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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2

도서정보 : 김재훈 / 21세기북스 / 2019년 05월 24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수시로 탄생하고 간단히 도태되는 유행의 물결 속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상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어른 만화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시리즈의 두 번째 권!
최고의 지식교양만화가 김재훈이 20세기와 21세기에 탄생한 대표적인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를 만화로 유쾌하고 선명하게 소개하는 이 책은 2010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디자인 캐리커처』의 개정증보판이다. 미국 산업디자인의 원조인 레이먼드 로위, 브랜드 ‘버버리’의 상징인 트렌치코트, 현대 그래픽디자인의 선구자 엘 리시츠키…. 전투기에서 버버리 코트까지, 건축에서 스와치 시계까지, 초콜릿에서 헬베티카 서체까지. 분야와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생한 현대 디자인사가 펼쳐진다.




??? 출판사 리뷰

낯선 현대문화사를 그림으로 풀어 읽는 지식교양만화책
허들은 낮추고 퀄리티는 높인 현대 디자인사!

상식을 업그레이드해주고 대화에 품격을 더해주는 지식과 교양을 만화로 만나는 어른들을 위한 정보만화 시리즈 ‘지식만만’의 첫 권 『더 디자인The Design』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0년 처음 출간되어 현대 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를 짚어주었던 『디자인 캐리커처』의 개정증보판이다.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마땅한 입문서가 없어 고민하던 독자의 눈높이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내용을 고치고 정보를 업데이트했으며 유의미한 챕터들을 추가하여 보기 쉽게 재편했다.
이 책은 21세기북스에서 런칭하는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이하 지식만만)’ 시리즈의 첫 권이다. 궁금하지만 따로 시간 내어 공부하기는 어려운 지식을 만화로 알려주는 어른을 위한 지식교양만화 기획이다. 청소년부터 대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이 시리즈를 통해 적은 시간을 투자해 일반 상식을 채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 첫 권에서는 현대 문화사라는 언뜻 생소한 분야를 디자인이라는 보다 익숙한 주제로 풀어 쉽게 입문할 수 있다.

만화 캐릭터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된 미키 마우스, 그림 기호 체계 아이소타이프…
누구나 아는 디자인의 아무도 모르는 뒷이야기

미키 마우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가 디즈니가 수십 년에 걸쳐 수정해온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신호등이나 비상구 속 머리가 둥글고 모양이 단순한 인간의 기호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없지만 그것이 그림 기호 문법 체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고딕체를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처음 고딕체가 등장했을 때 그 모양의 기괴함 때문에 ‘그로테스크체’라고 불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 디자인The Design』에서는 누구나 알지만 깊이 있게 들여다본 적은 없는 디자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명쾌하게 이야기해준다. 2권에서는 미국 산업디자인의 원조인 레이먼드 로위, 브랜드 ‘버버리’의 상징인 트렌치코트, 현대 그래픽디자인의 선구자 엘 리시츠키 등등 분야와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생한 현대 디자인사를 만날 수 있다. 캐릭터디자인, 정보디자인, 그래픽디자인, 타이포그래피디자인 등 지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에서의 디자인을 주로 살펴보는 동시에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과 그 고민을 통해 펼쳐진 사회적 운동에 대해서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디자인을 아는 것은 곧 다가올 트렌드를 읽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고 안목을 높이는 일은 필수적이다. 디자인은 대상의 외관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공간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환경과 인간을 돌보는 일에까지 손을 뻗는다.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운 것과 취향의 문제를 넘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개인의 인생을 업그레이드하며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무기인 셈이다. 디자인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곧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삶의 개선을 향한 고민이기도 하다.
디자인이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디자이너라는 전문직 종사자만의 영역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불편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함께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히 유명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하고 정의한다. 또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올바른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만화적인 위트와 유쾌함, 그리고 재미는 덤이다.

구매가격 : 13,440 원

마법천자문 45

도서정보 : 김현수 / 아울북 / 2019년 05월 27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45권 소개

암흑계에서 벌어진 폭동!
한편, 삼장의 몸은 암흑계의 어둠의 힘에 점점 약해져만 간다.
불완전한 부활의 이유를 조사하던 암흑상제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는데….

갑자기 울려 퍼지는 큰 소리에 암흑상제와 암흑노야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중죄탕으로 향하고, 배신의 낙인에서 깨어난 손오공도 여의필과 함께 암흑상제를 따라간다. 소동을 일으킨 인물은 다름아닌 잔혹마왕의 영혼! 잔혹마왕의 영혼이 정화의 본능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려는 암흑상제 앞에 황금왕의 영혼이 나타나 중죄탕의 영혼들을 이끌고 폭동을 일으킨다. 황금왕의 영혼은 죄의 찌꺼기가 암흑군단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부활의 기회가 없어진 데 불만을 품고 잔혹마왕을 비롯한 중죄탕의 영혼들을 이용하여 정화의 과정 없이 목욕탕을 탈출할 계획이었지만, 암흑상제에게 제압당한다.
황금왕의 만행에 화가 난 암흑상제는 황금왕을 당장 소멸시키려 하지만 몸에 이상을 느끼고 그만둔다. 삼장의 몸이 점점 약해지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 암흑상제는 불완전한 부활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진리의 호수’로 향한다. ‘진리의 호수’가 낸 답은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곧 교만지왕이 그 답을 뒷받침할 소식을 들고 나타난다. 과연 교만지왕이 암흑상제에게 전한 소식은 무엇일까요? 마법천자문 45권을 확인해 보세요!

◎ 45권 구성과 특징

마법천자문 시리즈, 무엇이 달라졌을까?

1. 한자 이미지 학습을 돕는 AR 영상 권당 41개 수록(1권만 AR 영상 43개)
- 표지, 본문, 한자카드까지 AR 영상으로 재미있게 한자를 배워요.
2. 한자를 직접 쓰며 익히는 AR 쓰기 기능
- 본문 AR적용 한자페이지를 비추면 한자쓰기를 할 수 있어요.
3. 한자카드 20장에 캐릭터 및 아이템 카드 추가(1권만 캐릭터 카드 2장)
- 기존에 없던 캐릭터 카드를 모아보세요.
4. 중국어 간체자 추가로 학습효과 강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와 중국어 간체자를 비교해보세요.
5. 스토리텔링 퀴즈를 통한 완벽한 마무리 학습
- 퀴즈를 풀다 보면 저절로 한자 실력이 높아져요.


마법천자문 개정판 AR은 어떻게 사용할까?
이미지 학습에서 쓰기 학습까지 도와주는 AR 체험해보기!

1.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마법천자문 공식앱(또는 ‘마공앱’)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2. 앱을 실행하고 책 또는 카드를 비춰보세요.
3. 한번 인식된 AR 영상은 크기를 조절하거나, 방향 전환도 할 수 있어요.
4. 개성 있는 AR 영상을 연출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보세요.
5. 내가 만든 마법천자문 AR 콘텐츠를 친구들과 공유해보세요.

구매가격 : 11,200 원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도서정보 : 켄 로빈슨, 루 애로니카 / 21세기북스 / 2019년 05월 2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시험 공장으로 전락한 학교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죽어가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켄 로빈슨 박사는 교육 개혁을 이끄는 세계적인 선도자로, 그의 테드(TED) 강연 ‘학교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Do School Kills Creativity?)’는 5,7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13년 연속 테드 최고의 명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 테드 강연을 구체화하여 2015년에 출간한 『학교혁명』은 이 시대 최고의 교육서로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는 바로 그 『학교혁명』의 후속작이다. 책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며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학습’을 즐긴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즐거움으로서가 아니라 인내로서 학습을 배우며, 창의력 대신 성적이라는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획일적인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19세기에 대중교육이 도입된 이래 지속되어온, 학교의 전형적인 운영 방식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갇힌 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만을 반복하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야 하는 진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켄 로빈슨 박사는 “모든 학교가 같은 모습일 필요도, 모든 아이들이 같은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아이의 교육을 지원하는 방법과 원칙을 제시하며, 나아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같이 교육 시스템 밖의 선택지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이 직장을 갖거나 더 높은 교육과정으로 가기 위한 예비단계라고 착각하고, 세간의 성공신화에 휘둘려 아이에게 인내의 학습을 강요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삶은 결코 이후의 삶을 위한 리허설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습을 즐거움 자체로 받아들여 개개인의 잠재된 재능과 능력을 발견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학교와 부모의 임무라는 것, 바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 추천사

자녀의 학교생활이 걱정되는가?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켄 로빈슨 박사의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로빈슨 박사는 이 책에서 소위 ‘헬리콥터 부모’가 되지 않으면서도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궁극적으로 자녀의 행복과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애덤 그랜트 와튼 스쿨 교수, 『오리지널스』 저자



내 자녀에게 꼭 맞는 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로빈슨 박사는 이 책에서 자녀 교육에 필요한 일반적인 조언과 더불어 각종 기술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다. 또한 학교교육에 대해 불안과 걱정, 분노를 느끼는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아이에게 꼭 맞는 최고의 교육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즐겁고 효율적인 학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커커스리뷰〉



꼭 읽어봐야 할,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학교와 학습, 창조적 사고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든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는 말랄라』 저자



이 책은 교육의 획기적인 변화에 대한 영감을 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제시하고 있다. 켄 로빈슨 박사는 우리가 학교와 학습, 가장 중요하게는 아이들의 열정과 재능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오늘날 교육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견해이며,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동조한다.

브레네 브라운 『마음가면』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 저자




◎ 출판사 서평

13년 연속 1위 TED 최고 명강연 ‘학교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학교혁명』의 후속작!

켄 로빈슨 박사의 ‘학교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는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출연하는 TED의 수많은 강연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강연으로 손꼽힌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13년 연속 최다 조회 강연 1위, 5,7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켄 로빈슨 박사는 평생 교육계에 몸담고 창의성 계발과 인적자원 혁신에 몰두해온 세계적인 교육 개혁가다. 그는 테드 강연과 『학교혁명』을 비롯한 저서들을 통해 ‘표준화’라는 명목 아래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획일적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며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법에 대해 주창했다. 특히 이 시대 최고의 교육서로 평가받는 『학교혁명』에는, 우리 아이들이 일상생활과 직업에서 맞닥뜨리게 될 각종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육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관한 지침이 담겨 있다.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는 『학교혁명』의 속편으로, 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의 대응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책은 기존의 교육 체계 안에서 아이의 교육을 지원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며, 나아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언스쿨링처럼 기존의 교육 체계 이외의 선택지를 선택할 경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무엇이 학교를 즐거움이 아니라 인내의 공간으로 만들었나?
서로 다른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이 왜 비슷한 어른들로 자라나는가?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교육 수준 향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물론 이들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에 있다.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란 대개 선택형 객관식 문제를 내는 표준화된 시험이다. 더군다나 교과 과정이 주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시험 역시 수학이나 과학, 국어 과목을 중심으로 치러진다.
이 같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은 교육 수준 향상을 자극하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학생과 교사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마다 수도 없이 치러지는 수많은 시험은 학생은 물론 부모에게까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중압감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대학 진학이라는 명목하에 1년에도 몇십 회의 모의고사가 치러지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체육, 미술, 외국어를 비롯한 과목들은 필수과목임에도 교과 과정에서 배제되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며,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어왔다.
그동안 수천억, 수조 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이 같은 시험 중심의 제도는 실질적인 교육 수준의 향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학, 과학, 국어 시험 위주의 문화가 이들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성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교사들 역시 이른바 ‘시험 공장’에서 자잘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전문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시간은 줄어들었다. 교육이 즐거움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심어주는 존재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내 아이가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아이들의 장점은 발휘되지 못하고 단점만 부각돼요. 자존감보다는 성적이 우선시되는 게 현실이죠.”
“과연 학교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지금의 교육체제하에서는 아이들의 역량이 마음껏 발휘될 수 없을 뿐더러, 학습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을 이겨내는 능력 또한 얻을 수 없을 거예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녀 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우려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학부모가 남긴 댓글이다. 획일화된 접근방식, 그리고 교육정책을 감독할 권리조차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교육제도가 아이들을 점점 더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부모의 노력이 있다. 교육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장 첫 단계는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싶은지, 어떤 학교가 그 교육을 제공해줄 수 있을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내 자녀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지식을 습득하기를 원하는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에서는 적절한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가? 각종 도전에 참가하며 자신감 있고 능력 있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바로 이 책이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 책 속에서

아이들 역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여러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교육이 아이들의 현재 삶에 치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가 훗날 어떤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며 살아가느냐는 바로 지금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아이가 편협한 틀 속에 갇혀 교육받을 경우 잠재된 재능이나 흥미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고, 현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미래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버릴 수 있다.

― 제1장 교육 방향을 잡아라



이제 아이는 잠시 잊어보자. 부모에게도 부모의 삶이 있다. 여러분은 부모로서 매일같이 온갖 압박에 시달리며 산다. 직장인으로서, 부모로서, 남편 또는 아내로서, 사회인으로서 모든 역할을 동시에 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것이다. 물론 부모의 역할은 혼자 하지 않는다. 아내 또는 남편이라는 동반자가 있다. 가족의 형태가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부모의 존재는 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대도시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라면 말이다. 여러분이 두 명(혹은 그 이상)의 부모 가운데 한 명이라면, 여러분과 자녀의 관계는 부모 두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나머지 한 명의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부모 각자가 자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아버지와 자녀,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도 달라지는 셈이다. 더 가까워질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있다

― 제2장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알라



오늘날 교육의 뿌리 깊은 문제 중 하나는 학교에 아이들의 지적 능력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접근방식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부모로서 이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에서 성취란 여전히 학문적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체로 학문적 능력과 전체적인 지적 수준을 혼동한다. 학문적 능력에는 다양한 종류의 언어적?수학적 추론 능력이 포함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글쓰기와 수 계산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문적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인 지적 능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그랬다면, 인류 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지루했을 것이다.

― 제3장 자녀를 제대로 알라



요즘 아이들이 특별히 더 정신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실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실제로 느끼는 정신적 압박의 강도와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의 스트레스 강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거의 절반은 심각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가 알아차린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 세 명 중 한 명이 극도의 정신적 압박을 느낀다고 대답했지만, 이를 인지한 부모는 스무 명 가운데 채 한 명도 되지 않았다. 또 40퍼센트의 학생이 두통을 겪는다고 응답했지만, 13퍼센트의 부모만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절반에 달하는 학생이 수면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이를 알고 있는 부모는 10퍼센트 남짓에 불과했다. 식이문제를 겪는 아이도 40퍼센트에 달했지만, 오직 8퍼센트의 부모만 인지하고 있었다.

― 제4장 자녀를 강하게 키워라



추상적 개념과 명제적 지식이라는 두 가지 분야는 모두 언어와 숫자에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이 그토록 많은 시간을 글쓰기와 계산하기에 할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지필고사 문화가 지배적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글쓰기와 계산하기는 중요한 능력이고, 교육을 통해 반드시 계발되어야 한다. 또한 그 자체로도 매우 귀중한 능력일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학습의 기초가 된다. 이렇듯 필수적인 능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3장에서 언급했듯 여러분의 자녀에게 필요한 지적 역량은 학문적인 능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교육의 네 가지 목적을 고려할 때, 교육은 학문적인 범위를 훨씬 넘어서야 한다.

― 제5장 학교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라



6장에서 살펴봤듯, 아직은 그 숫자가 미미하지만 학교라는 교육 시스템에서 탈피하는 학부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부모들은 믿음이 가지 않는 공교육을 거부하고 홈스쿨링과 언스쿨링이라는 자신만의 교육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지고 각종 네트워크가 점차 진화하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부모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 지식과 협력은 힘으로 이어진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이다.

― 제6장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라



요컨대 표준화된 교육의 위험성은 아이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다. 우리의 삶은 결코 한 가지 길을 따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로 예상치 못했던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흥미를 발견하고, 의외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제 학교는 한 가지 교육방식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제한하는 일이다. 또한 부모는 특정 분야의 전공이 취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화할수록 이 같은 생각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 제10장 사람은 표준화될 수 없다

구매가격 : 16,000 원

호모 아스트로룸:인류가 여행한 1천억분의 8

도서정보 : 이인호 / arte / 2019년 05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인류의 우주 진출은 과학소설(SF) 한 권에서 시작됐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우주탐사 이야기!


『우주형제』 고야마 쓰야 극찬!
***
출간 즉시 5만 부 판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문경수 과학탐험가 추천!

『코스모스』 앞에 좌절한 만국의 과학 독자여 고개를 들어 이 책을 보라!



인류가 우주를 향해 내디딘 첫 발자국은 SF 한 권에서 시작됐다!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우주탐사의 비밀들부터 우주 생활권 시대를 누릴 ‘호모 아스트로룸’ 시대를 앞둔 오늘까지. NASA 현역 엔지니어가 직접 들려주는 우주와 생명의 신비! 현실은 오늘도 책상 앞이지만 상상력은 성간우주 너머로 향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단 한 권의 우주탐사 연대기.







◎ 도서 소개

우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 암흑물질과 우주배경복사? 아니면 영화 〈그래비티〉에서 봤던 희고 둔한 우주복 안에서 숨을 몰아쉬는 우주 비행사와 좁은 우주선 창밖으로 새까맣게 보이는 텅 빈 우주 공간의 모습? CG로 만들어진 우주의 모습 속에 스스로를 대입하는 것보다, 암흑물질과 우주배경복사를 이해하는 나를 상상하기 더 어려운 사람이라면 여기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우주과학서가 있다!
일본 출간과 동시에 5만 부 판매 기록을 세운, NASA 현역 엔지니어 오노 마사히로의 『호모 아스트로룸-인류가 여행한 1천억분의 8』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마다 다채로운 과학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영화보다 영화 같은 에피소드들과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를 우주탐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1장에서는 쥘 베른의 SF 한 권에서 시작된 ‘로켓의 아버지’들의 꿈과 노력, 좌절과 성공의 드라마를 담았다. 2장에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만든 여러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도전, 3장에서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인류에게 보여준 한 무인 탐사선들의 활약상을 풀어 냈다. 4장에서는 저자가 개발하고 있는 화성 탐사차의 생명 탐사 기술과 원리를, 마지막 장에서는 외계 문명 탐색의 최신 결과와 앞으로의 우주탐사가 나아갈 방향성들을 소개해 준다. ‘기술과 원리’라는 말에 멈칫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강점은 오히려 이 ‘기술과 원리’ 부분에서 발휘되니 말이다. 만화 『우주형제』의 작가 쓰야 고야마의 일러스트와 저자의 친근한 비유가 만나, 책을 덮을 때쯤이면 이미 당신도 짝사랑을 그리는 마음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게 될 테다. 그리고 외계 문명과 접촉하여 호모 아스트로룸Homo Astrorum, 다시 말해 ‘우주의 사람’으로 진화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상상력에 함께 가슴 설레게 되리라.


★좌 ★절★금★지★ 공식 하나 없이 우주를 그리고 가슴을 뛰게 하는
NASA 현역 엔지니어의 감동 백배, 감성 충전, 우주탐사 대서사시!

NASA에서 일하는 과학자라고 하면 보통 직장인들과는 다른, 뭔가 멋지고 그럴싸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엔지니어인 저자는 책상에 앉아 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버그를 잡는 데 여념이 없고, 상사에게 닦달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어쩐지 과학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그럴 때 저자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하는 상상만은 남다르다. 자신이 개발한 우주탐사차가 화성의 붉은 땅 위를 달리는 모습, 그 우주탐사차가 지구 밖에서 생명을 찾아내는 순간의 환희, 결국 외계 문명과 교류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혜를 얻고 인류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미래까지 뻗어 나간다.
저자 오노 마사히로와 우주탐사의 역사를 만들어 온 여러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공유하는 순간이 바로 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우주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키워 내는 상상의 시간이다. 대포를 쏘아 달에 간다는 쥘 베른의 상상이 ‘로켓의 아버지’ 폰 브라운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도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개리 플렌드로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12년 만에 ‘통과’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떠올린 순간도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이 친절하고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꾼은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그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 낸다. 『호모 아스트로룸』을 펼치는 순간 당신도 가슴 뛰는 그 상상의 시간 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된다.


과학자의 반항은 인류에 도움이 된다?
우주탐사에 얽힌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사실들!

우주에 대한 열망은 가끔 과학자들을 반항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반항들이 바로 인류를 우주로 한 발짝씩 가까워지게 했다. 저자는 인류의 우주탐사 역사를 ‘상식을 믿지 않는 고집 센 선구자들의 연구가 불가능을 이겨 낸‘ 과정이자 결과라고 말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우주를 비행한 최초의 디지털컴퓨터, ‘아폴로 유도 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컴퓨터와 여기에 탑재되었던 소프트웨어의 존재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NASA의 프로그래머 마거릿 해밀턴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도입하려 했을 때 조종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우주 비행사들은 프로그램의 존재를 모욕이자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폴로에 탑재시킨 마거릿 해밀턴 덕분에 아폴로 11호는 위기를 극복하고 최초의 달 착륙선이 될 수 있었다.
보이저호를 해왕성 너머로 보내어 인류를 새로운 세계들과 조우하게 한 스윙바이(접근통과) 항법은 NASA 제트추진연구소 안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더군다나 끈질긴 노력으로 승인을 얻어 낸 뒤에도 예산 문제로 목성에서 탐사 계획을 끝내야 했다. 하지만 로저 버크를 포함한 제트추진연구소의 기술자들은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몰래 목성 너머로의 탐사 계획을 추진했다. 기술자들의 반항으로 승인 없이 탑재된 프로그램 덕분에 보이저호는 목성을 넘어 토성과 해왕성을 넘어, 지금은 성간 우주 너머를 항해 중이다.


우리가 아는 우주가 8/100,000,000,000뿐이라면?
어깨만큼 굳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1000억 가지 ‘다른 세계’를 향한 여행!

“천체들이 당신을 부르고, 당신의 주위를 돌고, 당신에게 영원한 광채를 보여 주고 있는데 당신의 눈은 오로지 땅만 보고 있구나.” 저자가 전달하려는 우주탐사의 의미를 단테의 이 문장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가 우주와 생명,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방법이 바로 우주탐사다. 그리고 그중 가장 먼저 고안한 방법이 망원경을 통한 천체 관측이었다. 이런 노력은 유인우주선과 우주탐사선 등의 기술적 노력으로 어이지고 보완되었다. 그 와중에 드넓은 우주 속 우리의 고독이 끝날 것인지는 희망과 절망으로 계속 자리를 바꾸어 왔다. 그리고 최근 50년 동안 다시 우리는 고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우주에 또 다른 생명이 존재할 증거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관측 기기들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단순히 수백, 수천을 넘는 별의 숫자 그 이상이다. 예를 들어 태양 주변에 있는 페가수스자리 51b는 1년이 고작 4일 뿐이고, 표면 온도는 섭씨 1000도씨를 넘는 행성이다. 이런 별들이 보여 주는 ‘다른 세계’들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라는 좁은 세계를 넘어서 정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다양성을 일깨우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들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류는 보이저와 카시니 궤도선, 하위헌스 착륙선 덕분에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 있는 활화산 9개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엔켈라두스에 있는 바다와 호수, 간헐천의 존재를, 다시 말해 지구 바깥에 ‘살아 있는 세계’를 알게 됐다. 하지만 은하계에 존재하는 행성은 약 1000억 개다. 그중 우리가 ‘아는’ 행성은 고작 8개다. 저자는 우주탐사 기술이 우리의 우주관을 몇 번이고 다시 뒤바꿀 것이라 말한다. 우리는 정말로 아직 우주를 모른다.
저자는 인류가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좀 더 현명해진다면, 외계 문명과도 만나게 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은하 인터넷’에 접속해서 은하 문명 전체와 인류가 연결되고 지금까지 인류가 상상해 온 우주여행 방법을 초월해 우주를 여행할 수 있게 될 날을 상상한다. 저자가 상상하는 VR를 사용해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한다든지, 복제 인간을 보낸다든지 하는 새로운 우주여행 방법에는 기술적인 문제들 외에도 철학적, 윤리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주 문명과 연결된 ‘호모 아스트로룸’은 우리보다 좀 더 지혜롭지 않을까? 이 지혜로운 새 인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저자가 인용한 쥘 베른의 말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될 것이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실현할 수 있다.”

꿈만 같은 일들은 실제로 꿈처럼 허황해 보이는 상상력과 열망이 이뤄 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호모 아스트로룸』은 말 그대로 어떤 자리에서든, 교실 책상이든 사무실 책상이든 지옥 같은 출퇴근길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상상력과 열망을 불태우고, 상식과 싸워 내 그 바깥의 ‘다른 세계’에서 희망을 이뤄 낼 에너지를 우리에게 불어넣는다.




◎ 추천의 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서일 수도 있고, 망원경으로 처음 본 토성의 고리에 감동을 받아서일 수도 있고, 우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일 수도 있다. 쥘 베른의 책이 로켓 개발의 선구자들에게 우주에 대한 열망을 키워주었듯이 이 책도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우주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이 잘 보여 준다.
이강환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엔지니어이기 전에 쥘 베른의 소설을 읽고 우주를 꿈꾸던 스페이스 키드였던 저자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우주탐사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거기다 전 세계 우주 덕후들이 애정하는 만화 『우주형제』 작가, 쓰야 고야마의 삽화와 추천이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 책을 덮을 때쯤 당신은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충만한 스페이스 키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문경수 * 과학탐험가


◎ 책 속에서

오늘날에는 로켓으로 우주에 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어떤 상식도 과거에는 상식이 아니었다. (…) 19세기에 로켓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로켓이 오늘날의 로켓형 폭죽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행거리도 짧았고 과녁에 명중시키기도 어려웠다. (…) 당시에 로켓은 한물간 600년 전 기술이었고 대포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때에는 로켓 같은 구닥다리 기술로 우주에 간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럼 우주 비행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켓이 답이다.” 로켓의 아버지들은 바로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우주공학사상 최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600년 전 기술이 우주로 가는 열쇠였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제1장 - 지구에 ‘무언가’가 싹트다 중에서**

마거릿 해밀턴이라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젊은 여성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해밀턴은 ‘소프트웨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에 어떤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는 아폴로 11호를 착륙 직전에 발생했던 위기에서 구했다. (…) 해밀턴은 생각했다. ‘만약 실제 비행 중에 우주 비행사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면 어떻게 될까? 우주 비행사도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하는 법 아닌가?’ (…)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해밀턴 팀은 아폴로의 소프트웨어에 중요한 기능을 탑재했다. 만약 컴퓨터가 멈출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일단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우주 비행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프로그램만을 다시 실행하는 기능이었다.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경고 번호를 정했다. 바로 ‘1202’였다.
**제2장 - 작은 한 걸음 중에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대학원생 게리 플랜드로Gary Flandro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1983년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전갈자리에서 사수자리에 걸친 대략 50도 범위에 늘어선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1976년부터 1978년 사이에 탐사선을 쏘아 올리면, 이 네 행성을 모두 순서대로 거쳐 갈 수 있었다. (…) 1983년 이전에는 1800년경에 같은 기회가 있었다. 물론 그때는 탐사선을 쏘아 올릴 기술이 없었다. 다음 기회는 22세기였다. 어쩜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마침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행성 탐사선을 만드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 무렵에 175년에 한 번 있는 기회가 찾아오다니 말이다. (…) 행성은 고독하게 우주를 수십억 년이나 떠돌면서 계속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고대인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느꼈던 ‘운명’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제3장 - 우리가 아는 우주 중에서**

기술자들은 보이저 2호의 궤도에 관한 ‘비밀’을 밝혔다. 행성과 위성의 위치 관계상, 타이탄을 방문하면 천왕성과 해왕성으로는 갈 수 없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1호의 궤도는 타이탄으로 가는 쪽이었다. 그런데 2호의 궤도는 둘 중 한 궤도를 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토성에 접근하는 각도와 거리를 조정함으로써, 스윙바이 후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술자들이 숨겼던 비밀이었다. (…) 보이저의 임무를 계획한 JPL의 기술자 로저 버크도 이 음모를 꾸민 사람 중 하나였다. 버크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관료주의에 맞선 기술자의 작은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전 인류의 영구적인 이익을 위한 일이었지요.” 1981년 8월, 토성은 그 거대한 중력으로 보이저 2호의 궤도를 바꿔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게 했다. 아직 그 누구도 다가간 적이 없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향한 여정이었다.
**제3장 - 우리가 아는 우주 중에서**

마스 2020 계획에서 엔지니어가 맡는 업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착륙 후보 지점을 선정하는 일이다. 기술자들은 과학자들이 선정한 각 후보 지점에서 탐사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지 해석한다. 또 다른 일은 탐사차의 자동운전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 화성 탐사차 개발이라고 하면 아주 근사한 일 같지만, 내가 평소에 하는 일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매일 수만 줄이나 되는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 일하다 지쳐 피곤할 때면 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상상에 빠진다. 몇 년 후에 이 탐사차가 화성에 도착해서, 내가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붉은 땅 위를 달릴 것이다. 그리고 탐사차가 채집한 화성 암석이, 수십 년 후에는 지구로 돌아올 것이다. 이 탐사차를 통해 사상 최초로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지도 모른다. 즉, 인류사에 영원히 남을 대발견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상이 항상 나를 북돋아 준다. 나는 눈을 뜨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제4장 - 우리는 고독한가? 중에서**

유로파 클리퍼에는 얼음 투과 레이더를 탑재해 유로파의 바다를 감싼 얼음 껍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얼음 속에 숨어 있는 액체로 이루어진 물 주머니를 찾을 계획이다. 유로파 클리퍼 다음에는 유로파 착륙선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이 계획이 승인되면 2024년쯤에는 착륙선이 발사된다.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다. (…) 전지용량과 방사선 때문에 착륙선은 유로파에 착륙한 뒤, 약 20일밖에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5년이나 걸려 유로파까지 간 다음 20일밖에 살지 못하다니, 매미의 삶이 떠오른다. (…) 유로파 착륙선은 수명이 무척 짧기에 채취할 수 있는 표본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임무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대단히 비싼 삽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사상 최대의 발견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삽질이다.
**제4장 - 우리는 고독한가? 중에서**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행성 수는 2526개에 이른다. 이 중 30개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해비터블 존Habitable Zone) 안에 있고 크기가 지구의 두 배 이하인 행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외계 행성을 수백 개밖에 몰랐는데, 저예산 우주망원경 단 한 대 덕분에 행성을 무려 수천 개나 발견한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오직 백조자리 일부만을 관측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구와 같은 궤도를 도는 행성이 운 좋게 통과를 일으킬 확률은 약 200분의 1이다. 이런 조건인데도 무려 수천 개 행성을 발견했다. 관측 결과에 따라 추정해 본 결과, 은하에는 행성이 수천억 개나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천억’이 대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제5장 ? 호모 아스트로룸 중에서**

칼 세이건의 공상과학소설 『콘택트』에는 어떤 기계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거대한 구조물이 말없이 인류를 다음 단계로 인도했다. 이런 외계인의 메시지는 무슨 내용이었을까? (…) 어쩌면 ‘은하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이 쓰여 있지는 않을까? (…) 만약 은하 문명과 연결되면,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보다 훨씬 더 폭발적이고 비연속적인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이는 마치 베이징원인을 현대로 데려와서 인터넷을 쓰게 해 주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외계 문명과 처음으로 접촉한 날은 스푸트니크, 가가린, 아폴로 11호, 그리고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날 등과 함께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는 이른바 인류의 성인식이다. 그리하여 호모 사피엔스는 우주의 사람인 ‘호모 아스트로룸Homo Astrorum’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제5장 - 호모 아스트로룸 중에서**

때때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이동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류의 고정관념 아닐까? 나사 JPL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온사이트OnSight’라는 시스템이 있다. JPL이 가진 화성의 삼차원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라고 하는 가상현실 안경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화성 탐사차 조종사는 가상현실 속에서 화성을 걸으면서 탐사차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 (…) 그러면 인류는 지구에 육체를 둔 채, 수백 광년에서 수천 광년 떨어진 세계를 탐사할 수 있다. 그저 삼차원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세계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꽃향기를 맡으며, 발바닥을 통해 흙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5장 - 호모 아스트로룸 중에서**

구매가격 : 13,600 원

느낌의 진화

도서정보 : 안토니오 다마지오 / arte / 2019년 06월 1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태초에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

『데카르트의 오류』, 『일어난 일에 대한 느낌』, 『스피노자의 뇌』
‘다마지오 3부작’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저작!

박테리아부터 문화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만든 ‘느낌’



“도무지 인간들은 들을 생각이 없어.
과학이 세분화되어 온 오랜 역사 이후,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생물학적·사회적 존재의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마음의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학 분야의 지식을 재결합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새로운 과학 혁명의 시작이다!
_마누엘 카스텔스(캘리포니아 대학 사회학 명예 교수)

다마지오의 글은 화려한 문체와 다양한 사례의 제시 그리고 의학, 신경학, 철학, 문학 등을 넘나드는 기발하고 광범위한 추론적 전개로 유명하다. 『느낌의 진화』를 보고 나서 다시 다마지오 3부작을 펼친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_박한선(정신과 의사·신경인류학자)







◎ 도서 소개

세계적인 학자들이 손꼽는 석학 중의 석학!
‘감정’ 연구의 권위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신작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로 감정과 의사 결정에 관한 연구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작동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고,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심리학·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수한 과학 논문을 다수 발표해 미국 과학정보연구소에 의해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UN에서 주최한 ‘국제뇌교육컨퍼런스’에서 뇌과학과 신경과학 분야 석학으로서 ‘신경과학, 교육, 그리고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2008) 국내에서도 과학계에서 다마지오의 명성은 대단하다. 과학계 안팎의 ‘책벌레’들이 모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 꼽은 과학 도서 10종에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와 함께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가 선정되기도 했고(2007), 뇌과학자 정재승, 철학자 강신주, 생물학자 최재천 등 과학과 철학 및 각계 전문가들이 그의 책을 과학 명저로 꼽았다.
『느낌의 진화』는 ‘Self comes to mind’ 이후 그가 8년 만에 펴낸 신작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일본 등 총 8개국에 번역 계약됐으며, 《뉴욕타임스》, 《가디언》, 《르몽드》, 《네이처》,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 등 유력 매체에서 서평으로 다뤄 화제의 책으로 보도되었다. 이 책에서 다마지오는 감정이 의사 결정이나 행동, 의식, 자아 인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핵심 주장을 진화적 관점에서 논한다. 그는 생명의 탄생부터 인간 문명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긴 진화적 과정 동안 느낌과 감정이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원제, ‘만물의 놀라운 순서: 생명, 느낌, 그리고 문화의 형성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이 보여 주는 바, 생명과 문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화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

생명과 문화는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유지되는가?
느낌과 항상성을 통해 인간중심적 사유를 뒤집는다

생명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마음·감정·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사회적 행동과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 모든 시작에 ‘느낌’이 있다고 주장한다. 1부 「생명 활동과 항상성」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사회적 곤충, 자포동물 등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우리는 흔히 단세포생물에서 다세포생물로 진화하면서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습득해 나간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지능이 어느 수준 이상 발전한 후에 문화가 나타났으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성 중심 사고는 생물학적인 진실과 맞지 않는다. 느낌이 있었다. 느낌은 인간이 질문을 던지고 대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즉 창조적 지성이라고 여겨지는 정신 활동의 촉매제로서 지성 이전에 존재해 왔다.
그리고 느낌과 함께 주목해야 하는 개념이 바로 ‘항상성’이다. 느낌은 항상성의 대리인으로서, 항상성이 부족한 경우 부정적인 느낌으로 나타나고 항상성이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을 때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 식으로 둘은 연결되어 작동한다. 여기서 항상성은 균형과 안정과 같은 “중립적 상태”가 아니다. “좀 더 편안하고 좋은 상태를 향해 스스로를 상향 조절하는 생명의 작용”이다. 항상성은 고등 생물뿐만 아니라 단세포동물, 뇌는 고사하고 심지어 핵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박테리아 수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생명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항상성은 자연선택과 합리적인 이성에 의한 선택의 이면에 있는 가치이기 때문에 항상성을 진화의 맨 앞에 놓는 다마지오의 주장은 “만물의 놀라운 순서” 그 자체이다. 다마지오는 어쩌면 최초의 생명체가 마주했을 항상성의 요구가 유전물질보다 먼저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한국어판을 감수하고 해제한 박한선은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평생 연구해 온 신경계의 형성과 감정, 의식의 출현과 창조성 등을 진화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유전자의 출현 시점보다 항상성의 요구가 더 먼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복잡한 신경계도 사실은 감정을 조절하는 더욱 정교한 도구로서 뒤늦게 진화했다는 것”. 이러한 주장이 놀라운 이유도 진화적 관점에서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복제자 먼저replicator first’ 이론과 반대의 논의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부 「문화적 마음의 형성」에서는 인간의 지성을 가능하게 했던 신경계와 뇌의 작용을 주로 다룬다. 항상성의 작용이 지능을 만나면, 다양한 자극의 특징을 지도화한 뇌 작용의 결과물을 토대로 이미지를 창조하고 ‘마음’을 구성하게 된다. 다마지오는 신경계가 하는 수많은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지도 만들기’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신경계가 시각이나 사고 과정을 처리하듯 느낌을 처리한다는 가정이 우세했지만, 우리의 몸과 신경계는 분리할 수 없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고 그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도가 곧 마음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일어나는 순서도 순차적이지 않다. 박한선의 해제를 빌리면, 감정은 단순히 “뇌의 상태만이 아니라 표정과 자세, 근육의 긴장도, 심장의 맥박, 다양한 내분비 활동 등의 신체적 변화가 통합”되어 나타난다. 그렇게 “환경적 맥락과 과거의 기억, 여러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유발한다.”
3부 「문화적 마음의 작용」에서는 느낌과 항상성이 어떻게 문화적 도구를 생성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1·2부에서 다룬 조정자로서의 느낌과 항상성 작용이 문화에서도 발휘되어 왔음을 설명한다. 문화적 현상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 현상들이 유용한 기능적인 목표를 성취함에 따라 문화적 진화 과정에서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다마지오는 종교적 믿음, 도덕성, 정치적 관리 체계를 예로 들며, 문화의 목표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고 그로써 “유기체가 영향을 받는 과정을 재조정하고 제약을 가해 항상성을 회복”하려는 특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예술, 철학, 과학도 느낌과 항상성 상태를 이용한다. “고도로 잘 보존된 신경화학 메커니즘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쾌감을 만들어 내고, 인지적 유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끌어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미치는 식으로 선택되어 왔다는 것이다. 다마지오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머나 먼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지속하는 것은 느낌과 항상성이다.

문화의 위기 상황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희망과 비관의 두 세계 사이에서 찾은 가장 종합적인 사고!

『느낌의 진화』에서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생명과 문화 현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넘어서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고 체계를 뒤집는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도 꾀하고 있다. 한 예로, 현재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인 인지과학·인지신경과학·인공지능 등이 지나치게 인지 능력과 합리성에 기대어 왔다는 다마지오의 비판을 보자. 그는 인지과학계가 마음과 문화의 진화 역사에서 감정이 한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 문제 해결, 창조적 지능, 발명, 예측, 언어와 같은 능력만 강조해 왔다고 본다. 특히, 유기체를 알고리즘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사고에 내재된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사고의 배경에 기질과 환경이 별개라는 생각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로서 다마지오는 오늘날 느끼는 문화적 위기,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정보들을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이나 도구가 없는 대중”, “정보를 통제하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문화적 위기에 ‘생물학’이 있는지, 즉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지 묻는다. 흥미롭게도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실패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적 항상성의 생리학적 근거와 주요 관심은 항상성의 경계 안에 있는 유기체의 생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역적인 성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명 차원의 아주 큰 집단에서는 항상성이 자연발생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사회, 문화, 문명을 유기체에 비유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통합과 유리한 환경의 혜택을 목표로 한 문명의 단호한 노력이라는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문화적 ‘유기체’들은 한 덩어리로 합쳐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이 생물학의 영역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현재의 문화적 위기에 대한 해결 방법이나 그 실행들은 그 생물학적 기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는 시시포스의 신화와 같이 늘 좌절을 겪을지라도 늘 그랬듯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이 부여한 생명 조절 법칙으로 고통과 쾌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되는 세계”와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문화적 형태를 발명해 기본적인 다양성을 보충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세계”.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더 적절한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한선에 따르면 “의사이자 연구자이며 교육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우려와 조언은 “더 나은 인간 존재를 향한 그의 그치지 않는 따뜻한 의지”로서 “코나투스의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도 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느낌은 뇌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화학 분자와 신경 회로의 상호작용으로 뇌와 신체가 같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1. 인간 본성에 관하여 p. 23



문화라는 용어가 함축하는 노력과 성취의 주된 범주에는 예술, 철학적 탐구, 종교적 신념, 도덕적 능력, 정의, 정치제도와 시장, 은행과 같은 경제제도, 기술, 과학 등이 포함된다. 한 사회 집단을 다른 사회 집단과 구분짓는 생각, 태도, 관습, 방식, 제도 역시 전반적인 문화의 범위에 들어간다. 문화는 언어를 통해 그리고 애초에 문화가 만들어 낸 사물과 의식을 통해 전달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문화 또는 문화적 마음이라고 말할 때 포함할 수 있는 현상의 범위이다.

1. 인간 본성에 관하여 p. 25



항상성은 생명체의 생물학적 구조와 체제를 선택해 왔다. 그 덕분에 생명체는 미리 설계된 계획 없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진화 계보의 다양한 가지에서 발견되는 생물 종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항상성 개념은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 증거들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단지 생명 활동에 대한 ‘균형을 잡도록’ 조절하는 역할에 국한된 기존의 빈약한 항상성 개념과는 매우 다르다.

1. 인간 본성에 관하여 p. 40



환경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생명이 그 상태를 유지하고 미래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비의도적이고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욕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잘 조율된 절차가 바로 항상성이다.

2. 비교 불가능한 영역 p. 52



생명이라고 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은 다음 두 가지 특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 바로 생물 내부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해서 생명을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을 복제해서 자손을 남겨 영원한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특성이다.

2. 비교 불가능한 영역 p. 60



항상성에 관한 인기 있는 개념은(독자들이 ‘인기 있는’과 ‘항상성’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한 문장 안에 나란히 사용하는 것을 양해해 주신다면) ‘평형equilibrium’이나 ‘균형balance’과 같은 개념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생명에 관한 한 우리는 완벽한 평형상태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열역학적 측면에서 평형상태란 어떤 계와 주위 사이에 열의 차이가 0인 상태, 즉 죽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서는 ‘평형’이라는 용어가 훨씬 듣기 좋은 말이다. 왜냐하면 이때 평형은 종종 서로 갈등하거나 대적하는 양쪽 편의 힘이 비슷비슷해서 안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균형’이라는 말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균형은 정체와 지루함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나는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중립적 상태가 아니라 좀 더 편안하고 좋은 상태를 향해 스스로를 상향 조절하는upregulate 생명의 작용이라고 정의해 왔다.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안녕 상태를 기반으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력한 충동이 나타난다.

3. 여러 가지 항상성 p. 72



생물의 생명에는 그것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에서 생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생물에는 그 안의 구성 요소들 각각의 생명을 고차원적으로 통함합으로써 나타나는 전역적 생명이 있다. 생물의 생명은 그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의 생명에 의존하고 또한 그것을 돌보지만 세포의 생명을 초월한다. 실제로 ‘살아 있는 생명’이 통합된 것이기 때문에 전체 생물도 살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복잡한 컴퓨터 네트워크가 살아 있는 생명을 갖지 못하는 이유이다. 생명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세포들 역시 그것을 구성하는 정교한 미시적 구성 요소를 이용해서 주위 환경에서 얻은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4. 단세포생물에서 신경계와 마음으로 p. 90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의 순서는 보다 분명하다. 먼저 생물체 내부의 가장 오래된 요소들(내장과 혈관 등 순화계의 대사적 화학작용과 이 기관들이 만들어 내는 운동)에서 비롯되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자연은 점차적으로 느낌을 만들어 냈다. 둘째, 그보다 덜 오래된 요소들(골격계와 거기에 붙은 근육들)을 이용해서 자연은 생명을 담은 용기 또는 생명이 거주하는 집에 해당하는 몸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종류의 표상을 결합하자 의식이라는 새로운 경로가 열렸다. 셋째, 위와 동일한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와 이미지에 내재된 힘을 이용해서 자연은 언어를 만들어 냈다.

5. 마음의 기원 p. 106



느낌은 생명 상태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느낌은 생명 작용을 구성하는 다차원적 표상에 기초한 생명의 경험이다.

7. 감정 p. 143



즐거운 느낌이든 불쾌한 느낌이든, 조용하고 침착한 느낌이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우리를 흔들어 놓는 폭풍 같은 느낌이든, 왜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인지 사람들은 종종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진화의 역사에서 느낌을 구성하는 생리적 사건들이 나타나서 정신적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느낌이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켰다. 느낌은 생명을 연장시키고 목숨을 구했다. 느낌은 항상성의 요구에 부합했으며 그 요구를 마음속에서 중요한 것으로 부각시켜서 요구가 충족되도록 도왔다. 예를 들어 어떤 장소를 회피하도록 조건을 형성conditioning해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느낌의 존재는 또 다른 요소들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식,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관성이다.

8. 느낌의 구성 p. 163



현재 내가 선호하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처음에는 느낌이나 그 비슷한 것 없이 생명 조절이 이루어졌다. 이때는 마음도 의식도 없었다. 단지 맹목적으로 순간순간 생존에 이로운 선택을 하는 항상성 메커니즘이 존재했을 뿐이다. 지도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경계가 나타나면서 단순한 마음이 등장할 길이 열렸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수많은 돌연변이 끝에 신경계를 가진 동물이 나타나서 자신의 주위 세계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안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생명 조절 작용의 이미지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신적 상태의 기초로, 바로 그 순간 동물의 몸 내부에서 생명의 조건에 따른 정서가가 나타난다. 그리고 동물은 그것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생명 상태를 느낀다.

8. 느낌의 구성 p. 167



요약하면, 오늘날의 문화적 반응 전체의 일부인 다양한 문화적 반응들은 잘못된 항상성 상태를 수정해 유기체를 이전의 항상성 범위 안으로 돌려놓았을 것이다. 이런 문화적 반응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이 반응들이 유용한 기능적 목표를 성취하고 그에 따라 문화적 진화 과정에서 선택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0. 문화에 대하여 p. 229



과감하게 말하면, 우리가 현재 진정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항상성 명령에 의한 효율적인 사회적 행동이라는 외피를 쓴 간단한 단세포 생명체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화가 그 이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억 년 후 문화적 마음, 즉 지금도 같은 종류의 강력한 항상성 명령의 지배를 받는 탐구적이고 창의적인 마음에 의해 생기가 불어넣어진 인간이라는 복잡한 유기체가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마음이 없던 초기의 생명체들이 그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과 문화적 마음이 번성한 후기 생명체들 사이를 잘 살펴보면 항상성의 요구와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는 일련의 단계들이 존재한다.

10. 문화에 대하여 p. 246



한편으로, 우리가 설계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삶의 세세한 부분들, 즉 욕구?위험?고통?쾌락?생식 욕구 등의 원동력 같은 것들은 아주 오래전에 인간이 아닌 조상들에서 기원한 것이며, 그 조상들은 지적인 능력이 전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있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 반면, 우리 인간은 점진적으로 확장된 인지 자원 덕분에 우리 유전자가 직접 처방한 방식이 아닌 훨씬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경험하거나 경험해 올 수 있었던 나쁘거나 좋은 느낌을 만들어 내는 상황들에 대해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하게 되었다. 이런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은 문화적?역사적?비유전적 매개체를 통해 직접적인 전파가 가능한 방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 방식들 자체도 자연선택의 대상이 되며 이 선택 과정은 유전자에 적용되는 과정 못지않게 능동적으로 작용한다. 인간 문화의 진화적 참신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12. 현대사회의 인간 본성 p. 302



연극 용어로 말하면 우리의 전반적인 상황은 비극에서 희극적인 막간극이 포함된 평범한 드라마로 한 단계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결정과 그 결정들이 저항하는 힘들 사이의 균형점은 분명히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동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내지 않은 문제들이나 우리가 결코 저지르고 싶지 않았던 악행들을 저지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

12. 현대사회의 인간 본성 p. 305

구매가격 : 27,200 원

벌새

도서정보 : 김보라,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 앨리슨 벡델 / arte / 2019년 09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베를린국제영화제 *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국내외 영화제 25관왕 영화 〈벌새〉 단행본 전격 출간!

무삭제 시나리오부터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의
영화와 사회를 함께 '읽는' 시선들, 여성, 서사 창작자로서 나눈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의 대담까지

〈벌새〉를 만나는 가장 오롯한 방법





◎ 도서 소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 그랑프리상
트라이베카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관객상
국내외 영화제 25관왕 영화 〈벌새〉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데뷔작”
-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한 편의 시처럼 섬세한 영화!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 제2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누가 벌새를 가냘프다고 하겠는가, 허약하고 부실한 것은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아니던가. 1994년 성수대교를 보라. 감독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은희가 감자전 꼭꼭 씹어 먹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 보고 싶다. 저 속절없이 끊어진 다리를, 날아서 건너는 갈매기가 보고 싶다”
- 〈아가씨〉, 박찬욱 감독

“마침내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자신감 넘치는, 우아하고 절제된 성취! 부드럽고, 아프고 현명하며 끝내 희망적인 영화”
- 〈피아노〉 제인 캠피온 감독

“넋을 잃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 『펀 홈』, 앨리슨 벡델 작가

“은희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그때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애도할 수 있는 작품을 비로소 만났다”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작가

“해소되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여전히 예민하게 꿈틀대는 듯한 영지의 얼굴. 〈벌새〉라는 세계는 끝내 완전히 알기 어려운 이 얼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 『감정과 욕망의 시간』, 영화평론가 남다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가의 꿈. 서울 강남은 그 몽상의 끝점이었다. 〈벌새〉는 이 몽상 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은희가 사랑하고 상처 입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변호사 김원영

“이 영화의 역사성은 1994년 가족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통증과 폭력의 일상을 그려 낸 데 있다”
-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학자 정희진


무삭제 시나리오, 영화와 사회를 함께 '읽는' 네 개의 시선,
여성, 서사 창작자로서 앨리슨 벡델과 나눈 김보라 감독의 대담까지
〈벌새〉를 만나는 가장 오롯한 방법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린, 영화 〈벌새〉를 책으로 만난다. 영화 〈벌새〉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중학생인 은희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나는, 작지만 힘 있는 날갯짓으로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개인의 삶과 시대가 서로 교차하는 시공간으로서 영화 〈벌새〉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떠올리게 한다.
책으로 출간되는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은 영화 〈벌새〉에서 출발하지만 영화 안팎의 세계를 섬세하게 짚어 내고 확장하며, 1994년의 사회와 오늘,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책이다. 영화에서는 편집된 40여 분가량이 그대로 담긴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감독의 말은 〈벌새〉 속 서사와의 보다 내밀한 만남으로 초대한다. 『펀 홈』과 ‘벡델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이 직접 만나 여성 서사,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경험을 함께 다루는 창작자로서 나눈 대담에는 시대와 공간, 매체를 뛰어 넘어 예술가로서, 시대라는 물살 안에서 역동하는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영화와 사회를 함께 읽어 내는 네 편의 글은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김일성이 사망한 영화 속 시공간을 이미 닫힌 ‘역사’가 아닌,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로 불러낸다.
김일성 사망과 성수대교 붕괴로 기억되는 1994년, 중학생 은희에게 세상은 낯설고 알기 어렵다. 하지만 그 ‘낯선 세상’은 오늘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나는 노래방 대신 서울대 간다!”를 외치게 하는 담임선생님, 가족 모두 합심해 오빠를 외고에 보내야 한다는 아빠, 짊어진 불안과 압력을 여동생에게 분출하는 오빠, 일터와 가정에서 노동하며 고단한 엄마, 서툰 사랑 말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언니. 시험을 잘 보면 캘빈클라인을 받지만, 부모님이 이혼하면 누구와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 등굣길 지나치는 철거민들이 내건 “우리는 죽어도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현수막과 “김일성은 안 죽는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들, 그리고 무너진 다리 앞에서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는 사람들. 그 시간을 지나온 ‘은희의 세계’는 2019년 지금, 어떤 모습일까?


국가주의, 학벌주의, 가부장제, 강남 개발과 계급 격차, 국가적 재난…
‘공기’처럼 잠잠히 사회를 감싼 ‘고통’을 어루만지며
그치지 않은 ‘사회적 기억’을 지금, 여기로 드리우는 서사와 시선들!
작가의 말에서 김보라 감독은 어느 날부터 반복되던 중학생 시절의 꿈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시나리오와 영화로 만드는 과정 속에 “깊숙이 ‘내 이야기’인 것은 결국 다른 이의 이야기가 된다는, 가장 구체적일수록, 그것은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와 학원, 가정과 그 밖에서 중학생 은희가 맺는 관계를 서사의 한가운데에 두고도 그저 ‘한때’로 그치지 않은 한국 사회의 고통과 상흔을 드러내 보이는 힘, 그 고통을 어루만지는 〈벌새〉의 힘이 ‘한국 사회’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에는 사회와 영화, 시나리오 속 서사를 함께 읽는 네 편의 글을 수록해 공기처럼 잠잠히 우리를 감싸 온 정서를 ‘사회적 기억’으로 기록하고, 현재적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영화평론가 남다은은 은희와 단짝 친구 지숙이 각자 오빠에게 당했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두 소녀의 관성과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꾹꾹 눌러 담긴” 가장 끔찍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장면으로 꼽는다. 지숙의 얼굴 곳곳을 물들인 멍처럼 가시적인 폭력의 증거들 말고도 은희의 유일한 공감자인 영지의 자못 침울한 얼굴, “겨우 삶을 견딜 정도만” 빛을 남긴 엄마의 얼굴에서도 폭력의 흔적들을 본다. 소설가 최은영은 그 익숙한 얼굴들에 드리운 폭력과 비존중을, 아프고도 아픈 줄을 의심해야 했던 모든 ‘은희’들이 품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공감받는 진정한 위로와 애도의 서사를 벌새 안에서 길어 낸다.
전쟁 이후 한시 바삐‘더 잘살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가와 사회, 가족이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던 그때를, 변호사 김원영은 ‘우울’과 ‘불안’이라는 정서로 짚어 냈다. 가부장적 가족이 결속하는 중심에 자리 잡은 ‘학벌주의’, 성수대교 붕괴라는 사회적 참사로 종언이 예고된‘한강의 기적’ 같은 무너지는 ‘꿈’, 그 속에서 꿈을 좇던 오빠와 아버지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애초에 경쟁 바깥으로 밀려난 엄마와 딸들은 그저 우울하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벌새’의 서사를 “지금, 여기의 프리퀄”이라 평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끊어져 버린 다리처럼 무너져 내린 관계들 속에 ‘가족’이라는 제도로 얽어져 ‘각자’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그 외로움과 우울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쏟아 내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사다리 없는 개천에서 목이 타는 이무기들에게 담임선생이 목 놓아 외치는“노래방 대신 서울대 간다”는 구호는 이미 쓸모가 없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이듬해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90년대를 지나오고도 우리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혹은 알지 못하게 된 비극들을 마주하며 어딘가는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세계 속에서 끝나 버린 꿈을 그때처럼 좇고 있다. 『벌새』는 1994년의 기억이지만 오늘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현재다.


◎ 책 속에서

고통은 언제 고통이 되나. 누군가의 시선으로, 공감으로 고통은 고통이 된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는데도 ‘싸우지 좀 마’라는 말을 들어야 할 때, 은희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철없는 칭얼거림이 된다. ‘싸우지 좀 마’라는 말에는 ‘오빠라면 여동생을 때릴 수 있다’라는 승인이, ‘여자애는 남자가 때려도 참아야 한다’라는 주문이 들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자란 많은 여성은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진위를 의심한다. 아파도 자신이 아픈 것이 맞는지 검열하고, 분명히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이 ‘예민해서’가 아닌지 확인하고 확인한다. 여성의 고통을 고통이라고 언어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_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내가 자라며 만났던 ‘평범한 여자들’의 모습을 닮았다. 남자 형제의 진학을 위해서 학업을 포기하고 어린 시절부터 일해야 했던 여자들, 남편과 똑같이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가사 노동과 육아는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소화해야 하는 여자들, 남자 가족 구성원에게 학대당하며 살아가는 여자들,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라고 속삭이며 자신의 가치를 회의하는 여자들, 웃음을 잃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공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삶에 지친 여자들. 이런 사회의 여성들이 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 미소지니misogyny의 세계를 사는 여성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격언은 너무도 무겁고 어렵게 다가온다.
_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영지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은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제 만화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나도 어린 시절 은희와 같은 생각을 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덜 외로워졌으면 좋겠다고. (…)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모두 외롭고 어린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서 자신이알지도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자 했을까. 영지 선생님도 은희를 그런 마음으로 마주했을 것이다. 은희가 덜 외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영지 선생님이 눈빛으로, 함께 있어 주는 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어 주는 방식으로 은희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그 빛을 받은 은희 또한 영지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들이 위로하는 것처럼, 외로웠던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_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벌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만연하고 죽음 충동의 얼룩이 곳곳에 들러붙어 있다. 요컨대, 삼촌의 갑작스럽고도 짧은 방문과 죽음의 소식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친척의 실제 죽음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하게 죽음이라는 단어가 부유하는 장면도 있다. 어느 날 은희의 단짝인 지숙이 오빠에게 맞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다. 그는 심드렁하게 묻는다. “니네 오빠는 어떻게 때리냐?” 은희는 이 무시무시한 물음의 답으로 오빠에게 복수하는 최적의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은밀한 상상을 꺼내놓는다. (…)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두 소녀의 관성과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꾹꾹 눌러 담긴 이 순간은 〈벌새〉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장면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_남다은,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중에서

해소되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여전히 예민하게 꿈틀대는 듯한 얼굴. 영지의 얼굴은 은희를 쳐다보고 있지만, 은희의 눈을 넘어 영지 자신에게만 보이는 세계의 어떤 심연을 대면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 김새벽의 독특한 연기가 빚어낸 장면들이겠지만, 은희와 영지가 함께하는 장면이 영지의 얼굴에서 멈추며 끝날 때, 〈벌새〉라는 세계는 끝내 완전히 알기 어려운 이 얼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혹은 거기에 닿아 보려는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_남다은,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중에서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는 생존하고, 잘 먹고,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꿈으로 국가와 사회, 가족 모두가 총력전을 펼쳤다. 고도성장을 거치며 그 꿈의 일부는 극적으로 실현되기도 했다. (…)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가의 꿈은 곧 학력과 학벌을 통한 계급 상승 혹은 재생산의 최전선으로서 학교가 지닌 꿈이었고, 모든 가정의 꿈이었다. 서울 강남은 그 몽상의 끝점이었다. 〈벌새〉는 이 몽상 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은희가 사랑하고 상처 입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_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이해가 불가능한 죽음은 애도할 수 없고, 애도가 불가능한 죽음 앞에서는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다. 외삼촌의 죽음에 대해 은희가 묻자 “그냥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이상해”라고 말하는 은희의 엄마에게서, 우리는 슬픔이 아니라 우울의 정서를 본다.
_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법원은 성수대교 건설과 관리 등에 관여한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공범으로 처벌했는데, 이는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님에도 공범으로 처벌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이 판결에 대한 이론적인 반론이 많았다. 하지만 법원은 우리 개개인이 어떤 집합적 질서에 가담해 있는 자신을 각성하지 못할 때, 그것이 고의로 누군가를 해치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결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는 오랜 몽상이 만들어 낸 참혹한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역시 강남에 위치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2년 후에는 IMF 외환위기가 이어졌다.
_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은희는 영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좋아하기란 원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과 버림받고, 상처를 입을 때 느껴지는 자기혐오를 들여다보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도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 간다(더 이상 남자친구 지완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로 영지가 죽었음을 알게 된 후에는, 우울을 넘어서기 위해 깊은 애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도는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단절된 성수대교의 모습은 사회적으로는 이후 강남과 강북(혹은 강남 이외의 세계)의 더 철저한 단절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그 단면을 응시하고 애도했을 때야말로, 우리는 우울의 정서에 머물지 않게 될 것이다.
_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벌새〉의 가족은 극도로 ‘정상적’이어서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 같지 않다. 규범적이라는 의미에서 정상이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 “오빠가 때렸어요”라는 딸의 호소에, 부모는 “싸우지 말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평등하게’ 취급한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는 자영업자 가장으로서 자의식이 강하지만 그가 노동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집안일과 가게 일을 도맡아 하는 엄마는 그저 인생을 견디고 있는 듯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도는 이 집의 막내딸(주인공)은 외롭다. 모든 공간, 어른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부패하고 비열하다. 그나마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몇 장면 안 나오는 의사다. ‘인도주의적’ 중년 의사는 세상사(가정폭력, 학교폭력)를 아는 듯, 고소용 진단서를 발급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소녀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관심에도 설레고 상처받는다.
_정희진,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중에서

〈벌새〉는 사랑 ‘받는’ 사람이 피해자임을 보여 준다. 10대의 문제일까, 시대의 문제일까. 은희의 친구, 남자친구, 후배는 모두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필요에 의해 은희를 사랑의 대상으로 이용한다.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대체재가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극단적인 개인의 시대지만, (인권 개념에서) 개인은 그 안에서도 다른 누구로도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존재여야 한다. 〈벌새〉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고한다. (…) 사랑은 윤리적인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는 행위다. 가족은 이러한 윤리를 제도로 대신하려는 체제다.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호주제 폐지 운동 당시의구호대로, 가족을 지키는 것은 성姓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이다.
_정희진,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중에서

AB 좀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여자‘아이’였을 때, 나는 정말이지 여자아이인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자란 60년대는 여자아이인 동시에 삶을 누리고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된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였다. 내가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아이들과 나를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당시 ‘여자아이’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 사실 어렸을 때 나는 남자와 소년들만 그림으로 그렸다. 남자들은 항상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멋지고 흥미로운 일들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나는… 그런 식으로 나의 여성성을 대체해 버렸다. (여성이라는) 비존재로서의 미래를 마주하기가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에 스스로 가진 여성성을 무시했던 거다. 내가 봤던 모든 여성 캐릭터들처럼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_김보라, 앨리슨 벡델,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중에서

AB (…) 그즈음 어머니는 동성애적 욕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에 출연했고, 나는 첫 생리를 했다. 사회적으로는 워터게이트사건이 터졌는데,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사건이 동시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일기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겨우 알아차린 거다. 이 모든 일이 두 달 남짓 사이에 벌어졌다. 이상한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BK ‘이상한 동시성’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나도 내 인생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다리가 붕괴되고, 북한의 지도자가 죽었고, 내가 중학생으로 보낸 마지막 해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 어쨌든, 나에게도 1994년은 무척 ‘영화적인’ 해였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위대하고도 이상한 동시성’을 발견해 내야 하는 것 같다.
_김보라, 앨리슨 벡델,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중에서

구매가격 : 15,840 원

슬픔이여 안녕

도서정보 : 프랑수아즈 사강 / arte / 2019년 10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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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 * *

20세기 초유의 문학적 스캔들
《르 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권’
《슬픔이여 안녕》정식 재출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매혹적인 작은 괴물’ 프랑수아즈 사강을 탄생시킨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김남주 번역가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새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를 비롯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 ‘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모리아크가 “첫 페이지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고 평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준다.
책에는 40여 년이 지나 ≪슬픔이여 안녕≫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쓴 사강의 에세이,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탐닉과 몰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끝까지 불태웠던 한 천재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요란하고 화려한 삶 이면의 또 하나의 우주
사강이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 무엇’, 문학

“문학과 더불어, 단어와 더불어, 문학의 노예이자 대가인 이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문학과 함께 달리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학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 전 읽고서도 내가 결코 쓰지 못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향해.” _프랑수아즈 사강

‘매혹적인 작은 괴물’ ‘문학계의 샤넬’ ‘열여덟 살 난 콜레트’. 사강을 수식하는 수많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사강은 등장과 동시에 자유로운 성, 속도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문장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20세기를 열광시킨 이 작은 괴물은 말년까지도 쉼 없이 작품 세계를 연마하며 열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속도와 알코올, 도박과 약물에 탐닉하는 자유분방한 삶으로도 유명세를 치른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집약되는 사강의 삶은 소진과 탐닉으로만 이뤄진 듯하지만, 사실 사강의 삶을 지탱한 것, 사강이 끝까지 고수한 것은 오로지 문학뿐이었다. 그리고 사강이 쓴 모든 작품들의 기원, 사강 문학의 성소가 바로 ≪슬픔이여 안녕≫이다. 문학적 재능이 반짝이는 대담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치밀한 성찰, 지극히 효율적인 구성, 독특한 인물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사강만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슬픔’이라는 삶에서 처음 마주하는 감정에 관한 성찰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관한 묘사에서 사강의 문학성은 빛을 발한다.


사강 15주기에 다시 만나는 사강 문학의 기원
풍성한 자료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

사강은 1954년의 한 대담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작가는 같은 작품을 쓰고 또 쓰는 것 같다. 다만 시선의 각도, 방법, 조명만이 다를 뿐.” 사강이 열여덟 살에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했을 때 사강은 이미 사강이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간결하고 예리한 고찰, 경쾌하고 우아한 문장, 기성의 도덕과 관념을 향한 냉소, 과감한 구성과 줄거리. 모든 천재의 첫 작품이 그렇듯이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에는 사강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강 본인이 말했듯 이후 사강이 발표한 수십 권의 작품들은 모두 ≪슬픔이여 안녕≫에서 출발한, ≪슬픔이여 안녕≫의 다양한 변용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아르테에서 정식 출간한 사강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은 번역가 김남주가 사강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세심하게 살려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충실한 번역에 더해 풍성한 사진 자료, 작품의 이해를 돕는 글 두 편도 함께 수록됐다. ≪슬픔이여 안녕≫이 출간된 지 40여 년 뒤에 사강 본인이 그 시절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감상을 전하며, 사강의 삶을 출생부터 사망까지 추적한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의 글은 문학보다 더 문학적이었던 사강의 삶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한다. 새로운 표지,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슬픔이여 안녕≫에서 독자들은 여전히 매혹적인 사강 문학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 추천사

? 열여덟에 이 소설을 썼던 사강은 그래서 행복했을까 그런 만큼 불행했을까. 이 소설의 이 제목 이후로 내게 ‘슬픔’이란 아는 줄 알았는데 전에 없이 모르는 감정이 되었다. ‘안녕’도 역시. 마중하고 배웅하는 말이라지만 산다는 건 안녕? 하고 왔다가 안녕! 하고 가는 거니까. 강렬하면서도 복잡한 모든 감정을 직접 겪어내게 한다는 의미에서 읽으면 내가 좋아지는 소설! _김민정(시인)
? 인생이 백 가지의 색깔로 이루어졌다면, 사강은 아흔 가지 이상의 색을 고루 사용해본 사람이다. 비범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녀는 어린 나이에 어쩌다 우연히 히트작을 낸 게 아니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_박연준(시인)
? 모든 문장이 파괴적이다. 이렇게 강렬했던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슬픔이여 안녕》을 썼던 열여덟과 주인공 세실의 나이 열일곱 사이 언젠가 처음 읽었던 이 소설을, 세실의 아버지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던 상대인 안의 나이에 다시 읽는다. 싫어했던 여자를 이해한다. 이해했던 여자를 두려워한다. 파국을 맞아들이는 이 감각을, 다시 겪는다. _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 사강의 모든 소설은《슬픔이여 안녕》에서 출발하고, 《슬픔이여 안녕》을 뛰어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_김남주(번역가)
? 불꽃이 번득이는 바다, 격리된 숲, 동물적인 움직임, 학구적일 정도로 효율적인 구성, 라신의 완벽성에 신예의 매혹을 지닌 등장인물. _존 업다이크(소설가)
? 첫 페이지에서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_프랑수아 모리아크(소설가)
? 사강에게는 앙드레 말로가 모든 것 위에 놓았던 것, 그가 ‘지성의 너그러움’이라고 부른 자질이 있다. _필리프 바르틀레(소설가)


◎ 책 속에서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함께 자동차에 타자 아버지는 갑자기 기쁨에 찬 듯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냐하면 그와 꼭 닮은 눈과 입을 가진 나는 이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멋진 놀이 친구가 될 터였으므로.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파리를, 사치를, 편안한 삶을 보여줄 터였다. _30쪽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 이상으로 그 말을 확신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삶이 이 구절로 대변되고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 구절로부터 도착적인 채색 판화처럼 솟아오를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삶에는 작동하지 않는 시간, 논리와 맥락이 닿지 않는 때, 일상적인 좋은 감정 같은 것들이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저속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겼다. _33쪽

내가 다른 것들은 모두 잃어버리는데 어째서 그것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조가비, 체온으로 데워진 그 분홍색 조가비는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_42쪽

“넌 사랑을 너무 단순한 걸로 생각해. 사랑이란 하나하나 동떨어진 감각의 연속이 아니란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한 사랑은 모두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어떤 얼굴, 어떤 몸짓, 어떤 입맞춤 앞에서 문득 솟구친 감정……. 일관된 맥락 없는, 무르익은 순간들이 내가 사랑에 대해 가진 기억의 전부였다.
“그건 다른 거야. 지속적인 애정, 다정함, 그리움이 있지……. 지금 너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안이 말했다. _47쪽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는 내 생각을 말했지만, 사실 그건 내 견해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었다. 어쨌든 나의 삶, 아버지의 삶은 그런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안은 그것을 경멸함으로써 내게 상처를 주었다. 사람은 뭔가 대단한 가치에 목표를 둘 수도 있지만 경박한 가치에 집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은 나를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게 잘못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갑자기 시급한 일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_51쪽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_80쪽

테라스에서 나는 식당 창문이 반사하여 생긴 환한 빛의 사각형 속에서 안의 길고 생기 있는 손이 망설이다가 아버지의 손을 찾아 쥐는 것을 보았다. 나는 시릴을 생각했다. 매미들과 달빛으로 가득 찬 이 테라스에서 그가 나를 안아주었으면 싶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고 나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다. _81쪽

별장까지 가는 동안 아버지는 내 손을 찾아 쥐고 놓지 않았다. 믿음직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손이었다. 그 손은 내가 처음으로 실연을 당해 슬퍼할 때 눈물을 닦아주었고, 완벽한 행복과 고요의 순간 내 손을 잡아주었으며, 우리가 함께 일을 꾸미며 정신없이 웃을 때 살그머니 내 손을 쥐어주었다. 자동차 운전대에 놓여 있던, 저녁이면 열쇠를 쥐고 엉뚱한 구멍에 넣던, 어떤 여자의 어깨에 놓여 있거나 담배를 쥐고 있던 그 손, 그 손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버지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웃어 보였다. _91쪽

지금도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다 실패할 때면 나는 그 기묘한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내 행동과 나 자신 사이에 놓인 그 간격을, 안의 눈길에 담긴 무게, 그 주위의 공허, 그 공허의 강렬함을……. _125쪽

나는 지루함이 죽도록 싫었다. 시릴을 진심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사랑하게 된 후 권태의 영향을 훨씬 덜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시릴과의 사랑은 많은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무엇보다도 권태가, 고요가 두려웠다. 우리, 그러니까 아버지와 나는 내적으로 고요해지기 위해 외적인 소란이 필요했다. 그리고 안은 결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으리라. _159쪽

다만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해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_186쪽

속도에, 알코올에, 약물에 취한, 빠르고 아찔하고 요란하고 화려한 삶. 이런 삶 이면에 프랑수아즈 사강에게는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었다. 책 속의 세계라는 ‘평행하는 우주’의 주민이었던 그녀는 열대여섯 살 무렵 그 세계의 입구를 발견했다. 그녀가 수업에 자주 빠진 것도, 시험에 떨어진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었다. _218쪽(‘옮긴이의 말’)

“문학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이었다. (……) 최선의 것이며 최악의 것이자 치명적인 것으로서, 일단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나머지 것들은 그 정도의 가치가 없었다. 문학과 더불어, 단어와 더불어, 문학의 노예이자 대가인 이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문학과 함께 달리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문학을 향해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 전 읽고서도 내가 결코 쓰지 못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그것을 향해.”(프랑수아즈 사강, ≪내 최고의 추억과 더불어≫) _219쪽(‘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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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혼돈의 성찰

도서정보 : 정갑영 외 15명 / 21세기북스 / 2019년 07월 0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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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경제성장률 하락, 만연해가는 위기설
기존 질서가 안 통하는 저성장, 불안의 시대!
지속가능한 한국경제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 경기 위축,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 고용 부진 등 한국을 둘러싼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낮춰 발표했고, LG경제연구원 역시 경기하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2024년에 1.9%로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장기불황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한 저성장 위기가 한국에 닥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위기설은 1997년 IMF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제기됐었고 우리 사회는 그 위기를 잘 극복해냈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투자와 고용,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안 좋고,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국내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으며,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 등 여러 면에서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벗어나려면, 그리고 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와 산업, 과학 기술, 정보 미디어, 외교 안보 분야의 100여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술연구단체 사단법인 FROM은 지난 2년 동안 학제적 토론을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하게 될 위험과 기회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담아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을 출간했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혁명, 보호무역, 북한의 핵 위협 등 메가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중산층 중심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 안보, 교육, 노동, 환경까지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방향을 제시한다.

16명의 각 분야 석학들이
혼돈에 빠진 한국경제의 극복 대안을 성찰하다

한국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고, 북한과의 관계가 변하면서 새로운 안보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AI, 로봇, 핀테크와 금융혁신, 정밀의료와 에너지 혁명 등 파괴적 기술혁신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은 선진국 도약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경제 상황은 불안정하다. 양극화의 심화, 중산층 감소, 저출산 문제 등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은 4차 산업혁명부터 미디어, 환경문제까지 각 분야 16명 학자들이 정부, 단체, 사회 각계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을 담아 정리한 책이다.
1장에서는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영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4차 산업혁명과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고용 문제에 대해, 2장에서는 통상 문제와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되고 있는 신흥안보 위협, 즉 사이버 테러와 개인 정보 관련 기술적 위협, 난민 문제 같은 사회적 위협,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적 위협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3장에서는 미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과 문화 콘텐츠에 대해, 4장에서는 미세먼지와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식이 집약된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지진techquake이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영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 산업마저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인공지능 AI, 로봇, 핀테크와 금융혁신, 정밀의료와 에너지 혁명 등 파괴적 기술혁신이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출 주도 성장을 뒷받침해 왔던 자유무역의 규범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밀려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신기술과 신사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_p. 12~13

커져가는 경제 불확실성과 리스크
한국경제는 국가 차원은 물론 기업과 개인 차원에서 과거 40여 년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과잉 부채,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양극화 확대 등 세계경제는 역사적 위기와 시스템의 위기가 결합된 글로벌 복합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 위험’ 상태에 있다. 아프리카 너른 풀밭에 있는 회색 코뿔소처럼 멀리서도 잘 보이고 움직일 때의 진동도 커서 코뿔소가 달려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데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_p. 38

서비스 산업의 규제 시스템 개선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어줄 중요한 미래 과제로 오랫동안 주목해 왔는데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서비스 산업의 규제 시스템 개선이다. 글로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한데 높은 가계부채,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침체 및 부진한 중소기업 부문이 국내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5%로 OECD 국가 중 가장 빨랐지만, 2011년 이후 OECD 평균에 근접한 0.8%로 하락한 것은 주로 서비스업 부문의 저생산성에 기인한다. 수출 주도의 개발로 인해 자본, 재능 및 기타 자원이 서비스업 부문에서 제조업 부문으로 이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2014년 서비스업 부문에서 노동 투입 시간당 생산량이 한국은 제조업 부문의 45%에 불과한 반면, OECD 국가는 제조업 부문의 90%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장애물은 2013년 기준 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다. 규제에 의한 높은 진입 장벽은 생산성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창조적 파괴를 방해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서비스 산업 규제 시스템의 개선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_p. 45

포스트 WTO 시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생존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상 정책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장기적으로 통상 환경의 안정화를 위해 WTO 체제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정부의 통상 정책의 근간이었던 단기적인 특혜적 시장 접근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FTA 중심의 통상 전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자유무역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는 비교열위 산업을 비교우위 산업으로 전환하고 과도기에 피해를 보전하는 포용적 통상 정책inclusive trade policies을 강화해야 한다.
즉, 국내의 비교열위 산업에 고용되었던 노동자들이 비교우위 산업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과도기에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시장개방과 함께 적극적인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산업 정책은 단순히 해외시장 접근 기회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 및 경제구조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인 통상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_ p. 138

가장 큰 미래의 위기는 무엇인가
국제사회는 향후 10년 안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안보 위협으로 기상이변, 기후변화, 자연재난과 같은 환경적 위협, 사이버 테러와 개인정보 관련 기술적 위협, 대규모 비자발적 난민 등과 같은 사회적 위협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피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기후변화, 기상이변, 자연재난 등의 환경적 위협이나 수자원 위기 등의 사회적 위협이 핵무기 등의 대량 살상 무기 다음으로 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국경과 주권을 초월하는 신흥안보 위협들은 과거의 전통적 안보 위협 요인들과는 달리 국가 및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해결되거나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_ p. 163~165

한국의 환경문제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기후변화는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인간 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문제를 환경부가 다루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과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각 부문별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즉, 화석연료의 사용은 에너지 부처, 농업 생산 활동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 문제는 농수산부에서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것이다. 미세먼지는 인간의 건강과 보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가능한 빨리 해결해야 하는 환경문제이다. 특히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과 논의를 하려면 외교부와 업무 협조도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서는 산업자원부,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국토부와 협의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환경문제이지만 부처 간의 조정이 우선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_ p. 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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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도서정보 : 이승은, 고문현 / arte / 2019년 07월 0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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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 상승할 때마다 변하는 지구,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와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큐멘터리 PD가 전하는 지속가능한 환경 이야기
폭염, 폭설, 가뭄, 홍수 등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허리케인과 강추위가 덮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 현상이 지구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해수면의 상승, 수자원 공급, 자연재해뿐 아니라 식량 생산, 미세먼지처럼 사람들의 생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94%)고는 생각하지만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나 실천은 잘 하고 있지 않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그리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현명한 대처법은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BS 시사/교양 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 제작에 참여한 PD와 환경법 전문가가 쓴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는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지 독자들이 같이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라며 출간되었다. 이 책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비극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주요 국제 협약들, 피해가 재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이를 해결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7가지 원칙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변화 자체보다 온난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는 수백만 년 동안 변한 것보다 지난 100년 동안 변한 속도가 높을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재해가 빈발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기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것이고, 1℃ 상승할 때마다 피해도 커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책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녹색 환경부터 신재생에너지, 에너지믹스까지
정부, 기업, 단체들이 주목해야 할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해법
2020년부터 교토의정서 협약이 만료되고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협정이 적용되는 ‘신기후체제’가 출범할 예정이다. ‘신기후체제’에 한국은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한국은 신기후체제에서 다른 나라보다 많은 문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들은 기후변화 시대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의 확보와 배분 등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위해 정부, 기업, 단체 등이 주목해야 할 에너지믹스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복지 실행에 관한 이슈를 이 책에 담고 있다. 기후 체계는 인류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UN 등 국제 사회와 공조할 수 있는 정책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지구가 온난화되면 개도국과 빈민층은 에너지 빈곤의 문제를 더 심하게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에너지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온난화의 해법을 찾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교양서!


◎ 본문 중에서

1℃ 상승할 때마다 예상되는 변화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심화되면서 기상 이변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바로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2℃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개척된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3℃ 상승은 아마존의 사막화와 뉴욕의 침수로 대변된다. 해안 지역의 침수는 민족의 대이동을 초래한다. 4℃ 상승은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을 녹게 하고, 남극의 얼음을 사라지게 한다. 영구 동토층에 갇혀 있던 메탄이 분출하면서 지구 온도는 5℃ 상승한다. 5℃ 상승은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유발한다. 평균 기온이 6℃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은 멸종하게 된다.
_ p.34~35

피할 수 없는 현실,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온실가스는 오랜 기간 존재할 것이고 대기온도는 매우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방법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포함한 원인 물질의 ‘감축 Mitigation’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인류가 효과적으로 ‘적응Adaptation’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감축과 적응은 상호보완 가능하며 기후변화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특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 Uncertainty’이다. 기후변화는 발생 원인이나 대응 정책 및 처방의 효과에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문제의 두 번째 특성으로 기후변화 현상의 ‘비가역성’을 들 수 있다. 기후변화 현상은 기후 체계가 변경되었을 경우에는 이것을 다시 원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일단 지구의 평균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그것을 다시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후변화 문제의 또 다른 특성으로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간(선진국과 후진국 그리고 산유국과 비산유국,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에 첨예한 대립이 있다. 특히 개도국이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들어 선진국의 의무를 강조한다. 반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개도국의 참여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_p. 73~75

기후난민 증가에 따른 안보
미래의 기후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기후변화 예측 기술은 두 가지 관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기후변화가 무엇에 의해 생기는지,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측과 추적을 통하여 미래에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기후 모델링 기술과 기후변화 원인 규명 기술, 기후변화 관측 및 감시 기술, 기후변화 예측 기술 등으로 구분된다. 기후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자연재해 현상, 즉 집중호우, 침수, 강풍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강변이나 연안 지역의 완충지대 조성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연안도시의 경우에는 해수면 상승과 해일 발생에 따른 취약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도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_ p. 102~103

왜 에너지 믹스인가?
우리 에너지 정책이 갑자기 광풍을 만나 표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력의 30%, 40%를 유지해주던 석탄 화력은 더러워서 못 쓰겠다고 하고, 원전은 위험해서 못 쓰겠다고 한다. 갑자기 환경성, 안전성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경제성은 이야기하면 안 되는 요소가 되었다. 단순히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등 관념적인 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인가? 에너지 믹스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발전 부문의 믹스다. 여러 가지 발전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1차로 석유 및 석탄과 전기를 어떤 비율로 섞어 쓸 것인가의 문제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전기 과소비 관행이 굉장히 심각해졌다. 이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석유화학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다.
_p. 220~223

구매가격 : 14,400 원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도서정보 : 조문영 / 21세기북스 / 2019년 07월 0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소외와 빈곤은 왜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제가 되었나





◎ 도서 소개

홈리스, 철거민, 복지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쪽방촌 …
청년들의 눈으로 본 우리 시대 빈곤 보고서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공생과 연대의 가치를 찾는 청년들과
반(反)빈곤 활동가 10인의 특별한 인터뷰

연세대학교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책으로, 우리 시대 청년들이 사회의 빈곤 문제에 대해 고투하는 반(反)빈곤 활동가 10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을 엮은 조문영 교수(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는 빈곤이라는 주제가 점점 한국 사회 공론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세 가지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반(反)빈곤 활동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청년들에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빈곤은 어떤 모습인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띄고 있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홈리스, 철거민, 복지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쪽방촌 주민 등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빈곤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공생’과 ‘연대’라는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구세군 냄비보다 아프리카 아동 후원광고를 보며 자란
청년들에게 비친 우리 사회 빈곤의 민낯

연세대학교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복지 수급자, 홈리스, 철거민, 장애인, 영세 상인, 노점상,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해온 반(反)빈곤 활동가 10인을 선정해, 학생들이 활동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열 개 팀으로 나뉜 학생들이 조문영 교수와 동행하여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것으로, 그 결과물을 조문영 교수가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마주치는 홈리스들에게 관심을 갖기를, 강제 철거나 부양의무제에 따른 수급 정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기를, 집요한 항의와 집회로 이들의 ‘몫’소리를 전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기를 요구하는 게 무리인 것은 아닌지 소심한 우려가 들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반(反)빈곤 활동가 10인이 공생과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투하는 현장을 생생히 그려낸 리포트이기도 하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논골신용협동조합’ ‘난곡사랑의집’ ‘홈리스행동’ ‘노들장애인야학’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대안적 연대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활동가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외와 빈곤은 왜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제가 되었나

빈곤에 대한 논의가 재조명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하면서 과거 가난한 사람들을 대책 없이 쫓아내고 강제로 시설에 가두던 일은 줄어들긴 했다. 주거권, 이동권, 복지권, 수급권 등 법과 정책이 일부 제도화되었으며, 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 탈시설 장애인 지원, 청년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매입임대주택 등 활동가들이 다양한 정책 변화에 대응해 문서를 학습하고 행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참여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용산참사에서 보듯,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을 통해 뿌리 뽑히는” 국가 폭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자립’ 논의가 이 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책은 빈곤정책을 관통하는 ‘자립’ 프레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동시에 ‘자립’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빈곤이 총체적, 장기적 박탈의 경험인데도 정부는 단기 자활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남발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기계처럼 바로 고쳐 쓰면 되는 존재인 양 취급한다. 예를 들어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간의 소액금융대출은 미디어에서는 주민들의 경제적 자활사업으로 주로 소개되지만, 사실은 서로 의지하고 협동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다. “이 세계에서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는 점에서, ‘의존’은 ‘자립’의 반대말이 아니라 서로의 자리와 역할을 챙겨주는 과정인 것이다.

공생과 연대는 왜 ‘버거운’ 단어가 됐을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인기 활동가(민주노점상전국연합)는 ‘빈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관계와 소통의 단절”이라고 답했다. 우리 청년들은 개개인이 고립된 시대를 살고 있다. 무한 경쟁의 압박과 청년 실업의 위협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기란 어렵고 사회적 약자, 도시 빈민은 우리의 공간에서, 인식상의 경계 밖으로 자꾸만 밀려난다.
게다가 부모 세대가 습관처럼 강조해온 안정된 정규직과 성공 신화를 버릴 수도, 현실화시킬 수도 없는 저성장 한국 사회에서 제 처지의 비참함을 호소하는 청년들은 또 하나의 빈곤인 ‘자기 자신의 빈곤’을 안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의 환부를 들여다볼 최적의 장소”가 된 ‘청년’이라는 표상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아픔 때문에 무심히 지나쳤던 낯선 타인의 환부를 기꺼이 대면했다. 그리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신들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이 책에서 만난 여러 활동가들은 밀양의 송전탑을 막지 못하면, 한진중공업의 정리 해고를 막지 못하면, 언젠가 똑같은 문제가 나와 우리의 현장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 청년, 여성, 장애인, 노인, 홈리스, 수급자, 철거민 등 ‘당사자’가 살 만한 사회가 ‘우리 당사자’ 모두가 살 만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철거민과 노점상은 누군가 죽어야만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다. (중략) 왜 결국 누군가 희생을 당하고서야 뒤늦게 수습하려 드는가? ‘다 필요 없다’는 유가족의 절규가 귓가에 쟁쟁하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마주할 것이다. ‘삶’을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 일로만 볼 수 있을까? ‘밥’은 있지만 ‘나’는 없고, 주어진 ‘일과’는 있지만 ‘일상’이 없다면 그것은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통하려 하고, 이들을 위해 목소리는 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게 된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할수록 ‘우리’의 범주는 달라지고 관계는 새롭게 맺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 추천사

인류학은 우리가 종종 당연시해온 것을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현상으로 체험하게 한다. 조문영 교수의 지도하에 청년 인류학도들은 다양한 빈곤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가들과 만나 대화했다. 상이한 빈곤의 의미론 사이에 펼쳐지는 리얼리티와 표상 그리고 빈곤 발생의 구조와 체험의 간극들이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배경으로 부각된다. 학부 수업의 결과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니 고무적이며 놀랍다.
김홍중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인간 사회의 역사에서 가난은 늘 외면받거나 부정당했으며 혹은 은폐되었다. 그리하여 가난의 해법은 직면하고 인정하며 드러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저들의 가난이 나와 무슨 상관인지’, ‘가난한 자와 가난한 자의 곁을 지키려는 자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질문하면서 가난의 정공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신명호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

존재는 외면당할 때 지워진다. 몫 없는 자들이 그렇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 40명의 청년은 가냘픈 목소리에 찬찬히 귀 기울였다.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믿음이 생긴다. 변화는 가냘픈 것들 사이에서 꽃핀다는 것을.
신지예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본문 중에서

철거민 세입자 출신으로, 철거민들이 만든 논골신협을 운영 중인 유영우 이사장이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하며 출자금을 내지 않고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여쭤봤는데, 정작 본인은 “무임승차”가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타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운영이 안 된다.”는 그의 대답은 “타인의 ‘무임승차’를 노여워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자신을,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터주었다.
13쪽 ?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개발의 풍경에는 그곳에서 삶을 일궈가던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나야 한다는 불편한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다. 개발에 묶인 땅은 ‘투자’의 대상으로 거듭나며 몸값을 올리지만 그곳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쌓여 있던 먼지처럼 청소되어 버린다.
22쪽 ? 끝나지 않은 참사,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은 소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미디어에서 빈곤은 ‘극빈’과 ‘불쌍한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동시에 ‘자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의존적 인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빈곤사회연대는 이러한 빈곤의 재현에 맞서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조직하거나 사회구조나 제도상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67쪽 ? 보이지 않는, 지금 여기의 빈곤에 맞서다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여러분도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라고 배웠잖아요. 살아남아라, 그게 우리 사회잖아요.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스스로의 문제죠. 그런데 제가 철거싸움을 시작하고 우리 사회의 병폐가 뭐가 있는지 알게 되면서 이게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맞아, 이건 권리야.’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걸 누군가는 바꿔야 할 일인 거죠.
97쪽 ? 마을에서 일군 또 하나의 사회

달동네는 다 사라졌는데 달동네 주민들이 간 데가 있었어요. 단 몇 퍼센트일지라도. 그게 임대아파트였어요. 달동네 주민들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아요? 일반분양아파트는 101, 102, 103동으로 했는데, 임대아파트는 가동, 나동으로 해놓은 거예요. 그리고 두 아파트 사이를 막아버렸어요. 그때 ‘영구와 범생이’ 얘기가 나와요. 영구는 임대아파트, 범생이는 일반분양아파트 사는 아이들. 그런 차별이 사회문제가 된 거죠. 그래서 임대아파트 주민운동이 지역사회 안에서 생겼어요.
131쪽 - 운동, 복지, 사회혁신의 공간, ‘지역’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혜택을 받는 것처럼 묘사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진 문제점은 은폐된다. 또한 자신의 소득에 더해 인연이 끓긴 부양의무자 소득 때문에 수급자에서 탈락되거나 수급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이나 노동일을 주저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등 제도상 문제점도 상당히 많다.
171쪽 - 고단한 삶의 오랜 친구, 마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서울역에서 대로를 건너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고층 빌딩들 사이를 지나 골목에 들어서면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중략) 선동수 활동가는 동자동 쪽방촌에 처음 온 날 동네에 싸움이 벌어져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주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데 더욱 놀랐고, 험한 동네에 뭣 하러 왔느냐는 말도 들었다. 술 취한 주민이 행패를 부려 사무실 문을 열지 못할 지경이었던 날도 있었다며 폭력적인 분위기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협동회에 함께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활동의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185쪽 - 상호의존과 협동의 쪽방촌

홈리스에 대한 자립, 자활 담론은 홈리스를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지탄과 폄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중략) 무조건적으로 자립과 자활을 강요하는 것은 다양한 처지에 놓인 홈리스의 현실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향이 될 수 없다. 집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개인의 외침으로 잦아들지 않고 우리 사회의 ‘몫’소리가 되도록, 그리하여 홈리스로부터 출발한 운동이 주거권이 ‘기본’인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되도록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은 여전히 고투하고 있다.
240쪽 - 집 없는 사람들의 ‘몫’소리

우리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삶’을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 일로만 생각한다면 노들야학의 학생들이 시설 밖으로 나올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산 좋고 물 좋다’는 시설에 ‘밥’은 있었지만 ‘나’는 없었고, 주어진 ‘일과’는 있었지만 ‘일상’은 없었다.
264쪽 - 장애인이 살 만한 사회, 우리 모두 살 만한 세상

고용이 불안정한 오늘날, 청년들이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빈민이 이미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도시에서 자라났으며 취업 압박과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타인의 빈곤에 공감하는 도덕적인 태도를 갖는 여유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277쪽 - 거리의 끈질긴 삶은 계속된다

인터뷰 후 우리들이 나눈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바로 소통과 관계의 빈곤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네 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세대 청년들의 빈곤 이야기다. 우리는 왜 다른 청년을 알지 못했을까? 왜 이토록 무지했을까? 사회 속에서의 청년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 말고는 왜 보이지 않게 된 걸까?
323쪽 - 세상은 우리가 조금씩 바꿔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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