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십일
마법천자문 19권(개정판)
도서정보 : 스튜디오 시리얼 / 아울북 / 2020년 06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손오공이 꿈속에서 본 것은?
삼천 년 전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마공앱’을 열고 표지이미지를 비춰보세요.(하단 ‘AR 체험해보기’ 참조)
◎ 도서 소개
마법천자문 개정판, 무엇이 달라졌을까?
1. 한자 이미지 학습을 돕는 AR 영상 권당 41개 수록(1권만 AR 영상 43개)
- 표지, 본문, 한자카드까지 AR 영상으로 재미있게 한자를 배워요.
2. 한자를 직접 쓰며 익히는 AR 쓰기 기능
- 본문 AR적용 한자페이지를 비추면 한자쓰기를 할 수 있어요.
3. 한자카드 20장에 캐릭터 카드 3장 추가(1권만 캐릭터 카드 2장)
- 기존에 없던 캐릭터 카드를 모아보세요.
4. 중국어 간체자 추가로 학습효과 강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와 중국어 간체자를 비교해보세요.
5. 스토리텔링 퀴즈를 통한 완벽한 마무리 학습
- 퀴즈를 풀다 보면 저절로 한자 실력이 높아져요.
마법천자문 개정판 AR은 어떻게 사용할까?
이미지 학습에서 쓰기 학습까지 도와주는 AR 체험해보기!
1.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마법천자문 공식앱(또는 ‘마공앱’)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2. 앱을 실행하고 책 또는 카드를 비춰보세요.
3. 한번 인식된 AR 영상은 크기를 조절하거나, 방향 전환도 할 수 있어요.
4. 개성 있는 AR 영상을 연출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보세요.
5. 내가 만든 마법천자문 AR 콘텐츠를 친구들과 공유해보세요.
◎ 19권 소개
하늘나라에 나타난 탐욕마왕!
하늘나라를 노리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밝혀진다!
탐욕마왕은 혼자 몸으로 하늘나라를 습격합니다. 옥황상제, 염라대왕 등 수많은 적들 사이에서도 당당한 탐욕마왕. 옥황상제의 목숨을 노리려다 강력한 한자마법으로 한 방에 제압당하고서도 여유만만한데요.
과연 탐욕마왕의 진짜 계획은 무엇일까요?
한편 18권에서 대마왕에 의해 ‘악몽의 낙인’이 찍혔던 손오공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온갖 방법을 써도 깨어나지 않는 오공을 위해, 삼장과 샤오는 위험을 무릅쓰고 오공의 꿈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정합니다.
하늘나라는 위기에 처하고, 오공이는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삼장과 샤오는 위험한 길을 떠나는 등 점점 위기가 더해 가는 마법천자문 19권.
예상할 수 없는 음모, 그에 맞서는 지략 등이 어우러져 더욱 흥미진진해진 마법천자문 19권을 만나보세요.
◎ 시리즈 소개
(1) 대한민국 대표 한자 학습만화가 AR 체험형 에듀 콘텐츠로 더욱 새로워졌다!
2,000만 독자가 선택한 마법천자문은 지난 15년간 한자 학습의 열풍을 일으키며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자 마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신규한자 20자가 머리 속에 각인됩니다. 권수를 더해갈수록 저절로 암기되는 한자의 양은 늘어나고, 한자 낱자 두 개를 붙여 만드는 단어마법과 한 개의 낱자를 다양한 낱자들과 합쳐 확장하는 단어확장마법까지 읽고 나면 어휘능력도 부쩍 향상됩니다.
이번 개정판은 눈으로 한자를 읽고 입으로 뜻과 음을 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쓰는 기능까지 추가했습니다. 또 한자의 뜻을 오래 기억하도록 AR 영상을 수록하였는데, AR 영상을 어린이들이 직접 연출하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주입식 한자 교육이 아닌, AR 한자마법으로 즐기는 체험형 에듀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된 마법천자문 개정판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2) 이 책의 장점
① 한자가 저절로 기억되는 이미지 한자 학습서
한자의 뜻과 소리와 모양이 만화의 한 장면에서 이미지와 함께 저절로 기억되도록 구성해서, 암기 스트레스 없이 한자를 익힐 수 있습니다.
② 한자 공부의 자신감을 키워 주는 최적의 한자 구성
한자 급수 시험을 대비하면서도 공부 부담은 덜도록 권마다 20자씩 신규 한자를 선정했습니다.
특히 1~5권은 한자 공부를 막 시작하는 어린이를 위해 8~5급의 한자 중 사용 빈도가 높은 100자로만 구성했습니다.
③ 한자를 ‘체험’하는 증강현실(AR) 한자 학습서
한자 증강현실(AR) 콘텐츠를 결합해 한자를 ‘마법’처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쓰기 기능이 있어, 정확한 획순에 따라 한자를 쓸 수 있습니다.
④ 끝까지 재미있고 알찬 학습 섹션
학습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다양한 퀴즈로 학습 페이지를 구성했습니다.
⑤ 중국어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는 간체자 병기
새로 나오는 한자 페이지에 중국어 간체자도 나란히 적었습니다.
⑥ 중국 고전 〈서유기〉와 한자마법의 콜라보
14억 중국인이 사랑하는 〈서유기〉를 토대로 탄탄하고 흥미진진하게 구성했습니다.
(3) 수상 내역
? 삼성경제연구소(SERI) 선정 ‘10대 히트상품’
? ‘한자카드와 인터넷을 이용한 학습 시스템’ 특허 획득
? 예스24, 다음 공동 선정 ‘올해의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선정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사업 개발도서’
? 서울신문 선정 ‘소비자만족 히트 상품’
? 인터파크 독자 선정 ‘2013 골든북 어워즈’ 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
구매가격 : 11,200 원
마법천자문 20권(개정판)
도서정보 : 스튜디오 시리얼 / 아울북 / 2020년 06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대마왕 탄생의 진실! 손오공 꿈속의 비밀!
손오공은 과연 악몽에서 깰 수 있을까?
‘마공앱’을 열고 표지이미지를 비춰보세요.(하단 ‘AR 체험해보기’ 참조)
◎ 도서 소개
마법천자문 개정판, 무엇이 달라졌을까?
1. 한자 이미지 학습을 돕는 AR 영상 권당 41개 수록(1권만 AR 영상 43개)
- 표지, 본문, 한자카드까지 AR 영상으로 재미있게 한자를 배워요.
2. 한자를 직접 쓰며 익히는 AR 쓰기 기능
- 본문 AR적용 한자페이지를 비추면 한자쓰기를 할 수 있어요.
3. 한자카드 20장에 캐릭터 카드 3장 추가(1권만 캐릭터 카드 2장)
- 기존에 없던 캐릭터 카드를 모아보세요.
4. 중국어 간체자 추가로 학습효과 강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와 중국어 간체자를 비교해보세요.
5. 스토리텔링 퀴즈를 통한 완벽한 마무리 학습
- 퀴즈를 풀다 보면 저절로 한자 실력이 높아져요.
마법천자문 개정판 AR은 어떻게 사용할까?
이미지 학습에서 쓰기 학습까지 도와주는 AR 체험해보기!
1.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마법천자문 공식앱(또는 ‘마공앱’)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2. 앱을 실행하고 책 또는 카드를 비춰보세요.
3. 한번 인식된 AR 영상은 크기를 조절하거나, 방향 전환도 할 수 있어요.
4. 개성 있는 AR 영상을 연출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보세요.
5. 내가 만든 마법천자문 AR 콘텐츠를 친구들과 공유해보세요.
◎ 20권 소개
대마왕 탄생의 진실! 손오공 꿈속의 비밀! 천왕보검과 마법천자문의 관계!
비밀이 풀려갈수록 의혹과 갈등은 늘어난다!
꿈속을 헤매던 손오공은 삼대현인이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108요괴의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진현인과 미현인,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선현인의 대립.
하지만 결국 진현인의 뜻대로 108요괴는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진현인과 108요괴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한편, 마법천자문이 거의 완성된 가운데 천상 연합군과 대마왕군의 수 싸움이 한창인데요.
과연 난세대장군과 대마왕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오공이는 과연 ‘악몽의 봉인’을 풀고 깨어날 수 있을까요?
손오공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삼천 년 전의 사건과 대마왕의 음모.
드디어 등장하는 새로운 십이신마까지.
점점 더 거대해져 가는 마법천자문 20권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 시리즈 소개
(1) 대한민국 대표 한자 학습만화가 AR 체험형 에듀 콘텐츠로 더욱 새로워졌다!
2,000만 독자가 선택한 마법천자문은 지난 15년간 한자 학습의 열풍을 일으키며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자 마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신규한자 20자가 머리 속에 각인됩니다. 권수를 더해갈수록 저절로 암기되는 한자의 양은 늘어나고, 한자 낱자 두 개를 붙여 만드는 단어마법과 한 개의 낱자를 다양한 낱자들과 합쳐 확장하는 단어확장마법까지 읽고 나면 어휘능력도 부쩍 향상됩니다.
이번 개정판은 눈으로 한자를 읽고 입으로 뜻과 음을 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쓰는 기능까지 추가했습니다. 또 한자의 뜻을 오래 기억하도록 AR 영상을 수록하였는데, AR 영상을 어린이들이 직접 연출하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주입식 한자 교육이 아닌, AR 한자마법으로 즐기는 체험형 에듀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된 마법천자문 개정판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2) 이 책의 장점
① 한자가 저절로 기억되는 이미지 한자 학습서
한자의 뜻과 소리와 모양이 만화의 한 장면에서 이미지와 함께 저절로 기억되도록 구성해서, 암기 스트레스 없이 한자를 익힐 수 있습니다.
② 한자 공부의 자신감을 키워 주는 최적의 한자 구성
한자 급수 시험을 대비하면서도 공부 부담은 덜도록 권마다 20자씩 신규 한자를 선정했습니다.
특히 1~5권은 한자 공부를 막 시작하는 어린이를 위해 8~5급의 한자 중 사용 빈도가 높은 100자로만 구성했습니다.
③ 한자를 ‘체험’하는 증강현실(AR) 한자 학습서
한자 증강현실(AR) 콘텐츠를 결합해 한자를 ‘마법’처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쓰기 기능이 있어, 정확한 획순에 따라 한자를 쓸 수 있습니다.
④ 끝까지 재미있고 알찬 학습 섹션
학습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다양한 퀴즈로 학습 페이지를 구성했습니다.
⑤ 중국어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는 간체자 병기
새로 나오는 한자 페이지에 중국어 간체자도 나란히 적었습니다.
⑥ 중국 고전 〈서유기〉와 한자마법의 콜라보
14억 중국인이 사랑하는 〈서유기〉를 토대로 탄탄하고 흥미진진하게 구성했습니다.
(3) 수상 내역
? 삼성경제연구소(SERI) 선정 ‘10대 히트상품’
? ‘한자카드와 인터넷을 이용한 학습 시스템’ 특허 획득
? 예스24, 다음 공동 선정 ‘올해의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선정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사업 개발도서’
? 서울신문 선정 ‘소비자만족 히트 상품’
? 인터파크 독자 선정 ‘2013 골든북 어워즈’ 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
구매가격 : 11,2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19-단테
도서정보 : 박상진 / arte / 2020년 06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창공의 빛나는 별과 땅 위의 어둠,
그 사이를 오가며 궁극의 구원을 향해 항해한
‘사랑과 지성의 시인’ 단테의 길을 따라가다
“날은 저물어가고……
오직 나 혼자만이 나아갈 길, 연민과 치를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단테는 우리를 저 먼 고대 시인의 신비로움과
가까운 근대 작가의 친근함 사이 어디쯤으로 데려간다. 그는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하다.
_ 박상진
◎ 도서 소개
시인이자 정치가로서 반평생을 보낸 피렌체에서부터
망명의 출발지이자 ‘어두운 숲’의 배경이 된 카센티노의 숲을 거쳐
죽음과 함께 20년 망명 생활의 막을 내린 라벤나까지,
오래된 영혼 단테의 문학 여정을 따라가다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 카를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쓴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단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현대시의 선구자로서 단테를 오랫동안 사숙하기도 한 T. S. 엘리엇은 “호메로스, 단테, 셰익스피어를 모르면 근대시를 이해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다. 단테와 셰익스피어가 근대를 나누어 가졌다. 제3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극찬했다. 신 중심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중세가 저물어가고 인간의 재발견으로 집약되는 근대가 밝아오는 과도기에 활동했던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 그는 문명사적 거대한 변환의 한복판에 있던 이탈리아 북부 피렌체에서 태어나 문학청년이자 정치가로서 반평생을 보냈고, 이후 죽을 때까지 이어진 망명 생활의 와중에 『신곡』을 집필함으로써 문학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죽음 이후의 내세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금 여기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하는 『신곡』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면면히 내려온 문학적, 철학적, 종교적 유산의 총집결장이자 근대 문학의 심원한 원천이 되었다. ‘망명 문학’을 대표하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단테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서양 문학의 4대 시성으로 불렸다. 아울러 단테 스스로 중앙의 식자층 언어인 라틴어에 능통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러 지방어들 중 하나인 토스카나어로 집필함으로써 지방어도 라틴어 못지않은 훌륭한 언어임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후일 토스카나어가 통일 이탈리아의 표준말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인생의 정점에서 첨예한 정쟁에 휘말리며 기나긴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단테였지만, 자신이 속한 터전에서 떨어져 나와 은둔하는 그 ‘우월한 고립’의 실현은 그를 오히려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그는 더 이상 피렌체에 속하지도 않았고, 당대에 머물지도 않았다. 거대한 교향곡과도 같이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하며 인간 삶의 모든 국면을 총체적으로 담아내고자 한 그의 위대한 시도는,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깊이 간직한 이들에게 여전히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상진은 단테의 글에 나타나 있는 그의 행적을 바탕으로 그가 밟았을 땅, 올려다보았을 숲과 하늘, 손을 적셨을 냇물, 그의 눈길이 머물렀을 공간을 따라간다. 사실 단테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단테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대부분 그 자신이 말한 것이기에 그의 글을 토대로 삶과 시대를 해석하며 흔적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단테의 대표작인 『신곡』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서도 다수 펴낸 저자의 전문적 역량이 빛을 발한다. 국내에서 단테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는 단테의 인생 전반기 주무대인 피렌체에서부터, 망명의 출발지이자 『신곡』 서두에 나오는 ‘어두운 숲’의 배경이 된 카센티노 숲을 거쳐, 죽음과 함께 20년 망명 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라벤나까지 여행한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단테의 글이 주변의 사물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관찰하고, 이를 통해 당시에 일어난 사건을 상상하고 그의 생각을 이해하려 애썼다”라고 말한다. 즉 단테가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았을 물질세계가 그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오랫동안 글로만 만났던 단테를 보다 생생하게 만난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신곡』에서 내세를 돌아보는 순례자 단테는, 길 위에 선 유랑자 단테의 자전적 비유였다. 그는 이탈리아반도를 정처 없이 떠돌며 직접 눈으로 본 풍경을 내세를 묘사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했다. 비평가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말처럼 『신곡』은 내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현세의 핵심을 놀랍도록 잘 간직하고 재현했다”라고 말한다.
〉 피렌체, 단테의 영원한 고향
단테를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단테가 망명을 떠나기 전까지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피렌체와 그 주변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산고덴초, 카센티노, 카말돌리, 베네치아, 파도바, 볼로냐, 카라라, 리구리아 해안, 베로나, 라벤나 등 망명 이후 전전했던 피렌체 이북 지역이다. 먼저 피렌체를 찾아간 저자는 미켈란젤로광장에서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13세기 중후반의 풍경을 떠올린다. 단테가 태어난 1265년 무렵 피렌체는 르네상스 물결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일찍부터 면직 산업이 발달하면서 번영의 토대가 되었고, 또한 신에서 인간으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하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문 전통이 다시 소환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테는 대중 친화적인 프란체스코수도회 학교와 연구에 치중하는 도메니코수도회 학교를 오가며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신학적 전통을 익힌 한편, 당시 유명한 학자이자 공직자였던 라티니 밑에서 학문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을 배웠다. 이로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절제와 조화의 미덕을 내면화한 그는, 초월자를 향한 중세적 소망과 근대적 인간의 개별성을 동시에 긍정하고 종합하는 면모를 띠게 되었다.
또한 피렌체는 단테에게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난 곳이자, 청신체라는 문체를 통해 새로운 문학 운동을 주도한 곳이며, 정의로운 공동체 수립을 위하여 공직자로서 치열하게 그 길을 모색한 곳이기도 하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딱 두 번 만났을 뿐이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에 “사랑으로 구원을 행하는 존재”로서 깊이 각인되면서 평생에 걸쳐 시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베아트리체를 향한 마음은 청신체파의 중심 주제인 ‘사랑’과도 직결된다. 가슴속에 들어온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데, 마음을 모아 그 말을 받아쓰면 그것이 곧 시가 된다는 것이 청신체의 시작詩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단테가 오직 사랑만 노래하는 탈정치적 시인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현실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며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하여 피렌체 최고위원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시민들이 이루어가는 공적 정의를 추구하는 가운데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대립하다 끝내 추방 선고를 받고 말았다. 저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 세월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성곽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폰테산타트리니타, 단테가 세례를 받은 곳이자 종국에도 돌아갈 곳으로 지목한 산조반니세례당, 베아트리체가 묻혀 있는 산타마르게리타성당, 어릴 적에 공부한 산마르티노성당과 산타크로체성당과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 등을 찾아가며 단테의 오래된 숨결을 되새긴다.
〉 길 위의 단테
이제 저자의 발걸음은 방랑자 단테의 뒤를 따라간다. 그 방랑은 단테 나이 서른일곱 살에 시작되어, 끝내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하고 라벤나에 묻힐 때까지 20여 년간 이어진다. 유랑 길은 피렌체 동쪽에 위치한 카센티노의 숲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대부터 은둔의 장소로 유명했던 이곳은 단테에게 어둠이면서도 부드러운 은신처였다. 그가 피렌체에서 보낸 시간과 쌓아온 애정을 떠나보내는 지리적 경계 혹은 심리적 문턱이자, 『신곡』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어두운 숲’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 숲에서 헤매다 올려다본 별은 구원의 상징처럼 단테를 인도했을 것이다.
카센티노를 벗어난 이후 단테는 베네치아, 트레비소, 파도바, 볼로냐, 사르차나, 루니자나, 루카, 베로나, 라벤나 등지를 전전했다. 더 이상 피렌체 공동체 건설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는 새로운 실천을 구상해야 했다. 처음에는 피렌체로 복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보편적인 차원을, 즉 피렌체를 품으면서도 넘어서는 방식으로 보다 넓은 국면에서 인간의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제 글쓰기가 그의 강력한 실천 수단이 되었다. 그것은 망명의 회한을 달래는 방편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탈리아 속어의 우수성을 정당화한 『속어론』,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것을 추구한 『향연』, 원만하고 정의로운 공동체 실현을 위한 지침을 담은 『제정론』을 썼으며, 궁극의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신곡』을 써서 죽음과 함께 끝을 맺었다. 길 위에서 단테는 쓰고 또 썼다. 망명자로서의 삶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불운이었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히려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인간 삶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그리하여 그의 문학은 망명과 함께 활짝 피어났다.
저자는 망명지를 전전하는 단테의 구부정한 등을 떠올리며 깊은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단테의 영혼과 목소리는 비록 오래되었지만, “나날의 작은 국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나 정의 같은 큰 차원에서도 믿음직스러운 지침을 준다. 하지만 그 지침은 정해진 대답으로 안내하기보다는 생각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앞장서서 이끌기보다는 나란히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반자의 느낌을 준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고뇌하고 외로워하다 다시 일어선 그의 기록에서 삶의 친근한 동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단테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학자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는 언어, 철학, 종교, 정치, 신학,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글을 썼다. 그래서 작가 대신 철학자나 정치학자 단테를 떠올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단연 뛰어난 점은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이다. 그는 보편타당한 목표를 향한 신념을 견지하는 동시에 늘 변하는 구체적 현실에 스스로 관여하면서 살아갔다.
- 「프롤로그」 중
지옥을 견뎌내는 힘은 지성에서 나온다. 꽁꽁 얼어붙은 지옥의 밑바닥이 표상하는 침묵과 부동의 반지성주의와 대조적으로 지성주의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말하는 가운데 추구된다. 단테는 지옥을 견디는 지성의 힘으로 연옥과 천국으로 날아오르고, 그 여행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 「프롤로그」 중
어려서 잠시 불린 이름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어로 ‘지속하다’ ‘견디다’의 뜻을 지닌 두란테는 단테의 삶을 정의하는 데 딱 맞는 단어다. 그는 현실의 상황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가운데 삶을 이어갔고, 『신곡』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지옥의 끔찍한 고통의 현장을 참고 견뎌 연옥에 도달하고 천국에 오른다.
- 01 「아름다운 아르노 강변에서」 중
단테는 망명과 함께 『신곡』을 쓰기 시작했고 죽음과 함께 끝을 맺었다. 『신곡』을 쓰기 전에 그는 포근한 우리 속에 잠든 한 마리 양이었다. 하지만 그 우리에서 쫓겨나면서 『신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를 쫓아낸 자들이 싸움을 걸었고, 그것에 응전한 방식이 곧 『신곡』 집필이었다.
- 01 「아름다운 아르노 강변에서」 중
단테는 마치 산타크로체성당 내부에 누워 있는 위대한 인물들을 지키는 파수꾼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그 근엄한 얼굴은 솔직히 외로워 보였다.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수시로 단테의 발치에 가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얼굴 위로 보이는 하늘이 때마다 변했다. 말갛게, 환하게, 붉게, 어둡게. 단테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나도 그 옆에 있고 싶었다.
- 01 「아름다운 아르노 강변에서」 중
하지만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더 발길을 옮길 여지도 없는 좁은 실내 공간에 베아트리체와 단둘이 호젓하게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 성당 문으로 들어오면 방해받는 느낌까지 든다. 아버지는 시집간 지 3년 만에 죽은 어린 딸을 이곳에 묻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얼마나 자주 들렀을까? 그들은 아마도 다른 누구도 들이지 않은 채 추억이 서린 이곳에서 오직 베아트리체만 만나고 싶었으리라. 단테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단테는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불과 두어 걸음 거리에 연인이 묻혀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 02 「새로운 삶」 중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초월적 사랑의 표상에 그치지 않는다. 단테는 충동에 휩싸이다가도 이내 절제를 다짐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종교뿐만 아니라 세속의 차원에서 사랑의 실현을 추구했다. 그의 사랑은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 가기도 하고 여러 색깔로 나타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가슴에 들어와 평생 떠나지 않은 베아트리체는 자기모순적이고 규정하기 힘든 단테의 사랑을 마음껏 펼치는 너른 마당이었다. 그녀는 단테의 사랑을 더욱 포용적으로 만드는 매체였다.
- 02 「새로운 삶」 중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은총의 매개라면 젬마는 이성의 표지였다. 베아트리체의 죽음과 함께 그에게 찾아온 사랑은 『향연』에서 드러나듯 젬마의 알레고리인 철학이었다. 변함없이 단테의 마음을 채우는 성스러운 베아트리체 옆에 비루한 삶의 그림자가 깃든 세속의 젬마가 자리 잡았다. 둘의 결합으로 단테의 사랑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지고 오묘해졌다. 베아트리체만 있었을 때 단테의 사랑은 종교적 차원에 머물렀지만, 이제 젬마와 함께 그 사랑은 실존적이고 인간적인 차원까지 펼쳐지게 되었다. 베아트리체는 젬마를 무화하지 않았고, 젬마는 베아트리체를 대체하지 않았다. 둘은 확장의 관계에 있다.
- 02 「새로운 삶」 중
청신체는 글자 그대로 ‘맑고 새로운 문체’라는 뜻이다. ‘돌체dolce’의 뜻은 달콤함과 부드러움이지만, ‘맑다’는 뜻의 ‘청’으로 옮긴 것은 무난하다. ‘돌체’의 함의는 깊고도 넓지만, 사랑의 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슴속에 들어온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마음을 모아 그 말을 받아쓰면 그것이 곧 시가 된다. 이것이 청신체 시인의 시작詩作 방법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내면에 들이는 일이 출발이고, 마음을 모으는 일이 다음이며, 받아 말하고 쓰는 일이 최종이다.
- 02 「새로운 삶」 중
단테의 평생 화두인 구원은 죽음 이전에 현세에서 우선 이루어야 할 천국과 관련된다. 미완의 인간 삶에서 이룰 천국이란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단테에게 천국은 끊임없이 추구하는 미완의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그는 천국의 모델을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 찾으려 했고, 그것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에 보완과 발전의 기획을 계속 적용해가려 했다. 피렌체의 산미니아토알몬테성당, 거기에 이르는 계단은 단테의 구원관을 잘 보여준다.
- 03 「피렌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중
피렌체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기간은 단테 인생의 뾰족한 봉우리였다. 그야말로 “우리 살아가는 길 반 고비”(「지옥」 1곡 1행)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그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망명의 고달픈 삶의 어느 지점에서 그는 더욱 드높은 희망을 찾아낸다.
- 03 「피렌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중
나는 쓸쓸한 유랑자 단테를 떠올리며 그의 발길을 따라다녔다. 서쪽 해안에서 눈물을 삼키고, 사람들과 만나 삶의 의미를 모색하고, 외교와 행정 사무를 보아주면서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가늠하고, 틈만 나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고, 계속해서 길 위에 섰던 단테. 나도 그러했다. 같은 해안에서 같은 별을 보았고, 사람들을 만나 단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가 마주했던 현실을 상상하고 이해하려 노력했고, 숙소와 자동차, 식당, 길 어디서든 자판을 두드렸으며, 계속해서 길로 나가 단테를 만났다.
- 04 「우월한 고립의 실현」 중
구매가격 : 15,040 원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
도서정보 : 소순무 / 21세기북스 / 2020년 06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빼앗기는 것’ ‘공돈’의 오명을 벗고
모두가 기꺼이 세금을 내는 세상이 되려면?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한 세금 공부
◎ 도서 소개
세금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
이슈로 살펴보는 우리 조세 시스템의 현주소와 과제
세금은 한 국가가 얼마나 정의로운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기준이다. 세금의 원칙이 추상같이 서 있고 관련 입법이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나라, 공평하게 세금을 걷어서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하는 나라, 납세자가 존중받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으며 불합리한 세금 부과를 법적 절차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나라는 정의롭다. 사회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발전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순무 변호사의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21세기북스)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는 책이다. 수십 년간 조세 전문가로 이력을 쌓아온 저자는 세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하며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38기동대의 성과, 현금영수증 과태료 합헌 논쟁, 명절 고속도료 통행료 면제 등 논쟁적인 세금 이슈들을 되짚으며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한 세금 공부를 시작해보자.
◎ 출판사 서평
한국의 조세 정의,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의 세금 시스템은 정의로울까? 저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평가한다. 물론 한국의 조세 시스템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촘촘한 그물망을 쳐서 탈세와 탈루를 크게 줄였다. 행정의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조세 시스템은 탄탄한 구조를 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로운 세금의 토대이자 정신적 측면이라 할 ‘조세 문화’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세금에 대한 인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금을 냄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에 힘을 보태고 당당한 재정의 주역이 되겠다는 납세자 의식이 희박하다. 그 대신 세금은 ‘빼앗기는 것’이라 여기고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한다. 최대한 세금은 덜 내면서도 재정의 혜택은 누리고 싶어 한다. 말하자면 ‘혜택은 나에게, 부담은 다른 사람에게’라는 이기적이며 이율배반적 심리에 빠져 있다.
저자는 이런 인식과 사회 풍조가 세금이 정당하게 부과되지 않으며, 납세자를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기인한다고 본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여 원칙에 어긋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세 입법을 하는 일이 잦다. 납세자를 옥죄는 낡은 법률 또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세금을 ‘공돈’처럼 여겨 불필요한 예산을 남발하면서도 그것을 업적으로 선전하는 국회의원도 드물지 않다.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데 집중하여 납세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조세 행정도 문제다.
조세 정의로 가는 길
조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 조세 원칙, 조세 입법, 조세 징수, 예산 편성과 집행에서 함께 정의를 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세금을 둘러싼 주체들은 조세 정의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
조세 정의를 위해서는 먼저 조세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 조세는 경제 현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무턱대고 입법을 한다고 뜻대로 세수가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회와 정부가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 법령을 남발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조세 입법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세제 기관에 전문가가 상시로 관여하고 조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세법 개정안을 심의·통과시키는 국회 역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세법이 고도화하고 안정성을 띨 수 있다.
점점 깊어지는 세금 징수의 편향성도 따져볼 때가 되었다. 근로소득자의 38.9%(2018년 연말정산 기준)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현실에서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 특정 계층을 겨냥한 종부세 증세 등은 보편 과세와 국민개세주의라는 헌법적 원칙을 벗어났기에 지속 가능한 방안이 되지 않는다.
또한, 세금은 잘 걷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아무리 항아리를 채워도 새는 곳이 있다면 소용이 없다. 현재 복지 재정의 누수가 심각한 지경이다. ‘세금은 눈먼 돈’, ‘빼먹는 사람이 세금의 임자’라는 시쳇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가 지탱될 수 있을까? 더욱이 열악한 경제 여건 속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납세자들의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세금이 공돈이 아니라 무서운 돈임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제도와 감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납세자가 부당하거나 위법한 과세 처분 또는 잘못된 과다 신고를 바로잡는 조세 쟁송 절차에서의 정의를 세우는 데도 제도적이며 실천적인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세 정의는 이같이 세법 입법에서 출발하여 예산 집행, 나아가 조세·헌법소송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살아 숨 쉬어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존중받는 납세자, 참여하는 납세자
정의로운 세금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납세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제도와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공익 광고나 납세자의 날 축사 등에 등장하는 공치사 차원을 벗어나 납세자를 실제로 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금을 성실하게 내길 잘했다’라는 마음이 생기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사업 실패나 노후로 어려울 때 일정 부분을 돌려주는 세금 마일리지 제도 등을 도입할 수도 있다.
저자는 정의로운 조세 시스템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납세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납세자의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납세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세금 감시이다. 납세자 누구나 자기 관련 영역에서 멋대로 쓰이는 세금을 보면 감시 단체에 신고하고 단체는 이를 모아 공개하고 담당 관서에 답변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감시 효과는 클 것이다. 전 납세자가 예산의 책정이나 배정, 집행과 그 효과에 대하여 ‘세금 CCTV’ 역할을 한다면 세금은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며 비효율이 사라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다수의 납세자는 세금에 대하여 잘 모른다. 덜 내면 좋고 더 내면 찡그린다. 원천징수 방식이 어떠하든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액은 변하지 않는다. 원천징수는 한꺼번에 연 단위로 걷을 세금을 추산하여 월로 나누어 간편하게 징수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연말정산 결과 이미 납부한 세액이 적다면 더 내야 하고, 많다면 돌려받는다. 대다수의 납세자에게 예년과 다른 연말정산 마이너스는 모르는 것이거나 부당한 것이다. 어쨌든 이것이 우리의 납세 의식과 수준이다.
- 입막음 돈, 연말 재정산 소동 (93쪽)
유 모 세무사는 프리랜서 사업자를 상대로 기납부 원천세액 3.3%를 환급받게 해주겠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고 고객을 모집한 다음 여러 해에 걸쳐 허위 신고를 하여 부당 환급을 받았다. (…) 당사자인 프리랜서들은 그로 인하여 최근 5년간의 소득액에 대한 실제 비용을 입증하여야 하고 부당 신고로 인한 가산세 40%를 추징받을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 아직도 후진적인 납세 문화와 조세 전문직의 일탈 행위, 조세 행정의 허점이 남아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 프리랜서 대형 환급 비리 사건이 남긴 것 (107~108쪽)
납세의무는 납세자의 권리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납세자의 권리는 이제 국세기본법상의 규정이 아닌 헌법상의 원리로 고양되어야 한다. 세금 도둑을 잡아내는 납세자 소송권도 납세자의 권리에 포함되어야 한다. 세금을 성실하게 많이 낸 납세자에 대한 노후 연금도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것을 국가의 재정 철학의 지표로 담아내야 마땅하다. 세금은 뜯기는 것, 남을 위한 것, 공돈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세금은 국민 회비, 나를 위한 것, 내 돈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여야 올바른 납세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 개헌과 세제의 과제 (170쪽)
이 사건은 황 박사, 재단, 과세 관청, 법원 어느 누구에게 크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황 박사 ‘과세 폭탄 사건’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고, 대신 더 많은 황 박사와 같은 ‘기부자’가 나와야 한다. 우리 현실은 법인 기부는 적지 않지만 개인 기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선의의 기부가 선의로 대접받지 않는다면 누가 기부를 할 것인가? 개인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을 종전처럼 소득공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외국의 예처럼 기부자가 장래 곤궁한 처지에 처했을 때 출연 재산에서 지원이 가능한 틀도 만들어야 한다.
- 황필상 증여세 승소 ‘만시지탄’, 법 재정비해야 (207쪽)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꼭 이루어내야 과제는 납세 문화의 선진화이다. 납세 의식은 납세자 스스로 자기가 낸 세금이 공평에 맞고,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들 때 성장한다. 성실 납세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풍토 조성이 필수 조건이다. 납세에 기여한 만큼 사회복지에서 대우받는 조세 마일리지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 정치를 배제한 것이 좋은 조세 정책 (218쪽)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1가구 1주택 보유세 증세는 생존의 터전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불로소득에 대한 개별화되지 않은 증세로 고령 은퇴자에 대한 또다른 불평등과 생존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성실하게 자산을 일군 은퇴자의 노후 생활 보장 유지를 위하여 생존 기간의 저율 과세나 상속 재산에서 징수하는 과세 이연 등 새로운 과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로소득에 대하여 부정적이기만 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나가야 더 나은 조세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고령 사회 진입에 맞춰 불로소득 인식 바뀌어야 (274쪽)
선진 각국이 편리함을 버리고 상품에 세금을 포함하지 않는 표기를 원칙으로 하는 것은 상품의 대가와 세금은 본질이 다르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은 사업자가 결정하는 것이고 세금은 세법에 의하여 따라붙은 것이니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서로 주지하자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세금이 포함된 음식 가격을 표시하게 하면 소비자는 그 통째를 음식값으로 인식하고 소비를 선택하고 비교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상품값에 세금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하여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 세금 표기와 납세 의식 (285쪽)
마그나 카르타에서 비롯되었다는 조세법률주의는 이제 국제 사회에 공리로서 널리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의 조세법률주의는 내실 없는 답보 상태를 계속하다가 1988년 현 헌법재판소가 출범함에 따라 획기적으로 정착되었다. 수많은 조세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조세법률주의,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 위반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은 결과이다. 그렇지만 조세 형평과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측면에서는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조세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 자본과 노동의 자리매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 마그나 카르타 800주년에 보는 한국 조세 제도 (357쪽)
구매가격 : 16,000 원
세계의 끝과 시작은
도서정보 : 오리가미 교야 / arte / 2020년 06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삶이 끝나는 순간,
네 곁에서 다시 태어날 거야.”
『기억술사』 오리가미 교야가 선사하는
종족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
“나를 불러줘. 네가 있는 어둠의 세계로.”
한 번의 마주침, 9년의 기다림, 그리고 평생의 사랑
운명을 믿는 소년과 정체를 숨긴 소녀의 기묘한 미스터리
하나무라 도노는 오늘도 한 여자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어릴 적, 보름달 아래 단 한 번 스치듯 만난 아름다운 소녀다. 그녀의 신비로운 눈동자에 속수무책으로 빠진 도노는 소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생김새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노의 동네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현장을 찾아간 도노는 첫사랑 소녀와 우연히 재회한다. 기이하게도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은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는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찬사!
★★★★★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가슴 뭉클한 감동. 단숨에 읽었다!
★★★★★ 기약 없이 첫사랑을 기다리는 도노가 안타까워 심장이 조여들었다.
★★★★★ 범인은 누구인지,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지, 두근거려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책을 덮은 후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상상하게 된다.
◎ 도서 소개
“사건이 해결돼도 말없이 사라지지는 마.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만이라도 줘.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도노는 일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신비로운 눈동자와 달빛을 담은 목소리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한 사람을 다시 만나다
『기억술사』로 25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노스탤지어 호러’라는 신(新)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오리가미 교야가 신작 감성 미스터리 『세계의 끝과 시작은』으로 돌아왔다. 이번 소설은 평범한 대학생 주인공이 첫사랑 소녀와 재회하고, 비밀을 간직한 그녀와 함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면서 서서히 ‘밤의 세계’로 이끌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와 섬뜩한 호러를 섞어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오리가미 교야는 이번 소설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작 『기억술사』가 ‘기억에서 지워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관계의 진실성을 파고들었다면 『세계의 끝과 시작은』은 ‘나와 다른 존재를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주인공 하나무라 도노는 어릴 적 단 한 번, 몇 마디 말밖에 나누지 못한 소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지만 재회한 첫사랑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나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고 내던진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노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모습은 읽는 우리를 어릴 적 첫사랑의 순간으로 데려가고 다시 한번 설레는 순간을 맞게 해준다.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9년이나 그리워했다.
하지만 영원한 시간 속에서 9년은 눈 깜박할 사이에 불과하다.
하나무라 도노의 사랑과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시간을 뛰어넘어 마침내 만난 운명의 상대,
사랑을 붙잡기 위해서는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하나무라 도노는 오늘도 한 여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9년 전, 보름달이 뜬 밤하늘 아래 딱 한 번 스치듯 만난 아름다운 소녀다. 신비롭게 반짝이는 머리칼과 눈동자, 달빛을 닮은 목소리는 도노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졌고, 그 후로는 누구를 만나도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도노는 그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언젠가 재회할 날이 올 거라 믿고 그때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도노는 소녀를 처음 만났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대학 진학도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하며, 미팅조차 한 번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얼굴을 그려서 보여주며 본 적 없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그 덕에 괴짜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도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는 별로 없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캠퍼스라이프를 즐기며 지내던 어느 날, 도노의 대학 주변에서 목을 물어뜯겨 처참히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경찰은 두 달째 범인을 잡기는커녕 용의자를 특정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대학가에 불길한 기운이 술렁이는 가운데 도노는 자신이 속한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조사차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평생을 기다려온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재회한 그녀는 기이하게도 그동안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기쁨도 잠시, 도노의 머릿속으로 9년 전 소녀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스쳐지나간다. 소녀를 공격하려 달려들던 남자와, 그의 빨갛게 빛나던 눈동자 그리고 뾰족한 송곳니를.
도노가 소녀와 처음 만났던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여자들이 밤길에 실종되었다가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소녀의 정체는 대체 뭘까? 대체 무엇이기에 그때도 지금도, 섬뜩한 사건 현장에서 계속 마주치는 걸까?
소녀와 재회한 후 도노의 근처에서는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심지어 도노의 가장 친한 친구마저도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첫사랑과 함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인범을 추격한다. 도노는 그들이 ‘밤의 세계’에 속한 인간과는 다른 종(種)임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물러설 수가 없다.
어린아이 같은 맹목적인 감정과 사랑을 지키려는 성숙한 의지가 겹쳐지는 가운데, 마침내 도노는 소녀와 함께 밤의 한가운데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세계의 끝’과 ‘시작’을 맞이한다. 위험천만한 연애에 가슴이 조여들면서도 우리는 그가 포기하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소용돌이치는 미스터리의 결말은 어떻게 이어질까?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책 속에서
가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달이 예뻐 보이고, 첫사랑과 만난 것도 가을이었다.
철학개론 강의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샤프펜슬로 다이어리에 그림을 그렸다.
매끄러운 뺨, 날렵한 턱선, 모양 좋은 귀, 조그마한 입술.
첫사랑의 얼굴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얼굴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서 있는 모습, 밤바람에 나부끼던 옷의 주름까지도. _12쪽
남자는 그녀에게 손이 닿을 정도까지 다가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남자가 그녀의 두 어깨를 붙잡고 입을 크게 벌렸다.
“안 돼!”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남자가 불에 덴 것처럼 고개를 휙 돌려 이쪽을 보았다.
도노를 향한 눈빛에 적의는 없었고, 그냥 놀란 듯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벌린 입에는 송곳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고 뾰족한 이 두 개가…….
‘엄니?’
끼릭 하고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남자가 움직임을 멈췄다. _31쪽
처음 만난 그녀에게 뭘 전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뭔가 말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 결국 입에서 나온 것은 단 한마디였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내리며 약간 서글프게 말했다.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낫겠죠.” _34쪽
9년 전과 똑같았다. 망설이면 늦는다. 다짜고짜 달렸다.
예의고 뭐고 따질 심정이 아니었다. 그녀가 멈추지 않으면 팔을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도노가 말을 걸기 전에 돌아보았다.
어깨에 못 미치는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지척에서 눈이 마주쳤다.
“……당신은.”
도노를 보고 그렇게 말한 목소리도.
그때와 똑같다. 기억난다.
머리는 짧아졌고 검은 테 안경을 꼈지만 틀림없이 기억 속 ‘그녀’다. _56쪽
“선배…… 이거.”
“우와…….”
루미놀 검사를 하고 싶다고 도노가 말을 꺼낸 시점에서 이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겠지만, 지나쓰도 사쿠도 얼굴이 굳어졌다.
도노가 지나쓰에게 분무기를 받아 조금 위쪽에 용액을 뿌리자 담 위쪽에도 물보라가 튄 것 같은 흔적이 나타났다.
얼핏 봐서는 모르도록 핏자국을 깨끗이 닦아냈지만, 루미놀에 반응할 정도로는 혈액 성분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몇 군데 더 뿌려본 결과 핏자국의 범위가 아주 넓다는 걸 알았다.
사람이 이 정도로 피를 흘리고도 살아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틀림없다. 여기는 살인 현장이다. _79쪽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뿐이야. 미움을 살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사건이 해결돼도 말없이 사라지지는 마.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만이라도 줘.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아카리에게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도노는 일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9년 내내 좋아했어. 앞으로도 평생 좋아할 거야.” _260쪽
뭔가 멋진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하지만 그럴 시간은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입에서 뭔가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뭐, 어쩔 수 없지. 후회는 안 하지만.’
어젯밤이 생각났다. 딱 한 번 느꼈던 그 감촉이.
……역시 입에다 할걸 그랬나. _403쪽
구매가격 : 11,200 원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도서정보 : 김솔 / arte / 2020년 06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잔한 일상을 끊임없이 흔드는 김솔의 농담들
◎ 도서 소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
김솔만의 감각으로 그린 군상화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던 게 분명하다.” _p. 142 『기록』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8년 간, 두 권의 소설집과 네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솔이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아르테)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2017년 ‘세계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특유의 몽상적인 문장들로 풀어낸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밀도 높은 현재성과 기발한 상상, 이국적인 인물과 문체 등 오직 김솔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솔은 역사, 과학, 윤리, 종교, 철학, 신화 등 해박한 지식을 작품에 인용하여, 이 시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문학적으로 빚어내는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특별할 것 없고 보편적일 수 있는 하나의 상황조차 역사적 사실과 접목해 문명적 흐름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와 현 시대를 조망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빚어내는 데, 이런 전환의 힘은 김솔 소설만의 백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변화나 위협으로 얼핏 드러났다 사라지는 아이러니의 순간들은, 김솔의 작품에서는 그가 구축한 알레고리에 의해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특히 이번 소설집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 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품는 아이러니와 그 근원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깊은 물 아래 잠들어 있던 괴물 같은 세상의 실상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에 선 인물들은 진실 혹은 몽상, 어쩌면 그 어느 곳도 아닌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는 순간 감지되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맞닥뜨리게 된다. 40편의 군상화 같은 이야기에서 겹쳐지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과 몽상 사이를 서성이는 인간, 김솔식 슈뢰딩거의 고양이
“굳게 닫힌 문은 침묵처럼 틈 없이 단단했고 어둠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모든 기억이 산산이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문 안쪽이 스스로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성였다.”
_ p. 304 「그녀 앞에서: 카프카의 「법 앞에서」변주곡」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속 인물들은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작가가 포착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삶의 균열에 붙박여 있다. 그들은 일상이 기묘하게 흔들리며 틈을 벌리는 순간을 저마다 경험하는데, 이 작은 균열을 통해 본능적으로 ‘세상의 이면’을 감지한다. 아무도 직접 경험해본 적 없고 인간의 인식을 넘어선 장소인 그 미지의 영역은 김솔이 글쓰기를 통해 끈질기게 부딪혀온 경계, 지우며 나아가고자 했던 궁극의 가장자리와 맞닿아 있다.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이 경계를 마주한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내고 있는 이야기이자, 김솔 작가의 끊임없이 잔잔한 일상을 흔드는 ‘시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있는 한 걸음일 수도, 방향을 잃은 채 끝없이 헤매는 몽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김솔은 인간이 ‘도저히 설명 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여행」)’를 신의 이름으로 명명한다고 보았는데,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조차 할 수조차 없’고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언어를 통과해 인간의 인식 속에 안착될 때 실재보다 축소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미지의 영역은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채 영원히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김솔의 관점은, 인간 인식의 필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그 경계 앞에 주저앉아 조금도 나아가지 않기를 선택한 인물뿐만 아니라 거짓을 선택한 인물조차 김솔의 세계에서는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되고, 죽음과도 같은 미지의 벽 앞에 선 인물들은 모두 ‘살아남은 자’가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목소리에 따라 우리는 그 세계를 때로는 안개 속을 걷듯 몽환적으로, 때로는 귀엽고 발랄하게 여행하듯 통과하게 될 것이다.
허상 위에 지어진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
“법적 공방은 먼저 흥분한 자들이 반드시 패배하는 게임이다.
상대가 틈을 보였다 싶으면 가차 없이 찔러대라.
대중이 보는 앞에서 서로에게 침을 뱉거나 욕설도 퍼붓고 신발도 벗어던져라.
그러면 대중은 당신들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무의미한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것이며 당신들을 위해 기꺼이 싸워줄 것이다.”_ p. 168 「형제」
여덟 살 차이나는 쌍둥이 동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소녀(「복제」)와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의사(「가려움」)가 동원하는 과학적 사실부터 아내의 공공연한 배신을 끝까지 부정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복기하는 남자(「믿음」)까지,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의 인물들은 역사적·과학적 사실과 신화까지 적극적으로 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인용한다. 김솔은 하나의 인물이 주장하는 바를 위해 방대한 학문적 자료와 지식을 아낌없이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덧붙이는데, 이는 무해한 진실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개인의 감정에 동원되었을 때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다 믿어왔던 사실들에 김솔이 만들어낸 작은 알레고리만으로도 예측 불가한 결말이 되어버린 40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었을 때쯤엔, 우리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었으나 쉽게 삭제된 모든 혼란을 직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는 이 다채로운 여러 개인의 욕망과 감정의 추동이 부딪히며 만들어진 궤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즉, 김솔의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 한 사람의 생애보다 더 오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더 오래 존재할 문명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이다. 문명은 늘 옳은 방향으로 나아왔는가. 역사가 진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문명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속화하는 이상기후,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과 같은 ‘새로운 징후들’은 이제 인간이 기존의 방식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는 아닌가. 그렇게 김솔은 인간이 걸어온 모든 길을 탐색하면서 모든 방향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본문 소개
평온함이란 권태나 허무처럼 불완전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전쟁과 살인과 증오와 죽음이 태어나는 것이다. _ p.12 「생일」
동생이 태어난 뒤로 저는 갑자기 어른이 됐답니다. 누군가 강제로 제 등을 떠밀어 그런 상태에 밀어 넣은 것이에요. 그랬더니 그동안 제가 결코 시도해보지 않았던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됐지요. 무엇보다도 어른들의 윤리적 기준을 이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긍하게 됐으니, 이 또한 여덟 살 차이 나는 쌍둥이 남동생의 존재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이었지요. _ p.19 「복제」
머리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 고작 1퍼센트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력한 개인과 광대무변한 신이 아닐까요? 인간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를 어떤 자는 부처라고 일컫고 어떤 자는 여호와, 어떤 자는 알라, 그리고 어떤 자는 시바라고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인간은 늘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배웠습니다._ p.46 「여행」
비의 기세가 여전한데도 노인은 옷깃 한번 추스르지 않고 태연하게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자신의 눈엔 빗줄기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자신의 영혼뿐만 아니라 몸 또한 비에 젖지 않는 것처럼. 페루의 새들처럼. _ p.72 「이름」
백주의 한복판에서 참, 괴이한 광경을 보았어. 갑자기 흑단나무 널보다도 더 검고 납작한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바람 한 점 없었으니까, 더 가볍고 마른 것들에게도 기적은 얼마든지 가능했겠지? 빈 소주병보다 창백한 어떤 남자의 멱살을 붙들고 자신이 누워 있었던 짓무른 자리 위로 밀쳐내는 거야. 그림자는 남자의 호적상 나이보다도 더 오래 누워 있었다고 투덜거렸어. 그러니까 그림자와 남자는 견고한 스위치처럼 발목을 같이 쓰고 있어서 한쪽이 일어서면 한쪽이 쓰러지게 되어 있나 봐. 생은 좁고 무른 존재의 이유에 붙박여서 앞뒤로 불안하게 흔들리지. 그렇다고 뭐 특별한 이유가 있겠어? _ p.72 「그림자」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모든 재난은 반드시 그것이 벌어질 전조를 알린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전조를 파악해서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데, 그 능력은 대개 선천적으로 부여받지만 후천적으로 취득할 수도 있다고 한다. _ p.80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
그녀는 마치 그 시간에 태어났거나 죽을 존재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눈까지 감았다.
그리고 존재 전체의 무게를 하이힐의 높은 굽에 싣고 팽이처럼 좌우로 흔들리며 천천히 중심을 잡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마천루는 모두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거대한 아날로그시계 하나가 세상의 중심에서 지구를 돌리고 있었다.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 그 사이에 우주 나무 한 그루가 그렇게 서 있었다. _ p.92 「나침반」
충분히 차이를 짐작하시겠지만, 유품이란 유산을 제외한 부스러기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산 사람들에게 재산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저희에겐 유품이지요.
저희는 유품을 처리합니다.
죽은 자의 몸과 뼈도 유품에 해당합니다. _ p.101 「고독사」
그녀는 죽은 자처럼 사흘을 물 한 모금 넘기지 않고 골방에 박혀 어둠 속에서 잠만 잤다. 그리고 초저녁쯤 깨어나 마치 사흘 만에 갓난아이에서 어른이 된 것처럼, 또는 인간을 파멸시키기로 결정한 것처럼, 주위의 음식을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먹어댔다. 그녀는 먹는 동안 잠을 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꾸준히 화장실을 드나들며 마치 변태를 시작한 뱀처럼 내장을 반복해서 비웠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탈진 상태가 되어 밤을 맞이했다. 그녀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잠 속으로 들어가 화석이 됐다. _ p.110 「첨단공포」
히틀러를 포함한 모든 독재자들의 주변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동조자가 그것이다. 세 부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조자들은 대체로 정체가 모호하고 자신의 의견을 거의 말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역사책에서도 그들이 전면으로 나타나는 페이지를 찾을 순 없다. 늘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하지만 정작 모든 역사에서 대부분의 악행을 저지르고 반성 대신 화해를 강요하는 자들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동조자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너무 익히 알려진 나머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은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_ pp.119~220 「회수」
낯익은 것들로부터 확실히 멀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에서 남미라는 단어를 발견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머릿속으로 헤엄쳐 들어온 이상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생각을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거부할 의사가 없는 이상 계획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계획을 지지해줄 동지나 근거를 찾을 목적으로 나는 그 서점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_ pp.107~208 「서치」
호랑이와 흑인 소녀와, 소녀의 스케치북에서 빠져나간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다면 굳이 불을 밝혀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왜냐하면 죽음은 대개 진실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우연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_ p.257 「크로키」
그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마리 로랑생을 위로했다. 그렇다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폴리네르를 증오하고 싶진 않았다. 증오는 인과보다 목적이 더 치명적인 법이니까. 대신 그녀는 자신의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센강을 따라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어느 곳에 도착할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_ p.274 「다리」
나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굳게 닫힌 문은 침묵처럼 틈 없이 단단했고 어둠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모든 기억이 산산이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문 안쪽이 스스로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딱히 그곳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딱히 찾아가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젊음은 모든 생각과 행동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됐으므로 몇 차례의 사랑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누구의 삶이든지 간에 그것을 짊어지고 걸어간 것은 기묘한 상처들이었고 그것들이 쓰러진 곳에서 잠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 _ p.304 「그녀 앞에서: 카프카의 「법 앞에서」 변주곡」
구매가격 : 11,200 원
세계의 끝과 시작은
도서정보 : 오리가미 교야 / arte / 2020년 06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삶이 끝나는 순간,
네 곁에서 다시 태어날 거야.”
『기억술사』 오리가미 교야가 선사하는
종족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
“나를 불러줘. 네가 있는 어둠의 세계로.”
한 번의 마주침, 9년의 기다림, 그리고 평생의 사랑
운명을 믿는 소년과 정체를 숨긴 소녀의 기묘한 미스터리
하나무라 도노는 오늘도 한 여자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어릴 적, 보름달 아래 단 한 번 스치듯 만난 아름다운 소녀다. 그녀의 신비로운 눈동자에 속수무책으로 빠진 도노는 소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생김새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노의 동네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현장을 찾아간 도노는 첫사랑 소녀와 우연히 재회한다. 기이하게도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은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는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찬사!
★★★★★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가슴 뭉클한 감동. 단숨에 읽었다!
★★★★★ 기약 없이 첫사랑을 기다리는 도노가 안타까워 심장이 조여들었다.
★★★★★ 범인은 누구인지,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지, 두근거려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책을 덮은 후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상상하게 된다.
◎ 도서 소개
“사건이 해결돼도 말없이 사라지지는 마.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만이라도 줘.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도노는 일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신비로운 눈동자와 달빛을 담은 목소리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한 사람을 다시 만나다
『기억술사』로 25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노스탤지어 호러’라는 신(新)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오리가미 교야가 신작 감성 미스터리 『세계의 끝과 시작은』으로 돌아왔다. 이번 소설은 평범한 대학생 주인공이 첫사랑 소녀와 재회하고, 비밀을 간직한 그녀와 함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면서 서서히 ‘밤의 세계’로 이끌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와 섬뜩한 호러를 섞어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오리가미 교야는 이번 소설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작 『기억술사』가 ‘기억에서 지워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관계의 진실성을 파고들었다면 『세계의 끝과 시작은』은 ‘나와 다른 존재를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주인공 하나무라 도노는 어릴 적 단 한 번, 몇 마디 말밖에 나누지 못한 소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지만 재회한 첫사랑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나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고 내던진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노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모습은 읽는 우리를 어릴 적 첫사랑의 순간으로 데려가고 다시 한번 설레는 순간을 맞게 해준다.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9년이나 그리워했다.
하지만 영원한 시간 속에서 9년은 눈 깜박할 사이에 불과하다.
하나무라 도노의 사랑과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시간을 뛰어넘어 마침내 만난 운명의 상대,
사랑을 붙잡기 위해서는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하나무라 도노는 오늘도 한 여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9년 전, 보름달이 뜬 밤하늘 아래 딱 한 번 스치듯 만난 아름다운 소녀다. 신비롭게 반짝이는 머리칼과 눈동자, 달빛을 닮은 목소리는 도노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졌고, 그 후로는 누구를 만나도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도노는 그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언젠가 재회할 날이 올 거라 믿고 그때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도노는 소녀를 처음 만났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대학 진학도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하며, 미팅조차 한 번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얼굴을 그려서 보여주며 본 적 없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그 덕에 괴짜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도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는 별로 없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캠퍼스라이프를 즐기며 지내던 어느 날, 도노의 대학 주변에서 목을 물어뜯겨 처참히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경찰은 두 달째 범인을 잡기는커녕 용의자를 특정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대학가에 불길한 기운이 술렁이는 가운데 도노는 자신이 속한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조사차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평생을 기다려온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재회한 그녀는 기이하게도 그동안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기쁨도 잠시, 도노의 머릿속으로 9년 전 소녀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스쳐지나간다. 소녀를 공격하려 달려들던 남자와, 그의 빨갛게 빛나던 눈동자 그리고 뾰족한 송곳니를.
도노가 소녀와 처음 만났던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여자들이 밤길에 실종되었다가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소녀의 정체는 대체 뭘까? 대체 무엇이기에 그때도 지금도, 섬뜩한 사건 현장에서 계속 마주치는 걸까?
소녀와 재회한 후 도노의 근처에서는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심지어 도노의 가장 친한 친구마저도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첫사랑과 함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인범을 추격한다. 도노는 그들이 ‘밤의 세계’에 속한 인간과는 다른 종(種)임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물러설 수가 없다.
어린아이 같은 맹목적인 감정과 사랑을 지키려는 성숙한 의지가 겹쳐지는 가운데, 마침내 도노는 소녀와 함께 밤의 한가운데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세계의 끝’과 ‘시작’을 맞이한다. 위험천만한 연애에 가슴이 조여들면서도 우리는 그가 포기하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소용돌이치는 미스터리의 결말은 어떻게 이어질까?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책 속에서
가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달이 예뻐 보이고, 첫사랑과 만난 것도 가을이었다.
철학개론 강의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샤프펜슬로 다이어리에 그림을 그렸다.
매끄러운 뺨, 날렵한 턱선, 모양 좋은 귀, 조그마한 입술.
첫사랑의 얼굴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얼굴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서 있는 모습, 밤바람에 나부끼던 옷의 주름까지도. _12쪽
남자는 그녀에게 손이 닿을 정도까지 다가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남자가 그녀의 두 어깨를 붙잡고 입을 크게 벌렸다.
“안 돼!”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남자가 불에 덴 것처럼 고개를 휙 돌려 이쪽을 보았다.
도노를 향한 눈빛에 적의는 없었고, 그냥 놀란 듯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벌린 입에는 송곳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고 뾰족한 이 두 개가…….
‘엄니?’
끼릭 하고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남자가 움직임을 멈췄다. _31쪽
처음 만난 그녀에게 뭘 전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뭔가 말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 결국 입에서 나온 것은 단 한마디였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내리며 약간 서글프게 말했다.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낫겠죠.” _34쪽
9년 전과 똑같았다. 망설이면 늦는다. 다짜고짜 달렸다.
예의고 뭐고 따질 심정이 아니었다. 그녀가 멈추지 않으면 팔을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도노가 말을 걸기 전에 돌아보았다.
어깨에 못 미치는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지척에서 눈이 마주쳤다.
“……당신은.”
도노를 보고 그렇게 말한 목소리도.
그때와 똑같다. 기억난다.
머리는 짧아졌고 검은 테 안경을 꼈지만 틀림없이 기억 속 ‘그녀’다. _56쪽
“선배…… 이거.”
“우와…….”
루미놀 검사를 하고 싶다고 도노가 말을 꺼낸 시점에서 이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겠지만, 지나쓰도 사쿠도 얼굴이 굳어졌다.
도노가 지나쓰에게 분무기를 받아 조금 위쪽에 용액을 뿌리자 담 위쪽에도 물보라가 튄 것 같은 흔적이 나타났다.
얼핏 봐서는 모르도록 핏자국을 깨끗이 닦아냈지만, 루미놀에 반응할 정도로는 혈액 성분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몇 군데 더 뿌려본 결과 핏자국의 범위가 아주 넓다는 걸 알았다.
사람이 이 정도로 피를 흘리고도 살아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틀림없다. 여기는 살인 현장이다. _79쪽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뿐이야. 미움을 살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사건이 해결돼도 말없이 사라지지는 마.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만이라도 줘.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아카리에게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도노는 일생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9년 내내 좋아했어. 앞으로도 평생 좋아할 거야.” _260쪽
뭔가 멋진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하지만 그럴 시간은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입에서 뭔가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뭐, 어쩔 수 없지. 후회는 안 하지만.’
어젯밤이 생각났다. 딱 한 번 느꼈던 그 감촉이.
……역시 입에다 할걸 그랬나. _403쪽
구매가격 : 11,200 원
이사도라 문 9: 파자마 파티를 하다
도서정보 : 해리엇 먼캐스터 / 을파소 / 2020년 06월 18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반은 요정, 반은 뱀파이어!
특별해서 평범한 ★★ 이사도라 문 ★★이
인간 친구 조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요!
◎ 도서 소개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요!”
뱀파이어 요정 이사도라 문이
인간 친구 조이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약속했어요.
대회를 위한 케이크를 만들려고요.
마법으로 케이크를 화려하게 꾸미고,
요정 구름 침대에서 뛰어놀고,
으스스한 유령 이야기도 하려면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라겠네요.
그런데 대회에 낼 케이크에
마법을 써도 괜찮을까요?
■ “이사도라, 케이크에 마법을 ‘살짝’ 쓰면 어때?”
뱀파이어 요정 이사도라 문의 가족은 인간 가족들과는 조금 다르답니다. 엄마는 요정, 아빠는 뱀파이어라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요. 그래서 이사도라는 반 친구 모두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반짝반짝 케이크?을 아직 본 적 없지요.
그런데 이사도라네 반에 ?반짝반짝 케이크?처럼 케이크 만들기 대회가 열렸어요. 주말 동안 친구와 짝을 지어 케이크를 만들어 오면, 체리 선생님이 월요일에 최고의 케이크를 만든 친구에게 선물을 준대요. ?반짝반짝 케이크? 결승전을 직접 볼 수 있는 방청권 말이에요! 그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라 신난 모습을 보니, 이사도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사도라는 분홍 토끼만큼이나 마음이 잘 맞는 인간 친구, 조이와 짝이 이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멋진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답니다. 잠옷을 입고 침대에서 뛰어놀고, 밤늦게까지 유령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잠들기 전 달콤한 간식을 먹으며 멋진 하룻밤을 보내고 조이네 집에서 보내는 거지요!
이사도라와 조이는 ?반짝반짝 케이크?에 나오는 것처럼 멋있는 5단 케이크를 만들어요. 레몬, 딸기, 초콜릿, 단호박, 그리고 체리 선생님이 좋아하는 커피까지 다섯 가지 맛이 나는 멋진 케이크죠! 게다가 이사도라의 마법을 살짝 더했더니 어마어마하게 크고 반짝반짝 빛나는 케이크가 완성됐어요. 이렇게 대단한 마법 케이크라면 조이와 이사도라가 대회에서 우승하겠죠? 그런데 이사도라의 마음 한쪽이 무거워져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대회에 낼 케이크에 마법을 써도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기뻐하는 조이의 얼굴을 보니 이사도라의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하기가 망설여져요……. 어떡하죠?
특별해서 평범한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 어린이들의 마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유머 가득한 이야기,
전 세계 30개국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요!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남들과 다른 모습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북돋아 줄 재미있는 모험으로 가득 찬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인종과 국경, 성별을 초월해 모든 아이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헝가리, 이스라엘…… 지금까지 전 세계 30개국 어린이들이 함께 읽고, 이사도라의 특별하지만 평범한 모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사실은 모두가 다르고 특별하다고 말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 독자들에게 명쾌한 해답과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 다양한 해외 매체의 극찬을 받은 새로운 어린이 판타지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꾸려진 이사도라 문의 세상
이사도라 문의 세상은 아름답고 귀여운 분홍색과 검은색으로 가득합니다. 이 책의 작가 해리엇 먼캐스터는 이사도라의 정체성을 분홍색과 검은색 두 가지만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뱀파이어 요정'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이 방법은 해외 각종 리뷰 매체에서도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뱀파이어의 세계, 분홍색으로 대변되는 요정의 세계……. 두 세계를 아우른 주인공 이사도라 문의 이야기는, 작가 해리엇 먼캐스터의 손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변신합니다.
◎ 해외 매체 서평
“분홍색이 아닌 검은색 발레복의 반짝이는 매력에 찬사를!”
가디언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는 고전적인 서사를 초자연적인 소재로 경쾌하게 풀어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매력적인 이야기”
커커스 리뷰
“귀엽고 재미있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이사도라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이다”
칠드런스 북 센터
“일러스트가 아주 선명하고 눈에 쏙 들어와서 눈길을 끈다.”
북셀러
◎ 한국어판 저자 특별 서문
한국의 이사도라들, 안녕!
우리는 가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곤 해요.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걸 나만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이사도라 문은 요정 아이들처럼 마법을 잘 쓰지 못하고, 뱀파이어 아이들처럼 빨리 날 수 없답니다. 자기와 똑같은 아이는 세상에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보이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 이사도라 문이 특별한 거랍니다. 이사도라는 그 자체로 독특하고 신비로워요. 여러분도 다 그렇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하지만 나는 못하는 게 있고, 다른 사람들이 못해도 나는 잘하는 게 있지요. 그리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절대로 나만큼 잘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답니다. 그건 바로 나다운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과 다른 이사도라가 왜 특별한지를 느껴 보세요.
반짝이는 마법과 사랑을 가득 담아,
해리엇 먼캐스터
구매가격 : 9,600 원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도서정보 : 김솔 / arte / 2020년 06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잔한 일상을 끊임없이 흔드는 김솔의 농담들
◎ 도서 소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
김솔만의 감각으로 그린 군상화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던 게 분명하다.” _p. 142 『기록』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8년 간, 두 권의 소설집과 네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솔이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아르테)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2017년 ‘세계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특유의 몽상적인 문장들로 풀어낸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밀도 높은 현재성과 기발한 상상, 이국적인 인물과 문체 등 오직 김솔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솔은 역사, 과학, 윤리, 종교, 철학, 신화 등 해박한 지식을 작품에 인용하여, 이 시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문학적으로 빚어내는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특별할 것 없고 보편적일 수 있는 하나의 상황조차 역사적 사실과 접목해 문명적 흐름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와 현 시대를 조망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빚어내는 데, 이런 전환의 힘은 김솔 소설만의 백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변화나 위협으로 얼핏 드러났다 사라지는 아이러니의 순간들은, 김솔의 작품에서는 그가 구축한 알레고리에 의해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특히 이번 소설집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 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품는 아이러니와 그 근원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깊은 물 아래 잠들어 있던 괴물 같은 세상의 실상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에 선 인물들은 진실 혹은 몽상, 어쩌면 그 어느 곳도 아닌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는 순간 감지되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맞닥뜨리게 된다. 40편의 군상화 같은 이야기에서 겹쳐지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과 몽상 사이를 서성이는 인간, 김솔식 슈뢰딩거의 고양이
“굳게 닫힌 문은 침묵처럼 틈 없이 단단했고 어둠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모든 기억이 산산이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문 안쪽이 스스로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성였다.”
_ p. 304 「그녀 앞에서: 카프카의 「법 앞에서」변주곡」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속 인물들은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작가가 포착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삶의 균열에 붙박여 있다. 그들은 일상이 기묘하게 흔들리며 틈을 벌리는 순간을 저마다 경험하는데, 이 작은 균열을 통해 본능적으로 ‘세상의 이면’을 감지한다. 아무도 직접 경험해본 적 없고 인간의 인식을 넘어선 장소인 그 미지의 영역은 김솔이 글쓰기를 통해 끈질기게 부딪혀온 경계, 지우며 나아가고자 했던 궁극의 가장자리와 맞닿아 있다.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이 경계를 마주한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내고 있는 이야기이자, 김솔 작가의 끊임없이 잔잔한 일상을 흔드는 ‘시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있는 한 걸음일 수도, 방향을 잃은 채 끝없이 헤매는 몽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김솔은 인간이 ‘도저히 설명 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여행」)’를 신의 이름으로 명명한다고 보았는데,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조차 할 수조차 없’고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언어를 통과해 인간의 인식 속에 안착될 때 실재보다 축소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미지의 영역은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채 영원히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김솔의 관점은, 인간 인식의 필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그 경계 앞에 주저앉아 조금도 나아가지 않기를 선택한 인물뿐만 아니라 거짓을 선택한 인물조차 김솔의 세계에서는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되고, 죽음과도 같은 미지의 벽 앞에 선 인물들은 모두 ‘살아남은 자’가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목소리에 따라 우리는 그 세계를 때로는 안개 속을 걷듯 몽환적으로, 때로는 귀엽고 발랄하게 여행하듯 통과하게 될 것이다.
허상 위에 지어진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
“법적 공방은 먼저 흥분한 자들이 반드시 패배하는 게임이다.
상대가 틈을 보였다 싶으면 가차 없이 찔러대라.
대중이 보는 앞에서 서로에게 침을 뱉거나 욕설도 퍼붓고 신발도 벗어던져라.
그러면 대중은 당신들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무의미한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것이며 당신들을 위해 기꺼이 싸워줄 것이다.”_ p. 168 「형제」
여덟 살 차이나는 쌍둥이 동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소녀(「복제」)와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의사(「가려움」)가 동원하는 과학적 사실부터 아내의 공공연한 배신을 끝까지 부정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복기하는 남자(「믿음」)까지,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의 인물들은 역사적·과학적 사실과 신화까지 적극적으로 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인용한다. 김솔은 하나의 인물이 주장하는 바를 위해 방대한 학문적 자료와 지식을 아낌없이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덧붙이는데, 이는 무해한 진실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개인의 감정에 동원되었을 때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다 믿어왔던 사실들에 김솔이 만들어낸 작은 알레고리만으로도 예측 불가한 결말이 되어버린 40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었을 때쯤엔, 우리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었으나 쉽게 삭제된 모든 혼란을 직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는 이 다채로운 여러 개인의 욕망과 감정의 추동이 부딪히며 만들어진 궤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즉, 김솔의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 한 사람의 생애보다 더 오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더 오래 존재할 문명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이다. 문명은 늘 옳은 방향으로 나아왔는가. 역사가 진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문명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속화하는 이상기후,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과 같은 ‘새로운 징후들’은 이제 인간이 기존의 방식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는 아닌가. 그렇게 김솔은 인간이 걸어온 모든 길을 탐색하면서 모든 방향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본문 소개
평온함이란 권태나 허무처럼 불완전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전쟁과 살인과 증오와 죽음이 태어나는 것이다. _ p.12 「생일」
동생이 태어난 뒤로 저는 갑자기 어른이 됐답니다. 누군가 강제로 제 등을 떠밀어 그런 상태에 밀어 넣은 것이에요. 그랬더니 그동안 제가 결코 시도해보지 않았던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됐지요. 무엇보다도 어른들의 윤리적 기준을 이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긍하게 됐으니, 이 또한 여덟 살 차이 나는 쌍둥이 남동생의 존재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이었지요. _ p.19 「복제」
머리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 고작 1퍼센트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력한 개인과 광대무변한 신이 아닐까요? 인간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를 어떤 자는 부처라고 일컫고 어떤 자는 여호와, 어떤 자는 알라, 그리고 어떤 자는 시바라고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인간은 늘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배웠습니다._ p.46 「여행」
비의 기세가 여전한데도 노인은 옷깃 한번 추스르지 않고 태연하게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자신의 눈엔 빗줄기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자신의 영혼뿐만 아니라 몸 또한 비에 젖지 않는 것처럼. 페루의 새들처럼. _ p.72 「이름」
백주의 한복판에서 참, 괴이한 광경을 보았어. 갑자기 흑단나무 널보다도 더 검고 납작한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바람 한 점 없었으니까, 더 가볍고 마른 것들에게도 기적은 얼마든지 가능했겠지? 빈 소주병보다 창백한 어떤 남자의 멱살을 붙들고 자신이 누워 있었던 짓무른 자리 위로 밀쳐내는 거야. 그림자는 남자의 호적상 나이보다도 더 오래 누워 있었다고 투덜거렸어. 그러니까 그림자와 남자는 견고한 스위치처럼 발목을 같이 쓰고 있어서 한쪽이 일어서면 한쪽이 쓰러지게 되어 있나 봐. 생은 좁고 무른 존재의 이유에 붙박여서 앞뒤로 불안하게 흔들리지. 그렇다고 뭐 특별한 이유가 있겠어? _ p.72 「그림자」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모든 재난은 반드시 그것이 벌어질 전조를 알린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전조를 파악해서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데, 그 능력은 대개 선천적으로 부여받지만 후천적으로 취득할 수도 있다고 한다. _ p.80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
그녀는 마치 그 시간에 태어났거나 죽을 존재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눈까지 감았다.
그리고 존재 전체의 무게를 하이힐의 높은 굽에 싣고 팽이처럼 좌우로 흔들리며 천천히 중심을 잡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마천루는 모두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거대한 아날로그시계 하나가 세상의 중심에서 지구를 돌리고 있었다.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 그 사이에 우주 나무 한 그루가 그렇게 서 있었다. _ p.92 「나침반」
충분히 차이를 짐작하시겠지만, 유품이란 유산을 제외한 부스러기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산 사람들에게 재산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저희에겐 유품이지요.
저희는 유품을 처리합니다.
죽은 자의 몸과 뼈도 유품에 해당합니다. _ p.101 「고독사」
그녀는 죽은 자처럼 사흘을 물 한 모금 넘기지 않고 골방에 박혀 어둠 속에서 잠만 잤다. 그리고 초저녁쯤 깨어나 마치 사흘 만에 갓난아이에서 어른이 된 것처럼, 또는 인간을 파멸시키기로 결정한 것처럼, 주위의 음식을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먹어댔다. 그녀는 먹는 동안 잠을 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꾸준히 화장실을 드나들며 마치 변태를 시작한 뱀처럼 내장을 반복해서 비웠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탈진 상태가 되어 밤을 맞이했다. 그녀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잠 속으로 들어가 화석이 됐다. _ p.110 「첨단공포」
히틀러를 포함한 모든 독재자들의 주변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동조자가 그것이다. 세 부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조자들은 대체로 정체가 모호하고 자신의 의견을 거의 말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역사책에서도 그들이 전면으로 나타나는 페이지를 찾을 순 없다. 늘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하지만 정작 모든 역사에서 대부분의 악행을 저지르고 반성 대신 화해를 강요하는 자들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동조자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너무 익히 알려진 나머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은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_ pp.119~220 「회수」
낯익은 것들로부터 확실히 멀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에서 남미라는 단어를 발견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머릿속으로 헤엄쳐 들어온 이상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생각을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거부할 의사가 없는 이상 계획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계획을 지지해줄 동지나 근거를 찾을 목적으로 나는 그 서점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_ pp.107~208 「서치」
호랑이와 흑인 소녀와, 소녀의 스케치북에서 빠져나간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다면 굳이 불을 밝혀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왜냐하면 죽음은 대개 진실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우연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_ p.257 「크로키」
그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마리 로랑생을 위로했다. 그렇다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폴리네르를 증오하고 싶진 않았다. 증오는 인과보다 목적이 더 치명적인 법이니까. 대신 그녀는 자신의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센강을 따라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어느 곳에 도착할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_ p.274 「다리」
나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굳게 닫힌 문은 침묵처럼 틈 없이 단단했고 어둠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모든 기억이 산산이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문 안쪽이 스스로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딱히 그곳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딱히 찾아가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젊음은 모든 생각과 행동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됐으므로 몇 차례의 사랑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누구의 삶이든지 간에 그것을 짊어지고 걸어간 것은 기묘한 상처들이었고 그것들이 쓰러진 곳에서 잠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 _ p.304 「그녀 앞에서: 카프카의 「법 앞에서」 변주곡」
구매가격 : 11,200 원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도서정보 : 이민주(무궁화) / 21세기북스 / 2020년 06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가 영화였던 시간들을 기억해줘”
일러스트레이터 무궁화의 인생 장면 일시 정지 에세이
도서 소개
“잠깐 정지! 저 장면 완전 내 이야기 아니야?”
마치 내가 주인공 같았던 인생 영화의 시퀀스!
누구나 마음에 품고 사는 영화 하나쯤은 있다. “저 장면 완전 내 이야기 아니야?”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자신만의 ‘페이보릿 시퀀스’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그 장면을 곱씹어 보는 것은 바로 그 장면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원히 그 장면에 멈춰있고 싶어서, 혹은 그 장면으로 돌아가서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기도 해서. 10만 청춘들의 마음을 울린 인기 인스타그램 일러스트레이터 무궁화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장면들을 그려냈다. 인생에서 정지 버튼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영화처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바쁜 일상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누구나 숨어서 보는 장면 하나 쯤은 있잖아요.”
그 순간 떠오른 내 인생의 명장면들을 기록하다
영화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무심하게 재생한 영화의 주인공은 인종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때때로 내 주변과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고, 우리는 영화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된 영화 속 주인공 찬실이는 이런 말을 한다.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영화에 젊은 날을 다 바쳤으나, 결국 영화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찬실이는 또다시 영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열정과 진심을 다했던 일, 사람, 꿈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얻고, 때로는 실망하지만 또다시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들은 참 평범하지만, 영화 같다.인생에서 정지 버튼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영화를 통해 작가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며, 독자들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돌이켜볼 수 있다는 추억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우리가 영화였던 시간들을 기억해줘
“난 내가 싫어질 때 그 마음을 들여다봐. 아 지금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벌새 중)
본래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무궁화 작가가 영화 장면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영화가 내 이야기로 느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남들 다하는 취업 준비는 안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에 열정을 다하는 〈족구왕〉의 만섭이를 보면서 작가 또한 취업 준비 대신에 그림에 열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걸어도 걸어도〉의 료타를 보면서 엄마의 부탁을 미루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됐고, 〈우리들〉의 지아와 선을 보면서 대학시절 절친했던 친구와 멀어진 관계를 이해하고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게 되었다. 영화는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소가 되기도 했고, 관계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도 했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영화는 그렇게 작가가 현재를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삶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나가는 힘을 준 것이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무궁화와 함께하는 인생 영화 리마인드 프로젝트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었던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 책에는 총 26편의 영화 명장면을 담은 일러스트와 에세이가 담겨있다. 친구들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시험공부를 하며 지친 마음을 달래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일상의 사소한 변화들을 담아내며 시를 써내려가는 〈패터슨〉의 패터슨, 그리고 타인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방황을 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소공녀〉의 미소까지. 〈족구왕〉, 〈우리들〉, 〈걸어도 걸어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들의 명장면을 통해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그려낸 이야기들을 담았다. 작가가 직접 그린 아이콘들과 함께 명대사들을 다시 읽으며 행복한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그래도 기죽지 않으려 노력했다. 만섭이가 만신창이가 된 발로 끝내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싶었다.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원래 인생을 불안을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조금 더 불안하게 산다고 해서 큰일이 나진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만섭이의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이게 내 모습인걸.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좋았다.
_ p13, ‘땀에 젖은 옷이면 뭐 어때?_〈족구왕〉’ 중에서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그저 눈을 맞춰주고 말 한 마디만 해주면 충분한 시절이다. 사춘기의 우리를 잡아주는 건 작은 온기가 담긴 손길이다. 어린 벌새의 날갯짓이 멈추지 않도록 도운 건 영지 선생님이 조용히 건넨 따뜻한 우롱차 한 잔이었을 것이다. 문득 2020년의 은희는 어떤 어른이 됐을지 궁금하다. 나는 과연 영지 선생님 같은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_ pp.44-45, ‘따뜻한 우롱차 한 잔 같은 어른_〈벌새〉’ 중에서
우리는 과거의 일들을 기억과 추억으로 분류한다. 둘은 명확히 다르다. 기억이 단순히 지나간 일이라면 추억은 지나가는 일들 중 조금 더 세게 끌어안고 싶은 기억이다. 이제 과거에 대한 나쁜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덧칠되기를. 너의 ‘프루스트 마들렌’은 우리가 한남동에서 먹었던 딸기 케이크이길 바란다. 현재를 살아가는 너는 더 이상 아픈 기억에 지배당하지 않아도 된다. Vis ta Vie! 네 삶을 살아라.
_ p.100, ‘기억을 덧칠하다_〈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중에서
가장 가깝다고 느껴도 어느 순간 멀어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과 타인. 아무리 쉬지 않고 걸어도 걸어도 서로에게 닿기가 참 힘들다. 마치 이어달리기에서 너무 멀어진 선발 주자를 뒤늦게 쫓아가는 후발 주자를 보는 것 같다. 열심히 따라가 바통 터치를 하려는데 자꾸만 손이 엇갈려 바통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급하게 바통을 주워 건네지만 이미 늦어버린 전달. 우리는 늘 조금씩 늦는 탓에 후회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_ p.120, ‘늦어버린 바통 터치_〈걸어도 걸어도〉’ 중에서
사랑뿐 아니라 타인과 인연을 맺는 모든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내게 오롯이 집중해 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느라 내 연락을 늦게 확인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볼 때면 서운한 마음도 생긴다. 저 사람은 나만큼 내게 집중하지 않는구나. 사만다는 말한다. 사람 마음은 상자 같은 게 아니라서 다 채울 수 없다고, 사랑할수록 마음의 용량은 커지는 거라고, 나는 당신과 다르지만 그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테오도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너는 내 것이야, 아니야?” “난 너의 것이지만 너의 것이 아니기도 해.”
_ pp.192-193, ‘소유라는 단어는 물건에만 붙일 것_〈그녀〉’ 중에서
구매가격 : 1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