비님을 뵈러 왔습니다.”
언제 오셨는지, 벌써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 계신 사또로부터 전해지는 단호함은 그 뒤의 가을 하늘만큼이나 아득하도록 높고 단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버님께서는 아직 출타 중이십니다.”
평상에서 내려서서 반쯤 그를 등진 채로 현주께서 하시는 말씀은 지난밤처럼 냉랭하였다. 돌아가라는 말씀이셨다.
“기다리겠습니다.”
서익은 집주인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들어왔던 대로, 성큼 마루로 향했다. 그에 척하니 걸터앉아 부채를 펴 들고 보니, 현주께서는 난감해하시는 빛이 역력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내외의 법도를 지키기보다 그의 얼굴을 보기 싫다는 말씀 같았다. 하지만, 서익도 지난밤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오랜만의 햇살이 반가워 나선 길이니, 이리 있겠습니다.”
연이은 그의 고집에, 현주께서 평상 위에 있던 도마며 칼을 주섬주섬 챙기시는 것이 아무래도 일터를 옮기실 작정인 듯했다. 부채 너머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사람 때문에 자리를 옮기시는 것이라면 불편하여 또 들르겠습니까? 선비께서 함께 고사에 대해 논하자 청하셔서 공무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것인데요.”
현주께서는 잠시 머뭇거리셨지만, 아무리 마땅찮은 손님이라도 그에 대한 예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셨는지 그의 의도대로 다시 평상에 앉으셨다. 부채에 가려진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다.
이윽고 도마에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를 써는 소리도 그를 써는 주인의 뒷모습처럼 단정하다 하면 그의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씐 것이겠지?
그럼에도 백성들의 수확을 도와줄 한낮의 햇살도 반가웠고 좁은 어깨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웠다.
구매가격 : 4,000 원
왜 이러세요, 팀장님?
도서정보 : 해수 | 2018-1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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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PEW에 운 좋게 인턴으로 입사를 한 유미.
말단인 그녀에게 영업팀장인 지훈은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하게 그가 자꾸 접근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인턴을 회의에 참석시키질 않나, 자료실에 따라 들어오질 않나.
수상쩍은 행동을 하던 지훈은 지켜보고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긴다.
뭘 지켜본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유미는
어느 날, 이상한 메시지를 받게 되고
그 메시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따라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메시지의 암호를 푼 유미는
늦은 밤, 메시지가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회의실로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게 되는데...
구매가격 : 2,800 원
[합본]청호각 객주 이영(전2권)
도서정보 : 양하나 | 2018-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입이 금지된 산, 가둬진 황제의 씨앗.
천하를 다스려도 사람 입은 봉할 수 없어,
숨겨진 황자에 대한 얘기는 암암리에 퍼졌다.
“……내게 왜 온정을 베풀었습니까.”
“왜 손을 내밀었습니까.”
“홀로 괜찮던 내게 왜…… 다가왔습니까.”
그에게 허락된 세상은 작았다. 외로웠던 남자 소운과,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여자, 청호각 객주 이영.
“너를 속여 이용하려 했고 해서…… 너를 살렸다. 네가 필요해서.”
휘몰아치는 타인의 탐욕 속에 휩쓸리면서도,
이영은 차마 소운의 손을 놓지 못했다.
“소인이 주국의 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손을 다잡기 위해서 그녀가 아슬아슬한 줄 위에 올라탔다.
제궐 위로 별이 비추니 흉의 조짐이라.
사귀같이 번뜩이며 성신(星辰)을 노려보는 용의 천안(天眼)을 보라.
이 어찌 한 나라 임금의 눈이라 할 수 있는가.
제 아무리 천자라 해도 성좌를 깨뜨릴 수 없는 법이거늘.
“부황께선 뿌리신대로 거두시게 될 겁니다.”
“네 생을 손에 쥔 자가 누구이냐.”
“소자가 사는 것은 소자의 뜻이옵니다.”
그늘 아래 숨어 있던 황자가 별 아래로 나왔으니,
잃어버린 자신의 성을 되찾을 것이며.
박탈당한 자리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
“당신만 있으면 괜찮아. 그러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 모든 맹목은 오로지 연모하는 자를 위하여.
이영을 위하여.
구매가격 : 6,000 원
사랑은 배 안에서 (한뼘 로맨스 컬렉션 33)
도서정보 : 호랑나비 | 2018-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로즈 백작가의 유일한 상속자인 에리스 로즈는 프린세스호라는 최고급 유람선의 처녀항해에 탑승한다. 귀족 가문의 영애 답지 않게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성격, 보이시한 외모의 에리스는 최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가렛과 약혼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랑의 상처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가 신경을 쓰는 것은 약혼자의 배신과 친구의 임신 때문에 사교계에서 자신의 품위가 떨어진 것. 이번 프린세스호 여행을 통해서 '버림 받은 여자'라는 평판을 탈피하고자 애쓰는 에리스. 그런 그녀 앞에 '해적과 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사교계에 이름을 날린 신비의 남자, 저스틴 클라우스가 등장한다. 당당한 태도에 엄청난 외모를 가진 저스틴에게 마음이 끌리는 에리스. 그러나 사실 황제의 비밀 스파이인 에리스가 프린세스호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은 하나가 더 있다. 마약 거래 혐의를 두고 있는 낭트 백작을 감시하고, 그를 처리하는 것.
화려한 귀족들만이 탑승할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을 배경으로, 로맨스와 스파이, 음모와 계략이 어우러지는 중편 로맨스. 보이시한 여자 주인공과 섹시한 남자 주인공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이는 달큰한 관계가 중간중간 감칠맛을 더한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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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프린세스호가 입항했다. 프린세스호가 입항 할 때 유유히 바다를 가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 바다를 가를 때 뒤로 파도가 퍼지는 모습은 데뷔탕트 시절 입었던 흰 드레스가 생각났었다.
“지금부터 프린세스호 출항 기념 커팅식이 있겠습니다. 귀빈 여러분은 모두 배 앞 행사장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린세스호는 최근 건조되어 처녀항해를 하기 위해 슐레이만 항에 도착했다. 왕족과 귀족을 위한 초대형 크루즈 선으로 처녀항해를 위한 티켓은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할 정도다.
“신사 숙녀 여러분, 프린세스호 출항 기념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린세스호에서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출항식은 황제가 와서 빛냈다. 커팅식은 황제와 로이드 공작 부처가 했다. 리본을 자른 후 커팅식 후 열렬한 환호와 출항을 하기 위해 승선하는 사람들에게 열혈한 환호가 이어졌다. 승선 전에 키스를 하는 커플도 있었다.
“레이디 로즈, 승선해야 할 시간이에요. 서둘러요.”
레이디로서 채신머리없게 보이는 행동, 치마가 바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꼭 말아 쥐고 탔으나 보닛이 바다 바람에 날아갈 뻔 했다. 정확하게는 날아갈 뻔 했으나 어떤 신사의 도움으로 보닛을 챙길 수 있었다. 반듯한 눈썹, 세련되게 보이는 코, 바다를 닮은 새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신사는 객관적으로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얼굴이다.
“감사합니다. 저는 에리스 신디 로즈입니다. 보닛이 날아갈 뻔 했는데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쪽은 제 샤프롱인 마리 부인이에요.”
샤프롱인 마리 부인에게 두고두고 까일 거리일 것 같다. 마리부인은 로즈 백작가 방계의 미망인으로 내 샤프롱이다.
“아닙니다. 아름다운 레이디의 곤경을 모른 척 하는 건 신사로서 도리가 아닙니다. 제 이름은 저스틴 클라우스라고 합니다.”
보편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금발 벽안의 미인과 거리가 먼 진저에, 주근깨가 약간 있는 얼굴이라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입바른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듣기에는 좋았다. 언니는 금발 벽안 미인으로 ‘사교계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예뻐 황태자와 결혼했지만 그에 비해 나는 붉은 색 머리에 얼굴은 주근깨까지 있어서 ‘벽장의 꽃’이라고 불렸다. 춤출 상대를 적어두는 수첩은 늘 비었다. 저스틴 클라우스?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설마 ‘별과 해적’의 작가인가.
“혹시 ‘별과 해적’을 쓰셨나요? ‘별과 해적’은 제가 감명스럽게 읽었어요!”
금발 녹안의 안경을 쓴 신사는 얼굴에 당황한 빛이 서렸다.
“그렇습니다.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뱃고동이 울렸다.
배의 진동과 함께 갑판에서 보는 배의 나아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승선하기 전 본 해변 근처 카페에서 입항하는 모습과 전혀 달랐다. 배가 앞으로 전진하면서 울리는 진동과 바닷바람은 내가 프린세스호에 승선한 것을 실감나게 했다.
“정말 아름답네요.”
“아름다운 레이디와 함께 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영광입니다.”
내 손을 살짝 들어 입 맞췄다. 이 남자가 아부를 굉장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비슷한 인상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레이디 로즈, 갑판에 오래 있으면 주근깨가 더 많아져요.”
미혼 여성은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
샤프롱이라고 불리는 집안의 노처녀나 미망인이나 가정교사 또는 남자 형제 없이는 남자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다. 나는 스무 살로 이미 가정교사를 졸업한 나이다. 그리고 남자 형제가 없기 때문에 먼 친척의 미망인을 샤프롱으로 두고 있다.
마담 사이프러스의 고용인이 와서 쪽지를 전해주었다. 마담 사이프러스의 고용인은 얼굴이 익은 자였다.
“급한 일이 생겨서 실례하죠. 그럼 이만 저는 가보도록 할게요.”
“레이디 로즈, 내일 저녁 연회에서 저와 춤을 추시겠습니까?”
“저는 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의 제안은 끌리네요. 내일 아침에 대답할게요.”
“그래요. 제 객실은 001호입니다. 레이디 로즈.”
“어머 근처네요. 저는 007호가 객실이에요.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
프린세스호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여흥을 위한 배로 건조되었다. 일등석 객실은 어느 귀족의 타운하우스 손님방 못지않다. 객실에는 욕실이 딸려있고 레스토랑과 연회장, 극장이 있다. 심지어 갑판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프린세스호의 처녀항해는 시험 항해로 슐레이만 항을 떠나 열흘 동안 북해를 향해한 후 다시 슐레이만 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등석의 티켓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후견인인 로이드 공작 부처가 나를 염려해 사교계 시즌 동안 마음 편히 있으라고 보내준 티켓이다. 하지만 승선한 승객들을 둘러보니 사교계 명사란 명사는 다 모인 것 같다. 열흘간의 여행은 생각과는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승객 얼굴을 면면히 본 순간 내리고 싶어졌다. 프린세스호에서 자살 한 승객이 나오면 대서특필되겠지. 그러면 로즈 백작가 이름에 먹칠이 될 거야. 최악이네.
객실에서 보는 바다는 청량했다.
“마리 부인 어떡하죠. 배 안에 길버트랑 마가렛이 타고 있어요.”
길버트 휴즈 남작, 신흥 귀족으로 영지의 금광으로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 '약혼자'였었다.
파혼은 삼 개월 전 나와 제일 친한 친구였던 후작 영애, 마르가리타 루이제 포스터가 길버트 휴즈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깨졌다.
사실 나와 길버트의 약혼을 주선한 것은, 형부인 황태자 전하의 명을 받은 원로원이었고, 황제파와 귀족파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정략결혼인 셈이다. 나는 인기 없는 ‘벽장의 꽃’으로서 어차피 당시 연애하던 영식도 없었기 때문에 약혼에 따랐다. 하지만 제일 친한 친구가 배신할 줄이야. 내심 충격이 컸다.
그리고 나는 의도하지 않게 사교계에 적이 많았다. 건실하지만 수도와 멀리 떨어진 영지를 가진 백작의 후계자, 황태자비인 언니, 막대한 지참금, 그리고 수도 유력 귀족인 후견인까지 두었기 때문이다.
“휴즈 남작과 남작 부인은 신경 쓰지 말아요. 레이디 로즈.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요. 객실 밖에서 처신을 단단히 하셔야겠어요.”
“레이디 캔디스의 에세이의 화제만 아니었으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현재 사교계의 화두는 격주 발행되는 잡지 해피 레이디스의 인기 코너 레이디 캔디스의 에세이로 수도의 사교계의 이모저모를 다룬다. 이 에세이 때문에 사교계에 뒷말이 많이 돈다. 사실 이 에세이 아니어도 사교계는 원래 뒷말이 많다. 마가렛의 임신 사실과 파혼 통보도 레이디 캔디스를 통해 널리 퍼졌다.
배 안에서까지 처신을 바로 해야 한다니 통탄 할 일이다.
“첫날부터 수영을 하는 건 좀 그런가요?”
“레이디 로즈!”
마리 부인의 잔소리 아리아 이후 식사 때까지 한참 남았으니 여정을 풀고 배 안을 돌아다녔다. 삼등석에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역시 마리 부인이 극구 말려서 일등석 객실과 이등석 객실, 그리고 삼등석 객실 문 앞까지 걸어갔다. 삼등석 객실에는 격투장이 있어 신사답지 못한 신사들이 격투나 내기를 가끔 한다고 한다. 남성들의 클럽에도 가끔 쓰잘데기없는 내기 - 누구네 부인이 먼저 임신한다든가 - 를 하지만 격투장에서 하는 내기는 더 저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파혼과 관련된 내기도 했다고 한다.
“레이디 마르가리타는 진짜 사랑해서 휴즈 남작과 결혼한 걸까요? 포스터 후작의 소문을 들었어요, 레이디 세실”
“어머! 망측해라!
갑판 위를 걷고 싶었으나 양산 없이 햇빛 쐬는 것은 피부의 적이라는 마리 부인의 지론 때문에 양산을 가지러 객실을 들른 뒤에야 갑판에 갈 수 있었다.
사교계에서 봤던 얼굴들이 많다.
에른스트 후작 부인이 다가왔다.
“레이디 로즈, 얼굴 살이 많이 빠졌네요. 상심이 컸군요. 밤에 연회장에서 살롱을 여니 참석 바랄게요.”
에른스트 후작 부인이 내민 초대장을 받았다.
“네, 꼭 참석할게요, 부인”
갑판 위에서 청량한 바다 바람을 맡는 순간 근심이 사라질 것 같았다.
구매가격 : 1,000 원
이방인은 푸르다 (한뼘 BL 컬렉션 300)
도서정보 : 예신 | 2018-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부모와 사회가 가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산 덕분에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시언. 신입사원인 시언은 곽재희 과장을 보조해서 회사 쇼핑몰에 최고급 브랜드 더 블루 라벨을 입점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거의 성사시킨다. 그러나 폭압적이고 이기적인 팀장과 곽 과장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고 능력 있고 거칠 것 없는 곽 과장은 팀장에게 한 방을 날리고 퇴사를 한다. 그녀의 퇴사 이후, 더 블루 라벨 측에서는 시언의 회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그것을 수습하는 임무가 시언에게 맡겨진다. 신입사원으로서 도저히 불가능한 임무와 팀장의 폭언, 압박 속에서 절망한 시언은 무심코 마주친 술집에 들어가고, 생전 처음보는 칵테일들을 접한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은 남자 차신우와 같이 술을 마시고, 몽롱한 정신으로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술에 취해서 보낸 원나잇이 회사일을 망치고, 가족과 사회에 짓눌러 항상 주눅이 든 젊은이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짧은 이야기.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는 않는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
<미리 보기>
박 팀장이 고함을 질렀다.
"빨리, 빨리! 너네 밥 굶을래? 짤리기 싫으면 일하라고!"
아부로 팀장직을 얻었고, 갑질로 권력을 얻었지만. 알코올 중독과 담배로 얻은 군살은 박 팀장도 어찌할 수 없었다. 박 팀장은 늘씬하고 곱상한 정 대리를 특히 미워했다.
박 팀장이 정 대리를 퉁퉁한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침을 튀겼다.
"야, 정종선이! 너 빨랑빨랑 안 하냐?"
"노력하겠습니다! 팀장님!"
윗사람 앞에서는 비굴한 척, 아랫사람 앞에서는 제가 왕이라도 되는 듯이. 그런 주제에 '가족 같은 회사'를 앞으로 내세운다.
- 그래. 가 '족' 같은 회사겠지.
"어휴... 쯧. 야, 김시언 얘는 언제까지 어리바리냐, 쯧. 너네 엄마가 회사에서 챙겨줄 줄 알았냐? 너는 또 뭐하고 있는 거야, 엉? 쓸데없는 짓꺼리를."
"팀장님,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팀장님."
방금 전 박 팀장이 맡긴 업무였다. 김시언은 눈물을 꾹 삼켰다.
"다들 제대로 좀 해! 블랙 프라이데이가 금방이라고! 우리 회사 매출에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대목이다, 그거야."
"네! 팀장님!"
예신그룹의 유통사가 런칭한 신생 쇼핑몰 '아인'. 젊은 세대를 타깃한 브랜드다. 아인은 신세대의 트렌드를 꿰뚫은 기획으로 어마어마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다.
"거, 내가 다 아인을 키운 거야. 이사장님이랑 어? 예신유통 시절부터, 내가 다 엉? 너희들은 다 나한테 감사해야 돼. 요즘 젊은 것들은 노력할 줄을 몰라요. 다 편한 대로만 하려고 하지. 우리 세대에는 어땠는지 알아, 엉?"
곽 과장이 김시언과 눈을 마주쳤다. 팀의 홍일점이다. 트렌디함을 지향하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보수적인 사내 문화를 가진 아인에서, 여성 직원이라는 것은 엄청난 차별과 고생을 의미했다.
곽 과장이 빙그르르, 시언을 보고 눈을 돌렸다.
쿡. 시언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곽 과장은 대단한 능력자.
가부장적인 간부들조차 뭐라고 하지 못할 정도였다.
곽 과장은 팀의 막내 시언을 굉장히 귀여워했다. 줄곧 업무도 가르쳐주고, 밥도 사주고는 했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시언의 마음을 꿰뚫은 것처럼.
뭐랄까, 외동으로 자란 시언이 언제나 바랐던 누나 같은 사람.
"야, 곽재희, 너 내 말 귓등으로도 안 듣지?"
"아닙니다, 팀장님. 업무 생각하느라 잠시 놓쳤습니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곽재희, 너도 거, 그 김치녀인가 그거 아니야?"
"...예?"
팀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거, 다 자란 처녀가 어, 정숙치 못하게. 치마가 저게 뭐야? 가방은 또 저거, 그 뭐시라. 남자 친구한테 뜯어낸 거 아니야? 비싸 보이는데? 저건 또 어디 거야?"
곽 과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더 블루 라벨'의 '시안 카레리나' 라인의 2018 한정 핸드백입니다, 팀장님."
"거, '더 블루 라벨'?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비싼 거 맞지? 와, 나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곽 과장 김치녀였네? 김치녀. 그런데 어디서 말대꾸야?
"팀장님께서 아인의 영입 1순위라고 하셨던 패션 브랜드입니다, 팀장님. 한국 브랜드 파워 1위, 디자이너들이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 1순위. 성장률 3년 연속 400%."
"야, 곽재희. 너 나한테 반항하냐? 내가 그런 거 너한테 말하라 한 적 있어?"
곽 과장이 박 팀장의 얼굴에 핸드백을 냅다 던졌다.
"*발, 저 미친년 뭐야? 잡아! 안 잡아? 너네 잘리고 싶어?"
다들 머뭇거리면서도 곽 과장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박 팀장의 공포보다는 속이 시원하다는 마음이 더 센 것.
'사이다!'
김시언이 속으로 경악했다.
"팀장님, 저 남자 친구 없어요. 팀장님이 365일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수당도 없이 불러내셨잖아요. '더 블루 라벨', 팀장님이 계약 따내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던 그 브랜듭니다. 5분마다 아직도 그걸 못 땄냐고, 저희 부모님 건강 거론하시던 분이 그걸 기억 못하세요?"
곽 과장이 검은 하이힐으로 박 팀장의 의자를 걷어찼다. 퍽, 안 그래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박 팀장의 육중한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아악!"
"제 한 달치 월급값이에요. 저 핸드백. 그걸 들고 나가서 더 블루 라벨의 미팅에서 예스를 받아냈습니다. 제 사비였어요."
곽 과장이 쓰게 웃었다.
"제가 무슨 노빈지, 돈 받아내겠다고 이렇게 노예처럼 사는 나도 환멸 나고. 팀장님 면상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요, 저는 김치녀에 능력도 없는 년이니까 그만두겠습니다. 사직서 받아주세요."
그 말과 함께.
정장 재킷 안의 꾸깃꾸깃한 종이봉투가 박 팀장의 얼굴로 날아갔다.
"야, 곽재희! 너 죽고 싶냐! 미쳤어? 어디서 저년이 어른한테!"
박 팀장이 각종 욕설을 쏟아냈지만.
곽 과장은 굽이 부러진 하이힐을 신고 우아하게 걸어 나갔다.
잠적이 내려앉은 사무실에는 또각거리는 굽 소리만이 남았다.
구매가격 : 1,000 원
발칙한 이야기
도서정보 : 박민주 | 2018-11-1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박민주 작가의 은밀한 상상을 담은 단편집, <발칙한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섹스 노트
오랜 연인과의 권태기에 지친 그녀, 선미는 우연히 노트 한 권을 줍게 된다.
‘지루한 일상으로 가득한 당신에게 바칩니다.’
붉은색의 벨벳 소재로 되어 있는 노트에는 금실로 손수 새긴 듯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1.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세요.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제가 이루어 드립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환상이니까요.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한 선미는 시험 삼아 노트를 사용해 보는데.
두 번째 이야기: 비, 그 남자, 그리고…….
엄마의 죽음 이후, 외딴 집에서 살던 구두 디자이너 슬아는 오랜 시간 준비했던 공모전에 대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폭우로 차가 미끄러지면서 그만 교통사고를 내고 마는데.
“절 구해 주신 건가요?”
큰 외상은 없었지만 남자는 사고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었고, 졸지에 그를 집에 데리고 오게 된 슬아.
이웃 하나 없는 집에서 보내는 낯선 남자와의 하룻밤.
그때까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남자로 인해 제게 생길 엄청난 일들을.
세 번째 이야기: 발칙한 이야기
표절 논란으로 한순간에 추락해 버린 작가, 혜윤은 충격으로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상대 작가가 쓴 작품의 여자 주인공, 서진이 되어 있었다.
“오빠, 나랑 잘래?”
혜윤은 수동적이고 순결을 고집했던 서진과 달리, 관계에 능숙한 여인이 되어 직접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네 번째 이야기: 도화살
친구의 애인부터 교생 실습을 나온 선생님까지.
어렸을 때부터 도화살로 고생했던 하선은 대학 입학 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절친 연지와 든든한 후배 민후의 도움으로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지 알아요?”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파란만장한 그녀의 캠퍼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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