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기차의 꿈
도서정보 : 데니스 존슨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1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리터러리 허브 선정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Top 20’
“다 읽고 몇 주가 지나서도 끝나지 않는 꿈처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니퍼 이건(소설가)
오헨리상 수상(2003) 퓰리처상 최종 후보(2012)
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코맥 매카시와 플래너리 오코너에 비견되는 작가 데니스 존슨. 19살 때 시집을 출간하며 데뷔한 이후 67세에 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소설, 시, 희곡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그는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세계를 만들어간 변화무쌍한 스타일리스트”(NPR)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작가들의 작가들의 작가”로 꼽혀왔다. 존 업다이크는 데니스 존슨이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를 연상시키는 작가라 평했고, 조너선 프랜즌은 “내가 믿고 싶은 신은 데니스 존슨의 목소리와 유머 감각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존슨이 2002년 <파리 리뷰>에 처음 발표한 『기차의 꿈』은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살아간 철도 노동자이자 벌목꾼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생애를 그린 소설로, 시대의 격변과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멸되어버린 삶의 방식을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으로 써내려간다. 이 소설은 그해 <파리 리뷰>에 발표된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아가 칸 상을 받았고, 이듬해 오헨리상을 수상했다. 그후 2011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올해 가장 사랑받은 책, <에스콰이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그해 퓰리처상은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았다). 또한 2019년에는 리터러리 허브에서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Top 20’에 이름을 올리며 “21세기의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간결함 속에서 타오르는 서정성
한 단어 한 단어 새겨나간 생의 미스터리와 고독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1886년에 태어났다.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 혼자 기차를 타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아이다호까지 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가슴에 핀으로 붙인 채 기차를 타고 여러 날을 여행했던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고모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그는 십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철도 공사장에서 일을 하거나 여기저기서 장작 패는 일, 트럭에 짐 싣는 일 등을 잠깐씩 하며 이십대를 보냈다. 그러다 교회에서 아내 글래디스를 만나 모이 계곡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고 얼마 후 딸 케이트가 태어났다.
1920년 여름 로빈슨 협곡을 가로지르는 철교 공사와 벌목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모이 계곡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참혹한 현장을 목도한다. 아내와 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오두막이 있던 곳은 시커먼 폐허가 되었다. 결혼한 지 사 년도 되지 않아 아내와 딸을 잃은 그레이니어는 이후 불타버린 계곡에 다시 집을 짓고 때때로 아내의 환상을 보고 밤마다 계곡을 올라가는 희미한 기차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안정적인 고독”에 빠져들어 대자연과 인간의 삶에 가득한 끝없는 미스터리를 경험하며, 점점 현대화되어가는 세상을 겪어나간다. 바다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태평양에서 수십 마일 떨어진 서부까지 여행한 적이 있고, 전화기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읍내에 나올 때마다 텔레비전을 보았고, 기차와 자동차를 자주 탔고 비행기도 한 번 타봤다. 그리고 1968년 11월 어느 날 숲속 오두막에서 잠을 자다 숨을 거둔다.
가장 중요하지 않은 한 인간을 바라보는
가장 시적인 시선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고 누구도 특별히 기억하지 않았던, 역사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이다. 젊은 시절에도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그가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오두막에서 숨을 거둔 채 가을과 겨울 내내 누워 있어도 그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막노동꾼의 삶은 작가 데니스 존슨의 노련한 필력과 타고난 감각을 거쳐 분절되고 재구성된 뒤 아름답고 강렬한 문학으로 재탄생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리는 것만으로 작가는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 전환기의 혼란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로버트 그레이니어’라는 한 인간은 산업화와 상업화, 그 과정에서 상실되어버린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삼차원의 메타포가 된다. 지난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만으로 자기도 모르게 역사라는 큰 그림과 맞닿게 되는 개인을 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가장 개인적인 동시에 가장 역사적인 소설을 써내려간 것이다.
팔십 년이 넘는 한 인간의 생애는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시로 그려도 될 만한 이야기지만, 데니스 존슨은 그 삶을 압축하고 덜어내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짧은 소설로 만들어낸다. 한 단어 한 단어 공들여 선택해 꾹꾹 새겨나간 듯한 문장은 꾸밈없이 간결하고,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국 서부의 황무지와 장엄한 대자연은 작품 전체에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드리운다. 그레이니어 생애의 대부분은 생략되거나 간단한 문장으로 축약되는 한편, 벌목과 교각 건설, 자연에 대한 디테일은 빽빽하게 살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장 사이사이 끼어드는 환상적이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죽은 아내가 환영처럼 나타나 딸 케이트의 소식을 알려주고, 늑대 소녀를 만나고, 죽은 자의 저주를 생애 내내 곱씹는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소설에 독특한 강렬함을 불어넣는다. 자연과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미스터리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밝히지 않고 그대로 두는 데 이 소설의 진짜 힘이 존재하는 것이다.
짧은 분량과 간결한 문장 덕에 한자리에 앉아 『기차의 꿈』을 끝까지 다 읽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 읽고 몇 주가 지나서도 끝나지 않는 꿈처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는 제니퍼 이건의 말처럼, 이 소설을 뇌리에서 몰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조용하고 짧은 소설이 이렇게까지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소설에 대해 더 많이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 쓸쓸하고 덧없는 어떤 삶을 이토록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 데니스 존슨의 탁월함에 거듭 감탄하면서.
▶ 추천의 말
마크 트웨인과 포크너처럼 존슨은 미국의 삶의 가장 어둡고 거친 심원에서 새로움을 끌어낸다. 존슨 같은 작가는 유일무이하다. 필립 로스
헤밍웨이 이후 우리 시대 가장 시적인 단편 작가. 조지 손더스
데니스 존슨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명일 것이다. 돈 드릴로
내가 믿고 싶은 신은 데니스 존슨의 목소리와 유머 감각을 가졌다. 조너선 프랜즌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글을 쓰는 진정한 거장. 제이디 스미스
이 소설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한 인간의 삶? 저주와 늑대가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이야기? 대단히 인상적인 마지막 줄에 이르러서야 아주 넌지시, 이 소설은 그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20세기가 초래한 격변과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멸된 특정한 방식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짧은 소설에는 결론을 짓고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경향이 있기 마련인데 『기차의 꿈』은 그 모든 기대와 예측을 뛰어넘어, 나로서는 일종의 기이함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을, 미스터리를 선사했다. 오래도록 읽힐 강렬한 소설이다. 제니퍼 이건(소설가)
찬사받아 마땅한 훌륭한 소설. 새로운 형식과 전통을 솜씨 좋게 조화시켰고, 언어를 시종일관 아주 정교하게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데이비드 거터슨(소설가)
21세기의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 데니스 존슨은 기이하고 애수가 어린 문장으로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덧없이 흘러가는 듯한, 아름다움과 위험과 비탄이 깃든 세상을 그려낸다. 방대한 서사를 압축해낸 이 소설은 문명에 묶이지 않은 영혼이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겪고 홀로 극기하며 살아간 한 인간의 꿈같은 초상이다. 리터러리 허브
데니스 존슨은 분명 미국의 가장 훌륭한 소설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코맥 매카시와 플래너리 오코너에 비견되곤 하지만, 사실 이런 훌륭한 작품은 어떤 비교도 필요하지 않다. 물결치듯 서서히 흘러가는 강렬한 소설. 타임스
대서사시로 쓸 만한 이야기를 짧은 소설로 유려하게 압축했다. 황무지와 고립된 장소가 가진 고딕 감성과 미국의 설화에 자연과 인간이 행한 폭력이 더해져,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을 어두운 분위기를 작품에 불어넣는다. 라이브러리 저널
데니스 존슨은 역사적 사실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뒤섞어 한 사색적인 남자의 외로운 삶을 그리며, 자연의 끝없는 미스터리와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한 혼란을 함께 이야기한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엄함과 타오르는 서정성으로 마음을 울리는 소설. 북리스트
냉정한 리얼리즘 속에서 환영과 기적이 아름답게 출현한다. 평서문의 건조한 서술이 이어지다 갑자기 서정성이 불타오른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감각이 감탄스럽다. 뉴요커
이 짧은 대작을 다 읽으면 멍하고 조금 변화한 듯한 느낌이 든다. 단순함과 간결함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 뉴욕 타임스
데니스 존슨은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삶과 “안정적인 고독”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레이니어는 ‘북서부 산에 사는 거친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만한 평범한 남자이지만, 소설의 끝에 다다르면 독자는 이 주인공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어쩌면 처음 생각한 것보다 더 심오한 본성을 지닌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레이니어는 여든 살이 넘어서 1960년대까지” 살다 죽었지만, 한 단어 한 단어가 페이지에 아름답게 새겨진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그레이니어가 계속 존재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NPR
사라진 서부에 대한 송가. 로키 산맥과 자연의 장엄함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자연을 살아가는 작은 인간의 미스터리를 그린다. 이 얇은 책은 이 자체로 보석과도 같다. 만약 아직 데니스 존슨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존슨에 대한 완벽한 소개서가 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 책 속에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석양 무렵에 본 불탄 계곡의 모습을 평생 생생히 기억했다. 맨정신으로 그렇게 꿈같은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머리 위 하늘에서는 마지막 남은 햇빛이 파스텔색으로 눈부신 광경을 그려내고, 하얀 구름 몇 점이 높이 떠서 계곡 너머의 햇빛을 받고 있었다. 이랑 모양의 다른 구름들은 회색이나 분홍색을 띠었다. 가장 낮게 걸린 구름은 부사드와 퀸의 산꼭대기에 닿아 있었으며, 하늘의 이 장관 아래에 검은 계곡이 있었다. 완전히 적막한 모습으로. 기차가 그 계곡을 지나가며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죽어버린 이 세계를 깨우지 못했다. 47쪽
폐허가 된 지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심장에 고인 슬픔이 검게 변해서 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그곳에 실제로 뭉쳐 있던 덩어리에서 정신 나간 희망이 만들어낸 모든 생각이 불에 타 사라지는 것 같았다. 48쪽
그뒤로 그레이니어는 황혼녘에 늑대 소리가 들리면 자주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힘껏 늑대처럼 울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슴속에 쌓이곤 하는 묵직한 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늑대 합창단과 저녁에 이렇게 한바탕 공연을 하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났다. 58-59쪽
삼 년이 더 흐른 뒤 그는 옛날 집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은 두번째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이제는 밤에 잠도 잘 잤고, 꿈에 기차를 자주 보았다. 특히 자주 나오는 기차가 있었는데, 그는 석탄 연기 냄새를 맡으며 그 기차에 타고 있었다. 세상이 휙휙 지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그 세상 속에 서 있고, 기차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런 장면이 어렴풋이 친숙한 것을 보고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임을 알아차렸다. 때로 자다가 깨어보면 스포케인 국제철도의 기차 소리가 희미하게 계곡을 올라가는 것이 들렸다. 그가 꿈에서 들은 소리가 그것이었다. 79쪽
그토록 웅장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그의 삶을 채운 숲은 너무나 울창하고 높아서 세상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볼 수 없게 그의 시야를 대체로 가려버렸다. 하지만 여기서는 누구나 산을 하나씩 가질 수 있을 만큼 세상에 산이 많은 것 같았다. 그에게서 저주가 사라지고, 욕망이라는 전염병도 스르르 날아가 저기 먼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118쪽
구매가격 : 8,400 원
리틀 스트레인저
도서정보 : 세라 워터스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단언컨대 이 소설과 더불어
불면의 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_ 스티븐 킹
★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강력 추천 소설 ★
★ 2009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작 ★
역사 스릴러의 거장 세라 워터스가
새롭게 변주하는 고딕 호러의 섬세한 향연!
펴내는 작품마다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 세라 워터스의 다섯번째 작품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네번째 작품이다. 세라 워터스는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소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19세기 런던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어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을 구상해, ‘빅토리아시대 3부작’이라 불리는 『벨벳 애무하기』(1998) 『끌림』(1999) 『핑거스미스』(2002)를 차례로 펴냈으며, 이후 소설 속 무대를 20세기로 옮겨 『나이트 워치』(2006) 『리틀 스트레인저』(2009) 『페잉 게스트』(2014)를 발표했다. 매 작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은 물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탁월한 묘사까지 더해져, 읽는 즐거움과 함께 문학적 가치도 충분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맨 부커 상 후보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2003년에는 문예지 <그랜타>에서 선정한 ‘최고의 젊은 영국 작가들’에 뽑혔고, 같은 해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작가상’과 워터스톤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2차대전 직후 서서히 몰락하는 영국 귀족 가문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소재로 한 『리틀 스트레인저』 역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기이한 스토리에 예민한 사회 관찰과 날카로운 비판을 적절히 더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히 재현해냄으로써 세라 워터스의 역사 스릴러 거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힘입어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스티븐 킹이 ‘2009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레즈비언과 성性에 관한 농밀한 스토리와 묘사를 선보이며 ‘레즈비언 소설의 총아’로 불리는 세라 워터스가 『리틀 스트레인저』에서는 유일하게 레즈비언 이야기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세라 워터스의 작품 대부분이 영국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벨벳 애무하기』와 『핑거스미스』는 에딘버러 극장과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년 개봉 예정. 하정우, 김민희 주연)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삼았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이곳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린 이곳에 너무 고립되어 살았어요. 오늘밤에 뭔가 일이 벌어질 겁니다.”
영국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수백 년간 이곳을 지켜온 에어즈 가문은 두 차례의 전쟁 이후 서서히 몰락하며 안팎으로 붕괴가 진행중이다. 옛 영화를 간직한 구식 상류계급의 마지막 세대 에어즈 부인, 신체적.정신적으로 전쟁의 상흔이 깊이 남은 아들 로더릭, 영리하고 쾌활한 성격에 강인한 생활력으로 헌드레즈홀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딸 캐럴라인은 저택 안에 ‘고립’된 채 서서히 사회에서 잊혀가고, 저택 곳곳을 돌보고 살피던 하인들도 어느새 모두 떠나 새로 들어온 나이 어린 소녀 베티가 저택의 유일한 하녀이다.
2차대전 종전 이듬해 여름, 닥터 패러데이가 헌드레즈홀을 방문한다. 하녀 베티가 병이 나 주치의 닥터 그레이엄을 호출했으나 그에게 응급환자가 생겨 패러데이가 대신 오게 된 것. 패러데이는 과거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이후 삼십여 년 만에 다시 헌드레즈홀을 찾은 패러데이는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저택의 쇠락한 모습에 당황을 금치 못한다. 병이 났다던 하녀 또한 지나치게 크고 고요한 이 저택에서 왠지 모를 공포를 느껴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꾀병을 부린 것이었다. 이 왕진 이후 패러데이는 그레이엄 대신 에어즈 가문의 주치의를 맡게 되고, 로더릭의 다리 부상을 치료해주겠다고 자청해 매주 헌드레즈홀에 드나들기 시작한다.
한편 헌드레즈홀에 이웃한 랜들 가문의 대저택 스탠디시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랜들가가 영국을 떠난 후 몇 년 동안 비어 있다가 마침내 런던에서 온 건축가 부부에게 팔렸다. 주변의 귀족 가문이 하나둘 떠나 홀로 섬에 버려진 느낌이었던 에어즈 부인은 스탠디시에 새로운 주인이 생긴 데 기뻐하며, 그들을 헌드레즈홀로 초대해 조그만 모임을 열기로 한다. 헌드레즈홀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고 파티는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난데없이 파티장 한구석에서 새된 비명이 울리고 연회는 흥건한 핏물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헌드레즈홀의 순하디 순한 애견 지프가 일으킨 이 끔찍한 사고는 실상, 앞으로 헌드레즈홀에서 벌어지게 될 수많은 일들의 전조에 불과했는데……
지프의 사건으로 시작된 그것, 아마도 ‘꼬집음’이나 ‘속삭임’-문득 떠올랐는데, 베티가 바로 그렇게 표현했다-으로 시작된 그것이 서서히 힘을 축적해나갔다. 그리고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고, 불을 붙이고, 징두리널에 낙서를 했다. 이제는 발이 달려 종종걸음으로 달릴 수도 있다.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도 낼 수 있다. 그것은 자라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
다음에는 뭐가 될까? (본문 546쪽)
정체불명의 존재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기이한 사고 앞에서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독자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 기이한 일은 누구의 짓인가, 사람인가 유령인가. 이 ‘낯선 존재’는 누구인가.
섬세하게 조직된 서스펜스,
영국 사회의 계층 분화에 관한 정확한 묘사
『리틀 스트레인저』의 배경이 된 20세기 중반은 두 차례의 전쟁 이후 영국 사회의 가치관이 전체적으로 변한 시기이다. 노동자계급이었던 사람들은 더이상 귀족들의 집사나 하녀 노릇을 하길 원치 않았고, 귀족들 역시 자신들이 선조의 유산을 유지할 재정적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저택을 처분하거나 이사를 떠났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사회 변화와 ‘쇠락한 대저택’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기괴한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이 소설의 집필 배경에 대해 세라 워터스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전쟁 후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힘이 커진 노동자계급은 사회 변혁을 꿈꾸게 되었고, 상류계급은 자신들이 위협받고 공격당하고 있다고 여겼다. 나는 ‘공격당하고 있다’는 그들의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 초자연적인 현상을 떠올린 건 소설 구상을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서였는데, 상류계급이 느낀다던 ‘위협과 공격’을 귀신이 출몰하는 집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애프터 엘렌>과의 인터뷰)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리틀 스트레인저』는 섬세하게 조직된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공포소설인 동시에, 당시 영국 시대상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는 훌륭한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히스테리보다 더 괴상망측하네. 마치, 뭐랄까, 뭔가 달라붙어서 집안사람 전부의 생기를 천천히 빨아먹는 것 같아.”
“뭔가 있긴 하지.” 그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 이름은 바로 노동당 정부고. 에어즈가 사람들의 문제는-그런 생각 안 드나?-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할 생각이 아예 없다는 거야. 오해는 말게. 나도 그 사람들 심정에 상당히 공감하니까.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들처럼 오래된 잉글랜드 가문에 남은 게 뭐겠는가? 계급적인 면에서는 운이 다했지. 정신적인 면에서는 아마 전혀 바뀌지 않고 그저 살던 대로 살걸.” (본문 539쪽)
영국 몰락 귀족의 일상,
드러난 평온과 감춰진 혼돈의 모든 것
어머니는 이 집이 우리의 약점을 다 꿰고서 하나씩 시험해보는 거라고 하셨죠. 로디의 약점은 알다시피 이 집 그 자체였어요. 내 약점은…… 그래요, 아마 내 약점은 지프였겠죠. 그런데 어머니의 약점은 수전이에요. (본문 504쪽)
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마치 에어즈 가문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안고 있는 ‘약점’을 노려 공격하는 듯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헌드레즈홀 사람들은 점점 공포에 빠져든다. 그리고 각각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건이 겨냥한 당사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관찰자(1인칭 화자 닥터 패러데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모습, 특히 영국 몰락 귀족의 일상, 그 면면에 드러난 평온과 감춰진 혼돈, 전쟁이 남긴 상흔 등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뜨거운 물 한 컵을 가지러 부엌까지 터벅터벅 직접 내려가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종을 울려 하인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어머니의 기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요. 그런 종류의 일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전쟁 때까지만 해도 알다시피 헌드레즈에는 하인이 많았잖아요.” (본문 75쪽)
영지가 산산조각 팔려나가고, 이렇다 할 만한 수입원이 없어 극도의 긴축 재정에 돌입하는 와중에도 에어즈 부인은 하녀를 부리며 자신의 삶이 더 안락했던 시대를 놓아버리지 못하고, 젊고 건강한 청년이었던 로더릭은 참전 당시 입은 사고로 얻은 흉터와 망가진 다리, 그리고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동료를 향한 죄책감 때문에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거기에 더해 젊은 나이에 대저택 경영이라는 커다란 짐까지 홀로 떠안은 부담감이 로더릭을 더욱더 옥죈다. 당시 영국 사회에는 이들 가문 같은 처지에 있는 귀족의 후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워터스는 이들을 통해서 급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지 못하고 ‘은둔’을 선택한 채 조용히 사라지는 ‘구시대’ 상류계급의 모습, 전쟁이 남긴 상흔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인물, 변해버린 시대에 모든 것을 잃고 좌절하는 이들의 고통 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예전의 합리적인 관점을 고수하면서 헌드레즈가 사실상 역사의 흐름에 패배한 것이라고, 급변하는 세상에 발맞추는 데 실패해 쇠망한 것이라고 단호히 주장했다. (……) 영국을 한번 둘러보라고 그는 말한다. 유서 깊은 상류층 집안이 십중팔구 똑같은 식으로 사라지고 있다. (본문 704쪽)
“사실 로더릭이 부상 때문에 험악해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토록 젊고 건강한 청년이 저렇게 됐으니까요. 제가 로드 나이 무렵에 그와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분노했을 겁니다. 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순식간에 다 잃었으니까요. 건강, 외모. 어떻게 보면 자유를 잃었다고도 할 수 있죠.”
부인은 확신이 서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험악해진 정도가 아니에요. 전쟁 때문에 사람이 백팔십도 변한 것처럼 애가 아주 이상해졌어. 로더릭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모조리 증오하는 것 같아요. 아, 그애 같은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평화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그애들에게 요구했던 온갖 끔찍한 일들을 생각하면!” (본문 176쪽)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게. 자네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지주가 영국에 백 명은 될 테니까. 다들 자네가 오늘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걸.”
“천 명은 될걸요.” 그는 무기력하게 대꾸했다. “학교 동창이든 공군 동기든 다 그래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쩌다 만나 얘기를 들으면 레퍼토리가 만날 똑같아. 대부분 진즉에 재산을 다 말아먹었지. 몇몇은 일자리를 얻어야 할 판이고, 부모는 전전긍긍하며 살고…… 오늘 아침에 신문을 펼쳤더니 주교가 ‘독일인의 수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더군요. 어째서 다들 ‘영국 남자의 수치’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거지?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영국 남자들, 전쟁이 끝난 뒤 재산과 수입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두 눈 멀거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영국 남자들에 관해 말입니다. 그래도 밥같이 지저분하고 약삭빠른 장사꾼은 잘만 살죠. 땅도 없고 가문도 없고 지역민 눈치볼 필요도 없는 사람들, 그 망할 베이커하이드 같은 놈들은……” (본문 225~226쪽)
한편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가는 가세에도 귀족적 삶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나 끝내 저택을 지키려 아등바등하는 남동생 로더릭과 달리 캐럴라인은 헌드레즈홀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캐럴라인은 일찍이 헌드레즈홀을 떠나 여성해군단에 복무하면서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부상당한 로더릭을 돌보기 위해 저택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닥터 패러데이와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캐럴라인은 영국을 떠날 계획까지 세웠으나 저택은 그녀를 호락호락 놓아줄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캐럴라인처럼 영리하고 건강하고, 좋은 집안에서 교육받은 인물조차도 당시 영국의 수많은 몰락 귀족들이 그러했듯이 “논리조차 압도해버리는 불가항력의 운명”(본문 679쪽)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니까, 영국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요. 이곳에는 지금 자신을 위한 장소가 아무 데도 없다고.”
젠트리 출신의 방청객 한두 명이 이 말에 정색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 692~693쪽)
“『리틀 스트레인저』는 충돌과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작품이 ‘매끈하게’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세라 워터스)
저택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과 그 공포의 이면에 깔린 어두운 심리가 독자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동안,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은 에어즈 가문을 곁에서 지켜보는 1인칭 화자 닥터 패러데이다. 패러데이는 과거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로, 이제는 의사가 되어 중상류계급으로 올라선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에어즈 가문의 주치의뿐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로까지 관계를 맺으며 긴밀하게 왕래하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두 계급 사이의 생래적인 거리, 대화중에 시시로 드러나는 이들의 귀족 의식에 불편함을 느낀다. 두 계급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갈등은 소설의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더하고, 이 긴장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이 1인칭 화자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과 불안이다.
그들을 연민과 질시가 뒤섞인 감정으로 지켜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1인칭 화자인 나, 닥터 패러데이는 노동자계급에서 중상류계급으로 성공적으로 올라선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는 헌드레즈홀에서 유모로 일했으니 어찌 보면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경제적으로 슬며시 역전된 셈이다. 작가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계급적 앙금과 미묘한 심리적 낙차를 섬세하게 잡아내어 시대 분위기를 꼼꼼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구성 면에서는 화자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데 솜씨 좋게 써먹는다. (‘옮긴이의 말’에서)
세라 워터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리틀 스트레인저』는 충돌과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작품이 ‘매끈하게’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소설은 ‘매끈하게’ 읽고 덮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일단, 앞에서도 밝혔듯이 1인칭 화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도 좋을 것인지, 그 신뢰성이 어느 순간 무너지기 때문이다. 화자를 향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이야기가 흔들린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까지 이 ‘낯선 존재’를 명확히 밝혀주지 않는다. 독자는 소설 속 인물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선을 빌려 ‘그것’의 정체를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소설 속에서 ‘그것’을 가리켜 보이는 화살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더릭에게 그것은 모종의 ‘감염’이고, 에어즈 부인에게 그것은 어려서 세상을 떠난 딸 수전의 환영이며, 캐럴라인에게 그것은 캐럴라인이 마지막에 외치는 “당신”이다. 반면 제3자의 입장인 닥터 실리에게 그것은 영국 귀족계급을 뿌리째 흔든 ‘노동당 정부’이자 세월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에어즈 가문 자체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많은 평자가 『리틀 스트레인저』를 논하며 1인칭 화자가 범인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나 마지막까지 어느 것도 속 시원히 밝혀주지 않는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함께 거론했으며, 어느 리뷰어는 “다 읽고 나서 안전하게 결론을 낸 후 깔끔하게 보따리를 싸서 책장에 집어넣을 수가 없는 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헌드레즈홀을 닮았다.“안과 밖의 분위기가 이렇게 확연히 다른 것은 이 저택이 부리는 기묘한 마술 가운데 하나”(본문 123쪽)이고, 읽을 때마다 그 ‘낯선 존재’의 정체가 확연히 다르게 읽히는, 도저히 독자를 안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이 책이 부리는 기묘한 마술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구매가격 : 11,800 원
나이트 워치
도서정보 : 세라 워터스 / 문학동네 / 2020년 03월 3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흠 하나 찾을 수 없는, 아름답고 정교한 작품. _워싱턴 포스트
진실하고 사랑스럽다. 이 작품을 거듭 읽고 싶어지는 데에는 어떤 마법도 필요하지 않다. _옵서버
시대적 디테일을 압도하는 보편적이고 격정적인 휴먼 스토리. _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최고의 작가가 완벽한 기술로 빚어낸 풍성하고 다층적인 작품. _이브닝 스탠더드
『핑거스미스』 이후 4년, ‘세라 워터스 코드’의 변화와 확장
“다른 시대로 옮겨갔을 때, 내 글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영미 문학계를 대표하는 역사 스릴러의 거장 세라 워터스는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소설’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중, 19세기 런던의 생활상에 관심을 가져 빅토리아시대(1837~1901)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역사 스릴러’ & ‘레즈비언 스토리’를 양대 코드로 삼아 『벨벳 애무하기』 『끌림』 『핑거스미스』로 이어지는 ‘빅토리아시대 3부작’을 완성시켰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한 동시에 『벨벳 애무하기』로 베티 트래스크 상, 『끌림』으로 서머싯 몸 상, 『핑거스미스』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호명되고, 3부작 전체가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핑거스미스』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영화 <아가씨>(2016)의 원작으로 삼으며 국내외 문화계와 대중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기도 했다.
『나이트 워치』는 『핑거스미스』 이후 작품 배경이 한정적이라는 고민 끝에 1940년대로 무대를 옮겨 ‘세라 워터스 코드’의 변모를 알리는 첫 신호탄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제2차세계대전의 상흔으로 어지러운 194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젊은이 6인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작품은 세라 워터스 최초의 ‘3인칭 시점’ 소설이자 ‘역사 스릴러’ & ‘레즈비언 스토리’라는 양대 코드를 전쟁 배경으로 가져와 한층 보편적 영토로 확장시킨 시도이기도 하다. 워터스는 이 작품으로 맨부커상과 오렌지상 최종 후보(2006)에 오르고 람다 문학상(2007)을 받았으며, TV 드라마화까지 성사시켜 성공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작품의 등장인물명에 이름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는 ‘이름 경매’를 통해 고문피해자 지원 기금을 마련하는 ‘이모탤러티 옥션’에서 당시 『나이트 워치』가 최고액을 받아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워터스는 ‘빅토리아시대 3부작’ 이후 『나이트 워치』를 시작으로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리틀 스트레인저』 『게스트』를 발표하고, 『핑거스미스』를 포함해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세 차례 연달아 호명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일궈냈다. 이번 『나이트 워치』의 출간과 함께 현재 국내에서는 세라 워터스의 전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상실의 폐허 속 생의 몸짓을 피워내는 런더너 6인의 드라마
1947~1941 전쟁의 시대, 도시 런던에서 부유하는 정체성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질문들
『나이트 워치』는 총 3부 구성이며, 연도 역순으로 배치된 각 부의 제목인 ‘1947’ ‘1944’ ‘1941’이 핵심 키워드 역할을 한다. 이 연도들은 워터스가 19세기와 선을 긋고 작품의 무대를 이동했다는 선언이자,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상실과 좌절의 시대를 이야기하겠다는 예고이기도 하다.
전시에 야간구급대원으로 활약하며 수많은 부상자를 구해냈지만 종전 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케이, 전쟁 피해 복구를 돕는 시청 부서에서 일하다 점점 피해자들에 대한 무심함을 느끼며 결혼정보업체로 이직한 헬렌, 전시에 피해 주택을 조사하며 작품을 써온 추리소설가 줄리아, 전쟁중 연인에게 받은 상처와 어리고 미숙했던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제는 안녕을 고할 기로에 선 비브, 병역거부자로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다 석방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덩컨과 프레이저. 전쟁이 한창인 1941년부터 종전 후인 1947년까지를 배경으로 이들 6인의 젊은 런더너들은 참혹한 전쟁 트라우마와 성역할·병역거부 같은 시대적 고민을 안고서 사회적 계급과 처지, 성정체성과 가치관 등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대로 표류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실의 폐허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을 직시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며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작품은 그 치열한 생의 몸짓들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욕망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한편 작품은 1947년부터 1941년까지 역순 구성으로 전개되며, 케이-헬렌-줄리아 레즈비언 연인들의 관계와 비브-덩컨-프레이저 사이의 애정과 긴장어린 관계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교차하는 인연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즉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며 인물들을 둘러싼 복잡한 감정과 사건이 한 겹씩 들추어지며,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이 인물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었나’를 고민하고 추리하게 되면서 미래로의 진행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또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서 출발한 퍼즐 맞추기가 완성되는 그 끝에는 가슴 먹먹한 감동의 한 조각이 마련되어 있다.
전쟁 속 비통함보다 그 끔찍함과 무력함에 압도당하는 인간의 내면
“그 꼬마애의 몸통을 들어올리던 게 기억나…… 대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워터스는 작품 배경을 19세기에서 20세기로 옮기며 1940년대 전시 런던의 생활상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했다. 거기에 그의 특기인 궁극의 묘사능력이 전쟁중인 무대를 만나 더욱 진한 생생함과 선득함을 발휘하게 되었다. 전시의 피폐한 도시, 공습중의 소음과 냄새,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내면이 자세하게 그려지고 촘촘하게 연결되며, 그러기에 인물들이 발산하는 사랑과 욕망과 증오와 후회의 몸짓들이 더욱 아름답고 선명하게 각인된다.
기사도 정신을 지닌 레즈비언 케이는 전쟁중에 큰 활력을 발산하며 많은 부상자들을 구해내고 자신의 연인에게도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느끼지만, 오히려 전후에는 당시 부상자들의 참상에 사로잡혀 방황하게 된다. 헬렌과 줄리아는 폭탄이 퍼붓는 공습중에도 대피소로 가 웅크려 떠는 대신 집에 머물거나 런던 시내를 다니며 자유롭기를 더 원한다. 비브는 전쟁통에 변화한 관계들로 실망하고 인내해야 했으며, 덩컨과 프레이저는 전쟁의 시대가 망가뜨린 청춘들의 삶과 그 앞에서 무력한 자신들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피해를 낳은 제2차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터스는 예의 양대 코드를 전면에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전쟁이 초래하는 잔혹함과 무력함, 인간 보편의 욕망과 사랑의 모습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빚어내 확장성과 완성도를 획득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구매가격 : 11,800 원
1Q84 세트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31,900 원
1Q84 1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금, 일본은 『상실의 시대』 이후, 또다시 ‘무라카미 현상’으로 온통 떠들썩하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며,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신작 장편소설 『1Q84』는 출간되기 전 예약 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당일인 5월 29일 하루에만 68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발매 1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발매 두 달이 채 안 된 7월 말까지 모두 223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Q84』를 펴낸 신초샤新潮社는 출간하자마자 책이 매진되어 품절사태가 빚어지자, “이는 이례적인 속도다. 전국적으로 품절상태라 6월 11일 이후에나 책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초샤는 초판으로 1권을 20만 부, 2권을 18만 부 인쇄했으나, 아마존 저팬에서 예약판매분이 모조리 팔려버리는 등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라, 출간하기도 전인 5월 22일에 각각 5만 부를 추가 인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 후 보름 남짓은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절→재입고’ 안내가 번갈아 공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점에서 품귀현상을 빚으며 일본 독자들이 줄을 서서 구했던 『1Q84』 1,2권은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올랐고, 현재도 일본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의 문학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2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소설이 불러온 인기는 관련서적과 음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소니뮤직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소설 속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발매 후 9년 동안 2천 장이 팔렸는데, 『1Q84』가 출간된 뒤 일주일 만에 주문이 9천 장까지 쇄도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 섬』은 1950년대에 출간된 이후 절판되었다가, 갑자기 주문이 밀려드는 바람에 1950년대에 출간된 판본을 수정하지 않고 바로 중쇄를 찍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하루키 특집’을 게재한 『군상』과 『문학계』2009년 8월호가 문예지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전권 매진되었고, ‘『1Q84』 읽기’ 및 하루키와 관련된 내용을 수록한 서적이 5종 이상 출간되었으며, 판매 호조에 힘입어 그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하루키는 이 독특한 작품을 쓰면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음악의 구약성서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12음계 모두를 균등하게 사용한 48곡을 1권과 2권에 절반씩 배치하고 있다. 모두 합쳐 48곡. 이는 1권 24장, 2권 2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과도 완벽히 일치한다. 지극히 정교하고 수학적인 사이클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한 바흐의 음악처럼 소설은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늘 그랬듯, 이번 작품에도 음악이 흐른다. 소설의 서두에 등장했으며, 원래 스포츠제전의 팡파르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스포츠클럽 강사인 아오마메의 테마곡이다. 1984년의 동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과 아오마메에게 살인을 지시하는 우아한 노부인의 비통함을 상징하는 존 다울런드의 바로크 음악 <라크리메>, 그리고 가짜의 세계를 진짜로 만드는 사랑의 힘을 노래한 <이츠 온리 어 페이퍼 문>과 같은 음악들이 곳곳에 흘러넘친다. 또한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임스 프레이저, 피츠제럴드, 안톤 체호프의 작품 등,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통해 소설 여기저기에 섬세한 암시와 장치들을 숨겨두었다. 한 일본 아마존 독자는 “그의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나과 교집합을 이루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루키가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Q84』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인 동시에, ‘1Q84’를 헤쳐나가며 겪게 되는 환상소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어제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구석구석 말하고 있는 작가의 진지한 목소리다. 그가 이루어낸 ‘종합소설’의 새로운 경지가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예루살렘상 수상 기념 연설문(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소설가로서, 즉 거짓말을 꾸며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물론 소설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정치가도 거짓말을 합니다. 자동차 세일즈맨, 푸줏간 주인, 목수처럼 외교관이나 군 간부도 각자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나 소설가의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과는 다릅니다. 그는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 비판받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거짓이 크면 클수록, 거짓말이 능숙하면 할수록, 독자들이나 비평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것, 즉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소설가는 진실을 들추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진실의 본디 모습을 파악하여 그것을 그 모습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진실이 숨어 있는 장소로부터 그것을 꾀어내어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옮긴 다음,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치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해내려면, 진실이 우리들 사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는 좋은 거짓말을 꾸며 내는 데 필수적인 자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가능한 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날은 일 년에 불과 며칠뿐인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습니다.
진실을 말씀드리죠. 일본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제게 예루살렘상 수상식에 가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다면, 제 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가자 지구에서의 격렬한 전투 때문입니다. UN의 보고에 의하면, 봉쇄된 가자 시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는데, 그들 대부분이 비무장 시민들, 즉 어린이와 노인이었다고 합니다.
수상 통지를 받은 후, 저는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습니다. 이런 시기에 예루살렘에 가서 문학상을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행위일까, 수상식에 참석함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는 양 진영 중 어느 한 편만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아닐까, 압도적인 군사력을 행사한 국가의 정책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저는 물론, 그런 인상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전쟁을 반대하고, 어떤 국가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의 책이 불매운동을 당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중히 생각한 결과, 결국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판단의 이유 중 하나는, 실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가지 말라고 충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많은 소설가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정반대로 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면 안 된다” “그런 일은 하지 마라”는 얘기를 들으면, 특히나 그에 대해 “경고”를 받으면, 그곳에 가고 싶어지고, 그 일을 해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소설가로서 저의 기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가들은 특별한 인종입니다. 우리 소설가들은 제 눈으로 본 것과 제 손으로 만져본 것 외에는 쉽게 믿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저는 이곳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있기보다는, 이곳에 오는 걸 선택했습니다. 외면하기보다는, 제 눈으로 직접 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보다, 말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제 아주 개인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걸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소설을 쓸 때 언제나 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입니다. 종이에 써서 벽에 붙여야겠다고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런 것입니다.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 깨지는 계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계란의 편에 서겠다.”
그렇습니다. 그 벽이 아무리 정당하고, 계란이 정당하지 않다고 해도, 저는 계란의 편에 설 것입니다. 누가 정당하고 정당하지 않은가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줄 것입니다. 아마도 시간과 역사라는 것이. 하지만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벽 쪽에 서서 작품을 쓰는 소설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작품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 은유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경우에 대입해보자면, 무척이나 단순하고 명백할 겁니다. 예를 들어 폭탄, 전차, 로켓탄, 백린탄은 높은 벽입니다. 이들에 의해 짓밟히고 불태워지고 총격당하는 비무장 시민들은 계란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여기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주십시오. 우리들은 모두, 많든 적든 간에, 계란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각자, 부숴지기 쉬운 껍질 속에 개성적이고 둘도 없이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높고 견고한 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벽의 이름은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은 때로 우리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가 증식하여 우리를 죽이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냉혹하고도 효과적으로, 조직적으로 살해하게 만듭니다.
제 부친은 작년에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교사였고, 가끔은 승려이기도 했습니다. 교토의 대학원생이었을 때 징병된 그분은 중국의 전장에 보내졌습니다. 전쟁 후에 태어난 저는, 매일 아침 식사 전에 아버지가 길고도 깊은 내용을 담은 불경을 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아버지에게 왜 그러시는지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전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적이든 아군이든 구별하지 않고, ‘모든’ 전사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불단 앞에 정좌하고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버지의 주변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저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 기억들도 모두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주변에 잠재해 있던 죽음은 아직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버지에게 얻은 몇 안 되지만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국적과 인종과 종교를 넘어서서 우리는 하나의 인간이며, 개개의 존재입니다. ‘시스템’이라는 견고한 벽에 직면한 깨지기 쉬운 계란입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이길 가망은 없습니다. 벽은 높고 견고하며 차갑습니다. 만일 승리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우리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독자성과 둘도 없는 소중함을, 더 나아가 서로의 영혼을 만남으로써 얻는 따뜻한 온기를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이 점을 생각해주십시오. 우리들은 모두 실재하는, 살아 있는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먹이로 삼는 걸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자가 증식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작가와의 대화
작가생활 30년에 거쳐 발표한 장편 『1Q84』는 현실에서 조금 비껴난 듯한 세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발상이 이루어졌고, 어떤 테마가 녹아 있는가.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를 토대로, 가까운 과거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옴 진리교 사건이다. 나는 지하철 사린 가스중독사건의 피해자 60명 이상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언더그라운드』로 정리했고, 뒤이어 옴 진리교 신자 8명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약속된 장소에서』(국내 미출간)를 써냈다. 그후에도 동경지방재판소, 동경고등재판소에 방청하러 다녔다.
사건에 대한 분노는 식지 않았지만, 지하철 사린 사건에서 가장 많은 8명을 죽이고 도망쳤다가 잡힌 사형수 하야시 야쓰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별것 아닌 이유로 옴 진리교에 들어가, 세뇌를 당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일본의 형량, 유족의 분노와 슬픔을 고려하면 사형이 타당하리라는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판결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범죄형 인격도 아닌 극히 보통사람인 그가 이런저런 흐름에 뒤엉켜 무거운 죄를 저지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사형수가 된 것이다. 달의 뒷면에 혼자 남겨진 듯한 그런 공포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그 상황의 의미를 몇 년이나 계속 생각했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됐다.
완성된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상함과 무서움을 깊이 되새기게 되었다. 선악이란 무엇일까? 사람을 재판한다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배심원제도가 시작되어 다들 모두가 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인데. (*일본에서는 얼마 전부터 일반인 배심원제가 시행되고 있다.)
옴 진리교 사건은 현대사회에서 ‘윤리’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크나큰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옴 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두 가지 시점에서 현대의 상황을 재조명하는 일이었다. 이제, 절대적으로 옳은 의견이 무엇이며 행동은 무엇이라고 단면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시기가 온 것이다.
죄를 지은 인간과 죄를 짓지 않은 인간을 구분하는 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얇다. 가설 안에 현실이 있고, 현실 안에 가설이 있다. 체제 안에 반체제가 있고, 반체제 안에 체제가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시스템 전체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이름을 짓고, 한 사람씩 정성들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중에 누가 나 자신이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인물들이 모두 상처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매력적이다. 달이 두 개 떠 있고, 초현실적인 ‘리틀 피플’이나 ´공기 번데기’가 돌연 나타나도, 영화나 게임의 CG영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는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가 정말로 현실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심리에 나타나는 고전적 현상이 아닐까 한다. 9.11테러로 인해 쌍둥이 빌딩이 마치 조작한 영상 같은 모습으로 소멸했다. 그토록 어이없이 무너지는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동안, 사소한 어떤 흐름 때문에, 자신이 그 건물이 원래 없는 기묘한 세계에 들어와 있는 거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조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고, 이라크 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그런 별도의 세계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일본인은 1995년에 연이어 발생한 한신대지진과 옴 진리교 사건으로 인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먼저 경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상실의 시대』를 제외한 내 소설들이, 소위 말하는 리얼리즘 소설은 아니지만, 새로운 리얼리즘으로서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9.11 이후로는 특히나.
그런 동시에 나는 발자크처럼 세속 그 자체를 그린 소설을 좋아해서, 한 시대의 세상 전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나름대로의 ´종합소설´을 쓰고 싶었다. 순문학이라는 장르를 넘어,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많은 서랍을 확보하여, 지금 존재하는 시대의 공기 속에서 인간의 생명을 담아 넣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Q84』에는 학생운동에서 파생한 집단이 정치적 그룹과 자급자족적 코뮌으로 분열되고, 후자는 사이비종교 교단으로 변한다. 배경에는 현대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이 떠오른다.
우리 시대가 1960년대 후반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르크시즘이라는 대항가치가 결국 생명력을 잃은 시점에서 우리 세대는 새로운 무언가를 일으켜야만 했다. 무엇이 마르크시즘을 대체할 좌표로서 유효한가. 이를 모색하는 중에 사이비종교나 뉴에이지적인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리틀 피플’도 그러한 결과물들 중 하나다.
야마나시 숲속에서 후카에리가 본 ´리틀 피플´이란 무엇인가? 독자에게 건넨 최대의 수수께끼인 듯한데.
신화적인 아이콘(상징)으로 옛날부터 존재해왔으나, 언어화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신화라는 건 역사, 또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기억에 새겨져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인플루엔자처럼 특수한 상황하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저 우리 자신 안의 있는 무언가인지도 모른다.
이는 원리주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세계가 카오스화할 때, 단순한 원리주의는 확실히 힘을 얻는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머리로 사물을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개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존재해온 언어를 빌려와서는 자신이 그걸 생각했다고 믿게 된다. 그렇게 단순화된 만큼, 원리주의에 엮이기 쉽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과자 같다. 바로 에너지화되지만 몸에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이 시대는 스스로의 힘으로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이 어려운 시대다.
시장주의, 세계화와 함께 정보화가 진행됐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부여된 정보에 조작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
확실히 세계는 1984년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워드프로세서는 있어도 컴퓨터는 없었기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서관에 찾아보러 갔었다. 휴대전화도 없어서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고, 33회전의 레코드가 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블로그로 의견을 밝히고, 익명의 악의가 금세 인터넷상에 모여든다. 지식이나 의견은 간단히 복사되어 여기저기 사용된다. 속도와 알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올해 2월, 예루살렘상을 수상했을 때, 인터넷상에서 반발이 일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대개 내가 상을 받을지 거부할지라는 흑백의 이원론일 뿐, 현지에 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발을 들여놓고 논의한 것은 거의 없었다.
수상 연설 ‘벽과 계란’에서 ‘개인 영혼의 존엄을 드높여, 그곳에 빛을 비추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발언했다.
작가의 역할이란, 원리주의나 어떤 종류의 신화성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남는다. 좋은 이야기는 적당히 마음의 어느 공간 안에 정착하게 되면 남는다. 예를 들어 ‘벽과 알’처럼 말로 한 이야기는 아무리 감동적이라 해도, 언젠가 소비되어 힘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 남은 이야기는 몽땅 마음에 남는다. 즉효성은 없지만, 시간을 견디고, 시간과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의견’이 넘쳐나는 시대기 때문에 더욱더 ‘이야기’는 더욱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테제나 메시지와 같은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정신의 영역을 알기 쉽게 언어화해서 마음에 담는 것이라고 한다면, 소설가는 표현하기 힘든 것의 표면을 언어로 확실히 단단하게 잡아서 작품으로 만들고, 온전히 읽는 사람에게 건넨다. 그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책을 읽던 독자가 작품 안에서 소설가가 언어로 감싸고 있는 진실을 발견해준다면, 이처럼 기쁜 일은 없다. 중요한 것은 팔리는 부수가 아니다. 건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클럽에 근무하는 독신여성 아오마메와 소설가 지망생인 입시학원 강사 덴고.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1.2권 각각 24장씩 교대로 진행된다. 또한, 이야기 전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처럼 지극히 독창적이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형식에 따라, 장조와 단조,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를 교대로 쓰자고 정했다. 그전에 우선 이름이 필요했는데, 언젠가 ‘아오마메라는 이름 괜찮네’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술집 메뉴에 있었던 ‘푸른콩 두부’(아오마메는 한자로 ?豆로 ‘푸른 콩’이라는 뜻)에서 연상했다. 덴고라는 이름도 동시에 번쩍 떠올라서, ‘아, 이걸로 벌써 소설이 다 됐네’라고 생각했다. 2년간 써내려가면서도 완성에 대한 확신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10살에 만나 뿔뿔이 헤어진 30세의 남녀가 서로를 깊이 바라는 이야기로 만들자,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가능한 길게 복잡하게 써보자. 2006년 가을, 하와이에 머물면서 쓰기 시작했던 그 시점에 머릿속에 있었던 건 그것뿐이었다. 내 경우엔 줄거리를 먼저 생각하면 잘 써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라는 작은 포인트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다음은 흐름에 맡긴다. 줄거리가 정해진 이야기를 2년이나 쓰고 싶지는 않다.
장편소설로서는 처음으로 (전격) 3인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나’의 시점에 가까워서, 하루키 작품 특유의 친밀함은 유지된다. 등장인물들은 상처받기 쉽고, 아름답다. 30년간 계속 써온 이런 글을 통해 하루키의 소설은 청춘의 문학이라고 재인식하게 되었다.
작가는 보통 나이를 먹으면 동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쓴다. 독자도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나는 현재를 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더 흥미가 있다. 지금의 20대와 교류하고 있지도 않고, 휴대전화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쓴다는 건 그런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30살 즈음에는 30살의 내 이야기밖에 쓸 수 없었지만,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15살의 소년을, 『어둠의 저편』에서는 19살의 여자아이를 나 자신인 것처럼 쓸 수 있었다. 이번에는 10살인 아오마메의 기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더욱 파고들어 써보고 싶었다.
오랜 기간 매일 글을 쓰다보면, 작중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되어서, ‘그렇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몇 번이나 고쳐 써서 모양새를 조정해나간다. 묘사하는 말 하나, 한 행의 문장교체로 인해 인물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덴고를 매료하는 두 여자 후카에리와 아오마메는 성적(性的)으로 대담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이야기는 현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1973년의 핀볼』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폭력과 성’은 작품을 쓸 때 중요한 문제가 되어왔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사람의 영혼 깊숙이 들어가는 것으로서, 일종의 ‘중요한 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처럼 사람 피부를 벗겨내거나 『해변의 카프카』에서처럼 고양이 목을 치거나 하는 잔혹한 묘사는 이번에는 없지만, 성적인 장면은 꽤 나온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위해서 필요하다.
2권은 ‘9월’로 마무리된다. 속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글쎄. 이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천천히 생각해서 나아가고 싶다.
1000페이지나 되는 장편은 강인한 문체가 없이 성립할 수 없다. 당신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문장을 ‘치밀한 가설과 디테일의 주의 깊은 집적’이라 평했는데, 『1Q84』의 문장도 정말로 그렇다.
7년 전 『해변의 카프카』이후, 고전을 새롭게 번역하는 일을 차례차례 해왔다. 챈들러의 『기나긴 안녕』,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나 『위대한 개츠비』… 다들 너무나 뛰어난 문장이다. 그것을 어떻게 일본어로 옮길 것인가. 번역가로서의 책무를 짊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달려들어, 어쨌든 뛰어넘었다. 그 대신, 동시대의 미국 소설부터 멀어진 셈이다. 밖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상실의 시대』를 통해 리얼리즘 소설에 한번 도전했는데, 그걸로 맘이 편해졌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철저하게 다른 이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만들어낸 것도 그렇고, 『시드니』에서 매일매일 올림픽을 보며 30~40장씩 글을 썼던 것도 좋은 수업이 됐다. 쓰고 싶은데 기술적으로 쓸 수 없는 것들은 꽤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비주얼한 매체가 대세가 된 현재,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표현을 개척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더욱 어렵지 않은가?
한 편 한 편의 작품마다 나 나름대로 새로운 언어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삼인칭으로 쓴 것도, 이 긴 소설에서 새로운 표현방식을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넓어졌다고 느껴졌다. 기뻤다.
언어라는 건, 누가 읽어도 논리적으로 소통 가능한 ‘객관적 언어’와, 언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사적 언어’에 의해 성립된다고 비트겐슈타인은 정의했다. 사적 언어의 영역에 양 발을 두고, 그곳에서 메시지를 끄집어내,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게 소설가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적 언어를 객관적 언어와 잘 교류시키면, 소설 언어가 더욱 힘을 가지게 되고, 이야기는 입체적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야구의 교류전처럼. (웃음)
독자 입장에서도 언어능력을 함양하기 어려운 시대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프로그래머가 살게 된 부자유한 닫힌 세계가 현재 사회를 예측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발전은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편리하지만, 그 배후에는 프로그래밍하는 다수의 지적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전문화가 이루어지면서 건전한 창조성이 우리에 갇히게 되어, 세계가 오웰이 그린 『1984』처럼 되어갈 우려가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공용어로서 영어 없이는 살아나갈 수 없게 됐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나라가 문화적인 특이성을 내보일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시대라도, 전체의 5%에는 중심이 되는 지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복사라든가 따다붙이기가 횡행해도, 예술적인 관심이나 오리지널한 스타일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2009년 6월18-20일, 요미우리신문)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지금까지의 일본문학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미 코너를 돌아버려 후속 주자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압도적인, 월등한 스케일의 작품.
_가토 노리히로(문학평론가)
* 존재의 내부에 깃든 공백을 메우는 사랑!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하루키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비유들이 넘쳐난다.
_오노 마사쓰구(소설가), 요미우리 신문
* 작가의 모든 것을 불어넣은 듯한 작품이다.
이제, 도스토옙스키가『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출간한 나이를 훌쩍 넘은 하루키는, 하나의 작품이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가 되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다._
누마노 미쓰요시(도쿄대대학원 교수), 마이니치 신문
*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이 ‘리얼’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소설.
_가와이 쇼이치로(도쿄대대학원 교수, 산케이 뉴스)
* 혹시 3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독자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결말을 이어 쓸 수 있는 작품!
계속 다시 씌어진다는 건, 바로 걸작이라는 것이 『1Q84』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_아사히 신문
* 현실의 이면으로 끌어들이는 마술!
서스펜스의 매력을 마음껏 활용하는 능력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또한번 보여주고 있다.
_주니치 신문
* 이 작품은 학생운동 이야기면서, 부자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면서, 기묘한 SF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필사적으로 그리워하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이야기다.
_홋카이도 신문
*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두 남녀가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복합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 살인과 역사, 종교와 폭력, 그리고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
_가디언
구매가격 : 10,400 원
1Q84 2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10,400 원
1Q84 3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4월 16일 아침 아홉시. 일본 주요 서점가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발매되는 『1Q84』 3권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독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과연 아오마메는 총구를 당겼을까? 덴고가 아버지의 침상에서 목격한 소녀 아오마메는 어디로 갔을까? 풀리지 않은 1,2권의 미스터리에 잠 못 이루던 수많은 일본 독자들은 3권의 발매 소식에 환호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일본 예약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3권. 초판은 50만 부를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로 20만 부를 추가 제작했다. 또한 하루키는 2010년 상반기 서적 매출을 총정리하여 발표한 오리콘 도서 랭킹에서 작가별 종합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산케이신문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자로 일본에서만 1~3권 총합 377만 7천부가 팔렸다는 『1Q84』의 기록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국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09년 출간된 1,2권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2010년 7월 16일 온라인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한 3권은 예판 이틀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예판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총 3만여 부가 판매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덴고,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3권을 우리보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결국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굉장한걸, 역시 대단해’의 연발! 대만족이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cocoapple)” “어른이 되어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굉장한 만화나 소설,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정을 다시 맛보았다.(일본 아마존 독자 はちみつ大好)” “지금까지의 소설 중에 가장 다르지 않나 싶다.(일본 아마존 독자 tommy)”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라카미 월드, 3권도 단숨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본 아마존 독자 다가타가)”
모두가 기다렸던 3권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구성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BOOK3을 시작하고, 세 가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부터 각각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각각의 목소리가 감응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로 쫓고 쫓긴다든가 하면서요. 시간성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쓰면서 뇌 안에서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시간성과 플롯이 더욱 풍부해진 3권은 분량도 1,2권에 비해 약 100여 페이지가 더 길다. 그럼에도,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그런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를 동시에 추적하는 제3의 인물 등으로 책장은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갈망을 부르는 끝없는 이야기의 샘,
BOOK4는 출간될 것인가?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3권의 결말을 읽은 뒤에도, 독자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틀 피플과 어두운 숲속,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의 서사는 독자들로부터 마치 이야기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이끌어내는 듯 보인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소설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질문이 생기면,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다른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바꿔 읽기, 바꿔 쓰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다른 형대로 치환해가는 것이죠.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가 그렇게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마음속 이미지를 이야기의 형태로 치환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치환은 어떤 경우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겁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1권과 2권을 읽은 후에 BOOK3를 계속 쓰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상관없습니다. 이번 BOOK3는 “나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하나의 예증인 셈입니다. 내 쪽이 BOOK3는 더 잘 쓸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것 없죠. 내가 쓴 BOOK3는 1,2의 세계가 내 안에서 환기시킨 풍경을 나 나름으로 깊이 추구한 것입니다. 꽤 깊은 곳까지 좇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인 하루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3권에 이어 4권이 출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끝으로, 방한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집부의 요청에 하루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실은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 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가까운 곳이라 갈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웬일인지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슬슬 마라톤경기에 출장할 겸 개인적으로 살짝 다녀올까 하는 참입니다(한국에도 마라톤 경기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죠).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셉션에 참석한다든가,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힌다든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굉장한 환영을 받을 테니 각오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한국 행을 주저하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환영받는 것은 물론 기쁩니다(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는 금방 피곤해지고 맙니다. 일본에서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절대) 없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미국 대학에 있을 때는, 유학중인 한국인 유학생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제 소설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모두 젊고, 나와는 꽤 나이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개인과 개인의 교류라면, 늘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식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리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죠. 이런 일들에 대해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세대인 60세가량부터 10대까지 독자층이 존재합니다.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제게는 기쁜 일이지요. 나는 지금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는 세대나 언어를 초월해 기능하는 깊고 큰 장치입니다. 나는 그 힘을 믿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과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1Q84에 쏟아진 찬사
그는 이 소설을 기점으로 확실히 변했다.
상실을 노래하던 젊은 작가는 이제 온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하루키 소설 속 사랑은 현실에 닿아서 부식되거나 왜곡되는 사랑이 아니고
새로운 의욕과 더욱더 절실한 현실을 낳는 사랑이다. _정혜윤(CBS 피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_한국일보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겪어본 독자라면 공감의 농도는 더 진해질 것이다. _조선일보
하루키 필생의 역작으로 보인다.
강한 스토리 전개의 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_한겨레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_동아일보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내는 솜씨도 그렇다._서울신문
전작을 넘어서는,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가독성에 정점을 찍는 느낌이다._무비위크
인간이기에 그 속에 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두려움. 이를 어루만지는 문장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 _네이버 블로거 빵굽는타자기
‘정말 재밌는 책´ 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몇 번이나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을 지나친 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_네이버 블로거 자유
이게 진짜다. 이 소설이 진짜다._예스 24 독자 hynews20
아, 정말 하루키씨는 엄청난 것을 들고 와버렸다. <1Q84>는 하루키 문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예스 24 독자 반코츠
다 읽고 나자 읽을거리가 없다는 데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정말 최고다!! _알라딘 독자 donuts76
『1Q84』처럼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10권까지 나온다고 해도 환영이다. _알라딘 독자 리아트리스
클라이맥스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글씨를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글씨가 나를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독자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_알라딘 독자 벚꽃지는 계절에
『상실의 시대』의 하루키가 돌아온 것이다. _알라딘 독자 mcwivern
나는 지금, 200Q 세계에 놓여 있다. _알라딘 독자 spica
구매가격 : 11,100 원
여자 없는 남자들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198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 이후로 그의 단편소설들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두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만나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9년 만에 새롭게 태동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대작 『1Q84』를 비롯한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그는, 2013년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워서(?しくて)』의 번역작업중에 문득 ‘장편을 쓰는 것도 지쳤으니 이제 슬슬 단편들을 써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후 그해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이 모여 이번 소설집이 완성되었고, 이번 한국어 판본에는 『그리워서』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특별히 추가되었다.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외도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하고(「기노」), 본인의 뜻으로 일부러 깊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으며(「독립기관」), 혹은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데,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고,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물론 보다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맡아 하루키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한 출간과 함께 하루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가수 윤종신이 동명의 곡 <여자 없는 남자들>을 본인의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어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기존에 출간한 하루키의 초기 소설집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역시 작가의 개고사항을 반영하고 미발표 단편을 추가한 결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작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_일본어판 서문에서
● 인상적인 문장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_「드라이브 마이 카」, 37쪽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_「드라이브 마이 카」, 50쪽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 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_「예스터데이」, 96~97쪽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_「독립기관」, 145~146쪽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자기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고, 그래서 불합리한 힘에 휘둘리는 기분이 든다. _「독립기관」, 146쪽
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_「셰에라자드」, 211~212쪽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_「셰에라자드」, 214쪽
인간이 품는 감정 중 질투심과 자존심만큼 골치 아픈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노는 왜 그런지 그 양쪽 모두에서 심심찮게 곤욕을 치러왔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그런 어두운 부분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기노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_「기노」, 238쪽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_「기노」, 268쪽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이곳이 어디인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잠자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이제 그레고르 잠자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잠든 사이 누군가가 그의 귓가에 몰래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은 그레고르 잠자야”라고. _「사랑하는 잠자」, 275~277쪽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_「여자 없는 남자들」, 327쪽
구매가격 : 9,700 원
기사단장 죽이기 세트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나는 산꼭대기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외딴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한국어판이 7월 12일 출간된다. 지난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초판 부수와 책에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언술되는 ‘난징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이슈가 우리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출판사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형 도매서점인 송인의 부도로 시작된 올해 도서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6월까지만 해도 한강과 김영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소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초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상승을 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확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10만 세트(20만 부)를 준비했던 『1Q84』 때와 달리 『기사단장 죽이기』는 5만 세트(10만 부)만 준비하기로 했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출간 전 3쇄 돌입, 총 30만 부 제작
그런데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예판 2~5일 만에 온라인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순위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집계해서 알려주는 실제 판매 속도 역시 『1Q84』보다 빨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예판을 시작한 지 4일 만인 7월 4일에 2쇄 5만 세트(10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10만 세트(20만 부)로도 서점들에서 요청하는 초기 배본부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양장본이어서 제작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7월 10일 5만 세트(10만 부) 3쇄 제작에 들어갔다. 총 30만 부 제작이다. 출간도 하기 전에 권당 15만 부를 찍기도 처음이었고, 예약판매 기간중 3쇄에 들어가는 것도 문학동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초기반응은 어쩌면 예약판매를 동네서점들과 함께 한 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6월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박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예약판매하면서 동네서점들과도 함께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동네서점들과 예약판매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김애란과 박준의 신간 예약판매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예약판매는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던 동네서점들이 SNS를 통해 완판소식을 속속 전하면서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판 이벤트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만 특화되어 있던 예약판매 이벤트를 동네서점들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네서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단골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인데 결과적으로 출판사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1Q84』에 이어 또 한번의 하루키 열풍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동안 책을 내기를 저어해왔던 국내작가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소설을 출간하는 것과 때를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이로써 다시 소설시장이 열리기를, 그동안 ‘이야기’에 굶주려 있던 우리 소설 독자들을 흠뻑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여정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작가 인생 40여 년. 한때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이제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소설가가 안팎의 문제에 맞서 싸워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국적 작가’로 불려온 하루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_북 아사히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 그만의 키워드가 속속 등장해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같다. _산케이 뉴스
표면적인 줄거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각 대화와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_요미우리 신문
장편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와 대치중입니다.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사히 신문 인터뷰, 2017.4.17.)
● 인상적인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94~95쪽)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1권 27쪽)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1권 340쪽)
이른바 난징학살사건입니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권 88쪽)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2권 190쪽)
커다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깥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하늘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나는 그 똑바른 선을 끝에서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토록 길고 아름다운 직선은 어떤 자를 써도 인간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 아래에는 무수한 생명이 약동하고 있을 터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생명과, 그리고 그것과 같은 수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2권 333~334쪽)
어떻게 해야 마음을 한곳에 잡아둘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속을 순서대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마음은 기억 속에 있어.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거야.” (2권 418쪽)
그는 비밀을 지님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균형을 교묘히 컨트롤한다. 그에게 비밀은 서커스의 외줄타기 곡예사가 들고 있는 장대 같은 것이다. (2권 568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2권 217~218쪽)
구매가격 : 23,000 원
기사단장 죽이기 1
도서정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년 04월 0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나는 산꼭대기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외딴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한국어판이 7월 12일 출간된다. 지난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초판 부수와 책에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언술되는 ‘난징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현지의 이슈가 우리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출판사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형 도매서점인 송인의 부도로 시작된 올해 도서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6월까지만 해도 한강과 김영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소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 섣불리 초기에 힘을 쏟기보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상승을 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확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10만 세트(20만 부)를 준비했던 『1Q84』 때와 달리 『기사단장 죽이기』는 5만 세트(10만 부)만 준비하기로 했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출간 전 3쇄 돌입, 총 30만 부 제작
그런데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예판 2~5일 만에 온라인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순위만이 아니라 서점에서 집계해서 알려주는 실제 판매 속도 역시 『1Q84』보다 빨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예판을 시작한 지 4일 만인 7월 4일에 2쇄 5만 세트(10만 부) 증쇄에 들어갔다. 하지만 10만 세트(20만 부)로도 서점들에서 요청하는 초기 배본부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양장본이어서 제작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7월 10일 5만 세트(10만 부) 3쇄 제작에 들어갔다. 총 30만 부 제작이다. 출간도 하기 전에 권당 15만 부를 찍기도 처음이었고, 예약판매 기간중 3쇄에 들어가는 것도 문학동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초기반응은 어쩌면 예약판매를 동네서점들과 함께 한 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6월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과 박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예약판매하면서 동네서점들과도 함께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동네서점들과 예약판매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김애란과 박준의 신간 예약판매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예약판매는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던 동네서점들이 SNS를 통해 완판소식을 속속 전하면서 이번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판 이벤트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만 특화되어 있던 예약판매 이벤트를 동네서점들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네서점들이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단골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벤트인데 결과적으로 출판사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
『1Q84』에 이어 또 한번의 하루키 열풍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동안 책을 내기를 저어해왔던 국내작가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소설을 출간하는 것과 때를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이로써 다시 소설시장이 열리기를, 그동안 ‘이야기’에 굶주려 있던 우리 소설 독자들을 흠뻑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이들의 미스터리한 여정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작가 인생 40여 년. 한때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이제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소설가가 안팎의 문제에 맞서 싸워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동안 ‘무국적 작가’로 불려온 하루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_북 아사히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모험. 그만의 키워드가 속속 등장해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같다. _산케이 뉴스
표면적인 줄거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각 대화와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_요미우리 신문
장편소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SNS와 대치중입니다.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사히 신문 인터뷰, 2017.4.17.)
● 인상적인 문장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1권 94~95쪽)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잘 찾아내어,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뿌연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헝겊으로 말끔히 닦아준다. 그런 마음가짐이 으레 작품에 배어나기 때문이다. (1권 27쪽)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1권 340쪽)
이른바 난징학살사건입니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권 88쪽)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죽음보다 더 뜻밖의 사건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생물학적으로(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느 날 누군가가 또박또박 알려주는 것. (2권 190쪽)
커다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바깥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하늘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나는 그 똑바른 선을 끝에서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토록 길고 아름다운 직선은 어떤 자를 써도 인간의 손으로는 그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 아래에는 무수한 생명이 약동하고 있을 터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생명과, 그리고 그것과 같은 수의 죽음으로 가득하다. (2권 333~334쪽)
어떻게 해야 마음을 한곳에 잡아둘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속을 순서대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지?
“마음은 기억 속에 있어.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거야.” (2권 418쪽)
그는 비밀을 지님으로써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균형을 교묘히 컨트롤한다. 그에게 비밀은 서커스의 외줄타기 곡예사가 들고 있는 장대 같은 것이다. (2권 568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2권 217~218쪽)
구매가격 : 11,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