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십일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 1 : 낙인찍힌 아이
도서정보 : 표창원, 선자은, 이태영(그림) / 아울북 / 2023년 01월 09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직접 기획한 미스터리 추리 동화
◎ 도서 소개
“범인은 바로 너야!”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파일러 탄생
영국에는 ‘셜록 홈스’, 일본에는 ‘코난’! 세계 곳곳에는 여러 추리 강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누가 있을까요? 그 대답을 하기 위해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가 나타났어요. 하지만 이다는 탐정이 아니라 프로파일러랍니다. 프로파일러는 사람의 마음을 추적하는 사람이에요.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지요. 이다는 조용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공감력이 뛰어나고, 번뜩이는 논리력과 추리력을 지닌 친구예요. 존재감 없는 평범한 이웃집 소녀였던 이다는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 준 어른, 표 소장을 만나 어린이 프로파일러로 성장하게 돼요. 프로파일러 이다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추적해 보아요. 누군가의 진심을 끌어내는 새로운 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가 전하는 미스터리 추리 동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범죄분석전문가’, ‘범죄심리학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 소장이 이번에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프로파일링 중심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재미있게 구성된 추리 동화예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동네 고요동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지요.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현실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펼쳐진답니다. 동화가 끝난 후에는 표창원 소장이 쓴 ‘표 소장의 추리 매뉴얼’을 통해 추리 용어와 상식,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추리 퀴즈를 통해 실전 추리 연습도 할 수 있고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추리가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읽다 보면 풍부한 상상력과 매서운 논리력, 추리력도 자연스럽게 얻을 거예요.
정의로운 일에 용기를 내 가는 이다와 친구들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은 어린이 프로파일러 이다와 친구들이 미스터리한 사건 파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 가며 사회의 정의를 찾아가는 동화예요. 우리 사회가 서로 믿고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려면, 어떤 순간에도 정의는 꼭 지켜져야 하지요. 정의로운 행동을 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긴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의는 때로 천천히 오지만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정의를 지키는 일은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책 속에는 여러분과 닮은, 평범한 수사대 친구들이 나오는데요. 하나씩 특기를 가졌지만 아픔과 상처, 그리고 부족한 점도 많이 있어요. 수사대 친구들은 처음에는 허둥대지만 힘을 합쳐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거예요. 그 과정에서 진짜 정의를 실현하게 되지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친구들도 수사대의 대원이 되어 함께 사건을 해결해 보세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어딘가에 내가 용기 내 주길 기다리는 사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이 책을 먼저 읽은 ‘어린이 추리 평가단’이 보낸 뜨거운 찬사
“〈해리 포터〉만큼 흥미진진하다.”_2학년 조*린
“〈셜록 홈스〉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_2학년 이*루, 이*라
“추리 소설 마니아인데 멈출 수 없는 재미가 있었어요.”_4학년 권*서
“친구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책.”_5학년 이*준
“내가 본 어떤 추리 동화보다 재미있다.”_5학년 김*희
“안 돼!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나만 읽고 싶어요. 저도 프로파일러가 되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어린이 수사 대원이 되고 싶어요. 억울한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을 위해 정의로운 프로파일러가 되어 가는 이 책의 여정이 기대돼요.”_5학년 김*우
“내가 어린이 수사 대원이 되어 책 속에서 같이 호흡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_4학년 김*은
“추리 동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_4학년 이*서
“나도 프로파일러한테 스카우트를 당하고 싶다.”_5학년 김*
◎ 1권 줄거리
존재감 없던 이웃집 소녀 하이다,
첫 번째 사건을 만나다!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불리는 이다는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이다가 다니는 고요 초등학교에서
휴대폰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모두가 한 아이를 범인으로 지목할 때,
이다만은 그 아이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이다는 억울하게 누명 쓴 친구를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낸다.
뛰어난 추리 능력으로 진짜 범인을 알아내지만
아무도 이다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그때 우연히 수상한 아저씨 한 명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바로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 소장이다.
표 소장은 유일하게 이다의 말을 믿어 주고,
이다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한눈에 이다의 추리 재능을 알아보고,
이다를 자신이 만든 비밀 수사대에 스카우트하는데!
과연 이다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뛰어넘고
용기를 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구매가격 : 11,200 원
마법천자문 56권
도서정보 : 유대영(글), 정수영(그림) / 아울북 / 2023년 01월 02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염화의 능력자로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 오공!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리더 관리부 대장, 사이온!
소스시티 축제의 열기로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띠는 동시에 어둠의 그림자도 짙어진다.
마법천자문 56권
보통과 아주 다르다! 특별 特別
◎ 56권 소개
염화의 능력자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오공!
관리부 대장 사이온은 오공이 혼란을 조장한다고 생각해 못마땅하다.
드디어 소스시티 최대의 축제인 리더 등록 축제가 개막되고,
리더 시험을 치르러 간 오공 앞에는 한 번 찍히면 합격이 매우 어렵기로 소문난 감독관이 나타나는데….
오공과 시엔, 크레스는 지네 괴물이 불에 약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하지만 오공의 염화 마법으로도 지네 괴물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시엔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힘을 합쳐 괴물을 퇴치할 좋은 방법을 제안한다. 한편, 광부 대장과 광부들이 목숨 걸고 마정석을 안정시키는 현장에 수상한 노인이 나타나, 비범한 능력으로 폭발 직전의 마정석들을 물에 가라앉히며 도시를 구해 낸다.
또 한편, 각양각색의 능력을 지닌 삼국의 리더들이 하나같이 두려워하는 존재, ‘악마의 관리부 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이온은 염화의 능력을 사용하는 오공을 체포하려고 한다. 오공을 찾은 사이온은 오공이 특별 관리 대상이라며 순순히 따라오라고 명하고, 이를 거부한 오공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아람치는 오공을 구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는데, 사이온은 아람치의 능력을 비웃고 모욕한다. 그때, 사이온의 직속 부하인 니아가 나타나 오공을 잡아가는 일은 리더 등록 때까지 기다리라는 상부의 지시를 전한다. 사이온은 등록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말하고, 오공은 그때 아람치를 모욕한 빚을 받아 내겠다고 말하며 헤어진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소스시티 최고의 축제인 ‘리더 등록 축제’가 개막된다. 오공과 아람치 모두 리더 등록 시험에 응시하기로 하는데, 올해 처음으로 리더에 도전한 아람치는 벌벌 떨며 시험장으로 간다. 그리고 오공 앞에는 한 번 찍히면 리더 등록이 매우 어렵기로 소문난 감독관이 나타나는데…. 과연 오공과 아람치 둘 다 시험에 합격해 소스시티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 저자 소개
글 유대영
오랫동안 어린이 학습만화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정글의 법칙』, 『위기탈출 넘버원』,『도티&잠뜰』,『스페셜솔져 코믹스』,『겜브링의 공룡대전』,『좀비고등학교 코믹스』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그림 정수영
어린이를 위한 유익하고 재미있는 만화들을 오랫동안 그렸고, [소년조선일보]에서 『간풍기의 인체 탐험』, 『반려동물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도전 꼬마 애견미용사』, 『그랜드 체이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브리태니커 만화 백과: 패션』, 『엘소드』, 『드래곤빌리지』, 『신비아파트 공포 수학』, 『처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카트라이더 리턴즈』 등이 있습니다.
《감수자 소개》 강용철
현직 중학교 국어 교사로, EBS 강사로도 유명합니다. EBS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어 선생님이며 MBC 『공부가 머니?』에 패널로 참여하는 등 여러 방송 출연과 유튜브 특강, 다수의 강연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경희여자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교과서 집필 등 우리나라 국어 교육 전반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시리즈 소개
(1)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필독서이자 AR로 즐기는 국내 유일의 한자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2,000만 독자가 선택한 마법천자문은 2003년 첫 출간된 이후, 지난 20년간 한자 학습의 열풍을 일으키며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마법천자문』1~53권은 각 권 별로 등장하는 신규 한자 20자를 만화 속 이야기에 나오는 한자 마법을 통해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권수를 더해갈수록 저절로 암기되는 한자의 양은 늘어나고, 한자 낱자 두 개를 붙여 만드는 단어마법과 한 개의 낱자를 다양한 낱자들과 합쳐 확장하는 단어확장마법까지 읽고 나면 한자 능력이 부쩍 향상됩니다.
54권부터『마법천자문』은 1~53권을 통해 익혔던 하나하나의 한자들을 ‘어휘력’이라는 한층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우선 국어 학습과 연계하여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한자 어휘 20개를 선정하고, 유의어와 반의어 등으로 어휘 관계를 확장했습니다. 또한 한자 어휘들을 만화, AR, 학습 섹션, ‘3중 구성’을 통해 반복 학습하며 하나의 한자에서 파생되는 여러 어휘들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다양한 퀴즈로 구성한 학습 페이지는 만화의 여운을 이어갑니다. 긴 글을 읽고, 글 속에 담긴 어휘들을 활용해 보며 어휘력은 물론 문해력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마법천자문』시리즈는 주입식 한자 교육이 아닌 한자 어휘가 저절로 기억되는 이미지 한자 학습서입니다. 손오공의 성장과 더불어 『마법천자문』의 학습 단계도 한층 높아져 가지만, AR 콘텐츠로 한자 어휘들을 마법처럼 체험하며 암기 스트레스 없이 익힐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필독서이자 AR로 즐기는 국내 유일의 한자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을 지금 바로 만나 보세요!
(2) 이 책의 장점
학교 공부에 꼭 필요한 한자어!
완벽하게 익힐 수 있도록 재미있고 다양하게 구성했어요!
① 초등 필수 한자 어휘 20選
강용철 선생님과 현직 국어 선생님의 도움 아래, 하나의 한자에서 어휘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20개의 초등 필수 어휘를 선정했습니다. 또한 유의어, 반의어, 연상어도 같이 표기해 어휘의 범위와 관계를 넓혔습니다.
② 만화, AR, 학습 섹션의 3중 구성으로 탄탄하게 짚어 주는 어휘 학습
먼저 만화를 보고 이야기의 맥락을 통해 어휘의 쓰임을 파악합니다. AR 퀴즈로 기본 뜻을 익히며, 학습 섹션과 나만의 문장 만들기 섹션을 통해 어휘를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③ 긴 지문 속 문해력 학습
만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기사문, 일기 등 다양한 형태의 긴 글로 구성하여 어휘력을 넘어 문해력까지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수상 내역
? 교육인적자원부 후원 교육산업대상 출판물 분야 대상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선정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사업 개발도서
? 삼성경제연구소(SERI) 선정 10대 히트상품
? 예스24, 다음 공동 선정 올해의 책
? 인터파크 독자 선정 2013 골든북 어워즈 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
? 서울신문 선정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구매가격 : 11,200 원
태양의 그늘 1
도서정보 : 박종휘 / arte / 2023년 0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아니, 야가!”
정임의 눈이 똥그래졌다.
둘째아들 재명이가 만주에서 인편에 보낸 포대 안에는 작은 보따리들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다시 한지로 둘둘 말아서 묶은 돈다발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얼핏 봐도 백여 다발 이상은 되어 보였다.
재빨리 돈다발을 덮은 다음 바깥쪽을 쳐다보던 정임은 돈을 다시 포대에 넣고 단단히 묶어 다락 안쪽에 밀어 넣었다.
[1장 팔천 겁의 인연, 9쪽]
“허기사 이름이 비밀일 건 없지요. 채봉이여요, 윤채봉.”
작은딸의 이름을 들은 공 씨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윤채봉, 윤채봉’ 하면서 연거푸 되뇌자 아주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되는 사람은 성깔이 대단하고 농사도 많이 짓는데, 아들들이 서울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전주에 제지공장을 차려서 막내아들한테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풍채는 어떠냐고 묻자 다들 아저씨 두 배씩은 될 거라며 깔깔 웃었다. 공 씨는 아주머니의 말을 끊을세라 연신 고개만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다.
“여기 배차장 건물도 그 어르신네 것이구요.”
“배차장 사장님이신가요?”
[1장 팔천 겁의 인연, 48쪽]
“거사님의 운명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일파는 평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쁜 일인가요? 그건 아니겠지요, 스님?”
채봉이 매달리듯 물었다.
“나쁘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고 말하듯이 세상사 모든 것은 다 본인 하기에 달린 겁니다. 덕원 스님의 말씀도 결국 경건하게 치성드리면서 머리를 맑게 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뜻이겠지요.”
일파는 더 말하지 않고 배웅을 마친 후 들어갔다. 평우는 채봉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듯하자 재빨리 화제를 바꾸려 들었다.
[제2장 신혼, 106~107쪽]
평우가 상기된 얼굴로 벌떡 일어나면서 채봉을 내려다봤다.
“당신 제발 가족, 가족 좀 허지 마! 내가 가족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이여? 조국도 가족에게 물려주는 소중한 유산이잖아.”
“누가 아니래요? 하지만 사람은 조국이라는 유산이 있어서 태어난 게 아녀요. 무조건 국가가 먼저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요.”
“내 말은 택일론이 아니라 둘 다 소중하긴 마찬가지라는 거여.”
“그러니까 당신은 저 사람들처럼 목숨을 내놓겠다고요?”
“제발, 너무 비약 좀 하지 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평우가 화를 간신히 참았다.
“비약이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여요.”
[제3장 조국, 150쪽]
수심이 가득한 채봉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섭이 한숨을 쉬었다.
“으음, 나랏일 허는 놈들이 백성 생각은 안 허고 즈놈들 실적 올릴라고 생사람이나 잡아가고 원……. 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혀도 그것이 무슨 죄가 되겄냐. 너무 걱정헐 일은 아닌 거 같다.”
그때 재명이 들어오면서 채봉을 보고 반색을 했다. 막내가 어쩐 일이냐며 석연치 않게 쳐다보는 재명에게 채봉은 다시 평우 이야기를 간단히 했다.
“아무려믄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야 허겄냐.”
옆에서 같이 듣던 태섭이 애써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요즘 가만히 있으면 동조죄, 끼어들면 선동죄, 하면서 걸리적거리는 놈은 죄다 처넣는 세상인데?”
재명은 놀라움과 걱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채봉을 바라봤다. 멍하니 서 있던 채봉이 맥없이 쓰러지듯 소파 옆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제4장 잔인한 가을, 208~209페이지]
스무 발의 총성과 함께 열 명의 죄수들이 고꾸라지면서 앞에 파놓은 긴 구덩이로 쓰러졌다. 다시 두 번째 죄수 열 명이 끌려 들어왔고, 이번에도 죄수들이 정해진 위치에 세워진 다음 사수들은 총을 놓고 앞으로 나가 눈가리개를 씌우고 번호표를 부착했다. 눈가리개를 씌우기 위해 죄수 앞으로 다가선 필구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입대하기 얼마 전 자기에게 역사의 흐름을 말해주면서, ‘역사는 결국 물의 흐름과 같이 정의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라는 가르침으로 자신이 군대에 조기 지원하게 된 정신적 이유가 되었던, 바로 그 남평우 선생님이 자신의 총알받이로 사형수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판단을 위해 망설일 시간은 단 일 초도 없었다.
“총소리가 나면 앞으로 쓰러지세요. 저 필굽니다.”
필구는 앞자리 사수가 먼저 끝내고 갈 때까지 시간을 약간 끈 다음 평우의 눈가리개를 씌우면서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제4장 잔인한 가을, 242쪽]
서둘러 처형장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나무둥치에 몸을 숨겨가며 산등성이를 올라갔다. 한참을 무작정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른편 위쪽으로 비 그친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나온 엷은 햇빛이 산등성이의 나무를 가로질러 하늘과 맞닿아 있는 녹색 능선을 비추고 있었다. 능선을 넘으면 다소나마 안전할 것 같았다.
방향을 정한 그는 계속 벗겨지는 흰 고무신을 벗어 옷자락 가슴 속에 밀어넣고 아예 맨발로 허리를 구부리고 한참을 달렸다. 경사가 심한 산줄기에 들어서서는 듬성듬성 서 있는 소나무를 잡고 숨바꼭질하듯 건너뛰었다. 발을 옮기다가 걷어찬 큰 돌멩이 하나가 떼구르르 소리를 내면서 멈추지 않고 한참을 굴러갔지만, 다행히 낙엽이 쌓여 있어서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제5장 운장산, 269쪽]
눈부시도록 밝은 햇빛이 드문드문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빠져나와 나뭇잎에 부딪혀 반짝였다. 평우는 양팔을 힘껏 벌려 햇빛을 가슴에 안았다. 특수부에 끌려간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태양이었다.
아! 태양!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
그는 양손을 펴 이마에 올려놓고 태양을 우러러보았다. 두 눈에서는 햇빛이 깃든 붉은 눈물이 땀에 얼룩진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붉은 쟁반에 수정막을 씌운 듯 투명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하고, 세상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영원히 변치 않을 미소를 띠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수명대로 살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만고의 어머니 품속 같은 태양!
그는 한동안 선 채로 부드럽고 따뜻한 햇볕을 온몸 가득히 채우고 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제5장 운장산, 270쪽]
인간은 본시 선량하고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어 하며 사람 속에 있어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비극에 휘말려 악인이 되고 적이 되는 모순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자료 속에서 재조명된 우리의 과거는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였다. 그런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이 가슴 시리도록 가련했지만, 아픈 역사에 고뇌하고 갈등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냈고 후손들에게 희망을 준 우리의 선조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짧은 소견으로 『태양의 그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근간으로 한 비극에 그치지 않고 재심까지 다루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저력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말, 400쪽]
구매가격 : 12,800 원
태양의 그늘 2
도서정보 : 박종휘 / arte / 2023년 0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이승만이 수행원 세 사람과 하와이 연합위원회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기 위해 건물 벽을 따라 가로수가 있는 중앙 인도 쪽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고 있을 때였다. 탕! 하고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수행원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의 뒤를 이어 앞으로 나가던 또 다른 수행원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피신하려다가 다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사님! 몸을 낮추십시오.”
“미스터 남, 저들이 노리는 건 날세. 여기서 같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 헤어져서 가운데 길로 각자 달려가세.”
건물 모퉁이 기둥과 기둥 사이에 디귿 자로 홈이 파여 만들어진 공간에 간신히 몸을 피하고 있던 이승만이 곁에 있는 수행원 남근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박사님! 박사님의 모자와 두루마기를 벗어서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되면 자네는 앞뒤에 있는 저들의 표적이 될 걸세.”
“저는 걸음이 빠르니까 저 뱅갈나무를 방패 삼아 도망칠 수 있습니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미스터 남, 정말 괜찮겠나?”
근우는 이승만의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를 썼다.
[제1장 흩어진 가족, 12쪽]
“이 사람 상백이! 미안허이!”
춘식은 한참 통곡을 하다가 방 한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음 바로 성냥을 그었다. 불은 삽시간에 방바닥으로 번져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과 지붕을 삼키고 활활 타올라 하늘을 벌겋게 물들였다.
사람들이 “불이야!” 하고 소리쳤다.
불길은 이미 회색빛 하늘 높이 솟아 너울거리고 있었으며 열기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함춘호가 달려와 불속으로 뛰어들려고 몸부림쳤다. 부지직거리며 불타는 소리는 춘호의 울부짖는 소리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형님! 형님! 이건 너무 허시잖어요.”
춘호는 불타오르는 연기 속에서 춘식의 얼굴을 찾았다. 춘식의 얼굴이 연기 속에서 어른거리다가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 불이 어느 정도 꺼진 후 집 안을 들여다본 춘호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춘식은 양반다리를 한 채 꼿꼿이 앉아 마지막까지 자신을 새까맣게 불태웠다.
[제2장 어둠의 메아리, 132페이지]
상백과 철우는 관이 보일 때까지 파 내려갔다. 관 뚜껑이 보이자 철우는 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듯 흙을 걷어냈다.
이어 심정수가 관 뚜껑의 못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가서 열어봐라!”
상백이 까맣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하자 철우가 관 뚜껑을 열었다. 그는 횃불에 붉게 물든 눈으로 앙상해져 가고 있는 원우의 시신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숨이 멈춰지는 듯 형을 부르며 울음을 토해냈다. 상백과 정순 그리고 기준이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소쩍새만 울어대던 산속이 순식간에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이 죽일 놈드을!”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그들의 소리가 어둠에 파묻혀 산속 멀리 울려 퍼졌다.
[제3장 필사즉생, 211쪽]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해 모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이승만은 근우의 죽음으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졌다. 남근우가 자신보다 한결 더 나라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의 인격 자체가 고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행위는 자신을 응징하기 위한 것도, 이성을 잃은 우발적인 행동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행동으로 전한 것이다.
이승만은 그날의 사건을 처음부터 돌이켜 생각하면서 자신과 그의 차이점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은 한낱 자기도취에 빠진 위선자이거나 권력을 위한 가혹한 독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재미 시절 남근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제4장 엇갈린 만남, 242페이지]
기웅은 각오를 새롭게 하고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그림자 귀신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양반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더니 귀신도 천천히 따라왔다. 얼른 뒤돌아봤더니 재빨리 숨는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비겁하게 숨긴…….’
담장 밑으로 들어간 것 같다. 언덕길을 올라가자 여우 귀신이 그림자 귀신이랑 같이 따라왔다. 기웅은 냅다 달렸다. 귀신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온 동네에 퍼졌다. 하늘에 뜬 초승달도 기웅을 따라왔다. 달이 따라오자 불똥처럼 작은 별들도 정신없이 따라왔다. 느티나무를 지나자 귀신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망태 귀신이 기웅의 뒷덜미를 막 잡으려고 할 때 가까스로 이모네 집 큰 대문을 홀짝 넘었다. 귀신들도 이모를 무서워한다.
“이모!”
“기웅아, 깜깜한데 왜 왔어? 잠 안 자고.”
“석유 기름이 없어.”
기웅이 사이다병을 마루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다 늦게 불은 뭐 할라고 켜?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자.”
함께 따라온 달이랑 별이랑 귀신들이 기웅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웅은 속으로 다짐했다.
‘기름 안 주면 내일 아침까지라도 안 갈 거여. 그러고 어머니한테 다 이를 거여.’
한참이 지나도록 이모는 방에서, 기웅은 마당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줄다리기를 했다.
‘쳇! 창경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어? 나도 다 알어.’
기웅의 생각이 맞았다. 창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옥봉이 사이다병을 가지고 뒤쪽 툇마루로 갔다. 쪼르륵쪼르륵 석유 따르는 소리가 났다.
[제5장 기다림, 322~323쪽]
“그런데 윤채봉 씨가 붙잡힌 거군요?”
“그게 아니고 전주 특수부에 자수를 했다는구만. 윤채봉이가.”
“경찰서도 아니고 특수부에 찾아가서 자수를 해요? 왜요?”
김 경장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서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자신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은 대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여자의 남편이 예전에 거기서 취조를 받아 법원에 넘겨져 처형당했고 그 밖에도 특수부에 뭔가 한 맺힌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죽을 각오를 하고 그곳으로 갔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겠지요. 그래서요?”
“그 아저씨 말을 들은 지금 수사과장님이 전에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고민 끝에 그 윤채봉을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야.”
“일선 수사과장이 특수부에 자수한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요?”
“서장님께 보고하고 이런저런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서 전주 특수부로 갔었다느만!”
김 경장은 수사과장이 생각보다 의리 있는 사람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평우는 계속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무슨 죄를 지었대요?”
“여순반란에 관련된 사상범이라는 것 같아. 허 사장님, 주무셔요?”
지서장이 옆으로 누워 있는 평우를 보고 물었으나 대꾸가 없다.
[제6장 운명, 343~344쪽]
구매가격 : 12,800 원
태양의 그늘 3
도서정보 : 박종휘 / arte / 2023년 01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필구가 서문기 비서를 통하지 않고 바로 이기붕에게 화가 난 듯 보고했다.
“경찰이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는 건가?”
“예, 죽기도 하고, 흥분한 일부가 지금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집을 향해서?”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경호실 건물과 연결된 담장 위에 올라가 시위대를 살피고 있던 다른 경호원이 뛰어 들어왔다.
“각하! 군중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왔어?”
이기붕의 목소리가 다급하고 떨렸다. 부인 박마리아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성대고 있었다.
“새문안교회를 지났습니다. 일부는 이미 도착한 것 같습니다.”
쨍그랑! 이층 서재 유리창이 깨졌다. 박마리아가 벽에 붙어 앉아 심하게 떨었다.
“일단 서울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세.”
이기붕이 부인 박마리아와 차남 강욱을 데리고 허둥지둥 현관을 나섰다.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필구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수행 차량에 올라타고 먼저 대문을 나섰다.
“이기붕이 도망간다! 길을 막아라!”
[제1장 도약의 발판, 24쪽]
혜령이 다가선 사내의 따귀를 올려치려다 팔목을 잡혔다.
“어럽쇼! 이 누나 좀 봐라!”
“우리 누나한테는 시비 걸지 말라고 했잖아! 누나, 가 있어요.”
기웅이 혜령을 다시 위로 올려보내려 하자 뒤에 있던 다른 사내가 달려와 발을 휙 날렸다. 기웅은 날아오는 발을 양손으로 잡아 오른쪽으로 힘껏 비틀어 넘어뜨렸다. 발을 날렸던 사내는 심한 신음 소리를 냈고 이어 다른 두 사내가 동시에 기웅을 덮쳤다.
탁! 타닥!
어느 틈엔지 기웅의 업어치기로 그 둘도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나머지 둘은 선뜻 덤비지 못하고 공격할 태세를 취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웅이 선제공격으로 한 사내의 발을 옆으로 쳐 쓰러뜨리면서 나머지 하나의 발을 밟고 멱살을 잡아 힘껏 당기자 중심을 잃고 앞쪽으로 쓰러졌다. 넘어져 씩씩대는 입에서는 피가 흘러 이를 붉게 물들였다.
“덤벼봐! 이게 다야?”
사내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다가 다시 공격할 듯하더니 뒷걸음질을 쳐 계곡을 건너 사라졌다.
“기웅아,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애니? 그렇게 싸움을 잘하면서 아까는 왜 가만히 있었어? 돈 주고 노래까지 부르고……. 내가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
혜령이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뜨고 소리쳤다.
“누나만 안 건드리면 그냥 가려고 그랬어요. 혹시 몰라서.”
“뭘 혹시 몰라? 너는 백 명도 이기겠던데. 이런! 볼따구니가 빨갛잖아. 이리 와봐!”
혜령이 입을 오므리고 기웅의 볼을 호오, 하고 불었다. 기웅의 얼굴이 홍시감처럼 새빨개졌다.
[제2장 서울 입성, 123~124쪽]
“제 처지가 급박하다 보니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수영의 말이나 행동 어디에도 사과가 가식이라는 느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사과까지 받고 보니까 되레 편치가 않습니다.”
평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영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외면했다.
“변호사님의 모든 일이 억울하게 잘못된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억울하게 된 사연은 정읍 친구한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후의 일은 그저께 알았습니다. 윤 국장님한테 듣고…….”
“제가 우리 가족은 만나지 마시라고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요?”
“찾아간 게 아니라 오시는 바람에 만나게 됐습니다.”
평우의 언성이 바뀌자 수영이 화급하게 해명했다.
“집사람이 최수영 씨를 찾아갔었다고요?”
“예, 오셔서 변호사님께 사과부터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심정도 진심입니다. 국장님이 왜 사과부터 하라고 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수영이 다시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무척 어려우시다면서요.”
“솔직히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먼저 변호사님에게 사과한 다음 국장님과 대화하기로 한 거밖에는…….”
[제3장 변호사 생활, 189쪽]
“처형된 게 확실헙니다. 사망 신고도 되어 있고요.”
“서류를 재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말입니다. 행정 통보가 잘못되었거나 가짜로 조작했거나 아니면 처형장에서…… 맞아! 처형장에서 도망칠 수도 있지요.”
“글쎄, 이십 년 전 사건을, 그것도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허시니 도통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그래야 할 이유가 발생하는 바람에 확인 차 부탁하는 겁니다. 번거롭겠지만 내일 수사관을 보낼 테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사 좀 해두세요. 아셨지요?”
진안경찰서 수사과장은 수화기를 철컥 내려놓으면서 별 미친 자식 다 보겠다며 투덜댔다. 그러면서도 형사 하나를 불러 남평우 장례식 때 일했던 사람을 찾아 산소가 어딘지 매장은 언제 했는지 넌지시 떠보고, 면사무소에도 가서 부동산 관계로 찍은 지장이나 도민증 사진을 복사해 오고 남주장도 한번 들러보라고 지시했다.
- 3권 256페이지
채봉이 돌아누운 기웅을 등 뒤에서 꼭 안으며 말했으나 그녀의 입에서도 가는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한동안 기웅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채봉은 말없이 기웅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밤새 토하고 복통에 시달리느라 지칠 대로 지친 기웅은 몸과 마음이 다소 편해졌는지 어느덧 잠이 들었다.
채봉도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인지 생신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의사가 다녀가고 팔에 링거를 꽂기도 했다. 언제 왔는지 승희가 숟가락에 약을 녹여 입에 흘려 넣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 재명 오빠가 부드러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채봉은 천지가 하얀 눈밭 위에 누워 있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밤송이만 한 커다란 눈송이들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눈이 어쩌면 이렇게 크지?’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는데 눈송이 하나하나마다 태섭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 채봉은 두 손으로 눈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제5장 시련, 310~311쪽]
“엊그제 데모하는 걸 봤는데요. 여기저기서 국민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더라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아버지는 어느덧 아들의 계략에 넘어가 있었다.
“사천 년이 넘도록 뭘 하다 이제 시작해요?”
“반만년 역사라고 자랑은 하지만 백성이 주인 노릇을 해본 적은 없지 않냐. 지금까지 왕의 나라였지.”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잖아요.”
“안 한 게 아니라 그런 의식이 희박했었지. 게다가 따지고 보면 국가의 모태는 강자의 군림을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지 백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았겠냐.”
아버지가 힘이 드는지 앞에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든 그렇게 만만한 백성은 없을걸요?”
아들도 옆에 따라 앉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파도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평선 저 너머서부터 밀려오듯이 우리 국민의식도 먼 길을 헤치고 달려와 비로소 지금에 이른 거다.”
“어두운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는 것처럼요?”
“그래, 딱 맞는 말이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한참 큰 아들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싱그러운 산 내음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제6장 아침의 나라, 397~398쪽]
구매가격 : 12,800 원
로마가족의 유럽살이 1. 로마 가이드가 되다!
도서정보 : 로마가족(글), 이오(글), 차차(그림) / 아울북 / 2023년 01월 02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탈리아 현지 직송! 리얼 100% 로마가족의 일상
찐~ 유럽살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 도서 소개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한국인 가족의 일상툰!
살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찐~ 세계 문화 이야기!
여기 아주 흔한 우리 이웃의 가족이 있습니다. 조금 멀리, 이탈리아 로마에요! 《로마가족의 유럽살이》의 출발점, ‘로마가족 Gasin & Roma Family' 채널의 주인공은 십여 년째 이탈리아 로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실제 한인 가족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다 만나 결혼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둘의 자녀인 이안(아들), 이도(딸)가 그들이지요.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에는 과한 설정도, 꾸밈도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안과 이도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아이들의 모습을 순도 100%로 보여 주거든요.
《로마가족의 유럽살이》는 로마가족이 유럽살이를 통해 겪어 온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이탈리아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다채로운 소재에, 재미 요소를 추가해 만화로 구성했습니다. 약 20년차 베테랑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 아빠, 초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엄마, 이탈리아 남자 못지않은 로맨틱 감성파 오빠(이안)와 거침없는 행동파 여동생(이도)이 실제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며 벌어지는 일상 코믹스! 만화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폭소와 감동을 오가는 흥미진진한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를 느껴 볼 수 있을 거예요!
◎ 출판사 서평
경험치를 높인 세계 문화 코믹스의 탄생
로마가족과 찐~ 유럽 여행을 떠나요!
다채로운 이야기와 생생한 여행 정보 수록!
상상초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지는 일상툰!
‘《로마가족의 유럽살이》 1권: 로마 가이드가 되다 편’에는 로마가족이 처음 이탈리아 로마에 정착해 가족이 된 사연에서 시작해, 로마에 정착한 가족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그 과정을 통해 엄마 아빠의 오글오글 솔로 탈출기, 분노 유발과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이탈리아의 AS 경험담, 주치의부터 응급실 의사까지 이구동성으로 처방하는 이탈리아 만병통치약의 정체, 세관에서 마약범으로 오해받은 사건, 삼겹살 파티에 초대된 이탈리아 가족의 반응 등 해외에서 살며 겪을 법한 다양한 이야기로 유쾌한 웃음을 전해 주지요. 여기 더해 전문적인 여행 가이드 해설로 유명한 ‘유로자전거나라’의 약 20년차 베테랑 가이드인 자칭 ‘가신(가이드의 신)’ 아빠가 전해 주는 생생한 꿀팁 여행 정보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베테랑 여행 가이드 아빠와 에세이 작가 엄마, 로맨티시스트 이안과 천방지축 이도, 네 가족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들의 이탈리아 이웃과 친구들이 얽혀 벌어지는 상상초월 세계 문화 가이드툰! 《로마가족의 유럽살이》를 통해 지금 바로 만나 보세요!
일상에서 만나는 세계 문화 이야기!
《로마가족의 유럽살이》에는 억지스런 설정도 복잡한 세계관도 없습니다. 로마에서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족이 그의 이웃들과 겪는 이야기에 약간의 웃음과 유머와 감동 코드만 더해져 있지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만나는 잘 갖추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 둘이 있는 여느 가정에서 벌어질 법한 리얼한 에피소드에 문화적 차이로 인한 낯섦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자란 또래 한국인 남매의 시선을 통해, 세계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는 살아보기!
최근 새로운 여행 트렌드는 단연 ‘한 달 살기 붐’처럼, 단순히 구경하는 여행이 아니라 현지에 오래 머물며 로컬 문화를 피부를 느껴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제주나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한 달 살이를 알아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지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즘, 《로마가족의 유럽살이》는 한달 유럽살이나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인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즐기는 찐~ 유럽 여행 안내서로 자리할 것입니다.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간접 경험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재미와 정보가 가득한 부록에 가신의 랜선 투어까지!
만화 사이에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 아빠가 엄선한 ‘로마의 대중교통 이용법’,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에서 꼭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의 깨알 4컷 정보 만화와 ‘가신과 함께 떠나는 가상의 랜선 투어’를 통해 로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가이드의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며 실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미로찾기와 숨은그림찾기 등 다양한 활동 부록과 로마가족의 사진 앨범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제공한답니다.
구매가격 : 12,000 원
사고의 본질
도서정보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에마뉘엘 상데 / arte / 2017년 12월 2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유추가 모든 사고의 핵심이다!
위트와 통찰력을 겸비한 두 과학자가 안내하는
사고의 본질을 향한 독창적이고 지적인 여정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역작!
스티븐 핑커, 최재천 추천 《괴델, 에셔, 바흐》 뒤를 잇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역작
“책을 덮는 순간 완전히 설득당했다. 유추가 사고의 중추다!”_최재천
나는 유추가 인간의 지성을 설명하는 열쇠라고 생각하는 인지과학자 중 한 명이다. 수십 년 동안 유추의 성격을 탐구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가 쓴 이 역작은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한 획기적인 작업으로서 통찰과 새로운 사고로 가득하다._스티븐 핑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빈 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는 일상적인 이해를 파고들어서 지성과 우주에 대한 통찰을 드러낸다. 요점은 유추물과 개념이 같은 것이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고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쉽게 읽히지만 깊이 있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동시에 심오하다._돈 노먼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디자인과 인간 심리》 저자
◎ 도서 소개
‘유추’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두 학자의 지적 교류
7년여에 걸친 사고 교환 끝에 완성된 ‘생각’에 관한 획기적인 생각!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인지과학·컴퓨터과학 분야에서 30년간 “사고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의 연구 분야는 구글 번역이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 같은, 단순히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지고 메모리가 커지면서 가능해진 응용과학으로서의 인공지능 모델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 준 저서 『괴델, 에셔, 바흐』(1979)에서 컴퓨팅, 인지 과학, 신경 과학 및 심리학의 교차점이라 불리는 ‘이상한 고리’ 개념을 발표한 이후 지치지 않고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모델로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고의 본질』은 인간 사고의 본질에 한 발 다가선 연구 성과이다.
『사고의 본질』은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1998년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추’에 관한 한 컨퍼런스에서 파리 제8대학 인지 및 발달 심리학 교수인 에마뉘엘 상데 교수를 만나 학술적 교류를 하기 시작한다. 이후 상데 교수가 펴낸 유추 작용과 범주화에 관한 책 『유추, 순진한 것에서 창의적인 것까지Analogy, from the Naive to the Creative』를 읽고 단번에 매료되어 영어 번역본을 출간하기를 자청한다. 이 아이디어는 번역에 머물지 않고 함께 “유추가 사고에서 차지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소개하는 책”을 쓰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학자의 공동 연구는 7년여의 시간을 거쳐 프랑스어판과 영어판 두 개의 판본으로 동시에 출간되기에 이른다.
이 책에서 지성의 연료이자 불길, 즉 원천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유추’는 유사성을 인식하는 일, 방금 경험한 것과 이전에 경험한 것의 연결 고리를 포착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유추 작용과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범주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에 분명하든 모호하든 일련의 라벨을 붙이고 머릿속의 도서관을 정리한다. 두 학자가 사고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유추 작용과 범주화는 거의 매 순간 일어나기에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사고의 본질』 전체에 걸쳐 벌어지는 유추 작용과 범주화를 따라가다 보면 두 경계가 허물어지는 동시에 이 두 작용이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인지 작용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펼친『사고의 본질』은 출간 후 『빈 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스티븐 핑커,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 명예교수 제럴드 홀튼, 포틀랜드 주립대 컴퓨터공학 교수 멜라니 미첼 등 많은 석학들의 찬사를 받았다.
언어학, 심리학, 수학, 과학을 토대로 펼치는 경계를 허무는 사유
사고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과학자의 언어로 풀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는 사고의 본질을 다루기 위해 장에서 장으로 넘어갈수록 작은 유추에서 큰 유추로 나아가는 방법을 채택한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말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들로 시작한다. 즉 “내가 바나나를 발가벗겼어!(undressed)”, “담배가 녹고 있어!(melting)”과 같은 단어 선택은 어린아이들이 덜 추상화된 범주 체계를 가지고 유추를 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른의 시각에서 어린아이들이 선택하는 단어들은 실수로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언어 사용은 어른들이 하는 의미상의 근사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어른들의 개념은 아이들의 개념보다 약간 더 정교할 뿐이다.
‘유추가 모든 사고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1950년대 후반부터 수집해 온 방대한 양의 사례들에 의해 설득력을 더한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늘 수첩과 볼펜을 소지하고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말실수를 수집하는 것은 유명하다. 이뿐 아니라 스스로 저지른 말실수들을 기록해 여러 라벨이 붙은 상자에 정리한다. 그의 연구소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말실수를 수집하는 작업은 두 저자에게 큰 의미가 있다. 말실수는 바로 인지 작용의 핵심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말실수는 실시간으로 범주화를 해야 하는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개념적 합선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두 저자는 각 판본의 5장 「유추는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에서 핵심적인 차원에서는 ‘정확하게 같은 것’을 말하는 동시에 각각 프랑스와 미국 문화에 맞는 말실수의 사례들을 실었다.
이 책에서 밝히는 번역 작업의 과정도 흥미롭다. 번역 작업 역시 고도의 유추에 의한 작업이다. 실로 가장 미세한 단어의 문법적 어미부터 텍스트와 그것이 말하는 사건 및 관념이 내재된 포괄적인 전체 문화적 맥락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층위에서 유추 작용을 수반하는 복잡한 작업이 바로 번역 작업인 것이다. 『사고의 본질』은 흔하지 않은 번역 과정, 영어판과 프랑스어판 각 원서가 서로의 번역본이면서 번역본이 아니라는 생각 속에서 수많은 왕복 작업 끝에 탄생했다. 또한 두 언어의 원어민 모두에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기에 단순히 단어를 옮기는 것이 아닌 문화 이식 방법을 사용했다. (한국어판 역시 독자들에게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사례 단어들을 교체하고 보완하는 문화 이식의 과정을 거쳤다. 121~126쪽) 『사고의 본질』자체가 유추가 인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 주는 좋은 예시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접하는 정신 활동으로 유추와 범주화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학, 인지 과학 및 언어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지적 쾌감을 준다. 또한 두 저자의 위트가 살아 있어 획기적인 사고를 다루는 학술서임에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언어’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묶는 이 정교한 작업은 일상적 사고, 의사소통, 공감,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고로 도약하는 데에 비유를 의식적, 혹은 잠재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 준다.
한국어판은 ‘통섭’의 과학자이자 미국과 한국을 넘나드는 저술 활동으로 탁월한 언어 감각을 지닌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최재천 교수의 감수를 거쳐 번역의 정교화에 힘썼으며, 책의 마지막에는 최재천 교수의 해제를 실어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유추가 모든 사고의 핵심이다!
장을 넘길수록 명료해지는 유추와 범주화의 능력
『사고의 본질』의 1, 2, 3장은 범주와 유추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다룬다. 1장 〈단어의 환기〉에서 두 저자는 단일어로 포함되는 범주에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 개념과 실제 개념 사용의 예를 비교하면서 어머니(mother)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어떻게 모국과 같은 비유적 용법으로 나아가는지, 유추 작용과 범주화를 통해 살펴본다. 2장 〈구절의 환기〉에서는 관용구를 살핀다. 이 관용구들은 라벨이 붙은 구절인데, 의사소통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사용되는 범주화에 따른 유추를 다룬다. 3장 〈보이지 않는 유추의 드넓은 바다>에서는 언어 라벨이 없는 구절을 다룬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범주의 언어들은 과거의 사건이나 기억과 연결되어 ‘상기성 일화’를 낳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깊은 수준의 개념적 골격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써 우리의 개념의 창고가 풍부하고 미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4장 〈추상화와 범주 간 이월〉에서는 추상화가 정도가 높아지면서 한 개념이 범주를 넘나드는 예들을 다룬다. 이러한 비약은 추상화의 층위 사이를 오가며 엄청나게 다른 상황을 공통점으로 잇고, 언뜻 거의 동일해 보이는 상황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범주 간 이월은 유추 작용이 창의적인 발상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이다. 5장 〈유추는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에서는 유추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유추는 단순히 사고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활동에 마구 간섭하면서 사고를 조종한다. 또한 우리는 무리하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추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6장 〈우리는 어떻게 유추를 조작하는가〉에서 캐리커처 유추를 설명하면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7장과 8장은 과학적 사고에서의 유추를 다룬다. 7장 〈순진한 유추〉에서는 비전문가가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인식의 토대로 삼는 순진한 유추를 다룬다. 예로 나눗셈을 분할로 교육하는 경우 나눗셈의 폭넓은 층위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함이 있다. 이러한 예들을 통해 순진한 유추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다룬다. 8장 〈세상을 뒤흔든 유추〉에서는 통찰력 있는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을 다룬다. 수학과 물리학의 역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련의 유추이다. 여기서 다루는 아인슈타인의 유추는 E=mc²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아인슈타인의 점진적인 사고의 진전을 유추 작용을 중심으로 보여 준다. 마지막의 에피다이얼로그는 두 화자(여기엔 반전이 있다!)가 범주화와 유추 작용을 중심에 놓고 사고의 본질을 논쟁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대화를 통해 보여 줌으로써 이 책에서 다루는 사고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글러스 호프슈태터는 『사고의 본질』을 설명하는 한 강연에서 이 책의 서술 방식에 대해 길의 작은 턱에서 시작해서 산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흔히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앞의 방대한 사례들은 건너뛰고 아인슈타인의 사고 과정으로 곧장 달려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독해는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두 저자는 이 모든 유추의 과정이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실례들이라고 말하며, 일상적이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유추의 편재성을 지각하는 것이 바로 인지 과학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급진적(radical)인 주장임을 강조한다.
◎ 추천사
• 나는 유추가 인간의 지성을 설명하는 열쇠라고 생각하는 인지과학자 중 한 명이다. 수십 년 동안 유추의 성격을 탐구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가 쓴 이 역작은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한 획기적인 작업으로서 통찰과 새로운 사고로 가득하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빈 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 이 책은 두 가지 과감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다. 바로 다양한 유추를 활용하지 않고는 누구도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점과 이 사실을 아는 것이 더 명료하게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사고 과정까지, 전체 스펙트럼에 걸쳐 인내심과 유머로 그들의 주장을 증명한다. -제럴드 홀튼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 명예교수)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에마뉘엘 상데는 일상적인 이해를 파고들어서 지성과 우주에 대한 통찰을 드러낸다. 요점은 유추물과 개념이 같은 것이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고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쉽게 읽히지만 깊이 있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동시에 심오하다. -돈 노먼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디자인과 인간 심리》 저자)
• 《사고의 본질》은 유추가 사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놀라운 주장을 담고 있다. 재치와 깊이를 두루 갖춘 이 역작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에 대해 사고하게 만들 것이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캘리포니아 대학교 석좌교수)
• 《사고의 본질》은 인지과학의 주류 논의와 함께 놓여야 한다. 유추는 이해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시작점이다. -사이언스
• 페이지마다 명쾌하고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고의 본질》은 통찰력의 보석이다. -네이처
• 명확하고, 생생하다. 그리고 독자적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 책 속에서
이 책에서 우리가 ‘범주’와 ‘범주화’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뜻을 지닐까? 우리에게 범주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고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진화하며, 조직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담아서 적절한 조건 아래 접근을 허용하는 관념적 구조물이다. 범주화는 머릿속에서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기존 범주에 연계시키는 잠정적이고 점진적이며 윤곽이 흐릿한 작업이다.
-프롤로그 | 유추, 인지의 핵심 (25쪽)
유추 작용과 범주화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이 둘은 모두 잠재적으로 유용한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마주치는 새로운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신적 개체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런 정신 작용은 어떤 대상에 대한 아주 단순한 인지부터 인류의 지성에 대한 아주 원대한 기여에 이르는 범위를 포괄한다. 그래서 유추 작용은 단지 이따금 이루어지는 정신적 운동이 아니라 지각의 생명소 자체로서, 일상적인 지각(‘저것은 탁자다’)부터 절묘한 예술적 통찰과 (일반 상대성 원리 같은) 추상적인 과학적 발견까지 모든 층위에 퍼져 있다.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우리가 항상 수행하는 정신 작용, 즉 상황 해석, 다양한 대상에 대한 특성 판단, 결정, 새로운 대상에 대한 학습 같은 것이 존재하며, 이 모든 정신 작용은 동일한 근본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롤로그 | 유추, 인지의 핵심 (32쪽)
범주에 대한 고전적 시각은 이제 일반적으로 막다른 길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부 현대 철학자는 범주의 흐릿함과 모호함을 정확한 학문으로 만드는 일에 나섰다. 그들의 목표는 개념이라는 정신적 성운을 탐험하는 것이다. 이 일은 정확한 소속 요건의 역할을 배척하고 대신 원형(특정 범주와의 평생에 걸친 모든 경험을 축약하는 장기 기억 속의 포괄적인 정신적 개체)이라는 관념 혹은 평생에 걸쳐 직면하는 특정 범주에 대한 전형의 완전한 집합이라는 인식을 상기하는 범주화 이론의 정립으로 이어졌다.
-1장 | 단어의 환기 (82쪽)
흥미로운 질문은 오늘날의 평균적인 사람들이 오래전의 천재들이 오른 지적 수준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심지어 넘어섰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일 것이라고 믿는다. 특출한 사람들이 지닌 위대한 재능은 범주의 목록에 기초한 독창적으로 중요한 유추를 통해 누구도 이전에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포착하는 데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드문 재능이다.
-2장 | 구절의 환기 (183-184쪽)
과거에 얻은 특정 기억을 활성화하는 일은 단지 유사성을 찾아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이 지적으로 즐겁기 때문에 실행하는 정신적 유희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행위는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상기하는 것은 새로운 사건을 이해한 후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유로운 부가적 행위가 아니다. 이런 상기는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는 행위 자체와 깊은 관련이 있다.
-3장 | 보이지 않는 유추의 드넓은 바다 (240-241쪽)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단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범주를 습득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추상화를 통해 유용한 범주화를 실행하고 맥락의 압력에 따라 한 범주에서 다른 범주로 원활하게 넘어가게 만드는 방식을 정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장 | 추상화와 범주 간 이월 (262쪽)
매우 미미한 인지 행위 속에 떠오르는 거의 보이지 않는 유사성이 있으며, 우리를 직시하면서 삶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유사성이 있다. 또한 일시적인 관심사와 집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범주는 환경에 대한 지각을 걸러내고 사고를 통제한다. 사실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아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크고 작은 규모에서, 아는 것에 긴밀하게 의존한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인간 존재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략) 우리는 아는 것과 익숙한 것의 죄수인 정도가 아니라 무기징역수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감옥을 계속 더 크게, 실로 무한하게 넓힐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직 아는 것만이 우리를 아는 것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5장 | 유추는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 (429~431쪽)
‘번역’이라고 부를 만한 참된 번역은 실로 가장 미세한 단어의 문법적 어미부터 텍스트와 그것이 말하는 사건 및 관념이 내재된 포괄적인 전체 문화적 맥락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층위에서 실행하는 유추 작용을 수반한다.
-6장 | 우리는 어떻게 유추를 조작하는가 (513쪽)
컴퓨터가 사회를 혁신했지만 어휘를 혁신하지 못한 이유는 이 대단히 강력한 도구들이 모두 친숙한 범주에 접목되어 대량으로 어휘 라벨을 빌려왔기 때문이다. (중략) 웹과 전자 기술을 중심으로 불어난 어휘를 체계적으로 탐구해보면 대단히 친숙하고 일상적인 물리적 범주가 새로운 현상에 대한 유추의 가장 일반적이고 믿을 만한 원천이라는 우리의 논지를 확인하게 된다.
-7장 | 순진한 유추 (538~539쪽)
오랜 의미와 새로운 의미가 사촌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 간극을 잇는 일부 유추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은 속성 강의와 상당한 상상력의 도약이 필요하지만, 일단 파악하고 나면 공통의 추상적 핵심이 명확해진다.
-7장 | 순진한 유추 (541쪽)
순진한 수학적 유추는 수학자가 아닌 사람의 머릿속에 평생 자리를 잡고 종종 막다른 길과 혼란 그리고 실수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이런 운명을 피하려면 갈수록 정교화와 추상화의 수준이 높아지는 수학적 관념을 접하면서 범주 체계를 점차 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직업적 수학자의 경우는 어떨까? 그들도 여기저기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순진한 유추에 의존할까, 아니면 그들의 직업적 삶에 대한 이런 시각 자체가 초보자와 전문가의 관계를 지나치게 순진하게 유추한 결과일까?
-8장 | 세상을 뒤흔든 유추 (597쪽)
“뛰어난 수학자는 정리 혹은 이론 사이의 유사성을 보지만 최고의 수학자는 유사성 사이의 유사성을 본다.” (중략) 아인슈타인의 창의적 생애가 명확하게 예시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거대한 나무에 존재하는 심오하고 추상적인 유사성에 대한 인식이 단지 잔가지나 큰 가지뿐만 아니라 줄기 자체를 뒤흔드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를 뒤흔든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유사성이다.
-8장 | 세상을 뒤흔든 유추 (680쪽)
구매가격 : 46,400 원
백래시-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도서정보 : 수전 팔루디 / arte / 2017년 12월 1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앨리스 워커, 바버라 에런라이크, 록산 게이… … ,
신 ․ 구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입을 모아 칭송한 바로 그 책!
페미니즘은 어떻게 ‘공공의 적’이 되었나?
사회적 보수화가 낳은 조작과 왜곡, 그리고 거짓말
1991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논픽션 부문 수상
․ 지난 25년간 미국에 영향을 미친 책 25권_《유에스에이 투데이》
․ 세대를 초월한 논픽션 10권_《미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언어와 문제 틀을 제시해 줄 것.”_손희정(해제)
“진작 나왔어야 할 강력한 신화 파괴서 …… 단숨에 고전이 될 책 …… 눈부신 르포르타주 …… 기막힌 첫 작품!” _Kirkus Review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만큼이나 획기적이고 매혹적이다.”_로라 샤피로, Newsweek
“전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대단히 불온하다.”_The New Yorker
◎ 도서 소개
미디어, 상업주의, 정치가 결탁한
반反페미니즘 여론전의 전말
페미니즘의 고전이자 영원한 문제작,
『백래시』 한국어판 출간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_본문 가운데
출간과 동시에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문제작. 유수 언론사들로부터 “역사적 이정표”, “단숨에 고전이 될 책”이라는 평을 두루 받으며 화제에 올랐으며, 그해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수전 팔루디의 강렬한 데뷔작, 『백래시』가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어판 출간을 맞이하게 됐다. 1991년 출간된 『백래시』는 지금껏 번역되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로 국내외 페미니스트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불어넣었고,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룰 때 꼭 참조해야 할 필독서가 되었다. 또한 2007년 《유에스에이 투데이》 선정 ‘지난 25년간 미국에 영향을 미친 책 25권’에, 2011년 《미즈》 선정 ‘세대를 초월한 논픽션 베스트 10’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인용되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팔루디는 이 책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백래시(backlash, 반격)’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치, 사회, 문화적 역풍을 해석하고 그에 맞서려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분석의 도구를 제공했다. 사회 변화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나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사회학 용어는, 『백래시』 출간 이후 페미니스트 사전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를 잡는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미국 여성들이 준비 없이 맞닥뜨린 ‘반페미니즘’ 선전전을 표층에서부터 심층까지 파고들어 간 이 책은, 지금 여기의 한국 상황에 놀라울 정도로 변함없는 시사점을 던진다. 한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와 같은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상 반페미니즘 정서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지지를 얻는 상황에서, 『백래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이 특수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자 동시에 보편적 현상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판은 2006년 출간된 15주년 기념판을 판본으로 삼은 것이다. 페미니즘과 여성의 권리를 둘러싼 진부한 소동, ‘반격’의 전모를 기록하다
“반격의 주장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등한 교육은 여성을 노처녀로 만들고, 동등한 고용은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며, 동등한 권리는 여성을 나쁜 엄마로 만든다는 것이다.”_본문 가운데
1970년대 미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이 가져다준 성취에 흠뻑 빠져 있었다. 여성이 머물 곳은 집이라는 낡은 주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참정권 운동을 전개한 이래 여성들이 더 완전한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가장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언론들도 앞다퉈 ‘성공한’ 여성들의 사진을 표지 기사에 실으며 “봐, 이 여자는 행복해. 그건 이 여자가 해방됐기 때문이야”라고 외쳐 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스럽지만, 어쨌든 호의적인 언론의 선전전은 완전히 태세를 전환한다. 그들은 “봐, 이 여자는 비참해, 그건 이 여자가 너무 해방되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똑같이 ‘성공한’ 여성의 사진에 다만, 우거지상을 그려 놓았다. “나이 많은 싱글 여성이 결혼할 확률은 길을 가다 테러를 당할 가능성보다 낮다”, “직장 여성들 사이에 ‘불임 유행병’이 번지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이기적인 엄마들”, “여성은 성공의 대가로 관계를 희생시켰다” 등등 과거 해방의 선전꾼들이 오늘의 ‘반격의 나팔수’가 되어 한목소리로 “너희들은 이제 자유롭고 평등할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비참해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처한 비참함의 원인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페미니즘을 지목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전염병이 여성들에게 스트레스, 불안, 우울 강박증, 중독, 그리고 극도의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여성해방의 끔찍한 진실”, “페미니즘은 이제 충분하다!” 팔루디는 해방의 열기가 냉대와 경멸, 혐오의 공기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미국 사회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본다. 반격의 나팔수들이 호들갑스럽게 요리해 내놓은 메시지는 “여성들이여,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였고, 이들의 단골 메뉴는 일, 결혼, 그리고 모성이라는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미디어 삼부작이었으며, 이는 “뉴스 가판대에, 텔레비전 화면에, 영화에, 광고와 의사의 진료실에 그리고 학술지에” 실려 1980년대 미국 풍경이 되었다. 팔루디는 이 풍경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1848년 역사적인 세니커폴스 대회에서 여성의 권리 선언이 낭독되고 얼마 되지 않아 빅토리아식 도덕적 설교가 호전적인 입법부와 점잖은 학계에서 쏟아져 나왔고,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빨갱이’로 매도당해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한때 ‘산업의 역군’이라 칭송하던 여성들을 직장에서 몰아낼 궁리를 하느라 바빴다. 매 시기마다 “뇌와 자궁의 충돌”처럼 “과학 연구의 새로운 발견들에 왕년의 싸구려 도덕주의를 버무린” 유사한 언어들이 범람했다. 팔루디는 반격의 반복되는 습성을 언급하며 여성해방의 역사는 늘 “결코 목적에 닿지 못한 채 무한을 향해 나아가는 수학적 커브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커브가 그리는 “나선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간다.” 팔루디가 인용한 심리학자 진 베이커 밀러의 말에 따르면 반격은 “여성들이 실제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보통 성취가 작을 때,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난다. ……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1980년대 팔루디가 포착한 그 공포는 언론이 배포하는 ‘트렌드 기사’에서 시작해서 텔레비전, 영화, 광고, 수술실을 경유해 여성의 일, 마음, 그리고 신체를 구속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반격의 서두: 독립을 위해 결혼을 포기한 비참한 싱글 여성
“언론은 여성의 불행의 근원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었으리라. 뉴라이트와 여성 혐오적인 백악관에서, 한기가 도는 재계와 고집스러운 사회·종교기관에서 …… 하지만 언론은 반격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대신 이를 유포하는 쪽을 택했다.”_본문 가운데
“‘남자 품귀 현상’ 때문에 여성의 결혼 가능성이 위험할 정도로 희박해졌다.” 1986년 한 지역 언론이 밸런타인데이 특집 기사로 다룬 소위 ‘결혼 궁핍 사태’는 곧 미국 대중문화의 모든 미디어들이 열광하는 뉴스가 됐다. 이 기사는 예일 대학의 사회학자 닐 베넷과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룸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여성의 결혼 패턴에 대한 미발표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었다. 베넷의 통계치는 사실상 모든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했고, 전국 뉴스 프로그램과 토크쇼, 시트콤과 영화, 자기 계발서, 각종 광고와 심지어 신년 카드에까지 오르내렸다. 알고 보니 이 통계는 간단한 인구 조사표만 살펴보아도 오류투성이였다. 어디에도 남자 품귀 현상을 가리키는 지표는 없었다. 오히려 더 폭넓은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세에서 45세 사이 대졸 이상 학력 여성의 경우 사실상 혼인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잘못된 모델에 근거한 조사, 미숙한 통계 조작이 빚어낸 실수가 언론이 기댄 통념과 합작해 거대한 헛소동을 만든 셈이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통계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베넷과 블룸, 그리고 언론은 ‘교육 지향’과 ‘출세 지향’의 여성들이 결국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주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정부는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원이 하버드-예일 연구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려 하자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펼쳤다.
팔루디는 연구 책임자인 베넷과 베넷에게 기사를 받아 쓴 기자들, 그리고 베넷의 통계 수치를 의심스럽게 바라본 연구자들을 인터뷰하며, ‘반격의 서사시’라 할 만한 이 두꺼운 책의 서두를 완성한다. 어떻게 단순한 흥미 위주의 기사가 싱글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말라붙은 자궁”과 “자정을 향해 가는 생체 시계”로 표상하게 했는지, 그리고 ‘결혼 궁핍’과 ‘결혼 안 하는 싱글 여성의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까지 확장시켰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은 소름 돋도록 흥미진진하고, 섬뜩할 정도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통계의 범람, 사실에 토대하기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지시하는 처방전으로 통계를 활용하는 언론, 정해진 길을 벗어날 경우 어떤 위험해 처하게 되는지 여성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위 ‘전문가들’까지, “세련되면서도 진부하고, 얼핏 보기엔 ‘진보적’이지만 동시에 보란 듯이 후진” 반격의 주장들을, 팔루디는 한편의 풍자화처럼 속도감 있게, 동시에 정밀하게 스케치한다.
조롱과 혐오의 대상,
마침내 ‘짐’이 된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를 상대로 한 반격은 …… 그것이 사적인 색채를 띨 때, 한 여성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안에서 그녀의 관점을 바꿔 버릴 때, …… 결국 그녀 역시 자발적으로 이 반격에 동참하게 될 때 위력을 갖게 된다.”_본문 가운데
『백래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를 포함한 1부는 팔루디가 이 책을 쓴 계기이기도 한 하버드-예일 대학의 결혼 연구로 포문을 열어 1980년대 반격의 풍경을 한 편에, 페미니즘과 함께한 반격의 유구한 역사를 다른 한 편에 배치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반격의 창시자와 유포자 들을 찾아 나선다. 대중문화를 점령하다시피 한 반격의 물결이 언론,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패션과 미용 산업을 잠식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2부에서는 소위 ‘트렌드 저널리즘’이 유포한 ‘남자 품귀 현상’, ‘말라붙은 자궁’, ‘고치 짓기’, 그리고 ‘엄마 트랙’ 같은 용어들이 어떻게 영화와 텔레비전의 여성 재현에 영향을 미치고 반격의 정서를 강화했는지 다룬다. 실제로 1970년대 스크린을 자유롭게 활보하던 독립적인 여성들은 1980년대에 이르면 지루한 노동에서 벗어나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외로운 싱글이거나 떽떽 거리는 마녀, 그도 아니면 잔인하게 살해당하거나 강간당하는 피해자로 그려진다. “여성은 여성과 각을 세우고” 여성의 정당한 분노는 “개인적 우울”로 축소되며, 여성의 삶은 “좋은 엄마는 이기고 독립적인 여성은 벌을 받는다는 도덕 이야기의 틀”에 갇혀 버린다. 극명한 예가 1987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위험한 정사〉다. 팔루디는 “낯선 사람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자 했던 초안에서 어떻게 1980년대의 전형적인 여성 혐오 영화가 탄생했는지를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영화사 사장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영화는 ‘집 안의 천사’가 ‘독립적인 여성’을 살해하며 끝을 맺는다. 10대 소녀와 결박당하거나 훼손된 여성 신체 이미지에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광고업계의 관행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이처럼 반격에 가담한 대중매체가 유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성은 일과 결혼 둘 모두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일과 독립을 선택했을 때는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팔루디는 3부에서 이러한 반격의 메시지를 만들어 낸 진정한 요람, 반격의 이데올로그들을 찾아 나선다. 뉴라이트는 여성의 권리에 관한 전방위 공격에서 단연 선두 주자였다. 이들은 단순히 방어만 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비대중적인 주장을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 전략을 세웠다. 뉴라이트의 팸플릿 상단에 자리한 ‘생명 친화적’, ‘순결 친화적’, ‘모성 친화적’, ‘가족 친화적’이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출산권, 노동권, 성적 권리 등 여성이 이제 막 획득하기 시작한 권리들에 반대하는 퇴행적인 내용들을 가리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 3부의 마지막 장에서는 페미니즘에 ‘가모장주의’, ‘반민주적 이데올로기’, ‘남자다움을 빼앗아 간 공격수’ 같은 딱지를 붙이는 상아탑의 멀쩡한 학자들과 뉴에이지 남권주의자들을 인터뷰한다. 그리고 반페미니즘의 대변인으로 뉴라이트 진영의 총아가 된 여성, 베티 프리던처럼 과거의 입장을 철회하고 페미니즘을 반격의 먹잇감으로 만든 이들, 캐럴 길리건처럼 의도하진 않았으나 반격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그들 안의 변절과 모순, 그리고 딜레마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팔루디는 반격의 목표이자 가장 악랄한 효과는 “여성의 정신과 감정을 반격에 종속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격이 노리는 것은 여성의 정신과 감정만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까지 포함한다. 4부에서 팔루디는 대중 심리학자와 자기 계발서 저자들이 어떻게 ‘여성 일반의 억압’을 “내 마음속 어린아이 문제”나 “알코올중독자 남편을 ‘선택’한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갔는지, ‘남성의 일자리’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경영진과 남성 노동자의 가부장적 카르텔이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심지어 일을 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불임을 ‘선택’하게 했는지, ‘태아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 여성의 신체를 태아 대 여성의 구도로 분열시켰는지를 보여 준다. 심리 치료사의 상담실, 베스트셀러 저자의 거실, 여성 노동자들에겐 투쟁의 장소이기도 한 공장, ‘생명 친화적’인 낙태 반대론자들이 테러를 일삼는 클리닉, 그리고 태아 측 변호사와 산모 측 변호사가 ‘각자’의 생명을 두고 다투는 병원과 재판소를 숨 가쁘게 오가며, 팔루디는 반격의 결과물들, 즉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일상에 각인된 반격의 효과를 아플 만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거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
“페미니즘의 의제는 기초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체성을 그 문화와 남성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규정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_본문 가운데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특정 메시지를 유포할 수단으로 삼은 일화에서 시작된 1980년대 반격의 대장정이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단지 임신부라는 이유로 수술대에 ‘올라/오르지 못해’ 죽거나 상처 입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 것은 상징적이다.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반격의 나팔수들이 말하듯 모두 페미니즘 탓이라면, 여기 어디에서 페미니즘의 죄를 물을 수 있을까? 해제자 손희정이 팔루디의 입을 빌려 말했듯, “여성들의 비참함과 불행은 페미니즘 탓이 아니라 페미니즘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 아닐까? 하지만 1980년대 반격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했고, 팔루디는 2000년대 한 대학 강의실에서 이제 자신들에게 “페미니즘은 짐”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여학생을 만난다. 팔루디가 15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토로하듯 페미니즘이 ‘성공 지향’, ‘출세 지향’을 일컫는 말이라면, 그 여학생의 말이 맞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것 이전에 나는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선언에 불과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선동으로, 혹은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팔루디의 말처럼 “평등이라는 약속의 땅에 들어서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함의할 뿐이다.
낙태법 폐지 국민 청원과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백래시』를 읽는다는 것, 국책 기관이 저출산 해법으로 “여성들의 하향 결혼”을 제시하고 행정자치부가 가임기 여성 인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만드는 이곳에서 1991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시감과 함께 묘한 패배감에 사로잡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지금, 여기의 상황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그 놀라운 유사성은 이 책을 받아 든 우리에게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2014년 미국의 온라인 저널이 기획한 『백래시』 다시 읽기 북클럽 캠페인에서 록산 게이 역시 이 옛날이야기를 읽고 “변한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게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백래시』는 해제자의 말처럼 “계속되는 백래시에 부딪히고, 그러면서 퇴보하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는” 여성의 역사 속에서 “앞서간 사람들이 그려 놓은 지도”를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지도 위에서 다음 발걸음을 놓을 자리를 찾는 것은 독자들 각자의 몫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진작 나왔어야 할 강력한 신화 파괴서 …… 단숨에 고전이 될 책 …… 눈부신 르포르타주 …… 기막힌 첫 작품.”_Kirkus Review
“여성을 상대로 한 반격은 현실이다.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전투의 피로를 이겨 내고, 계속 싸워 나가려면 바로 이 책이 필요하다.”_앨리스 워커Alice Walker, 『더 컬러 퍼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만큼이나 획기적이고 매혹적이다.” _로라 샤피로 Laura Shapiro, Newsweek
“화염처럼 뜨거우면서도 재기 넘치는 문장.”_Booklist
“역사적인 이정표.”_San Diego Union
“전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대단히 불온하다.”_The New Yorker
“기를 죽이는 논변 …… 명석한 주장을 화려한 언변에 녹여 낸 이 책은 젠더 평등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_Publishers Weekly
“빈틈없고, 꼼꼼하게 기록했으며, 설득력이 있다.”_Chicago Tribune
“분노와 활기, 광명을 선사하는 이 책은 무엇보다 진실되다.”_New York Newsday
“엄청난 열정과 인상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 새로운 운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촉매가 될 것이다.”_Vanity Fair
“팔루디는 여성의 독립과 비전통적인 역할 수행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강조하는 수많은 보도 사례를 보여 준다. 이런 영향은 일시적이지만 그녀가 옳다는 증거는 풍부하다.”_다이앤 존슨Diane Johnson, New York Review of Books
“만일 당신이 …… 평등은 여성에게 좋은 것이고 전통적인 성 역할은 본성이 아니라 문화가 부당하게 강요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대단히 값진 자료가 될 것이다._”웬디 카미너Wendy Kaminer, Atlantic
“날카로운 필치, 비범한 보도”_M. Magazine
“팔루디는 훌륭한 통찰력과 위트로 여성 평등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밝혀내고 우리를 장래성 있는 대응의 길로 인도한다.” _데버라 로드Deborah L. Rhode,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매혹적이고 놀라운 이 책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_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팔루디는 현란한 탐사로 페미니즘을 의기양양하게 폄하하는 사람, 위선자, 배신자, 반反페미니스트 들을 제압한다. 그 덕에 강력한 논리와 도덕적 명료함으로 무장한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책이 탄생했다.” _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 『노동의 배신』
“완전히 새로운 관점 …… ‘우리에겐 페미니즘이 필요하지 않다’고 쓴 피켓을 들고 있던 여성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_록산 게이Roxane Gay, 『나쁜 페미니스트』
“팔루디의 『백래시』는 여성들의 개인적 삶을 변화시킨 바로 그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_레베카 트레이스터Rebecca Traister, 『싱글 레이디스』
◎ 책 속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 “그건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 페미니스트들을 ‘페미-나치’라 부르며 공격한 러시 림보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디오 토크쇼가 되었다. 미국라디오 -텔레비전업계여성협회American Women in Radio & Television가 1987년에는 여성을 긍정적으로 그린 광고에 상을 주지 못했다는 소식 같은 것도 있다. 수상 자격을 갖춘 광고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의 권리를 상대로 한 반격은 그것이 정치적인 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전혀 투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성공을 거둔다. 그것이 사적인 색채를 띨 때, 한 여성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안에서 그녀의 관점을 바꿔 버릴 때, 그래서 그녀가 억압은 모두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하게 될 때, 그리고 결국 그녀 역시 자발적으로 이 반격에 동참하게 될 때 반격은 가장 위력을 갖는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뜻은 ……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역량을 품고 있는” 여성을 묘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사실상 바뀌지 않았다. 한 세기 전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가 말했듯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것 이전에 나는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진술이다.
페미니즘의 의제는 기초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체성을 그 문화와 남성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규정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임 유행병’의 원인을 찾던 미디어와 의료 기관 들은 그에 대한 해답은 부의 증가와 중간계급 여성 인구의 독립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직장 여성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페미니즘과 그로 인한 출세 지상주의가 중간계급 여성 사이에서 ‘불임의 자매애’를 양산했다고 몰아 세웠다.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남성다움은 절대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매일 유지하고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규정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양성이 진행하는 모든 경기에서 여성을 이기는 것이다.” 남성성의 꽃잎을 가장 처절하게 짓뭉갠 것은 페미니즘의 가는 빗방울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는 단 몇 방울도 폭우로 인식된다.
이 시대의 경제적 희생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절도범이 여성이라고 의심한다.
[반격의] 주장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등한 교육은 여성을 노처녀로 만들고, 동등한 고용은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며 동등한 권리는 여성을 나쁜 엄마로 만든다는 것이다.
트렌드 저널리즘은 실제 보도가 아니라 반복의 힘을 통해 권위를 획득한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반복하면 그 어떤 것도 진실처럼 보일 수 있다. 하나의 미디어에서 선포한 트렌드는 나머지 미디어들이 재빨리 그 이야기를 퍼 나르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여성 캐릭터를 상대로 한 공격의 잔인함이 사이코패스가 잔혹한 살인을 일삼는 슬래셔 무비를 뺨칠 정도였다. 가령 〈레이디 블루Lady Blue〉에서는 수술용 메스로 무장한 10대 소년들이 여성 먹잇감의 장기를 적출하고, 〈우리 가족의 영광 Our Family Honor〉에서는 열일곱 살의 소녀가 코트 걸이에 베여 죽는다. 그리고 이 시즌에 공격을 당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은 입마개가 채워지거나 사건을 당해 실종된다.
1980년대 말 패션 광고에서는 구타당하고 묶여 있거나 시체 운반용 가방에 들어간 여성이 주 메뉴였다. 주요 백화점 창문에 서 있는 여성 마네킹들은 난데없이 가죽옷을 입은 남성에게 구타당한 피정복자로, 쓰레기통에 쑤셔 박힌 시체로 연출되고 있었다.
“내 작품은 페미니즘의 밋밋함에 대한 반동이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은 여성들을 구속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를 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포스트페미니즘 시대라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젠 여성이 다시 여성이 될 수 있어. 내 모든 소녀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거지.”
향수 광고 속의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어머니가 아니라 본인이 점점 아기가 되어 갔다. 향수 회사들이 너도나도 새로운 여성성의 상징으로 사춘기 소녀들을 택했던 것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금발의 곱슬머리가 통통한 볼에 도발적으로 흘러내리는 어린 소녀 롤리타의 사진을 내세운 《보그》 광고에는 “향수는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설명이 딸려 있었다.
이런 언어 전략하에 뉴라이트는 여성들이 새롭게 획득한 출산에 대한 권리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생명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여성들이 새롭게 포용한 성적 자유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순결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그리고 여성들의 대대적인 직업 시장 진출에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여기에 “모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마지막으로 뉴라이트는 그들 자체, 그러니까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퇴행적이고 부정적인 태도에 “가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그건 내부의 문제였어요.” 그녀는 청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생각했죠. ‘어째서 이 모든 나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그건 내가 그런 일들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알코올중독자를 택한 거죠. 우리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남자들을 택한 게 바로 우리란 말이에요.”
새로운 연공제 안에 대한 표결을 하기 위해 노조가 회의를 갖던 날, 아흔 명의 남성이 사무실 한쪽에, 열다섯 명의 여성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남성이 한 명 한 명 일어서서 제안된 연공제 계획에 찬성 발언을 했다. “나한테는 부양할 가족이 있어요. 지금 빵 값이 얼만지 압니까?” 그다음엔 여성들이 일어서서 이 중 많은 수가 부양할 가족이 딸린 이혼 여성이라고 말했다. 전남편들은 양육비를 전혀 대지 않고 있었다. “이건 남자의 일이라고.” 한 남자는 이렇게 소리쳤다.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의 대변인들은 대중 앞에선 페미니스트들을 “영아 살해자”라고 불렀고, 이들 때문에 낙태율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페미니스트들을 “창녀”, “레즈비언”이라고 불렀는데, 어쩌면 이런 욕설이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에게는 살인보다 성적인 독립이 더 큰 범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아버지의 권위를 옹호하고자 하는 바람은 1980년대에 낙태를 중단해 달라며 제기된 많은 ‘아버지의 권리’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 경우 원고는 보통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거나 최근에 이혼 신청을 한 아내와 다툼 중인 남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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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 1
도서정보 : 니얼 퍼거슨 / 21세기북스 / 2013년 02월 2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계 금융의 지배자 로스차일드가의 8대에 걸친 신화를 낱낱이 파헤친다!
KGB에 의해 은폐되었던 문서까지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받은’ 저자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방대한 정치·경제적 네트워크를 최초로 자세히 소개
18~20세기에 걸쳐 전 세계 금융계를 장악한 유대계 최대의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는 그 명성만으로도 놀라운 신화이자 전설이다. 1700년대 후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골동품 중개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부유한 유대인 중 한 명이 되었고 핵심 사업도 은행업으로 바뀌었다. 그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빈), 이탈리아 나폴리, 프랑스 파리로 보내 각자 금융기업을 만들게 했다.
이 책은 로스차일드 형제들 중 셋째인 나탄 마이어가 영국에 도착한 1798년부터 1999년까지 로스차일스 가문의 200년사를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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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초등사회 개념사전
도서정보 : 김금주, 김현숙, 박현화, 황정숙, 강지연 / 아울북 / 2015년 02월 26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초등사회 개념사전]은 어린이들이 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멀리 크게 보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류상영(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도서 소개 초등 학습의 개념 열풍을 몰고 온 개념사전의 완전판 ㆍ 새로운 교과서의 내용에 맞추어 개정하였습니다. ㆍ 기존 101개념을 149개로 세분화하여 내용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ㆍ 사회의 주요 영역별로 개념(사회문화, 경제, 정치, 지리)을 선별하고, 나열하여 사회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학습관련 용어를 설명해주던 기존 사전의 틀에서 벗어나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개념사전이 "2015년 새로운 교과서"와 함께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개념원리는 하나의 독립된 정보가 아닙니다. 개념과 개념 사이의 맥락을 파악할 때 습득되는 지식입니다. 따라서 《초등사회 개념사전》은 "개념의 본질과 맥락 이해"를 돕기 위해 기존의 가나다순 정렬방식을 탈피하고 연결 개념들을 함께 습득할 수 있는 갈래별 편집을 채택하였습니다. 이야기 책을 읽듯 자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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