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십일
교열걸 2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arte / 2017년 1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쪽 교열부에 기개가 대단한 아가씨가 있어”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신입 2년차, 이 길이 맞는지는 몰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스물다섯 살, 반쪽짜리 어른이 된 신입사원 성장통
종합출판사 경범사의 20대 사원들은 저마다 지금의 자리와 오랜 꿈을 비교해보며 제2의 사춘기에 접어든다. 독자 모델 출신으로 예쁘고 프로페셔널해서 인기가 많은 패션 잡지 편집자 모리오, 외모를 꾸밀 줄 모르고 철 팬티를 입을 것 같다고 해서 별명이 ‘철팬’인 문학 편집자 후지이와, 편집자가 되고 싶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원고 뒤에서 일하는 교열자를 선택한 요네오카, 무명작가들을 데뷔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어느새 과로에 찌든 사축이 되어버린 가이즈카까지…….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불투명한 레일을 따라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었다
'진짜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20대 사회초년생 이야기!
『교열걸2』는 에쓰코를 둘러싼 경범사의 등장인물들이 각 시점에서 서술하는 단편 여섯 개로 이루어진 스핀오프다. 패션 잡지 편집자, 문학 편집자, 교열자, 교열부장, 미스터리 소설가가 각각 자신이 한때 꾸었던 꿈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재의 직업적 고민은 무엇인지 반추하는 에피소드로, 각 캐릭터와 업무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에쓰코가 동경해 마지않는 패션 잡지의 편집자인 모리오는 어쩌다 그곳에 배치됐을 뿐, 눈앞에 닥친 엄청난 양의 업무를 해치우기 급급하고, 소설가에 대한 팬심으로 무장한 편집자 후지이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원고가 에쓰코에게는 교열해야 할 종이 다발일 뿐이다. 심지어 아저씨인 줄만 알았던 교열부의 ‘새송이버섯’ 부장이 문학 편집자이던 시절 담당 여자 작가와 맺었던 애증의 관계도 회상된다. 정반대라서 오히려 서로 배워가는 경범사의 동료들은 때로 질투하고 위로받으며 균형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사회초년생이라면 꼭 한번 거쳤을 법한 고민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 책 속에서
동기 에쓰코는 직장 여성 잡지 《라시》의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근성을 발휘해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동기인 후지이와 역시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출판업계에 들어왔다. 나는 해외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일본에 남은 친구들이 모두 매스컴 관련 업종에 종사하니까 나도 그냥 따라서 들어왔다. 혹시 예전에 신세를 졌던 편집자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일하기 편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입사시험을 쳤는데, 정말로 그 편집자에게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편집자가 부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에 배속되었다. 그게 《C.C》였다.
다음날 콘티 회의 때 3월호에 배정된 기획의 콘티를 편집장과 부편집장에게 제출하고 세세한 지적을 받았다. 패션업계에서 2월은 옷이 제일 안 팔리는 시기다. 그런 가운데 어떻게 독자들에게 지름신을 내릴 것인가, 구매 욕구를 부추기는 코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각 기획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흔적이 보였다. 나는 ‘발끝부터 활기찬 봄을 맞이하자!’와 ‘겨울 끝자락에 싹트는 귀여운 봄 네일♡’이라는 기획을 담당했다. 둘 다 내가 내놓은 기획안은 아니지만 우리 편집부에서는 기획안을 낸 사람이 꼭 그 기획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메인 특집이 아니라서 필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코너를 전부 꾸며야 한다.
수정해야 할 점을 지적받은 콘티를 돌려받았다. 어쩐지 바로 손댈 기분이 들지 않아 《라시》 편집부와 우리 편집부를 가로막은 캐비닛(모든 발행처의 패션 잡지가 전부 자료로 수납되어 있다)에서 《앙 주르》 이번 달호를 꺼내 와서 내 자리에 앉아 팔락팔락 넘겨보았다.
“저어, 모리오 씨.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요?”
어제 헤어질 때 야쓰루기 씨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어째서요? 야쓰루기 씨, 내가 맡은 코너를 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나는 ‘제가’라고 낮추어 말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물어보았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에디터가 필요해요. 그리고 당신은 얼굴도 예쁘니까 어디에 내놔도 통할 거고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들어갈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오지 그랬어요?”
야쓰루기 씨는 내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범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왜 경범사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도 보람차고 재미있는걸요.”
“프랑스어와 영어를 할 줄 알고, 어릴 적부터 패션 쪽 경험을 쌓았죠. 당신의 그런 실력을 해외 컬렉션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일반 잡지에서 정말로 살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는 수 없지만.”
일반 잡지. 고급 모드 잡지 편집자가 자신들의 매체와 구분하기 위해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처음 듣는 건 처음이었다. 경멸이 살짝 담긴 그 어조가 가시처럼 마음에 탁 걸렸다.
28-32p 제1화. 모리오·교열걸 주변의 걸
실은 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 없고, 앞으로도 회사에서 그러한 꿈을 밝힐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예전에 소녀 소설을 썼던 작가 시조 마리에에게 심취했던 나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뒤 마리에 님에게 내 꿈을 의탁했다. 내 손으로 마리에 님에게 무슨 상이라도 안겨주겠다는 포부를 품고 편집자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을 식사 시간에 가족에게 이야기하자 형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말렸다.
“미쓰오, 너 게이지?”
대학교 3학년이 되어 개강했을 무렵이었다. 형이 방으로 불러서 말했다. 딱히 숨기지도 않았으니 들켜도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그것도 가족이 물어볼 줄은 몰랐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 그쪽에 가까울 거야.”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공룡이나 고대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언젠가 멸망의 길을 걷는다면, 즉 번식을 도외시한다면 성별을 꼭 남녀로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한 구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마음은 변함없다.
“네 모습과 말과 행동을 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널 게이라고 추측할 거야. 넌 그런 생각을 부정하지도 않겠지.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면 편집자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감출 생각은 없을 테고.”
“왜 감춰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분명 마음 아픈 일을 당할 거다. 네가 얼마나 착한 녀석인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악의와 싸워서 이길 만큼 넌 강하지 않잖아.”
형은 그때 이미 사회인이었다. 이공계 대학을 나와서 의료 계열 연구직에 취직했으므로 문과와는 인연이 없을 텐데도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제약 회사의 의학 정보 담당자가 교수를 접대할 때 데려가는 긴자의 룸살롱에 편집자와 작가도 온다고 했다. 작가는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젊은 여자 편집자를 옆에 앉혀서 가슴을 주무르고 (가게 호스티스에게는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 그런 실례를 저지르지 않는다나) 남자 편집자에게는 팬티 한 장만 입고 엎드려서 접시에 담긴 술을 핥아 먹게 한다. 하룻밤에 100만 엔을 써서 접대해도 이득인 소중한 ‘작가 선생님’이 편집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광란의 현장은 세상의 온갖 어두운 면을 본 의학부 교수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수준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담당하고 싶은 마음은 모르지 않아. 하지만 직업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어. 너, 사람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하면 분명 괴롭힘을 당할 거야. 특히 이 나라에는 주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마 위에 올려서 웃음거리로 삼아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어. 만약 그런 문화가 뿌리 뽑혔다면 괴롭힘당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비극은 한참 전에 사라졌겠지. 아무리 일이라지만 그런 취급을 견딜 수 있겠어?”
그때는 조금 울컥해서 견딜 수 있다고 대답했다. 우수하고 언제 어느 때든 모범적인 형에게 작은 반발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고심해보고 역시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차별을 당하지 않은 것은 분명 기적이겠지. 학교라는 제한된 세상 밖으로 나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다음날 옛날에 문영사 《로빈》 편집자에게 받은 낡은 엽서를 서랍 속 보물 상자에서 꺼내서 형에게 보여주러 갔다.
“형, 이거 봐. 교열이란 게 정말로 나한테 잘 맞을까?”
형은 낡은 엽서를 받아들고 읽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교열이라면 괜찮겠네.”
“어떻게 알아?”
“나도 논문 쓸 때 신세를 지거든. 그쪽은 의학 분야가 전문인 프리랜서 교열자이지만. 교열자는 기본적으로 메일만 주고받을 뿐 저자와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야.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그렇게 말하고 형은 통근 가방에서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게 교열자가 지적한 부분, 하고 연필과 빨간 펜으로 쓴 글씨를 보여주었다.
“형은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너보다는 형이니까.”
“있지, 안 힘들어? 형은 반항기도 없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살아왔잖아. 힘들지 않아?”
내내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자 형은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난 깔려 있는 레일 위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나아가는 걸 좋아하거든. 게임도 공략본대로 진행하면 틀림없이 높은 점수를 얻고 끝판도 깰 수 있잖아. 그거랑 똑같아.”
“이상해.”
“넌 레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유형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부러워.”
“비꼬는 거야?”
“아니, 진심이야. 넌 나 대신 레일 밖으로 나가서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와.”
77-81p 요네오카·교열걸 주변의 걸인지 보이인지?
“응, 굉장해. 이렇게 아름다운 논문은 역시 구우 땅밖에 못 써.”
태블릿에서 고개를 들자 구우 땅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우는가 싶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다만 울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리온 땅이 나한테 대단하다고 말해준 거, 여덟 달 만이야.”
“그랬나? 그나저나 그걸 헤아리고 있었어?”
“그래, 계속 불안했으니까.”
“……미안해.”
스스로도 왜 사과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사과했다.
구우 땅이 손바닥을 얼굴에서 떼자 안경에는 지문이 잔뜩 찍혀 있었다. 더러워진 렌즈 너머로 보이는 조그마한 눈이 강아지처럼 동그래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아, 난 역시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리온 땅,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변했어. 내가 아는 리온 땅이 아닌 것 같아.”
“리온 땅은 리온 땅인데?”
“내가 아무리 애써도 못 데려가는 비싼 밥집에 갔잖아. 내가 아무리 애써도 묵을 수 없는 호텔의 파티에도 갔었고. 처음에는 나 같은 게 가도 되느냐고 걱정했으면서 점점 익숙해졌는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제 질렸으니까 긴자 말고 다른 데서 밥을 먹고 싶다고 했어. 그런 리온 땅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
확실히 구우 땅 말이 맞기는 맞다. 머릿속으로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정리하고 나서 물어보았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가슴이 빵빵하고 보수적이지도 않은 멋쟁이 여자한테 한눈을 판 거야?”
5초쯤 후에 구우 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말이라고 해!”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린 구우 땅보다 소리 지른 내가 더 놀랐다.
“나는 직장인이야. 출판사에서 작가 선생님을 상대로 일을 한다고. 구우 땅이 비싼 밥을 사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구우 땅이랑 같이 가고 싶었던 적도 없어. 난 그저 구우 땅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행복해. 구우 땅이 논문을 써준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내가 멀리 갔다고 멋대로 착각하지 마. 그건 구우 땅의 망상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가슴은 만들 수 있어! 그 여자 가슴도 뽕일지 몰라!”
내가 마구 쏘아붙이자 구우 땅이 바로 되받아쳤다.
“나는 그 일이라는 것도 너무 상스러워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출판사는 문학을 엉망으로 만들어. 리온 땅이 그런 짓을 돕고 있다니 난 용서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보니,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바란다고 생각해?! 전통 예능인 가부키랑 노도 원래는 대중오락이었어! 클래식 음악도 처음에는 궁정 사교 모임을 위해 만들어진 거고! 어쩌면 100년 후에는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 (1963년 효고 현에서 출생한 시인이자 음악가 - 옮긴이)가 니체 뺨치는 대접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직업을 부정하지 마! 구우 땅도 나도, 다른 길에서 저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이라고!”
“산다이메우오타케 하마다시게오랑 니체는 애당초 분야가 달라!”
“나도 다 알고 한 말이거든!”
137-141p 제3화. 후지이와·교열걸 주변의 걸이랄까 우먼이랄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밑반찬인 숙주나물도 볶는다. 철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비싼 고기를 굽고는 그 위에 숙주나물을 얹는 거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심은 100그램에 대강 만 오천 엔. 숙주나물은 한 봉지에 30엔. 가격 차이가 장난 아니네.
(철) “나는 목숨 걸고 고귀한 고기님을 굽고 있어. 여기는 너같이 비천한 숙주나물이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되는 곳이야. 썩 꺼져!”
(숙) “앗, 죄송해요, 철판 씨. 아앙, 뜨거워.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철) “멍청한 것, 그렇게 빨리 수분을 배출하다니! 이제 흐늘흐늘해지겠군!”
(숙) “하지만 철판 씨가 뜨겁게 달구니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철) “그러니까 너처럼 가냘픈 채소 나부랭이가 함부로 올라오면 안 된다고 한 거다! 종업원! 빨리 숙주나물을 접시에 옮겨라!”
(숙) “철판 씨…… 값싼 숙주나물이지만 잠깐이나마 당신에게 볶아져서 행복했어요…… 안녕…….”
(나) “수, 숙주나~물!”
“가이즈카 군, 표고버섯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돼?”
“아, 네, 드세요.”
옆자리에 앉은 명단사의 우라베 마사미가 젓가락으로 내 그릇에서 둥글납작한 표고버섯을 집어서 가져갔다. 종업원이 철판 근처에 있던 빈 접시에 김이 피어오르는 숙주나물 볶음을 담아주었다. 숙주나물…… 이런 꼴이 되다니…….
출판업계 문학 분야에는 ‘대기 모임’이라는 이벤트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교열걸1』 제2화를 읽어보면 알 테니 생략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너무 싫다. 아니, 물론 내가 담당한 작가가 상을 받으면 참으로 기쁘다. 하지만 상을 받지 못하면 작가를 달래고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
보통 유서 깊은 문학 출판사에서는 작가 한 사람당 잡지, 단행본, 문고 이렇게 세 명의 담당자를 붙인다. 그러나 경범사 같은 ‘문학 분야의 신참’ 출판사에서는 편집자 한 명이 그 세 역할을 도맡을 때가 많다. 낙선한 작가들이 인간의 존엄성은 개나 주고 왔다는 듯이 마구 날뛰거나 침울해져서 술을 왕창 마시고 토하거나 인사불성이 되더라도, 대형 출판사라면 쓴웃음을 금하지 못할지언정 셋이서 나누어 뒷감당할 수 있다. 경범사에서는 나 혼자다. 작가님들, 나도 죽을 맛입니다.
오늘은 동충하초사가 주최하는 이소로쿠 상의 심사회가 열리는 날이다. 심사는 엄청난 파란을 겪고 있는지 밤 열 시 반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후보자는 여섯 명, 그중 한 명은 내가 담당하는 작가다. 후보작은 경범사가 아니라 인조사에서 출판됐지만, 자사 책이 아니라도 작가의 담당 편집자는 대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오후 다섯 시부터 이례적으로 다섯 시간 반이나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조사가 예약한 호텔의 철판구이 집 객실에서 서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대화를 나누며 발표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쳤을 무렵에 동충하초사 담당자가 전화로 낙선을 통보했다.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아아, 지옥 같은 하룻밤의 시작이로구나.
요 몇 년간 난 지금 뭘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곤 한다. 현재 스물여덟 살, 내년에 스물아홉 살. 매스컴 말고 제조나 유통, 소매 분야에 취직한 친구들은 조그마한 직함을 달기 시작하는 나이다.
오전 일곱 시 반에야 겨우 집에 돌아왔다. 후줄근해진 양복과 셔츠, 양말을 뱀이 허물을 벗듯이 차례대로 벗어던지며 세면실로 가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두 시간 정도는 잘 수 있겠지.
이번에 낙선한 미야모토 사이코는 이번까지 합치면 이미 네 번이나 이소로쿠 상 후보에 올랐다. 데뷔한 지 26년, 현재 마흔아홉 살이다. 경범사에서 내내 그녀를 담당해온 베테랑 남자 편집자가 작가 말고 자기 애인(긴자의 호스티스)을 위해 회사 경비를 썼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들켜버렸다. 뭐, 경범사에서는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지만 유용한 돈이 4,000만 엔도 넘었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제의 장본인은 관련 회사로 전출되었고 내가 미야모토를 담당하게 되었다. 담당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원고는 아직 단행본으로 낼 만큼 모이지 않았다. 미야모토의 데뷔작이 나온 출판사는 명단사다.
“당신들이 처음에 좀 더 제대로 교육해줬으면 지금쯤 나도 이소로쿠 상 정도는 받았을 거야!”
철판구이 집 다음으로 이동한 노래방의 큰 방에서 단행본 담당 우라베 마사미를 비롯한 명단사 담당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다른 출판사 편집자들은 벽에 찰싹 붙어 서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쓰치다! 뭘 실실대고 있어!”
내 옆에서 인조사의 단행본 담당자인 쓰치다 이치코가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번 후보작을 만든 편집자다.
“이거 전부 당신 탓인 거 알지? 이번에야말로 상 좀 타보자고 내가 그랬잖아! 심사위원 영감탱이들에게 무릎 꿇고 부탁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겠지?”
148-153p 제4화. 가이즈카·교열걸 주변의 회사원
편집자로 현역에 있었을 때 아오이 씨에게 셀 수 없이 자주 호출당했다. 한밤중이든 이른 아침이든 30분 안에 안 오면 죽겠다고 협박하니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해해서 이마나 정강이가 깨졌을 때는 상처를 치료하고, 마구 날뛸 때는 방을 청소하고, 자고 싶은데 잠을 못 자겠다면서 울 때는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어야 했다. 휴대전화는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자유 시간을 빼앗아갔다.
“내 전화만 받아. 내 원고를 받고 싶으면 나만 담당해.”
아오이 씨가 그렇게 말하며 망가뜨린 휴대전화만 스물여덟 대다. 결국은 경비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자비로 휴대전화를 바꾸어야 했다.
“이제 사쿠라가와 아오이하고는 손을 끊어도 돼.” 휴대전화가 스물여덟 대 망가졌을 때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이미 아오이 씨를 담당한 지 3년 반이 지났다. 나는 입원은 하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생활과 극도의 수면 부족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피도 몇 번이나 토했다. 그런데도 단편 원고 하나 받지 못했다. 내게 주겠다며 쓴 200매짜리 원고는 어째서인지 인조사에 넘겼다.
“그 원고를 넘기면 더 이상 쇼온이 날 만나러 안 올 거니까.”
그래서 인조사에 넘겼다고 한다.
“아닙니다,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돌려달라고 하세요. 부탁입니다. 인쇄소에 넘기지 않았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쟁이, 편집자는 다들 내 원고밖에 관심이 없어. 쇼온도 마찬가지야.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원고만 탐낼 뿐이잖아.”
“거짓말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믿어주시겠어요?”
“그럼 지금 여기서 나랑 같이 죽자. 쇼온이 먼저 죽어. 나도 뒤따라갈게.”
그때 우리는 조그마한 보트를 빌려 타고 이나와시로코 호수의 중간쯤에 나와 있었다.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다는 사실을 다른 출판사 편집자를 통해서 듣고 급히 전화했더니 원고를 받고 싶으면 후쿠시마로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죽겠다느니 죽으라느니 했지만, 설마 진짜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죽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오이 씨는 흔들리는 보트에 서서 내 머플러를 난폭하게 잡아당겼다.
“어차피 쇼온도 날 위하는 척할 뿐이잖아.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당신이 먼저 전화한 적 있어? 그런데 인조사에 원고를 넘겼더니 바로 전화가 오네. 결국 원고가 먼저다 그거지? 원고를 넘기면 그걸로 끝이야, 난 없어도 그만이잖아! 난 도대체 뭐야, 뭘 위해서 사는 건데?”
보트가 기울어지자 얼음장같이 차가운 늦가을 호수 물이 손등과 뺨에 튀었다.
분명 작가는 편집자에게 원고를 만들어내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의 원고를 돈으로 바꾸어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로 오직 돈 때문에 이렇게 죽도록 고생하는 걸까. 과연 피를 토하면서까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돈 때문일까.
……아니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나는 노를 놓고 아오이 씨의 가늘고 싸늘한 손목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같이 죽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머플러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하지만 여기는 싫습니다. 익사체는 너무 추해요. 아오이 씨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등지면 좋겠어요. 그러니 일단 뭍으로 돌아가죠. 근처에 방을 잡겠습니다.”
아오이 씨는 입술을 꼭 깨물더니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격리된 듯한 병실에서 아오이 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시들지 않는 꽃을 창가에 놓고 속이 비칠 듯이 창백한, 꽃잎을 닮은 아오이 씨의 눈꺼풀을 살짝 어루만졌다. 손길에 반응하여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아오이 씨의 긴 속눈썹이 내 귓불을 간질였던 기억이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되살아났다.
그날 해가 호수로 내려앉으며 남기고 간 포도색 저녁 안개에 감싸인 방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몸을 섞었다. 그러는 수밖에 없었다. 육체관계는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멸과 지옥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수단이다. 나는 3년 반 동안 아오이 씨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 시간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송두리째. 그래서 그동안 함께 자는 걸 거부해왔던 것이다. 같이 자면 ‘작가와 편집자’라는 우리의 관계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원고를 넘기면 끝’이라고 믿었던 아오이 씨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아주 작아. 글을 쓰면 그만큼 더 작아져.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고 말겠지.”
그러니까 그만큼 사랑하고, 아끼고, 너의 피와 살을 모두 바쳐라.
아오이 씨는 애정과 먹을 것에 굶주린 어린아이처럼 몇 번 몸을 섞어도 만족할 줄 몰랐다. 우리는 막다른 길에 몰려 절망에 신음하던 밤을 지나 개벽하듯 펼쳐지는 주홍색 아침노을을 맞이했다. 이 가녀린 몸 어디에 그만한 정욕을 받아들일 그릇이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는 그로부터 1년 동안 관계를 유지했고 아오이 씨는 그동안 뭔가에 씐 듯한 기세로 원고지 1,200매짜리 대작을 써냈다. 비교를 위해 참고로 말하자면 『교열걸1』은 원고지로 환산해 257매다. 이렇게 쉽게 써낼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잘걸 그랬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던 것은 비밀이다. 경범사에서 출판된 『눈을 가리고 보는 저 끝』은 그때까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던 아오이 씨의 반생에 얽힌 이야기로, 자전적인 소설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중에는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 다들 원해서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뇌 속의 특정한 호르몬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아오이 씨도 그런 사람이었겠지.
소설에는 주인공이 여덟 살 때부터 스물세 살 때까지 15년간 폐쇄 병동에서 보냈던 모습이 극명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약물을 투여해 억지로 잠을 재우고 깨어나면 풍선 카테터(끝에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 혈관 등의 내부에서 풍선을 부풀려 치료에 이용한다-옮긴이)를 삽입해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묶어둔다. 죽고 싶어도 죽음이 허용되지 않는다. 넓은 방에서 잠시 편히 지낼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인정사정없이 폐쇄 병동으로 돌려보낸다. 병원 내 학교에서 배운 내용, 면회를 오지 않는 부모님, 친하게 지내던 아이의 자살, 간호사의 학대 등의 내용이었다. 취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자료도 건넨 적이 없었다.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나는 없어질 거야. 결국 죽겠지.
214-220p 제5화. 다케하라·교열걸 주변의 펑가이
구매가격 : 11,200 원
교열걸 3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arte / 2017년 1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루할 줄만 알았던 교열, 의외로 내 천직일지도 몰라!’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진짜로 좋아하는 일은 만들어가는 거지”
화려한 패션 잡지 속 명품 인생, 과연 잡지 편집자의 삶도 명품일까?
에쓰코는 2년 동안 교열부에서 성실히 일한 끝에 드디어 잡지 편집부에 입성하지만, 웨딩 잡지 ≪라시 노스≫ 일은 결혼에 관심 없던 에쓰코에게 버겁기만 하다. 전부 똑같아 보이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8백 개의 결혼반지만 해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데, 말 안 듣는 모델과의 트러블까지, 잡지 편집은 제 길이 아니었던 걸까? 게다가 에쓰코와 풋풋한 연애 중인 신인 모델 고레나가가 밀라노에서 전속계약을 맺으며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스물다섯 살에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은 에쓰코가 있어야 할 곳은 대체 어딜까?
역대 가장 까칠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등장!
할 말은 하는 시원통쾌 사이다 ‘걸크러시’ 교열걸
주인공 고노 에쓰코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바를 늘 확실하게 표현하지만 왜인지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사이다’ 캐릭터다. 다다미 바닥이 꺼진 허름한 셋방에 살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구두는 150켤레쯤 되고, 여자는 차를 모른다며 우쭐대는 남자에게 알파로메오사의 이력을 줄줄 읊어준 뒤 실크 소재의 옷도 유지비가 많이 든다며 웃어주는 배짱도 있다.
작가 미야기 아야코는 『화소도중』으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R-18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교열걸』에서도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삶과 커리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인 구스노키와 유명 편집장 사카키바라가 사이좋은 입사 동기로 시작했지만 삶의 궤도가 어긋나며 대립하게 된 이유, 연인인 고레나가가 모델로서 성공가도를 달리자 에쓰코가 커리어와 관계의 갈림길에서 내리는 선택 등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에쓰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꿈꾸던 패션 잡지가 아닌 엉뚱한 교열부에서도 언젠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희망에 차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이 직장인들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이 자식, 무사태평하게 색색대며 잠이나 자고 말이야. 잠든 얼굴은 또 왜 이리 귀여워, 젠장. 안 된다, 화를 못 내겠어. 그러나 엄청난 찜찜함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에쓰코는 고레나가가 깨지 않도록 신중하게 꺼냈다. 모르는 번호였으므로 무시하고 엉덩이에 깔고 앉았다.
하지만 전화가 한 번 끊어진 후 다시 진동이 울렸다. 에쓰코는 하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최대한 목소리를 줄여 “여보세요.” 하고 말했다.
“유토리? 너 지금 어디야!”
말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전원을 끌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뭔가 중요한 회사 일 때문에 연락했을 가능성이 0.1퍼센트 정도는 있으므로 마지못해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제 번호를 어떻게 아신 거죠?”
“사원 연락처 데이터베이스에 있던데. 그나저나 너 쭉 고레나가 씨랑 함께 있었어? 벌써 도쿄로 돌아간 거야?”
“대답할 필요 있을까요? 업무 연락이 아니라면 끊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서요.”
“야, 소름 끼치게 말투가 왜 그래? 어, 혹시 아직 고레나가 씨랑 같이 있어? 혹시 자고 가는 거야?”
“아, 짜증 나게. 댁이 무슨 상관인데! 짜증 나니까 내 귀중한 황금연휴를 방해하지 말지 좀? 짜증 나게 업무 연락도 아닌데 왜 전화질이야? 휴일에 회사 사람이 전화하면 진짜 짜증 나거든요!”
“‘짜증’이 너무 많잖아! 네가 무슨 질풍노도의 사춘기 여고생이냐!”
옆에서 아프로 머리가 움직여서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것 봐, 깨버렸잖아.
“……전화, 누구?”
에쓰코는 잠이 덜 깨어 잠긴 목소리로 묻는 고레나가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섹시함에 취해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것을 참으며 스마트폰을 내던지고, 뒤집어진 목소리로 “아무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여고생이 전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짜증 부리는 꿈을 꿨어요.”
“요즘은 여고생도 여러모로 힘든가 보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린 순간 아랫배가 욱신욱신 아파왔다. 왜 하필 오늘 이렇게 심한 거야. 무심코 인상을 찡그린 것을 보았는지 고레나가가 반사적으로 서늘한 두 손을 뻗어 에쓰코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아파, 하지만 얼굴이 가까워. 미간에 주름이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닌데. 파운데이션 지워지지 않았으려나. 에쓰코는 억지로 미소를 띠며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다음 순간 입술이 포개어졌다.
77-79p
5월 하순, 임시 인사이동이 발표됐다. 이동 대상은 세 명, 에쓰코는 사내 게시판에 붙은 인사 명령서를 믿기지 않는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보직 전환.
6월 1일부로 실시.
고노 에쓰코.
이전 소속: 교열부.
새 소속: 《라시 노스》 편집부.
아마 20초 정도는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리면 사라져버릴 꿈이 아닐까 싶어서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했다.
《라시 노스Lassy noces》는 에쓰코가 줄곧 동경해온 《라시》의 증간호로, 결혼 정보에 특화된 계간지다. 작년에 창간되어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왔고 다음 주에 4호가 나온다. 편집장은 《에브리》의 부편집장이었던 구스노키 가즈코고 편집부원은 전부 합쳐서 다섯 명이지만, 에쓰코도 그 이상의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혼인 자신이 《라시 노스》에 배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눈을 깜빡여도 명령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쩐지 얼떨떨하면서도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 교열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 언제든지 돌아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요네오카가 말했다. 에쓰코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이 부서를 떠나려니 나름대로 약간은, 1밀리미터쯤은 서운했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멀리서 새송이버섯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노 씨를 밖으로 내돌리기 싫은데. 계속 우리 부서에 있으면 좋겠어.”
“어, 무슨 소리세요? 이건 상사의 권력형 폭력이랑 성희롱 중에 어느 쪽인가요? 저를 좋아하세요? 민폐인데요.”
110-112p
“마침 다음 시즌 컬렉션 사진이 몇 장 들어와 있으니까 고노 씨가 스타일링을 생각해봐. 스무 패턴 정도.”
와타누키는 각 메종의 전시회에서 찍어 온 사진과 그쪽에서 보낸 신작 카탈로그 다발을 가지고 와서 에쓰코의 책상에 탁 내려놓았다.
주특기 분야다! 에쓰코는 방금 전과는 딴판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지금이야말로 내 실력을 보여줄 때야, 힘내자! 고작 1년만 채우고 교열부로 돌아가기는 싫어! 하지만 사진을 보고 선택하는 동안 에쓰코는 짙은 안개 속에서 미아가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드레스, 죄다 하얗다. 구두, 몽땅 하얗다. 베일, 전부 하얗다. 헤드 드레스, 대개 흰색이나 은색이다. 부케,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반지, 대부분 다이아몬드와 백금이다. 뭘 조합해도 정답인 것 같고, 반대로 오답인 듯한 기분도 들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래도 에쓰코는 두 시간쯤 걸려서 스타일링을 어찌어찌 스무 가지 정도 고안해 와타누키에게 제출했다.
“음, 제법 괜찮네. 과연 센스가 있어.”
와타누키의 말에 마음속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며 뭐야, 할 만하네,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 자신감은 단숨에 시들었다.
“그럼 이 스타일링 전부에 70자짜리 캡션을 달아봐. 신부가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문구로. 드레스의 특징도 언급해야 해. 예를 들어 이건 프린세스라인이 잘빠져서 동화 속 공주님 같잖아. 이쪽은 롱 트레인이 버진 로드(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걷는 길-옮긴이)에 잘 어울리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결혼식과 신부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야. 브랜드를 보고 드레스를 고르는 신부도 있으니까 유명한 곳의 드레스에는 넌지시 브랜드 이름도 넣어놔.”
‘무, 리, 입, 니, 다!’
에쓰코가 아무리 막 나간다지만 그런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얌전하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손목 앞쪽이 석고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타자를 칠 수 없었다. 당연했다. 에쓰코는 지금까지 다양한 문장을 읽기는 했지만 써본 적은 없었다. 써보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여성스럽고 페미닌한.’
간신히 쓰기 시작했지만 여성스럽고와 페미닌이 중복임을 알아차리고 백스페이스키를 두드렸다.
‘오프보디의 실루엣에 에어리한 시폰과 튤로.’
……영어가 너무 많다.
‘소녀 같은 마음을 간질이는 걸리한.’
이것도 분명 소녀와 걸이 중복이고, 그보다 시크하고 우아한 성인 여성을 위한 결혼 정보지에 과연 소녀와 걸리라는 말을 써도 될까?
결국 스타일링 하나당 캡션을 다는 데 30분은 걸렸다. 한 시간 하고 조금 더 지나서 확인하러 왔을 때 캡션이 고작 두 개밖에 완성되지 않은 것을 보고 와타누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훨씬 빨리 하겠다. 그리고 문장이 딱딱해. 과월호 읽었지? 우리는 문장을 전부 ‘해요체’로 통일한다는 거 몰랐어?”
와타누키의 지적에 에쓰코는 깜짝 놀라서 잠깐 말문이 막혔다. 맞다, 생각해보니 모든 문장이 부드러운 인상의 ‘해요체’였다. 아무리 그래도 교열부 출신인데 왜 그런 초보적인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죄송합니다, 여성 잡지에 오게 된 게 기뻐서 너무 들떴나 봐요.”
“우리 회사 패션 잡지 쭉 봐왔지? 도대체 뭘 본 거야?”
118-121p
“저기, 에쓰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에쓰코에게 모리오가 말을 걸었다.
“왜?
“전부터 궁금했는데, 넌 싫어하는 사람 없어?
“음, 문예 편집부 가이즈카는 아주 마음에 안 든다고 해야겠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지만 에쓰코는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의 이름을 댔다.
“아, 그게 아니라 여자 중에. 와타누키 씨는 어때?
“와타누키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니까 싫지는 않아.”
“철팬은? 사이가 좋아지기 전에는 어땠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좋아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아니었어.”
“학창 시절에는? 절대로 지기 싫었던 사람 있었어?
“아니, 없었어. 왜?
“어, 그럼 질문을 바꿀게. 에쓰코가 다닌 학교에는 왕따 있었어? 에쓰코는 남한테 괴롭힘 당한 적 없었어?
“아마 없었을 거야. 내가 몰랐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지저스. 누가 해외 유학파 아니랄까 봐 모리오는 그런 말을 내뱉고 방금 전에 에쓰코가 그랬던 것처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왜, 뭔데?
“입사한 뒤로 네게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뭔지 방금 알았어.”
“뭐? 역시 남들이 나한테 위화감을 품을 만큼 내가 별나?
“넌, 너 말고 다른 여자한테 흥미가 없어.”
“엥? 있어. 왜 남을 자기중심적인 사람 취하고 그래?
“자기중심적인 것하고는 달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일본인 중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인 것 같아.”
에쓰코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와타누키도 “별나다는 말 안 들어? 하고 물어봤다. 설마하니 벌써 2년도 넘게 알고 지낸 모리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168-169p
“밀라노에서 전속으로 일이 들어왔어.”
2층 방에 마주 앉자 고레나가는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듯이 말했다. 에쓰코는 잠시 생각한 후에 물었다.
“……그거 모델 일이지?
고레나가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 브랜드는 에쓰코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신흥 브랜드지만 지금 가장 기세등등한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0년에 브랜드가 만들어져 재작년 A(Autumn)/W(Winter) 패션 위크 때 남성 상품을 공개했는데, 이미 전 세계의 셀렉트 숍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오모테산도에는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섰다. 경범사의 《아론》 편집자가 고레나가를 높게 평가하여 디자이너에게 소개했는데 순식간에 계약이 진행됐다고 했다.
“굉장하다! 축하해! 거기 전속 모델이라니, 동양인으로는 최초 아니야?
“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책임이 막중해. 거점도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고레나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에쓰코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고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밀라노로 옮겨야 하고?
“이사해야 해. 그게 조건이래. 일단 계약기간은 1년이고, 집은 에이전시에서 준비해준다니까 난 몸만 가면 되는가 봐.”
……나는 어쩌고? 에쓰코는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눌러 삼켰다.
“그리고 담당자가 머리를 좀 어떻게 하래. 내일 당장이라도 잘라야겠다.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지?
비교적 충격이 덜한 이 말에는 바로 대꾸할 수 있었다.
“저기,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줄곧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거야?
“이거 날 때부터 이랬어. 아마 몇 세대인가 전에 섞인 아프리카 혈통의 특징이 느닷없이 발현된 거겠지. 학생 때는 드레드나 콘로 같은 레게 머리를 했어. 줄곧 아프로였던 건 아니야.”
설마 했는데 날 때부터 아프로였다니!
아니,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교열부로 돌아온 뒤로 왠지 머릿속에 부연 안개가 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에쓰코는 일단 제일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묻기로 했다.
“저어, 윳 군. 그럼 앞으로는 모델 일에 전념할 거야? 소설은 더 이상 안 쓰려고?
고레나가의 표정이 눈에 확 띄게 흐려졌다. 고레나가는 모델보다 소설가로서 성공하기를 원했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랬다. 몇 초 뒤 흐려진 표정이 자조하듯이 일그러졌다.
“……지금 비난하는 거야? 내가 작가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밀라노로 달아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런 거야?
1년을 공들여 쓴 소설이 퇴짜 맞았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다. 그 일이 소설가에게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인지 에쓰코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유일하게 친분이 있는 작가 혼고 다이사쿠는 분명 뭘 써도 퇴짜는 맞지 않을 테니 물어봤자 헛일이리라.
고레나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포기했다는 듯이 웃고 입을 열었다.
“엣 짱, 재작년에 엣 짱이 교열해준 『개 같네요』, 초판을 몇 부 찍었는지 알아?
“응? 모르는데. 3만 부 정도 찍지 않았을까?
에쓰코는 유일하게 편집한 경험이 있는 《라시 노스》의 발행부수를 절반으로 뚝 잘라서 대답했다. 결혼하는 커플이 그 정도는 있으니까 고레나가의 책을 읽는 사람도 그 절반은 될 거라고 아무 근거도 없이 대뜸 판단했던 것이다.
“2,500부야.”
고레나가는 에쓰코의 대답을 무시하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했다.
“…….”
“세금을 제외하고 1,600엔짜리 책을 2,500부 찍는다. 물론 증쇄는 없고 문고본으로도 안 나와. 그리고 인세는 10퍼센트지. 그럼 수입이 얼마인지 바로 계산이 되지? 집필하는 데 반년이나 1년이 걸리는데 수입은 고작 그게 다야. 그걸 프로 소설가라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골수팬이 있다고 전에 부장님이 그랬는데…….”
“조금은 있지. 하지만 그런 소수의 독자만 노리고 책을 내봤자 적자야. 이제 원고를 써본들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을걸. 빌어먹을, 난 역시 재능이 없어.”
……빌어먹을. 고레나가가 욕하는 건 처음 들었다. 지금까지는 속상해도 욕은 안 했는데.
지금까지 고레나가가 단단히 걸치고 있던 자제심이라는 이름의 갑옷이 모래로 변해 부스스 흘러내리는 환영이 보였다. 에쓰코는 그러한 갑옷이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몰랐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윳 군, 저기.”
“그래, 도망치는 거야. 더 이상 못 해먹겠으니까. 더 이상 비참해지기는 싫으니까 도망…….”
고레나가는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고 에쓰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의 맨얼굴을 처음으로 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맨얼굴인 줄 알았던 것이 맨얼굴이 아니어서 서글프기도 했다. 손에 닿았던 살결도, 서로 숨결을 나누었던 입술도, 늘 뭔가에 가려져 있었다니.
231-238p
구매가격 : 11,200 원
엄마의 자존감 공부
도서정보 : 김미경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민언니 김미경이 ‘자존감 대장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을 뜨겁게 울린★
★김미경의‘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 도서 소개 / 출판사 서평
★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을 뜨겁게 울린★
★김미경의‘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
“엄마 노릇, 참 힘들죠?”
어른들 말씀에 아이야 낳으면 알아서 큰다지만, 모든 엄마들은 알고 있다. 아이 키우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하루에도 지옥과 천당을 백 번쯤 오간다. 매일 최선을 다한다지만, 가끔 돌아보면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흔들린다. 미안한 일이 떠오른다. 아이가 잘못되면 내 잘못 같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 한바가지를 쏟는다. 김미경이 만난 전국 수만 명의 엄마들은 모두 같았다.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걸까?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일까? 대체 부모 노릇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끝도 없다.
오늘도 수많은 엄마들이 답 없는 고민을 품고 앓고 있다. 김미경에게도 초보 엄마 시절이 있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엄마 노릇한 지 어느덧 28년.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이자 여성의 꿈 스승으로 활약해온 국민언니가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전국의 강연장에서 수많은 엄마들의 등을 쓸어내리며 토닥이며 나눈 진솔한 이야기, 정답을 몰라 흔들리는 엄마들에게 던져줄 해답을 신작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 담았다.
★ 국민언니 김미경이 ‘자존감 대장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김미경이 말하는 엄마의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
『언니의 독설』에서 흔들리는 30대 여성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고,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에서 아내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준 국민언니 김미경이 신작 『엄마의 자존감 공부』와 함께 자녀교육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는 ‘국민엄마’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입심을 가진 강사로 화려한 연단에 서는 김미경도 집에 돌아가면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이 된다.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자녀 교육을 해왔다고 자부해온 그녀. 그러나 둘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등학교 자퇴 선언으로 진정한 엄마 노릇이란 무엇인지, 나는 좋은 엄마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걸. 잘 나가다가도 울퉁불퉁한 길이 불쑥 찾아온다는 걸. 김미경은 자신과 가족에게 찾아온 시련 앞에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아이의 행복과 꿈을 보듬어주는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강연장에서 수만 명의 엄마들을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깨달았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존감 있는 아이를 키우는 건 ‘자존감’ 있는 엄마라는 것을.
★ 자존감 있는 아이는 무엇이 다른가★
★아이가 원하는 진짜 엄마는 누구인가★
김미경이 말하는 ‘자존감’이란 여느 심리학과 교수나 자녀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심리 처방보다 쉽고 빠르다. 스스로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그래서 넘어져도 별일 아니라고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힘, 당장은 지질하지만 언젠간 멋진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 그래서 내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용기,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적은 아이는 작은 스트레스만 만나도 “큰일 났다. 어떡하지?” 하며 감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지만, 자존감이 큰 아이는 큰 스트레스를 만나도 긍정적인 해석을 마련한다. 친구에게 배신당해도 ‘그 친구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으니 그만 잊자’고 여긴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살아보면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엄마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엄마 모습은 어떨까?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엄마, 세상이 나를 밀어내도 나를 안아줄 엄마 아닐까? 중2병 아들도 쑥스러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말 “엄마만은 내 편이면 좋겠어” 아닐까? 김미경은 아이의 영혼을 북돋으며 똑똑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주고 아이의 편이 되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서울 안 가면 인생 망한다고 겁을 주고 “학원은 갔다왔어?!”만 묻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고민과 경험을 아이의 편에서 해석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엄마의 자존감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면 엄마부터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엄마의 자존감 텃밭에서 아이의 자존감이 큰다.
★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존감’ 공부를 시작하자!★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아이의 탄생을 이해한다는 것’에서는 자존감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는 탄생부터 이미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자존감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는 것, 그래서 진정한 엄마 노릇이란 아이가 가진 자존감을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부 ‘사춘기 엄마로 사는 법’에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아이를 온몸으로 받쳐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김미경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양육은 엄마의 위치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위치에서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3부 ‘엄마의 인생 해석법이 아이를 키운다’에는 아이의 고민과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으며, 4부 ‘엄마가 된다는 건 기회다’에서는 엄마의 자존감을 단련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마지막 5부 ‘자존감 있는 엄마로 똑똑하게 사는 법’에서는 자신의 꿈과 가정, 일터와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양육을 여성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양육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워킹 맘으로서 세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김미경. 한발 먼저 경험한 그녀의 육아와 자녀교육 스토리에는 엄마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 공감과 해답이 빼곡히 담겨 있다. 처음이라 서툴고 정답을 몰라 흔들리는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엄마의 자존감’을 선물하자.
◎ 본문 중에서
엄마로 살면서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엄마는 신이 아니다. 엄마도 실수를 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미안해도 우리는 엄마로 살아야 한다. 천 번을 미안해도 엄마로서의 자존감을 채워가야 한다. 엄마라면 나와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자존감을 공부해야 한다. 자존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연습할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를 키워줄 수 있을지 스스로가 알아내야 한다.
―p.10【프롤로그: 행복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존감 공부’를 시작하자】
생명이 커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이런 자존감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심이 되고 밑바탕이 되는 감정이라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생기는 게 아니다.
―p.27【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자존감은 홈메이드다. 공부나 예체능 같은 지식이나 스킬은 밖에서 얻어도 되지만, 자존감은 그게 안 된다. 아이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무언가를 충분히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다.
―p.36【자존감은 홈메이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들 마음을 가장 병들게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절대 줘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감정. 나는 그게 바로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병은 부모에 대한 작은 미안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미안함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고 매일 새벽까지 잠 못 들 정도로 시달린 아이는 몇 년 뒤 어떻게 될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건 기본이고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라고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데까지 굴러떨어진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의 끝은 항상 최악으로 치닫게 돼 있다.
―p.97【죄책감이 아이에게 가장 위험하다】
아이가 왜 지하로 떨어졌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아이한테 어떤 의미일까를 따져보는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성품상 한 번은 지하에 내려갔다 와야 하는 애들도 있다. 특히 고집이 세고 자기 주관이 강한 자녀들은 부모가 말하는 길로 가지 않는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기어이 확인해야만 스스로 걸어 나오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지금 지하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길고 긴 자녀의 인생에서 한 번은 깊이 내려가서 건져 올 게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힘겹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이 과정이 아이의 인생에서 깊이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이는 그 어두운 지하에서도 매일 큰다.
―p.111【깊이가 높이다】
엄마가 엄마답기 위해서는 신체 나이만 먹을 게 아니라 스스로 자존감 나이를 먹어야 한다. 40대면 40대에 걸맞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 잘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자존감도 나이와 걸맞은 수준이 된다. 나는 가끔 아이들과 여러 문제를 상의하고 해결해나갈 때마다 늘 생각한다. ‘지금 몇 살짜리 자존감으로 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혹시 내가 내 아이들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엄마는 아이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든든한 게 아니다. 아이보다 두둑한 자존감 나이를 먹어서 든든한 것이다. 든든한 엄마를 둔 자녀와 빈약한 엄마를 둔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르다. 아이가 매사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엄마인 나의 자존감 나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내 자존감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
―p.232【엄마의 자존감 나이는 몇 살인가?】
구매가격 : 14,400 원
트립도기
도서정보 : 권인영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08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가장 완벽한 여행 메이트
반려견과 함께한 30일 유럽여행,
그 찬란한 순간의 기록
◎ 도서 소개
아름다운 오후에 개와 함께 언덕에 앉아 있으면 에덴동산에 돌아와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던 그때, 진정 평화롭던 그때로.
- 밀란 쿤데라
시작은 ‘유럽에는 개들이 지하철도 타고, 음식점에도 편하게 들어갈 수 있던데.’라는 한마디였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털북숭이 친구와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강력해졌다. 그래서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일단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털북숭이 친구 페퍼와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저자인 권인영과 그의 솔메이트이자 여행 메이트 페퍼는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스스로도 ‘정말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여행은 완벽했다. 함께 봤던 반짝이는 에펠탑, 낮선 언어를 쓰지만 마음이 통하는 예쁜 눈빛과 다정한 손길을 나누어주던 다른 나라의 사람들, 자유롭게 뛰놀았던 스위스의 초원, 침대에 누워 꼭 안고 잠들었던 시간까지. 떠났기에 느낄 수 있었던 모든 감정과 만들 수 있었던 둘만의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트립도기』는 파란만장한 유럽 여행기이다. 반려동물 사진작가인 저자가 찍은 사진은 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그들이 행복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여행 메이트가 개이기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읽은 이를 자연스럽게 웃고, 울게 만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라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개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이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그만큼 우리보다 짧은 수명을 가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트립도기』의 저자 권인영 역시 늘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다. 그녀가 찾은 답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구속 없이 자유롭게 달리며 풀과 바람의 냄새를 맡고, 새로운 공간과 사람을 만나 함께 어울리는 일 등 단순하지만 견주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험들을 하나씩 늘려 주었다. 페퍼와의 유럽 여행도 그 연장선이었다.
"어렵지 않은 반려견과의 유럽 여행"
『트립도기』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의 과정에서 만난 장소,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여행 준비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직접 경험하고 좌충우돌 준비과정을 보낸 저자의 설명이기에 쉽고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한번쯤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반려동물의 행복한 얼굴을 보기 위해, 여행은 -ing"
사람이 아니라도, 동물에게도 행복한 권리가 있다. 그들도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함께 행복하고, 함께 시간과 추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보다 짧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으니. 그래서 저자와 페퍼는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떠날 준비 중이다. 더불어 더 많은 반려동물이 행복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한다. 그들이 함께할 여러 모습의 여행들이 벌써 궁금하다.
◎ 저자 소개
권인영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처음 일회용 카메라를 쥐었을 때도, '내 카메라'를 처음 갖게 되었던 중학생 때도, 주변의 좋아하는 것들을 촬영하고, 기록했다. 변덕 많은 내가 꾸준하게 좋아한 일이었기에, 서울예대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했다.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던 내 개들을 기록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생각의 연장으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땡큐 스튜디오에서 동물 포트레이트 촬영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털북숭이 친구, 가족, 동생의 사진을 찍는 것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도 꾸준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내 옆에 있어주는 털북숭이 친구 페퍼는 영원한 내 영감의 원천이며, 가장 완벽한 모델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친구와의 수 많은 추억을 조심스레 꺼내보려고 한다. 유럽에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털북숭이 친구와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이 되길 바란다.
가장 완벽한 친구이자 영감의 원천, 솔메이트 페퍼
안녕하세요. 페퍼에요. 저는 익산의 어느 동물 농장에서 태어났어요. 엄마와 아빠가 사고를 쳐서 태어난 예상치 못했던 아이였죠. 목장에서 살려면 양을 모는 쇼(제가 보더콜리라 그렇다고 해요)를 해야 했는데, 사실 전 양을 무서워하거든요. 다행히 언니가 저를 구해주었죠. 그리고 무서운 양이 아닌 언니의 사랑을 받으며 벌써 네 번째 생일도 지나도록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언니가 늘 언니보다 빨리 할머니가 될 거라고 걱정했는데, 그래도 아직 튼튼하고 건강하니까 걱정을 좀 덜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 언니와의 여행을 많이 하고 싶어요. 유럽에서는 정말 완벽한 여행 파트너였죠. 제가 좀 아파서 걱정을 시켰지만, 우리는 엄청난 추억을 공유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걸을 수만 있다면 언니와 함께 여행을 할 거예요.
지금도 호수공원에 달려가고 싶어요. 언니에게 애교를 부려야 할 타이밍이네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 본문 중에서
파리 여행의 첫 장소는 무조건 에펠탑이었다. 짐을 빠르게 정리하고 페퍼와 함께 에펠탑으로 향했다. 길눈이 밝아서 오는 길에 보았던 길을 머리 속에 그려놓았다. 숙소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페퍼와 함께 파리를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 그림과 잡다한 소품을 파는 사람들, 조금은 더러운 길거리마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여전히 잘 믿겨지지 않았다.
“페퍼, 우리 지금 파리야! 너도 느끼고 있지?”
[파리라는 새로운 세상 중]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개들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곳 파리에도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살고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내가 싫다는 이유로 생명과의 공존을 거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파리 지하철 안에서 개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 공존이라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파리 지하철]
페퍼는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듯 나에게서 좀 멀리 떨어져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도 크게 부르면 페퍼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이 정면으로 보였고, 그 앞으로 펼쳐진 빼곡한 푸른 수풀 사이로 회색 개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춘 듯 한 장면 한 장면 내 가슴 속에,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되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 순간과 그 장면, 특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페퍼의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너의 얼굴]
사실 내 요구에 지붕 밑에 앉아 참고 기다리긴 했지만 페퍼에게 비가 내리고 몸이 젖는 것 따위가 그리 중요했을 리 없다. 페퍼는 비를 맞으며 풀과 들꽃 사이를 뛰어다녔다. 엉덩이를 쳐들고 같이 놀자 꼬드기기도 하고, 뛰어도 뛰어도 끝이 없는 이곳을 미친 듯이 달리기도 했다. 온 얼굴과 다리, 입혀놓은 우비마저 진흙탕과 비로 잔뜩 젖어 꼴은 엉망이었지만 행복한 표정을 보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붕 아래 쪼그려 앉아 난장판이 된 페퍼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다. 그 날 페퍼는 발바닥 패드가 다까질 때까지 열심히 뛰어놀았다. 그리고 나는 더 없이 행복한 추억을 마음 가득 선물 받았다. 그것으로 우리는 이곳에 온 충분한 의미를 얻었다.
[함께이기에 충분한 의미, 피르스트]
그때야 마음이 놓이면서 지난 하루 동안 페퍼와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페퍼는 이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호텔 직원분들과 택시 기사님 그리고 코르테시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 모두 모두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사실 로마라는 도시 자체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잘 모르는 개 한 마리가 아팠을 뿐인데,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 되어 도와주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로마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옥 같은 로마에서의 하루]
페퍼의 변화만큼 나에게도 변화들이 생겼다. 페퍼가 어떤 상황인지 먼저 파악하고, 미리 해주려고 한다. ‘이쯤이면 페퍼가 목이 마르겠지, 이제는 쉬어야 할 타이밍이지, 빨리 나가야겠구나’ 등등 페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몇 년을 함께 살았지만 여행길에서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갔다. 이 모든 변화 역시 여행이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떠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떠나오길 참 잘했다]
페퍼와 한 달간 여행하며 나는 내 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짓는지 보았다. 그 표정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내 개의 행복한 얼굴이 고마워서 자꾸만 페퍼와의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온전하게 행복하다는 것, 즐겁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와 함께한 순간들이, 우리의 여행이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듯 내 예쁜 친구에게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남을 기억이라 믿는다.
[에필로그. 내 개의 찬란한 순간의 기록]
구매가격 : 16,000 원
내 친구 다이노봇 5
도서정보 : N.S. 블랙먼 / 을파소 / 2017년 1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짜릿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
로봇 공룡과 함께하는 액션 어드벤처!
◎ 도서 소개
■ 공룡도 좋아하고, 로봇도 좋아하지만 책 읽기는 싫다고?
능동적 독자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
『내 친구 다이노봇』으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책보다 더 즐겁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다양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러나 억지로 아이들의 손에 책을 쥐어 준다 해도 자발적으로 책을 손에 들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즐거워할까?
책을 읽히고 싶은 부모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영원할 것 같은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책이 을파소에서 나왔다. 아이들이 능동적 독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책 읽는 것을 즐기는 방법밖에 없다. 스스로 책을 손에 들기 위해 책이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을파소에서 나온 『내 친구 다이노봇』은 무엇보다 읽는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렸을 때 공룡에 빠져들고 로봇에 열광한다. 그런데 로봇과 공룡이 합쳐진다면 어떨까? 『내 친구 다이노봇』은 박물관에서 살아난 로봇 공룡 다이노봇과 소년의 우정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로 책 읽기를 멀리하던 아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 알도와 빙봉 이후 가장 멋진 비밀 친구, 다이노봇!
차가운 로봇 공룡 다이노봇과 소년의 따뜻한 우정과 뜨거운 모험!
“어느 날 박물관에 잠들어 있던 로봇 공룡이 말을 걸어온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도나 빙봉 같은 상상의 친구를 두지만 점차 상상의 친구는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비밀의 친구를 갖고 싶어 한다. 자신만 알거나 자신의 비밀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그런 비밀의 친구가 로봇 공룡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주인공 말린은 견학을 간 박물관에서 비밀스러운 방을 발견한다. 이 방에는 특별한 공룡이 잠들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다이노봇’이라 불리는 로봇 공룡. 말린은 우연히 다이노봇 센트로사우루스의 잠을 깨우게 되고, 다른 다이노봇의 잠도 깨우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의 계획을 실행한다.
말린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들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나 학교에 있는 선생님은 너무 바빠 말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런 말린에게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한편으론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사건이 일어났다. 로봇 공룡이 깨어나 말린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뛰고 흥분되었을까.
자신만의 멋진 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할 겨를도 없이 다이노봇을 노리는 음모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이노봇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말린은 다이노봇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에 올라타 한밤의 도심을 가로지르고, 다이노봇을 지켜내기 위해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스스로 미끼가 되길 자처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자신과 닮아 있는 말린의 비밀스러운 모험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박물관이 새로운 공간으로 보이고,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아이들 역시 말린과 함께 성장하게 된다.
■ 로봇+공룡! 아이들이 먼저 알아본다.
아이들이 바라던 책이자, 어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책!
아이들의 안목을 믿어주세요!
로봇이나 공룡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 이 책은 분명히 부모님보다 아이들이 먼저 손을 뻗어 집어들 책이다. 아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자극적이기만 불량식품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같은 설정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뚜렷한 캐릭터와 속도감이 느껴지는 서사는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대중문화를 즐기는 수요자로서 자신의 취향이 뚜렷하고 대중문화에 대한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 이 책을 아이들이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존중이 즐거운 책 읽기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책 읽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독서교육이지 않을까?
구매가격 : 10,000 원
생각 부자가 된 키라
도서정보 : 박현숙 / 을파소 / 2017년 1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초 베스트셀러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후속편!
멋진 생각은 어디서 나올까?
◎ 책 소개
왜 생각을 키워야 할까? ‘생각’을 저축하는 특별한 비법!
키라 자기경영 동화 시리즈 7권
어린이 자기경영 동화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좋은 습관과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간 이 시리즈는 1권『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비롯해 『사람 부자가 된 키라』에 이르기까지 저축, 시간관리, 습관,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왔다.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키라 자기경영 동화> 시리즈 7권 『생각 부자가 된 키라』의 주제는 바로 ‘생각’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주고 싶어 한다. 생각을 키운다는 것은 곧 사고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사고력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많은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문제를 다르게 보고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논리력은 자신의 주장을 보다 잘 설득할 수 있는 힘을, 비판력은 상황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상상력, 논리력, 비판력 등 ‘생각’을 키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생각 부자가 된 키라』에서는 상상력, 논리력, 비판력 등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을 키워야 해.” 라고 말한들 아이들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생각 부자가 된 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생각 통장’을 만들어 ‘생각을 저축’하는 키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아이들은 『생각 부자가 된 키라』를 읽으며 왜 생각을 깊이 해야 하는지,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멋진 아이디어는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논리력과 비판력은 무엇인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특별한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키라와 함께 이를 실천해 나가다 보면 멋진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가득한 ‘생각 부자’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 출판사 서평
생각이 깊고 풍부한 게 도대체 뭐야?
이웃의 베스트셀러 작가 니콜라스 아저씨처럼 멋진 작가가 되고 싶은 키라는 자신도 글을 잘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키라는 다른 책의 멋진 문장을 베껴가며 열심히 외운다. 하지만 다른 책의 멋진 문장은 자신이 직접 생각한 자신의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각이 깊고 풍부해야 한다.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논리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생각을 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깊고 풍부한 건 도대체 뭘까? 생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색을 위해 매일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깊고 풍부한 생각을 하고 싶은 키라가 고민에 빠졌다.
생각을 키우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것들
키라는 생각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고, 토론 연습도 나간다. 제대로 멋지게 해내고 싶은 키라의 마음과 달리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건 키라가 아니라 엠바이고, 토론 연습에서는 우물쭈물 제대로 말 한마디 못 했다.
낙심한 키라가 번뜩! 힌트를 얻은 것은 춤을 추면서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춤과 노래, 글쓰기는 모두 생각이 풍부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면 창의적인 글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창의력은 말이다. 글 쓰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데도 필요하지.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노래도 재미있게 잘하거든. 나는 독일에서 노래를 제일 재미있게 부를 자신이 있단다.”
“선생님도 창의력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진선미는 여전히 목소리를 낮춘 채 물었다.
“당연하지. 곧 노래 반은 아이들로 넘쳐나게 될 거야. 그리고 특별활동이 있는 날에는 학교가 들썩일 거야.”
토마스 선생님은 숙였던 허리를 쭉 폈다. 사방으로 뻗친 파마머리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본문 52쪽
‘생각’도 저축할 수 있어!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진짜로 ‘생각이 커졌는지’는 쉽게 알기 힘들다. 이런 자신의 생각이 진짜 커졌는지 아닌지 아리송해 하는 키라에게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생각 통장’이다. 무엇이든 저축하기를 좋아하는 키라는 ‘생각’도 통장에 저축한다.
“좋아요. 아저씨, 생각 통장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키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생각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한 날, 통장에 저축하는 거야. 처음에는 매일 저축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어. 하지만 하루도 그냥 보내지 않고 저축하려고 노력해 보렴. 뭐든 호기심을 갖고 보도록 해. 늘 하는 생각이 아닌 엉뚱한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좋아. 엉뚱한 상상과 호기심을 가질 때 새로운 것이 보인단다. 그리고 원래 있었던 것도 조금씩 바꿔 보도록 하렴. 질문하고 대답하기. 남의 말을 잘 듣고 생각한 것,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어떤 일에 대해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눈 것, 이런 일들을 한 날이 바로 생각 통장에 저축을 하는 날이지. 할 수 있겠니?”
-본문 78쪽
키라는 생각을 통장에 저축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무척 많은 생각을 저축했지만 어느 날은 하나도 저축하지 못하고 보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키우는 일에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키라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저축해 나간다. 키라와 함께 생각 통장을 만들어보자. 나만의 생각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생각 저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팁! 키라의 생각 통장 저축법!
1. 상상력 저축하기 : 멋진 아이디어를 위해 고정관념 깨기!
2. 상상력 저축하기 :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을 때 떠오르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보기!
3. 관찰력 저축하기 : 오감으로 통해 관찰하고 느끼기!
4. 관찰력 저축하기 :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유심히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적어 보기!
5. 문제해결능력 저축하기 : 문제가 생기면 자기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해 보기!
6. 문제해결능력 저축하기 : 다른사람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기!
7. 논리력 저축하기 : 책을 읽을 때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파악하고 요약해 보기!
8. 비판력 저축하기 : 내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을 비교해 보기!
구매가격 : 13,000 원
2018 한국경제 대전망
도서정보 : 이근, 박규호, 송홍선, 류덕현, 경제추격연구소, 이준협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경제,
대한민국 경제석학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티핑포인트!
한국의 미래는 일본을 닮아갈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은 있는가?
새 정부 출범, 현실화되는 금리 인상, 4차 산업혁명의 확장, 노동 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슈로 격랑을 치게 될 2018년의 한국. 그 속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2018 한국경제 대전망』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석학 30인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흐름과 트렌드를 분석해 2018년 한국경제의 전망을 예측한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격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2018년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추천사
“소득 주도 성장의 바퀴는 크고 둥근 반면, 혁신 성장의 바퀴는 울퉁불퉁하고 조그맣다.”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은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중국의 추격과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오히려 기회라는 인식, 대기업 중심 경제를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로 바꿀 마지막 기회라는 제언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정세균 국회의장
불평등과 포용 성장을 키워드로 발굴했던 2017년판에 이어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것인가’를 올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을 해결한 점 등은 일본을 닮아야 한다. 한국도 여러 부문과 경제주체 간에 새로운 동반자적 균형 상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운찬 전 총리, 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2018년은 새로운 경제 기조인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및 혁신 성장’ 면에서 산업정책의 방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8 한국경제 대전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정책의 길은 무엇인지 길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산업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혜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새 정부 출범 2년차가 되는 2018년 한국경제는 그 어느 해보다도 어려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본이 경험한 20년 불황의 터널을 우리는 과연 건너뛸 수 있을지 혜안을 바라는 가운데 특집으로 펴낸 필자들의 예지가 돋보인다. 한국경제의 대기업 주도성을 탈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서 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접근 등 지속가능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통찰도 놀랍다. 이 땅에서 경제 활동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2018년을 맞으며 제일 먼저 숙독해야 할 필독서로 의심치 않는다.
이영훈 (주)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정책이 본격화될 2018년 한국경제를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맥을 짚어주는 책이다. 30인의 분야별 경제 전문가의 다양한 분석은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전 통계청장
특정 시점에서 각 국가는 다른 성장 패턴을 보일 수 있지만 그 근본 원리를 이해하면 같은 시장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는데,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중·일을 개별시장으로 보던 관점에 갇혀 있던 독자들은 이제 이 책을 통해서 ‘원 아시아’라는 더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 겸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대표
◎ 집필진 소개
지은이 이 근, 박규호 외 경제추격연구소 (대표저자 5인 포함 총 30인)
대표저자
이근 교수 / 경제추격연구소장
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경제추격연구소장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 소재)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장,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였다. 기술혁신 분야 최고의 국제학술지인 「Research Policy」의 편집진이며 UN 본부의 개발정책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2014년 비서구권 대학 소속 교수로는 최초로 슘페터(Schumpeter)상을 수상하였고, 국제슘페터학회(International Schumpeter Society)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슘페터상 수상작 『경제추격에 대한 슘페터학파적 분석(Schumpeterian analysis of economic catch-up)』이 있다.
박규호 교수
현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경제추격연구소 학술위원장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기술경영경제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구에서 개발된 혁신이론의 국내 적실성과 한국 사회의 개선을 위해 한국 기업에 맞는 혁신방식, 혁신과정에 집중하여 연구해오고 있다.
송홍선 박사
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존스홉킨스대학 방문교수(visiting scholar)를 역임했다. 2014년 연금정책 자문으로 경제부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예금보험공사 연구위원 시절에는 은행산업과 금융규제를 연구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산운용, 연금, 고령화, 기업지배구조이며, 저서로는 『인구구조 변화와 주식시장』, 『연금사회와 자산운용산업 미래』, 『예금보험론』 등이 있다.
류덕현 교수
현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미국 라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조세연구원(KIPF)의 전문연구위원 및 세수추계팀장을 역임하였다.
2012년 한국재정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재정학회의 이사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정정책, 경제성장, 그리고 계량경제학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이준협 박사
현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 국가통계위원회 분과위원, 정부 일자리 민관합동평가단 전문위원, 국민일보 경제시평 필진 등을 역임하였다. 경제전망과 경제트렌드 분석을 중심으로 거시경제, 노동시장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곽정수 _「한겨레신문」 경제 선임기자
기지훈_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
김부용_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조교수
김영각_일본 센슈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
김 욱_건국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부교수
김윤지_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준연_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
김호원_22대 특허청장, 국정운영2실장, 규제개혁실장, 산업정책국장 역임
노성호_세종대학교 국제학부 중국통상 전공 조교수
노수연_고려대학교 글로벌학부 중국학 전공 조교수
박재환_영국 미들섹스 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
박태영_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서봉교_동덕여자대학교 중국학과 부교수
송원진_경제추격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오영중_법무법인(유한) 세광 변호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오 철_상명대학교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우경봉_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무역학과 부교수
원종학_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강국_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임지선_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장종회_「매일경제신문사」 중소기업부장
조성재_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최준용_뉴마진캐피탈코리아 대표이사, 경제학 박사
홍석철_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
◎ 출판사 서평
30인의 국내 최고 경제석학들이
2018년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달려야 겨우 한 발 한 발을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붉은 여왕의 나라와 비슷하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려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잠시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환경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명확한 방향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달렸지만 방향이 어긋나면 되돌아와야 하는 수고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달려야 할까?『2018 한국경제 대전망』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석학 30명이 2017년 우리 경제를 돌아보고 거시적·미시적·통시적 분석을 통해 2018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크게 하나의 특집과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이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한국경제의 미래가 될까?
특집 ‘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에서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을 통해 한국경제의 현실을 짚어보고 우리가 배워야 할 것과 답습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일본경제와 한국경제는 2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상당히 닮아 있다.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부동산 버블 등 경제 상황뿐 아니라 인구구조 및 사회 변화도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 현상은 일본보다 그 속도가 빨라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로서 큰 공부가 된다. 이 장에서는 일본 경제가 침체하게 된 원인과 이후의 과정들을 분석하며 한국과 일본의 인구구조 문제(고령화 사회), 생산성과 경쟁력, 부동산 시장, 청년 실업 등의 문제들을 세세하게 짚어보고,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인지, 변화가 일어날지를 고찰한다.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 ‘중국의 약진’과 ‘4차 산업혁명’
제1장 ‘중국,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한국 산업의 미래’에서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두 가지 도전, 중국의 약진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살펴본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무인 드론이 택배 물품을 배송하고, 인공지능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알아서 찾아주고, 현금이 없어도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결제가 해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는 시대 흐름을 얼마나 따라가고 있을까? 이 장에서는 ‘게임 산업에서의 중국의 비상’을 비롯해 에너지, 바이오 제약, 스마트 시티, 스마트 농업, 스마트 헬스케어, 공유경제, 핀테크 시장, 유통의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을 비교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은 어느새 경제의 양적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기술적 부분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적시적소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은 우리에게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우린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제2장 ‘세계경제 트렌드’에서는 현재 세계경제의 상황을 고찰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한다.
2017년 세계경제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재부상은 세계경제의 흐름을 우호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브렉시트 과정의 영국을 다룸으로써 세계 속에서의 한국의 자리를 가늠해본다. 먼저 경제추격연구소에서 개발한 추격지수를 바탕으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경제 상황 분석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명확하게 해준다. 또한 5년차를 맞이하는 아베노믹스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며 우리가 취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찾는다. 최근 무디스로부터 신용 등급이 하향된 중국의 문제점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1,400조 원의 가계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주제다.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 두 바퀴로 구르는 수레
제3장 ‘국내 경제 이슈와 정책 트렌드’에서는 범위를 좁혀 한국경제 세부 이슈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장에서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맞춰 견고한 흐름을 보인 2017년 우리 경제를 해부해보고, 그 흐름이 진짜 회복 시그널이 아니라 몇몇 IT·반도체 기업의 호황에 힘입은 착시임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즉 노동 시장의 고착화나 부동산 문제, 제3의 경제 모델로서의 사회적 경제 그리고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 다룬다. 특별히 이 장에서는 새 정부 들어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 정책들을 다루며, 그중에서도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소득 주도 성장은 예산과 구체적 지원 정책 등으로 어느 정도 정책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면 혁신 성장 바퀴는 아직 구체화되지 못해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이 둘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지원과 규제, 공공성과 산업 성장 사이의 줄다리기
제4장 ‘주요 산업과 산업 정책 트렌드’에서는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과 점차 그 중요성이 커져가는 새로운 산업들을 다룬다. 주요 산업으로는 자동차와 철강 산업을 점검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으로는 문화 콘텐츠 산업과 의료 산업에 대해 소개한다. 한국경제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17년에는 중국 시장 축소와 국내 판매 저조로 인해 상당한 위축을 겪었고, 철강은 자동차와 조선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자동차와 철강 산업도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전 세계가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으로서 문화 콘텐츠와 의료 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특히 문화 콘텐츠 산업의 경우 ‘시장 가격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기에 정부의 지원과 필요하지만 그 지원 방법에 있어서 아직까지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의료 산업의 경우에는 각종 규제에 의해 산업 성장이 발목을 잡혀 있는 경우인데, 의료의 공공성이나 공익을 생각한다면 규제가 필요하지만,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변화의 시대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미래전략서”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계에서는 ‘정석’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한 판의 바둑에서 알파고 수를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인공지능이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경제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알파고와 같다. ICT뿐 아니라 도시 건설, 농업, 금융, 제약, 자동차, 제철 등 전통 산업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래 산업은 얼마나 진전되어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이 폭풍 같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2016년에 출간된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의 키워드는 경제적 불평등과 포용적 성장 등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모색, 트럼프 당선 이후 중미 갈등과 중국경제 성장 저하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었고, 그 외 좀 더 국내 경제에 특수한 키워드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버블이었다.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적절한 선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불평등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은 정권 교체로 이어졌고, 중미 갈등은 강대국 간의 직접적 갈등으로 가기보다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간접적 대리전 양상을 띠어서, 사드 갈등 및 북핵 위기의 강도를 이전보다 높게 만들었고 그 피해자는 한국경제였다. 4차 산업혁명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가지면서 현재도 진행형이고, 가계 부채와 부동산 버블은 8·2 대책으로 현실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역시 『2018 한국경제 대전망』에 기대되는 바가 크다. 단순히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진단과 분석, 통계를 통해 2018년을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한국의 미래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흐름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각과 주제로 접근한 한 편 한 편의 글들의 글을 읽다 보면, 현재 우리 사회와 경제를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가 생겨 대변화의 시대에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에서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일본경제와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주도의 경제,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 우위의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 구조, 경직적인 노동 관행, 교육제도 그리고 빠른 인구의 고령화 등을 들 수 있다. 일본과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 GDP 성장률은 일본처럼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노동 투입의 기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략)
한국경제가 일본경제를 답습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기업이 보다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기업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시스템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다.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때 퇴출한 재벌과 기업들은 많지만, 그 기업들을 대체할 새로운 기업군의 등장은 없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가진 보다 성장성이 높고 효율적인 기업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지 않으면 신규 투자 수요를 창출할 수 없고, 하락하는 자본 수익률도 개선할 수 없다. 유효성을 상실한 경제 시스템을 버리고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 생산, 자원 배분 시스템의 도입에 따른 피해와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 의료제도와 교육제도의 개선도 동시에 요구된다.
_ pp.25-26, 특집: 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 | 01 한국은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는가
중관춘 커피숍에 모여 삼삼오오 짝을 짓고 사업 아이디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하는 중국의 젊은이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공유경제 회사들, 이들 중에 진주를 발견하고 키우기 위해 눈을 켜고 돈 쓸 준비를 하는 1만 개가 넘는 투자 회사들, 자신의 네트워크 외연 확장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서슴없이 큰돈을 써가며 스타트업들을 사들이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플랫폼 대기업들, 규제 철폐와 기업 육성에 앞장서는 중국 정부, 이들이 이뤄내는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태어나고 경쟁에서 탈락해 사라지겠지만, 이 과정에서 디디추싱 같은 적지 않은 기업들이 우버와 경쟁해도 살아남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사설 학원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대학생들, 창업자에게 개인 연대보증과 자산 담보를 요청하는 투자 회사, 투자 회사에 창의적 기업가의 발굴이나 육성보다 위탁 자산의 재무적 안전성 확보를 요구하는 기관 투자자, 자체 개발에만 열중하고 M&A에 소극적인 대기업, 이익단체의 입김에 각종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는 국회, 기존의 국내 산업 보호에만 전전긍긍하는 소극적 관료들이 넘쳐나는 한국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_ pp.136-137, 제1장 중국,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한국 산업의 미래 | 07 공유경제의 신모델, 중국에서 배워라
그렇다면 과연 현재까지 아베노믹스의 공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일본의 노동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의 영향이 뚜렷하다. 2017년 2월 일본의 실업률은 23년 만에 최저인 2.8%를 기록했고, 4월 유효 구인 배율은 1.48을 기록해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부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3월에 졸업한 대졸자 중에서 취직 희망자 중 취직 내정자로 계산되는 취직률은 97.6%였고 전체 대학 졸업자 중 취직자의 비율도 약 72.9%로 상당히 높아졌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과도 관련이 있지만 동시에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경제 상황 덕분이기도 하다. (중략) 아베노믹스는 그 성과와 함께 한계도 지니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일본경제가 불황의 터널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정 적자 문제 등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는 무엇보다도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신음하던 일본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기 회복을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아베노믹스의 완전한 성공과 일본경제의 회복은 어쩌면 시간과의 싸움이다. 구조적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회복으로 명목 GDP를 높여 정부 부채 비율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_ pp.177-183, 제2장 세계경제 트렌드 | 02 아베노믹스와 3개의 화살, 성공한 전략인가?
2018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마라.”라는 오랜 속설이 제대로 들어맞을 공산이 크다. 공급이 쏟아지는 마당에 주택 수요를 위축시킬 최고의 요인인 금리 상승마저 기름을 붓는다면 집값이 눌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앞으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인상된다면 부동산 눌림 현상은 가속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 시장은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과거 경험상 집값 하락은 금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새로 사들인 집을 매물로 내놓는 사람이 늘어날 때나 집값 하락을 예상해 매수가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압도할 때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금리는 부동산 매수·매도 의사를 결정하는 데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최근 3~4년간의 집값 상승세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2017년까지의 상승세는 눌려 있던 집값이 정상적인 상승 궤도로 들어온 것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이 2003년 12월을 기준점으로 잡아 계산한 수도권 매매 가격 지수는 2008년 9월에 최고점을 찍었다. 2017년 6월말까지 3년 이상 집값이 뜀박질을 했다지만 턱밑까지 차는 데 그쳤다. 특히 지방은 2015년 12월 최고점을 찍은 뒤 약보합으로 돌아선 상태다. 서울 핵심지 집값이 3.3제곱미터 당 4,000만~5,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뉴욕, 중국의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다른 나라 주요 도시를 보더라도 핵심지 쏠림이 서울만의 특이 현상은 아니다.
더욱이 2014~2017년에 집값 급등을 주도한 강남권 새 아파트들에는 재건축이라는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끼어 있다. 새집 교체에 대한 실수요와 1인 가구 증가 같은 수요 확대 요인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면이 있다. 사실 2017년까지의 분양 열기는 그 전의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택 수요자들의 착시와 건설 업체들의 물량 밀어내기가 복합된 것이다. 타들어가는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더 환하게 불꽃을 사르고 사그라지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런 점에서 2017년 10월 이후 본격화하는 새 아파트 입주는 2018년엔 부동산 시장을 강하게 억누르는 요소다.
_ pp.252-256, 제3장 국내 경제 이슈와 정책 트렌드 | 04 2018 부동산 키워드, 금리와 공급 과잉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동북아 신경제 질서 개편에 우리의 위상을 확립해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10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의 유혹을 차단하고 가장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국내 산업의 혁신 역량 제고와 생태계 조성에 매진해야만 한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의 저자인 미셸 부커Michele Wucker는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빤히 보이는 위험(회색 코뿔소)을 사람들이 간과하는 이유는 다가올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과 단기적 이득을 취하느라 본질적인 장기적인 문제는 다른 사람이 떠안길 바라는 심리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모두에게 한국경제의 정해진 미래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다. 이제 각 분야의 리더들은 한국경제의 회색 코뿔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지금, 경제위기의 본질에 대한 진단을 잘못해 다루기 손쉬운 정책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_ pp.334-335, 제4장 주요 산업과 산업 정책 트렌드 | 05 중국의 추격과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한 신산업 정책
구매가격 : 18,000 원
1517 종교개혁
도서정보 : 디트마르 피이퍼, 에바-마리아 슈누어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유럽 최고의 권위지 《슈피겔》의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판!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 종교개혁의 모든 것!
◎ 도서 소개
1517년 그날 이후,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슈피겔》이 분석한 종교개혁의 가장 입체적 진실
1517년 독일의 이름 없는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에 대항하여 제시한 95개 논제, 오늘날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불리는 종교개혁(Reformation)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500년이 지난 2017년, 종교개혁의 진실과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세계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특히 독일은 이날을 국경일로 지정할 만큼 국가적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 최고의 권위지 《슈피겔》 시리즈의 국내 첫 번역서인 이번 책은 큰 메시지를 갖는다. 이 책은 종교개혁의 출발지인 독일의 ‘《슈피겔》 특별판’을 엮은 것으로, 종교개혁이 세계사에 가져온 변화의 흐름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담긴 종교개혁의 진실과 오늘날의 의미는 종교개혁을 우리 모두의 역사적 사건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신이 중심인 시대에 신의 권력을 차지한 종교의 실체와 근대라는 불분명한 미래로의 역동을 가능하게 한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 물리적인 세계사적 전환을 앞둔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 출판사 서평
중세 유럽을 송두리째 바꾼 가장 위대한 사건!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분석한 종교개혁의 전모
성당 문에 논제를 붙이고 성에 숨어 성경을 번역하는 루터, 제국의회에서 주장을 굽히지 않는 루터를 마주한 황제, 루터를 파문하는 교서를 내리는 교황, 루터의 도피를 돕는 제후…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종교개혁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 달리 마르틴 루터는 결코 혁명을 계획하지 않았다. 루터는 부패한 로마 가톨릭을 향해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자는 고요한 움직임을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종교와 얽혀 있던 권력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고 전통과 진보 사이의 변화 에너지를 촉발시켰다.
이처럼 15세기의 종교는 수백 년 전부터 진행돼온 교회의 세속화와 이를 둘러싼 권력의 결속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신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고 이는 인쇄술의 발달을 통한 공개 논쟁의 활성화라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혁명의 씨앗으로 자라났다. 종교개혁은 그렇게 유럽을 넘어 세계를, 종교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500년 전 종교개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세계 지성인들의 교양서, 《슈피겔》의 종교개혁 재구성
총 3부의 26가지 이야기에서는 당대 종교가 갖던 위치와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세속적 욕망이 종교개혁을 어떻게 촉발시켰으며 걷잡을 수 없이 전개시켰는지 분석한다.
1부에서는 15세기 로마 가톨릭의 부정부패, 종교개혁을 둘러싼 로마 교황청과 황제 카알, 그리고 선제후 프리드리히의 권력 문제 등을 통해 종교개혁이 일어날 당시의 배경을 분석한다. 2부에서는 루터를 지지했던 알브레히트 뒤러와 루카스 크라나흐 등 정치, 인문, 예술계의 주변 인물들, 로마 가톨릭에 대한 민중의 반란, 인쇄술의 발달 등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정신을 추적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종교개혁의 찬성과 반대 논리에 숨겨진 정치적 속내, 종교개혁으로 분리된 여러 종파들과 그 과정에서 생긴 잡음, 신학적 타협이 아닌 정치적 거래로 마무리된 종교개혁의 진짜 얼굴 등 종교개혁이 남긴 의미와 마주한다.
여러 문헌과 저명한 역사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유추하는 과정은 종교개혁을 신학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1517년에 일어난 종교개혁은 종교가 중심이던 사회에서 일어난 정치적인 혁명이며 이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논쟁인 것이다.
“지옥에 가고 싶지 않다면 돈을 내라!”
신이 중심이던 시대, 무엇보다 세속적이던 종교의 회복
종교개혁의 핵심은 ‘진정한 신앙으로의 회복’이었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기독교인들은 기도와 순례 외에도 돈으로 지옥의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 로마 가톨릭은 ‘면벌부’라는 소위 ‘지옥 면제권’을 팔아 교회의 자금을 충당했고 사람들은 이를 사는 대신 죄를 용서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의 은총은 면벌부가 아닌 믿음을 통해 신이 선물로 주는 것이며 모든 해석은 오직 성경의 원문에 따라야 한다는 루터의 주장은 신앙의 문제에서 교황, 공의회, 교회의 권한을 배제하여 권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말았다. 그리고 가톨릭과 루터로 나눠진 양진영은 시간이 흐른 1555년,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평화를 위해 종교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종교개혁은 종교가 중심이던 시대에 신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던 한 수도사의 고요한 혁명이었고 이는 사회 변혁을 요구하던 시대적 분위기와 맞불려 근대를 열어젖혔다. 정체된 시대를 끝내고 불안한 미래를 향해 과감히 나아가는 자세야말로 종교개혁이 주는 가장 현대적인 메시지인 것이다.
[지성인의 거울 슈피겔 시리즈 DER SPIEGEL]
언론 위의 언론! 전 세계의 지식! 모두의 교양!
거울(Spiegel)처럼 한 치의 굴곡 없이 현실을 드러내다!
슈피겔 시리즈는 1947년 창간한 이래 170여 개국 매주 110만 부 이상이 발행되는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특별판을 엮은 기획 시리즈입니다. 《슈피겔 역사(Geschichte)》 《슈피겔 지식(Wissen)》 《슈피겔 전기(Biografie)》 《슈피겔 스페셜(Spezial)》이라는 주제 아래 세계의 역사와 인문학, 과학, 인물 등을 여러 학자의 균형 잡힌 시선으로 분석한 저널리즘의 정수입니다. 슈피겔 시리즈는 『로마(Rom)』 『성서(Die Bibel)』 로 이어집니다.
◎ 본문 중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종교개혁이라는 사건을 단지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교회의 기념일로만 볼 수 없다. 종교개혁의 메시지는 그 당시 정치와 사회 체계에 폭발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독일을 넘어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오늘날까지 송두리째 뒤바꿔놓았다. (4쪽)
루터와 그의 사상이 불러일으킨 영향을 추적하고 어떻게 비텐베르크의 이름 없는 아우구스티누스회 수도사가 전 유럽의 영웅으로 떠올랐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6쪽)
이 이야기는 독일 역사의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다. 어쩌면 가장 위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무명의 수도사가 강력한 교회 권력에 항의했기에 파문당하고 법의 보호를 박탈당했으나 수천 명의 추종자를 얻었다. (…) 로마 가톨릭교회를 향한 그의 비판은 교회에 새로운 종파를 출현시켰고 그렇게 탄생한 개신교가 곧 유럽 영토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17쪽)
종교개혁을 단지 교회가 분열하기 시작한 시점으로만 이해한다면 종교개혁이 가진 의미를 오해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은 많은 변화들이 서로 강하게 상충하며 역동하는 시기에 일어났다. 루터의 사상이 세상에 나올 무렵에는 종교뿐 아니라 정치와 문화, 사회와 경제 분야에서도 근본적인 변혁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었다. (19쪽)
종교개혁(Reformation)이란 단어는 글자 그대로 뜯어보면 형태를 되돌림(Ruckformung), 즉 원형으로의 복원을 의미한다. 단어의 의미가 시사하듯 루터는 날카로운 눈으로 미래를 내다본 것이 아니라, 현재보다 더 나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본래의 상태로 회귀하려 했다. (22쪽)
전통과 진보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억눌려 있던 에너지는 종교개혁을 계기로 변화의 촉진제와 촉매제가 되어 종교뿐만 아니라 당시 신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던 정치, 사회, 문화에까지 변화를 일으켰다. (25쪽)
인간은 참회와 끝없는 자기 정죄가 아니라, 오로지 신의 은총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루터는 이때부터 면벌부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 루터의 지적은 가톨릭교회를 공격하는 셈이었다. (…) 루터는 신학적인 토론을 벌일 수 있게 되길 원했지만 곧 자신이 권력 문제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6~47쪽)
수백 년 전부터 기독교인들은 기도나 순례 외에도 돈으로 지옥의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 (…) 예수와 성인들의 위대한 선행과 공로 덕분에 교회에는 여분의 선행이 쌓여 있는데, 성직자들이 이 ‘공로의 보고’에서 이를 꺼내 면벌부를 구입한 사람에게 건네주면 받을 처벌을 일부 또는 전부 면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51~52쪽)
1517년 10월까지 루터는 무명의 수도사였다. (…) 하지만 루터의 출판물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특히 성직자를 향한 비판을 주시하고 있던 시대정신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156~157쪽)
작센의 선제후와 헤센의 백작 같은 귀족들은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종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척 좋게 여겼다. 때때로 독일 제후들이 루터파 종교개혁을 지지한 이유가 단순한 경제적 이유 때문인 적도 있었다. (241쪽)
“1555년의 종교 평화조약은 종교의 평화가 아니라 정치적인 평화만 가져왔다.” (…) “종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오로지 정치적인 생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88쪽)
구매가격 : 14,400 원
교열걸 1
도서정보 : 미야기 아야코 / arte / 2017년 11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패션 잡지사에 취직은 했는데, 프라다를 입은 악마들은 어딜 간 거야?”
국내 채널J 인기리 방영, 일본 드라마 최고 화제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 도서 소개
일본 NTV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출판사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 직장 엔터테인먼트!
일본 NTV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 『교열걸』1~3 시리즈가 출간된다.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2016년 일본 드라마 순위 6위에 랭크된 작품으로,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평균 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7년 9월 스페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DX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송했다. 한국 채널J에서도 방영되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교열걸』시리즈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꿈꿔온 스물다섯 살 여자 ‘고노 에쓰코’가 원하던 출판사의 전혀 다른 부서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을 담았다.
“교열이 재밌어질 일 절대 없거든요. 난 꼭 패션 에디터가 될 거야.”
바닥 꺼진 월세방에 살아도 구두는 150 켤레인 무데뽀 신입,
패션 에디터를 꿈꿨으나, 현실은 고리타분한 문예지 교열부다!
오로지 패션 잡지만을 탐독하며 편집자의 꿈을 키워온 고노 에쓰코는 마침내 종합 출판사 경범사에 입사하지만, 이름이 ‘교열’이라는 단어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열부에 배치된다. 고요한 교열부에서 홀로 패션쇼를 펼치고, 작가 미팅에서 술에 취해 독설을 내뱉는 사고뭉치이지만, 교정교열만은 똑 부러지게 해낸다. 일을 잘해서 언젠가 잡지 편집부로 가고 말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던 어느 날, 아프로 머리를 한 잘생긴 모델이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그가 에쓰코의 담당 원고를 쓴 작가 고레나가라니! 에쓰코의 일과 사랑은 어떻게 될까?
'출판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면 이런 모습일까?'
『중쇄를 찍자!』에 이은 책과 글 그리고 출판인 이야기
『교열걸』시리즈는 인기 드라마의 원작이기 이전에 『중쇄를 찍자』, 『배를 엮자』의 뒤를 이어 글에 울고 웃는 출판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직장 소설이다. 무대가 되는 ‘경범사’는 일본의 전통적인 종합 출판사로, 잡지와 단행본 파트를 아우르는 거대 규모의 출판 그룹이다. 소설에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과 ‘잡지’를 만드는 사람, 트렌드를 쫓는 사람과 고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고민이 밀도 높게 녹아 있다. 남들은 사소하게 여겨도 글의 내용과 형식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교열자들의 노고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작품 속 여대생 대사에 세대 차이 나는 해묵은 말투를 쓰거나 원고를 주지 않고 도피 행각을 벌이는 소설가, 교열자가 본 원고를 확인도 않고 넘기며 작가들과의 술자리만 참석하는 편집자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본 출판사의 이모저모는 현직 출판인들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 책 속에서
어째서 이런 일이.
남자는 피에 물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눈을 부릅뜬 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여자는 피를 흘리며 남자 눈앞에서 죽었다. 여자의 매끄러운 살결과 온기가 떠올라 남자는 머뭇머뭇 여자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유방을 주무르자 아직 말랑했다.
에쓰코는 세 번째 줄의 ‘피를 흘리며’에 밑줄을 그은 뒤 삭제라는 두 글자와 물음표를 써넣고, ‘말랑’과 ‘했다’ 사이에 ‘말랑⋏’이라고 표시한 다음, 교정 메모 ‘마’란에 쪽수를 적었다. 한숨 돌린 에쓰코는 연필을 책상에 내던지고 목을 우두둑우두둑 돌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가슴을 주물러서 딱딱하지 않은가 확인할 것이 아니라 우선 목이나 손목을 짚어서 맥박이 뛰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런 의문점은 지적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나중에 써두기로 했다.
“누구 원고야?”
옆자리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던 요네오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석양이 비쳐드는 시간에 바로 옆에서 사무실 블라인드가 조금 열려 있어서 요네오카의 얼굴에 줄무늬가 생겼다.
“혼고 다이사쿠.”
“아, 에로 미스터리. 뭐야, 후끈 달아올랐어?”
“시끄러워, 돋보기 확 던져버린다!”
“그러지 마세요, 죽어요.”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서는 에쓰코에게 요네오카가 “내 것도!” 하고 부탁했다. 에쓰코는 그의 부탁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한 컵만 따라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자리의 큼지막한 회의용 책상에서 작업 중인 패션 잡지 교열부를 바라보았다. 여러 사람이 자아내는 살기등등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일찍이 저 살기를 동경했다. 그리고 지금도 동경한다.
저쪽으로 가고 싶다. 왜 난 혼자서 문학 분야를,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교열하고 있는 거람.
9-11p
대학교 2학년 때 경범사의 직장 여성 잡지 《라시》에 실린 ‘에디터스 백’을 보고 한눈에 반한 순간, 에쓰코의 인생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에디터는 ‘편집자’라는 뜻이다. 에디터스 백은 패션 잡지의 편집자나 필자들처럼 선택받은 부류들만 들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독자 모델들이 지면에 공개한 소지품과 비교해보기만 해도 그 선택받은 부류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예쁜 가방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려면 패션 잡지 편집자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취업 제1지망을 경범사로 정했다. 하지만 입학 커트라인이 어중간하고 요조숙녀 학교라는 이미지밖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여대 출신인 에쓰코에게 경범사 취직은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이 출판사 직원들은 도내의 국립대학교나 국립에 버금가는 사립대학교 출신자가 대부분이다. 성 정체성이 불분명한 요네오카마저 도쿄 대학교에 떨어질 것에 대비해 원서를 넣었던 일류 사립대학교 출신이다.
평범하고 태평한 여대생이었던 에쓰코는 기백과 근성만으로 입사시험에 통과했다. 경범사의 패션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고, 경범사의 패션 잡지가 자기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면접관이 질릴 만큼 열변을 토한 끝에 입사했지만, 어째서인지 교열부로 발령이 났다.
에쓰코의 성은 고노(河野)다. ‘가와노’가 아니라 ‘고노’라고 읽는다.
고노 에쓰코.
인사부가 ‘이름이 교열(교열은 일본어로 ‘고에쓰’라고 발음한다-옮긴이)과 비슷하다’라는 이유만으로 배속을 결정한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채용한 것 같다.
연수를 마친 후 배속된 부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에쓰코는 자신의 일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그 휘하에서 변신한 앤 해서웨이들이 북적거리는, 세련되고 활기 넘치는 사무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에쓰코가 일하는 곳은 전혀 세련되지 않았다. 활기가 넘치는 곳은 이미 다른 부서 취급을 받는 잡지 교열부뿐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버섯 양식장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부장이 새송이버섯을 닮았다.
첫날부터 에쓰코가 불만스럽다는 태도로 나오자 새송이버섯은 잠시 에쓰코를 지켜보다가 타이르며 말했다. “성과를 내면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도 있을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할 때 부서 이동 희망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뭐, 일단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게 중요해.’
새송이버섯의 말을 듣고 에쓰코는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도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교열부에서 성실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언젠가는 《라시》 편집부로 이동하기 위해.
13-15p
작가의 문장에는 버릇이 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길 좋아하는 작가의 교정지에 반복되는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표시하면 작가가 화를 낼 때도 있다. 원래는 작가의 버릇을 잘 숙지하고 있는 편집자가 교열이 끝난 교정지를 확인한 다음 지우개를 대야 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교정지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거나 작가의 버릇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편집부에서 작가에게로 또는 작가에게서 교열부로 휙휙 넘겨주기만 하는 배달업자 같은 사람도 있다. 이번 교정지를 가져온 혼고의 담당 편집자 가이즈카가 그런 유형이다.
작년에 교정지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가이즈카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마음을 알뜰살뜰 보듬어주는 것도 편집자의 업무야.” 남자 편집자치고는 차림새가 멀끔한 것도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한몫했다. 그래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훌륭한 편집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맙소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하여 작가의 비위를 살살 맞추는 대가로 원고를 받아와서 휙 떠넘기며 ‘작가의 기분만 관리하는’ 유형의 편집자였다. 그리고 교열부가 기계적으로 교열한 교정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작가에게 넘긴다. 그래놓고 작가에게 당치도 않은 지적을 했다고 혼났다며 교열부에다 불평한다. 그런 까닭에 작년에 혼고와 말썽이 약간 있었다. 그런데 에쓰코를 지명하다니. 가이즈카도 의외였을 것이다.
“작년에 작가가 노발대발했었지? 왜 그랬더라?”
“등장인물 중에 여대생이 있었는데 말투가 요즘 여대생 말투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여대생이 많이 보는 잡지의 독자 투고 지면을 복사해서 같이 보내줬어.”
“그야 화낼 만도 하네.”
“내 말 좀 들어봐. 술을 잔뜩 먹고 전철에서 곯아떨어진 아저씨를 보고 여대생이 ‘아저씨, 어째 이러셔요?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시어요?’ 이렇게 말을 걸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호텔에 같이 가겠어?”
“안 가겠지. 가고 말고를 떠나서 아예 말도 안 붙일걸.”
“그렇지? 애당초 설정부터 이상하다니까. 그것도 지적했는데 ‘이건 픽션이야!’라면서 화를 냈대.
17-19p
“부끄러워할 것 없어.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아리모리 주리 같은 작가의 책을 읽나?”
“…….”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이럴 때는 이야기해도 돼, 하고 가이즈카가 귓속말을 했다. 에쓰코는 “패션 잡지밖에 안 보는데요.” 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혼고 다이사쿠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에쓰코를 보았다. 에쓰코는 와인 잔을 비운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작가 이름은 몇 번 본 적 있어요. 《라시》 재작년 2월호랑 작년 9월호에 신간 인터뷰, 그리고 올해 2월호에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와 대담을 했던 내용이 실렸더라고요. 드레스랑 헤어메이크업이 너무 안 어울려서 빵 터졌다니까요.
스타일리스트가 좀 더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기억을 더듬어 대답하자 혼고는 웃으면서 “기억력이 좋군.” 하고 말했다. 가이즈카가 빈 와인 잔을 채워주자 에쓰코는 다시 쭉 들이켰다.
“솔직히 말하면 팬 아니야?”
“아니에요. 책은 읽어본 적 없어요. 그리고 혼고 선생님은 《이너프》 작년 5월호에서 ‘부부의 초상’이라는 코너를 장식하셨죠? 서로 너무 간섭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잉꼬부부로 지내는 비결이라고 하셨던가.”
“……자네 나이 때의 아가씨도 《이너프》 같은 중년 남성 잡지를 보나?”
“경범사에서 발행하는 패션 잡지는 연령층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조리 봐요. 덧붙여 그때 혼고 선생님이 매신 넥타이는 에트로였고 넥타이핀은 다미아니였는데요. 그 조합은 너무 칙칙해요. 스타일리스트가 있다면 바꾸시는 게 좋겠네요.”
“…….”
가이즈카와 혼고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만약 혼고가 화를 낸다고 해도, 그건 말해도 된다고 허락한 가이즈카의 책임이다.
에쓰코는 혼고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마침 알맞게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토브리앙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편집자는 늘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감동이 분노로 바뀌었다. 에쓰코는 새로 따른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고노 씨, 기억력이 보통이 아닌데?”
“그렇지도 않아요. 잡지에 실린 것 정도밖에 모르는걸요.”
“그래? 그럼 《C.C》의 전속 모델 이름을 열다섯 개 정도 댈 수 있겠나?”
“제가 보기 시작한 연도부터 헤아리면 《C.C》에는 전속 모델이 열일곱 명, 전속으로 보이지만 다른 일도 병행하는 프리랜서 모델이 열 명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할까요?”
에쓰코는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를 씹으면서 대답한 뒤 와인과 함께 꿀꺽 삼켰다. 머리가 좀 핑 돈다 싶었을 때 옆에 앉은 가이즈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너…… 진짜 뼛속까지 유토리구나.”
“뭐라고요? 우리 유토리들은 국정의 피해자인데요? 댁도 2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유토리였어. 고작 2년 차이로 폼 잡지 마셔.”
“뭐든지 나라 탓,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우는소리 하지 마. 유토리는 이렇다니까.”
21-25p
작가에 따라 문장을 쓸 때 나오는 버릇은 각양각색이다. 마침표와 쉼표를 찍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마침표와 쉼표 천지인 사람도 있다. 한자를 몹시 많이 쓰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히라가나만 애용하는 사람도 있다.
경범사의 내부 문서인 교열 지침에는 편집자의 지시(작가의 버릇에 대한 설명)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편집자도 있다. 바로 가이즈카 같은 편집자 말이다.
“그러니까 내 탓이 아니래도! 그쪽이 지침서에다 안 써놨잖아! 난 우리 방침대로 연필로 풀어썼을 뿐이거든요?”
“분위기 좀 봐가면서 일해라, 이 유토리야! 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든데 OK?’는 뭐야! 공부 못했다고 자랑하냐!”
“하지만 정말로 못 읽겠고, 유토리인 나도 일반 독자의 독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안다고요. 내가 바로 일반 독자니까!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쪽에서 넘긴 교정지를 아무 확인도 없이 작가에게 그대로 넘기는 짓 좀 그만두지 않을래요? 민폐거든요!”
“난 너랑 달리 선생님들을 접대하느라 바빠! 매일 숙취로 고생한다고!”
“젠장, 뭐 어쩌라고! 난 매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이 살아간단 말이야!”
“뭐 어쩌라고. 넌 죽어라 옷만 사느라고 돈이 없는 거잖아!”
“잘 입는 게 삶의 보람이라서.”
“교열자 주제에. 패션 잡지 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아, 불쌍해라.”
“시끄러워. 아, 진짜 열반에 들어서 다비(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이르는 말. 육신을 원래 이루어진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가 있다-옮긴이)에 부쳐져라, 망할 인간아! 그리고 해탈도 못하고 영원히 삼악도 (악인이 죽어서 가는 세 가지의 괴로운 세계. 지옥도, 축생도, 아귀도 - 옮긴이)만 뺑뺑 돌아라, 이 하품하생 (下品下生, 불교에서 나누는 삶의 아홉 품(品) 중 하나,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고 80억 겁 동안 윤회의 죄를 덜어가는 사람-옮긴이)아!”
103-105p
‘글이 조금 애매해졌네요’로 바꾸는 게 어떨지?
‘처마를 잇대다’→ 건물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모양. 방돔 광장은 건물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다기보다 한 건물 안에 여러 점포가 들어가 있으니까 표현을 바꾸는 편이 어떨지?
지적 사항을 적어 넣은 후 에쓰코는 글자에서 눈을 들었다.
읽지 않아도 기억난다. 이다음에 프로이라인 도키코는 스폰서 계약 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모든 호마다 책머리 근처에 광고가 나왔으므로), 하지만 명백히 그렇다는 걸 알 만한 필치로 티파니를 깎아내린다. 은을 취급하는 미국 보석상이 어울리지 않게도 5대 보석 브랜드라고 불리는 지금 상황이 아주 우습다는 식으로 썼다. 그리고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보석은 부쉐론의 귀여운 부엉이 브로치(0이 몇 개인지 헤아려야 할 정도로 비싼)였다며 진짜 숙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진짜’로 치장해봐야 한다는 말로 에세이를 매듭짓는다.
이걸 실시간으로 읽었을 때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다.
아니, 사실상 잘못된 표현은 없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서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처음으로 장만하는 해외 브랜드의 장신구는 대부분 티파니의 은제품일 것이다. 고등학생도 용돈을 모으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세계 5대 보석 브랜드와 그랑 상크 양쪽에 이름을 올린 반클리프 & 아펠은 가격이 제일 만만한 상품도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하고, 부쉐론은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다 쏟아부어도 제일 만만한 상품조차 사지 못한다. 하물며 멜르리오 디 멜르는 일본에 직영점이 없고, 모브쌩도 2009년에야 긴자 거리에 매장을 열었으니 실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걸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장신구하고는 분야가 다르지만 어제 도쿄에 모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보고 에쓰코는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도쿄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에쓰코가 《MODEetMODE》에서 보며 계속 동경해온 해외의 저명한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어제는 해외에서도 꽤 많은 바이어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살며 ‘아카’와 ‘아가트’ 정도의 국내 브랜드로 충분히 만족하는 여자들에게 굳이 그랑 상크와 ‘진짜’를 논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쓰코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교열자야. 내용이 이렇다 저렇다 참견해서는 안 돼.’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타이른 후 눈을 뜨고 다시 글자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제의 행복한 시간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만큼 힘겨웠다. 일이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었다.
136-138p
“고노 씨, 어째서 본인이 교열부 문예 교열부에 배속됐는지 아나?”
변명을 하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얼마간 침묵이 흐른 후 새송이버섯이 대뜸 물었다.
“이름이 고노 에쓰코니까요.”
“아니야, 문학에 전혀 흥미가 없어서야.”
그다지 의외이지도 않은 말에 일단 고개를 들었다. 새송이버섯이 말을 이었다.
기억에서 쑥 빠져 있었지만, 입사시험 때 새송이버섯도 면접관으로 에쓰코의 면접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때 에쓰코는 자신이 경범사의 여성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열변을 토했다. 새송이버섯은 어느 잡지의 어느 호 어느 특집이 재미있었다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에쓰코가 처음에는 그저 유별나고 집요하다 느꼈지만, 도중에 에쓰코의 기억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작년 재건된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의 콘셉트가 뭔지 아나?”
“쾌적하고 안락한 마루노우치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어디선가 봤나?”
“《라시》 2009년 10월호 마루노우치 특집에서 봤습니다. 그 특집 때 건물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대단한 분이셨죠. 다케우치 씨라고 평소는 모델도 찍는 사진작가인데, 브릭스퀘어 내부 사진이 마치 영국…….”
“아아, 그만 됐어, 고마워. 그러고 보니 2008년 5월호 표지 모델은 누구였더라?”
“사이온지 나오코 씨요. 나오코 언니가 결혼해서 표지 모델에서 졸업하는 걸 기념하는 호였죠. 남편은 연하 사업가인데, 아시야에 있는 고급 주택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 그래, 그래. 고마워.”
새송이버섯은 반쯤 재미 삼아 메모를 해가며 그런 문답을 몇 번 나누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난 후 자료실의 《라시》 과월호 책장에서 해당하는 호를 한 권 한 권 찾아서 답을 맞추어보았다. 에쓰코의 답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 후에 열린 회의에서 에쓰코는 세이쓰마 여대 졸업 예정이라는 최종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불합격할 뻔했지만, 새송이버섯 혼자 에쓰코를 채용해야 한다며 극구 추천했다. 대학 수준은 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글을 독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탁월하니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며. 그렇다면 교열부에 두고 쓰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저는 애당초 교열부 말고는 들어갈 수가 없는 운명이었네요.”
비로소 속사정을 알고 나자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결국 에쓰코는 콧속이 찡해졌다.
143-145p
구매가격 : 11,200 원
히트 메이커스
도서정보 : 데릭 톰슨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 엔터테인먼트산업 분야 1위!
800 CEOREAD 올해의 경제경영서!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포켓몬 고’ ‘버즈피드’ 아델 …
전 세계를 감동시킨 글로벌 메가히트작에 숨겨진 성공의 비밀!
20년 넘게 팬덤을 유지하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스타워즈〉, 매회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는 〈왕좌의 게임〉, 세계적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플랫폼,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 심지어 많은 전문가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
이들은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기 있는 앱 … 이런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다.” 즉 히트작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부편집장이자 「Inc.」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에 선정된 데릭 톰슨은 『히트 메이커스』에서 글로벌 메가히트작들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에 관한 심리학 그리고 ‘보이지 않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시장의 경제학에 대해서도 논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인데도 어떤 것은 크게 성공하고 또 어떤 것은 실패하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 ‘어떻게 하면 히트작/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지난 세기 대중문화계의 블록버스터와 21세기의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사람들의 관심’을 주제로 한 의미 있는 탐구의 여정이며 그 결실이 고스란히 담긴 보고(寶庫)다.
감수자 송원섭 JTBC CP
JTBC 제작1국(드라마국) 기획CP(Chief Producer). JTBC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욱씨남정기〉 〈판타스틱〉 그리고 〈힘쎈여자 도봉순〉의 CP를 맡은 드라마 프로듀서다. 기획자로서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늘 흥미로운 소재와 재능 넘치는 작가를 찾아 머리털이 빠지도록 고심하고 있다. 본래 기자 출신으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방송・영화・가요 등 여러 분야의 수많은 히트작과 스타의 흥망성쇠를 서술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불타는 호기심으로 2008년에 OBS TV 〈뉴스퀴즈쇼〉 MC를 맡았고, 2009년부터 3년간 중앙일보 장수 칼럼 ‘분수대’의 필진으로 활동했다. JTBC 개국 준비 팀에 합류해 콘텐츠 담당을 맡았으며 개국 초기 편성팀장을 거쳐 채널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2012년 WBC 중계방송 캠페인, JTBC 사회공헌 캠페인 ‘COLORFUL’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지휘하면서 신규 플랫폼의 어려움을 체감했다. 2013년 손석희 앵커의 등장을 알리는 ‘새롭게 시작합니다’ 프로젝트로 이듬해 서울영상광고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5 대한민국 스토리어워드 콘퍼런스’에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대중의 취향’이라는 마법의 단어 앞에선 한없이 겸손해지는 일개 구도자일 뿐이지만 〈힘쎈여자 도 봉순〉 히트 이후 대중문화 콘텐츠・트렌드 분야 강연자로 종종 염치없게 불려 다니고 있다. 최근 후배 여기자들 사이에 끼어 연애와 대중문화에 대해 다룬 칼럼집 『징글맞은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의 공동저자로 숟가락을 얹었다. 총 방문자 5,000만 명을 넘어선 블로그 ‘송원섭의 스핑크스(fivecard.joins.com)’의 주인이다.
◎ 추천사
“지금까지도 데릭 톰슨은 미국 언론계에 새바람을 불어 넣은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톰슨은 논픽션 부문에 새바람을 불어 넣은 뛰어난 저술가 반열에도 올랐다. 이 책은 인상파 미술에서부터 독일의 자장가, 〈왕좌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기능 및 생각의 전파 기제와 과정을 새롭고 흥미로운 시각으로 고찰하고 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뛰어난 글 솜씨가 어우러진 이 책이야말로 제목 그대로 ‘히트’작이다.”
_다니엘 핑크, 『새로운 미래가 온다』와 『파는 것이 인간이다』 저자
“이민에서부터 대중 전파에 이르는 모든 것들이 인기를 만들어내는 방식 그리고 예술과 산업의 관계를 흥미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과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히트작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필독서!”
_사이먼 킨버그, 〈마션〉 프로듀서, 〈엑스맨〉 시리즈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
“어떤 아이디어는 성공하지만, 또 어떤 아이디어는 그냥 묻히고 마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러 번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애덤 그랜트, 와튼 스쿨 교수, 『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 저자
“나는 데릭 톰슨이 쓴 글이라면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읽는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지금 세상에서 ‘어떻게 인기를 얻을 것인가’는 최고의 관심사일 것이다. 이 책은 가장 진지하고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_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교수, 『거대한 침체』 저자
“과학적 연구와 최고의 사업적 조언 그리고 흥미로운 히트 사례를 절묘하게 결합한 훌륭한 책이다. 제품, 사람, 아이디어부터 책, 노래, 영화, TV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성공을 추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_애덤 알터, 뉴욕대학교 마케팅학·심리학 교수,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저자
“13세기 때의 복식의 유행에서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초대박 성공 신화를 쓴 이른바 메가히트의 역사를 상세히 고찰하면서 뜻밖의 행운, 사업적 감각, 네트워크의 힘 등 성공이 불투명했던 상품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히트작이 될 수 있었던 이면의 진실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_조던 엘렌버그, 『수학적 사고의 힘』 저자
“어떤 노래는 히트하는데 또 어떤 노래는 그냥 묻히는 이유, 또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또 어떤 책은 할인 코너에 던져지는 신세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특유의 열정과 재치, 통찰력으로 그 비밀을 파헤친다.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핵심을 파고들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책에서 ‘히트’의 기운이 느껴진다!”
_마리아 코니코바, 『사기(The Confidence Game)』 저자
“역사적, 기술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문화 시장과 히트의 속성을 고찰한 역저다.”
_스티브 케이스, 레볼루션(Levolution LLC)의 회장 겸 CEO, 아메리카온라인 공동 창업자
◎ 출판사 서평
“어떻게 폭발적 인기를 얻는가?”
전 세계가 열광한 메가히트작들의 성공 비밀!
〈삼시세끼〉 〈알쓸신잡〉 〈윤식당〉 〈꽃보다 ○○〉…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들을 들었을 때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예능계의 ‘마이더스의 손’, 나영석 PD다. 참신한 아이디어, 살아 있는 리얼리티, 절로 웃음이 나는 장면 장면들. 그는 어떻게 손을 대는 작품마다 히트작으로 만들어내는 걸까? 혼자만 알고 몰래 써먹는, 마법 같은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새로운 컨셉의 예능을 매번 성공시키는 나영석 PD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창의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말한다. 이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지난 6월, 칸 국제 광고제의 세미나 무대에 선 나영석 PD는 자신의 히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치 다큐처럼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사람들이 ‘현실에서 추구하는 001010002’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추구한다.” 대중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고 놀라운 것들로 채워진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친숙한 요소 속에 특별함이 섞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영석 PD는 시대의 흐름을 잘 ‘관찰’하여 대중의 일상(친숙함) 속에 그들이 추구하는 001010002(특별함)를 살짝 섞어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문화산업계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부편집장이자 「Inc.」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 중 한 명인 데릭 톰슨은 이 책, 『히트 메이커스』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메가히트작들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어떻게 특별함과 친숙함의 황금비율을 찾아낼 수 있는지, 또 그 같은 히트작들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는지 그 기제와 과정을 고찰하며 답을 찾아 나선다. 20년 넘게 팬덤을 유지하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스타워즈〉,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왕좌의 게임〉뿐만 아니라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처럼 전 세계가 이용하는 급성장 플랫폼,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 심지어 많은 전문가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까지도, 데릭 톰슨의 분석에 의하면 성공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데릭 톰슨은 이렇게 말한다.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기 있는 앱들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이런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히트 상품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데릭 톰슨은 그러한 핵심 요소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아이디어 전파 수단인 소셜 네트워크, 문화 시장 경제학’ 등이 포함된다고 말하며, 광대한 문화 생태계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낱낱이 파헤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인데도 어떤 것은 크게 성공하고 또 어떤 것은 실패하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 “어떻게 하면 히트작/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획자와 마케터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다매채 다채널 ‘채널 과잉의 시대’!
분산된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집중시킬 수 있을까?
지난 세기, 1900년대에는 신문과 소수의 TV 채널이 그야말로 ‘매스 미디어’로서 강력한 전파력을 자랑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분명했고, 마케팅 또한 좀 더 단순한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수많은 케이블 TV가 기존 소수의 TV 채널을 대신하고, 소셜 미디어가 그 힘을 나누어 가져가고 있다. 온갖 매체와 채널이 넘쳐나는 이 ‘채널 과잉’의 시대에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있는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켜 인기를 얻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데릭 톰슨은 먼저 히트 상품에 대한 연구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치 내일의 기온이나 강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이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무리인 것처럼, 인기 또한 날씨처럼 ‘카오스’적이다. 그래서 인기에 관해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럴’을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인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요컨대, 제품을 파는 데 복잡한 홍보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제품 자체 내에 입소문을 탈 만한 뭔가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요소가 내재해 있어 그 요소가 무작위적으로 들불처럼,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릭 톰슨은 이에 맞서 “바이럴은 없다.”고 주장하며, 바이러스성 확산도 입소문도 근거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주장의 근거는 탄탄하다. 실제로 야후의 연구진이 트위터 메시지 수백만 개의 전파 경로를 조사했을 때, 가장 인기 있는 공유 메시지조차 바이러스처럼 퍼진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보는 소식의 95퍼센트는 원 정보원에서 직접 나왔거나 한 다리 정도 건너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이럴처럼 보이는 유행 현상은 어찌된 것일까?
바이럴은 없다?
전파자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0.1% 히트 메이킹의 법칙!
전염력이 더 강한 아이디어나 제품이 있더라도, 평균 이상 공유되는 수준을 넘어 ‘대박’을 터뜨리려면 대형 ‘전파자’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 예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어마어마한 성공이다. 입소문으로 퍼진 성공작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이 책도 대형 전파자와 네트워크 덕분이 컸다. 바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연재되던 ‘팬픽션닷넷’과 독자 서평 사이트인 ‘굿리즈(Goodreads)’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 확산을 가능케 한 대형출판사 랜덤하우스다.
이처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확산되며 큰 성공을 거둔 블록버스터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숨은 전파자와 열정적 추종 집단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얼리 어댑터 몇몇이 아니라 친구의 친구, 팔로워의 팔로워, 모방하며 추종하는 열광적 집단 등 ‘청중의 청중’으로 표현되는 전파자의 힘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그냥 잊히고 만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타깃층을 작게 잡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데릭 톰슨은 페이스북이 처음 하버드 대학생을 겨냥해 설계한 플랫폼이었던 것과 〈스타워즈〉가 10살가량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였음을 예로 들며, 그래야 상품 자체의 품질과 네트워크의 품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로 연결된 상업적 세계에서는 소집단이 광적으로 추종하는 히트 상품에서 수익을 얻기가 훨씬 쉽기도 하다.
데릭 톰슨은 19세기 인상파 미술부터 최근 〈왕좌의 게임〉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메가히트작들의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고대의 자장가에서부터 현대의 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것은 없다.”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들고, 친숙한 것은 거리를 멀리 두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네트워크로 ‘의미의 조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수단이 달라졌을 뿐이다.
모든 히트작과 히트 상품은 직접 그 상품을 만든 사람만의 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데릭 톰슨이 바이럴의 오랜 신화를 깨고 과학적으로 파헤친 히트의 진짜 비결은 채널 과잉의 시대에 히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 책 속에서
이 책의 주제어는 바로 ‘히트(hit)’다. 이제부터 나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비교 불가능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 극소수 제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무엇일까? 최고 인기를 누린 노래나 TV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넷 밈(meme),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앱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이런 문화적 현상은 일정한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그저 우연한 결과물로 보여도 ‘히트’ 상품은 몇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다.
_P. 22, 서문 전 세계가 아는 유명한 노래
1950년대에는 소수 TV 채널이 대통령의 정책 비전을 각 가정의 거실에 전달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아니다.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수많은 케이블 TV가 기존 소수 TV 채널을 대신한다. 소셜 미디어가 정당 지도부의 권력 기반을 흔든다. 인터넷이 기업의 브랜딩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 라디오와 TV 방송의 영향력이 다양한 미디어로 분산되고 노출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음악, 영화, 미술, 정치 부문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서 어떤 것이 인기를 얻을지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요즘은 소통 및 정보 제공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이나 공화당, 코카콜라 등 그 어떤 존재도 이 모든 미디어를 전부 소유할 수는 없다.
_P. 78, 마법과도 같은 반복적 노출의 힘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놀라운 뭔가를 팔려면 친숙하게 만들어라.’ 진보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친숙함의 가치에 주목하고 막스 플랑크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주류 사고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훌륭한 예술이나 제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유창성에 끌린다고 해서 터무니없을 정도의 극심한 단순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야 원칙의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복잡성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_P. 124, 제2장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라, 마야 원칙
관객이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비슷한 이야기만 좋아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들도 전부 비슷한 이야기만 쏟아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던 제작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 시장에서 어떻게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알고 싶어요?” 나는 당연히 알려달라고 말했다. “특정 장르에서 흥행하는 공식이 25가지가 있다면 이 가운데 딱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너무 많이 바꾸면 장르의 정체성에 혼동이 생길 수 있어요. 이렇게 장르의 정체성이 무너지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뒤죽박죽 상태가 돼버려요. 25가지 전부를 다 바꾸면 그냥 패러디죠.” 단 한 가지만 바꾼다고? 그러나 그 한 가지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고전 서부 활극의 배경을 우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_P. 192, 제4장 신화를 만드는 심리 Ⅰ
인터넷에서는 모든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 같아도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심지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야후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인기는 “최대 전파 단위의 크기에 좌우된다.”라고 결론 내렸다. 말하자면 디지털 블록버스터는 ‘1 대 1’로 접촉하는 순간이 100만 번이나 발생해서 이뤄진 결과(예: 바이러스성 확산)가 아니다. ‘1 대 100만’이 접촉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발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히트작의 세계로까지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해보자면 글, 노래, 제품은 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림처럼 퍼지지 않는다. 인기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는 대부분이 같은 출처에서 동시에 수많은 개인으로 퍼져 나가는 ‘블록버스터의 순간’을 지니고 있다.
_P. 315, 제8장 근거 없는 바이럴 신화
표적의 규모를 작게 잡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아마도 작은 표적을 염두에 뒀을 때 상품 자체의 품질(상품 제작에 집중한 결과)과 네트워크의 품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상당한 애착을 느끼는 상품이나 생각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패거리, 사이비 종교 집단, 이념 집단 모두가 표면상 주류에서 벗어나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집단은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연결된 상업적 세계에서는 소집단이 광적으로 추종하는 히트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쉽다. 이는 다시 말해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규모의 역설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_P. 467, 제12장 히트 상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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