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 S (한뼘 BL 컬렉션 319)
도서정보 : 김시츄 | 2018-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 소개>
#현대물 #오메가버스 #오해/착각 #운명적상대 #애증 #삽질물 #성장물 #잔잔물
#미인공 #다정공 #능글공 #사랑꾼공 #미인수 #순진수 #소심수 #도망수 #츤데레수
알파와 베타만 존재하는 집안에서 오메가로 태어난 S. 그런 괴이한 상황 때문에, S는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언제나 의심을 품는다. 그러던 S 앞에 나타난 K.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학교에서 잘 나가는 축구선수인 K가 S의 눈앞에서 자꾸만 어른거린다. 어느 날, 원래 몸이 약한 S가 양호실에 들어간 순간,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치민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누워있는 K에게 키스를 해버린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한 S는 사고를 쳤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아예 학교에서도 사라져 버린다.
미리 정해진 운명의 상대라는 모티브를 바탕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망만 치는 오메가와 그를 줄기차게 찾아오는 알파의 이야기. 산뜻한 전개와 통통거리는 문체가 레몬 사탕 맛을 낸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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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오메가도 있어요? 세상에...”
S는 몇몇의 알파, 그리고 대개는 베타로 구성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막연히 자신도 베타이려나, 알파면 어쩌지, 하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는 오메가. 그것도 존재 확률 자체가 희박한 남성 오메가였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매우 놀라워했지만 동시에 괜찮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S를 위로했다. 집안에 알파가 몇이나 있었고 그들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교수나 의사와 같은 사회적 성취와 부유함을 갖고 있었기에 최상의 투약과 의학적 처치가 제공되었다.
이렇게만 하면 얼마든지 베타처럼 살 수 있단다.
실제로 그랬다. 처음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이나 두려움은 점점 옅어졌다. 이대로라면 분화 자체가 안 될 수도 있고, 평생 히트를 겪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뭐야, 그럼 그냥 베타인 거잖아?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교에 진학했을 때 S는 첫눈에 K가 알파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내가 지금 쟤를 알아본 것처럼 쟤도 내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아채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만큼 투약을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집안에도 알파가 몇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지나칠 만큼 철저해야 했다. 그맘때 S는 정말 자주 아팠다. 억제제의 부작용이다. S의 학교는 역사가 오래된 명문고교로, 운동부를 비롯해 각종 부 활동이 왕성했음에도 S는 어떤 것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혈기왕성한 고교생들이 운동장을 뛰고 온갖 흥미로운 것에 거침없이 손을 뻗을 때 S는 양호실을 자주 찾았다. 커튼을 단단히 쳐서 잠그고 이불을 머리꼭대기까지 덮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다, 최선을 다해서 억제를 하고 있긴 한데 뭔가 좀... 혹시 원인으로 짐작되는 거라도 있니? 특정 알파라든가.”
의사의 말에 S는 고개를 저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건강 상태를 핑계로 체육 수업도 빼먹기 시작했다. K와는 한 반이었지만 접촉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K는 전국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축구부의 에이스로 장래에는 프로 진출이 확실시되어 있었고, 동시에 모두에게 인기 있는 애였다. 알파라는 사실을 감출 필요도 의지도 없었기에 그의 주변은 늘 특유의 페로몬에 이끌리는 사람들로 들끓었다. 반면 S는, 교실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조용히 공부만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종종 양호실로 사라지고, 이따금 머리가 아프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 그리고 둘의 접점은 오직 그때뿐이었다.
유리창 너머 쾌활하게 웃는 K가 있다. 그는 뛰고, 공을 차고, 숨김없이 기뻐한다. 그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구경하러 온 인근 학교의 여자아이들에게도 시원스럽게 대한다. 팀원에게 신뢰받고, 학교에서도 자랑거리. 오후가 되어 운동장이 좀 더 무덥게 달아오르면 땀에 젖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질 때도 있다. 시합이 끝나면 저렇게 큰 물통의 물을 한 번에 다 마셔버린다. 젖은 머리칼에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럴 때면 S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약간 찡그리며 주변을 살피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안심하면서 창밖을 향해 조금 몸을 돌려 앉았다. 접점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정말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면 유리에 손을 올렸다. 저쪽에 있는 너는, 이쪽에 보면 손톱만큼 작아서 나는 그 점을 몇 번, 손끝으로 덧그리며 매만졌다. 그것뿐이었다,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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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친구 (한뼘 BL 컬렉션 317)
도서정보 : 마법봉 | 2018-1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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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양풍 #학원/캠퍼스물 #오해/착각 #친구>연인 #첫사랑 #달달물 #일상물
#다정공 #사랑꾼공 #순정공 #미인수 #순진수 #다정수 #소심수 #단정수
왕궁에서 일할 사람들이 다니는 고급 학교에 진학하게 된 로지. 어려운 살림 형편에 비싼 학비와 생활비가 만만치 않지만 로지는 최선을 다해 어려움을 이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지가 어두운 골목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깡패들이 로지를 협박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때 불현듯 나타나 로지를 구해준 루크. 로지의 동급생인 루크와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늘 붙어다니는 친한 친구가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학생들이 서로 키스 하는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의 마음이 미묘하게 떨린다.
자연스러운 전개와 줄거리, 담백한 문체가 매력적인 단편. 덜 익은 풋사과를 한입 베어물었을 때 입안을 채우는 상큼함을 선사하는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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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으앗!”
갑작스럽게 덮쳐온 충격과 함께 갈 길을 서두르고 있었던 로지는 누군가에 의해 골목으로 빨려들어갔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니 두 명 분의 낯선 하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기도 전에 둘 중 한 명에 의해 상체가 끌어당겨져 강제로 일어서게 됐다.
“여어. 저쪽 학원에 신입으로 들어오는 양반?”
“네? 그런데... 누구시죠?”
억지로 시선을 맞추고 다짜고짜 날아오는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은 했지만, 아직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건 그쪽이 알 거 없고, 돈 좀 있을 거야. 부잣집에서만 들여보낼 수 있는 데니까. 우리 같은 불쌍한 사람들한테도 좀 나눠주고 가지 그래.”
“네? 저, 저는....”
그랬다. 통칭 학원으로 불리는, 왕궁에서 일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 기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큰 등록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로지는 특수 케이스에 속했다.
대체로 농사를 짓거나 기술을 배워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 나라에서는 중등 교육 정도까지 받고 부모에게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기초 학교에서 로지의 재능을 높게 본 선생님의 도움으로 몇 년 간의 개인 교습을 통해 학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곳은 진학만 하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드는 기관이었지만, 다행히도 로지에게는 나이차 많이 나는 손윗형제들이 있어 이미 가업을 도와 일을 하고 있는 덕분에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또, 로지 스스로의 능력도 출중하여 등록금의 일부를 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장학생 전형으로 입학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 기타 학용품과 생활비까지 포함한 비용은 서민의 생활 수준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엄청나게 높은 금액이어서 로지 자신에게 떨어지는 생활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만약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빼앗긴다면, 내내 밥 대신 손가락을 빨며 지내게 될 것이다.
“아, 안 돼요. 어떤 생각이신지는 알겠지만.... 저는 생각하시는 그런 형편이 아닙니다. 가진 돈도 없어요.”
“우리도 다 알고 하는 말이라니까, 누굴 바보로 알아!”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감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날아왔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한 큰 키의 사내가 후드가 달린 케이프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눈빛이 로지의 눈에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괴한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 골목에 사람이 더 있었나? 로지가 당황해서 생각함과 동시에 나머지 한 명에게 니킥이 날아가 꽂혔다.
“아이고, 아이고 사람 치네, 이런 게 나랏일을 한다고....”
하며 나뒹구는 사람에게 한 번 더 발을 꽂아 넣고, 그 검은 그림자가 로지의 팔을 잡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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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플레이 (한뼘 BL 컬렉션 315)
도서정보 : 핑크마스터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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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현대물 #SM #오래된연인 #피폐물 #하드코어
#강공 #냉혈공 #능욕공 #집착공 #미인수 #소심수 #굴림수
어두운 방 안 속, 한 사람이 구석에 잡혀있다. 그는 토끼 모양의 털옷과 야한 스타킹을 신고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서는 한 남자. 비릿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토끼 옷을 입은 남자에게 탐욕스러운 시선을 흘린다.
첫 장면부터 과감한 토끼 코스튬으로 시작하는, 하드코어 독자를 위한 하드코어 작가에 의한 하드코어 단편.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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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그곳에서 희미한 신음소리와 천과 천이 마찰되는 미약한 소리가 방문 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달칵.
소리가 새어나오는 방의 문을 연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상태로 깜깜한 방 안을 밝혀줄 불을 켰다. 전등이 한번 깜빡이더니 금방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구속당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토끼’ 를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로 다가갔다.
토끼는 두 손과 발에 폭신폭신해 보이는 짐승의 하얀 털을 달고 있었고, 다리에는 새까만 망사 스타킹을, 입에는 분홍색 재갈을 물고 있었다. 그것들 외에는 토끼의 몸을 가려주는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토끼의 아랫배가 움찔 움직였다.
괴롭힘을 많이 당했는지 눈가와 입술은 붉게 물들여져 있고, 하얀 몸은 군데군데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던 남자가 천천히 방구석에서 허리를 바들거리며 떨고 있는 토끼에게 다가가 눈 끝에 맺힌 눈물방울을 엄지손가락으로 슥, 닦아 내었다.
“우리 토끼. 나 없는 동안 잘 있었어?”
“흐우... 흐....”
구매가격 : 1,000 원
게이 부부 생활기 (한뼘 BL 컬렉션 316)
도서정보 : 개복치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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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현대물 #질투 #오해/착각 #동거/배우자 #서브공있음 #일상물 #성장물 #쿨한엔딩주의
#강공 #까칠공 #미인수 #평범수 #호구수 #까칠수
게이바에서 만나 원나잇으로 시작했지만, 오래지 않아 스테디한 관계가 된 영진과 진서. 회사 사정으로 거제로 전근하게 된 영진이 진서에게 같이 가자는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하고, 그 후 둘은 부부 같은 생활을 시작한다. 꼬박꼬박 출퇴근을 해야 하는 영진이 돈을 벌고, 프리랜서 작가인 서진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된 지 몇 개월이 흐르고, 서진은 갑작스러운 회의감에 휩싸인다. 집안일에 함몰되어 영진에게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과도하게 기대게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다급하게 일자리를 찾던 서진에게 새로 오픈되는 게이바에서 일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그는 덥석 그 일을 시작한다.
취향과 몸이 제대로 맞는 두 사람이 시작한 부부 생활. 그러나 일방적인 관계와 생활의 피로함으로 황폐해져 가는 관계를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낸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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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쩐지 찝찝한 그런 아침. 어제 치킨에 맥주를 너무 급하게 먹고 잔 탓일까.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기분이 어째서 이렇게 하룻밤 만에 급히 다운되는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바로 옆에서 자신과 똑같이 잠에서 깨긴 했으나 몸을 일으키기 싫다는 듯 그렇게 뒤척이는 영진을 보고도 그 품으로 파고들지 않은 것 역시 기분이 썩 내키질 않아서였다. 왜 이런 기분이어야 하지?
영진은 한동안 뒤척이더니 일어나서 잘 잤냐는 모닝 키스와 속삭임도 없이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물론, 평소라면 충분히 이해될 만한 행동이었다. 지금 열심히 준비해도 잘못하면 지각을 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오늘 같은 아침엔 섭섭했다. 그제야 진서도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부엌에서 반찬을 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이상했다. 평소에 이렇게 지쳐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진서를 보면 영진은 보통 일어나지 말라고, 더 자라고 그렇게 누이곤 했었다. 그러면 또 어쩐지 일하러 가는 사람 아침은 먹이고 보내야지, 라는 생각으로 먹고 가라고 굳이 일어나곤 하는 패턴. 하지만 오늘 아침 영진은 자신보다 늦게 일어나 꼼지락거리고 있는 진서에게 됐으니 밥 차리지 말라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다. 섭섭함이 일어 반찬을 꺼내는 손이 곱지 못하다.
그래도 일단 있는 반찬 다 꺼내서 접시에 조금씩 던다. 원래의 진서였다면 그냥 반찬 뚜껑 열어놓고 먹었겠지만, 이 집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이렇게 약간은 깔끔을 떨기 시작했다. 왜냐면, 영진은 깨끗한 것을 좋아했으니까. 반찬을 이것저것 꺼내 놓고 있으니 오이소박이가 보였다. 이건 내놔도 먹지도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자 또 한 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오이소박이만 해도 어차피 먹지 않을 거 그냥 버리자고 했더니 먹을 거라고 두라고 했던 것은 영진이었다. 하지만 그러기를 벌써 몇 주가 지났나. 반찬통 가득 든 오이소박이는 그때 그대로였다. 아마, 오늘도 만약 진서가 버리겠다고 하면 그냥 두라고 할 것이었다. 자기는 먹지도 않을 것을 아깝다고 남겨두면 종일 혼자 있는 진서 혼자 이걸 다 처리하란 말이냐고. 그렇게 따져 묻고 싶은 것을 또 마음 한구석으로 꾸욱 눌러 담았다. 그리고 오이소박이도 접시에 덜었다.
오늘따라 밥통에는 밥도 딱 한 그릇밖에 남지 않았다. 평소에 진서가 밥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기에 항상 밥은 적게 해두는 편이었다. 많이 하면 오래 둬야 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뭔가 답답한 것이 자꾸 치받힐 때 앞에 먹을 것도 없으니 결국 할 것은 설거지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영진 혼자 밥을 먹는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도 평소와는 달리 묵묵히 밥만 먹고 있다. 네 밥은 어디 있냐는 말도 없이.
그렇다고 두 사람의 상태가 평소와 많이 다르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참으로 미묘한 것이라 어쩌면 평소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그런 것이었다.
진서는 설거지하다 문득 반찬들을 봤다. 역시나 젓가락은 근처에도 가지 않은 오이소박이. 그럴 줄 알았다. 또 한 번 화가 치밀지만, 참았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일이 터진 것은 어쩌면 오이소박이보다도 더 사소한 작은 것 하나 때문이었다.
영진은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 커피를 내려주는 것은 당연한 듯 진서의 몫이 됐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한 잔 내리는 거야 뭐 그리 어렵겠나. 그냥 커피머신에 전원을 넣고, 캡슐을 넣고, 그리고 그날그날에 맞게 버튼만 눌러주면 되는데. 오늘도 진서는 영진에게 커피를 내려주기 위해 평소 쓰던 텀블러를 들었다. 오늘 날씨가 아침부터 후텁지근하여 당연히 아이스커피겠거니 하며 얼음을 넣고 있는데 영진이 말했다.
“나 오늘 뜨거운 커피 마시고 싶어.”
잔을 잡은 손에 힘줄이 튀어나오는 것을 겨우 막으며 얼음을 거칠게 다시 부었다. 그리고 일그러진 표정을 어찌하지 못한 채 웃으며 진서도 말을 이었다.
“그럼 진작 말을 하지. 그런데 이 텀블러 뜨거워서 괜찮겠어?”
“어, 그러네. 그럼 그냥 아이스.”
그 순간 진서의 스팀이 확, 하고 오른 것은 어쩌면 정말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이지 진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화내고 싶지 않았다. 요즘 그도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퇴근은 늘 늦은 밤이었다. 회식 자리도 가지 못할 정도라고 투덜댔고, 가끔 빠질 수 없는 회식에 다녀오면 늘 새벽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어디에 흘리고 와서는. 으휴, 내가 못 살아.”
말이 그리 곱게 나가진 않은 것도 같다. 하지만 정말이지 싸우고 싶어 한 말도 아니었고, 정말 왜 그러고 사냐, 라는 비난에 가까운 말도 아니었다. 어이구, 칠칠찮기도 해라. 라는 보통의, 그리고 약간의 잔소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런데 얼음을 다시 담아 오자 앞에 있는 영진의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깟 컵이 나보다 더 중요하냐?”
정말이지 진서가 영진에게서 가장 싫어하는 말버릇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조금 날카로운 말이 나가고 말았다.
“내가 적반하장 하지 말랬지. 이거 잃어버려서 지금 뜨거운 커피 마시고 싶은데 못 마시는 건 내가 아니고 형 너잖아.”
영진은 날이 바짝 선 날에 사과 대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대꾸한다.
“농담이잖아. 왜 이렇게 정색해?”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열고 진서는 참고 또 참고 있는데, 영진은 이제는 아예 남은 밥을 통째로 먹겠다는 듯 숟가락에 가득 얹어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 모습에 진서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인내심이 바닥났다.
“지금, 내가 잔소리했다고 그러는 거야? 나는 그 정도 말도 못 하고 살아? 아까도 말했듯이 잘못한 건 형이고, 그 때문에 먹고 싶은 거 못 먹는 것도 형이잖아! 그런데 나는 이 정도 말도 못 하고 살아야 하는 거냐고! 그런 거면 내가 앞으로 입, 다물까? 그렇게 살아줄까?”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막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꾹꾹 눌러 담았던 것이 한꺼번에 나오니, 이것은 정말이지 걷잡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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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황후는 노래한다 (전3권)
도서정보 : 피고네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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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풍 #궁중물 #신분차이 #첫사랑 #애증 #오해/착각 #수시점 #황제공 #후회공 #상처공 #짝사랑공 #집착공 #다정공 #악공수 #황후수 #미인수 #상처수 #똑똑수 #무심수 #짝사랑수 #도망수
제발.
다시는 황제를 사랑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황제 독살의 음모로 억울하게 처형당한 황후는 떠돌이 악단의 악공 명이로 되살아난다.
새로운 삶에서는 사랑하는 노래와 자유를 만끽하며 살리라 결심하지만,
운명은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결심한 강운에게로 계속 이끈다.
사랑을 고백하며 애절함으로 다가오는 강운과 그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명이의 운명적 만남과 안타까운 엇갈림.
Copyrightⓒ2018 피고네 & M Blue
Illustration Copyrightⓒ2018 A4
All rights reserved
구매가격 : 9,200 원
죽은 황후는 노래한다 1권
도서정보 : 피고네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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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황후는 노래한다 2권
도서정보 : 피고네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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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에서는 사랑하는 노래와 자유를 만끽하며 살리라 결심하지만,
운명은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결심한 강운에게로 계속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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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황후는 노래한다 외전
도서정보 : 피고네 | 2018-12-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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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다시는 황제를 사랑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황제 독살의 음모로 억울하게 처형당한 황후는 떠돌이 악단의 악공 명이로 되살아난다.
새로운 삶에서는 사랑하는 노래와 자유를 만끽하며 살리라 결심하지만,
운명은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결심한 강운에게로 계속 이끈다.
사랑을 고백하며 애절함으로 다가오는 강운과 그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명이의 운명적 만남과 안타까운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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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를 사랑한다는 것
도서정보 : 히가시하나 | 2018-12-1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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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현대물 #리맨물 #질투 #오해/착각 #첫사랑 #원나잇 #서브공있음 #달달물 #힐링물 #잔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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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몸매에 여자처럼 생긴 얼굴을 가진 시안. 그런 외모 때문에 시안은 어린 시절부터 놀림감이 되거나 그를 차지하려는 거친 아이들에게서 시달림을 받으면 살아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놀림과 괴롭힘 덕분에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자 시안. 어른이 되어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는 시안이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인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상사인 경우와 한 팀을 이룬 시안은 자신이 일하는 인테리어 회사와 원목 가구 사이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전략안을 기획한다. 그리고 그 기획은 대표이사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통과된다. 시안은 협업 파트너인 원목 회사의 대표이사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를 소개해준 시안 회사의 대표가 묘한 말을 덧붙인다. 원목 회사의 대표인 도겸이 '변태'라며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연약한 몸매와 미인형에 가까운 외모에 약간은 피학적 성향을 가진 그와 성공적인 회사를 이끌면서 자신감으로 충만한 가학적 성향의 그가 만나서 이뤄지는 이야기.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로맨스 스토리.
<미리 보기>
"올 봄 신학기 시즌을 맞아 새로운 컨셉을 발표하기에 앞서, 친환경적이고, 삶에 편안함을 주는 이번 컨셉 슬로건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고급스러운 원목 가구로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클래시우드(Classy Wood)와의 협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최소한의 불만 켜진 어두운 회의실 안.
열심히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빔 프로젝터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며 공개되고,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인테리어 회사 제이원(J-one)의 마케팅부 과장 한경우의 발표가 이어졌다. 빔 프로젝터의 빛이 닿지 않는 연설대 안쪽에 선 민시안은 빔 프로젝터와 연결된 노트북으로 발표 내용에 맞게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한경우 과장의 발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상, 마케팅부 과장 한경우였습니다."
깊게 숙여진 한경우 과장의 고개가 다시 올라왔을 때였다.
짝! 짝! 짝! 짝!
"좋아."
어둡던 조금 전과는 달리 환히 불이 켜진 회의실의 가장 상석에서 깔끔한 박수소리와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원들 모두의 시선이 상석에 앉은 이에게 향하고 한경우 과장과 시안의 시선도 그에게로 향했다. 많이 쳐줘봐야 30대 초반인 남자의 앞에는 '대표이사 서제원'이라고 적힌 검은색 명패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서제원 대표가 깍지 낀 손을 탁자에 올리고 몸을 바로 세웠다.
"한 과장이랑 민 대리?"
"네."
"네."
두 사람과 정확히 한 번씩 눈을 맞춘 후에 서제원 대표가 씨익 웃었다.
"두 사람이 책임지고 맡아서 진행해. 클래시우드 대표랑 오후에 약속 잡아줄게."
모든 중간 과정을 다 생략하고 단번에 떨어진 최종결재권자의 승인에 시안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한경우 과장 역시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큰 힘을 받은 모양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건가? 대답은?"
올해로 대표가 된 지 3년차인 서제원 대표는 그 특유의 시원시원한 미소를 건 채 대답을 재촉했다. 한경우 과장과 시안은 서로 시선을 한 번 교환한 후 깊게 몸을 숙였다.
"하겠습니다."
시간은 필요 없었다.
대체적으로 기획부에서 기획한 일을 하달 받아 수행하는 쪽에 가까운 마케팅 부서지만, 간혹 이런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 의견이 수렴되는 경우는 극히 소수. 게다가 기획부와 재정부 사이에서 박 터지게 조율 당하느라 애초에 내놓은 의견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더 드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단번에 받아들여지니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느라 밤낮없이 일했던 그간의 노고가 단숨에 씻겨나가다 못해 오히려 힘이 났다.
"좋아. 두 사람은 이따 외근 나가기 전에 나한테 잠깐 들리고."
"네."
씩씩한 두 사람의 대답을 듣자마자 서제원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다들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합시다! 이제 곧 바빠질 테니 밀린 일들 어서어서 처리해놓고요."
회의장 안의 임직원들에게 느긋하게 손까지 흔들어 보인 서제원 대표를 필두로 모든 임원들이 줄지어 나갈 때까지 두 사람은 자리를 지켰다. 모든 사람이 나가고 둘만 있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긴장이 풀린 시안의 만면에 미소가 걸렸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과장님."
"민 대리도."
텁 하고 시안의 머리 위로 경우의 손이 올라왔다. 표현이 굉장히 드문 편인 경우의 스킨십은 더욱 드물어서 시안이 놀란 토끼눈이 됐다. 천천히 시안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경우의 손이 떨어져 나가고서야 정신이 든 시안이 환히 웃었다.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칭찬 받은 기분이랄까.
"이제 또 힘내서 열심히 해요, 우리."
"그래."
이번에는 잔잔한 미소까지.
대표님의 다이렉트 승인보다 경우의 좀처럼 보기 힘든 미소와 칭찬이 시안은 더 기뻤다.
***
클래시우드 대표와의 미팅은 오후 3시로 결정됐다. 비서실로부터 따로 약속 시간에 대해 연락을 받은 두 사람은 점심시간 후 외근 준비를 마치고 대표이사실로 올라갔다.
"대표님, 마케팅부 한경우 과장과 민시안 대리 왔습니다."
"네, 네."
비서실장 이기운의 말에 대표이사실 안에서 장난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이기운 비서실장이 열어주는 문으로 경우가 먼저 앞장서고, 그 뒤를 시안이 따랐다.
"긴장 풀기에 좋은 차 한 잔씩 내줘."
오늘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눈까지 찡긋거리는 서제원 대표에게, 알겠습니다, 라고 답한 비서실장이 다시 문을 닫았다.
"자, 두 사람은 자리에 앉고."
서 대표의 지시에 두 사원이 깍듯한 자세로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하하, 웃음을 터뜨린 서제원 대표는 턱을 쓰다듬으며 두 사람을 찬찬히 살폈다. 3년 전 처음 취임할 때만 해도 대리였던 경우는 서제원 대표와 안면을 익힐 기회가 꽤 여럿 있었다.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이기는 해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과도 잘 내는 한 대리가 지금의 한 과장으로 승진한 것도 인사팀에게 무조건 실력주의! 를 주입시킨 서 대표 덕이니까.
고속 승진 중인 사원 리스트에 포함되는 경우를 여러 자리에서 눈여겨 봐왔던 서 대표의 시선이, 익히 알고 있는 경우보다 처음 보는 듯한 시안 쪽에 더 오래 머물렀다.
"민시안 대리는 되게 예쁘게 생겼네."
남자한테 예쁘다는 말은 실례겠지만, 그것도 가끔 듣는 사람이나 그렇지 어려서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시안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것으로 넘겼다. 흐음, 하고 여전히 턱을 쓰다듬으며 서제원 대표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민시안 대리?"
"네."
늘 싱글거리는 대표님이 왜 갑자기 진지한 낯인지 시안으로서는 알 턱이 없는지라 내심 긴장하며 자세를 바로 하고 답했다.
서제원 대표는 턱을 쓸다가 검지손가락을 세운 채 손을 척 내밀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명심해."
"네."
"클래시우드의 대표는 말야-"
말꼬리를 늘이며 뜸을 들이는 제원의 모습에 시안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클래시우드의 대표를 본 적이 없는 경우도 귀를 기울였고, 시안은 협업 제안서를 내밀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경우가 아닌, 옆에서 보조하는 격인 자신에게 왜 그쪽 대표에 대해 알려주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어쨌든 이어질 제원의 말을 기다렸다.
"심신 안정에 좋은 매화차입니다."
때마침 들어온 이기운 비서실장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포커페이스인 이기운 비서실장은 테이블에 찻잔을 세팅해주고 들어올 때처럼 조용히 다시 나갔다.
"크흠."
때를 놓친 제원은 제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아까와 같은 자세로 입을 열었다.
"클래시우드의 대표는- 변태야."
"크흠-!"
"풉! 앗,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발언에 마시던 차를 뿜은 시안은 얼른 테이블에 비치된 휴지를 뽑아 닦아냈다. 경우는 다행히도 큰 기침 한번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의 그런 반응에도 제원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진짜라니까. 그는 예쁘게 생긴 사람을 괴롭히길 좋아하는 변태야."
"아... 하하하. 네."
곤란한 나머지 웃음으로 넘기려는 시안에게 제원은 미간을 좁힌 채 당부했다.
"바로 민 대리 같은 사람 말이야. 그러니까 진짜 조심해."
웃음으로 무마하려 해봐도 안 되니 결국 시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아야 그만두는 질 나쁜 농담인 건지.
제원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시안의 머릿속에서 클래시우드의 대표에 대한 망상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배가 볼록 튀어나오고,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연신 땀을 닦아내는 손가락에마저 털이 난,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가 '으흐흐'하고 기분 나쁘게 웃으며 입가를 핥는-
바르르, 티가 안 나게 몸을 떤 시안은 얼른 제 머릿속의 망상을 지워버렸다.
매화차가 심신 안정에 좋다더니 아무리 마시고 마셔도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그 뒤로도 제원의 몇 가지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대표이사실에서 나올 때까지 무슨 정신으로 앉아있었던 것인지, 시안은 얼이 빠진 얼굴로 경우의 뒤를 따라 클래시우드로 향했다.
구매가격 : 3,000 원
채워지다 - Sidestory (한뼘 로맨스 컬렉션 35)
도서정보 : 박하향 | 2018-12-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책 소개>
#현대물 #오해 #친구>연인 #달달물 #잔잔물 #힐링물
#평범남 #직진남 #다정남 #순정남 #평범녀 #상처녀 #철벽녀 #순진녀 #건어물녀
초등학교 체육 선생님인 도윤. 그의 학생 중 하나인 서준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누나, 서인이 도윤의 눈에 유난히 잘 띈다. 서인이 출근하는 어머니를 마중나가는 자리에서도, 참관 수업에 온 자리에서도 서인이 이상하게 도윤의 눈에 밟힌다. 사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어엿한 직업에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도윤에게는 분해된 가족이라는 마음속 상처가 있다. 그런 그에게 너무나 행복한 가족 속에서 사는 서인은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 이 단편은 전작 "채워지다"에서 등장한 남자주인공인 도윤의 시점에서 서술된 이야기로, 전작과 같이 읽으시면 독특한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미리 보기>
꼬맹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곳.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지도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득한 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나는 의외로 쉽게 적응했고 점차 아이들을 대하는 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이라는 것도 많이 생겼다. 그렇게 적응하는 나 자신을 보며 교사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만족해하고 있었다.
한 학년에만 200명, 전교생만 따지면 1000명이 훌쩍 넘어가는 수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아이들은 충분히 있었다. 머리가 비상한 아이, 나이에 비해 성숙한 아이, 말이 많은 아이, 너무 조용한 아이.
특히 최서준은 유달리 누나를 좋아하는 아이라서 우리 반 아이가 아니더라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누나 예쁘거든!”
서준이는 ‘누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늘 신나게 이야기했다. 신기했다. 제 주변 사람들은 형제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편인데 서준이는 제 누나랑 있으면 제일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서준이의 그 ‘누나’ 사랑은 내 귀에도 심심찮게 들려올 만큼 꽤나 유명했다. 누나가 사준 물건. 누나가 놀이공원 데려가 준 이야기. 제 누나는 예쁘다고 하는 말까지. 반 친구들이 서준이 누나라고 하면 다들 대충이라도 알 정도인데 선생님이라고 모를 이유가 없었다.
늘 그런 서준이를 나는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다.
“진짜 자기 누나를 그렇게 좋아하기도 힘든데. 서준이가 좀 특이한 케이스긴 하지?”
“그러게요. 누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죠?”
“15살... 차이라고 그랬나? 그럴거야.”
“와... 아들 같은 동생이겠네요.”
어딜 가나 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었기 때문에 서준이 누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서준이보다 15살이 많고, 서준이와 많이 닮았으며 꽤 좋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문득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제 가족에게 그토록 사랑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랑받는 만큼 자기도 사랑을 주는 사람일까. 난 가족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가끔씩 궁금했다.
“쌤! 안녕하세요!”
“서준이구나. 안녕?”
“우리 엄마랑 누나에요!”
“안녕하십니까. 서준이 학교 선생인 이도윤입니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서준이 ‘누나’라는 사람을 만난 것은,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고 나서였다.
공휴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바보같이 USB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일어나자마자 학교로 향하던 길이었다. 정문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는 길에 서준이와 마주쳤다. 서준이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서준이가 늘 말하던 ‘누나’라는 사람도 같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낯을 가리는 것인지 어머님이 인사하는 것을 따라서 눈에 띄지 않게 인사하는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서준이, 오늘 놀러가는 구나?”
“네! 만화 보러 가요!”
오늘도 서준이는 누나랑 같이 놀러가는 가 보다. 정말로 제 누나를 좋아하는 구나, 싶었다. 그 작은 손이 누나 손을 꼭 붙잡고 앞뒤로 붕붕 흔드는 모습은 누가 봐도 설레어하는 모습이었다.
곧 가봐야 한다며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잠깐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서준이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살짝 꾸벅이며 눈인사한다. 예상치 못하게 눈이 마주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 사람을 따라 똑같이 인사했다.
서준이 누나는 혹시나 손을 놓을까 걱정이라도 되는 것인지 작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사랑하는 것은 저런 모습이구나. 신기했다.
‘너도! 너도 네 아빠랑 똑같은 놈이야! 당장 꺼져, 꺼져!!’
징그러울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머릿속을 한 번 울렸다. 미치광이처럼 욕을 퍼붓고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던 모습. 어머니는 제 모습을 그대로 담은 아들을 증오했고 미워했다. 언젠가 한 번은 이해해보려고 했었지만 결국 나는 나를 미워하던 어머니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저런 사람이라고 머리를 설득시키기로 했다. 나는 가족, 어머니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이런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생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가족도, 형제도 없었다. 거기다 보고 자란 것이 그런 것들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신기하네.”
나에게 저 사람들은 마치 외계인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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