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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시즌2 - 하

도서정보 : 박연선 / arte / 2017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32. 1201호 앞(낮)

조은과 서장훈이 일단 문 앞으로 오긴 왔다.

서장훈 (나름 예리하다) 누가 있나 본데. 집 앞이 깨끗하잖아.
조은 관리실에서 청소하는 거지.
서장훈 서울은 그래?
조은 (초인종 보며) 눌러봐.
서장훈 내가? 여자가 누르는 게 낫지 않겠어?
조은 나?
서장훈 그럼 네가 여자지. 모자 벗고 머리 넘기고. (모자 벗기지만, 자기보다 더 짧다. 넘길 머리가 없다. 모자를 거꾸로 씌운다)
조은 (피하며) …왜 이래?
서장훈 그나마 이게 낫네. 미인계라고는 도저히 못 하겠고 여자계 하자, 여자계. 립스틱 없냐?
조은 없어.
서장훈 이쁜 표정. (눈 동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조은 (그게 뭔지 모른다) 됐어.
서장훈 이게 내 일이냐?
조은 (그건 그렇다. 나름 눈 똥그랗게 뜨고 이쁜 표정 짓는다) …
서장훈 (픽 웃는다) …
조은 (인상 쓴다) …
서장훈 이뻐, 이뻐…
조은 (어쨌거나 이쁜 표정 하고 누른다) …

두근두근한다. 아무 소리 없다.

조은 없나 봐.
서장훈 이사 갔나… (생각난다) 아, 우편함!
조은 갔다 와.
서장훈 (가다가) 어째 나만 바뻐?
조은 기분 탓이라니까…


33. 엘리베이터 앞(낮)

서장훈이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탄다. 막 문이 닫히려는 찰나, 맞은편 임성민이 탄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임성민이 서장훈을 봤다. 서장훈도 임성민을 본다. 서로를 의식한다. 서장훈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임성민이 1201호 앞으로 다가간다. 조은이 다가오는 임성민을 보고 긴장해서 뒷걸음질 친다.

임성민 (조은을 스윽 본다) 1201호?
조은 ……
임성민 고두영 찾아왔어요?

조은은 고두영이라는 말에 한 발 물러서고, 임성민은 한발 다가서는데… 야아! 소리와 함께 서장훈이 부웅 날아온다. 임성민이 슬쩍 피한다. 서장훈이 날아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어쨌거나 임성민과 서장훈이 엉겨 붙는다. 개싸움이 벌어진다.

서장훈 (임성민을 붙잡고 붙잡힌 채로 조은에게) 야, 뭐 하고 있어. 얼른 가!
조은 어…?
서장훈 내 걱정은 말고 얼른… 윽!

그사이, 송지원이 다가온다.

임성민 (엉겨 붙은 채로 송지원을 봤다) 야! 왜 왔어? 꼼짝 말랬잖아! 윽!
송지원 (이잉? 하다가 조은을 본다) 넌 왜 여깄냐?
조은 선배는요?
송지원 너도 고두영 찾아왔냐?
조은 예…

그사이에도 임성민과 서장훈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붙잡고 꺾는 중이다.

송지원 (쭈그리고 앉는다) 야!
임성민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빨리 가! 내 걱정은…
송지원 네 걱정 안 하는데… 그만해, 우리 팀이야.

임성민, 서장훈이 동작을 멈춘다. 여전히 상대를 움켜쥔 채다.

송지원 (두 사람 등짝을 툭툭 두드리며 복싱 심판처럼) 떨어져!


34. 임성민 차 안(낮)

임성민, 송지원이 앞자리에, 뒷자리에 조은과 서장훈이 앉았다. 임성민은 코피가 났고, 서장훈은 입술이 터졌다. 백미러를 통해 서로를 의식한다.

송지원 학교에도 안 나타났다?
조은 예… 봤다는 사람이 없어여.
송지원 집은 아직 고두영 명읜데…


35. 벨 에포크 앞(낮)

임성민의 차가 도착한다. 조은과 서장훈, 송지원이 내린다. 조은이 임성민에게 태워다줘서 고맙다고 꾸벅 인사한다. 서장훈이 내리다가 움찔한다.

임성민 (고개 내밀며) 어이쿠, 허리 뼜나 보네. 삔 데는 냉찜질 해주는 게 좋아요.
서장훈 (빠직하지만 웃으며) 아까 코피 터트린 거 미안해요. (하하하 웃는다) …
임성민 어깨 괜찮아요? 아까 암바가 너무 세게 들어갔어. (하하하)
서장훈 (팔을 쌩쌩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데… 쌩쌩한데. (하하하하)
송지원 (임성민과 서장훈 사이로 스윽 들어오며) 왜 웃어? 같이 웃자.
임성민 (웃음 뚝 그친다) 알 거 없어. (차를 출발시킨다)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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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조장군이 학교에 가봤는데 복학도 안 했나 봐.
윤, 유, 정 (조은을 본다) …
조은 (변명하듯) 그냥… 뭐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유은재 예은 선배 아까 보니까 남자랑 같이 오던데, 조심해요.
정예은 응?
유은재 새 남친 생긴 거 알고 더 열 받으면 어떡해요?
윤진명 남자친구 생겼어?
송지원 누구? 권호창?
정예은 아직 사귀는 건 아니구…
송지원 아, 살기 싫다. 어떤 년은 얻어걸린 남자가 IT 천재구…
정예은 (싫지는 않다) 천재는 무슨…
송지원 복 없는 년은 남탕에서 자빠져도 고자 옆이라고… (갑자기 생각났다) 정 여사, 이러다가 잡스 마누라 되는 거 아니야?
정예은 또, 또, 과속한다.
송지원 (손바닥 비빈다) 정 여사 차 더 줄까? (자기 빵 내주며) 빵 더 먹을래?
유은재 누굴 만나든 좀 알아보고 만나요. 아무나 막 만나지 말고…
정예은 야, 내가 뭘 막 만나냐?
유은재 선배가 저번엔 그랬잖아요. 그 남자 이상하다고.
정예은 내가?
유은재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생긴 것도 이상하다고 그랬으면서…
정예은 생긴 게 이상하다고는 안 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예, 변호사님.

정예은이 전화 받는 동안 하메들 각자 할 일 한다. 윤진명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데…

정예은 (통화 중이다) 아뇨. 아직은 별일 없었어요. 예… (놀란다) 네?
하메들 (본다) …
정예은 (뭔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당황했다) 예… 예… 예,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하메들을 하나하나 본다) 고두영이 아니래. 고두영, 출소하자마자 캐나다 갔대. 한 변호사님이 확인했대.

고두영인 줄 알았는데… 하메들은 생각에 빠지고. 조은은 그런 하메들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유은재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지?
정예은 (살짝 기분이 상한다) …
윤진명 누구 짐작 가는 사람 없어?
정예은 (고개를 흔든다) …
유은재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정예은 (짜증이 난다) 너 아까부터 말 이상하게 한다.
유은재 (놀란다) 내가 뭘요?
정예은 넌 지금 내가 이 남자 저 남자 아무나 만나서 이런 일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유은재 (조금 찔린다. 그래서 과잉 반응한다) 아뇨, 왜 그렇게 생각해요?
조은 (분홍색 편지를 들고 다시 나왔는데) …
정예은 (점점 목소리 높아진다)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유은재 (따라서 높아진다) 내가 언제요?
정예은 고두영 아니면 또 누구냐는 말은 뭐야? 내가 아주 못돼 처먹어서 날 미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뜻이잖아.
유은재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들어요? 난 그냥 걱정돼서 그런 건데… 그리고 누가 그렇게 날 미워하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대요.
정예은 몰라, 모른다고! 난 못돼서 여기저기서 미움받어. 그래서 모르겠어. 됐어? (방으로 들어간다) …
송지원 (쫓아가며) 정 여사, 왜 그래… 은재도 걱정돼서 그런 걸 가지고…
유은재 왜 나한테 그런대요?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말하면서 손바닥의 상처를 비벼댄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누구 땜에 이 고생인데…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더운데 창문도 못 열고… 남들 다 불편하게 해놓고선 자기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나 만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
윤진명 (쉽지 않다. 문득 조은을 본다) 왜?
조은 (분홍색 편지를 보다가) 예, 아뇨… 뭐…
-7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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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앤박 앞(밤)

퇴근 시간도 지나갔다. 회사 앞은 한적해졌다. 헤임달이 무릎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한다. 가방을 챙기는데… 발소리. 올려다보면, 윤진명이다.

윤진명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요?
헤임달 (빈정댄다) 뭔 참견?
윤진명 시위에는 목적이 있을 거잖아요. 원래 계약대로 2년 채운다고 해봐요. 그래서 좋을 게 뭐예요?
헤임달 그사이 빵 뜨지.
윤진명 5년 동안 안 된 게 왜 그때 되겠어요?
헤임달 원래 기적이란 건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사람한테! 10년 무명이다가 한순간에 빵 뜬 사람도 있고. 어쩌다 라디오에 한 번 나왔는데 차트 역주행도 하고. 사람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싸이는 뭐 원래 월드 스타였나. 우연에 기적이 겹친 거지.
윤진명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헤임달 노력하니까!
윤진명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헤임달 (말에 밀리다 보니 흥분한다) 그래. 너 잘났는데, 그래도 난 한다구! 난 성공할 거라구! 그러니까 참견하지 말라고!
윤진명 (짜증난다) 한 번만 제대로 생각해봐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아스가르드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팀 해체를 받아들였어요.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더 이상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근데 혼자만 못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본인한테 진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헤임달 있어!
윤진명 좀 잘하는 거 말고 모두가 인정하는 재능!
헤임달 (필사적이다. 아이처럼 우긴다) 있어, 재능!! 나 재능 있다구! 네가 뭘 안다고?! 인턴 주제에. 언제 잘릴지 말지 지도 모르는 주제에. 네 걱정이나 해. 아하, 나 자르면 정직원 시켜준대? 그래? 그래서 이러는 거야?
윤진명 (발끈한다) 나 인턴 아니야. 정직원이야.
헤임달 (비꼰다) 어유, 그러셨어요. 정직원이셨구나. 훌륭하네, 정직원! (양손 엄지척까지 하며) 대단해요.
윤진명 (열 받았다) 그래, 너보다 잘났다. 지 못난 건 생각 안 하고 남 탓만 해대는 너보다 백배는 잘났다. 네가 진짜 재능이 있었어봐. 어떡해서든 살아남았겠지. 아스가르드 중에도 두 명은 살아남았잖아. 너 재능 없어. 꼴찌 아스가르드 중에서도 넌 또 꼴찌야. 그거나 알고서…

헤임달이 윤진명을 밀어버린다. 윤진명이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짚는다. 아까부터 큰 소리에 나와서 지켜보던 경비가 달려온다. 헤임달이 윤진명을 쳐다보다가 가버린다.

경비 (윤진명을 부축하려 한다) 괜찮아요?
윤진명 (혼자 일어선다) 예. (바닥을 짚었던 손이 아프다) …
-8회, 나는 상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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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임성민이 붙잡는다. 남자가 임성민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고 주먹을 꽂으려는데. 누군가 몸을 부딪쳐온다. 송지원이다. 충격은 거의 없다. 남자가 그냥 돌아봤을 뿐이다.

송지원 뭘 어쩌려는 거예요?
남자 그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송지원 안 돼요.
남자 왜?
송지원 효진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
남자 네가 어떻게 알아?
송지원 (지지 않는다) 내 이름을 썼으니까! 나랑 같이 사은회 가기를 원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그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어요. 한관영 선생과 마주하는 자리에 내가 있기를 원했다구요.
남자 (송지원을 노려보다가) 그럼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난 나대로 할 테니까. (밀고 들어가려 한다)
송지원 (남자의 앞을 막아선다) 당신 맘대로 하면 내가 하려는 걸 못 해요. 내가 하려는 걸 못 하면 효진이가 하려던 일도 못 하는 거예요.
남자 …

송지원 누군 뭐 생각 안 해본 줄 알아요? 한밤중에 쫓아가서 뒤통수 내려칠까도 생각해봤고, 칼 들고 담장을 넘을까도 생각해봤어요. 나도 생각해봤다구요. 내가 생각해봤다면 효진이도 생각해봤을 거예요. 근데 안 했어요. 왜? 그게 아니었으니까. 효진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남자 …
송지원 효진이는 나하고 같이 사은회 자리에 가려고 했어요. 그리고 왜 죽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할 거예요.
-12회 나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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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제가 선생님한테 들은 최고의 칭찬이 생각납니다. ‘난 네가 질투 난다’ 무슨 선생님이 제자를 질투합니까?

송지원은 숨을 쉬기가 힘들다. 침을 넘기기도 힘들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명이 들린다. 그동안에도 제자들의, 지인들의 미담은 계속 된다. 박수를 치고 웃는다.

사회자 이러다가는 밤샐 것 같으니까 우선 다음 순서로… (하다가 손을 든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 저도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회자 (잠깐 망설인다) …
송지원 (한난호와 그녀의 품에 안긴 딸을 본 다음) 부탁드립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본다. 송지원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알아보지 못한다)
한난호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생각한다) …
송지원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여름이었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명이 커진다. 이명은 매미 소리로 변한다.

4. 초등학교 운동장(낮-과거)

초등학교 3학년 송지원과 문효진이 땅바닥에 선을 긋는다. 사방치기를 위한 선이다. 송지원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있다. 가끔 구두코 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닦아낸다. 문효진이 구두코를 닦는 송지원을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줄긋기를 계속한다. 그림자가 진다. 키가 큰 40대의 한관영이다.

(송지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관영 누가 선생님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두 아이를 번갈아 본다)

어린 송지원과 문효진이 선생님을 올려다본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저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저는 숫기가 없었습니다. 그냥 속으로 선생님이 ‘너’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한관영 (아직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 …

어린 송지원이 한관영을 올려다본다. 자기를 지목해달라는 염원을 담아서. 그건 문효진도 마찬가지다. 한관영이 송지원의 새로 산 신발 과 문효진의 낡은 운동화를 번갈아본다.

한관영 (누군가를 가리킨다) 너!

•점프 〉〉
어린 송지원이 멀어지는 두 사람, 한관영과 문효진을 바라본다. 부러움과 불만으로 입이 나왔다. 새 구두코로 땅바닥을 콩콩 찧는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송지원 나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부러워서 밉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은 송지원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슬슬 잡담을 하고, 딴짓을 시작한다. 사회자는 시계를 본다.

송지원 좀 있다가 다른 친구들이 도착했고…
아이 (축구 골대나 나무기둥에 얼굴을 대고) 열하나, 열둘, 열셋…

아이들이 숨느라 소리 없이 부산을 떤다. 어린 송지원이 숨으려고 하는 곳엔 이미 누군가가 숨어 있다. 송지원이 창틀 위로 올라간다.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하자’ 따위의 표어가 써진 팻말을 끌어당겨 몸을 숨긴다. 두근두근한다. 건물 안은 미술실이다. 아그리파, 이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인서트 - 한관영의 집 정원 〉〉
한관영이 맥주잔을 내려놓는다. 그는 뭔가가 생각났다.

술래가 오나 안 오나,에만 관심을 쏟던 송지원이 미술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좀 전까지 비어 있던 커튼 틈으로 문효진이 뒷걸음질 쳐 등장한다. 문효진은 겁먹은 듯 보인다. 어린 송지원도 겁을 먹는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가능하면 작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술래에게도 문효진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문효진의 시선이 자기 쪽을 향한다. 자기 발쪽이다. 송지원은 발끝을 최대한 뒤로 물린다. 어른의 손이 문효진에게 다가온다. 어린 송지원이 몸을 떤다.

5.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이 덜덜 떨면서도 한관영을 똑바로 본다. 한관영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관심 없던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한난호는 뭔가 불안을 느낀다. 사회자에게 눈으로 재촉한다.

사회자 자, 그럼 다음 순서로…
송지원 (덜덜 떨린다. 겁이 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때 선생님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그 이후에 그 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십니까? 그 아이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문효진! 문효진입니다.
한관영 (송지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담하다는 듯 한숨을 쉰다)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는 나에게 아주 영광되고 소중한 자립니다. 나한테 왜?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송지원 (덜덜 떨고 있다) 선생님, 제발, 선생님이 한 짓을 인정하고 사과하세요.
한관영 (당당해진다.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지난번에도 내 제자라고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뭔가 오해를 했거나 어디가 아픈 거거나…

몇 명이 송지원을 데려가려 한다.

송지원 (반항한다) 봤어요! 내가 봤다구요.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선생님이 미술실에서 한 짓을 내가 봤어요. 그리고!

6. 초등학교 교실(낮-회상)

문효진이 전학 가는 날이다. 공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몇몇 친한 아이들과 작별한다. ‘전화할게’ ‘방학 때 놀러와’ … 드디어 송지원 앞에 섰다.

문효진 (송지원 신발을 본다. 그날의 신발이 아니다) 오늘은 안 신었네, 그 예쁜 구두…

7. 한관영의 집 정원(낮)

송지원 (끝내 눈물이 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수군댄다. 송지원에게서 진심이 느껴진 탓이다.

송지원 (흐느끼며 소리친다) 내가 봤다는 걸 효진이도 알고 있었다구요!

순간, 송지원 뺨이 홱 돌아간다. 한난호가 송지원의 뺨을 후려쳤다. 한난호도 울고 있다. 한난호는 분해서 눈물이 난다.

한난호 (송지원을 노려본다. 조용하지만 위협적이다) 네 거짓말, 나는 안 믿어. 왜?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여기 있는 사람 누구도 네 말 안 믿어. 다들 우리 아버지를 아니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난호 (사람들에게) 누가! 누가 경찰 좀 불러줘요.
-13회, 그들은 그들의 거울이 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

도서정보 : 김인옥 / 북이십일 / 2017년 1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 공군참모총장 추천!
“어떻게 하면 조종사가 될 수 있나요?”
“공군 조종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하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공군 조종사 이야기!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직업 멘토링 참고 도서로, 전투 조종사라고도 불리는 공군 조종사의 모든 것을 담았다. 많은 어린이들이 조종사를 꿈꾸지만, 조종사의 실제 삶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공군 조종사는 영공을 감시하거나, 전쟁에 대비해 훈련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공중에서 전투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조종사와 차별화된다. ‘극한 직업’으로 알려진 공군 조종사는 보통 시속 70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여러 공중 기동을 하는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한다. 높은 고도에서의 저기압과 산소 부족, 혈관이 터질 정도의 중력 가속도, 위급 상황에서의 비상 탈출 등이다. 때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대한민국의 영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가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공군 조종사가 하는 일, 공군 조종사가 되는 방법, 공군 조종사의 역할과 실제 삶, 대한민국 공군의 역사부터 6.25 전쟁 속 시련과 극복, 해외 파병과 공군의 발전, 그리고 현재 항공 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항공 선진국으로 거듭나기까지 공군의 발자취를 속속들이 기록했다.

누구보다 강하게, 누구보다 빠르게 하늘을 나는 보라매!
진녹색 조종복에 빨간 마후라를 맨 공군 조종사의 모든 것
하늘을 누비는 나라가 세계의 역군이 된다!

우리 생활에 파고들어 있는 일상적인 기술들의 상당수는 알고 보면 우주 항공 기술에서 왔다. 우주선이 발사될 때의 충격 흡수를 위한 패딩이 메모리폼과 매트리스 기술의 원천이 되었고,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려고 개발한 탄소섬유가 골프채나 자전거에 이용되고 있는 등이다. 최근 주목받는 자율주행 차와 드론 역시 항공 우주 기술에서 출발했다. 항공 우주 산업은 전투기와 수송기, 정찰기뿐 아니라 인공위성, 우주 비행 등의 최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항공 우주 산업의 역군들은 바로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항공기 제작자 등 비행기에 관계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공군 조종사들은 대한민국 영공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한다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비행에 임하며, 단순한 비행뿐 아니라 적의 침략에 대비한 전투 기동과 어떤 조종사보다도 뛰어난 특수 조종술, 전문가 수준의 항공 지식을 갖추고 있다.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조종사를 꿈꾸는 어린이에게도, 다른 꿈을 가진 어린이에게도 하늘이라는 새롭고 낯선 공간이자, 끝없이 열린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이제부터 너와 나는 하늘로 날아올라 한 마리의 무서운 독수리가 되는 거야. 이제 그 어떤 적들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넘볼 수 없도록 철통같이 지켜 내는 거야, 알겠어?”
김 소령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용기와 자신감이 넘쳤어요.
부르릉! 드디어 시동이 걸렸어요. 전투기는 곧 왱! 하고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벌써 내 귀청이 떨어질 것 같으니 말이야.”
“하지만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이면 뭐해? 혼자서는 날지 못하는 걸. 저 강철 독수리보다 저 녀석과 한 몸이 되어 날아다니는 김 소령님이 더 대단하지.”
이제 막 움직이려는 전투기를 바라보던 정비사님들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어요. 그러고는 잘 다녀오라고 김 소령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김 소령님도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오겠다고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웠어요.
전투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곧 지상 관제소와 무선 통신을 시작했어요.
“그라운드! 여기는 보라매 원! 활주로로 나가겠다!”
“여기는 그라운드! 보라매 원, 지상 활주를 허가한다!”
“라저!”
관제소의 허가가 떨어지자 김 소령님이 탄 전투기가 점점 빠르게 움직이며 나아갔어요. 그러고는 곧 하늘로 솟아오르기 위해 출발 지점에 멈춰 섰어요.
김 소령님이 이번에는 활주로 한쪽에 솟아 있는 높은 관제탑을 불렀어요.
“타워! 보라매 원! 이륙 허가를 요청한다!”
“여기는 타워! 보라매 원, 이륙을 허가한다!”
“라저.”
관제탑의 허가가 떨어지자 출발 지점에서 대기하던 전투기가 유도등이 환하게 켜진 활주로를 따라 총알처럼 튕겨 나갔어요. 그러고는 꼬리에서 푸른 불기둥을 내뿜으며 온 힘을 다해 활주로를 박차고 떠올랐어요. 쌔애앵! 드디어 우리의 하늘을 지키는 보라매의 비행이 시작되었어요.
23-25p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틀 때였어요. 순식간에 팰콘 편대장님의 정신이 흐려졌어요.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무거워졌어요. 아주 심한 중력 가속도 때문이었어요. 몸에 이상을 느낀 팰콘 편대장님은 중력 가속도를 견뎌 내는 특별한 호흡법을 시작했어요.
“읍, 으읍! 읍!”
아랫배와 다리에 힘을 주며 깊은숨을 토해 냈어요. 그 순간 허리와 다리에 겹쳐 입은 G 슈트도 부풀어 올라 더 이상 피가 아래로 쏠리지 않도록 도와주었어요. 다행히 팰콘 편대장님의 정신이 다시 맑아졌어요.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은 그렇게 중력 가속도를 견디며 한참 동안 작전을 벌였어요.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성난 매가 되어 하늘을 누비던 전투기들이 평화롭게 하늘을 날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작전이 끝난 거예요. 전투기들은 이제 순한 새가 되어 날개를 접고 차례로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전투기가 하나둘 활주로에 사뿐히 멈춰 서자, 전투기의 캐노피가 열리고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전투기에서 내려와 헬멧을 벗은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의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었어요. 코와 뺨에는 산소마스크 자국이 짙게 나 있고, 중력 가속도를 견뎌 내기 위해 하늘에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지 팔과 허벅지의 실핏줄도 터져 있었어요.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 몸이 세탁기 안을 돌다 나온 젖은 빨랫감 같아.”
“맞아. 온몸에서 모든 게 다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
“잠시 숨을 돌리고 하늘에서 우리 국토를 내려다보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 내가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모두 피곤함에 지친 몸이었지만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러넘쳤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언제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55-58p

그런데 이렇게 하늘에서 적과 맞서야 하는 전투 조종사는 적과 싸우기 전에 먼저 자신과 싸워야 해요. 비행 중 조종사의 몸에 닥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 내야 해요. 적과의 싸움은 그다음 문제랍니다.
전투기는 기종마다 성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녀요. 고속도로를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의 7배나 되는 속도지요. 공군 조종사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여러 가지 공중 기동을 해내요. 반듯하게 날아가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선회 비행을 하기도 하고,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상승 강하 비행, 비행하는 도중 갑자기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증속 감속 비행 등 몹시 어렵고 힘든 비행을 해내지요.
이때 공군 조종사는 신체적으로 많은 것을 견뎌야 해요.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빠른 비행기로, 마하 1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다니는 초음속 전투기의 빠른 속도, 높은 고도에서의 낮은 기압과 산소 부족, 그리고 3차원 공간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할 때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 등 신체적인 한계를 모두 이겨 내야 하지요. 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항공기를 조종할 수 없다면 항공기로부터 비상 탈출도 시도해야 해요. 공군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 반드시 착용하는 조종복과 비행 장비들이 이렇게 조종사가 비행 중에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이에요.
먼저, 조종복은 조종사들의 신체 기능을 높여서 하늘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옷이에요. 비행 중의 조종사는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해요. 조종간을 다루며 적기가 나타나면 공격이나 방어를 하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전투기로부터 탈출을 시도해야 하지요.
59-60p

다음으로 공군 조종사는 비행 중 생기는 중력 가속도를 이겨 내기 위해서 조종복 위에 G 슈트라는 장비를 착용해요. 비행기가 빠르게 앞으로 날아가다가 급하게 좌우로 방향을 틀게 되면 원심력 때문에 엄청난 중력 가속도가 생겨요. 그 중력 가속도를 이겨 내기 위해 입는 옷이 바로 G 슈트지요.
사람은 누구나 ‘1G’의 중력의 힘을 받고 살아가요. G는 영어 ‘Gravity’에서 따온 글자로 중력을 표시하는 단위인데,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인 어린이나 100킬로그램의 아주 뚱뚱한 어른이나 모두 땅 위에서는 1G의 중력만을 받지요.
하지만 비행 중에는 중력의 힘이 달라져요. 사람이 평소에 받게 되는 중력의 4배에서 9배까지의 힘을 받게 되어요. 여러 가지 공중 기동에 따라 보통 4G에서 9G의 중력 가속도가 발생해요. 공군 조종사들은 그 중력을 모두 참아 내야 하는데 그것을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G 슈트’랍니다.
G 슈트는 비행 중 중력 가속도가 심하게 발생하면 부풀어 올라 조종사의 몸에서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요.
비행 중 가속도로 인해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게 되면 뇌의 혈액 공급이 끊어져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거나 순식간에 정신을 잃기 쉬워요. 비행 중 조종사가 의식을 잃는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G 슈트는 이렇게 중력 가속도 때문에 조종사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는 아주 중요한 장비예요.
그 밖에 공군 조종사는 낙하산과 구명조끼 같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춰요. 날아다니던 전투기가 더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위기에 빠져 추락할 때 조종사들은 전투기로부터 비상 탈출을 시도해요. 낙하산과 구명조끼는 이렇게 조종사가 공중에서 탈출하거나 바다로 떨어질 때를 대비한 장비예요.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최후의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이지요.
63-65p

항공기 조종사에는 군 조종사, 운송용 조종사, 사업용 조종사, 자가용 조종사 등이 있어요. 조종사는 비행기의 종류나 하는 일에 따라 여러 분야로 나누어져요.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일하고 있는 조종사 가운데서도 공군 조종사는 최고의 비행 실력과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최고 조종사로 인정받는 공군 조종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공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거예요. 공군 조종사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요. 공군사관학교는 현재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공군 조종사를 가장 많이 배출해 낸 교육 기관이에요.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해 4년 동안 학업과 훈련을 마치게 되면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요. 졸업과 동시에 공군 장교가 되어 비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지요.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무조건 조종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정밀 신체검사 등 여러 가지 평가를 통해 비행 훈련이 가능한 조종 학생으로 선정되어야만 비행 교육을 받을 수 있답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되기 위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공군사관학교에는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항공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가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다음으로 공군 조종사가 되는 두 번째 길은 학군 사관후보생(ROTC) 과정을 밟는 거예요. 이 제도는 우수한 대학생을 선발한 뒤, 2년 동안 군사 지식을 쌓게 하고 군사 훈련을 받게 하여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군 학군 장교 과정을 밟을 수 있는 곳은 한국항공 대학교와 한서대학교, 그리고 한국교통대학교예요. 이곳에서 1, 2학년 재학 중 학군 장교 과정에 지원해 선발되면 학업과 군사 훈련을 함께해 나가는 학군 단원으로 생활하게 돼요. 선발된 학군 단원에게는 육군이나 해군의 학군 장교 과정처럼 전액 장학금을 받는 혜택도 주어져요. 학군 단원은 졸업과 동시에 공군 소위로 임관하게 되며, 이 가운데 항공 운항과 출신들에게는 비행 훈련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요.
마지막으로 공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공군 조종 장학생이 되는 것이에요. 이 제도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조종사 양성 과정으로, 4년제 대학의 1학년부터 3학년 학생까지 지원할 수 있어요. 공군 조종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선발 이후부터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돼요. 졸업하면 15주 동안의 학군 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하게 되며, 비행 훈련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되지요.
122-123p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갑자기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공군 조종사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 에 뛰어들었어요.
그때 우리 공군은 창설된 지 겨우 9개월밖에 안 되었어요. 아직 전쟁을 치르기에는 전력이 걸음마 단계였지요. 공군 조종사들은 L-4, L-5, T-6 같은 경비행기를 타고 북한의 대공포 탄 사이를 날아다녔어요. 북한군의 탱크나 차량이 나타나면 조종석 뒷자리에 앉은 관측사가 적을 향해 맨손으로 폭탄을 던졌어요. 정말 눈물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지요.
6·25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우리 공군에는 훈련 비행기와 정찰기 같은 경비행기 22대가 전부였어요. 북한의 탱크를 파괴할 만한 전투기는 한 대 도 없었어요.
조종사도 모두 합쳐야 100여 명 정도에 불과했어요. 북한군을 막아 내 기에는 아주 부족한 인원이었지요. 우리 공군은 어쩔 수 없이 미군의 도 움을 받기로 했어요. 그리고 미군으로부터 북한의 전차를 막아 낼 수 있는 ‘머스탱’이라는 전투기 10대를 지원받게 되었어요.
1950년 6월 26일, 10명의 한국 공군 조종사가 이 미군의 전투기를 인수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어요. 머스탱 전투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조종사들이 이 전투기를 조종해 다시 한국으로 날아온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공군 조종사들은 30분 정도의 비행 훈련만을 받고 전투기를 조종하여 한국으로 날아왔어요. 하루바삐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목숨을 건 비행을 했지요.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1950년 7월 3일부터 이 머스탱 전투기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격에 나섰어요. 전투기를 다루는 것도 낯설고, 전투 경험도 부족했지만, 머스탱을 지원한 미 공군과 합동 작전을 벌이면서 많은 전과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적의 후방을 공격하기도 하고,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작전도 벌였어요. 그리고 점점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칠 힘도 키워 나갔지요.
161-163p

추락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던 마을 주민이 소리쳤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었어요. 비행기는 마치 하늘에서 마을을 향해 달려들 기세로 추락하더니 공중에서 갑자기 마을 외딴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었어요. “아휴, 마을을 벗어나다니 천만다행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마을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그런데 곤두박질치던 비행기가 중간에 방향을 돌리다니…….”
몇몇 주민들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비행기가 그렇게 방향을 돌린 몇 초 뒤 덕흥 마을 근처 미나리 밭에서는 쿵! 하고 큰 소리가 들렸어요. 바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소리였어요.
그날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는 이상희 대위님이었어요. 이상희 대위님은 비행 훈련을 받던 학생 조종사로, 그 순간 안타깝게도 순직하셨어요.
사고가 나기 바로 전, 이상희 대위님은 정식 조종사가 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비행 훈련을 받고 있었어요. 교관 조종사의 지도를 받으며 공중 사격 비행 실습을 무사히 해냈어요. 그러고는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공중에서 대기하던 중 갑자기 사고가 일어났어요. 이상희 대위님이 타고 있던 훈련기와 교관 조종사가 타고 있던 훈련기가 부딪치고 만 거예요.
공중에서 충돌한 2대의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어요. 교관 조종사는 어쩔 수 없이 비상 탈출을 시도했어요. 하늘을 날던 비행기에 이상이 생기면 조종사는 비상 탈출용 버튼을 눌러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정상이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대위님이 탄 훈련기에서는 바로 비상 탈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이 대위님은 그대로 비행기와 함께 추락하고 말았어요.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나중에 사고 훈련기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되었어요. 블랙박스에는 추락하던 순간의 이 대위님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어요.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앗! 앞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 불가…….”
이상희 대위님은 마을 가운데로 향하는 비행기 머리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탈출을 포기한 것이었어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마을에 있을 주민들을 먼저 생각했던 거예요.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은 추락하던 비행기가 공중에서 왜 갑자기 머리를 돌렸는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 대위님이 훈련기의 방향을 돌리는 바람에 큰 화를 면하게 된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해 12월 31일 마을 사람들은 이상희 대위님이 훈련기와 함께 추락한 곳에 기념비를 세웠어요. 이상희 대위님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였어요. 기념비가 세워진 그곳은 상희 공원이라 불리고 있는데, 고 이상희 대위님의 고귀한 넋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답니다.
172-173p

구매가격 : 12,000 원

머릿속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할 때

도서정보 : 김현욱 / 북이십일 / 2017년 1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무른 생각을 단단한 말로 바꾸는 실전 스피치 노하우 50
20년 내공의 김현욱 아나운서가
‘말의 현장’에서 갈고 닦은 말하기의 모든 것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프레젠테이션, 토론, 보고, 회의, 협상 등 비즈니스 세계에서 스피치 능력은 핵심 경쟁력이 되었고, 공무원 사회에서도 입 다물고 문서 작성만 잘 하는 사람이 대우 받던 시절은 지났다. 하물며 부부 사이라도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지?”가 아니라 “사랑해”라고 구체적인 말로 표현해야 마음이 통한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세상일이 그렇듯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껏 우리는 무심결에 말을 내뱉어놓고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라고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의 저자 김현욱 아나운서는 20년간의 방송 진행 경험을 토대로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 생각을 풀어내어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바꾸는 50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말을 다듬는 것만으로도 삶은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들어설 수 있다고 이 책의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습관처럼 굳어진 당신의 말투를 근본적으로 바꿀 언어사용지침서
머릿속에서 뒤엉킨 생각을 하나씩 풀어내어,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바꿔준다!

생각은 어떻게 말이 되는가

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생각한대로 잘 말하기란 쉽지 않다. 유명 인사들의 경우 말 한마디 잘해서 ‘인품이 훌륭하다’는 칭송을 받기도 하지만 잘못된 발언으로 ‘말의 참사다’, ‘언어의 맙소사다’, ‘인격 수양이 덜 되었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인격이 말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말이 인격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지위나 집안 배경 등의 사회적 인격이 훌륭한 언변을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품격 있는 말을 하는 개인의 인격은 완성의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남을 행복하게 하기도 한다. 반대로 부적절한 말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품위를 훼손하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그럼 어떻게 말해야 품격 있게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생각이 말이 되는 과정(1장)을 되짚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방법(2장)을 제시하고, 상황에 맞게 말하는 방법(3장)을 정리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1장 〈생각은 어떻게 말이 되는가〉에서는 ‘생각이 말이 되는 6단계 과정’을 보여주고 이를 스피치에 응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또한 대화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청자의 특성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만 골라서 듣는다. 메시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인식하고 해석한다. 좋아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기억한다)을 꼽고, 이를 극복하려면 ‘나’ 말고 ‘너’를 대화의 중심에 놓아야 하며, 말을 할 때에는 단순하고 쉽고 간결하게 말해야 의미 전달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상황에 맞게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을 활용하여 대화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과 나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청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설명을 ‘청중 분석 4가지 도구’, ‘공감의 7:3 법칙’, ‘S.E.S 법칙’, ‘소재와 메시지 매칭법’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았으며, 본문 곳곳에 셀프 체크리스트를 삽입하여 책을 읽으면서 나의 스피치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고 보완할 부분을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어떻게 말해야 듣고 싶은 말이 되는가

1장 ‘열린 질문이 필요할 때 닫힌 질문이 필요할 때’에는 한 가지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가 「도전 골든벨」을 진행할 당시에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비만 학생이 있었는데, 저자는 색다른 질문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친구 몸을 보니까 지금은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겠는데요?” 말 한마디가 녹화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려면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을 꺼내야 한다. 그리고 청자의 선입견을 깨는 말을 해야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어떤 말이 청자의 공감을 사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자의 말을 어떻게 듣고 평가하는가를 알면 어떤 말이 청자의 환심을 살 수 있는지 예측하고 준비할 수도 있다.
이 책의 2장 〈어떻게 말해야 듣고 싶은 말이 되는가〉에서는 실전 스피치에서 청자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화자가 의도한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다룬다. 저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워싱턴 D.C의 한 지하철역에서 공연한 사례를 들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적합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연마다 전석매진을 기록한 ‘40억 바이올린의 사나이’로 불리는 조슈아 벨이 남루한 옷을 입고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을 켰을 때 그가 모은 돈은 고작 32달러 17센트였다.
2007년 「워싱턴포스트」의 요청으로 행해진 이 실험은, 장소와 시간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콘텐츠의 내용과 관계없이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그 가치는 사람들에게 다르게 평가받는다.
그래서 저자는 다수의 사람 앞에 서는 화자는 우선 자신의 외모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최적화 하여 말하기 위한 발성과 발음 훈련이 필수이며, 비음과 아성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또한 스피치 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손짓과 무대 매너 활용법을 담았으며, 다수의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빌게이츠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마다 활용하고 있는 자기암시법과 자기최면 활용법, 유명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이 무대공포증을 극복한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팁으로 실제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돋보이게 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평소 말 잘한다고 여기던 사람도 대상과 장소가 바뀌면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일대일 대화에 강했던 사람이 회의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회의에서 활발하게 발언하던 사람이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프레젠테이션이나 사업설명회에서는 연단에 올라 헤매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또 상사와는 대화를 잘하면서 동료와 부하직원과의 대화는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3장 〈어떤 상황에서도 돋보이게 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에서는 대상과 장소에 맞게 말하는 실전 스피치 요령을 정리했다. 우선 저자는 화자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맞춘 스피치 방법을 제시한다.
주도적이고 독단적인 사자형은 자기주장이 강하므로 대중 연설이나 프레젠테이션에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비판적인 청자에게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책에서 강조한 ‘공감의 7:3 법칙’을 훈련할 것을 권한다.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원숭이형은 대화를 즐기고 붙임성이 좋아 세일즈 같이 설득하는 일에 강하지만, 가벼워 보일 수 있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 톤과 제스처를 연습해 둘 것을 권한다.
소심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양형은 감성적인 대화에는 강하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발언할 수 있도록 ‘뇌를 깨우는 말하기 비법’을 훈련할 것을 권한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여우형은 치밀한 성격과 탁월한 분석 능력으로 토론과 협상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반면에 차갑고 유머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므로 감성적인 말하기와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연구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실전 사례로 세일즈맨들이 사용하는 ‘설득과 공감의 스토리텔링’, 기부금 모집자들이 활용하는 ‘상호성의 법칙’, 방송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호감을 얻어내는 ‘웃음, 리액션, 피그말리온 효과 활용법’, 홈쇼핑 마케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동조 효과 활용법’ 등도 살펴 볼 수 있다. 또한 스피치 장소에 맞게 발언하는 팁도 얻을 수 있다. 발표회장에서 ‘현장 체크하는 방법’, 보고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P.R.E.P 화법’과 ‘한 줄 요약하기’, ‘회의 발언법과 진행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할 전환을 할 줄 아는 스피치 고수가 되라

저자는 노련한 진행자를 명배우와 견준다. 명배우가 왕과 노비 역할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처럼, 방송진행자는 영유아 시청자들이 즐겨보는「TV유치원 하나둘셋」같은 프로그램과 40대 이상의 중년이 애청하는「생생정보통」같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극과 극인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훈련을 자주 해보도록 권한다고 한다. 유능한 진행자라면 ‘역할 전환’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대할 땐 동화구연을 하듯 쉬운 단어와 과장된 목소리와 표정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하고,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에서는 정제된 언어와 정중한 몸가짐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내’말이 너무 많아서 ‘네’말은 다 건너뛰다가 불통자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책에서 다룬 ‘너’ 중심의 화법을 상기하라고 말한다. 화자가 ‘청자’를 중심으로 말할수록 소통의 즐거움이 커진다고. ‘머릿속 생각만 제대로 입 밖으로 꺼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원활한 소통 생활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디딤돌이 되어, ‘해야 할 말은 제대로 꺼내고 삼켜야 될 말은 반드시 삼키는’ 그런 날이 오길, 저자는 고대하고 희망하고 있다.


◎ 책 속에서

「도전 골든벨」에서 한 남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남학생과의 인터뷰 도중 ‘고3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풀죠?”라고 물었다.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로 먹는 거로 풀죠.” 만약 당신이라면 그 다음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가겠는가? 나는 이렇게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친구 몸을 보니까 지금은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겠는데요?” 이 말에 인터뷰 당사자는 물론 다른 학생과 선생님들까지 크게 웃었고 그 결과 유쾌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그래서 이렇게 살이 쪘군요?”와 같은 직접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아마 십중팔구 그 친구의 기분은 상했을테고 녹화 분위기도 가라앉았을 것이다.

_05 열린 질문이 필요할 때 닫힌 질문이 필요할 때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연아 선수는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의 꿈을 안고 뛰기 시작한 10여 년 전, 저는 서울의 아이스링크에서 올림픽 출전의 부푼 꿈을 안고 있던 어린 소녀였습니다.” 자신의 스토리로 시작한 이 연설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의 꿈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그 당시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평창의 노력이나 준비 상황을 설명하는 연설을 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프레젠터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연설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_12 기부금을 두 배로 올리는 방법



면접, 연설, 프레젠테이션 등 공식적인 스피치일 경우, 내가 청중의 시야에 든 순간부터 주목의 대상이 된다. 세계적인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 테드(TED)에 출연한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 CEO, 교수들의 강연 동영상을 보면 걸음걸이는 여유롭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시선은 흔들림이 없다. 어떤 사람은 바지 호주머니에 한 쪽 손을 넣은 채 등장하기도 한다. 등장한 것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의 호감 유무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7초이다. 일단 비호감으로 결정 난 인상을 호감으로 바꾸는 데는 무려 48시간이 필요하다.

_19 사람들 앞에 설 때는 외모부터 살펴라



말하기는 춤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기본 스텝을 익히는 것도 힘들다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상대방의 돌발적인 움직임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춤을 추는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 마치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파치노처럼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말하기’도 기본을 익히고 꾸준히 훈련하고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쳐 체화의 단계에 이르면 무대를 즐기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_22 말하기가 두렵다면 딱 세 번만 도전해보자



KBS 「스펀지 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1+1=2와 같은 산수 문제 푸는 과정을 유치원생들에게 설명하게 했다. 처음에는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고, 다음엔 손을 사용할 수 없도록 철봉에 고정했다. 자유롭게 손을 사용할 때는 활기차게 설명하던 아이들이 손을 철봉에 고정시키자 우물쭈물 말을 잘 못했다. 손을 사용하면 판단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문제도 더 잘 풀고 설명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였다.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하면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아울러 청중의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

_33 제스처는 청중을 집중시키는 최적의 도구다



보고할 때는 핵심 메시지를 먼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중략) P.R.E.P 화법이란, Point의 P, Reason의 R, Example의 E, 다시 Point의 P를 따서 만든 말이다. 포인트, 즉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다음으로 이런 핵심 메시지를 주장한 이유를 설명하며,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사례나 근거, 데이터 등을 제시한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P.R.E.P 화법은 뉴스보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_43 보고의 신은 이렇게 말한다

구매가격 : 10,400 원

위기의 이성

도서정보 : 줄리언 바지니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복잡한 개념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대중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
탈-진실post truth·배타주의·혐오의 시대
위기에 빠진 세상에서 뜨거운 이성을 말한다!



논쟁적이고 까다로운 주제를 골라 철학적으로 맹렬하게 파헤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놓지 않는 영국 대중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의 신작!

의견의 홍수 속에서 똑똑하게 비판하고자 하는 합리적 회의주의자를 위한 이성 사용 가이드!

줄리안 바지니는 이 매력적인 책에서 공정하고, 예리하고, 대담하다. 결코 어려운 질문을 하지는 않지만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다. 바지니가 그의 주장을 끄집어내기 위한 지식의 폭, 유머의 기술, 명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독자에게 큰 행운이다.
_퍼트리샤 처치랜드(캘리포니아대학 철학과 명예교수)
줄리언 바지니의 전문성은 추상과 실용에 걸쳐 있다. 명쾌함과 열정이 어우러져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한 논거를 제시한다.
_제인 오그레이디(파이낸셜타임스)
극도로 감정적인 시대에 대한 사려 깊은 분석이다! _바버라 키서(네이처)






◎ 도서 소개

정체성, 자유의지, 종교...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골치 아픈’ 철학적 물음만을 골라 다뤄 온 줄리언 바지니. 이제는 ‘이성’을 파헤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로 서양 지성사에 불을 밝혔던 이성은 서구 전통에서 영광을 누려 왔다. 이후 제국의 몰락, 강력한 왕권의 추락 등 이성을 상징하는 것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성을 ‘세상에 빛을 던져 주는 무언가’로 생각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여기고, 감성이 앞서는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사고하기를 요구하며, 은연중에 이성을 사고의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인간에게 이성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줄리언 바지니는 오래된 ‘이성’에 대한 신화를 낱낱이 밝히고, ‘비이성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전 세계적 위기들을 대상으로 신선한 이성 옹호론을 펼친다.

모든 확실함을 의심하라!
한 치의 사심 없는 객관성, 흔들리지 않는 이성이란 없다!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신을 부정할 수 있는가?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의 합리적 논쟁은 가능한가? 흡연자는 이성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에 우리는 논쟁을 회피하거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깎아내린다. 물론 위의 주제들은 복잡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줄리언 바지니는 어떤 주장에 대한 비판을 할 때 그것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해서는 안 되며, 그 논거가 불충분함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주장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일축해 버리는 것은 이성의 공동체에서 그 사람을 제명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폭넓게 이성을 다시 정의하여 더 많은 주장들을 이성의 공동체 안에 머물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만 생산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주장의 논증이 합리적인지를 평가할 수 있을까? 줄리언 바지니는 그에 대해 객관성의 다섯 가지 기준 ― 이해 가능함, 평가 가능함, 무효화 가능함,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움, 설득력 있음 ― 을 제시한다. 이 객관성의 다섯 가지 특징은 어떤 주장이 지닌 객관성의 정도를 파악하는 조건으로, 합리적인 주장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종교, 과학, 철학, 정치
‘위대한 이성’이라는 허명을 뒷받침한 네 개의 기둥을 다시 세워라!

우리가 상실한 이성은 무엇이었으며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이성은 또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줄리언 바지니는 심판자The Judge, 삶의 지표The Guide, 선행의 동기The Motivator, 왕The king 이 네 가지 이성의 신화를 건드리는데, 특히 종교, 과학, 철학, 정치에서 신화화된 이성을 낱낱이 비판한다.
종교는 그 맹목적 믿음 때문에 논쟁이 불가능한 ‘비이성적’인 것으로 여긴다. 반대로 과학은 객관적인 답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이성’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서 이성은 전적으로 객관적인 어떤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종교는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고, 과학은 널리 퍼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판단’과 ‘해석’을 요구한다.
철학에서도 이성은 오해를 받아 왔다. 철학자들은 논리를 이용해 엄정한 철학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점에서 이성은 철학의 요체가 되어 왔다. 하지만 그들의 철학적인 입장이 매우 다르고 또 그 차이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철학적 사고에는 논증의 힘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철학자의 자서전을 보면 철학자의 사상이 각자의 성장 환경과 기질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이성이 철학의 판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심리학이 밝히는 이성의 맹점은 또 어떤가? 도덕철학 논쟁에서 유명한 사고 실험인 ‘광차이론’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한 열차 칸이 탈선을 했다. 그냥 놔둘 경우 선로 위의 다섯 명이 목숨을 잃고, 선로를 바꾼다면 한 명만 희생된다. 다수의 도덕적 판단은 ‘최대 다수의 최대 선’이라는 공리주의 모델을 따른다.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실험의 다른 한 선택지가 선로 위 다섯 명의 희생을 막기 위해 다른 한 명을 철로 위로 밀어 열차를 막는 것으로 바뀐다면 판단은 불명확해진다. ‘의도적 살인’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도덕철학에도 감정적인 요인이 개입된다.
줄리언 바지니는 이렇게 이성의 신화를 끈질기게 의심한 후,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이성을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선택의 문제로 끌고 들어와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성은 순수한 알고리즘이 아닌 판단을 요구하는 이성, 신념을 위한 객관적 이유들을 제시하고 평가하는 데 도구로 사용되는 이성, 충분히 얇으면서도 충분히 본질적이어서 모든 사안에 대해 공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성이다. 이렇게 이성의 가장자리the edge에 다가가는 것은 마치 얼어붙은 강의 가장자리를 걸어가듯 위태로운 것이긴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통의 기반을 넓힘으로써 이성을 더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위기’에 빠진 이성을 더 극한으로 몰아가 실용적인 측면에서 사고하자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다수결의 함정에 빠진 영국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할수록 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

왜 지금 다시 이성을 말하는가? 줄리언 바지니는 현재 유일하게 지지받을 수 있는 정치제도는, 판단하는 이성을 중심에 두고 합리성의 규범적 본성에 따라 충분히 토론하는 다원적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이것의 역할은 “각기 다른 양립 불가능한 입장들로부터 되도록 많은 양립 가능한 것이 존재할 수 있도록, 경합하는 주장과 요구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협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퓰리즘적 담론은 정치적 다원주의를 뒷받침하는 모든 지반을 훼손한다. 이들은 정치적 의미를 갖는 쟁점들에 대한 의미 있는 의견 차이를 간단히 무시하고 ‘다수의 보통 사람들’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옳다는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정치가 점점 더 포퓰리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줄리언 바지니는 다시 이성을 제대로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각자의 개별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가짜 해법을 곧바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똑바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에 대항하고 다원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모두의 이해관계와 관심을 포함하는 차이, 논쟁, 다양성의 경기장으로서 ‘정치’의 회복이다. 결론적으로, 정치는 이성에 의거한 토론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이것이 다시 이성을 내버리지 않고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 책 속에서

이성은 전체론적으로 작동한다는 것, 신념들이 확고부동한 기반을 갖기보다는 긴밀히 협업한다는 것,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신념들은 그 자체로 반드시 이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왜 이성이 신의 존재나 본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과 같은 중대한 지적 토론을 사멸시키는 원인이 될 정도로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은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1장 종교 논쟁〉 중에서, p.65



과학 이론을 솜씨 좋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관해 이치에 맞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해도,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린 것 같다. 폴 디랙은 “방정식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것은 그 방정식이 실험에 들어맞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수학적 아름다움은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없듯이 정의될 수 없는 성질이지만,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진가를 인정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인정했다.

〈2장 과학적 발견〉 중에서, p.97



자서전의 경우, 과장된다는 점이 문제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행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인과적 사건은 방대하다. 그 행위 직전의 상황과 사유 과정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삶 전체와 그이가 물려받은 성격적 특징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이해할 때 우리는 원인들을 칭송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수많은 철학자가 그것[원인들을 칭송하는 것]을 어떤 문제로 명백하게 간주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해 왔다.

〈4장 철학자의 삶〉 중에서 p.153



나는 대부분 사람이 뜨거운 이성과 냉정한 이성 중 하나를 제거하기보다는 그 둘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견해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뜨거운 이성은 실제로 ‘이성’이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이성은 우리에게 삶에서 무의식적이고 신중하지 않은 정서적 측면을 마땅히 고려하며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실용적 목적만이 아니라 윤리적 목표에도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5장 심리학의 도전〉 중에서, p.178



이성이 본질적으로 젠더 중립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올바르게 사고하고자 할 경우, 젠더가 이성의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태도들에 대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수많은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른 학문에 비해 여성이 특히 과소 대표되는 철학보다 더 명백한 곳은 없다. 가장 최근의 체계적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철학을 전공하는 영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이 여성인데도, 그 비율이 박사 단계에서는 30퍼센트로 내려가고, 전임과 말단 강사 중에는 21퍼센트, 교수 단계에서는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하다.

〈5장 심리학의 도전〉 중에서, p.182



‘객관objective’이란 종종 ‘참true’과 동의어로, 아니면 적어도 그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류다. 설명이나 이성, 관찰이 객관적이라거나 주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의 진릿값이 아니라 그것의 특징에 관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내 주관적 경험을 이루는 어떤 사실―예컨대 내가 어떤 소리가 노랗다고 지각한다―을 진심으로 전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두 행성 사이 거리처럼, 어떤 객관적 사실을 거짓으로 전할 수 있다. 어떤 주장이 지닌 객관성의 정도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어떤 특정한 관점이 요구되지 않는 정도까지만 부합한다. 우리가 ‘객관적 진실들’이나 ‘객관적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그 진술이 ‘객관적’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이유이다.

〈6장 진리와 객관성〉 중에서, p.210



첫째, 이성은 판단을 요구한다. 이성은 스스로 촉발되어 작동하면서 참인 결론을 창출할 수 있는 순수한 알고리즘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이성은 그 자체로건 과학을 위해서건 우리가 윤리에 요구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도,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도 없다. 둘 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를 꺾는 주장이다. 이성을 존경받는 위치에서 끌어내림으로써, 일부 열성적 옹호자들이 믿는 것보다 이성이 덜 전능해 보이게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9장 이성의 영향력〉 중에서, p.316



인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 모델에서 추정하는 바와는 달리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것이 뜻하는 바에 대해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잘못된 모델을 상정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합리적 행위자가 “명확한 선호”를 갖고 있으며 “취향이 자주적”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우리 욕망이 그토록 일정하고 분명하다면 삶은 확실히 더 수월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어 줄까? 나로서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욕망과 선호가 이유 없이 표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그것들이 상황 속에서 단기 변동에 따라 변화를 보이고 장기 변동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전혀 비합리적이지 않다. 삶이란 역동적 과정이고 동일한 선택이 때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를 갖는다.

〈10장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중에서, p.361



포퓰리즘에 대항하고 다원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모두의 이해관계와 관심을 포괄하는 차이, 논쟁, 다양성의 경기장으로서, 그야말로 정치의 회복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정치는 이성에 의거한 토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정치제도에 신뢰를 다시 세울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잠정적 해법들은 어떤 면에서는 신중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유토피아적이다. 말하는 방식의 변화에 다름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그 해법들은 소박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정치는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가의 문제, 즉 우리가 사소한 갈등에서 타협에 이르기 위해 대화를 구성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11장 정치적 세속주의〉 중에서, p.406-407

구매가격 : 20,000 원

전쟁터의 요리사들

도서정보 : 후카미도리 노와키 / arte / 2017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군대는 잘 먹어야 진격한다!” _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경이로운 신예 작가의 탄생!
대표 문학상의 순위권을 석권하며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화제의 미스터리!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
◇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
◇ 2016년 서점대상 후보 ◇
◇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
◇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 ◇
◇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
◇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 ◇



“일본의 젊은 여성이 유럽의 전쟁에 대해 이리도 잘 묘사하다니 작가로서 타고난 것이 아닌가!” _히가시노 게이고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무대로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그렸다는 것은 비범한 재능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_아사다 지로

“전쟁의 한복판으로 돌진하는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 그로테스크한 면을 무섭게 부각시켜나가는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 _기리노 나쓰오







◎ 도서 소개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무대로 현대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미스터리 『전쟁터의 요리사들』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각종 매체에서 다루어지며 ‘후카미도리 노와키’라는 무명의 작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2015년 최고의 화제작이다.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점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단편 「오블랑의 소녀(オーブランの少女)」로 도쿄소겐샤가 주최하는 제7회 미스터리 신인상에 가작으로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풍부한 묘사력과 교묘한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AXN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6위에 올랐지만 단편의 한계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에 출간한 바로 작품이 『전쟁터의 요리사들』로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주간문춘, 주간아사히, 일간 겐다이 등 언론 매체들의 절찬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고,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2016년 서점대상 후보,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오르는 등 “경이로운 신예 작가가 탄생했다”며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가혹한 ‘전장’에서 사랑스러운 조리병 팀 콜을 중심으로 기이한 사건이 펼쳐지는 일상 미스터리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전쟁의 한복판으로 돌진하는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 그로테스크한 면을 무섭게 부각시켜나가는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 “일본의 젊은 여성이 유럽의 전쟁에 대해 이리도 잘 묘사하다니 작가로서 타고난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는 등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일본 대표 작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전쟁터로 나아가 용맹하게 활약하는 병사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지금 사람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요. 조리병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아갑니다. 위생병은 호신용 총기 하나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뛰쳐나가죠. 저는 그런 전쟁터 속의 ‘지금’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_ 작가의 말



가혹한 ‘전장’에서 사랑스러운 조리병들이 선사하는 일상 미스터리

우리는 전쟁터에서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다.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 추억을 남기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면서 전역에 지원병을 모집한다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거리 곳곳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며 젊은 남자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을 실감하게 된다. 열일곱 살 생일을 앞둔 팀 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콜의 친절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던 콜의 가족은 지원을 결심한 팀을 걱정하며 반대했지만, 고된 훈련을 참고 견뎌낸 끝에 전쟁터에 나가 적을 쳐부수어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팀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팀은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 한 권을 부적 대신 챙겨 전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팀은 공수 소총병으로 훈련을 받기 시작하지만, 사격도 잘하지 못했고 달리기도 평균보다 느렸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덩치만 큰 어린애라고 웃음을 사 ‘키드’라는 별명이 붙은 형편이었다. 하지만 조리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요리를 하는 군인이라고 해도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은 여느 군인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팀은 안경잡이 에드, 까불이 디에고, 조달의 달인 라이너스 등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만났다. 그리고 입대한 뒤 2년에 이르는 훈련을 거쳐 1944년 초여름, 첫 출정이 결정된다. 독일 점령하의 유럽의 침공 작전, 일명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다.
전쟁터의 요리사로서 임무를 시작한 팀과 동료들은 작전 지시에 따라 전선에 뛰어들고,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기이한 사건들과 마주한다. 필요 없어진 낙하산을 모으는 병사의 비밀, 홀연히 사라져버린 600상자 분량의 분말 달걀의 행방, 네덜란드 민가에서 벌어진 괴이한 죽음, 설원을 떠도는 유령 병사의 정체…… 잔혹한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때로는 소소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미스터리들을 팀과 동료들이 함께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조리병 안 하겠어? 난 맛을 내는 데 관심이 없어서 말이지……. 레시피대로 만들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만 응용이 안 되는군. 너처럼 먹성 좋은 녀석이 있어주면 도움이 되겠는데.”



일상 속의 소소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일상 미스터리’를 표방한 『전쟁터의 요리사들』의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일상적인 공간이다. 물론 전쟁터에도 삶의 터전이 있으니 ‘일상’이 성립한다. 조리병들이 전쟁터에서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기묘한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 이동을 통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또 소설 속 인물들은 느닷없이 죽음을 맞는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 사람이 죽는 것이 당연한 전쟁터. 저자가 그려나가는 미스터리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들이 조리병이었나 싶을 정도로 희박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전투가 격심해지고 더 이상 일상의 사건에 속하는 조리 행위에 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던 독자의 허를 찌르듯 제목의 의미가 다시 명확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젊은 일본인 여성이지만 소설에 일본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생긴 ‘정의’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집필 의도를 밝힌다. 일본인인 자신이 유럽 전선을 배경으로 소설을 집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이 전쟁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다수의 서적, 웹사이트, 영상 작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독일어는 독일인에게 감수를 부탁하고, 군사 용어나 미군, 독일군의 에피소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철저한 자료 조사 끝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전쟁터의 요리사들』이다. 이런 작품에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수수께끼. _ AmazonBookReviewer
★★★★★ 생을 책임지는 조리병이야말로 전쟁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준다. _ Yasuo
★★★★★ 요리사 버전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 _ T-ABE
★★★★★ 여러 상의 후보가 되어 화제가 되어 읽었는데 확실히 재미있다. _ よっち
★★★★★ 전쟁의 묘사, 수수께끼 풀이, 복선을 까는 방법이 아주 뛰어난 작품. _ Amazon Customer


◎ 책 속에서

“낮에도 생각했는데 낙하산은 모아다 어디 쓰는 걸까? 너희 생각엔 어때?”
“이유가 뭐든 무슨 상관이냐. 키드, 네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다.”
디에고가 비스킷을 입에 가득 넣은 채 말하는 바람에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넌 머리가 깡통이니까 모르는 거야”라며 녀석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스파크는 럭키스트라이크를 한 대 물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뺨을 오므리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아주 맛없게 피운다.
“잘은 모르지만 팔아서 돈 벌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어? 그런 걸 살 사람이 있어?”
“명주잖냐, 그거. 가볍고 튼튼하다고.”
그러자 묵묵히 순서대로 깡통을 데우고 있던 에드가 입을 열었다.
“아니, 요새는 나일론제도 섞여 있다. 실제로는 낙하산으로 나일론이 더 적합하거든. 습기에 강하고 말이지.” _ 76~77쪽

소시지와 사과 링 구이가 다 될 때까지 식당에서 다른 부대의 뒷정리를 도왔다. 모든 부대가 한꺼번에 먹었다간 로지가 터져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조금씩 비껴 식사를 하도록 조리 타이밍도 조정한다.
끝마무리는 분말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드에그다. 알루미늄 봉지를 뜯어 거대한 볼에 통째로 가루를 쏟고 물을 더해 주걱으로 섞었다. 순식간에 기이한, 의심할 여지없이 달걀이 아닌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굳이 따지자면 이스트와 메이플시럽 냄새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런 연상은 팬케이크에게 실례이니 그만두었다. 거기에 식당에서 칸막이 틈새로 풍겨온 사내들의 땀내 나는 공기가 더해졌다. 독가스실에 달려 들어가는 편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_ 141쪽

앨런 선임하사의 명령으로 지하실을 살펴보러 갔던 던힐과 라이너스가 돌아와 보고했다.
“키드 말이 맞는데요. 부부는 둘 다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을 맞아 죽었습니다. 몸싸움을 벌인 흔적은 없이 몸을 맞대고 앉아 있었습니다.”
“자살인가?”
“그렇겠죠. 관자놀이에 총구를 갖다 댄 자국도 남아 있습니다.”
식탁에 몸을 기대고 있던 맥이 어깨를 으쓱하고 바로 결론을 내리려 했다.
“그럼 동반자살이겠지. 남편이 아내를 쏘고 왼손으로 아내의 시체를 끌어안은 다음 이번엔 자기를 쏜 거야.”
“하지만 전쟁터에서 자살할 필요가 뭐가 있지?” _ 254쪽

“그래. 한밤중에 자다 깨면 야전복을 입은 녀석이 발치에 잔뜩 서 있거든. 고개를 들면 얼굴이 창백한 독일군이 빤히 들여다보고 있고 말이지. 얼마 동안 보고 있으면 없어지니까 그냥 둔다.”
현실주의자인 줄 알았던 라이너스에게 유령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나도 꿈이나 공상 속에서라면 죽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한 번도 없었는데. _ 348쪽

“또 탐정 놀이냐? 엉? 너희들 때문에 아주…… 귀찮아 죽겠다고, 이 거지같은 놈들아.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웃었냐? 심심한데 잘됐다고?” _ 403쪽

“레몬 파이의 필링은 콘스타치와 설탕을 잘 섞으면서 물을 더해 부드럽게 한다. 냄비에 중탕으로 걸쭉해질 때까지 가열한다. 그 뒤 버터와 계란 노른자를 투입.”
“어이, 뭐가 그렇게 시끄럽냐?” 간수가 또 문을 두들겼다.
“그냥 레시피를 외우는 것뿐인데. 난 조리병이니까.”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도, 암호를 송신하는 것도 아니다. 머리도 점점 맑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간수는 잠시 침묵했다가 “작은 목소리로 해라”라고만 주의를 주었다.
허락도 받았겠다, 나는 계속해서 레시피를 읊조렸다. 보리 수프를 끓이고 진짜 계란을 풀고 P-38로 콩과 참치 통조림을 딴다. 치즈를 뿌려 노릇노릇하게 굽고 삶은 새우에 타바스코와 갈릭 오일을 뿌렸다. 야전 취사 차량의 연기 냄새가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뜨거운 오븐과 떠들썩한 말소리, 스푼으로 접시를 두들겨 밥 달라고 재촉하는 식욕 왕성한 병사들. 배고팠던 나날을 달래주는 따뜻한 수프. _ 454~455쪽

아니, 어쩌면 지금 이 풍경이 가짜일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어났더니 또 여느 때와 같은 전쟁터더라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광장의 분수, 벤치에 누워 무방비하게 자는 노인, 인도 곳곳에 떨어진 담배꽁초. 꽁초가 이렇게나 많으면 분명 아이들이 떼로 몰려들어 주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떤 아이도 달려오지 않았다. 울면서 부모를 찾지도 않고, 우리가 준 초콜릿이며 비스킷을 게걸스레 먹지도 않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거대한 분홍색 아이스크림 모양 간판이 광고탑 위에 붙어 있었다. 깨끗한 쇼윈도, 네온사인, 치맛자락을 팔랑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 청결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러고 보니 좋은 냄새가 나는 여자도 오랜만이었다.
평화롭다. 이게 바로 평화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싸웠다.
그렇건만 이 허무함은 뭔가? _ 500쪽

구매가격 : 12,000 원

괜찮아 애송이 1

도서정보 : 진아 / arte / 2017년 10월 31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카카오페이지 60만 독자를 울고 웃긴 인기 웹툰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고 원치 않는 살만 찌는
보통의 당신에게 보내는 웃음 펀치!




◎ 도서 소개

혼자라도 신나게! 외로워도 꿋꿋하게!
어디서 좀 웃길 줄 아는 싱글러들을 위한 꿀잼 공감만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웃음 유발, 공감 유발 일상툰 〈괜찮아 애송이〉가 출간되었다. 2014년 4월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카카오페이지 구독자 60만, 댓글 11만을 넘어선 화제의 웹툰이다. 〈괜찮아 애송이〉는 서른 살 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집가라는 잔소리를 듣기 시작한 웹툰 작가 애송이의 개그 충만한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다. 계란 한 판이 꽉 차는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은커녕 남자 친구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다이어트는 결심했지만 운동은 싫은, 흔한 삼십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웃긴 데 가슴까지 따뜻해진다!
소녀 같은 엄마, 철부지 아빠, 염장 지르는 남동생이 펼치는 시트콤 일상!
짝사랑에 웃고 울고,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어도 오늘도 행복한 우리 모두의 서른을 위하여!

꽃처녀 시기는 지나갔고, 노처녀라 불리기엔 아직은 어설픈 나이, 서른. 덩치만 컸지, 아직 일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다 어렵기만 한 애송이다. 이름마저도 애송이인 그녀는 다이어트가 생활이지만 치킨을 사랑하고, 만화를 그리는 것이 행복한 웹툰 작가이다. 실제로도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진아 작가 그 자체가 투영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애송이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들도 귀엽기는 마찬가지이다. 하루 빨리 딸이 시집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 옛날에는 딸 바보였지만 지금은 고양이 바보가 된 아빠, 엄친아를 능가하는 스펙 부자, 얼굴 부자 남동생까지! 물고 뜯다가도 한마음이 되고, 진지하다가도 배꼽 잡게 만드는 그들의 유쾌한 언변은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닮아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마치 CCTV로 우리 집을 들여다본 듯한 에피소드들로 인해, 항간에서는 ‘민간 사찰 만화(?)’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일상에 지쳤다면, 오늘 메마른 내 삶에 웃음을 뿌려 보자.
〈괜찮아 애송이〉에서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자기 살을 깎아 먹으며 웃기던 애송이가 때때로 자신의 자존감을 돌아보는 대목이다. ‘난 오징어야!', ‘난 뚱뚱해!'를 입에 달고 살던 애송이가 스스로를 위로할 때 ,우리 자존감도 안녕한지를 묻게 된다. 나아가 엄마 집밥, 아빠의 아재개그, 남동생의 짓궂음 등 드러내놓고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랑 그 자체인 소박한 마음들은 이 작품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단행본에서만 만날 수 있다!
웹툰에 담지 않은 스폐셜 만화 2편 수록!
특별선물, 애송이 일러스트 컬러링 도안!

연재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스폐셜 만화 〈29, 그리고 30〉, 〈30대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것〉 및 '애송이 컬러링 도안' 등을 담아 더욱 알차게 구성했다. 주2회 연재에 갈증을 느낀, 만화가 고픈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공감하며 같이 웃으며 이제 곧 서른한 살이 될 애송이를 살포시 기대해 보자.

구매가격 : 8,800 원

청춘시대 시즌2 - 상

도서정보 : 박연선 / arte / 2017년 10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14. 조은의 방(밤)

조은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본다. 노크 소리 들린다. 또냐? 귀찮다. 일어나서 문을 연다. 윤진명이다.

윤진명 잠깐 나와볼래요.
조은 왜여?

․인서트 ≫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던 세 명의 하메, 놀란다. ‘왜요? (유)’ ‘왜요? (정)’ ‘왜요라고라. 어디서 감히 (송)’

윤진명 (역시 윤 선배다. 흔들리지 않는다) 첫날이잖아요. 간단하게 맥주 한잔해요.

․인서트 ≫

아, 역시 윤 선배… 믿음직스럽다. 유, 정, 송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은 (싫은 티를 감추지 않는다) 아… 좀 피곤한데…

․인서트 ≫

세 명의 하메… 저런 시건방진. 유은재는 윤진명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다. ‘지지 마요. 윤 선배!’

윤진명 (여유 있다) 잠깐이면 돼요. 할 말도 있구.


15. 거실(밤)

윤진명이 돌아 나온다. ‘아아! 윤 선배!’ 유은재가 존경의 념을 가득 담아 바라본다. 송지원은 양손 엄지 척을 한다. 조은이 나오자 얼른 표정, 시선 수습한다.

․점프 ≫

어쨌거나 네 명의 하메와 조은이 모여 앉았다. 건배한다.

윤진명 셰어하우스 해봤어요?
조은 아뇨.
윤진명 형제는?
조은 (도전적이다) …왜여?
윤진명 또래랑 어울리는 걸 잘 못하는 거 같애서… 형제 없죠?
조은 에… 뭐…

조은의 밀어내는 듯한 단답형 대답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분위기 싸해진다. 조은은 의자 앞다리를 들게 해서 까딱까딱 몸을 흔들며 딴청 피운다. 이런 자리에 관심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조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하메들은 자기들끼리 눈짓하고 입으로 의견 교환한다.

윤진명 (입으로) 물어볼 거 많다며?
송지원 (입으로) 키?
유은재 (그건 곤란하다는 듯 고개 흔든다. 입으로) 그거 물어봐요. 비욘세.
조은 (그 순간 유은재를 본다) …
유은재 (헉! 얼떨결에) 비욘세… 좋아해요?
조은 (뭐냐 그 질문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녀!
유은재 (왠지 패배감이… 고개를 떨군다) …
송지원 (그렇다면 매뉴얼을 사용할 수밖에… 맥주를 원샷한다) 오빠 있어?
조은 (바보냐) 형제 없다고 방금 그랬는데…
송지원 아, 맞다… 삼촌은 있지? 막내 삼촌 몇 살이야?
조은 (빤히 본다) …
송지원 아니, 이게 되게 재밌는 농담이거든. 네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내가 소개시켜달라거나 나가라거나… 그럼 빵 터지면서…
조은 (한숨 쉰다) …

왠지 부끄러움은 정예은과 유은재의 몫이다.

윤진명 (평점심을 유지한다) 처음엔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꼭 할 말은 해야겠지만, 참기도 해야겠죠. 아무튼 잘 지내봐요.
조은 (통한 걸까) 에, 뭐…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며) 다 됐죠?

하메들, 어이없다. 뭐냐? 쟤.

윤진명 저기요.
조은 (돌아본다) …?
윤진명 (빠직 했다) 같이 먹은 건 같이 치우는 거예요.
조은 (그런 거였어) 아… (자기 맥주를 헹궈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퉁!)

네 명의 하메는 눈으로 조은의 동선을 쫒는다. 조은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 네 명의 하메들, 입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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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조은의 방(낮)

조은이 수첩에 쓴다. 수첩에는 윤진명, 정예은, 송지원, 유은재란이 있다. 유은재 페이지를 펼쳐서 ‘손바닥의 상처, 칼로 그은 듯한’을 쓴다.

․인서트 ≫

소파에 자고 있는 유은재. 손바닥의 상처.

조은이 『당신은 나의 분노를 갖을 수 없다』책을 꺼낸다. 그 안에서 반으로 접힌 분홍색 편지지를 꺼낸다. 급하게 연남로 22번지 2층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이것은 조은이 맨 첫날 이곳에 왔을 때 들고 있던 그 종이다. 반으로 접힌 편지지를 펼친다. 분홍색 편지에는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고, 편지지 아래쪽에는 水&秀라고 인쇄되어 있다. 즉, 회사나 가게에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성탄 편지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편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 위에 쓰여진 글씨는 난폭하고 정신없다.

‘그래, 내 인생을 망가트린 건 너야. 너였어.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다 너 때문이었어. 근데 넌 하하호호 웃더라. 행복하니? 행복하겠지.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겠지. 하하호호 웃겠지. 너 때문에 망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개 같은 년. 개 같은 년. 개 같은… 가만 안 둘 거야. 다시는 그렇게 웃지 못하게 만들 거야. 웃고 있는 네 입을 찢어놓을 거야. 내가 당한 고통 그대로… 널 죽여버릴 거야.’

편지는 그렇게 뚝 끝났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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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클럽 화장실 입구(밤)

송지원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팔찌선배를 발견한다.

송지원 (웨이터처럼, 혹은 마술사처럼 두 손으로 휘저어 한쪽을 가리키며) 남자는 저쪽! (지나가려는데)
팔찌선배 (화장실에 가려던 게 아니다) 너 그거 진짜냐?
송지원 (해맑다) 뭐가요?
팔찌선배 취직보다 더 급한 게 남자랑 자는 거라는 거?
송지원 (헤헤 웃는다) …
팔찌선배 진짜면 …나갈래?
송지원 (여전히 해맑다) 어딜요?
팔찌선배 하러.
송지원 (그제야 상황 인식이 되었다. 눈을 깜박인다) …
팔찌선배 난 너 괜찮은데…
송지원 (당황한 걸까? 웃는 얼굴 그대로 눈만 깜빡이는데) …
팔찌선배 가자. (송지원의 손을 잡아끈다) …

너무 좋아서 그런 걸까? 송지원은 넋을 반쯤 유실한 것 같다. 팔찌선배가 끄는 대로 따라간다.


13. 클럽 앞, 엘리베이터(밤)

팔찌선배가 송지원의 손목을 잡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때까지도 송지원은 아까와 같은 표정이다.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얼굴! 팔찌선배가 송지원을 끌어당겨 어깨에 손을 얹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팔찌선배가 가볍게 송지원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미는데,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송지원이 풀썩 쓰러진다. 팔찌선배가 가까스로 바닥에 부딪치려는 송지원을 받는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사람, 내리던 사람들이 주춤대며 그들을 에워싼다. 송지원은 기절한 게 아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진 거다. ‘119… 야야… 송지원… 뭐야, 왜 이래?’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득하다. 시야도 마찬가지다. 송지원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열려 있다. 천장의 불빛이 순간순간 블랙아웃된다.
웨이터가 나오고, 임성민과 동료들, 선배들이 달려온다. 임성민이 팔찌선배를 밀어내고 송지원을 받아 안는다. ‘지원아, 지원아, 송지…’ 아득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터진다. 마치 고막에 찼던 물이 갑자기 빠진 듯.

임성민 …원! 누가 119좀…
송지원 (중얼거린다) 예쁜 구두!
임성민 뭐?
송지원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 ?
임성민 괜찮어? 정신 들어?
송지원 (고개를 끄덕인다. 팔찌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
팔찌선배 (안도하면서도 어이없다)

상황은 끝났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2회, 나는 널 미워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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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 ≫

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윤진명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자 얼른 주저앉는다)
헤임달 원래 이런 건 32층 옥상에서 해야 폼이 나는데… 그런덴 문이 잠겨 있어서…(밑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일어난다) … 이건 1호 팬한테만 특별히 해주는 애긴데. 나 데뷔하고 첫 무대 망쳤을 때… 그땐 진짜 속상해서 확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걱정 말라는 듯) 아, 아주 살짝 잠깐… 근데 그때 죽어봤자 <연예가중계>엔 안 나올 거 같더라구. 그래서 안 죽었어요. 억울하잖아.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혼자 낄낄댄다) 나중에 성공하면 이 얘기 할 거예요. 예능 프로 나가서. 그때 누나 얘기도 할게요.
윤진명 진짜… 성공할 거라 생각해요?
헤임달 또, 또 그런다. 누난 왜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무슨 팬이 그래? 걱정 말아요. 반드시 성공하니까…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조그만 수첩을 꺼내서 적는다)
윤진명 (너 뭐 하니) ?
헤임달 이 말 멋있죠?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 써먹어야지. (수첩 들어 보이며) 내 명언집인데요… ‘꿈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또…
윤진명 (헤임달을 보고 있기가 괴롭다. 외면한다) …
헤임달 그만 가야겠다. (부른다) 누나!
윤진명 (보면) …
헤임달 (막대사탕 하나를 내민다) 이거 먹고 힘내요.
윤진명 (얼떨결에 받는다) …
헤임달 (가다가 돌아서서 특유의 포즈 해 보이며) 파이팅, 1호 팬!
윤진명 (막대사탕을 바라본다) …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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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조용하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문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흘깃 본다. 조용한 송지원은 적응이 안 된다.

임성민 자?
송지원 아니.
임성민 뭐라고 좀 주절거려봐. 심심하잖아.
송지원 (침묵을 덜어내기 위해 한숨을 쉰다. 가볍게) 더는 찾을 방법이 없겠지?
임성민 뭐, 흥신소를 고용하지 않고서야…
송지원 (장난스럽게) 예쁜 구두의 비밀은 이렇게 묻히는 건가요. 영원히!
임성민 예쁜 구두… 진짜 구두가 예뻐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송지원 그렇지.
송지원 예쁜 구두라고 말한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된 걸 수도 있구.
송지원 그럴 수도 있구…
임성민 진짜 기억해야 되는 거면 기억하고 있을 거야. 잊어버려.
송지원 잊어라. 레드썬. (자신을 향해 최면을 걸듯 손가락을 튕기면서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시늉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창밖을 본다. 창밖이 어둡다. 송지원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문득 몸을 떤다)
임성민 추워?
송지원 응.
임성민 (에어컨을 끄며 송지원을 슬쩍 본다) …
(송지원) (창밖을 보며 팔뚝을 쓸어내린다. 오소소 돋은 소름을 잠재운다) 사실은 겁이 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본다) 두 아이는 비슷하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옷 입은 것도 비슷하고… 웃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 둘.


65. 들판(낮-과거)

(소리)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사진을 찍은 아이 두 명이 움직인다. 서로 뛰어가고 쫓아가고, 깔깔 웃는다.

(송지원) 그중 하나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고. 그게 소문이 나고, 쫓기듯이 이사를 가고, 아마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다. 친척집에 얹혀살다가 구박을 당하고 가출을 하고, 소식이 끊겨버렸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지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그 아이는 앞으로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슷한 두 아이. 같은 시간, 다른 삶! 그 차이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두 아이의 운명이 갈린 걸까?

두 아이가 민들레 홀씨를 후욱 분다. 홀씨가 날아간다. 누군가 불렀나 보다.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한 아이가 돌아본다. 카메라를 유심히 본다.

(송지원)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66.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사진 속 문효진을 본다.

(송지원) 그 사소한 이유가 내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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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의실(낮)

윤진명이 토르의 이력서를 본다. 확실히 성격 있게 생겼다. 노크 소리가 난다. 윤진명이 고개를 든다. 테이블 너머 문을 응시한다.

윤진명 (기합을 넣듯 짧은 심호흡한다) 예!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건 토르다. 키가 크다. 근육도 상당하다. 토르가 맞은편에 앉는다.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려놓고 주먹을 쥔다. 힘줄이 불거진다. 토르가 윤진명을 바라본다. 눈싸움하듯, 윤진명 역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토르의 표정이 점점 무서워진다. 윤진명이 책상 밑에서 핸드폰의 긴급전화 버튼에 손을 댄다. 여차하면 전화할 셈이다. 갑자기 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토르 (오열하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게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어요. 저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중3때부터 지금까지 이것만 했는데… 7년 동안 이것만 했는데… (흐느끼느라 말이 안 나온다) …
윤진명 (냉정한 얼굴을 허물어트리지 않는다. 책상 위 휴지를 밀어준다) …
토르 (아예 테이블에 엎어져 흐느낀다) 나 이제 어떡해요? 내 인생 다 끝났어요.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 그래요? 친구들한테는 또 뭐라 그래요? (주먹으로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운다)
윤진명…

․점프 ≫

퉁퉁 부은 얼굴로 토르가 나간다. 윤진명이 ‘토르의 전속계약해지서’ 서류를 철한다. 토르와 엇갈려 발두르가 들어온다. 곱게 생겼다.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입이 거칠다.

발두르 쪽팔리게 울고 지랄이야. (윤진명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진다) 씨발. 안 될 거 같으면 왜 뽑았어? 지들이 뽑아놓고 이렇게 하면 뜬다고 뽐뿌질 할 때는 언제고 안 되니까 관두래. 병신새끼들, 잘되면 지들이 잘해서 잘된 거고 안 되면 우리가 못나서 안 된 거구. 개새끼들. 이럴 거면 진즉 자르든가. 그 시간에 노가다라도 뛰었어봐.
윤진명 (비속어마다 삑삑이 난무하지만, 역시나 표정 변화 없다. 발두르를 바라본다) …
발두르 (의자를 걷어찬다) 씨발아, 뭘 봐!! 확 불질러버릴라. 에이, 개새끼들, 폭망해라.

쾅! 문이 부서져라 닫힌다. 윤진명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철한다. 우르가 들어온다. 맞은편에 앉더니 다리를 꼰다. 이 아이는 되게 쿨하다.

우르 (서류를 툭 던진다) 사인 제대로 한 거 맞죠?
윤진명 (서류를 쭈욱 훑는다) …
우르 (쿨하다) 차라리 잘됐어요. 누가 봐도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어봤자 뭐 해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아스가르드가 뭐야? 아스가르드! 쪽팔리게. 토르, 발두르, 헤임달… 아우, 쪽팔려. 안 뜬 게 다행이지. 자칫 떴어봐? 어쩌다 유럽 진출이라도 했다간… 아우, 쪽팔려. 아우, 창피해. (낄낄 웃으며 나간다) 아스가르드 좋아하네. 웬만해야지.
윤진명 (서류 철한다) …

노크 소리.

윤진명 예.
티르 (들어오자마자 90도 각도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윤진명 (마주 인사한다) …
티르 (두 손으로 서류를 전달한다) 이거…
윤진명 (두 손으로 받는다) …
티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
윤진명 됐습니다.
티르 예… (일어나지 않는다)
윤진명 (당황스럽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티르 예… 힘드시죠?
윤진명 예?
티르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다 저희 탓이에요.
윤진명 아, 그건…
티르 데뷔 무대에서 실수만 안 했어도…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린다) 바보, 바보, 바보…
윤진명 저기…
티르 그동안 회사에서 정말 많이 밀어줬는데… 죄송합니다. (일어나서 인사한다) …
윤진명 (괴롭다. 마주 일어나서 인사한다) …
티르 수고하세요. 죄송합니다.
티르가 끝까지 인사하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간다. 이제까지 어떤 멤버보다도 힘이 들다. 윤진명이 물을 마신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바라본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윤진명 (핸드폰을 꺼내 아스가르드 매니저에게 전화한다) 이실장님! 경영지원팀 윤진명인데요. 헤임달이 아직 안 와서요. …(듣다가) 예, 그럼 연락 되면 저한테 전화 달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는다. 숨을 크게 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6회,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구매가격 : 11,200 원

지속 가능한 미래

도서정보 : 슬라보예 지젝, 김우창, 뚜웨이밍, 메리 에블린 터커, 쑨 거, 어빈 라슬로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새로운 시대의 첫 세대가 될 것인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인가




◎ 도서 소개

인공지능의 승리, 난민과 지역 분쟁, 종교 갈등, 기후 변화…
문명전환의 시대, 재앙인가 기회인가?

동서양 대표 지성이 진단한 인류의 위기와 실천적 대안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적 대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과 지역 분쟁, 종교 갈등, 기후 변화, 그리고 국가 권력의 재편성 등 격동과 이변으로 기록된 지난 세계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물음을 던진다. 이에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는 대중 강연 ‘문명전환과 아시아의 미래’를 통해 시대적 의식 전환을 위한 실천에 앞장섰고, 세계 각국 석학과 함께한 그 역동적 숙고의 시간이 마침내 책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서 슬라보예 지젝, 메리 에블린 터커, 뚜웨이밍, 어빈 라슬로, 쑨거, 김우창은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난 통합적 시선을 통해 우리 모두가 세계시민을 넘어 지구시민의 자세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사고를 회복함으로써 비로소 인간과 지구, 그리고 우주를 연결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에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열린 사고로의 전환과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통해 다음 세대에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우리 모두에게 제시한다.




◎ 출판사 서평

인간 중심의 물질 시대에서 공존하는 열린 시대로
인간 너머의 가치를 회복하다!

시대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향한 노력은 세계사적 전환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플라톤 아카데미 대중 강연 ‘문명전환과 아시아의 미래’에서 철학, 생태, 정치, 과학, 종교 등 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장된 시각을 통해 국제적 차원의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들의 성찰이 더 깊은 숙고를 거쳐 책으로 재탄생했다.
분열과 통합, 문명과 자연, 자유와 절제라는 세계사적 대립 앞에서 기록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유교의 가치와 연대가 서양 철학과 기독교 정신, 정치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다르지 않으며 결국 동양과 서양이 따로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나와 너,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 지구와 우주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 만물과 사상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통합적 사상과 시선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역사의 다음 장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인 것이다.

격동하는 세계 속에서 인류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문명의 내일, 세계 지성에게 묻는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모인 세계적인 석학 6인은 국가와 학문의 경계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동체적 통합이라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은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제1부에서는 학문과 종교적 사상이 어떻게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 속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넓은 의미의 이성적 사고를 통해 삶을 존중하는 태도와 앎의 의미를 확장시킨 김우창, 유교와 기독교 사상을 통해 인간과 지구, 우주를 유기체적으로 연결한 메리 에블린 터커, 고립된 개인이 아닌 인간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위한 유교의 영적 휴머니즘을 제안한 뚜웨이밍을 통해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있던 사상의 확장성을 경험하게 된다.
제2부에서는 세계의 공동체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사회 체제가 가진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정치 경제적 대안을 제시한 슬라보예 지젝, 인류를 지구라는 우주선의 탑승자로 명명하며 지구 생태계를 전체론적 관점을 통해 바라볼 것을 강조한 어빈 라슬로, 개별성을 훼손하는 보편성에서 탈피해 각자의 특수성과 연대를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의 평행 이동하는 보편성을 주장한 쑨 거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통합적 사고를 회복한다.
인간과 지구, 그리고 우주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시야에는 인문학적 가치가 인류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 본문 중에서

이성적 사고란 단지 정보를 많이 모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신중하게 하고 대상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27~28쪽)

이성적인 추구에도 윤리적인 성격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윤리적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43쪽)

윤리적 결단이라는 것은 어떤 대상을 대할 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산다는 것은 시시각각 결단과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주체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윤리적 결단을 위해서는 바로 이 주체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44쪽)

유교는 단순한 윤리나 정치철학, 이념 체계가 아닙니다. 서양의 전통과는 다른 심오한 영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교는 인간의 상호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세계 그리고 우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사상입니다. (63쪽)

유교에서의 인간은 우주적인 존재이지 인간 중심적인 개인이 아닙니다. 인간을 대우주와 관련한 소우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와 지구, 인간이 세 개의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67쪽)

우주로의 지향성은 곧 인간 정체성의 기초입니다. 고유의 의식을 가진 인간은 우주가 진화하는 과정의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우주의 진화 과정에서 탄생한 중심적인 존재이며, 우주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76~77쪽)

우리는 인간중심주의적인 생각 너머에 더욱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존재의 핵심인 ‘소중한’ 지구 말입니다. 소중한 지구라는 개념으로 우리는 인간중심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모든 생명체들을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106쪽)

휴머니즘은 인간성의 표현이면서 인간을 초월한 우주적인 과정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참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112쪽)

생산에 집중한 전통적인 사회에서의 자연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무한한 배경이었습니다. (…) 환경이 오염되어도 거대한 자연이 알아서 정화시키겠지 하며 그냥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한 게임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은 더 이상 그러한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147~148쪽)

자연환경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우리 자신의 유한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자연은 결코 무한한 배경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 쉽게 파괴될 수 있는 아주 취약한 존재입니다. 바로 여기에 역설이 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강하다고 느끼며 지구를 정복하는 순간,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연약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151쪽)

오늘날과 같이 열린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 중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릅니다. 새로운 자유와 가능성, 새로운 복종과 지배, 새로운 고통과 같은 열린 가능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 마련이니까요. (163쪽)

우리는 지구 생태계라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일부분입니다. 이러한 소속감을 망각하면 곧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구 우주선’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 안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175쪽)

우리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대, 즉 지구에서 새로 시작된 인류세의 첫 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지구 우주선의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시대의 첫 세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194쪽)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 우주선의 가족 구성원입니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한 가족 안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199~200쪽)

새로운 보편성은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에 위치하며, 평행 이동하는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보편성은 다양한 특수성 사이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특수성 위에 두어서도 안 됩니다. 다시 말해 보편성을 최상위 가치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뒤집을 필요가 있습니다. (230쪽)

보편성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우선 각기 다른 특수성 사이에서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상호 이해란 각자의 특수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 특수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닙니다. (231쪽)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개방 그리고 타인과의 연대 추구입니다. 그 연대는 특수성과 개별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특수성을 충분히 살리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보편성이란 서로 다른 특수성을 연계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매개체를 통해 특정한 지역이나 나라가 아닌 인류 전체에 행복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240~241쪽)

구매가격 : 12,800 원

패션MD2_브랜드편

도서정보 : 김정아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편집숍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브랜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 MD가 알려주는 브랜드 큐레이션의 모든 것!




◎ 도서 소개

흔한 정보로는 평범한 것밖에 얻지 못한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잘나가는 멀티숍 브랜드 A to Z

국내에서 독보적인 패션 MD이자 편집숍 ‘스페이스 눌’을 이끌고 있는 김정아 대표. 『패션 MD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편집숍 바잉의 비밀』을 출간한 후 열렬한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그 두 번째 이야기『패션 MD : 브랜드 편』을 준비했다.
깊어지는 경기 불황으로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소비자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하는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고객들은 어떤 브랜드를 기대하고 어떤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과연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
저자가 지난 10년간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 도쿄, 코펜하겐, 스톡홀름은 물론 세계 4대 컬렉션을 누비며 직접 경험한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 브랜드를 만드는 트렌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이다.




◎ 출판사 서평

편집숍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브랜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 MD가 알려주는 브랜드 큐레이션의 모든 것!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유행을 선도한다는 패션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멀티숍은 아이덴티티가 생명이다. 아이덴티티가 없는 곳은 편집숍이 아니라 그저 만물상이자 옷 가게일 뿐이다. 이처럼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주요 브랜드를 경향별 카테고리로 묶고, 각 카테고리 안에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트렌드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많은 브랜드를 지켜보면서 패션 시장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경향을 크게 5~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페미닌룩, 남성성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는 밀리터리룩, 밀리터리룩과 어울리는 럭셔리 스포츠를 포함한 스트리트웨어, 깨끗한 컷으로 승부하는 트래디셔널 미니멀룩, 멋 부리지 않은 듯 편안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아방가르드&시크룩, 여름 패션을 대표하는 에스닉 보헤미안 시크룩 외 북유럽과 일본 브랜드 그리고 액세서리까지 각 테마별 브랜드 큐레이션의 모든 것을 담았다.
더불어 럭셔리(luxury), 하이 컨템포러리(high contemporary),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로우 컨템포러리(low contemporary) 등으로 등급을 나누어 브랜드 선택 편의성을 더했다.

마켓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매년 쏟아지는 수많은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힘은 패션 MD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편집숍 아이덴티티와 생존을 결정하는 브랜드는 따로 있기에 패션 MD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패션에 대한 감’과 ‘바잉에 대한 감’은 몇 년 배우면 어느 정도 선까지 습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국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포장할 것인지’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질 브랜드인지 아니면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인지’에 대한 감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브랜딩은 바잉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편집숍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핫한 브랜드의 좋은 물건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확보해야 한다. 전 세계 곳곳을 내 집 안방처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도 키워야 한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유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깊은 관찰과 통찰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 MD가 알려주는 10년 노하우와 패션 브랜딩 인사이트가 담긴 이 책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진정한 실무 매뉴얼이 될 것이다.




◎ 추천사

브랜드를 키워내는 일은 소위 말하는 ‘감’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발견하고 옥석을 가려낼 힘이 필요하다. 김정아 대표는 이 책을 통해 편집숍 생존을 결정하는 브랜딩 큐레이션 노하우를 공개할 뿐 아니라 덜 험난하고, 덜 실패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_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문학적 패션 바이어’ 이 책의 필자를 정의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작업량을 요구하는 책쓰기를 단숨에 끝내버린 박사 바이어의 두 번째 책에는 전 세계를 돌며 발품 팔아 담아 온 브랜드 정보가 가득하다. 부지런한 필자 덕분에 고급 정보를 책 한 권으로 만나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단숨에 읽고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벗하길 바란다.
_ 패션칼럼니스트 이헌

지난 20년간 전 세계 패피들의 사랑을 받아 온 파리 편집숍 ‘콜레트’가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창업자인 콜레트 루소는 편집숍을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콜레트(창업자)’ 없는 ‘콜레트(매장)’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편집숍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아 대표의 행보는 참으로 놀랍다. 척박한 국내 유통 환경과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집숍의 틈바구니에서 지난 10년간 살아남은 것도 기적에 가까운데, 책을 통해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발품 외에 뾰족한 수학(受學)법이 없는 국내 패션 종사자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세 번째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_ 〈패션비즈〉 대표 민은선

구매가격 : 22,400 원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1권

도서정보 : 박시연, 이선영 / 아울북 / 2017년 10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마법천자문을 잇는 아울북의 야심작
2017년 9월,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다!





◎ 출판사 서평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시작하세요!
신들의 왕 제우스, 올림포스 십이 신과 영웅 등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대모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인류의 위대한 정신이자 지식의 창고,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세대를 뛰어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 교수 김헌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의 이름이 낯설고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데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외모의 특징을 잘 살린 만화 캐릭터로 이해하기 쉬웠어요.”

- 인천정각초등학교 교사 김찬원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화 TALK’ 코너는 신화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지도해야 할지 도움을 줍니다. “

- 인천부평남초등학교 교사 문새롬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내고 신화 속 지식을 쉽게 구성한 책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 원천이고, 신과 영웅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류 최고의 고전입니다. 또한 수천 년 동안 무한히 펼쳐진 상상력의 세계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고전이지만 신화를 읽는 어린이들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들의 왕 제우스를 중심으로 올림포스 십이 신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이끌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신화에 대한 쉽고 재미난 해석으로 어린이들이 신화에 친근감을 느끼고, 신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줍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역동적인 스토리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이끄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이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신화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열 가지 테마의 교양 페이지로 신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습니다.
만화를 통해 신화에 흥미를 가졌다면, 만화 속 또 다른 책인 ‘똑똑해지는 신화 여행’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꼭 알아야 할 지식들, 만화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지식들까지 알차게 다루었습니다. 갖가지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어서 어린이 인문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화 전문가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의 감수를 거친 검증 받은 콘텐츠입니다.
신화 관련 명화, 유물 등을 참고하고 고증을 거쳐 만화를 구성했습니다. 또 그리스 신화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해 수준 높은 내용을 선보입니다.

*궁금한 지식을 해결하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정한 학습만화입니다.
‘신화 TALK’ 코너에서는 김헌 교수가 직접 신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되짚어 줍니다. 신화를 어떻게 읽혀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신화 속 의미를 먼저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신화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신화 캐릭터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살펴보며 신화 속 여러 신들을 쉽게 익힐 수 있고 카드를 활용해 다양한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신화를 한층 친밀하게 느낄 것입니다.




◎ 1권 줄거리

크레타섬에서 혼자 지내고 있던 제우스는 늘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어느 날 제우스 앞에 지혜의 여신 메티스가 나타난다. 메티스는 가족을 찾고 싶어 하는 제우스에게 고난을 이겨 낼 힘이 있는지 증명하면 부모에 대해 알려 준다고 말한다. 제우스가 거대한 뱀을 물리치자 메티스는 태초부터 내려온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텅 빈 공간인 카오스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나타나고,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리노스와 바다의 신 폰토스를 만들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거인족 티탄 열두 형제와 외눈의 거인족 키클롭스 삼 형제, 백 개의 팔을 지닌 거인족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도 생겨난다. 우라노스가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는 이유로 키클롭스 삼 형제와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를 지하 세계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자, 가이아는 티탄 열두 형제들에게 우라노스를 밀어내고 이들을 구해 낼 것을 명한다. 모두가 겁을 내던 차, 막내 크로노스가 나서 우라노스의 힘을 빼앗아 버린다.
새로운 지배자가 된 크로노스는 키클롭스 삼 형제와 헤카톤케이르 삼 형제가 두려워 가이아와의 약속을 어기고 풀어 주지 않는다. 화가 난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우라노스와 마찬가지로 자식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저주를 내린다. 크로노스는 저주가 두려워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삼켜 버린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막내 제우스만은 살리고자 가이아의 도움을 받아 크레타섬에 숨긴다.
메티스의 이야기를 통해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 제우스는 메티스가 준 마법의 풀을 가지고 크로노스를 찾아간다. 어머니 레아의 도움을 받아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마법의 풀즙을 먹이는데 성공하고, 크로노스는 그동안 삼켰던 자식들을 모두 토해 낸다. 제우스와 형제들은 크로노스를 따르는 티탄 신들과 대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과연 이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까?

구매가격 : 9,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