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십일
완역 한서 8 - 열전4
도서정보 : 반고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역사를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하는 새로운 도전!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도서 소개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지혜가 열리다!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漢書)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가 쓴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연표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에 담고 있다. 동양사상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 대중에게 알려온 논어등반학교 교장 이한우는 한서를 총 10권의 완역 한서로 번역 출간함으로써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탁월한 동양 고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 서평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하다!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수많은 동양 고전에서 인용으로나 만나보던 한서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목마름을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 32~92년)가 20여 년에 걸쳐 저술한 책이자 중국 문화의 뿌리가 된 전한(前漢)의 역사를 기전체(紀傳體)로 담은 한서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힌다.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표(表)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으로 이루어졌다.
사기가 상고시대로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여러 나라를 다룬 통사(通史)인 반면, 한서는 전한(前漢)만을 다룬 한 나라의 단대사(斷代史), 즉 한고조 유방부터 왕망의 난에 이르기까지 12대 230년간을 다룬 역사서이다.
완역 한서는 본기(本紀) 1권, 표(表) 1권, 지(志) 2권, 열전(列傳) 6권 등 총 10권의 시리즈로 구성했다. 동양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전에 담긴 살아 있는 정신을 되살리는 탁월한 역사 저술가이자 고전 번역가인 이한우가 문학작품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품격 있고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한서의 까다로운 완역 작업을 맡았다. 역자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정제된 문장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고증해가며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풀어냈다.
지금 우리에게 한서가 필요한 이유!
중국을 보다 깊고 넓게 알려면 사기만으로 부족하다!
후한서(後漢書)를 지은 범엽(范曄)은 이미 사마천과 반고를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사마천의 글은 직설적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며, 반고의 글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송나라 작가 양만리(楊萬里)는 또 더욱 운치 있는 말을 남겼다. “이백(李白)의 시는 신선과 검객들의 말이며, 두보(杜甫)의 시는 전아(典雅)한 선비와 문사(文士)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문장에 비유하자면 이백은 곧 사기이며, 두보는 곧 한서다.” 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은 사마정(司馬貞)은 “사기는 반고의 한서에 비해 예스럽고 질박한 느낌이 적기 때문에 한나라와 진(晉)나라의 명현(名賢)들은 사기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明)나라 때까지 이어져 학자 호응린(胡應麟)은 “두 저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 정설은 없었지만, 반고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대략 열에 일곱은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서는 품격 있고 질박한 문장과 풍부하고 상세한 서술로 역사가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반고의 잘 다듬은 문체 덕분에 문학적 가치는 사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한우의 완역 한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스승 반고를 통해 고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문학과 역사가 결합된 탁월한 역사서를 읽는 또 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역사와 인문을 공부하는 자가 경계해야 할 것이 편협된 시각의 공부다. 지금까지 사기의 시각으로만 중국과 인간의 역사를 이해했다면, 이젠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보다 깊고 넓게 해주는 또 하나의 동양 고전 한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균형 있는 공부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 완역으로 이제야 갖게 된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우리에게 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위기(危機)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은 중국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해가는 것이다. 그 기초공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역사 공부다. 지금 한서 완역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국의 역사를 더 깊고 넓게 들어가서 그들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깊고 넓게 하는 데 한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중국의 역사라는 점과는 별개로, 오래전에 이와 같은 치밀하고 수준 높은 역사를 저술할 능력을 갖췄던 반고의 식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안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동양 고전 목록에 이 걸출한 역사서 한서가 없었던 것은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었던 탓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정사(正史), 특히 제국 건설의 역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중국 혹은 중국인의 그 깊은 속내를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서의 구성과 체재
한서-본기(本紀) (권1~12)
우리가 흔히 기전체(紀傳體)라고 하는 역사 서술 방식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비롯된다. 사마천은 황제(黃帝)에서부터 한나라 무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왕들의 간략한 자취들을 정리해 ‘본기(本紀)’라고 이름 지었다. 반면에 반고는 단대사(斷代史)라고 해서 한나라라는 한 조대(朝代)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 본기 또한 고조 유방에서 출발해 평제에서 끝마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황제별 주요 사건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천자의 존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는 모두 12개의 기(紀)가 실려 있어 한나라 역사의 기본 골격을 담고 있다. 특히 사마천은 혜제기(惠帝紀)를 생략했지만, 반고는 이를 추가함으로써 본기의 본래 모습을 갖췄다.
한서-표(表) (권13~20)
사마천의 사기에는 모두 10표(表)가 있다. 반고는 이를 기반으로 하되, 한나라 이전의 연표를 배제하고 한나라에 국한해 이성제후왕표를 비롯한 8표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고대로부터의 인물의 수준을 평가한 고금인표와 백관공경표는 반고의 창작이다. 고금인표는 9등급을 설정해 고대 인물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의 수준을 표로 보여주고 있으며, 백관공경표는 한나라뿐만 아니라 위로 진나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요 관직의 명칭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한서-지(志) (권21~30)사마천은 8서(書)를 통해 주제별 역사를 서술했다. 반고는 그중에서 6서는 율력지, 예악지, 식화지, 교사지, 천문지, 구혁지로 계승 발전시킴과 동시에 새롭게 형법지, 지리지, 예문지, 오행지를 추가해 10지(志)를 통해 한나라 때의 각종 제도나 문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냈다. 특히 반고는 주제별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한나라에만 국한하지 않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제도의 역사를 정리함으로써 사마천을 뛰어넘었다. 예를 들어 형법지에서는 형벌의 기원까지 추적함으로써 단순히 한나라의 형법 제도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사회에서 형벌이 갖는 의미까지 깊이 숙고하게 만들고 있다.
한서-열전(列傳) (권31~100)
사마천의 사기는 인물을 다룬 전기의 제목에 ‘열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반고는 인물 이름에 ‘전(傳)’이라고 붙였다. 모두 337명의 인물들을 싣고 있는데, 유림전, 순리전, 혹리전, 화식전, 유협전, 영행전, 외척전에 모두 98명이 실려 있고, 나머지 239명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만을 다루는 경우도 있고, 여러 사람을 유형별로 묶은 합전(合傳)도 있다. 합전에서는 두세 사람을 묶은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8명까지 함께 서술한 경우도 있다. 특기할 점은 한나라 제위를 찬탈한 왕망을 본기가 아니라 전에 배치해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세하게 기술해 사실상 기전(紀傳)을 겸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마천의 역사 쓰기를 이어받아 주변 이민족의 역사를 흉노전, 서남이?양월?조선전, 서역전 등을 두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서역전은 반고가 창시한 것이다.
구매가격 : 20,000 원
완역 한서 9 - 열전5
도서정보 : 반고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역사를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하는 새로운 도전!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도서 소개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지혜가 열리다!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漢書)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가 쓴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연표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에 담고 있다. 동양사상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 대중에게 알려온 논어등반학교 교장 이한우는 한서를 총 10권의 완역 한서로 번역 출간함으로써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탁월한 동양 고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 서평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하다!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수많은 동양 고전에서 인용으로나 만나보던 한서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목마름을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 32~92년)가 20여 년에 걸쳐 저술한 책이자 중국 문화의 뿌리가 된 전한(前漢)의 역사를 기전체(紀傳體)로 담은 한서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힌다.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표(表)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으로 이루어졌다.
사기가 상고시대로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여러 나라를 다룬 통사(通史)인 반면, 한서는 전한(前漢)만을 다룬 한 나라의 단대사(斷代史), 즉 한고조 유방부터 왕망의 난에 이르기까지 12대 230년간을 다룬 역사서이다.
완역 한서는 본기(本紀) 1권, 표(表) 1권, 지(志) 2권, 열전(列傳) 6권 등 총 10권의 시리즈로 구성했다. 동양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전에 담긴 살아 있는 정신을 되살리는 탁월한 역사 저술가이자 고전 번역가인 이한우가 문학작품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품격 있고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한서의 까다로운 완역 작업을 맡았다. 역자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정제된 문장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고증해가며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풀어냈다.
지금 우리에게 한서가 필요한 이유!
중국을 보다 깊고 넓게 알려면 사기만으로 부족하다!
후한서(後漢書)를 지은 범엽(范曄)은 이미 사마천과 반고를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사마천의 글은 직설적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며, 반고의 글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송나라 작가 양만리(楊萬里)는 또 더욱 운치 있는 말을 남겼다. “이백(李白)의 시는 신선과 검객들의 말이며, 두보(杜甫)의 시는 전아(典雅)한 선비와 문사(文士)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문장에 비유하자면 이백은 곧 사기이며, 두보는 곧 한서다.” 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은 사마정(司馬貞)은 “사기는 반고의 한서에 비해 예스럽고 질박한 느낌이 적기 때문에 한나라와 진(晉)나라의 명현(名賢)들은 사기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明)나라 때까지 이어져 학자 호응린(胡應麟)은 “두 저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 정설은 없었지만, 반고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대략 열에 일곱은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서는 품격 있고 질박한 문장과 풍부하고 상세한 서술로 역사가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반고의 잘 다듬은 문체 덕분에 문학적 가치는 사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한우의 완역 한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스승 반고를 통해 고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문학과 역사가 결합된 탁월한 역사서를 읽는 또 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역사와 인문을 공부하는 자가 경계해야 할 것이 편협된 시각의 공부다. 지금까지 사기의 시각으로만 중국과 인간의 역사를 이해했다면, 이젠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보다 깊고 넓게 해주는 또 하나의 동양 고전 한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균형 있는 공부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 완역으로 이제야 갖게 된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우리에게 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위기(危機)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은 중국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해가는 것이다. 그 기초공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역사 공부다. 지금 한서 완역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국의 역사를 더 깊고 넓게 들어가서 그들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깊고 넓게 하는 데 한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중국의 역사라는 점과는 별개로, 오래전에 이와 같은 치밀하고 수준 높은 역사를 저술할 능력을 갖췄던 반고의 식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안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동양 고전 목록에 이 걸출한 역사서 한서가 없었던 것은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었던 탓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정사(正史), 특히 제국 건설의 역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중국 혹은 중국인의 그 깊은 속내를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서의 구성과 체재
한서-본기(本紀) (권1~12)
우리가 흔히 기전체(紀傳體)라고 하는 역사 서술 방식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비롯된다. 사마천은 황제(黃帝)에서부터 한나라 무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왕들의 간략한 자취들을 정리해 ‘본기(本紀)’라고 이름 지었다. 반면에 반고는 단대사(斷代史)라고 해서 한나라라는 한 조대(朝代)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 본기 또한 고조 유방에서 출발해 평제에서 끝마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황제별 주요 사건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천자의 존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는 모두 12개의 기(紀)가 실려 있어 한나라 역사의 기본 골격을 담고 있다. 특히 사마천은 혜제기(惠帝紀)를 생략했지만, 반고는 이를 추가함으로써 본기의 본래 모습을 갖췄다.
한서-표(表) (권13~20)
사마천의 사기에는 모두 10표(表)가 있다. 반고는 이를 기반으로 하되, 한나라 이전의 연표를 배제하고 한나라에 국한해 이성제후왕표를 비롯한 8표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고대로부터의 인물의 수준을 평가한 고금인표와 백관공경표는 반고의 창작이다. 고금인표는 9등급을 설정해 고대 인물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의 수준을 표로 보여주고 있으며, 백관공경표는 한나라뿐만 아니라 위로 진나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요 관직의 명칭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한서-지(志) (권21~30)
사마천은 8서(書)를 통해 주제별 역사를 서술했다. 반고는 그중에서 6서는 율력지, 예악지, 식화지, 교사지, 천문지, 구혁지로 계승 발전시킴과 동시에 새롭게 형법지, 지리지, 예문지, 오행지를 추가해 10지(志)를 통해 한나라 때의 각종 제도나 문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냈다. 특히 반고는 주제별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한나라에만 국한하지 않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제도의 역사를 정리함으로써 사마천을 뛰어넘었다. 예를 들어 형법지에서는 형벌의 기원까지 추적함으로써 단순히 한나라의 형법 제도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사회에서 형벌이 갖는 의미까지 깊이 숙고하게 만들고 있다.
한서-열전(列傳) (권31~100)
사마천의 사기는 인물을 다룬 전기의 제목에 ‘열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반고는 인물 이름에 ‘전(傳)’이라고 붙였다. 모두 337명의 인물들을 싣고 있는데, 유림전, 순리전, 혹리전, 화식전, 유협전, 영행전, 외척전에 모두 98명이 실려 있고, 나머지 239명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만을 다루는 경우도 있고, 여러 사람을 유형별로 묶은 합전(合傳)도 있다. 합전에서는 두세 사람을 묶은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8명까지 함께 서술한 경우도 있다. 특기할 점은 한나라 제위를 찬탈한 왕망을 본기가 아니라 전에 배치해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세하게 기술해 사실상 기전(紀傳)을 겸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마천의 역사 쓰기를 이어받아 주변 이민족의 역사를 흉노전, 서남이?양월?조선전, 서역전 등을 두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서역전은 반고가 창시한 것이다.
구매가격 : 20,000 원
완역 한서 10 - 열전6
도서정보 : 반고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역사를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하는 새로운 도전!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도서 소개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지혜가 열리다!
탁월한 동양 고전 한서, 국내 최초 완역!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漢書)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가 쓴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연표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에 담고 있다. 동양사상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 대중에게 알려온 논어등반학교 교장 이한우는 한서를 총 10권의 완역 한서로 번역 출간함으로써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탁월한 동양 고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 서평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하다!
풍부한 내용, 정교한 팩트, 품격 있는 문장으로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받았던 2천 년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필독서 한서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수많은 동양 고전에서 인용으로나 만나보던 한서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목마름을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 32~92년)가 20여 년에 걸쳐 저술한 책이자 중국 문화의 뿌리가 된 전한(前漢)의 역사를 기전체(紀傳體)로 담은 한서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힌다. 한서는 유방의 건국부터 왕망의 찬탈까지, 전한(前漢)의 역사를 제기(帝紀) 12권, 표(表) 8권, 지(志) 1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00권으로 이루어졌다.
사기가 상고시대로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여러 나라를 다룬 통사(通史)인 반면, 한서는 전한(前漢)만을 다룬 한 나라의 단대사(斷代史), 즉 한고조 유방부터 왕망의 난에 이르기까지 12대 230년간을 다룬 역사서이다.
완역 한서는 본기(本紀) 1권, 표(表) 1권, 지(志) 2권, 열전(列傳) 6권 등 총 10권의 시리즈로 구성했다. 동양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전에 담긴 살아 있는 정신을 되살리는 탁월한 역사 저술가이자 고전 번역가인 이한우가 문학작품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품격 있고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한서의 까다로운 완역 작업을 맡았다. 역자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정제된 문장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고증해가며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풀어냈다.
지금 우리에게 한서가 필요한 이유!
중국을 보다 깊고 넓게 알려면 사기만으로 부족하다!
후한서(後漢書)를 지은 범엽(范曄)은 이미 사마천과 반고를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사마천의 글은 직설적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며, 반고의 글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송나라 작가 양만리(楊萬里)는 또 더욱 운치 있는 말을 남겼다. “이백(李白)의 시는 신선과 검객들의 말이며, 두보(杜甫)의 시는 전아(典雅)한 선비와 문사(文士)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문장에 비유하자면 이백은 곧 사기이며, 두보는 곧 한서다.” 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은 사마정(司馬貞)은 “사기는 반고의 한서에 비해 예스럽고 질박한 느낌이 적기 때문에 한나라와 진(晉)나라의 명현(名賢)들은 사기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明)나라 때까지 이어져 학자 호응린(胡應麟)은 “두 저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 정설은 없었지만, 반고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대략 열에 일곱은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서는 품격 있고 질박한 문장과 풍부하고 상세한 서술로 역사가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반고의 잘 다듬은 문체 덕분에 문학적 가치는 사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한우의 완역 한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스승 반고를 통해 고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문학과 역사가 결합된 탁월한 역사서를 읽는 또 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역사와 인문을 공부하는 자가 경계해야 할 것이 편협된 시각의 공부다. 지금까지 사기의 시각으로만 중국과 인간의 역사를 이해했다면, 이젠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보다 깊고 넓게 해주는 또 하나의 동양 고전 한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균형 있는 공부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 완역으로 이제야 갖게 된
또 하나의 걸출한 동양 고전 역사서!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우리에게 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위기(危機)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은 중국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해가는 것이다. 그 기초공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역사 공부다. 지금 한서 완역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국의 역사를 더 깊고 넓게 들어가서 그들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깊고 넓게 하는 데 한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중국의 역사라는 점과는 별개로, 오래전에 이와 같은 치밀하고 수준 높은 역사를 저술할 능력을 갖췄던 반고의 식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안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동양 고전 목록에 이 걸출한 역사서 한서가 없었던 것은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었던 탓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정사(正史), 특히 제국 건설의 역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중국 혹은 중국인의 그 깊은 속내를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서의 구성과 체재
한서-본기(本紀) (권1~12)
우리가 흔히 기전체(紀傳體)라고 하는 역사 서술 방식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비롯된다. 사마천은 황제(黃帝)에서부터 한나라 무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왕들의 간략한 자취들을 정리해 ‘본기(本紀)’라고 이름 지었다. 반면에 반고는 단대사(斷代史)라고 해서 한나라라는 한 조대(朝代)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 본기 또한 고조 유방에서 출발해 평제에서 끝마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황제별 주요 사건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천자의 존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는 모두 12개의 기(紀)가 실려 있어 한나라 역사의 기본 골격을 담고 있다. 특히 사마천은 혜제기(惠帝紀)를 생략했지만, 반고는 이를 추가함으로써 본기의 본래 모습을 갖췄다.
한서-표(表) (권13~20)
사마천의 사기에는 모두 10표(表)가 있다. 반고는 이를 기반으로 하되, 한나라 이전의 연표를 배제하고 한나라에 국한해 이성제후왕표를 비롯한 8표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고대로부터의 인물의 수준을 평가한 고금인표와 백관공경표는 반고의 창작이다. 고금인표는 9등급을 설정해 고대 인물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의 수준을 표로 보여주고 있으며, 백관공경표는 한나라뿐만 아니라 위로 진나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요 관직의 명칭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한서-지(志) (권21~30)
사마천은 8서(書)를 통해 주제별 역사를 서술했다. 반고는 그중에서 6서는 율력지, 예악지, 식화지, 교사지, 천문지, 구혁지로 계승 발전시킴과 동시에 새롭게 형법지, 지리지, 예문지, 오행지를 추가해 10지(志)를 통해 한나라 때의 각종 제도나 문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냈다. 특히 반고는 주제별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한나라에만 국한하지 않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제도의 역사를 정리함으로써 사마천을 뛰어넘었다. 예를 들어 형법지에서는 형벌의 기원까지 추적함으로써 단순히 한나라의 형법 제도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사회에서 형벌이 갖는 의미까지 깊이 숙고하게 만들고 있다.
한서-열전(列傳) (권31~100)
사마천의 사기는 인물을 다룬 전기의 제목에 ‘열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반고는 인물 이름에 ‘전(傳)’이라고 붙였다. 모두 337명의 인물들을 싣고 있는데, 유림전, 순리전, 혹리전, 화식전, 유협전, 영행전, 외척전에 모두 98명이 실려 있고, 나머지 239명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만을 다루는 경우도 있고, 여러 사람을 유형별로 묶은 합전(合傳)도 있다. 합전에서는 두세 사람을 묶은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8명까지 함께 서술한 경우도 있다. 특기할 점은 한나라 제위를 찬탈한 왕망을 본기가 아니라 전에 배치해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세하게 기술해 사실상 기전(紀傳)을 겸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마천의 역사 쓰기를 이어받아 주변 이민족의 역사를 흉노전, 서남이?양월?조선전, 서역전 등을 두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서역전은 반고가 창시한 것이다.
구매가격 : 20,000 원
대한민국 도슨트 04 - 춘천
도서정보 : 전석순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하나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한
인문지리 시리즈
네 번째 지역 춘천
낭만의 도시 춘천 속 우리가 몰랐던 역사와 일상을 마주하다!
“낭만과 청춘을 오롯이 품은 춘천은 새로운 무늬를 조각하고 있다.”
도서 소개
한국의 땅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낭만과 청춘의 대명사 춘천
인문지리 시리즈 ‘대한민국 도슨트’의 네 번째는 ‘춘천’이다. 대한민국 도슨트는 각 지역을 살고 경험한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지역의 이야기로 어느 여행서나 역사서보다도 풍부하게 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춘천의 소개는 춘천에서 태어나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지금도 여전히 춘천에서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 전석순이 맡았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로 꼽히는 춘천의 역사와 일상을 특유의 다정한 시선으로 소개하며, 춘천 사람만 아는 내밀한 이야기로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던 춘천을 마주하게 한다.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의미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 (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낭만과 청춘의 도시
춘천의 모든 것을 가장 온전하게 전하는 책
많은 이들에게 춘천은 청춘의 기억을 소환하는 도시이다. 풋풋한 대학생의 MT 장소나 다정한 연인들의 여행지로 가장 흔하게 선택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발매된 지 30년이 넘은 노래 ‘춘천 가는 기차’가 아직 사랑받는 이유도 사람들이 춘천에 대해 느끼는 낭만 덕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낭만 뒤에도 도시의 역사가 있고 사람들의 삶이 있다.
춘천 도슨트를 맡은 전석순은 춘천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춘천에서 글을 쓰는 소설가이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고서부터 영화까지 춘천을 담고 있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했다. 더불어 그가 이 도시에 머물며 경험한 추억과 이야기를 함께 풀어냈다. 춘천 사람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소양강과, 닭갈비와 막국수로 대표되는 음식들,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까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춘천에 대한 가장 온전하고 내밀한 안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이 바라보는 풍경 이면에 있는
춘천의 크고 작은 역사
춘천댐, 의암댐, 소양강댐. 10년 안에 세 개의 댐이 생기면서 춘천의 풍경은 바뀌었다. 산과 호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면서 춘천은 호반의 도시가 되었고, 여행객이 찾아왔다. 그 이면에서 육로는 뱃길이 되기도 하고 어떤 마을은 수몰되거나 섬으로 남았다. 한국전쟁의 역사도 춘천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이디오피아집’은 한국전쟁 때 맺은 에티오피아와의 인연이 깃든 곳이며, 같은 시기 춘천역 앞에는 높은 벽이 세워지고 미군부대 ‘캠프페이지’가 자리를 잡았다.
시시각각 춘천의 모습이 바뀌는 동안 춘천 사람들은 서울의 명동만큼 활발한 춘천의 번화가 ‘명동’으로 모였다. 명동 닭갈비골목이 여행자들로 붐빌 때, 그 옆의 ‘청구서적’과 ‘피카디리’ 극장에는 춘천 사람들이 몰렸다.
여행객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 그 이면에도 분명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 풍경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강원도 춘천의 역사와 평범한 일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대한민국 도슨트 춘천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춘천의 새로운 변화
춘천에는 ‘육림’이라는 이름의 향토기업이 있다. 기업의 위세는 작아졌지만 춘천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육림’이라는 간판은 그 시절의 영광을 품고 있다. ‘육림고개’ 고갯길은 뉴트로 열풍을 타고 핫플레이스로 변하는 중이다. 호수가 품은 섬 ‘중도’와 ‘위도’는 유원지를 폐쇄하고 다른 테마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높은 벽에 가려졌던 미군부대 역시 지난 역사를 끝내고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저자가 살아온 시간 동안 춘천의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또 지금도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으며 꼭 남아 있어야 하는 공간들도 있다. 춘천에서 안내하는 장소를 따라가다 보면 이 도시의 변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춘천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애정을 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P.11 글을 쓰는 동안 춘천에 살거나 살았던 당신과 몇 번쯤 여행 왔던 당신, 그리고 언제고 꼭 한 번 춘천에 오고 싶다는 당신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이어진 대화들이 글의 밀도를 높여줬다. 따뜻하게 오갔던 목소리가 이 책 안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시작하며 중에서
P.32 오랜만에 춘천을 찾은 이들은 결국 네비게이션을 켠다.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처음 댐이 들어섰던 시절과 비교하는 이도 있다. 지금까지 춘천은 지형과 위치의 단점을 끌어안고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왔다. 사소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불어넣어 예술로 끌어냈다. 침략과 전쟁을 극복하고 스스로 철도를 놓았던 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켜켜이 쌓인 청춘과 낭만이 결을 이룬 춘천은 이제 수많은 선과 색채를 품고 새로운 무늬를 조각하고 있다.
- 춘천의 짧은 역사 중에서
P.77 춘천닭갈비는 드럼통 위에 놓인 동그란 철판에서 먹는다. 그래서 어디에 앉더라도 먹기에 부족하지 않아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가 따로 없다. 시선을 돌리면 누구와도 쉽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구석에 앉아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구조다. 그래서 닭갈비는 모두에게 공평하다. 닭갈비만큼이나 동그랗게 모여 앉은 분위기가 좋았다.
- 04 닭갈비골목 중에서
P.105 ‘육림’이라는 이름은 춘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육림은 일제강점기 조선임업개발에 근무하던 사람이 모여, 1955년 묘목사업과 화물운송업을 위해 만든 춘천 향토기업이다. 이후 육림연탄과 육림공원, 육림택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춘천에는 지금도 여기저기 육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그중 춘천 사람들에게 가장 친밀했던 것은 아무래도 육림극장일 것이다. 춘천에 살면서 육림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지 않았던 사람은 드물 테니까.
- 08 육림극장 중에서
P.120 육림고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 이제 막 도착한 시간이 어우러진다. 춘천 사람들과 외지에서 온 사람이, 청년과 노인이, 올챙이국수와 리코타치즈샐러드가,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보이는 건물과 그 안에 반듯하게 들어선 꽃집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오랜 세월 쌓인 노하우가 뒤섞인다.
- 09 육림고개 중에서
P.182 그런데 에티오피아집이 아니라 왜 이디오피아집일까. 그러고 보니 도로명주소도 이디오피아길이다. 한국식 국가명 표기법은 에티오피아지만 그에 따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대를 이어 이디오피아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이디오피아 사람들은 에티오피아라고 하면 왜 나라 이름을 멋대로 바꾸느냐’며 화를 낸다고 한다. 에티오피아길이 이디오피아길이 된 것도 발음을 하나하나 녹음해 춘천시청에 제출한 결과였다.
- 14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중에서
P.217 하지만 춘천에서는 한여름에도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수돗물이 나왔다. 8월에도 샤워하려면 기어이 보일러를 틀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춘천 수돗물 우습게 보다가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도 반쯤은 진담이었다. 실제 춘천시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가끔 수돗물이 너무 차갑다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15도 정도의 찬물이 원수(原水)로 공급되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17 우두온수지 중에서
P.274 대룡산 줄기에서 뻗어나온 봉의산은 춘천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래서 계절을 짐작할 때 달력이 아닌 봉의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도 많다. 푸른색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거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붉어지고 꼭대기가 희끗희끗한 것만으로도 절기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기예보에서 전해주는 딱딱한 숫자보다 깊이 닿는 풍광이다. 어디서든 계절을 전해주는 봉의산은 춘천의 시간을 더 많은 빛깔로 물들였다.
- 22 봉의산 중에서
구매가격 : 13,200 원
대한민국 도슨트 05 - 신안
도서정보 : 강제윤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3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하나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한
인문지리 시리즈
다섯 번째 지역 신안
저마다의 눈부신 풍경과 애틋한 역사를 품은 신안 섬들을 오롯이 보여주는 특별한 책!
“신안은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 왕국이자 이야기의 제국이다”
도서 소개
한국의 땅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 왕국 신안
인문지리 시리즈 ‘대한민국 도슨트’의 다섯 번째는 신안이다. 대한민국 도슨트는 각 지역을 살고 경험한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지역의 이야기로 어느 여행서나 역사서보다도 풍부하게 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안의 소개는 섬사람으로 태어나 섬 활동가로 살아가는 강제윤이 맡았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이자 섬학교 교장으로 20여 년 동안 400여 개의 섬을 찾아다니며 기록으로 남기는 그는, 1,025개의 섬만큼이나 이야기가 다양한 신안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신안의 섬들이 궁금한 사람, 섬이 그리운 사람, 그리고 섬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아름다운 인문학적 안내서이다.
출판사 서평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섬의 3분의 1을 품은 신안 광대한 영역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한 권에 담아낸 책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의 섬은 1,004개가 아니라 1,025개다.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만 74개다. 신안 섬들의 면적은 서울보다 크고, 바다를 포함하면 서울의 22배가 될 만큼 넓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한 땅이다. 신안이라는 지역이 이토록 낯선 이유는 거제도, 남해도 같은 모섬이 되는 큰 섬이 없기 때문이다. 신안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압해도, 홍도, 안좌도, 가거도, 비금도 같은 하나의 섬을 경험할 뿐 신안 전체의 실체는 모호하다. 국토의 끝에 있는 어쩌면 밝혀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땅이 바로 신안이다. 신안 안내자를 맡은 시인 강제윤은 섬에서 태어나고, 섬에서 살아가고, 평생 섬을 여행하고, 연구하고, 기록하는 섬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단순한 여행안내가 아닌 섬의 눈부시고도 애잔한 속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록이다. 섬의 풍경과 섬 살이, 지켜져야 할 소중한 이야기까지 발로 뛰며 담아냈다. 알려지지 않은 우리 땅 신안에 대한 이 책이 더 소중하고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섬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 저마다의 눈부신 풍경과 애틋한 역사를 간직한 신안 섬들
이세돌, 김환기, 김대중. 이들의 고향은 차례대로 비금도, 안좌도, 하의도다. 압해도 사람들은 세계 최강 몽골군과 맞서 싸워 승리했고, 하의도 사람들은 무려 333년의 투쟁 끝에 빼앗긴 땅을 되찾았다. 장도의 습지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고, 홍도는 국립공원인 동시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다. 신안의 일부 섬들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각 섬들은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저마다의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스톤헨지나 이스터 석상 못지않은 선사시대 유적,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신안 보물선. 그리고 섬초, 대파, 낙지, 홍어, 토종 홍합, 민어, 천일염 등 황홀한 맛까지. 여기에 무엇보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거친 바다에 몸을 맡기며 순리대로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까지 더해지면 신안 섬들은 한 편의 영화처럼 감동으로 다가온다.
섬에 깃든 희망과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
2019년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의 많은 섬들은 육지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섬은 여전히 변방이고 섬사람들은 육지에서 보편적으로 누리는 기본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의료와 교통 불편은 물론이고, 바다 자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대형 어선들과 어업권 분쟁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신안은 이런 불편들을 스스로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국내 최초로 버스공영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섬들에서는 여객선공영제도 시범 시행 중이다. 동백꽃 벽화, 순례자의 길, 수선화의 집 등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육지 사람들을 끊임없이 섬으로 초대한다. 오랜 가치를 지키며 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신안. 미지의 도시로 여겨졌던 신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P.11 신안의 영역은 광대하다. 신안군의 육지 면적은 서울특별시보다 크다. 바다를 포함하면 신안군의 영역은 서울의 22배나 된다. 그 넓은 영역에서 독립된 섬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한다. 신안에 사는 사람도 그저 자기 섬 주변, 신안의 일부를 살 뿐이다. 신안을 자주 여행한 사람도 신안의 극히 일부만을 여행했을 뿐이다. 그러니 누가 신안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신안 여행이 신안에 대한 공부로부터 시작돼야만 하는 이유다.
- 시작하며 중에서
P.17 한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기초자치단체. 신안군은 섬 왕국이다. ‘천사(1,004)의 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나 이는 정확한 섬 숫자를 나타낸다기보다는 섬의 왕국 신안을 대중들에게 쉽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는 1,025개의 섬이 신안군의 관할이다.
- 신안의 짧은 역사 중에서
P.46 그 옛날부터 암태도 사람들은 참 대단했다. 친일 지주와 일제 경찰에 맞서 싸우던 기개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종실록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중략) 조선 태종8년(1408년)에 불과 20여 명의 암태도 염간들이 노략질을 하러 온 왜선 9척과 맞서 싸워 물리쳤다는 것이다. 염간은 소금막에서 자염을 만들던 염부들이었다. 이들이 진짜 영웅들이 아닌가.
- 03 안좌도 중에서
P.73우실로 인해 마을은 400년 동안 안전을 보장받았다. 마을 숲 하나를 가꾸는 데도 천년대계의 비전을 가지고 추진했던 섬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도시재생이나 마을 살리기 같은 사업을 하면서 3~4년 만에 성과를 내겠다고 안달하는 요즘 우리 세대는 얼마나 소견머리가 짧은가. 대리마을 우실에서 문득 깨닫는다.
- 08 육림극장 중에서
P.114 그때 하늘에서 ‘때가 되면 온천지를 평안케 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란 소리가 들려온 뒤 섬의 바위는 사람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섬 이름이 사자섬이 되었다고 전한다. 이제 사람들은 그 얼굴을 큰 바위 얼굴이라 부른다. 사천왕이 예언하고 간 그 인물이 혹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섬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 06 하의도 중에서
P.142 고란리마을 돌담길을 거닐다 보면 어느 먼 옛날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환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관광용으로 새롭게 정비된 돌담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진짜 옛 돌담. 한국 최고의 돌담 섬인 여서도의 돌담만큼이나 감동적이다. 다른 섬들의 돌담들과 달리 강담이 아니라 토담이라서 더욱 희귀하고 보존 가치도 크다.
- 09 도초도 중에서
P.177 1801년(순조 1년) 제주도에 배 한 척이 표류해 왔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선의 조정에서는 청나라 사람으로 여기고 심양으로 송환했으나 청나라에서는 자기 나라 사람이 아니라며 다시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표류인들은 9년 동안이나 제주도에 억류되어 있었는데 1809년 이들 앞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우이도 사는 문순득이었다. 표류인들은 여송국(필리핀) 사람들이었다. 문순득이 여송국 언어를 알고 있었기에 표류인들은 고향으로 송환될 수 있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에 나오는 실화다.
-09 도초도 중에서
P.181 지금은 홍어의 본향이지만 과거 흑산도는 고래의 섬이기도 했다. (중략) 1917년에서 1934년 사이 한반도에서 조업한 포경선은 모두 437척이었는데 서남해에서 조업한 포경선이 297척이나 된다. 서남해가 동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 기간 경북에서 조업한 포경선 한 척이 1.3마리의 고래를 잡을 때 흑산도를 근거지로 한 전라도 근해의 포경선은 11.52마리나 잡았다. 흑산도 바다에 그만큼 고래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 13 흑산도 중에서
P.244 자산어보에 담긴 연구 성과가 과연 손암 혼자만의 것일까. 아니다. 이는 창대라는 인물과 공동으로 일군 업적이다. 그래서 손암도 서문에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준 이가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서문뿐만 아니라 자산어보 곳곳에 창대의 말이 직간접적으로 인용되어 있다. 손암은 창대에게 세 편의 시를 지어 헌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창대의 공이 컸음을 알 수 있다.
- 18 대둔도 중에서
P.277 오리가 똥을 싼 곳도 지명이 되고, 고래가 물을 뿜었던 곳도 지명으로 남은 섬. 가거도는 우리 섬살이의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해온 보물 같은 섬이다. 우연히 들른 대리항 포장마차에서 요즘 보기 힘든 토종 홍합을 만났다. 흔히 먹는 진주담치보다 크고 살이 두터우면서도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진짜 우리 홍합은 맛이 다디달다.
- 20 가거도 중에서
P.304 순례자의 길 끝자락.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다. 출입문도 없이 무한히 열린 기도처가 있다. 이곳 바다와 섬의 풍경을 차단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출입문을 달지 않았다. 이 기도처에 이르러 순례자는 비로소 섬의 자연과 일체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밀실의 기도처가 아닌 열린 기도처. 열어야 할 문이 없으니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닫아야 할 문이 없으니 어떤 종교로도 제한되지 않는 성소. 팝아트 작가 강영민이 만든 순례자의 길 11번 기도처다.
- 22 기점·소악도 중에서
구매가격 : 13,600 원
히어로, 진짜 너를 보여 줘!
도서정보 : 비타 머로 / 아울북 / 2020년 04월 22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진정한 나 자신은 이미 내 안에 있어!
도서 소개
괴물을 무찌르는 것만이 영웅의 일은 아니야
당신이 아는 영웅은 어떤 모습인가요?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하는 왕자
용을 물리치는 용맹한 기사,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무서운 임금님.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요?
‘왕자다움’이라는 편견의 틀을 깬 백마 탄 왕자,
싸우는 전사가 아닌 의료인이 된 헤라클레스.
모두의 말을 경청하는 리더 아서왕……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은
아름답고 용기 있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 줄게요.
오늘날의 독자를 위한 다시 읽는 영웅 이야기
진짜 영웅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멋있는 망토를 두르고, 백마를 타고, 강한 힘으로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치고, 보상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공주의 키스를 받는 용감한 전사의 모습만 있을까요?
전통적인 동화는 이렇듯 한 가지 획일화된 모습을 ‘진짜 영웅’이라 규정하며 이외의 모습들은 ‘남자답지 못함’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소년은 어느 상황에도 울지 않고 강해야 하고, 소녀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순종해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세상이 만든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만의 꿈과 사랑을 찾는 영웅들을 히어로, 진짜 너를 보여 줘! 에서 만나 보세요. 다양한 15명의 영웅 이야기는 어린 독자들에게 진정한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줍니다. 그리고 진짜 ‘강함’이란 적을 물리치고 제일 먼저 앞서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란 것 또한 알 수 있지요.
다원화된 세상에서 지역 사회의 이웃들과 연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시민의식을 알려 주고, 다양한 피부색과 외양의 인물들은 겉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지 영웅이 될 수 있고, 나와 공동체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배우게 합니다.
히어로, 진짜 너를 보여 줘! 에서 편견을 깨고, 규칙을 바꾸고, 인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스스로에게 다정한 진짜 영웅들을 만나 보세요.
칼의 힘보다 부드러운 마음의 힘을 믿은
진짜 영웅, 진짜 왕자, 진짜 임금님들!
싸우고, 이기고, 정복하고, 명령하고…… 소년과 남자의 옛이야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나요? 혹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이에 대해 백마 탄 왕자부터 헤라클레스까지, 여러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이전까지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다 의미가 있는 법이야.”
“나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모두의 존경을 얻으려면 나 자신을 먼저 존경해야 해.”
“진짜 남자아이는 남을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
“곁에 있을 때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소중한 상대를 찾을래.”
“왕자에게는 완벽한 모습 한 가지만 있지 않아.”
“우리는 저마다 남을 도울 방법을 갖고 있어.”
“때로는 일방적인 조언보다 경청이 필요해.”
이처럼 영웅의 모습은 단 하나가 아니랍니다. 모두의 말을 경청하는 리더 아서 왕, 이웃들과 힘을 합쳐 공동체를 지켜 낸 콰지모도, ‘진짜 남자아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 피노키오, 세상의 편견을 깨고 소중한 상대를 찾은 스노우맨, 집안일과 육아의 가치를 널리 알린 피리 부는 사나이…… 용감하고 아름다운 남자들에 대해 아주 많이 알게 될 거예요.
영웅들의 새로운 모험담이 궁금하지 않나요? 여러분도 책장을 넘기면서 나 자신 안의 진짜 영웅, 진짜 왕자, 진짜 임금님의 모습을 발견해 보세요!
해외 매체 서평
"다양성에 관한 강력한 가치를 담은 이야기책"
-커커스 리뷰
저자 서문
진정한 영웅은 다른 사람과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이에요. 진정한 왕자는 남들의 잣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적을 이뤄 내는 사람이고요. 진정한 임금님은 주변의 말을 열심히 들으며 함께하는 동료들과 마음껏 웃는 사람이지요.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보았으니, 책장을 넘기면서 여러분 안의 진짜 영웅, 진짜 왕자, 진짜 임금님의 모습을 발견해 보세요!
-비타 머로
구매가격 : 12,800 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도서정보 : 크리스토퍼 드 하멜 / 21세기북스 / 2020년 04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2016년 더프 쿠퍼 논픽션상 수상
2017년 울프슨 역사상 수상
“천년의 장인들이 담아낸 중세 예술의 결정체”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매혹적인 12권의 채색 필사본
도서 소개
“중세의 위대한 생각은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눈을 뗄 수 없는 섬세하고 황홀한 삽화,
한 자 한 자 새겨 넣은 경이로운 글자의 향연!
필사본은 ‘손으로 써서 만든 책’이라는 뜻이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모든 책은 오랜 시간 필경사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당대 최고의 채색 기술로 무장한 삽화가들은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어 생동감을 더했다. 필사본은 한 장 한 장 손으로 만든 세상에 오로지 단 한 권뿐인 책이다. 동시에 중세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이자 아름다움을 가진 독립된 예술작품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2권의 필사본을 소개한다. 오래된 책 냄새, 울퉁불퉁한 감촉, 시간이 남긴 녹슨 자국 등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물론, 필사본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드라마틱한 여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국내 처음 소개되는 200장의 컬러 도판과 큼직한 판형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실제 필사본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통해 중세 천년의 역사와 예술을 접하는 은밀하고도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중세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르네상스를 압도하는 중세 문화의 정수, 채색 필사본
“당신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당장 이 책을 사주고 싶다!” - 타임스
“세상을 뒤흔들 책,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
6세기부터 16세기까지, 약 천 년 동안 중세의 지식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15세기 중반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들었다. ‘채색 필사본’이라 불리는 이 책은 필사본은 길게는 천 오백년 전 사람의 숨결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으며, 그 존재만으로도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중세의 필사본 장인들은 글자 하나, 붓질 한 번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들의 땀방울이 맺힌 필사본은 어떤 예술작품보다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필사본은 오랜 시간,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왕실과 일부 귀족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초고가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계승되었다.
신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은 필사본이라는 매력적이며 희귀한 소재를 통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접하기 어려운 중세 예술의 장벽을 허문 기념비적인 책이다. 가장 오래된 필사본부터 성물로 여겨지는 필사본까지, 중세의 우아한 매력을 그대로 간직한 위대한 보물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영국의 펭귄랜덤하우스는 자신들이 출간한 책 중 가장 독창적인 연구서라고 밝혔고, 2016년 더프 쿠퍼 논픽션상, 2017년 울프슨 역사상을 받으며 학술적인 우수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200여 장의 컬러 도판, 720쪽에 달하는 치밀한 분석
종교, 역사, 문화, 과학, 음악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적 모험
‘독자는 필사본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그 만남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게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그렇지만 나는 중세의 필사본들이 여러 의미에서 아주 매혹적인 책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 필사본들에 관한 모든 사항을 알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진귀한 필사본을 실제로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명한 중세 필사본은 일반적으로 잘 공개되지 않으며, 만약 전시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페이지만 볼 수 있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드 하멜(Christopher de Hamel)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고문서학자이자 소더비에서 25년간 필사본을 담당한 이른바 ‘필사본 전문가’다. 그는 세계 곳곳의 박물관과 도서관을 다니며,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필사본을 직접 펼쳐보고 살펴봤다. 저자는 200여 장의 사진을 직접 촬영했는데, 일반인들이 결코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때로는 여행하듯이 때로는 탐정이 추리하듯이 때로는 이야기를 나누듯이 다양한 시각으로 필사본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간다. 필사본이 만들어진 배경과 필사본의 소유자, 훔친 자, 강탈한 자, 하찮게 여겼던 자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낱낱이 소개한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어려움 없이 단숨에 읽게 만든다.
책의 번역을 맡은 이종인 교수는 로마제국 쇠망사 를 비롯해 수십 권의 고전을 번역한 전문가다. 그는 이 책이 마치 “여행기 같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경매장 같기도 하며, 중세를 엿보게 하는 인문서 같기도 하다”고 전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소더비 경매 최고가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소개하는 필사본의 탄생과 역사
이 책에 소개된 필사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복음서 , 켈스의 서, 성 히에로니무스의 〈이사야〉 주석서, 잔 드 나바르 기도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복음서는 597년 로마 교황이 잉글랜드로 선교단을 파견했을 당시의 책이자 영국 성공회를 완성시킨 캔터베리 대주교 매튜 파커의 애장품이다. 따라서 카톨릭과 성공회 모두의 성물로 여겨진다. 2010년 교황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두 종교의 대표자격인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복음서』에 함께 키스를 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켈스의 서는 8세기에 제작된 필사본으로 매년 50만 명이 이 책을 보기 위해 전시실을 찾는다. 켈트족의 미학과 기독교 사상이 결합되어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서양의 가장 귀중한 보물’로 불린다. 여기에 쓰인 아름다운 글씨체와 독특한 그림들은 아일랜드의 동전과 지폐에도 사용되었으며 생활 곳곳에 그 상징들이 쓰이고 있다.
성 히에로니무스의 〈이사야〉 주석서는 필사본을 만든 필경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필경사들은 대부분 수도사였고, 매우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존재였다. 따라서 누가 어떤 책을 필사했는지 알긴 어렵다. 그러나 성 히에로니무스의 〈이사야〉 주석서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필경사가 스스로 자신의 자화상과 서명을 남겼다. 옥스퍼드 대학에 보관된 이 그림은 영국 미술사에서 서명이 들어간 자화상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며 필경사의 비밀을 밝혔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잔 드 나바르 기도서 는 십자군 전쟁을 이끌었던 루이 9세를 위한 기도서이자 중세 왕족의 기도서를 대표하는 책이다.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유일한 자식이었던 잔 여왕이 직접 펴보던 것으로 왕실의 여성들에게 계승되었다가 나치에게 약탈되었다. 마침내 프랑스 장교에 의해 구조되었으며, 1919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저자는 역사의 굴곡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이 책의 생애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디테일하고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
이 외에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라틴어 성서 코덱스 아미아티누스, 천문학 연구서 레이던 아라테아, 독일의 보물이 된 아름다운 노래집 카르미나 부라나, 캔터베리 이야기 중 가장 뛰어난 필사본인 행워트 초서 등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는 필사본을 소개한다.
디지털로 뭐든지 빠르고 쉽게 기록하는 우리에게 영원한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중세인의 절절한 신앙심과 바람은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붓질 한 번에도 수십 번 고민하며 완벽한 작품을 탄생시켰던 그들의 집념과 마음가짐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12권의 필사본만큼이나 경이로운 책!” - 뉴욕 타임스
“이 비범한 책이 울프슨상과 더프 쿠퍼상을 모두 수상한 것은 당연하다!” - 워싱턴 포스트
“흥미로운 감춰진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필사본에 담긴 모든 지혜의 시작이다.” - 가디언
“필사본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매력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 닐 맥그리거(대영박물관장)
“진심으로, 그 어떤 소설보다 놀랍고 황홀하다!” - 디어메이드 맥컬러(옥스퍼드대학 교회사 교수)
“뛰어난 걸작이다! 필사본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 데이비드 캐너다인(울프슨상 심사위원장)
“서구 문명의 훌륭한 도서관으로 초대하는, 환희로 가득한 책이다.” - 톰 스토파드(영국 작가)
“중세에 대한 비범한 해석, 올해 가장 읽고 싶은 책!” - 영국 아마존 서평
본문 중에서
필사본 원본을 직접 보거나 만져보지 않고서는 그 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하거나 나아가 그 책에 대해 집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진 복사본은 중세 필사본의 실제 무게감, 결, 울퉁불퉁한 표면, 약간 안으로 들여 그은 선, 두께, 냄새, 촉감, 세월의 동록(銅綠) 등을 전달하지 못하며, 아주 유명한 필사본이 당신 앞에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흥분과 전율을 안겨주지 못한다.
(프롤로그 : 10쪽)
켈스의 서 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표지판을 따라 죽 앞쪽으로 나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18세기식 기다란 도서관 건물의 남쪽 끝으로 다가가야 한다. 나의 뻔뻔함에 약간 당황스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트레저리 전시실로 들어가기 위해 포장된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의 줄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책방을 통과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켈스의 서 를 구경한다는 것은 중세의 순례 성지를 돌아보는 것처럼 진지한 일이었다.
(3장 켈스의 서 : 129쪽)
그는 어쨌든 사후에 이 텍스트의 ‘대화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필사본에서 중세 미술사의 아주 진귀한 한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그림의 사이클이 사상 최초로 이름이 알려진 화가에 의해 창안된 것이다. 이 그림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승을 따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마이우스는 왜 자신이 그렇게 창안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에게 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
(5장 모건 베아투스 : 276쪽)
맨 마지막 페이지에 필경 작업을 준비하며 앉아 있는 남자의 천연색 그림이 들어 있다. 그는 펜촉을 잉크 뿔에 집어넣고 깃펜을 엄지와 두 손가락 사이로 우아하게 잡고 있다. 그의 머리 양옆으로는 “Hugo pictor(화가 휴고)”라고 쓰여 있다. 그의 머리 위 캡션은 “Imago pictoris & illuminatoris huius libri(이 책의 화가이며 채식가인 사람의 초상)”이다. … 휴고는 우리에게 엉뚱한 흔적과 애타게 하는 단서를 남겨놓았는데 이번 장에서는 그런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자 한다.
(6장 성 히에로니무스의 〈이사야〉 주석서 : 283-284쪽)
상자에서 꺼내드는 순간, 스피놀라 기도서 의 가치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 표지의 가장자리는 소용돌이 모양의 잎사귀와 반복적인황금빛 꽃무늬 장식으로 단장되어 있다. 표지 한가운데에 왕관이 있고 그 아래 로코코풍의 꽃 장식 사이에 문장이 찍혀 있다. 이 필사본이 아주 배타적인 성향의 소유주 것임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 문장은 제노바의 스피놀라 가문의 것으로 바로 여기서 이 필사본의 현대식 이름이 탄생했다.
(12장 스피놀라 기도서 : 604-605쪽)
구매가격 : 47,840 원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16권
도서정보 : 박시연 / 아울북 / 2020년 04월 21일 / PDF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출판사 서평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시작하세요!
신들의 왕 제우스, 올림포스 십이 신과 영웅 등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대모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인류의 위대한 정신이자 지식의 창고,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세대를 뛰어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 교수 김헌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의 이름이 낯설고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데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외모의 특징을 잘 살린 만화 캐릭터로 이해하기 쉬웠어요.”
- 인천정각초등학교 교사 김찬원
“아울북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화 TALK’ 코너는 신화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지도해야 할지 도움을 줍니다. “
- 인천부평남초등학교 교사 문새롬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내고 신화 속 지식을 쉽게 구성한 책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 원천이고, 신과 영웅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류 최고의 고전입니다. 또한 수천 년 동안 무한히 펼쳐진 상상력의 세계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고전이지만 신화를 읽는 어린이들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만화로 읽는 어린이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들의 왕 제우스를 중심으로 올림포스 십이 신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이끌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신화에 대한 쉽고 재미난 해석으로 어린이들이 신화에 친근감을 느끼고, 신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줍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역동적인 스토리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이끄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이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신화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열 가지 테마의 교양 페이지로 신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습니다.
만화를 통해 신화에 흥미를 가졌다면, 만화 속 또 다른 책인 ‘똑똑해지는 신화 여행’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꼭 알아야 할 지식들, 만화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지식들까지 알차게 다루었습니다. 갖가지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어서 어린이 인문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화 전문가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의 감수를 거친 검증 받은 콘텐츠입니다.
신화 관련 명화, 유물 등을 참고하고 고증을 거쳐 만화를 구성했습니다. 또 그리스 신화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김헌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해 수준 높은 내용을 선보입니다.
*궁금한 지식을 해결하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정한 학습만화입니다.
‘신화 TALK’ 코너에서는 김헌 교수가 직접 신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되짚어 줍니다. 신화를 어떻게 읽혀야 할지 고민스러운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신화 속 의미를 먼저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신화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신화 캐릭터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살펴보며 신화 속 여러 신들을 쉽게 익힐 수 있고 카드를 활용해 다양한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신화를 한층 친밀하게 느낄 것입니다.
16권 줄거리
제우스는 청동탑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불길한 신탁 때문에 탑에 갇힌 비련의 공주 다나에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르고스의 공주 다나에는 자신이 장차 낳을 아들이 아버지인 아크리시오스왕을 죽이게 될 거라는 신탁 때문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차였다.
황금 비로 변신해 탑 안으로 들어간 제우스는 다나에와 사랑에 빠지고, 얼마 후 아들 페르세우스가 태어난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아기를 들킨 다나에는 페르세우스와 함께 상자 속에 갇혀 험난한 바다로 버려진다. 다나에는 파도에 실려 세리포스섬에 도착하고, 어부 딕티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 페르세우스를 씩씩한 청년으로 키워 낸다.
그런데 어느 날, 다나에가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와 강제 결혼할 위기에 처한다. 페르세우스가 왕을 위협하자, 왕은 그를 없애려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오면 더는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실뱀으로 된 머리카락에 멧돼지 엄니가 난 메두사는 누구든 그 얼굴을 보면 그 즉시 돌로 변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애가 탄 제우스는 아테나에게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를 내주며 페르세우스를 도와주라고 한다. 아테나의 도움으로 메두사의 은신처를 알아낸 페르세우스는 사흘 밤낮을 걸어 메두사가 사는 산꼭대기 고성에 도착한다.
그런데 페르세우스가 만난 메두사는 괴물은커녕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였는데…. 그런 메두사가 자신이 괴물로 변해 버린 사연을 구슬프게 전한다. 과연 인정 많고 착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요망한 말재주에 넘어가지 않고 메두사의 머리를 벨 수 있을까? 또 어머니를 만나러 세리포스섬까지 가는 길에는 얼마나 가슴 뛰는 모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구매가격 : 12,000 원
의자의 배신
도서정보 : 바이바 크레건리드 / arte / 2020년 04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페스트·메르스·코로나는 인류세의 위기다!
산업화·도시화된 사회에 만연하는 각종 질병과 고통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대 노동을 진화의학이 묻다
★파이낸셜타임스 2018 ‘최고의 과학책’ 선정
★BBC 월드서비스 라디오 다큐멘터리 3부작 제작
유전자와 환경이 혼합된 흥미로운 결과. 아주 재미있고 도발적인 책!
- 『네이처 Nature』
놀랄 만큼 방대한 영역을 아우르는 책!
- 『가디언 The Guardian』
도서 소개
기후변화·신종 전염병·정신 질환 등 ‘인류세의 위협’들
그 시작에는 편리함과 쾌적함의 상징, '의자'가 있다!
인류의 진화는 더뎠지만 우리가 움직이고, 쉬고, 자고, 생각하고, 먹고, 모이고, 소통하는 방식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처음 출현한 이후 모두 극적으로 변했다. 우리를 변화시켜 온 것이 바로 이런 환경이다. 한편, 현대인의 몸은 불안, 우울,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관절염, 요통 등 인류의 진화 초기에 겪지 않았던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점차 이렇게 진화하도록 설계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생활 방식이 문제인 것일까? 혹은 둘 다일까?
『의자의 배신』의 저자 바이바 크레건리드는 인간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자세, ‘앉아 있기’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주장에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한 가지 목표, 풍요와 편리함의 추구가 놓여 있다. 그러한 이상이 집약된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안락한 생활을 가능하게 했지만 새로운 관절 질환, 바이러스성 감염병, 기후변화에 따른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싹틔웠다. 『의자의 배신』은 진화와 환경의 불일치가 인간에게 어떤 질병을 안겨 주었는지, 인류학, 역사학, 의학, 사회학 등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인 접근으로 써 내려간 ‘인류세 인간’ 보고서다.
5억 년에 걸친 생명 진화 vs 2세기 만에 이룩한 산업혁명
‘사무 노동’은 우리를 어떻게 길들이며 망가뜨리고 있는가?
『의자의 배신』은 연대 구분을 따라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5억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고생대 척추동물의 진화부터 신생대 플리오세와 플라이스토세의 호미닌(사람족)의 변화까지를 다룬다. 인류는 두발걷기를 하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인류로 진화할 수 있었다. 특히 인간의 발은 장기간 보행에 최적화되어 거주지를 넓혀 나가는 데 유리했다. 숲이 초원으로 변해갈 때, 우리 조상은 거친 발바닥 피부, 발과 허리를 잇는 거대한 근육, 긴 종아리 근육 등 진화적 이점을 획득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움직이면서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조상의 유전 암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2부는 3만 년 전부터 기원후 1700년까지로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시대 전반을 다룬다.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끝내고 한곳에 정착하면서 신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줄어든 운동량과 탄수화물 위주의 먹거리는 신장을 줄였고, 뼈는 얇아지고 턱의 모양도 변했다.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 사이에 농경 기술, 가공 기술, 저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직업들이 나타났고 도시화가 진행됐다. 도시 내 농업이 발전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결핵 등 인구밀집성 질병이 증가했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풍족함은 인간의 굶주림은 해결해 주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인간의 능력은 점점 더 저하시켰다.
3부는 1700년부터 1910년까지를 다룬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생활 방식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문화는 전에 없던 개념을 낳았다.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노동량의 차이가 큰 사회, 특히 도시에서 나타난다. 오늘날 국가 주도의 건강 프로그램과 캠페인 활동은 역설적으로 일상을 건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의자’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물이다. 약 6000년 전,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고대 이집트에서 막대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의자 모양이 사용됐고, 이는 기원후 몇백 년 동안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 의자가 대중에게 널리 퍼졌다. 학교에서는 의자에 앉아 주어진 일에 집중하도록 훈육했고, 의자를 산업사회의 새로운 규율을 내면화시키는 데 이용했다.
4부는 1910년부터 현재까지를 다룬다. 이 시기에는 화이트칼라, 즉 사무 노동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어릴 때부터 얌전히 잘 앉아 있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고 자란 우리는 성인이 되어 집, 직장, 자가용, 대중교통, 극장, 술집 어디든 잘 앉아 있게 되었다. 사무 노동은 이전의 노동과는 다르게 쾌적하고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해서 처음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퇴근 후 소파 위에 늘어져 휴식을 취하는 순간까지 우리의 몸은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또한 사무실 환경은 우리의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천식 역시 19세기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류세의 일터가 자연스럽게 환경에 노출될 기회를 빼앗아 각종 알레르기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면역 체계를 무력하게 만든 결과인 것이다.
5부에서는 미래를 전망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손’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지털 기기는 점점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첨단화되고 있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더 자유로워진 손을 다른 미래를 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미래는 우리가 만든 불일치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통해 열 수 있다. 『의자의 배신』이 5억 년의 인류 역사를 추적한 이유다.
우리가 만든 풍요 속에서 고통받는 호모 사피엔스 이넵투스!
현대적 생활 방식의 모순을 ‘인체’라는 우주를 통해 살펴본다
우리 인류는 편리함을 위해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그 산물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그 길이 쭉 탄탄대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에게는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많아진 만큼 더 많은 질병이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너무나 빨리 일어나서 우리가 타고난 몸에서 점점 더 뒤틀어지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 종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이넵투스Homo sapiens ineptus’, 똑똑하지만 풍부한 지식이나 음식 그리고 환경의 편안함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인간으로 다시 명명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의자의 배신』을 통해 전하는 저자의 주장은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우리의 전체 역사의 0.5퍼센트도 안 되는 홀로세 동안 혁신과 변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가 “편안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빠르고 쉬운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진짜 좋은 것으로 계속 잘못 판단”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 몸이 진정 원하는 것과는 다른 환경, 콘크리트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손발, 근육, 척추, 호흡기, 정신 등 모든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종 질환을 개인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인류세 인간이 만들어 온 환경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신경인류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박한선에 의하면 인간의 진화와 질병의 관계를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인간과 생태적 환경, 병원체 등 여러 요인이 불균등하게 진화하므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둘째, 경로 의존성과 구조적 타협, 생애사적 타협으로 인해 질병이 생긴다는 것, 셋째,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번식적 이득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건강’이란 번식 적합도를 높인다는 조건에서만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대다수의 질병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한선은 바이바 크레건리드가 진화의학의 핵심 견해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잘 풀어냈다고 평가한다. 또한 기존의 진화의학적 설명들이 신생대 전반까지를 다루는 반면에 이 책은 산업혁명 이후 현대의 사회적·문화적 변화와 인간 신체의 관계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인류와 유인원의 차이를 ‘지성’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는 ‘호모 사피엔스 이넵투스’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만든 인류세가 결국 우리를 덮쳐 오는 시대, 우리 인간의 어리 석은 행동 방식을 역사적, 인류학적으로 밝히는 『의자의 배신』을 읽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당장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가 얼마나 우리 몸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 경험하지도 않은 먼 과거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우리의 몸은 단순히 어떤 암호가 발현한 결과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유전자가 발현한 결과로 자기 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몸을 만드는 데에는 환경도 필요하다. 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적당한 거주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몸과 거주지 사이에 마찰 또는 긴장이 생기면 불편함, 병리 현상, 질병과 사망이 뒤따를 수도 있다. 주변 환경과 잘 맞지 않는 유전암호는 그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킨다.
_서문: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p. 10)
인간의 발은 그 모양과 기능, 모든 면에서 움직임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되어 있다. 모든 발가락이 앞쪽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보행 주기의 전반부 동안 발의 아치에 저장된 에너지가 반환되어서 보행 후반부에 필요한 추진력을 보강해 줄 수 있다. 앞쪽으로 뻗은 엄지발가락은 인간이 걷거나 뛸 때 생기는 여분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반환하는 작은 용수철 역할을 한다. 몸의 운동량과 무게를 이용 해 이동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막히게 기발한 메커니즘이다.
_1부 1장 일어서기와 달리기 (p. 68)
현재 인간은 진화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하고 유일무이한 요인이다. 우리 환경의 진화를 이끄는 것은 인간이며, 그 진화 속도는 인간을 비롯해서 다른 어떤 동식물도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로 세상은 유전적으로 더 단순한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
_1부 2장 직립 (p. 96)
모든 문제는 인간이 걷기를 멈추었을 때 시작되었다. 부족민들은 언제 갑자기 ‘이제 그만 걷자’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그들의 몸에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현대의 몸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다. 어떤 사람이 어느 곳에 도착해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먹을 것과 집을 지을 재료들이 풍부한 곳이 이곳이고, 더 이상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순간은 3만~2만 5000년 전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 시점이 진짜 로 어느 ‘한순간’이었다면 그 순간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농경이 정착 생활의 결과인지, 아니면 정착 생활이 농경의 필연적인 부산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_2부 3장 씨앗 심기, 음식물 가공, 안전한 생활 (pp. 106-107)
초기 인류에게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았다.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 사이에 추가적으로 발생한 주요 변화 중 하나는 먹을 것을 더 풍부하게 하고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의 등장이다. 이는 인간의 키(훨씬 나중에는 허리둘레)에 영향을 미쳤지만, 인간의 입안 생태계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_2부 3장 씨앗 심기, 음식물 가공, 안전한 생활 (p. 132)
가축은 우리에게 생존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농업 관행은 음식으로 인한 질병과 항생제 저항성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유전자가 변형되어 다음 세대에 슈퍼 독감 바이러스로 인간 사이에 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독감은 대략 30년마다 발생한다. 현재는 이미 발생할 시기가 지난 상태다.
_2부 4장 땅, 노동, 성장 (p. 148)
농업혁명을 통과해서 대도시 혁명으로 진입하는 동안 변화의 원동력은 주로 전쟁이었지만 편안함이기도 했다. 편안함에 대한 욕망이 있는 곳에 여가를 향한 욕구가 있다. 정착지, 그리고 나중에는 도시와 함께 토지 소유 개념과 새로운 사회적 위계가 나타났다. 이렇게 나타난 위계 안에서 상류층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음악, 연극, 레슬링 같은 것을 보면서 여가를 즐긴다는 뜻이었다.
_2부 5장 운동, 인체 공학, 도시에서의 삶과 죽음 (p. 182)
의자는 우리와 함께한 시간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듯해서 사람들 대부분은 의자를 구석기시대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나 존재하는, 현대 인간의 몸을 위한 이 발명품은 놀라울 정도로 역사가 짧다. 의자는 초기 도시에서도 존재했지만, 그 씨앗은 천천히 자리를 잡았고 싹을 틔울 만한 이상적인 환경을 기다렸다. 그 환경은 19세기에 조성되었다. 이때 의자가 빠르게 확산했고 지난 200년 동안 인류세 몸의 가장 강력한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의 수보다 더 많은 수조 개의 의자가 있는 이 놀라운 세상의 연원은 빅토리아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_3부 광산, 척추, 연기와 증기 (p. 213)
이런 공장들이 있었던 도시와 시기에 학교가 부상한 것은 어느 정도는 우연이다. 하지만 이 과정 어딘가에서 우리는 교육을 공장으로 변화시켰다. 공장의 규칙과 규율을 어린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일종의 통치 전략이었다. 이 통치 전략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을 점점 더 확실하게 기계화하는 방법을 배워 나갔다.
_3부 광산, 척추, 연기와 증기 (p. 222)
비만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비만 유행을 가속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의 음식 환경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의 음식은 대부분 산업적으로 생산되며, 지방, 소금, 당 그리고 첨가제를 그전보다 더 많이 함유해 섭취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음식들의 가격 차이는, 유기농 채소가 비싸진 반면에 대량 생산되는 음식은 어디에나 있고 값이 싸며 미리 다 조리가 되어 있거나 조리하기가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_3부 8장 허리의 위기 (p. 357)
환경은 앉아 있는 행위와 강한 연관 관계를 가지며, 이 행위는 다른 질환들의 관문 질환이 된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행위를 자유롭게 탐닉하는 데에 잘못된 것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환경이 앉아 있는 행위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적어도 그 환경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_에필로그 (p. 443)
구매가격 : 22,400 원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도서정보 : 구병모 / arte / 2020년 03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도서 소개
삶의 잔혹한 순간, 현실을 밝혀줄 한 줄기 빛
“원하는 걸 말해주세요. 무엇이 당신을 돌봐줬으면 좋겠는지.”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충동이 솟는다는 건, 태울 에너지가 생성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 누구보다도 빛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_ p. 142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주목받은 작가는 이후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소외된 소년의 이야기(『아가미』)에 이어 날개로 아픈 생명을 치유하는 ‘익인’의 이야기(『버드 스트라이크』)까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다. 또, 육십대 여성 킬러라는 독보적인 여성 인물을 창조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시간과 공간을 실감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파과』), 여성만의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공동체의 허위를 폭로하고(『네 이웃의 식탁』)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관습적이고 강제적인 의무들 아래 단단하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파헤치는 작품(『단 하나의 문장』)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신작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삶 속에 도사린 폭력에 맞선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환상적 순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평범한 중년 여성 ‘시미’는 동료 ‘화인’을 통해 미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비밀을 공모하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다. 현실이라는 지표에서 떨어진 세계를 공유하면서 타인에게 무심하던 시미가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 달아나거나 가치가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책 속 문장처럼 나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지만 신비스런 기도를 체험하게 한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지 아득한 가운데, 빛나는 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발치 앞이나마 비추어줄 한 점의 빛을 만날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염원이 가슴에 든든하게 새겨진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정말로 나를 지켜줬어요. 제일 절박했던 순간에, 이러다 죽을 것 같았을 때.”
- 피부에 그려진 무늬 아래 타래를 틀고 도사린 이야기들
“화인은 미소 지었다.
시미는 그 입가에 아직 오래된 체념과 무기력이 묻어 있다고 느꼈으나
그것은 적어도 예전 그대로의 농도는 아닐 것이다.
실재의 불꽃은 꺼졌지만, 심지마저 다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자리에
불씨는 이제 막 지펴졌을 뿐이므로.”_ pp. 127~128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지만 불가피하게 잦은 이직으로 막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물여덟의 ‘화인’은 기성세대와 ‘상무’ 같은 무례한 남자 상사에게는 ‘발랑 까진 아가씨’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만이 가진 반짝이는 생기로 ‘시미’의 세계에 의미 있게 다가선다. 화인의 목 뒤쪽 문신을 발견한 ‘상무’가 손가락으로 문신을 훑으며 언제 새긴 거냐며 다그치는 호통에서 시미의 도움으로 벗어난 화인은 시미와 자매애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화인은 시미에게 어느 문신술사의 명함을 건네며 “샐러맨더 한 마리를 몸 안에 키우면서, 잃었던 자신감과 의욕이 다시금 심장에 고이는 듯했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염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작고 귀여운 샐러맨더가, 세상의 모든 악의와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거라고.”
여성의 신체가 가져야 할 태도와 모양새를 당사자가 아닌 가부장 남성이 결정하는 과정에는 대개 모멸적인 언어와 폭력이 동반한다. ‘화인’의 목에서 타투를 발견한 순간 아버지의 폭행은 극에 달하게 된다. 아버지의 일상적 폭력에 무뎌진 화인이지만, 아버지에게 맞고 밟히고 머리가 잘려나가는 가운데 공포는 분노로 옮겨가게 되고, ‘화인’의 모든 것이 훼손되는 듯한 순간, “제일 절박했던 순간에, 이러다 죽을 것 같았을 때”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만다. 던져진 세상에서 구원의 힘을 경험한 화인은 다시 일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일종의 선언이나 도전 같은 염료 자국이 손목에 남았다.”
- 삶을 바꿀 단 한 번의 충동
“시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몸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한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기미와 뾰루지와 모공 각화증이 있으며 투실하든지 깡말랐든지
하여간 평생 무대에 오르거나 경기장에 들어설 일 없는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몸에 새긴 문신을.”_ p. 45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 ‘시미’ 이야기를 구심점에 두고 펼쳐진다. 서른 살에 아들 하나를 두고 남편과 이혼한 후, 영업 전선에서 뛰어온 ‘시미’는 보통의 여성이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침해’와 ‘훼손’의 순간들을 무수히 견뎌온 사람이다. 시미와 비슷한 나이의 남성이 별다른 성과 없이 ‘상무’ 직급에 앉아 비대한 자의식으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과 비교할 때, ‘시미’의 세월은 그 반대의 방향을 향했다. 그러나 폭력적인 가정에서 도망쳐 자신의 삶을 살려고 애쓴 ‘시미’였지만 요즘처럼 무엇을 하더라도 SNS를 통해 자아를 노출하고 팽창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시대를 바라보면서, 스스로가 여러 모로 뒤처지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 시미에게 머리를 포니테일로 올려 묶은 이십대 여성 동료 ‘화인’의 목덜미에 꿈틀대는 샐러맨더 문신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과거 조직폭력배의 그것처럼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고 타인을 위협하는 도구였던 문신이, 지금은 오직 개인의 개성과 메시지를 표현하는 패션의 한 종류가 되었다는 것. 붉은 도롱뇽 문신이 전하는 생동과 충동은 거칠거칠하고 주름진 피부도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을지, 시미는 매혹과 두려움에 휩싸여 주의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과연 시미는 자신의 몸(피부)에 새길 자신만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실은 피부에 새겨진 건 자신의 심장에도 새겨지는 겁니다.”
- 세상의 모든 악의와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기도 같은 소설
“당신은 살아오면서 어떤 호의와……
얼마만 한 경멸과 때로는 악의를 만나왔기에,
자신을 지키는 부적을 온몸에 그릴 수밖에 없었을까요?”_ p. 136
한 회사의 옆자리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십대 화인과 곧 쉰 살이 되는 시미는 서로의 개인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상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설 때에만 느슨하나마 연대감을 느끼는 정도다. 어느 날 시미는 화인의 아파트에서 폭파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화인을 떠올리지만 늦은 시간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는 친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연락하기를 그만둔다. 그러나 다음 날 사무실로 찾아온 경찰들에 의해 사고가 바로 화인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후 화인의 병실을 찾은 시미는 사건 뒤에 숨은 비밀을 듣게 되고, 이후 기사로 알게 된 삼십대 여성 작곡가와 중소기업 대표의 운전기사 M 씨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연결시키며 서로 인연 없는 사람들의 사건을 꿰어나가기 시작한다. 일부 사람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고 공모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지루한 일상을 사는 시미는 공연히 가슴 뛰는 순간을 맞게 된다. 시미는 알지 못하는 이들 사이의 비밀 앞에서 사람들이 간절하게 바랐던 일들, “내 몸이 어제와는 달라지기를, 나를 둘러싼 외부 조건이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생각한다. 살면서 누구나 말 못할 고통과 불행을 맞닥뜨리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극복해내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를 해치는 주문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수호하는 작은 버팀목이 되어줄 기도를 새기는 일은 어떤 염원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사람을 살리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까. 상처와 흠집에 홀린 듯 자신의 몸에 그림을 새겨 넣으며 새로운 인생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 갈망이 가져다준 단 한 번의 환상 체험은 전염병이 돌고 사이비가 창궐하는 시대에도 자신을 지키고 긍정을 잃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소설이다.
본문 소개
“언제가 됐든 사라지니까요.”/ 그것은 아마도 육신에 관한 이야기. 필멸에 관한 이야기. 아무리 영원해 보이는 피부 위의 흔적이라도 죽음까지 봉인할 수는 없으니. (p. 44)
그보다 관심이라니. 요즘 기준 같아선 백세 시대의 꼭 중간까지 이르렀을 뿐이나, 자녀의 교육 및 성혼을 시작으로 영양제나 생존 운동 이상의 무언가에 또는 어딘가에 몰입하기에는 결코 최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나이의 사람에게. 관심이라는 말부터가 건강하고 의욕적인 미래의 아이들, 시미가 살아서 닿지 못할 날들에 존재하는 어린이들의 사전에나 등재되어 빛나는 낱말 같았다. (p. 47)
이런 식으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별자리처럼 연결되어서, 전원 빠짐없이는 아니더라도 일부 사람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고 공모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시미는 공연히 가슴이 술렁거렸다. (pp. 113~114)
화인이 이런저런 불합리한 일로 퇴사할 때마다 아비는 젊은 아이의 근성 부족을 탓했고, 지금까지 거둬서 먹이고 입히고 학업을 마치게 해준 데 대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대놓고 ‘먹은 걸 토해내라’고 했다면 그나마 깔끔하게 들렸을 텐데, 은혜를 갚으라는 말은 결국 동일한 의미라 해도 뉘앙스가 훨씬 역겨웠다고, 화인은 말했다. (pp. 123~124)
아이의 마음속에 시미가 들어섰던 적이 없음을, 아이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으며 그 간극을 돌이킬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세상의 어떤 당위나 도리나 윤리도 모성을 자연의 순리로 강제할 수 없었고 이미 완전한 타인들을 교착膠着시킬 수도 없었다. (p. 134)
그 모든 것을 상처라고 섣불리 범주화할 수는 없겠으나, 상처와 흠집에 매혹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 가운데 가장 오래된 불가해였다. (p. 145)
염려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 이 모습을 꼭 함께 목격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반대의 소망이 시미의 마음속에서 팽창할 무렵./ 부풀어 올랐던 별이 폭발하여 하늘에 산산이 흩어졌다. (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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