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도서정보 : 이주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9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작가
이주란 신작 소설집
“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천천히 흘러가는 삶을 들여다보는 따스하고 섬세한 눈길
“함부로 무엇을 알고 있다고 단정하지 않고,
그저 바라볼 줄 아는 이주란의 소설을 나는 사랑한다.”
_박상영(소설가)
담담한 듯하지만 위트가 반짝이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 사람과 사람,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을 세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이주란 소설가, 그가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첫번째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이후 두번째 소설집을 내놓았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는 ‘공감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성립될 수 있다는 묘한 깨달음’을 느꼈다는 은희경 소설가의 심사평과 함께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넌 쉽게 말했지만」,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현대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의 후보에 오른 표제작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등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젊은작가상의 심사를 맡은 권희철 평론가는 이주란의 소설에 대해 ‘내게는 가장 곤란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 대한 지지를 결코 철회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도 이것이 왜 수상작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주란의 팬임을 자처하는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 또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작품들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주란의 소설이 지닌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울한 상황에서도 자조적인 유머를 놓지 않고, 비애로 가득한 순간에도 스스로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담담한 어조? 주의를 두지 않으면 좀처럼 의식할 수 없지만 우리를 이루고 있는 삶의 소소한 순간들과 마음들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섬세함? 가까운 친구에게 내밀한 마음을 털어놓을 때처럼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실함? 그것이 무엇이든 이주란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특별한 사건 없이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그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살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조금씩 변주되며 반복되는 삽화들 때문인지 마치 작품집 전체가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일관된 어조로 어떤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긴 이야기를 읽은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어딘가 결핍된, 상실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인물들은 만나며 서로 조금씩 상처와 미안함을 주고받고, 어떨 때는 서로를 미워하지만, 미약할지라도 끝내는 은근한 온기를 남김으로써 자신들이 주고받은 것이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들이었다는 깨닫는다. 상실과 외로움 속에서도 회의에 빠지지 않고 어떤 희망을 발견해내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들 또한 어느새 위로받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나’는 M과 이별하고 고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일하며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난 언니가 남긴 딸 ‘송이’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상실감을 안은 채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던 ‘나’. 그런데 서점에 새로운 책을 들여놓자는 그녀의 제안을 서점주인 부부가 받아들이면서 그녀 또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책들을 보러 들른 대형서점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준호를 만나고, 그와 함께 소설가의 낭독회에 가게 되고, 조카 송이의 친구들을 초대해 떡볶이를 만들어주는 등 주변 사람들과 사소한 일상을 함께해나가며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그 마음은 한곳에 자리잡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 사이로 번지며 온기를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워주진 못해도, 그 빈자리를 어루만져줄 수는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미안해. 이모만 엄마가 있어서.
괜찮아. 할머니도 엄마 없잖아.
그래. 우린 다 아빠도 없고.
그러고 보면 송이야, 할머니는 너만 있다.
_41쪽, 「한 사람을 위한 마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의 또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내밀함’ 그리고 ‘솔직함’이다. 그래서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는 말은 이 작품집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이 된다.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는 그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 타인과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 이주란 소설의 인물들은 좀처럼 누군가에게 솔직한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독백은 더욱 내밀하고 진실해진다. 타인과의 거리감을 감지하는 데 예민한 이들의 혼잣말은 쓸쓸하게 들리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그들과 동참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이 인물들이 소심하게 건네는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은, 동시에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의 손길이 되기도 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서 살겠다고 하지 않았어?
하긴 했는데……”
무엇보다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그가 가진 개성적인 목소리다. 애처로우면서도 웃음이 나는 이주란의 독특한 유머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그리고 그 유머는 단지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소설들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부분은 그가 조심스레 건네는 농담들에 숨어 있는 듯도 하다.
그가 스웨덴으로 갔다는 소식은 M에게 들었다.
(…)
복지국가…… 불법체류…… 복지국가…… 불법체류…… 어떤 면에선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의문이 남았다.
_85쪽,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나 그냥 안 갈래. 여긴 월차나 그런 거 없어. 심지어 월급에서 뺀다고. 지금도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 평범한 하루가 아니라 가난한 하루!
_119쪽, 「일상생활」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서 살겠다’고 한 말을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는 모습은 그것이 ‘선언’이 아니라 ‘다짐’이라는 것을 상키시켜준다. ‘선언’은 결코 번복되지 않을 영웅의 언어라면, ‘다짐’은 끊임없이 반복될, 자기 갱신의 염원이 담긴 소시민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주란 소설의 인물들을 가깝게 느끼고 그들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이주란의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겪는 일상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혼잣말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자조적인 농담에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고 그들과 내밀한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끝내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이다.
구매가격 : 9,100 원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도서정보 : 이만교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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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교소설 #이만교신작 #한국소설 #한기씨 #재개발정책 #용산참사 #남일당 #결혼은미친짓이다 #우수출판콘텐츠
오늘의작가상 수상 작가 이만교
1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투레질」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주제와 문체와 대화와 행동과 정신을 아우르는 예외적인 ‘속도’를 구사”(문학평론가 김화영)한다는 평을 들으며 제24회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이만교의 신작 장편소설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가 출간되었다.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민음사, 2003)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이다.
2009년 1월 20일, 부당한 재개발 보상 정책에 반발하던 용산4구역 철거민들을 무장한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의 한가운데로 ‘임한기’라는 가공의 인물을 들여보내면서 진행된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한기씨’가 왜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잃어야 했는지, 그에 대해 회고하는 인터뷰이 66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잊었거나 애써 잊고자 했던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날 그곳에 존재했던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와
그날 그곳을 ‘지나친’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판에서 일하던 대학생 한기씨는 그곳에서 전문 도박꾼들에게 걸려들어 모아둔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만다. 결국 시급이 더 센 알바를 찾아 파업 현장에서 용역으로까지 일하게 된 그는 머리를 서른 바늘이나 꿰매는 큰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꾀부리지 않는 그를 눈여겨본 용역업체 팀장의 알선으로 한기씨는 재개발을 앞둔 지역에 국숫집을 열게 되고, 타고난 성실함 덕분에 국숫집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간다. 그러나 곧이어 재개발이 시행되자 터무니없는 보상 조건으로 가게를 빼앗기다시피 내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불합리함을 느낀 한기씨는 다른 세입자들과 연대해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에 맞서며 점차 과격한 투사로 변해간다. 대책위 사무실에 들이닥친 여남은 명의 철거 용역을 단신으로 들이받기도 하고, 당구장에서 행패를 부리는 그들에 맞서 허벅지에 큐대를 내리꽂는 자해를 하기도 한다. 부조리한 재개발 정책에 누구보다 분노하며 선봉에서 투쟁하는 그였지만, 때로는 쉽게 흥분해서 상황을 그르치거나 다른 지역 철거민들의 처참한 사례를 들먹이며 겁을 주기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산다. 급기야 한기씨를 조합 끄나풀이나 용역 프락치라 의심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나고, 최후의 수단으로 망루를 올리기로 한 계획 역시 한기씨에게는 비밀에 부쳐진다. 그런데 철거민들과 경찰이 대치한 아비규환의 망루 사층에서 한기씨로 보이는 한 사람이 떨어지고, 그 시신마저 사라지면서 한기씨의 정체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이만교는 자신의 첫번째 장편소설이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 결혼과 사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속물성과 경직된 엄숙주의를 속도감 넘치는 문장으로 풍자한 바 있다. 이어 또다른 장편소설인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에서도 IMF 사태 이후 한국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한 일가의 가족사에 덧대어 생생하고 경쾌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는,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에 이르러 사회적 위치나 이권에 따라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도시재개발 현장의 구조적 모순과 그 모순성에 의탁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삶을 거침없고 솔직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신문기자 ‘이만기’가 한기씨의 주변 인물 66명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연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소설의 형식이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귀담아듣게 만드는 탁월한 역할을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게 자신들도 처음엔 세입자 보상금으로 사백억 남짓을 책정해놓고, 실제로는 백이십억만 지급했어요. 자신들이 책정한 비용만 정직하게 사용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조차 아까워 용역을 쓴 겁니다.
권리금은커녕 이억 들어간 가게를 일억 주고 나가라 하고, 일억 들어간 가게를 삼사천 주고 나가라면 그게 전부거나 그나마 융자받은 건데, 누가 그냥 나가요.(53쪽)
평생 일궈온 자신의 터전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세입자들과 그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어용 대책위를 만들어 회비를 뜯어가는 지역 건달들, 시공사와 계약을 맺고 정해진 기한 내에 철거를 마치기 위해 비열한 방법으로 세입자들을 압박하는 정비업체 용역들, 조금의 보상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연대를 저버리는 사람들, 시공사의 눈치를 보며 철거민들을 외면하는 경찰, 그리고 그곳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치는 사람들까지…… 소설은 각자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따라 행동과 발언이 달라지는 세계의 작동 원리를 재개발 현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신랄하게 드러내 보인다. 특히 온갖 저열한 방법으로 철거민들을 괴롭히는 용역들조차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장면을 통해서는 타인의 권리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선 자신의 이익을 차지할 수 없는 재개발사업과 사회구조의 불합리성을 뼈아프게 묘사한다.
작가가 선명하게 지적하듯, 용역들 뒤에는 경비업체가, 경비업체 뒤에는 정비업체가 있고, 정비업체 대표는 구청장과 향우회 회장, 부회장 사이이며, 이들 뒤에는 재벌 시공사가 버티고 있는 거대한 권력의 연쇄작용은 상대적 약자인 개인들에게는 크나큰 폭력으로 작동하며, 그 폭력성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정체성을 제대로 발현하기란 쉽지 않다. 한기씨와 함께 연대하던 철거민들이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대목들은 타인에 대한 판단이나 기억 또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집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평소 모습으로 퇴근하고, 나는 여기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하나. 우리가 시위한다고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이나 가질까.
우리가 무슨 일을 당해도 저 사람들 역시 기억조차 못하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59쪽)
용산 참사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만교는 많은 사람이 잊고 있던 사건을 끄집어내 재조명한다.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날의 멈춤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그날에 대한 기억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자신의 것을 보전하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되묻는다.
다만 작가는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아닌 특유의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소설적 긴장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한기씨의 정체를 특정하지 않고 끝내 그의 시신마저 사라지게 만들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소설을 읽도록 만드는 추리소설적 설정도 흥미롭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신작이 이토록 섬세하고 활달하다는 것은 그가 현실의 문제와 소설쓰기에서 한순간도 멀어지지 않았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 소설이 자주 소외되곤 하는 재개발 현장의 현실을 르포로도 손색없을 현장감 있는 언어로 되살려내고, 동시에 용산 참사의 진실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하는 보기 드문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다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이나, 해봐야 좋을 게 없는 말들은, 퇴고나 편집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이 글은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하게 된 말,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_‘작가의 말’에서
■ 책 속에서
이제 우리 애 장가보내야 하는데, 평생 안 놀고 이렇게 장사했는데 제 재산은 반쪽에 반쪽에 반쪽이 났어요. 이건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 뺏어간 거라구요.(60쪽)
제 생각을 솔직히 말하라면 그때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본 건 바로 한기씨예요. 싸워보면 싸워볼수록 방법이 보이지 않았어요.
죽을 각오밖에는.(95쪽)
“오빠는 너무 이상해.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건데……”
내가 한숨짓자 오빠도 한숨을 쉬더군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면 아무 걱정도 않겠다.”(105쪽)
즈그들은 원래 한 놈만 노린다는 거라예. 즈그들 입으로 그라드만. 공평하게 괴롭히면 단합하니까 하나만 샘플로 노려서 조진다고.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 곳인지 가르쳐주겠다며. 진실을 알아야 한다나 뭐라나.(126쪽)
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되어버려요. 모르면 더 좋을, 더 편한 사실을 알게 돼요. 저희 어머니가 참사 나고 나서 텔레비전을 못 보셔요. 텔레비전이 무서워서요. 텔레비전이 무얼 감추고 있는지 알게 되니까.(147쪽)
경찰한테 말하니까 자기들은 불 끄는 사람이 아니래. 아니, 하지 못하게는 할 수 있잖아. 근데 자기들 임무가 아니라면서 웃기만 해. 소방관들도 왔는데, 둘러만 보고 그냥 갔어. 불을 꺼달라고 해도, 추워서 불 쬔다는데 자기들이 어떻게 끄냐면서. 아무도 우리 편이 아냐.(163∼164쪽)
감옥살이가 힘든 게 아니라, 재판 과정을 통해서조차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나라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 힘들었어. 그때 그 불길에 휩싸여 유명을 달리한 분들에겐 참 죄송한 말이지만, 그때 그냥 죽는 게 더 나았을 거 같아.(165쪽)
“저기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떨어져 죽었어요!”
……
사람들이 소리쳤어. 그래서 끔찍하지만, 더 끔찍한 사태로 이어지진 않겠구나 하는 기대가 내심 없지 않았어. 사람이 죽었으니, 진압 상황이 좀 진정되겠구나 싶었지. 그런데도 이놈들이 그대로 밀어붙이는 거야.(168쪽)
구매가격 : 8,400 원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도서정보 : 이장욱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장욱소설 #이장욱신작 #한국소설 #에이프릴마치의사랑 #보르헤스적 #최저임금의결정 #이효석문학상 #낙천성연습 #현대문학상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이장욱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15)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장욱의 신작 소설집. “정면으로 한 세계를 향해 대들어보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소설가 오정희)하다는 평을 들으며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저임금의 결정」,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 「낙천성 연습」을 포함해 그전보다 더욱 첨예해진 감각과 아름다워진 문장으로, 쓸쓸하지만 묘한 위로를 건네는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존재의 맨얼굴을 드러나게 했던 그간의 이장욱 소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율배반의 세계 자체와 시간의 흐름, 선과 악의 구분까지 허물어뜨리며 어딘가 단단히 비틀려버린 세상과 그 틈에서 최소한의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을 세련되고 날렵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뭔가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엉뚱한 데서 영영 멈춰버린 시간과 더불어
혼자 캄캄해져서
어둠 속에 손을 넣어보는 사람처럼
표제작인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은 늦은 아침 “스트레칭 자세를 취한 뒤 슈만의 환상 소곡집을” 들으며 “알라딘 마일리지로 구입한 머그잔에 카누를 털어 넣”는 ‘그녀’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시작된다. 이후에도 소설은 내내 ‘나’의 시선으로 그녀에 대해 서술하며 팽팽하게 이어지는데,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마지막에 이르도록 그녀가 누구인지 끝내 알 수 없고 심지어 그녀의 존재 자체도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명 시인인 ‘나’는 자신이 발표한 시를 교묘하게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 포스팅하는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점차 블로그 주인인 그녀(성별도 단정할 수는 없다)에게 빠져든다. 블로그에는 급기야 자신이 쓰지도 않은 시가 자신의 이름으로 올라오고, ‘나’는 그 시들이 자신이 쓴 시보다 더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이름이 붙은 시이므로 자신의 시라는 자기합리화로 그 시들을 문예지에 발표하고 문단의 찬사까지 받는다. 그러던 중 블로그의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계속해서 문단의 기대에 걸맞은 시를 발표해야 하는 ‘나’는 조급함과 두려움에 빠져 그녀에게 연락을 시도하는데……
‘나’는 그녀를 구성하는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집요할 정도로 매달렸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은 ‘3월(March)’보다 ‘4월(April)’이 앞서 있는 알쏭달쏭한 제목처럼 이미 세상에 나온 시나 글에 주인이란 있는 것인지, 나아가 정해진 공식이나 예정된 방향으로는 진행되지 않는 삶을 예측하기란 가능한 일인지 몽롱한 꿈을 꾸는 듯한 보르헤스적 환상성으로 날카롭게 되묻는 수작이다.
「최저임금의 결정」에서도 이장욱은 우리를 낯설고 어리둥절한 꿈 같은 세계로 이끈다. ‘나’는 편의점 알바생인 자신의 애인을 위협하고 사고까지 당하게 만든 편의점 사장을 살해하려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나’를 맞닥뜨린 사장의 입에선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순식간에 상황은 반전된다. 작가는 “다음달부터 최저임금 맞춰줄게”라며 알바생의 당연한 권리에도 생색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를 내는 사장을 줄곧 악인의 자리에 위치시키다가, 일순간 ‘나’가 스토커임을 폭로하며 두 사람의 역할을 맞바꾼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에쎄’를 찾는, 다분히 환상적인 존재인 대여섯 살 남짓의 소녀를 등장시킴으로써 이 모든 상황이 실제인지 혹은 누가 진짜 악인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가장 낮은 곳에서나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에게 왜 이런 무대와 배역이 주어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뒤틀린 세계에서 뒤틀리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의 삶의 지난함을 서늘하게 드러내 보인다.
뭔가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마음속의 구멍과 비슷하다. 구멍으로 바람은 들게 마련이고, 그런 바람이라도 좀 들어야 숨을 쉴 수 있는 법이니까.(119쪽)
찰스 디킨스의 동명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데려다놓는 세계도 흥미롭다. 성공한 컨설턴트인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의 전 남친에게 전화를 받는다. 사내는 다짜고짜 “내 와이프가 잠든 침대에서 내 와이프의 남편이 되어 잠들고 싶다”며 만나줄 것을 요구한다. 사내의 말을 어설픈 치기로 느끼면서도 이상한 호기심과 기시감에 이끌린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면접을 보러 온 취업 지망생을 바라보듯이” 자신만만하게 사내를 대하던 ‘나’는 너저분한 차림의 노인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폭설을 뚫고 돌아온 집에서 마주한 아내의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데…… 「크리스마스 캐럴」은 흡인력 있는 이장욱의 문장을 따라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봤음직한 세계로 가닿아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존재를 이야기의 마지막에 자주 등장시킴으로써 이 모든 것이 환상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이야기를 따라 낯선 세계로 떠났던 독자를 처음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온 독자들은, 어쩐지 달라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언젠가 한번은 만나게 될 것 같은 노인은 「행자가 사라졌다!」와 「양구에는 돼지코」에도 등장하는데, 이 두 작품이 주는 삶의 통찰도 되새겨볼 만하다. 「행자가 사라졌다!」는 ‘행자’라는 이름의 애완 뱀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함께 사는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용의선상에 올리며 행자의 행방을 추적하지만, 가족들은 저마다의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할머니 ‘행자’. 애완 뱀에게 자신과 같은 이름을 붙인 할머니와 애완 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소설은 인생의 경험과 추억은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으며 그러한 위험성과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도사리고 있음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작가가 “유독 아픈 마음으로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 「양구에는 돼지코」는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을 혼동하고 자신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마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다른 수록작들보다 확연히 현실감이 강한 작품인데, “돼지코만 있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다짐하며 남은 생을 향해 혼자 걸어가는 화자의 모습이 쓸쓸하면서도 특별한 감동을 준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 당신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불러오는 능력”이 복화술이라고 말하는 복화술사의 목소리를 빌려 소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메타픽션 형식의 작품 「복화술사」, 이율배반의 세상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고 끝내 성공하고 마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 있는 화자를 통해 ‘낙천적으로는’ 살아내기 어려운 현실의 아이러니함을 꼬집는 「낙천성 연습」, 인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팬클럽에서 만난 남녀의 기이한 잠버릇과 그보다 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을 그리면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되묻는 「스텔라를 타는 구남과 여」, 전직 베스트셀러 소설가였던 화자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조금 삐걱거리다가 순순히 움직여주”는 목조 창문처럼 언제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환기하는 「눈먼 윌리 맥텔」도 이장욱의 소설세계가 도달한 성취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장욱은 어떠한 허들도 없이 일상과 환상을 넘나들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다른 존재’가 되어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세계로, 혹은 쉬이 조합해내기 어려운 다채로운 시공간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약자의 자리에 있거나 다소 괴상한 존재라는 시선에 놓인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결코 모자라거나 유별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회가 그들을 존재의 밑바닥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우리는 자주 불안하고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자꾸 마음이 캄캄해지지만, 까맣고 어두운 그곳에 천천히 손을 넣어 ‘다른 세계’로 이끄는 이장욱의 소설을 반가워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
소설들 한 편 한 편을 가만히 떠올린다. 내가 이 소설들을 쓴 것이 아니라 이 소설들이 나를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편 한 편이 나를 다른 펜으로, 다른 스타일로, 다른 인물로, 마침내 다른 세계로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쓰이기를 멈추지 않겠지. 그렇게 다시 쓰이는 것이, 또한 이 세계이기를.
_‘작가의 말’에서
■ 책 속에서
육이오를 경험한 사람은 육이오에, 유신을 경험한 사람은 유신에, 가난을 경험한 사람은 가난에 갇혀 살아가는 법이다. 평생 돈 귀한 줄 모르고 살았다면? 다들 지들처럼 사는 줄 알겠지. _「행자가 사라졌다!」
어떤 목소리가 누군가를 욕하면 다른 목소리가 그러는 너는 다르냐고 대꾸합니다. 한쪽에서는 뭐 대충 이렇게 살다 가면 되지 않나 중얼거리는 순간, 바로 너 같은 인간이 문제야! 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그들이 마주앉아서 웃고 울고 다투는 것이죠. _「복화술사」
뭔가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마음속의 구멍과 비슷하다. 구멍으로 바람은 들게 마련이고, 그런 바람이라도 좀 들어야 숨을 쉴 수 있는 법이니까. _「크리스마스 캐럴」
두꺼운 뿔테안경에 말수가 적고 모범생처럼 보여서 고용한 알바였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녀석이 보낸 문자가 당돌하게도 이런 거였다. 사장님, 최저임금은 존재의 최저 수준, 즉 존재의 밑바닥입니다. 기본은 맞춰주셔야죠. _「최저임금의 결정」
네시라. 아직도 네시인가. 요즘엔 시간 감각이 없어서 말이야. 시간이란 게 흐르다 말다 하는 것 같다니까. 그러다 영원히 멈추겠지. 엉뚱한 데서. _「최저임금의 결정」
나는 누구이고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배역은 왜 당신이 아니라 나의 것인가. 아니, 이 배역은 왜 당신과 나만의 것인가. _「최저임금의 결정」
나는 내가 운전을 하고 그 사람이 옆에 앉아 있을 때가 좋았다.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아서 내 차를 타고 달리는데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를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게 좋았지. _「양구에는 돼지코」
확실히 사람의 인생에는 네 개의 방향이 있다. 그것은 동서남북이다. 사람은 동서남북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 나는 네거리에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혼자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_「양구에는 돼지코」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인가. 자꾸 캄캄해져서 손을 넣어보게 되잖아. 거기서 뭐가 잡히나. _「스텔라를 타는 구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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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문학동네시인선 128)
도서정보 : 황규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1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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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란 때때로 입이 큰 바구니 같아서
흙 묻은 나물도 담기고
봄볕이 쓴 편지가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28 황규관 시집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가 출간되었다. 2015년 펴낸 『정오가 온다』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총 4부로 시를 나누어 담아낸 시인의 태도에서 전과는 사뭇 달라진 어떤 목소리를 살짝도 듣게 되는데 이는 나이 먹음이라는 당연함에서 오는 구부러짐이 아니라 나이 놓음이라는 공부에서 오는 여유도 일견 한몫을 했으리라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물론 이때 내가 나를 붙듦에 있어서의 고집은 단단한 그 세기를 자랑함은 물론이다. 황규관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부 제목만 줄줄 읽어봐도 그러하다.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들이다” “시는 당신을 아프게 하려고 온다” “과거가 납빛 같은 회벽일 리 없다” “우리는 노란 참외 꽃을 가꿔야 한다”, 이 네 문장이 문패로 걸린 부 제목만 손끝으로 따라 읽어봐도 그러하다. 응당 맞는 이야기가 옳음이라는 지루함 없이 우리에게 빠른 속도로 와 들어찬다. 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알아버린 것만 같은 그 시의 명료한 번짐. 이상하지, 별스러운 소리를 한 게 아닌데 그게 별스러운 시로 절로 와 기억을 잠식하는 것이. 이상하지 특별히 가르치는 말씀을 한 게 아닌데 그게 들리는 시로 절로 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를 그저 한 인간으로 두고 사는 이의 넘어짐과 일어남과 잠듦과 깸과 노동함과 쉼과 이 모든 과정의 반복이, 달리 말해 일상이라는 그것이 유난스러운 포장지에 싸임 없이 막 사가지고 나온 촘촘한 거름망의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자연’, 그대로의 시들. 시인 스스로 “나를 소박한 자연주의자로 불러도 상관없다”라고 했으렷다. 소박함의 결코 소박할 수 없음을 아는, 아무튼 뭣 좀 아는 자이기도 한 까닭에 이 시집의 제목에서 오는 주체의 의지에 곁의 우리가 절로 리듬을 타며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살짝 쐬어보게도 되는 것이다. 이번 차가 왔다. 그냥 보내자. 일단 한번 보내기도 해보자. 놓친 게 아니다. 내가 놓은 것이다. 나는 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나 늦으랴. 인생에서 그 늦음은 얼마나 큰 틈이 되랴.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찰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그거, 있겠지만 일단은 에둘러 자연이라 해두련다.
리듬은 사물과 존재들의 율동일 것이다. 혁명이었다가, 모래였다가, 아픔이었다가, 신생인 그것은 아득하고 가까운 감정들의 총체이다. 황규관의 두 세계, 혁명의 세계와 자연적 기원의 세계가 이렇게 있다. 절망했으나 모래처럼 작아진 몸으로 노동의 이성을 되살려 신생하기를 꿈꾸는 황규관과 바람의 노래를 기억하면서 강과 들판과 들길의 소년을 기억하여 다른 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황규관이 그 세계의 주인공이다.
_박수연 해설 「세계의 기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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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사용법
도서정보 : 김민기, 조우석 / 문학동네 / 2013년 05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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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법칙이 인생을 좌우한다
하버드 MPA와 듀크 MBA가 전하는 행복한 성공의 법칙!
사람들에게 행운이란 네잎클로버 같은 것이다.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놀랍게도 세상의 많은 유명인들이 자신들의 성공과 행복의 비결이 행운이라고 답한다. 그들에게 행운은 어떤 것이고, 또 그들은 어떻게 행운을 활용했을까?
저자들는 삶의 기로에 섰을 때 역경을 이겨내고 새롭게 삶을 개척해나간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일관된 공통점을 발견해냈다. 그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어려움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다시 행운의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걸까’라며 체념하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는 역발상의 힘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믿음과 감사가 성공하는 자들의 인생 공식이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더 행복한 도전을 위한 행운 사용법 7단계를 설명하면서 미신이 아닌 과학적인 행운을 유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들은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갖게 될 때, 무절제한 탐욕을 버릴 때, 자신에 대한 신뢰와 용기를 가질 때,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 가진 것을 나눌 때 비로소 행복과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즉 내면의 기쁨이 흘러넘쳐 모두가 즐거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게 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행운 사용 매뉴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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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 (2부 2권) - 금관의 비밀
도서정보 : 김진경 글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09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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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금관의 비밀』: 시간의 문을 찾아라
불가사리로 거듭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이 세상과 묘족의 땅을 연결하는 시간의 문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시간의 문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금왕리 뒷산은 미군부대 이전 공사로 인해 파괴되고 있었다. 민준이와 세나는 금왕리 일대에서 일어나는 도굴 사건을 파헤치고, 시간의 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단서인 수수께끼 노랫말을 풀기 위해 고고학자인 오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버들이와 친구들은 제5대 태양신검의 수호자가 되는 훈련을 통해 자신들을 지켜주는 마법 도구를 하나씩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민준이와 세나의 도움으로 시간의 문이 무엇인지 알아낸다. 그건 바로 금왕리 뒷산에 묻혀 있는 금관이었다.
구매가격 : 7,700 원
고양이 학교 (2부 3권) - 흰빛 불가사리
도서정보 : 김진경 글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09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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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흰빛 불가사리』 황금 시대를 향해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민준이와 세나의 도움으로 들어선 묘족의 땅. 하지만 그 곳에서도 태양신검을 노리는 무리들과 모든 것을 얼음 속에 가두어 버리는 호수의 여신이 버들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시대를 향한 수호자들의 바람은 점점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멀어져 가고, 러브레터와 스라소니, 바이킹은 해골 병사들의 공격으로 큰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용기와 사랑, 남과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황금시대를 향한 염원은 모든 위기를 이겨 내게 하고, 세상으로 나간 태양신검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꿈이 마침내 세상으로 불가사리를 불러낸다.
구매가격 : 7,700 원
우주에서 만나요
도서정보 : 잭 쳉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0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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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년, 외계인에게 들려줄 지구의 이야기를 쏘아올리다!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주는 소설.”
_홀리 골드버그 슬론(소설가)
★ 골든 카이트 어워드 수상(2018) ★ 인디넥스트 픽 탑 10 선정(2017) ★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우주 #별 #로켓 #칼세이건 #골든레코드 #골든아이팟 #감동 #용기 #진실
“이 소설을 읽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삶을 성장시키는 아름답고 따뜻한 소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와 2호를 우주로 보내며 지구의 소리를 담은 골든 레코드를 탑재했다. 자연과 동물들이 내는 소리, 55개의 다른 언어로 인사하는 소리,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 언젠가 이 우주선을 발견할지도 모를 외계인들에게 지구의 존재를 알리고 교류를 제안하는 의미로 만든 녹음 기록이었다. 그리고 여기, 칼 세이건을 일생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열한 살 소년 앨릭스가 있다. 동네 마트 주차장에서 발견한 떠돌이 개를 데려와 칼 세이건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앨릭스는 언젠가 외계에 있는 지적 생명체와 만나게 될 날을 꿈꾸며 자신의 골든 아이팟에 지구의 소리들을 녹음한다.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 고속도로의 차들이 내는 소리, 사막의 밤 소리, 사랑에 빠진 사람의 소리……
중국계 미국 작가 잭 쳉의 장편소설 『우주에서 만나요』는 바로 이 소년 앨릭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앨릭스가 아이팟에 녹음한 내용을 기록한 형식으로 쓰였다. 앨릭스가 처음 녹음을 시작하고, 아이팟을 우주로 쏘아올리기 위해 칼 세이건을 데리고 사막에서 열리는 로켓 축제에 참가하고, 그곳에서 만나 친구가 된 어른들과 예상치 못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가 사랑스럽고 다정한 앨릭스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독특한 형식에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결합한 이 소설은 골든 카이트 어워드(2018)와 그레이트 레이크스 그레이트 리즈 어워드(2017)를 수상했고, 미국 독립서점 연합에서 뽑는 인디넥스트 픽 탑 10에 선정되었다.
마음이 따뜻하고 낙천적이고 똑똑하고 또래에 비해 조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때때로 아무것도 모르고 늘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앨릭스. 진실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앨릭스의 편견 없는 마음은 앨릭스를 만난 사람들에게, 그리고 앨릭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친다. 용기를 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앨릭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주에 대한 경이를 품고 사는 소년이 인생에 대한 커다란 질문들을 던지며 삶에서 더 큰 경이를 발견하고 성장해나가는 이 이야기는, 앨릭스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며 읽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우주의 다른 생명체와 조우하길 꿈꾸는
열한 살 소년이 쏘아올린 별처럼 반짝이는 이야기
앨릭스는 콜로라도주 록뷰에서 엄마와 개 칼 세이건과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앨릭스가 세 살 때 돌아가셨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 로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일하며 집에 생활비를 보내준다. 때때로 ‘조용한 날’을 보내는 엄마는 앨릭스가 챙기지 않으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멀리 산책을 나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앨릭스는 엄마와 칼 세이건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하고 동네 주유소에서 잡지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돌보는 데 이미 익숙해졌다.
앨릭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주와 별, 그리고 로켓이다. 얼마 전 선물 받은 아이팟에 지구의 소리를 녹음해 수백만 광년 떨어진 우주로 쏘아보내는 것, 그래서 외계에 있는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것이 현재 앨릭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앨릭스는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열리는 로켓 축제에 참가해 자신이 만든 로켓과 아이팟을 우주로 쏘아올리려 한다.
열한 살 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개를 데리고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데는 당연히 어려움이 따르지만, 사연을 들은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앨릭스는 무사히 로켓 축제 장소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앨릭스는 로켓포럼 사이트에서 서로 아이디로만 알고 지내던 어른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특히 스티브, 묵언수행중인 제드와 각별한 사이가 된다.
로켓 축제 도중 앨릭스는 앤세스트리라는 가계도 사이트에서 아빠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발견했다는 메일을 받는다. 돌아가신 아빠와 이름과 생일이 똑같은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앨릭스는 이 사람이 혹시 정말 아빠가 아닐지, 아빠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 실은 아직 살아 계신 게 아닐지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고, 스티브와 제드의 도움으로 아빠를 찾아 라스베이거스에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라스베이거스행 여행으로 인해 가족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면서 앨릭스의 여정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 추천의 말
이 책의 모든 것, 등장인물,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잭 쳉이 창조해낸 목소리를 사랑한다. 아주 오랜 시간 내가 읽어온 책들 가운데 최고다.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주는 소설. 홀리 골드버그 슬론(소설가)
인간이 사랑을 할 수 있는 품위 있고 이해심 많은 존재라는 사실을 강렬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주는 소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를 인간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로 이런 책이 우리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게리 D. 슈미트(소설가)
이 소설은 기적이고 선물이다. 다정하고 훌륭한 마음씨를 지닌 앨릭스는 독자에게 우리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희망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소설을 읽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폴 그리핀(소설가)
강렬한 마법을 지닌 좋은 소설은 아주 드문데 『우주에서 만나요』는 바로 그런 소설이다. 재밌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이 소설 속 세계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다. 제니퍼 니븐(소설가)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앨릭스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만약 외계인이 앨릭스의 골든 아이팟을 발견한다면 분명 지구인은 아주 멋진 존재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뉴욕 타임스
감동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 전적으로 대단히 인간적이다. 가디언
가슴 아프면서도 재미있고 흡인력 있다. 가족과 우정, 그리고 관계 회복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흥미롭고 울림 있는 여정이 앨릭스의 강렬한 목소리로 펼쳐진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소설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은, 아주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늘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주인공 앨릭스 덕분이다. 시카고 트리뷴
영리하고 참신한 구조로 쓰인 귀엽고 감동적인 소설. 커커스
▶ 책 속에서
검표원 아저씨에게 주장했어, 나는 내가 아는 많은 열세 살, 아니 열네 살짜리들보다도 책임감이 강하다고. 하지만 아저씨는 그런 건 상관없고 실제 나이가 중요하다는 거야. 나는 그것 참 멍청한 일이라고, 아이들은 다 다르다고 말했어. 정말이지 아이들에게 책임감 시험을 치게 해서 책임감 나이를 부여해야 마땅해. 나는 벌써 요리도 하고 개도 돌볼 줄 알기 때문에 책임감 나이로는 열세 살쯤은 거뜬할 거야. 27쪽
향수란 더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곁에 두고 싶어하는 걸 가리켜. 이를테면 주크박스나 롤러스케이트나 맹장 같은 거. 너희도 맹장이 있니? 104쪽
당연히 질문이 많지, 질문을 하지 않고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 수 있겠어, 참나! 152쪽
어른들은 가끔 참 괴상할 때가 있어. 우리 엄마가 아닌 어른들하고 너무 오래 함께 있다보면, 지금 다 완전히 미친 거 아녜요?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싶어져. 200쪽
너희에게도 슬픔이 있어?
아마도 슬픔을 없애는 방법을 이미 발견했는지도, 아니면 슬픔 대신 다른 뭔가가 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너희의 슬픔은 우리의 행복일지도 몰라. 그래서 너희는 슬플 때 소리 내어 웃거나 미소를 짓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르지. 고래들이 울음소리 같은 걸 내지만 그게 사실은 즐거울 때나 보통 때나 늘 내는 소리인 것처럼 말이야.
아니면 너희는 언제나 슬플지도 모르지. 심장은 세 개에 폐는 하나인데 슬픔이 너희의 심장들을 뛰게 하고 폐가 숨쉬게 하는, 그렇게 너희가 살아 있게 해주는 것일지도 몰라. 288쪽
진실이란 불편한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늘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건 용감한 삶이 아니잖아! 324쪽
왜 아빠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게 무슨 뜻인지 더 모르겠는 걸까? 사랑, 진실, 용기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야. 더 생각하고 말해볼수록 더 아득해지거든. 사랑. 진실. 용기. 용기. 진실. 사랑. 이런 것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거,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그것들에 대해 생각할수록 여러 다른 것들을 합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다 똑같은 것 같기도 한데…… 응?
너희는 아니?
너희에게도 그런 말이 있어? 335쪽
구매가격 : 9,800 원
소설 11, 책 18
도서정보 : 다그 솔스타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대 노르웨이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사랑하는 이 시대의 소설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나라이지만 헨리크 입센,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욘 포세 등 문학계의 거물들을 배출한 노르웨이의 또 한 명의 거장 다그 솔스타. 그의 대표작인 『소설 11, 책 18』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소설가, 극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안데르센 교수의 밤』 등을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낸 솔스타의 작품은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북유럽의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그는 노르웨이 문학비평가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며, 2017년에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여하는 노르딕 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 아네 파르세토스는 솔스타를 두고 “노르웨이의 필립 로스”라며 극찬한 바 있고, 『소설 11, 책 18』을 일본어로 직접 번역하여 소개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솔스타의 작품은 아주 기묘하면서도 매우 진지하다”며 가장 좋아하는 현대 작가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솔스타의 언어가 “새롭고도 고풍스러운 우아함으로 빛나며, 독창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독특한 광채를 내뿜는다”면서 “이 언어는 배울 수도,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고 썼고, 페터 한트케는 솔스타에게 “깊이”와 “품격”이 있다고 극찬했다. 북유럽에서 이미 ‘작가들의 작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그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 ‘소설 11, 책 18’에 대해 솔스타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기도 전에 제목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베토벤의 교향곡 6번처럼 자신의 11번째 소설, 18번째 책이라는 뜻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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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맘화
도서정보 : 채자인 구영숙 / 아우름 / 2019년 11월 2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너만 사춘기냐? 엄마도 사춘기다!
하루에도 열두 번, ‘지랄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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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맘화』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중학교 사춘기’ 지옥에 입성한 두 엄마의 분투기를 담은 에세이다. 두 저자는 20년 동안 광고 카피라이터와 기획자로 살아가다 ‘풀타임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아이와 도서관을 가고, 아이와 나란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장면을 꿈꿨지만, “잔소리하지 마! 간섭하지 마! 신경쓰지 마!”라며 포효하는 사춘기 아이와 맞닥뜨린 현실이 생생히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이 키우기가 내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아니 내게만 이렇게 어려운 건지 궁금한 두 엄마의 기록이다. 그간의 육아를 돌아보는 ‘반성형 엄마’가 아니라, ‘도대체 너 나한테 왜 이러니?’ 소리지르고 싶은 엄마, 그렇지만 ‘외계인 같은 저 생명체’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애쓰는 엄마들의 진솔한 고민이 유쾌한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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