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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고발

도서정보 : 사월날씨 / arte / 2020년 01월 16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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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혼은 왜 여성에게만 나쁜가?”

기막힌 가부장제에 대한 생생한 고발과 더 나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제안





◎ 도서 소개

“아들 안색에 따라서 며느리가 미웠다가 예뻤다가 해”
“명절이 좋긴 좋네, 며느리한테 떡국도 얻어먹고.”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
결혼 일상에 스민 차별과 폭력에 대한 촘촘한 고발

어느 날 저자는 남편과 시부모의 대화를 듣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며늘애가 그러라고 하디?” 결혼으로 변화된 관계 설정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시부모는 주말 나들이에서 “아들집 놔두고 카페에 왜 가냐”며 불쑥 찾아와 공경을 강요하고, 명절에는 으레 며느리의 명절노동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등 결혼은 줄곧 저자를 며느리라는 이유로 곤경에 빠뜨리고 숨 막히게 만들기 일쑤였다.
저자는 며느리로서 시가의 행사를 챙기고 남편의 신변잡기 문제를 담당하는 남편의 부속품이 되길 요구받는다. 제사, 명절, 김장 등 소위 ‘시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시가 행사에 언제 불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가사노동의 일차 책임자라는 부담감에 시부모의 방문을 앞두고 집을 쓸고 닦고 치운다. 반면 남편에게는 가사노동이 아내가 시켜서 하는 일, 아내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 이 순간만 임시로 하는 일, 어쩌다 보면 안 할 수도 있는 일일 뿐이다. 저자가 남편에게 제공하는 돌봄노동 또한 돌려받지 못한다. 임금노동에 있어서도 “결혼했는데 왜 입사하셨어요?”라며 저자에게 건네진 질문이 함의하듯 임시로 일하는 잠재적 퇴사자 취급을 받는다.


별 탈 없어 보이는 결혼 일상에서
여성은 왜 숨이 막히는가?
문제는 가부장제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로 자신을 한정해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으로 인해 의무와 책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수도 없고 퇴직도 없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의무로 당연시될지 따져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온라인 정보를 통해 결혼을 간접 경험하면서도 ‘설마 내 일이 되겠어?’라며 선량한 사람들과 상식에 기반을 둔 안전한 결혼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 후 여성이 맞닥뜨리는 일상은 상식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결혼 고발』의 저자가 낱낱이 진술한 것처럼.
결혼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저자의 마음 안에는 불덩이가 생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불덩이를 만드는 본질적 원인이 바로 ‘가부장제’임을 깨닫는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결혼 제도 안에 들어서면 자동인형처럼 가부장제 역할놀이에 갇혀버린다. 효자 아들, 자상한 시모, 근엄한 시부로서 가부장제의 꼭두각시가 되어 아내이자 며느리에게 예의를 지키는 척하며 무례를 범하고, 배려하는 듯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연애 기간 동안 수많은 대화를 통해 상식을 검증하고 시부모의 인격을 신뢰한 것이 모두 가부장제 앞에선 무용했고, ‘가부장제’라는 ‘아내와 며느리에게 예비된 고통’은 피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제’로 인해 현재까지도 결혼은 모든 여성을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개인과 개인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오늘의 결혼을 거부하면서 저자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결혼 고발』에서는 결혼이 여성만을 배신하는 가부장제의 전수 현장도, 안전과 경제력 및 주거를 볼모로 한 성인의 의무도 아닌, 동반자가 만나 함께 꾸려나가는 진일보한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성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경제력, 주거 환경은 ‘성별에 관계없이’ ‘결혼이 아니어도’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나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처럼 개인과 개인이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동반자’로서 만날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성적 지향에 따른 동반자, 경제적 여건을 나누는 동반자, 비성애적 관계의 동반자 등을 다양하게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결혼 제도는 누구에게나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책 속으로

씻긴 과일들과 칼이 내 앞에 자동으로 놓이자, 나는 스스로 나서서 “제가 과일 깎을게요”라고 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지금 이 집에서 이걸 앞에 두고 있어야 하지? 남편과 시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저들도 지금 아무 할 일이 없고 그저 텔레비전을 보는 중인데? 나는 왜 종종거리며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모 곁을 따라다녀야 하는 거지? 시모가 부엌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나도 절대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은 뭐지? 과일 접시를 앞에 두고 왜 나는 불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거지? 거대한 부조리에 갇힌 것만 같았다.

pp. 14-15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본인보다도 그를 ‘소유’한 남자와 남자의 가족, 넓게는 사회에까지 속하는 모양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 아이를 누구와 언제 어떻게 낳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한다. 가임기 지도를 만들어 출생률을 높이려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가 많으니 하루라도 빨리 임신하라고 재촉하는 시가, 임신을 위해 자궁 질병을 당장 치료하거나 치료를 미루라고 하는 시가가 그렇다. 건강상 제왕절개가 필수적인 며느리에게 태아의 지능이 낮아진다는 비과학적인 이유로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시부모가 텔레비전에 떡 하니 나오는 지경이다.

pp. 49-50



‘시가 스타트업’은 본질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도구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바로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남성의 집에 남성 혈연을 중심으로 모이고, 이에 부수적으로 묶인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해 노동한다. 많은 수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수록, 많은 수의 친척이 명절에 모일수록 남성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한다. 부엌은 여자들로 북적이고, 방마다 아이들이 모여 놀고, 거실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이 차려낸 음식과 술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어쩌면 모든 가부장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p. 64



순간 나는 도리며 효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한 기분이었다. 남자가 겉보기에 효자 노릇을 하는데 알고 보면 단지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또는 갈등을 대면하고 처리해야 할 자신의 임무가 피곤하고 번거로워서 아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부모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기의 편의가 목적인 비겁함. 부모의 안녕에 전보다 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부모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도 쓰지 않은 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남편의 효였다.

p. 87



관계에서 더 노력해야 할 사람,
더 적은 노력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자식보다는 부모, 학생보다 교수, 직원보다 사장,
가부장제에서는 며느리보다 남편과 시가일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라고 외쳐야 할 방향은
아래가 아니라 위라고 믿는다.
약자들은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안녕과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p. 159



나는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며느리가 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결혼에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결혼했으면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결혼으로 따라오는 것 중에 왜 유독 며느리 역할에만 나쁜 것들을 왕창 집어넣어 놓았는지 묻겠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고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가족이 되는 데에 필요한 노력과 희생이 한 사람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고 그 요구가 모멸감을 내재한다면 나는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한 사람을 선택했을 뿐이다. 내가 선택한 한 사람과의 결합이 결혼의 본질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동반자와의 관계를 보호받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더 자유로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p. 191-192



법적 보호자이자 운명을 나누는 삶의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반드시 여성 1명, 남성 1명의 이성애자 커플이 아니더라도, 혹은 로맨틱하거나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꼭 둘씩 짝짓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법적 보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는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 누구나 ‘정상’ 가족이 될 수 있는 것. 이러한 사회라면 여성이 가부장적 결혼 제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pp. 194-195



사랑하는 이를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나는 가부장제가 아닌 다른 게 필요하다. 손잡고 걸어가는 삶의 길 위에서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한다. 여성이 더 이상 며느리도, 아내도 아닌 세상.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일상을 함께 꾸리고 싶은 사람의 ‘동반자’라는 이름과 역할로 충분한 세상.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 그리하여 여성이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 199

구매가격 : 10,400 원

슬픔이여 안녕

도서정보 : 프랑수아즈 사강 / arte / 2019년 10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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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 * *

20세기 초유의 문학적 스캔들
《르 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권’
《슬픔이여 안녕》정식 재출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매혹적인 작은 괴물’ 프랑수아즈 사강을 탄생시킨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김남주 번역가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새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를 비롯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 ‘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모리아크가 “첫 페이지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고 평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준다.
책에는 40여 년이 지나 ≪슬픔이여 안녕≫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쓴 사강의 에세이,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탐닉과 몰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끝까지 불태웠던 한 천재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요란하고 화려한 삶 이면의 또 하나의 우주
사강이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 무엇’, 문학

“문학과 더불어, 단어와 더불어, 문학의 노예이자 대가인 이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문학과 함께 달리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학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 전 읽고서도 내가 결코 쓰지 못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향해.” _프랑수아즈 사강

‘매혹적인 작은 괴물’ ‘문학계의 샤넬’ ‘열여덟 살 난 콜레트’. 사강을 수식하는 수많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사강은 등장과 동시에 자유로운 성, 속도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문장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20세기를 열광시킨 이 작은 괴물은 말년까지도 쉼 없이 작품 세계를 연마하며 열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속도와 알코올, 도박과 약물에 탐닉하는 자유분방한 삶으로도 유명세를 치른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집약되는 사강의 삶은 소진과 탐닉으로만 이뤄진 듯하지만, 사실 사강의 삶을 지탱한 것, 사강이 끝까지 고수한 것은 오로지 문학뿐이었다. 그리고 사강이 쓴 모든 작품들의 기원, 사강 문학의 성소가 바로 ≪슬픔이여 안녕≫이다. 문학적 재능이 반짝이는 대담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치밀한 성찰, 지극히 효율적인 구성, 독특한 인물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사강만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슬픔’이라는 삶에서 처음 마주하는 감정에 관한 성찰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관한 묘사에서 사강의 문학성은 빛을 발한다.


사강 15주기에 다시 만나는 사강 문학의 기원
풍성한 자료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

사강은 1954년의 한 대담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작가는 같은 작품을 쓰고 또 쓰는 것 같다. 다만 시선의 각도, 방법, 조명만이 다를 뿐.” 사강이 열여덟 살에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했을 때 사강은 이미 사강이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간결하고 예리한 고찰, 경쾌하고 우아한 문장, 기성의 도덕과 관념을 향한 냉소, 과감한 구성과 줄거리. 모든 천재의 첫 작품이 그렇듯이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에는 사강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강 본인이 말했듯 이후 사강이 발표한 수십 권의 작품들은 모두 ≪슬픔이여 안녕≫에서 출발한, ≪슬픔이여 안녕≫의 다양한 변용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아르테에서 정식 출간한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은 번역가 김남주가 사강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세심하게 살려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충실한 번역에 더해 풍성한 사진 자료, 작품의 이해를 돕는 글 두 편도 함께 수록됐다. ≪슬픔이여 안녕≫이 출간된 지 40여 년 뒤에 사강 본인이 그 시절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감상을 전하며, 사강의 삶을 출생부터 사망까지 추적한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의 글은 문학보다 더 문학적이었던 사강의 삶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한다. 새로운 표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에서 독자들은 여전히 매혹적인 사강 문학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 추천사

? 열여덟에 이 소설을 썼던 사강은 그래서 행복했을까 그런 만큼 불행했을까. 이 소설의 이 제목 이후로 내게 ‘슬픔’이란 아는 줄 알았는데 전에 없이 모르는 감정이 되었다. ‘안녕’도 역시. 마중하고 배웅하는 말이라지만 산다는 건 안녕? 하고 왔다가 안녕! 하고 가는 거니까. 강렬하면서도 복잡한 모든 감정을 직접 겪어내게 한다는 의미에서 읽으면 내가 좋아지는 소설! _김민정(시인)
? 인생이 백 가지의 색깔로 이루어졌다면, 사강은 아흔 가지 이상의 색을 고루 사용해본 사람이다. 비범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녀는 어린 나이에 어쩌다 우연히 히트작을 낸 게 아니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_박연준(시인)
? 모든 문장이 파괴적이다. 이렇게 강렬했던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슬픔이여 안녕》을 썼던 열여덟과 주인공 세실의 나이 열일곱 사이 언젠가 처음 읽었던 이 소설을, 세실의 아버지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던 상대인 안의 나이에 다시 읽는다. 싫어했던 여자를 이해한다. 이해했던 여자를 두려워한다. 파국을 맞아들이는 이 감각을, 다시 겪는다. _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 사강의 모든 소설은《슬픔이여 안녕》에서 출발하고, 《슬픔이여 안녕》을 뛰어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_김남주(번역가)
? 불꽃이 번득이는 바다, 격리된 숲, 동물적인 움직임, 학구적일 정도로 효율적인 구성, 라신의 완벽성에 신예의 매혹을 지닌 등장인물. _존 업다이크(소설가)
? 첫 페이지에서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소설가)
? 사강에게는 앙드레 말로가 모든 것 위에 놓았던 것, 그가 ‘지성의 너그러움’이라고 부른 자질이 있다. _필리프 바르틀레(소설가)


◎ 책 속에서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함께 자동차에 타자 아버지는 갑자기 기쁨에 찬 듯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냐하면 그와 꼭 닮은 눈과 입을 가진 나는 이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멋진 놀이 친구가 될 터였으므로.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파리를, 사치를, 편안한 삶을 보여줄 터였다. _30쪽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 이상으로 그 말을 확신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삶이 이 구절로 대변되고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 구절로부터 도착적인 채색 판화처럼 솟아오를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삶에는 작동하지 않는 시간, 논리와 맥락이 닿지 않는 때, 일상적인 좋은 감정 같은 것들이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_33쪽

내가 다른 것들은 모두 잃어버리는데 어째서 그것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조가비, 체온으로 데워진 그 분홍색 조가비는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_42쪽

“넌 사랑을 너무 단순한 걸로 생각해. 사랑이란 하나하나 동떨어진 감각의 연속이 아니란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한 사랑은 모두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어떤 얼굴, 어떤 몸짓, 어떤 입맞춤 앞에서 문득 솟구친 감정……. 일관된 맥락 없는, 무르익은 순간들이 내가 사랑에 대해 가진 기억의 전부였다.
“그건 다른 거야. 지속적인 애정, 다정함, 그리움이 있지……. 지금 너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안이 말했다. _47쪽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는 내 생각을 말했지만, 사실 그건 내 견해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었다. 어쨌든 나의 삶, 아버지의 삶은 그런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안은 그것을 경멸함으로써 내게 상처를 주었다. 사람은 뭔가 대단한 가치에 목표를 둘 수도 있지만 경박한 가치에 집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은 나를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게 잘못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갑자기 시급한 일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_51쪽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_80쪽

테라스에서 나는 식당 창문이 반사하여 생긴 환한 빛의 사각형 속에서 안의 길고 생기 있는 손이 망설이다가 아버지의 손을 찾아 쥐는 것을 보았다. 나는 시릴을 생각했다. 매미들과 달빛으로 가득 찬 이 테라스에서 그가 나를 안아주었으면 싶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고 나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다. _81쪽

별장까지 가는 동안 아버지는 내 손을 찾아 쥐고 놓지 않았다. 믿음직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손이었다. 그 손은 내가 처음으로 실연을 당해 슬퍼할 때 눈물을 닦아주었고, 완벽한 행복과 고요의 순간 내 손을 잡아주었으며, 우리가 함께 일을 꾸미며 정신없이 웃을 때 살그머니 내 손을 쥐어주었다. 자동차 운전대에 놓여 있던, 저녁이면 열쇠를 쥐고 엉뚱한 구멍에 넣던, 어떤 여자의 어깨에 놓여 있거나 담배를 쥐고 있던 그 손, 그 손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버지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웃어 보였다. _91쪽

지금도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다 실패할 때면 나는 그 기묘한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내 행동과 나 자신 사이에 놓인 그 간격을, 안의 눈길에 담긴 무게, 그 주위의 공허, 그 공허의 강렬함을……. _125쪽

나는 지루함이 죽도록 싫었다. 시릴을 진심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사랑하게 된 후 권태의 영향을 훨씬 덜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시릴과의 사랑은 많은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무엇보다도 권태가, 고요가 두려웠다. 우리, 그러니까 아버지와 나는 내적으로 고요해지기 위해 외적인 소란이 필요했다. 그리고 안은 결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으리라. _159쪽

다만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해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_186쪽

속도에, 알코올에, 약물에 취한, 빠르고 아찔하고 요란하고 화려한 삶. 이런 삶 이면에 프랑수아즈 사강에게는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었다. 책 속의 세계라는 ‘평행하는 우주’의 주민이었던 그녀는 열대여섯 살 무렵 그 세계의 입구를 발견했다. 그녀가 수업에 자주 빠진 것도, 시험에 떨어진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었다. _218쪽(‘옮긴이의 말’)

“문학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이었다. (……) 최선의 것이며 최악의 것이자 치명적인 것으로서, 일단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나머지 것들은 그 정도의 가치가 없었다. 문학과 더불어, 단어와 더불어, 문학의 노예이자 대가인 이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문학과 함께 달리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학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 전 읽고서도 내가 결코 쓰지 못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향해.”(프랑수아즈 사강, ≪내 최고의 추억과 더불어≫) _219쪽(‘옮긴이의 말’) "

구매가격 : 12,000 원

세계의 호수

도서정보 : 정용준 / arte / 2019년 11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별도 소통이 되나요?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_ p. 69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등단 10주년을 맞은 작가 정용준의 신작 중편소설 『세계의 호수』가 아르테 ‘작은책’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초기부터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를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 발표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과 인상을 남겼던 정용준은, 10년 동안 세 번의 젊은작가상과 황순원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문학의 중심에 우뚝 선 작가다.
그는 죽음을 희망하는 인물들을 통해 세계와 개인 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 첫 소설집 『가나』로 세계의 폭력에 내던져진 개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첫 장편소설 『바벨』에서는 SF적 상상력으로 인류 종말의 모습을 ‘말’이 사라진 세상, ‘소통이 부재한 세계’로 그려낸 바 있다. 이후 보편적인 관계(가족) 속에 드리워진 삶의 그늘과 슬픔을 담아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거쳐, 사라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낸 두 번째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통’과 ‘사라짐’은 정용준의 소설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세계의 호수』야말로 이 두 가지를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짧은 소설에서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겪어야만 했던 ‘이별’의 감정에 대해 덮고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자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별을 통보받았던 남자와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난 남자에게 이별을 강요받았던 여자가 7년 만에 낯선 이국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별을 되짚는 과정에서 과연 소통은 가능할까?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결코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잊고 있던 지나간 인연의 소중함을 정용준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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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 하고 싶어? 옛날이야기?
뭔가 애틋하고 묘한 그런 거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넌 우리가 그때 어땠는지,
왜 헤어졌는지, 다 잊은 것 같다. 세월이 조금
흘렀다고 세상에, 그런 멍청이 같은 얼굴을 하고
미안하네 어쩌네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놀라워.”_ p. 90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윤기는 자신의 단편 시나리오를 번역하고 가상으로 각색, 연출까지 해보는 번역 실습 워크숍이 해외 교류 사업의 하나로 빈 대학 한국학과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초청을 받아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그 마지막 수업에 원작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7년 전 헤어진 연인 무주가 늘 가보고 싶다고 말하던 곳이 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녀가 결혼해서 살고 있는 곳이 빈에서 멀지 않은 스위스 장크트갈렌이기 때문이다.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무주의 마지막 부탁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기는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빈에 와 있음을 알린다. 올 수 있으면 오라는 무주의 답장을 받고, 그는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스위스로 향한다. 스위스에 가기 전, 윤기는 담당자로부터 그곳에 있는 ‘세계의 호수’가 가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무주 남편이 부재한 무주의 집에서, 무주의 딸과 함께 셋이 보내는 며칠은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윤기는 무주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7년 전, 갑자기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자신을 버린 무주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시종 담담한 모습으로 윤기를 오래전 친구처럼 대하며, 닦아 놓은 그릇처럼 감정을 정리한 듯 보이던 무주가 지난 감정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윤기에게 순간 자신이 이미 선택한 일을 남이 하도록 강요하는 비겁함에 대해 쏟아낸다. 윤기는 그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버린 감정과 마음에 대해 얘기했다면 바뀌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무주는 사람은 바뀌지 않고 어차피 끝은 정해져 있다며 힘없이 웃는다. 그들에게 소통의 가능성은 없었다는 이야기. 윤기가 빈 대학의 교수에게 자신의 작품을 이해시킬 수 없던 것처럼, 학생들과 문학적 대화가 막혀버린 것처럼 말이다. 윤기와 달리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지금의 남편과 만나 스위스로 온 무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타지에서의 외로운 생활과 가족에 대한 증오심이 자신도 모르게 잿더미처럼 가슴 깊이 쌓여 있는 남편은 무주를 유령처럼 느끼게 만들고, 무주는 누구와도 소통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야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이들. 이 밤, 비로소 이들의 소통은 가능한 걸까?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이 시간을 통과하려 애쓰고 있다"



“난 너와 다시 연락하고 싶어. 친구처럼 지내고 싶고.
또 난 너와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아. 친구처럼도
지내고 싶지 않고. 어떻게 하면 너와 연락하고 친구로
지내기 위해 연락하고 싶지 않은 이유와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없앨 수 있을까?”_ p. 135



소설의 말미에서 윤기가 무주에게 전하는 ‘연락하고 싶고 친구로 지내고 싶은 마음’과 ‘연락하고 싶지 않고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서로 반대의 마음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버려야 한 가지를 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둘은 붙어 있으므로 한 가지를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계속 이리저리 흔들리고 말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삶의 모순 때문이 아닐까. 삶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것들을 찾아내, 그것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살펴, 생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결국 문학의 일일지 모른다.
‘이별’과 ‘작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각별히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용준은 ‘이별’이 같은 세계의 양 끝을 향해 걸어가는 거라면 ‘작별’은 각각 다른 세계로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다소 모호하게도 여겨지는 이 말은 작별(作別)의 한자를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여 ‘이별’을 ‘작별’로 바꾸고 싶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작별’을 ‘이별’로 바꾸려 애쓰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작가의 고백은, 마침내 ‘작별’을 ‘이별’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소통의 불가능성’에 대한 은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헤어진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서 작은 책상에 앉아 혼자만 펼칠 수 있는 책 한 권을 갖는 일”인지 모른다. 다른 세계로 건너가 혼자 간직한 헤어짐은 영영 공유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어쩌면 끝내 풀리지 않은 채 오래된 숙제로 남을지 모른다. 문학이 그것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면, 정용준은 선두에 서서 그 실험을 성실히 행하는 연구자라 할 만하다. ‘세계의 호수’가 실은 ‘세 개의 호수’임을, 잘못된 소통으로 만들어진 허상임을 알게 되더라도 그 ‘세계의 호수’에 가고자 하는 이가 바로 정용준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호수』는 지금껏 작가 정용준이 보여준 소설 세계를 총망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그의 문학적 실험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 본문 소개

해결할 걸 해결하지 못하고 헤어진 관계였잖아. 무주는 내 물음에 정확히 답해주지 않은 채 스위스로 가버렸어. 끝났지만 뭔가 풀 게 남은 것 같은 기분은 때론 미련으로 때론 분노로 감각됐지.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몰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거야. (p. 28)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어떻게 오고, 어떤 감각이 희미해져 꿈속으로 빠져드는지, 평생 해왔던 가장 익숙한 그 느낌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만나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다. 잊었지만 잊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지만 보고 싶다.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왜 만나면 안 되는 건지 의문을 품고 있다. 마음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어 이쪽으로 저쪽으로 뒤척거리기만 했다. (p. 40)

한 장면도 기억나지 않는 꿈인데 마음은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무주를 본 것이다. 얼굴도 생각나지 않으면서 표정이 기억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 쓸쓸한 기운. 나를 바라볼 때의 눈동자. 그 비구름 같은 분위기가 다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무주의 얼굴이 생각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수천 수만의 모습이 겹치고 겹쳐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떠오르고 있다. (p. 41)

너답다고 생각했어. 넌 늘 너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빈에 왔겠지. 마침 내 생각이 났겠고 이참에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겠지. 선 같은 거 없어. 감정이 선이야. 감정이 없다면 지킬 선도 없는 거지.
담담하게 말하는 무주의 음성 속에 희미하게 증오가 섞인 게 느껴졌다. (pp. 89~90)

그때와 완전히 달라진 것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 알았다. 감정. 무주의 감정은 깨끗하게 닦아 선반에 올려놓은 그릇 같았다.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 (pp. 69~70)

그 마음이 품고 있을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알고 감춘 게 아니라 몰라서 감추고 있는 것. 사라지지도 소멸되지도 않은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가 모르는 마음.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이 시간을 통과하려 애쓰고 있다. 방이 좁게 느껴진다. 사방에서 벽들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속이 빈 나무 속에 꽉 박혀 있는 기분이다. (p. 108)

구름 한 점 없는 오후의 강한 햇살이 무주 위로 쏟아졌다. 무주는 빛에 젖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휘청휘청 걸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머리까지 쑥 집어넣고 한참 뒤 떠올라 아아아, 소리를 내며 배영을 했다. 그러고는 느리고 꾸준하게 호수 끝까지 헤엄쳐 갔다. 멀리 사라질 동물처럼. 자유롭게. 자유롭게. (pp. 136~137)

구매가격 : 8,000 원

암송

도서정보 : 윤해서 / arte / 2019년 11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사라지지 않고 도착하는 낮은 울림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가 있죠. 누구에게나 말입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



“오래전에 읽은 책에 그런 말이 있었어요.
인간이 한 모든 말의 파동은 남는대요.
사라지지 않고. 사물에, 벽에, 공기 중에.
그래서 모든 공기 중에는 음성 파동이 진동하고 있다고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던 음성이 공기 중에 남아 있다가
나에게 도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_ p. 128



2017년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를 통해 독보적인 소재와 자신만의 끈질긴 수사를 선보인 윤해서의 두 번째 작품집 『암송』이 아르테 ‘작은책’ 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농밀하고 시적인 언어와 SF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첫 소설집을 통해 ‘기존의 재현적 언어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양상의 허구’, ‘사람, 사물, 언어의 항구적인 이동’이 카오스로 발생하는 ‘여행 서사’를 그려낸 윤해서는, ‘가장 거대한 것에서 가장 미소한 것까지, 한달음에 파악’하는 특유의 서사 방식에 대해 ‘이런 스케일과 속도는 시공간의 규모를 계측하는 음악적인 방법’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윤해서는 새로운 소설 『암송』을 통해 특유의 서사적 매력과 음악적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면서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 가까운 자리에서 ‘현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암송』에는 독일과 한국, 멀리 떨어진 두 나라에서 각자의 일상을 사는 여덟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재난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고, 그 당사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존자이기도 하다. ‘선주’와 ‘미소’는 바로 이 삶과 죽음이 중첩된 공간, ‘떠도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공간’에 머물고 있다.
윤해서는 떠도는 목소리들을 통해 광활하고 낯선 허구의 공간을 새로이 만들어내고, 이런 허구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 ‘단절과 연결’, ‘믿음과 환상’ 같은 문제들을 촘촘히 꿰어나간다. 작가도 우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사건, 삶이라는 재난에서 남겨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어떤 새로운 답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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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사람들, 지속되는 삶



“하늘에서 갑자기 사과가 떨어진다. 거대하고 뜨겁고 끔찍한 사과가.
우연히.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삶을 구멍 낸다.
완전히 뻥 뚫린다.”_ p. 153



『암송』은 홍콩 페리 사고로 혼수상태가 되어 목소리로만 세상에 존재하게 된 ‘미소’와 세상을 떠도는 목소리를 혼자만 듣게 되는 ‘선주’, 그리고 한국을 떠나 활동해온 재독 피아니스트 ‘정애길’과 그의 아들 ‘모로’의 이야기가 교차로 얽혀 전개된다. ‘모로’는 엄마가 간직한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게 되고, 엄마가 남긴 이름 ‘미애’와 ‘미소’를 찾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미소’의 사고와 ‘정애길’의 죽음이 ‘미애’의 죽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모로는 ‘미애’가 ‘사회적 재난’의 공적인 희생자들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에 겹쳐 ‘미소’의 사고가 얼마나 엄마의 삶을 더 가혹하게 내몰았는가를 깨닫고 심장이 나뉘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작가는 이 궤적을 여러 인물의 암송(목소리)을 통해 인간의 삶은 단독의 것이 아닌 얽히고 만나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윤해서는 단편소설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면」(문예중앙, 2016)에서 해양사고로 쌍둥이 오빠 ‘영인’을 잃은 ‘영수’와 ‘영인’의 연인 ‘김선’을 통해 불의의 재난과 이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아픔을 작품으로 녹여낸 바 있다. 새롭게 발표한 『암송』까지 최근 윤해서가 골몰하고 있는 주제를 들여다보면, 개인의 삶에 들이닥친 재난과 그 주변인들이 경험하는 상실의 정서를 깊이 체감하며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삶을 구멍 내고 마는 사과 같은 재난.’ 이러한 사건을 대하는 주제 의식은 최근 한국 사회가 경험한 숱한 재난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작가적 현실을 엿보게 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고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 문제’라 칭하고, 누군가는 ‘개인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고일 뿐’이라 칭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갈등은 우리가 하나의 재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개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감수성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이해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윤해서는 소설이 할 수 있는 일, 소설만이 가능한 일로서 보다 깊이 그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다. 소설 『암송』이 또 한 번, 재난이 드러내는 참담함의 기저에 감춰진 개인과 공동체의 보이지 않는 고난의 순간을 들춰낸다. 지난 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본 적 없는 타인을 향해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는지, 지금 우리의 마음과 맹세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당신의 목소리. 너의 진짜 목소리를 기억해.”



“나는 끊임없이 존재하면서 사라지는 이 믿음을 포기할 수 없어.
당신은 돌아올 거야. 당신은 여기 있어.
당신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_ p. 100



형체 없는 목소리들을 듣기 시작한 후, 점점 사회에서 고립되어가고 있던 ‘선주’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곁을 내어주는 ‘모로’를 만나 희박해지던 현실감각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한다. 잠시 비춰진 10년 후 미래의 선주는 여전히 들려오는 목소리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손을 잡은 꼬마가 ‘엄마’라고 부르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응’이라 응답하며 누군가의 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린다. 어둠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던 미소는 그의 연인 현웅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후부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힘을 되찾는다. 윤해서는 누군가를 향한 하나의 목소리가 대상에게 가닿는 여러 순간을 통해,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서로에게 가장 투명하게 증명하고 증명받는 방식이란 것을 주의 깊게 그려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후’의 순간에도 엄마의 죽음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로’, 죽음의 문턱에서 연인에 대한 기억만은 간절히 붙들고 있는 ‘미소’, 그 곁을 지키는 ‘현웅’. 이들은 모두 상실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과거로의 복귀나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느끼는 ‘애틋한’ 마음으로 멈추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을 반복해 부른다. 목소리로 남은 존재들의 뒤늦은 고백, 부르는 말, 옛 노래들처럼 그 마음은 이 세상 어딘가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 영원히 남겨진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서로를 찾고 부르는 수많은 목소리와 함께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완전히 잊히지 않고 기억되는 존재들과 함께.


◎ 본문 소개

절망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눈을 감고 잠든 척을 해.
잠든 척하고 있으면 절망이 나를 못 본 척 지나갈 것처럼.
나는 절망을 핑계로 조금씩 더 비겁해진다. (p. 11)

매일 오늘만 산다고 생각해. 아침에 일어날 때 오늘도 태어났구나. 밤에 잠들 때 기도해. 한 번만 더 살게 해주세요. 매일 딱 한 번만 산다고 생각해. (p. 35)

엄마가 살아 있을 때나 살아 있지 않을 때. 똑같이. 턴테이블 위에서 엄마의 영혼이 춤춘다. 엄마의 영혼은 피아노의 건반과 건반 사이를 걷는다. 검은건반에서 흰건반으로 뛰어내린다. 온몸을 던진다. 모로는 영혼을 믿고 싶었다. (p.100)

당신과의 모든 순간을 기억해. 기억해내려고 해.
당신을 기억하고 싶어.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두려워. 당신을 잊으면.
당신에게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p. 109)

어제 꿈에 어떤 사람을 봤어요. 분명히 사람인 건 알겠는데 형태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안 보이지?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안 보이는데 보자마자라고 하니까 좀 웃기네. 암튼. 그래서 생각을 좀 하다가. 내가 옷을 벗어줬어요. 자켓을 벗어서 걸쳐줬더니 허공에 자켓이 걸리면서 그 사람의 어깨가 나타나더라고요. 모자도 씌워주고 바지도 입혀줬죠. 그렇다고 내가 벌거벗은 것은 아닌데 그 사람에게 벗어줄 옷이 어디서 생겨난 건지. 입혀놓고 보니 사람이 맞더라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요. 그냥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꿈에서도 생각했죠.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구나. 몸이 보이지 않을 땐 보이지 않는 몸을 옷으로 가리면 되는 거구나. 그러면 보이지 않는 몸이 가려지면서 옷 속의 몸이 생겨나는 거구나. (p. 120)

무서워요. 내가 모른 척하고 있는 걸까 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데 모르고 있는 걸까 봐. 나한테 이 목소리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내가 그걸 계속 못 알아차리고 있는 거면 어떡하죠? (pp. 124~125)

당신은 내가 보이고, 나는 당신이 들리는데, 우리는 만날 수가 없네. 당신을 보고 싶어. 당신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당신에게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 당신에게 가고 있다고 믿어. 나는 희미해지지 않아. (p. 156)

구매가격 : 8,000 원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도서정보 : 송희영 / 21세기북스 / 2020년 0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출판사 서평

무능, 부패, 내분, 지도력 상실…
한국의 보수는 왜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진짜 보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한국 정치의 미숙한 실체를 발견하고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당시 정권과 함께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은 무능, 부패, 내분, 지도력 상실 등 모든 패인이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자멸했다. 한국 보수의 상징적 존재인 박정희 가문의 후계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보수 진영은 분열될 수밖에 없었고, 각자 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회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보수의 오판과 실수는 사람들의 마음에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켰고, 정권을 되찾고자 하는 그들의 염원도 끝내 실패를 거듭하고 말았다.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는 보수의 자멸 스토리에서 한국 보수의 민낯을 밝히고 정치 이념과 세력으로서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다. 보수 언론 〈조선일보〉에서 38년간 기자 활동을 했던 전 송희영 주필은 지근거리에서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요구만을 주장하며 때로는 무능하고 때로는 난폭한 한국 보수의 모습을 봐왔던 저자는 “보수란 무엇인가? 한국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보수 진영의 궤멸로 이어진 만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정치와 보수의 본질을 상실하고 서서히 무너져간 과정은 한국 보수의 실패에 있어서도 상징성을 갖는다. 영화보다 드라마틱했던 당시 사건들이 전 언론인의 시선으로 재구성되어 한국 정치의 비극을 실감나게 다룬다. 또한 국정원 스캔들, 중립성을 포기한 검찰 권력, 친박의 전횡, 정경유착 등 한국 정치사에 점철된 온갖 사건과 부정들을 엮어 한국 보수가 실패에 이른 역사 현장의 한가운데로 독자들을 이끈다. 다시 말해, 한국 보수주의를 망친 ‘5대 적’인 국정원, 검찰, 친박, 재벌, 관료의 실체를 벗기고, 한국 보수가 자행해온 실책들을 ‘10대 실패’로 정리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정치 이념으로서의 보수’를 ‘생활 방식으로서의 보수’와 구분하고, 보수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유럽?미국에서 형성된 보수주의에서 찾았다. 즉 보수란 본래 유약한 인간을 위해 서로 감싸며 공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 보수는 어떠한 모습인가? 저자는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를 통해 ‘진짜 보수’라면 반드시 지켰어야 할 원칙과 철학을 저버린 ‘가짜 보수’의 민낯을 벗겼다. 대한민국 정치 안에서 보수 진영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며, 왜 지금처럼 권력욕과 난폭성에 물들어 전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파헤친다. 한국 정치를 궤멸시킨 주역과 실책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논평은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못된 정치적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은 한국 보수에 경종을 울린다.


다음 세대를 위한 보수의 재건축!
보수 집권 플랜을 세우기 전에
진짜 보수의 품격을 세우라!

이 책 『진짜 보수 가짜 보수』는 한국 보수의 해묵은 이미지가 탄생하게 된 기원과 그 이미지를 만든 주역들을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고 제언한다. 저자는 보수의 가치와 의미를 “보수주의란 가족, 회사, 단체, 국가라는 공동체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을 통해 강조한다. 다시 말해 풍요로운 삶, 일자리, 가족 안정, 한반도 평화, 국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국가의 미래를 그려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수의 본질적 의미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비록 대한민국 보수의 시계가 멈춰 서 있고, 심지어 사회의 시계와는 반대 반향으로 역회전하고 있지만, 다시 시계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과 기대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듯이, 무엇보다 보수 세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속의 위치를 가늠하고 한국 정치와 한국 경제,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을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 파악에 실패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밖에 없다. 보수의 해묵은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민이 희망을 가질 만한 새로운 국가 설계도를 내놓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구매가격 : 17,600 원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도서정보 : 서늘한여름밤 / arte / 2020년 0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랑의 민낯을 아름답고 예리하게 드러낸
작가 서밤의 7년의 기록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 도서 소개

사랑의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때 밑바닥을 보이면 안 되는 걸까?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통해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서밤(서늘한여름밤)이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찾아왔다. 한 사람을 만나 연애/동거/결혼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화법과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1부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에서부터 ‘연애와 동거(2부 독립적인 건 지긋지긋해)’, ‘결혼이라는 관례의 모순(3부 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사랑의 미래(4부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를 조망해보기까지 작가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경험한 7년간의 사랑의 기록을 담았다.
19만 SNS 팔로워가 사랑한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웹툰에서 보다 더 과감하고 내밀하게 감정을 풀어낸 작가의 글은, 사랑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와 같은 경쾌한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겠어?’ ‘일주일에 섹스는 몇 번이나 해야 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금기의 질문까지, 터놓기 힘든 물음을 좇아 민낯의 모습을 한 사랑에 대해 고백한다.
이 고백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모든 걸 벗어던진 몸으로 한 사람 앞에 서게 되는 경험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평생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연유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사랑이 얼마나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지,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랑의 과거들이 자꾸 우리를 찾아올 때, 작가가 들려주는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를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너와 함께하며 나는 처음으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랑을 해보겠다고 지치고 피로한 날에도 꾸역꾸역 대화를 이어가는 나를, 섹스가 시들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자꾸 사랑에 점수를 매기려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자꾸 편안해졌다. 나를 사랑하는지 백 번을 물어보면 너는 사랑한다고 백 번을 대답해줬다. 그래서 나는 불행이 모퉁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워 서성이기를 멈췄다. 그렇게 멈추니 네가 보였다. 내가 보였다. (……)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보고 자랐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나의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들도 함께. 우리가 겪어온 과거는 자꾸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시작했던 곳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_「프롤로그」에서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
예리하고 아름답게 드러낸 사랑의 민낯

어린 시절 작가에게는 두 종류의 밤이 있었다. “별일 없이 무사한 밤과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엄마 아빠의 불행한 관계의 시작은 모순적이게도 “애끓는 사랑”이었다. 작가의 부모는 스무 살 때 만난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싸움에 지친 중년 부부로 늙어가는 걸 보면서 작가는 부끄러울 정도로 외로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동시에 사랑이 두려웠다.
부모님처럼 되지 않기 위해, 사랑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자꾸만 성숙한 사랑에 집착했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는 말은 오랫동안 그를 지배한 사랑의 만트라였다. 사랑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사랑은 작가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지만, 그렇게 유지하는 사랑은 그 자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길로 향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불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오랜 조바심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서로의 밑바닥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옮아갔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하면서 보이게 되는 이 밑바닥을 굳이 감추지 않기로 하자 “네가 보이고, 내가 보였다”고.
작가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에서 파생되는 분노, 슬픔, 기쁨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며, 한 사람에게 깊숙이 들어간다. 그 관계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뼛속까지 두려워했던,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사랑의 진실을 한 조각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마음의 풍경은 사랑과 관계의 모범 답안을 늘 찾아 헤매며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질문으로 초조한 우리에게 어떤 답, 혹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격앙되고 울분에 찬, 때로는 중학생 소녀처럼 발랄한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 안에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짐승처럼 울 때면 너는 나를 몇 번이고 꽉 안아주었다. 울음이 그치면 우리는 함께 쪼그려 앉아 나의 바닥을 토닥였다. 진흙탕처럼 질척이던 나의 바닥은 그렇게 조금씩 단단하게 굳었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천장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내 바닥을 인정해줬을 때 나는 너를 내 마음 안으로 다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내가 너의 바닥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 떠 있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관계의 시작이었다.”_「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에서


◎ 책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아, 그때 우리 진짜 미친 듯이 사랑했었잖아”라고 시작하는, 우리 둘만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들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이 사랑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너에게 새삼스레 반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그 대신 나는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디가 제일 깊은 지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_24쪽(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

남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길가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너에 대한 죄책감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오래 숨죽여왔던 나의 일부가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떠날 테면 떠나. 하지만 제발 이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최악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너를 택했다. _28쪽(최고의 나와 최악의 나)

깨진 마음을 벗어던진 나는 알몸으로 세상에 서 있었다. 그 앞에 네가 있었다. 놀라고 당황스럽고 미안한 얼굴로 나를 안으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_33쪽(내가 태어난 날의 일기)

나는 삶에서 사랑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만큼이나 나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둘이 서로 갈등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취향이 달라 영화를 같이 못 보는 건 상관없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퀴어 퍼레이드에 함께 가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같이 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싸우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나와 함께 가부장제에 맞설 사람을 원한다. 사랑과 가치관 둘 다 나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_41쪽(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마침내 네가 끄윽끄윽 비명을 토하고 상처받았다고 화를 낸다. 나는 그제야 안도한다.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너는 나와 함께 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건 사랑을 확인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_65쪽(그래, 상처 주려고 그랬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렇다고 너의 일부만 잘라서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엷게 난 주근깨가 햇살에 반짝이는 너의 볼을 사랑한다. 얇고 비어 보이는 입술을 싫어한다. 하지만 입을 가리고 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의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은 볼과 입술처럼 연결되어 있다. 재미없고 무던한 공대생 타입이어서 내가 불평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독하게 살을 빼지 못하는 너의 무르고 허술한 면을 사랑한다. 밑도 끝도 없이 아버님 은퇴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너의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어떤 모습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_71쪽(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있겠어)

사랑은 너였다.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 너의 눈. 누구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면 사랑을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이상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사랑을 알려 하거나, 이해하거나, 분석하거나, 의심하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사랑은 비 오는 날 잊지 말고 챙겨 가라며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우산과 함께 걸려 있었고, 내가 울 때마다 떠다준 미지근한 물 한 잔에 녹아 있었고, 나를 보러 올 때면 늘 달려온다는 너의 발걸음에 묻어 있었다. _97쪽(사랑은 하나 남은 귤이야)

결혼해서 ‘시월드’도 ‘유부월드’도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노력하고 싶지 않다. 결혼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나와 너의 가장 깊은 마음, 사랑이라는 미지의 세계, 진실한 마음의 영역이다. 나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그곳에 갈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도 나는 어디 가지 않아. _134쪽(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너와 함께 있으면 예의 바른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증가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집주인도, 이웃집 할아버지도, 택시 기사도. 나는 너를 통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왔던 것이 당연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갑자기 성폭행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콘돔을 쓰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애인 때문에 속 끓이는 친구도 가져본 적 없었다. 너의 여자인 동기들이 자꾸 외국으로 외국으로 떠나갈 때 너는 건축계가 ‘남초’인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도 너의 여자 동기들처럼 차별을 피하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나고 싶었는데, 네 삶 속에서는 차별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인간의 경험’이 아닌 ‘여성의 경험’이라는 걸 너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_138쪽(나와 함께 세상에 맞서줘)

어떻게 매일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겠어? 미지근한 사랑에 조용히 뺨을 댄다. 매일 햇볕이 쨍쨍하다면, 매일 물을 흠뻑 준다면, 이 사랑은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겠지. 지금 우리를 스치는 바람이 사랑을 살아 있게 해줄 것이다. _164쪽(사랑이 어떻게 늘 최고점일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 잘못을 해도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이에게는 예외를 허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를 하더라도 “좀 봐달라”는 한마디에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봐달라”라는 말을 내 마음 안에서 몇 번이고 굴려본다. 너를 찔렀던 내 마음속 뾰족한 가시들이 물러진다. 그래, 어쩌다 지각하는 일도 있는 거지. 너를 용서했는데 어쩐지 내가 용서받은 느낌이 든다. _175쪽(사랑하는 것들에 너그러워지기)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_189쪽(오늘도 소파에서 수다)

나는 자주 고백했고 자주 차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천천히 배워야 했다. 나의 부적절함과 서투름을 끌어안는 법을 연습해야 했다. 내가 결코 갖지 못할 것들을 갖지 못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주 엉성하게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_211쪽(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분의 마음과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보드랍고 섬세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듬직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려 한다. 그래서 이 집에는 두 명의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살고 있다. _235쪽(서로를 책임지며 사는 삶)

구매가격 : 12,4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09-아리스토텔레스

도서정보 : 조대호 / arte / 2019년 06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는 현재하는 과거이자 미래를 여는 현재다”

서양 학문의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
고전을 낳은 고전, 아리스토텔레스를 향한 방대한 지적 모험

“그의 학문에는 여전히 21세기의 뇌과학이나 진화생물학으로
대체할 수 없는 통찰이 담겨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찰과 영감을 따라가는 특별한 사상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사상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 도서 소개

논리학자, 형이상학자, 윤리학자, 정치학자, 『시학』의 저자...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탁월한 자연 관찰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위대한 사상의 탄생지 그리스
아테네의 뤼케이온에서 레스보스섬의 칼로니 호수까지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가깝고도 먼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그와 현대 독자들 사이에 놓인 거대한 시공간적 거리를 넘어서더라도, 그가 남긴 지적 유산은 그 방대함만으로 이미 우리를 압도한다. 그는 자연 세계 전체, 생명과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천문학, 기상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심리학, 윤리학, 정치학 등을 학문으로 정립했으며 이 모든 학문을 위한 수단으로서 논리학의 기초를 놓았다. 이제 당연하다 못해 단순하게 여겨지는 삼단논법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도 그에게서 나왔다. ‘서양 학문의 아버지’라는 구태의연한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겨우 예순두 해를 산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방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용기를 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펼치는 독자들을 또 한번 좌절시키는 것은 악명 높은 난해함이다. 그의 저술들 중 대중을 위한 교양서는 유실되고 일종의 전공 강의 노트만 전하는 탓에 그 난삽함이 전문 연구자들조차 고개를 내젓게 만들 정도라고 하니, 일반 독자들이 그에게 다가가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리할 때, 민주주의와 현대 정치사상을 논할 때조차, 우리는 자꾸만 이 케케묵은 고대 철학자를 소환하게 된다. 여전히 그가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 남았을까? 21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가 열어 보여준 거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지도는 없을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 아홉 번째 책 『아리스토텔레스: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의 저자 조대호 교수가 아리스토텔레스 인생과 철학의 무대인 그리스로 떠났다. 거장의 탄생지 스타게이라와 주요 활동 공간 아테네, 마지막 숨결이 남은 칼키스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풍성한 배경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2400년 전 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퍼즐 맞추듯 재구성해낸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 국외자/관찰자
“아테네인들이 철학에 두 번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아리스토텔레스의 흔적을 찾는 여행은 아테네에서 출발한다. 그가 스승 플라톤과 친구들을 만나 배우고 가르친 아카데미아, 직접 세운 학교 뤼케이온이 아테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분, 학문적 경향, 정치적 색깔 어느 면에서도 그는 아테네의 주류가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스 북부의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 출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시민권을 가지지 못하는 거류민이었다. 수학과 기하학을 중시하는 아카데미아의 학풍을 따르지 않았고, 교장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드러내놓고 비판했다. 게다가 그가 활동했던 기원전 4세기는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둘러싸고 마케도니아와 아테네가 쉴 새 없이 충돌하던 때다. 아버지가 마케도니아 왕가의 어의였고 그 자신도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친마케도니아파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경계인이었다.
조대호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에 뛰어들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삶을 택했다는 점을 그의 학문적 태도와 방향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로 삼았다. 이방인으로서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이를 둘러싼 세계를 더욱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폭넓은 관찰로부터 그의 모든 학문이 시작되었다. 플라톤이 초월적 세계의 이데아를 추구하면서도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정치의 해법을 고민하면서도 눈앞의 현실과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쉽사리 놔주지 않았다. 죽기 한 해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죄목인 불경죄로 고발당했고 “아테네인들이 철학에 두 번 잘못을 저지르게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반평생 살았던 도시를 떠났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 눈에 보이는 세계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벌레에도 신적인 자연이 숨어 있다”

국외자로서의 위태로운 운명은 일생에 두 차례 아리스토텔레스를 아테네 밖으로 내몰았는데, 삼십 대 중반에 시작된 13년간의 방랑은 그가 자신만의 새로운 학문을 발견하도록 이끌었다. 플라톤이 그리스 서쪽 시켈리아를 여행하며 피라고라스학파의 수학을 만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중시하는 철학을 세웠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정반대 방향인 그리스 동쪽 세계로 갔다. 그곳에서 그가 발견한 새로운 학문은 눈에 보이는 세계, 곧 자연이었다. 인간의 삶과 윤리에 몰두한 소크라테스,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 세계를 추구한 플라톤을 거치면서 철학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자연은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참된 실체이자 학문의 대상으로 복권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동쪽 레스보스섬의 칼로니 호숫가에 머물며 물고기와 새를 관찰한 것으로부터 서양 생물학이 시작되었고, 그의 ‘생물학적 철학’이 탄생했다. 저자는 레스보스섬을 다윈의 갈라파고스제도와 정약전의 흑산도에 견주며 아리스토텔레스 기행의 핵심 장소로 꼽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레스보스섬을 비롯해 오늘날의 크림반도 일대까지 자연 탐구 여행을 다니며 관찰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 『동물지』다. 이 책에는 태생 상어, 아리스토텔레스 메기, 새들의 의사소통 등 19, 20세기에 와서야 주목받게 된 선구적인 자연 관찰 기록들이 담겨 있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 그간 제대로 접하기 어려웠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본격 생물학을 조대호 교수의 소개로 처음 만나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하는 세 번째 키워드: 인간을 향한 통합적 관점
“인간이 완전한 상태에 있을 때는 동물들 가운데 최선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멀어졌을 때는 모든 것 가운데 최악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명계의 설계도인 ‘자연의 사다리’를 구상하면서 인간에게 가장 높은 자리를 인정한 것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 ‘로고스’ 때문이다. 인간을 생존과 번식의 본능에 머물지 않고 자기 보존과 파괴, 자기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반동물적 동물'로 만드는 것이 로고스다. 지성이라는 이 위대하고도 위험한 무기는 인류에게 진화를 넘어선 혁명을 가능케 한 동시에, 수많은 전쟁과 학살과 파괴를 낳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적인 것에 관한 철학’은 바로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사다리 꼭대기에 선 인간이 어떻게 하면 최악의 존재로 추락하지 않고 최선의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개인과 국가의 차원에서 연구한 것이 윤리학과 정치학이다.
자연학, 형이상학, 생물학에서 윤리학과 정치학으로 이어지는 조대호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 읽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방대한 학문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 안에는 그가 쌓아 올린 다양한 학문들이 들어 있다. 현대의 전문화된 지식은 인간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들여다보지만, 때로는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해내려는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인간을 바라보고자 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통합적 관점’은 여전히 유용한 통찰과 영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통합적 시선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학이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우리는 아직도 많은 것들을 넓고 새롭게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눈을 연다는 뜻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배운다는 의미다.
수많은 이론들에 현혹되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 〈에필로그〉 중에서




◎ 추천사

내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산해야 할 구시대 정신의 표상이었다. 그는 절벽이자 반동이었다. 그가 관찰하고 연구했다는 많은 자연학은 그저 설화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현대 과학이 나아갈 목표 지점이 어디에 있든지 그 출발점은 아리스토텔레스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그의 어깨에 제대로 올라타야 한다. 모든 과학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 책 속에서

◆ 내가 눈으로 확인한 것은 폐허로 남은 아카데미아와 뤼케이온, ‘아리스토텔레스 마을’ 꼭대기의 무너진 성벽,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드로스를 가르쳤다고 하는 ‘님프들의 성소’ 그리고 레스보스섬의 칼로니 마을이나 칼키스의 시청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흉상같이 그를 기념하는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돌아보면서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폐허의 공간과 ‘사소한’ 기념물 들에 죽은 생각을 살려내는 강력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소의 체험 속에서 내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알던 것들이 새로운 빛으로 되살아났다.
- 〈프롤로그〉 중에서

◆ 경계인으로서 그의 삶은 전혀 다르게 산 두 인물, 아테네 연설가 데모스테네스와 마케도니아 왕 필립포스 2세의 삶과 겹쳐진다. 필립포스에 맞서 아테네의 부흥을 위해 싸운 데모스테네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해에 죽었다. 그리스의 패권을 얻기 위해 정복 전쟁을 벌인 필립포스는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두 살 아래였다. 이 세 사람의 관계는 당대 역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의미가 있다. 이들의 관계는 말에의 의지, 힘에의 의지, 앎에의 의지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살아 있을 때부터 그의 철학, 특히 이데아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자였다. 그가 보기에, 비물질적이고 영원히 존재하는 원형에 관한 이데아론은 세상을 감각적인 사물과 보이지 않는 이데아로 불필요하게 나누는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카데미아 시기에 쓴 초기 저술들에서부터 이미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매미 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뜻 없는 ‘헛소리’라는 말이다.
- 〈1장 눈에 보이는 세계에도 진리가 있다〉 중에서

◆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델은 생명체의 공통 유래나 시간적 분화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윈의 모델과 다르지만, 두 모델 사이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바로 자연의 연속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위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면서도 각 단계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에게는 이 연속성을 설명할 만한 이론, 즉 진화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진화론적 연속성을 누구보다 세밀하게 관찰해서 기록했다.
- 〈3장 모든 자연물에는 어떤 놀라운 것이 있다〉 중에서

◆ 아리스토텔레스가 교육을 맡은 왕자는 야생동물 사냥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열세 살 소년이었다. 열여섯 살 때는 마치 차고에서 아버지의 차를 빼내 친구들과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아버지의 군대를 이끌고 나가 이민족을 가볍게 정벌하고 돌아온 인물이다. 이런 알렉산드로스에게 수학이나 기하학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이었을까? 그는 천성적으로 명예욕도 강했다. 아마 『일리아스』를 읽기 전부터 모든 경쟁에서 최고가 되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런 인물에게 명예에 대한 사랑을 경계하라는 말이 무슨 도움이 될까? ‘명예를 추구하지 말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명예를 올바로 추구하라’고 가르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교육이지 않을까? 『일리아스』는 이런 교육에 가장 알맞은 책이었다.
- 〈4장 알렉산드로스에게 호메로스를 가르치다〉 중에서

◆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피스테메’(인식)만큼 ‘파이데이아’(교양)를 중요하게 여겼다. 기하학이나 천문학 같은 체계적 지식이 에피스테메인데, 이런 지식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반면, 파이데이아는 대중이 가질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교양이다. 에피스테메가 능동적인 지적 활동의 산물이라면, 교양은 그것을 듣고 판단하는 수동적인 지적 활동의 기반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반적 교양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전문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형이상학』 I 1)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 모두에게 교양 지식을 갖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교양을 갖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문 지식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라도 다수 대중이 그것을 외면하거나 거부한다면 어디에서 설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 〈5장 인간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중에서

◆ 문제는 고대와 중세의 철학과 과학에서 ‘목적론’이 더 넓은 뜻으로 쓰인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식물은 초식동물을 위해,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을 위해, 식물과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결국 인간은 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식이다. 이렇게 자연 세계의 모든 것이 서로 목적과 수단의 사슬에 얽혀 있다고 보는 확대된 목적론을 보통 ‘우주적 목적론’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노예는 주인을 위해 존재하고, 을은 갑을 위해 존재한다는 지배 이념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은 ‘우주적 목적론’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16세기 이래 과학자들은 목적론을 비판할 때 이런 기본적인 구별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은 천문학과 물리학 중심의 새로운 과학을 옥죄는 중세 세계관의 바스티유 감옥을 쳐부수는 데 쏠려 있었고, 그들의 눈에 목적론은 이 감옥의 망루에서 휘날리는 깃발이었다.
- 〈5장 인간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중에서

◆ 영혼과 신체를 한 생명체의 분리할 수 없는 두 가지 면으로 이해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의식이 기계의 몸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생각은 하나의 영혼이 여러 신체를 옮겨다니며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똑같은 ‘과학주의의 판타지’일 뿐이다. 나는 이런 주장을 ‘21세기 윤회론’이라고 부르고 싶다.
- 〈5장 인간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중에서

◆ 지성과 욕망은 서로 맞물려 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에게 최악과 최선의 가능성은 무엇을 어떻게 욕망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는지에 달린 셈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과제는 지성적 존재인 인간의 이런 양면성을 고려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본성적 능력을 잘 실현해 잘 살 수 있는지, 이를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욕망을 조절해서 행동의 목적을 올바로 세울 수 있게 하는 ‘아레테aret?’와 이렇게 정립된 목적을 잘 실현시키는 ‘실천적 지혜phron?is’에서 잘 삶의 원리를 찾았다.
- 〈6장 행복한 삶의 길을 찾다〉 중에서

◆ 펠로폰네소스전쟁은 이미 12년 전에 끝났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와 테베가 여전히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정치하는 남자들의 무능력에 여성들이 분노하고도 남을 만했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도시국가의 정치는 밤을 맞았다. 그러나 게오르크 헤겔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때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 바로 미네르바의 올빼미였다. 그리스의 도시국가 체제에 어둠이 내릴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남부 이탈리아의 시켈리아에서 흑해까지, 북아프리카 키레네에서 트라키아까지 도시국가 158개국의 정체를 수집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 〈6장 행복한 삶의 길을 찾다〉 중에서

◆ 이렇게 사상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먼 곳에서 아테네로 몰려든 소피스트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소크라테스가 있었겠나? 이오니아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해 그곳에 새로운 사상의 씨를 뿌린 피타고라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플라톤이 있었겠는가? 스타게이라에서 아테네로, 아테네에서 다시 소아시아와 흑해로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날 수 없었다면 어떻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연구가 가능했겠는가? 서로 다른 생각의 만남이 없다면, 어떻게 논쟁과 논쟁을 통한 사유의 비상이 가능하겠는가? 그리스 사상의 다채로움이 그리스인들의 천재성에서 비롯했다면, 그들의 천재성은 다양한 삶의 장소와 이주의 가능성에서 비롯했다. 그리스인들에게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추수할 수 없는 바다”(『일리아스』 1. 315)다.
- 〈6장 행복한 삶의 길을 찾다〉 중에서

◆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서 작용하는 신적인 힘을 확인했고, 그것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그 이치를 끝까지 밝혀내려고 했다. 천계를 이루는 별에서부터 달 아래 세계에 존재하는 날파리, 하루살이, 도마뱀, 오징어, 악어, 코끼리 등 모든 것이 그에게는 경이로운 체험과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그의 저술 곳곳에서, 그 모든 하찮은 것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서양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차가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삶은 자연의 경이를 관찰하는 데 온전히 바쳐졌다.
- 〈7장 어느 국외자의 죽음이 남긴 것〉 중에서

구매가격 : 15,040 원

사브리나

도서정보 : 닉 드르나소 / arte / 2019년 12월 16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영화감독 박찬욱 추천!
“자극적인 묘사도 화려한 기법도 없지만,
단조롭게 정지된 프레임 안에서 유독한 감정이 스며나온다.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전염병처럼.”

영화평론가 이동진 추천!
“닉 드르나소는 인물들의 텅 빈 표정과 의례 절차를 수행하는 듯한 일상의 미니멀한 묘사를 통해 그들의 깊은 슬픔을 인상적으로 담아내며 망상이 뒤범벅된 거짓 해석의 폭력을 소름 끼치는 실감으로 그려낸다. 『사브리나』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형태를 달리해 지금 이곳에서도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 그래픽노블 최초 맨부커상 후보작
★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새로운 재능상’
★「마션」 드루 고더드 각본, 제작 영화화 예정
★ 뉴욕타임스, 가디언 선정 ‘올해의 책’

★ 맨부커상 50년 역사상 처음 후보에 오른 그래픽노블!
“우리 모두 이 책을 읽고 쓰러졌다!”
_맨부커상 심사위원단

★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현대인의 악몽을 철저하게 까발린 진정 충격적인 예술작품.” _뉴욕타임스

그래픽노블의 한계를 뛰어넘은
충격적이고도 아름다운 예술작품


◎ 도서 소개

그래픽노블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사브리나』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사브리나』는 평범한 여성 사브리나가 아무 이유 없이 끔찍한 일을 당한 후 그 사건이 미디어와 SNS를 통해서 퍼져나가면서, 남겨진 주위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이 책을 읽고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전염병과 같은 책”이라고 극찬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신적 고통을 이겨나가는지 보고 싶다면, 읽긴 읽되 함부로 권하지는 마시라.”라고 추천사에 밝혔다.
닉 드르나소는 첫 작품 『베벌리(Beverly)』로 큰 주목을 받고 만화계의 천재로 떠오른 신예작가다. 『베벌리』는 LA타임스 ‘최고의 그래픽노블상’과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새로운 발견상’을 받았다. 이 작품 역시 아르테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두 번째 작품인 이 책 『사브리나』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새로운 재능상’을 받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름과 동시에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뉴스위크 등 유수의 다수 언론지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영화화 또한 예정되어, 「마션」의 각본가로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어낸 드류 고더드가 이번에도 각본을 담당하고, 제작에도 참여하기 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이름 높은 상이다. 1969년 제정된 이 유서 깊은 상에 그래픽노블이 최초로 후보작으로 오른 것은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이는 ‘문학’의 경계가 확장되어 더 넓은 포용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래픽노블이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적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닉 드르나소는 1989년생으로 이제 겨우 두 권의 그래픽노블을 세상에 선보였을 뿐인 신인작가이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맹세코 범인이 누구건 잡히면 죽여버릴 거야.
농담 아니야. 정말 죽일 거야.
만약 놈이 죽었으면… 그리고 그녀도 죽었으면, 난 자살할 거야.”


잔혹한 범죄 사건과 그 뒤로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유희거리로 만드는 미디어와 SNS 뒤에 숨은 또 다른 사람들

공군에서 기술병으로 근무하는 캘빈, 그에게 어릴 적 친구 테디가 찾아온다. 테디는 여자 친구 사브리나가 실종되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였다. 캘빈은 아내와 딸이 떠나버리고 외롭게 지내던 차라 테디를 반갑게 맞는다. 테디는 캘빈의 집에서 옷도 입지 않은 채 속옷 차림으로 지내며,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밤에 일어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사브리나의 동생 산드라도 언니의 실종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언니가 지금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누구와 함께 있든, 어떤 위로를 받든, 매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렇게 사브리나의 주변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언론사에 수상한 비디오테이프가 도착한다. 기자는 비디오를 틀었다가 그 안에 담긴 끔찍한 내용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비디오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잔혹한 범죄 장면이 들어 있었다. 피해자는 실종됐던 사브리나. 심지어 동일한 내용의 비디오테이프가 전국 신문사와 정치가, 아나운서 들에게 배달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충격적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진짜 악몽은 바로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터넷에서는 사브리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온갖 억측과 음모가 들끓는다. 네티즌은 게시물과 댓글로 살인자를 옹호하거나 정부의 음모라 선동하면서 그녀의 사건을 한낱 유희거리로 만든다. 방송사는 괴로워하는 산드라를 찾아가 그녀가 울부짖는 모습을 촬영한다. 캘빈의 집 앞에도 기자들이 찾아오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그의 모습을 그대로 TV에 내보낸다. 테디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에 처박혀 음모론을 늘어놓는 라디오 방송만 내내 듣고 있다. 사브리나의 끔찍한 사건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더욱 잔인하게 진화하며 남은 사람들을 상처 입힌다.

“우리를 화나게 하지 마.
우린 네가 어디 사는지 항상 알고 있을 테니까.”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
그 속에서 위협받고 망가지는 한 인간의 삶

『사브리나』의 모든 에피소드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밀착 취재한 르포처럼 보인다. 우리는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미디어와 대중이 끔찍한 사건을 그저 자극적인 재미 요소로 소비하며 함부로 부풀리고 왜곡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악플(악성 인터넷 댓글)에 시달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것도, 때론 그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드물지 않아졌다. 그럼에도 충격과 슬픔은 잠깐일 뿐이다. 곧 잊어버리고 그다음 먹잇감으로 옮겨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캘빈은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이다. 그는 사브리나의 남자 친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얼굴과 집,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사브리나 사건’이 시민을 조종하려는 정부의 사기극이니, 진실을 밝히라며 협박 메일을 보낸다. 사브리나의 동생 산드라도 온갖 메일을 받는다. 그녀에게 사건을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윽박지르는 사람도, 불쌍하다며 기부금을 주겠다는 사람도, 이유도 없이 죽이겠다고 매일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극한으로 치닫는 듯하던 그들의 삶은, 또 다른 끔찍한 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순식간에 대중의 관심에서 잊힌다. 아마도 그 사건에 얽힌 누군가의 일상이 새롭게 파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많은 이가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가도, 여전히 불특정다수의 번뜩이는 칼날은 ‘실시간 검색어’ 사이에서 도사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잔인한 세상이 되었을까? 닉 드르나소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클릭하는 뉴스, 쉽게 다는 댓글, 관심을 얻기 위한 해시태그 하나에 담겨 있는 파괴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단지 즐거움을 위해 한 인간의 일상이 어떻게 위협받고 망가지는지,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그들의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닉 드르나소가 울리는 경종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러한 일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추천사

당신이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거나 지금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면 『사브리나』를 읽지 마시라. 이 그래픽노블은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전염병 또는 고주파가 포함된 백색소음, 독가스나 방사능 비슷한 것이다. 폭력을 묘사한 그림 한 칸 없고, 심지어 운동감을 표현하는 기법조차 하나 없이 정지된 프레임만 나열할 뿐인데, 인물들은 동글동글 귀엽게 그려지기까지 했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스며나오는 감정이 이처럼 유독하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신적 고통을 이겨나가는지 보고 싶다면, 읽긴 읽되 함부로 권하지는 마시라. 사랑하는 이들이 『사브리나』를 읽지 못하게 경고하시라. 내가 지금 그대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_박찬욱(영화감독)


? 이것은 확신에 찬 허위가 당황하는 진실을 압도하는 서늘한 세계다. 인식의 공백을 견뎌내지 못하는 얄팍한 조바심과 볼 수 없는 것을 기어이 보아내려는 호기심이 빚어낸 참혹한 풍경이다. 닉 드르나소는 인물들의 텅 빈 표정과 의례 절차를 수행하는 듯한 일상의 미니멀한 묘사를 통해 그들의 깊은 슬픔을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나는 핵심을 알고 있다.”는 오만과 “너는 주변을 연기하고 있다.”는 망상이 뒤범벅된 거짓 해석의 폭력을 소름 끼치는 실감으로 그려낸다. 여기에는 사건의 끔찍한 디테일을 찾아 책장 사이를 기웃거릴 독자들에 대한 고발까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사브리나』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형태를 달리해 지금 이곳에서도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_이동진(영화평론가)

? 생각하지 않으면 쓸려간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얼굴보다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각의 스크린. 그 안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본다. 닉 드르나소의 그래픽노블 『사브리나』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풍자한다. 실종과 살해, 자살이라는 비극을 둘러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멀고 가까운 곳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당신을, 나를 향해 발언하는 이야기. _이다혜(《씨네21》 기자, 작가)

? 신기한 일이다. 등장인물의 얼굴에는 표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거기에서는 그 어떤 다채로운 표정을 보았을 때보다 더 정확한 감정들이 읽힌다. 과연 우리는 사브리나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건의 맥락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애초에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고 어떤 사안을 정확히 알아갈 자격이 없는 존재들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호기심은 의문이 되고, 의문은 경악이 되고, 경악은 다시 뼈아픈 반성이 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당신은 멈출 수 없는 이 흐름에 하릴없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_이은선(영화 전문기자)


? 『사브리나』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로 미국의 악몽을 철저하게 까발렸다. 진정 충격적인 예술작품이다. _뉴욕타임스

? 한 인간의 고통을 둘러싼 내밀한 이야기이자 SNS 시대의 정치 허무주의를 꼬집는 소설.
_뉴요커

? 그래픽노블이 문학적으로 진일보했음을 보여줄뿐더러, 이 탈진실(post-truth)의 사회를 섬뜩하게 깨닫게 해준다. _가디언

?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는 장르를 불문하고 아주 탁월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나는 우리의 현재를 봤다. 이 소설은 아름답게 그리고 쓴 걸작으로, 정치적 논쟁의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위대한 예술작품의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다. 읽는 게 두려우면서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책. _재이디 스미스(소설가)

? 닉 드르나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가장 야심만만하고 개성이 강한 풍자 만화가이다. 소설적 허구를 창조해내기 위한 그의 열정은 여러모로 우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랄하고 소름이 오싹 끼치면서도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인 『사브리나』는 걸작 만화가 지니는 불가해한 힘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_에이드리언 토미네(만화가)

? 『사브리나』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닉 드르나소의 천재성과 자신감은 현대인의 본질과 그들이 처한 상태를 직시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토대로 유감없이 발휘됐다.
_조너선 레덤(소설가)




◎책 속에서
“무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난 그저 우리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산 거야. 만약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날 불러.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나는 이 무기들을 가방에 넣고 잠근 후에 이 벽장에 넣어놔. 벽장 열쇠는 항상 가지고 다니고. 그저 누군가 무슨 짓을 하려고 들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_20쪽

“맹세코 범인이 누구건 잡히면 죽여버릴 거야. 농담 아니야. 정말 죽일 거야. 만약 놈이 죽었으면… 그리고 그녀도 죽었으면, 난 그냥 자살할 거야. 진짜야.”
“그래, 이해해. 나라도 그런 심정일 거야.” _37쪽

“아아아악! 아아아악!”
“테디, 무슨 일이야?! 소리 좀 그만 질러!”
“아아아악!”
“그만해! 넌 악몽을 꾼 거야!” _46쪽

“있지…. 그 편지에 대해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끔찍한 일이야.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우리가 뭔가 놓친 게 있는 걸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잘은 모르지만. 우린 이 상황이 전형적인 납치나 몸값을 노린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잖아. 어쩌면 그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난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버스표는 아무 의미 없을지 몰라.” _54쪽

“미안해. 지금은 너랑 이렇게 앉아 있질 못하겠어. 난 정말 혼자 있고 싶어.”
“알았어. 내일 전화 줄래? 오늘 밤 무슨 짓을 저지를 건 아니지, 그렇지?”
“안 해.”
“내가 필요하면 제발 전화해. 다시 돌아올게.” _63쪽

“내가 테디에게 그 소식을 전하니까 테디가 그만 이성을 잃었어요. 내가 붙잡고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테디가 몸부림을 쳤죠. 우린 서로 붙들고 거실 여기저기에 부딪치다가 벽걸이 텔레비전을 쳐서 떨어뜨렸어요.”
“테디가 당신을 해칠까 봐 겁이 났나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 저 그 순간에는 테디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어요. 테디는 마치 악령에 씐 것처럼 히스테리를 일으켰어요.”
“테디가 자해를 할 수 있다고 느꼈나요?”
“모르겠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테디가 정신을 놔버렸으니까.” _75쪽

“모두에게 너무나 화가 나.”
“누구?”
“모두. 나 자신에게.”
“음, 이 일을 저지른 인간은 죽었으니까, 적어도….”
“세상에 그런 인간들은 차고 넘쳤어.”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면 안 되잖아.”
“난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짓은 하지 않았어, 제기랄. 사브리나는 이런 엿 같은 일을 당할 만한 짓은 안 했다고.” _103쪽

“그 사건은 이제는 너무 평범해진 조작된 비극의 특징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들은 모두 지난번 비극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연출되죠. 우린 이제 그런 자극에 아주 심하게 무디어졌습니다. 마치 그자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번 경쟁을 하는 것 같은 형국입니다. 그 사건이 두 달 전 발표됐을 때 불쾌한 부분을 모두 제거한 내용만 공개됐습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아마추어 탐정들께서 그 사건에 관한 기사들을 꼼꼼하게 읽고 모순되는 점, 사실이 아닌 점, 왜곡된 부분, 노골적인 거짓말을 찾아보길 적극 권장합니다.” _108쪽

- [Video] 나의 진가를 알아봐주지도 않고 날 영원히 잊어버린 곳에서 내가 뭘 하며 살아야 할까? 어디서 내 재능을 보여주지? 어떻게든 날 표현해야 하는데. 그걸 긍정적으로 할 수 없다면 부정적으로 해야겠지. 중요한 건 사람들이 날 기억하는 거야.
“이게 뭐야?”
“오늘 아침 덴버에서 일어난 사건이야. 이 자식이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올린 후에 탁아소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자살했어.”
“맙소사.” _143쪽

“네가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캘빈. 그 점을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
“그게 무슨 뜻이야?”
“거기 일을 여기와는 달라. 책상에만 앉아 있는 일이 아니라고.”
“아, 그렇지. 그건 괜찮아. 필요하면 출장 갈 준비는 언제든 돼 있으니까.”
“출장? 살인 임무가 떨어지면 어쩔래? 그럴 준비가 돼 있어?”
“뭐?”
“만약 너는 결코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 시민이 사라져야 한다면, 거기에 네가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해야 한다면? 그런 범죄에 기꺼이 가담할 수 있겠어?” _180쪽

구매가격 : 19,200 원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도서정보 : 요하네스 잘츠베델,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 / 21세기북스 / 2020년 0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출판사 서평

파괴된 성전의 대체물에서 문자로 된 권력이 되기까지
성서 생성과 전개의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고대 서사시와 성서의 이야기는 놀랄 만큼 닮았다. 그러나 성서는 유대교의 파괴된 성전을 대신했고, 복음서와 더불어 그리스도교의 강력한 경전이 되었다. 이처럼 기록을 통해 성서는 그 자체로 믿음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성서는 누구에 의해, 언제 기록되었을까? 이 책은 총 5부 27개의 이야기들을 통해 믿음과 의심 사이에 놓인 성서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쳐본다.
1부에서는 성서의 생성과 전개 과정을 폭넓게 짚어본 뒤 신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통용되는 이론과 여전히 탐구 중인 논쟁들을 이야기한다. 그에 의하면 성서는 역사적 핵심에 창작된 이야기가 덧붙은 형태이며, 이런 결론 또한 이후 연구를 통해 충분히 전복될 수 있다.
2부에서는 유대교 성서가 기록되고 전달된 과정과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석한다. 모세, 다윗과 솔로몬, 시바 여왕 등 다양한 인물들의 숨겨진 의미를 통해 유대교 정신의 뿌리를 살펴보고 성서에서 제한하는 음식 규정을 통해 당시의 문화를 체험해본다.
3부에서는 그리스도교 경전으로서의 성서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유대교와 구분되었으며 내용상의 차이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여기에서 또한 역사적 관점의 합리적 의심은 언제나 동반된다.
4부에서는 성서 독점의 시대를 끝낸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의 험난한 과정을 따라가 본다. 뿐만 아니라 성서가 오늘날 어떻게 세계 권력의 중심이 되었는지 성서의 존재 의미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성서 발굴의 과학적 성과를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성서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 및 대중매체와의 접점을 소개한다. 종교 전쟁의 근거이자 세계 평화의 증거이기도 한 성서의 역사를 통해 종교를 둘러싼 미래를 함께 고민해본다.
뿐만 아니라 간략한 용어 해설과 시대별 연대표를 통해 한눈에 성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성서를 둘러싼 진실과 제기되는 의문을 통해 의심이 어떻게 확신으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종교적 믿음을 넘어 권력이 되는지, 성서에 관한 모든 논쟁의 중심들을 담았다.


한 권으로 집대성한 세계의 정신과 문화
성서는 인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

성서는 오랫동안 진실성을 의심받지 않았다. 17세기 이전까지 성서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으며, 모든 것은 믿음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서는 이제 더 이상 과학적, 역사적 논증과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면 내용 자체가 부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학문적 연구 성과들에도 성서는 여전히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이자 인류의 역사를 가장 방대하게 담고 있는 유일한 문서 모음집이다.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성서의 지위는 내용의 진위와는 무관하다.
역사가 언제나 가정인 것처럼, 성서를 둘러싼 연구 이론이나 관점 또한 언제든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성서가 많은 논쟁 속에서도 여전히 종교적, 철학적으로 의미를 잃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성서는 이런 빈자리 덕분에 언제나 새로 읽히고 연구된다. 성서를 둘러싼 종교 전쟁의 근거를 오늘날 세계 평화의 증거로 사용하려는 노력도 이와 관련된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성서에 관한 탐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성서는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망라함으로써, 성서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해준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성서의 개괄적인 소개와 분류뿐만 아니라 성서 구절에 담긴 세세한 의미까지 다룸으로써 폭넓은 이해를 이끈다. 성서가 기록된 때부터 절대 믿음의 시대를 넘어 계몽주의 이후에 이르기까지, 성서가 자리하던 시공간 곳곳에 함께 멈춰서보자.




언론 위의 언론! 전 세계의 지식! 모두의 교양!
거울(Spiegel)처럼 한 치의 굴곡 없이 현실을 드러내다!

슈피겔 시리즈는 1947년 창간한 이래 170여 개국 매주 110만 부 이상이 발행되는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특별판을 엮은 기획 시리즈입니다. 《슈피겔 역사(Geschichte)》 《슈피겔 지식(Wissen)》 《슈피겔 전기(Biografie)》 《슈피겔 스페셜(Spezial)》이라는 주제 아래 세계의 역사와 인문학, 과학, 인물 등을 여러 학자의 균형 잡힌 시선으로 분석한 저널리즘의 정수입니다.

구매가격 : 14,400 원

오늘의 SF

도서정보 : 연상호 / arte / 2019년 12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출판사 서평

▶ SF, 인터뷰, 비평, 칼럼, 에세이, 리뷰 등 SF를 만나는 가장 신선한 방법!

한국 SF 소설은 《오늘의 SF》의 핵심이다. 매호 한국 SF 작가들의 신작 6편을 소개한다. 창간호에서는 중편에 김창규, 단편에 박해울, 해도연, 김초엽, 듀나, 초단편에 김이환, 김현재의 소설을 발표한다. 『우리가 추방된 세계』, 『삼사라』의 김창규 작가는 중단편 「복원」으로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우리가 아는 모든 아날로그적인 것이 유물이 된 시대에서 일어난 살해 사건과 이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진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기파』 로 2018년 제3회 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박해울은 단편 「희망을 사랑해」로 과학기술이 고도화되어 생명조차 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에 더욱 더 요구되는 생명에 대한 윤리의식을 생각해 보게 한다. 『외계행성』을 쓴 천문학자이자 SF 작가인 해도연은 단편 「밤의 끝에서」에서 항성간비행을 오랫동안 꿈꾼 이들의 모험을 통해 광활한 우주 공간을 하나로 잇는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김초엽은 단편 「인지 공간」에서 ‘인지 공간’이라는 거대한 공동 지식으로 살아 움직이는 격자 공간을 지키는 이와 그 공간 너머의 지식을 탐구하는 이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흘려보내는 기록과 기억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한국 1세대 SF 작가이자 영화평론가 듀나는 단편 「대본 밖에서」를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보여 주며, 마치 한 편의 드라마이자 영화이자 게임과도 같은 단편을 선보인다.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를 쓴 김이환은 「친절한 존」에서, AI 파트너가 보편화된 세계를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서 그린다. 중단편 「웬델른」으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한 김현재는 「평원으로」에서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보호복을 입고 살아가는 한 우주인과 그와 재회한 또 다른 생명체들을 통해 모든 존재와 생명을 관통하는 보살핌이라는 감정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편으로 풀어낸다.
크리틱은 《오늘의 SF》의 야심 찬 기획이다. 한국 SF 작가를 심층 조명하는 ‘작가론’에서 『위저드 베이커리』, 『버드 스트라이크』, 『아가미』, 『파과』 등으로 독창적인 스타일과 작품 세계를 구축한 구병모의 작품 세계를 문학평론가 김지은이 손, 귀, 폐, 입술과 성대, 뼈, 날개, 심장과 같은 ’신체’와 결부시켜 섬세하게 분석했다.
인터뷰를 통해 SF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 혹은 작품 안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부산행〉 감독이자 〈돼지의 왕〉, 〈사이비〉 등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의 인터뷰를 이다혜 기자의 밀도 높은 질문으로 만날 수 있다. 창작자들이라면 연상호의 인터뷰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SF계의 스타 배명훈 작가와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편집위원이자 SF 전문 편집자인 최지혜는 배명훈의 작품과 그 작품들이 보여 주는 궤적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이끌어 낸다.
SF가 아닌, 그러나 SF가 발을 딛고 있고 또 손을 맞잡고 있는 인접 영역의 연구자들이 쓴 세 편의 칼럼은 SF의 저변을 확장하고자 하는 《오늘의 SF》의 기획 의도를 잘 보여 준다. 오정연 작가의 칼럼은 SF와 영화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드러내며, 『해러웨이 선언문』을 번역한 과학도이자 인류학자인 황희선의 칼럼은 해러웨이의 철학이 지적으로 펼쳐 보인 오늘날 SF의 의미를 힘주어 전달한다. 변호사이자 예술가인 김원영은 그의 칼럼에서 “SF가 장애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반문함으로써 오히려 SF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한층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밖에도 전혜진 작가의 「『대리전』과 함께하는 부천 산책」, 정보라 작가의 「SF 작가로 산다는 것」 두 편의 에세이와 정세랑 작가, 정소연 작가, 이지용 교수, 이강영 교수, 듀나 작가가 고심 끝에 선정한 다섯 편의 SF를 다룬 리뷰는 또 다른 흥미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길을 독자들에게 활짝 열어 준다.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오늘의 SF》의 네 가지 특징!

① 《오늘의 SF》는 과학, 문학, 페미니즘적 관점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 《오늘의 SF》는 한국 SF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과학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을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에서 살펴본다. 아이디어와 사고실험, 비판과 성찰, 변화의 문학으로 일컬어지는 SF와 다른 영역과의 접점을 소수자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보여 주고자 한다.
② 《오늘의 SF》에는 특정 테마가 없다.
? 테마에 맞추어 소설을 청탁해 주제와 소재를 제한하기보다는 작가 개개인의 개성과 세계관을 잘 담고 있는 새로운 소설과 비소설을 싣는다. 중견, 신인을 포함한 SF 작가, 다양한 분야에서 SF에 대한 논의를 확장할 필진의 글을 싣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③ 《오늘의 SF》에는 검은 면과 흰 면이 있다.
? 검은 면에는 SF를, 흰 면에는 비소설을 싣는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곧 빠져드는 SF처럼, 색다른 물성과 독서 경험을 줄 것이다.
④ 《오늘의 SF》는 SF 비평의 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 특히 작가론은 SF 작가에 대한 비평이 부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야심 차게 기획한 코너이다. 그 첫 번째로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구병모 작가론을 싣는다. 이 코너가 『오늘의 SF』밖에서도 SF 비평을 확대하는 데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구매가격 : 1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