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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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도서정보 : 김숨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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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내가 왜 없는 게 아니라 있는가
나무들도 스스로에게 묻고는 할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뿌리 이야기」 수록, 작가 김숨의 존재 3부작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에 김숨의 「뿌리 이야기」가 선정되었을 때, 그는 수상 소감에서 당나라 시선 이백의 ‘마부위침(磨斧爲針)’ 고사를 언급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있는 노인을 보고 이백이 다시 공부에 정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김숨 작가는 그 노인의 믿음을 자신의 믿음으로 삼겠다 썼는데, 실제로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작가’를 떠올렸을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앞서 떠올릴 이름 중 하나가 그일 터이다. 1997년 등단하여 올해로 작가인생 22년, 조용히 그러나 가열차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 김숨.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으로 문단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였고, 모호한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소설부터 역사와 현실을 토대로 한 소설까지, 독자는 그를 ‘믿고 읽는 작가’라 부른다.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뿌리 이야기」를 비롯,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를 개작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 총 3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은 독특한 작품집이다.

살리고 싶어, 살려야지…… 혼잣말을 주문처럼 외며 초고 아닌 초고를 완성하고 났을 때 생애 처음 쓴 소설이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등단 후 내가 지금껏 쓴, 쓰고 있는 단편과 장편들이 어디에서 왔고, 오고 있는지 가계도 같은 게 그려지는 것 또한 경험했다.
_‘작가의 말’에서

첫 소설집 『투견』의 개정판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가 근본적으로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첫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두 작품만을 살리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쓴 「뿌리 이야기」를 더해 일종의 3부작으로 구성한 것. 세 편 모두 작가가 상당 부분 개작하였고, 셋 중 두 작품은 제목도 바꾸었다.

“우연히 '이식할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느낀 공포감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는 작품 「뿌리 이야기」는 이 소설집의 가운데에 자리하여 세 작품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자리와 죽는 자리가 같은 존재야. 태어난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죽음을 맞는……”

그는 메타세쿼이아들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천이백 킬로미터야……”

“이 메타세쿼이아들이 이동한 거리 말이야. 당신 말대로 한자리에 서 있는 존재가 어느 날 뿌리 들려서 천이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온 거야.”

나는 그가 날아가지 못하게 그의 발등에 못이라도 박아넣고 싶었다. 그를 내 옆에 붙들어둘 수만 있다면 발가락 하나하나에.
_76쪽, 「뿌리 이야기」에서


뿌리를 시각화하는 부정형 미술작품을 만드는 ‘그’와 지지부진한 연인관계를 이어온 ‘나’의 이야기. ‘나’에게는 어린 시절 고모할머니와 한방을 쓴 기억이 있다. 고모할머니는 노년에 홀로되어 ‘나’의 집으로 들어왔고, 방안에 그저 정물처럼 존재하기만 했던 사람이다. 양로원으로 한번 더 ‘옮겨진’ 고모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던 날 밤, ‘나’는 고모할머니의 손이 자신의 방에 날아들어 더듬더듬 자신의 손을 찾아 그러잡았던 것 같다 느꼈다. 간절히 자신의 손을 잡곤 하던 고모할머니. 그녀 역시 ‘그’처럼 ‘뿌리 들린 존재’였을까. ‘뿌리 들림’은 명백히 타의적인 것. ‘그’와 고모할머니의 뿌리를 뽑아든 건 누구 혹은 무엇이었을까.

「뿌리 이야기」 속 ‘그’는 맨 앞에 배치된 작품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이하 「나무」)의 ‘오빠’를 떠올리게 한다. 두 발이 그 자리에 자신을 정박시키는 뿌리가 되기를 소망하는 장면이 두 작품에, 두 인물에게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만지는데 ‘나무’를 만지고 싶었어”(28쪽)라 말하는 어린 ‘나’와 불편한 발을 가진 느릿한 ‘엄마’, 세상과 다른 속도를 가진 엄마를 보며 점점 빨라지는 자신의 속도를 버리기로 한 ‘오빠’. 자기 방 천장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몰두하다가 끝내 가출하고야 마는 ‘오빠’와, ‘나무’에 대한 시(詩)를 쓰고자 애쓰는 ‘나’. 이는 결국 “오감(五感)으로는 어루만질 수 없는 ‘바깥’에 대한 불가능한 꿈꾸기와 관계 깊다. 따라서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바깥’을 독자에게 보여주지는 않지만?누가/무엇이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바깥’을 독자에게 내밀어놓고 있다.”(조강석, 해설 「존재 3부작과 이미지-서사」에서)

「슬픈 어항」에는 결벽증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모녀가 등장한다. 세 작품 가운데 한곳에 정박해 ‘뿌리내리고’ 사는 듯 보이는 이 모녀의 삶은 그러나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창문을 포함해 외부와의 통로가 차단된 집에는 ‘나’가 들어가 누우면 꼭 맞을 사이즈의 어항만이 놓여 있다. 산소발생기 없는 어항 속 금붕어들은 죽어나가고, 어렴풋이 추측되는 ‘나’의 아버지의 부재와 그 빈자리가 ‘나’의 어머니에게 남긴 트라우마적 상처가, 이 갑갑한 집을 더욱 숨쉴 틈 없는 기이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잠언은 어항 속에 있다. 나는 잠언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 믿음은 그대로 고통이 된다.”(127쪽, 「슬픈 어항」에서) 그러나 “나는 아직 뿌리에 가닿지 못한 게 아닐까, 내가 나를 망각하고 존재하는 곳에. 나는 뿌리에 가닿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77쪽, 「뿌리 이야기」에서)

“자연물인 뿌리가 예술적 오브제로 승화하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들 중 가장 단순하고 의미심장한 의례”를 ‘못박힘’이라고 한 건 「뿌리 이야기」의 ‘그’이다. 「나무」의 오빠가 방 천장 구멍을 막은 철판에 박아넣은 열두 개의 못, 제 살을 긁어 흘린 피를 어항 속에 흘려넣은 「슬픈 어항」 속 ‘나’가 손에 든 것 역시 공사판에서 주워온 못이었다. ‘뿌리 들림’과 ‘못박힘’,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두 모티프는 세계의 유폐와 개방에 양가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리라. 모두가 ‘숲을 보라’라고 말할 때에도 ‘숲이 아닌 나무를 보라’라고 말하는 듯한 김숨의 소설 미학은 이렇듯 20년 세월에 걸쳐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고든다. “뿌리를 깊이, 단순하게 내리”는 ‘심근성 나무’처럼.

이 작품집은 일종의 존재 3부작으로 읽히기도 한다. 각각의 서사-이미지들이 세 작품 속에서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작품집 전체는 일종의 이미지-서사를 구성한다. 바깥에 대한 지향과 내부의 실존적 조건 그리고 양자의 교섭으로서의 삶에 대해…… 그런데 의아한 것은 다소 무거운 이미지들이 연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존재력(the force of existing)이 고양되는 방향으로 몸이 움찔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김숨 소설의 또하나의 힘이다.
_조강석, 해설 「존재 3부작과 이미지-서사」에서

구매가격 : 8,400 원

허구의 삶

도서정보 : 이금이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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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어느 갈림길에서 A가 아닌 B를 선택했다면, B가 아닌 C를 선택했다면
나와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삶의 매 순간, 우리는 갈림길을 마주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자책은 수시로 우리를 짓누르고, 나아가는 걸음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그러나 쌀자루를 둘러멘 듯 걸음걸음이 버거울 때에도 일시정지하거나 리셋하여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 삶이다. 도미노처럼 세워진 선택의 길 위에서 『허구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제 몫의 선택을 짊어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등단한 지 30여 년, 이금이 작가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등으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사에 족적을 남겨 왔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파고들어, 그 아픔과 성장을 치밀한 서사에 녹여 내는 ‘이금이표’ 작품이 있어 아동청소년문학의 숲은 한층 울창해졌다.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이금이 작가는 한순간도 쓰기를 멈추지 않고, 지금도 외연을 넓혀 가는 중이다. 퇴고에만 수년이 걸린 『허구의 삶』은 이금이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생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인생만 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야.”

때는 1988년. 고등학생인 ‘상만’은 쌀가게를 하는 외삼촌네에서 더부살이하는 신세다. 힘들 때 기댈 가족도 없이 쌀 배달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야 하는 그에겐 속을 털어놓을 친구의 존재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허구’가 전학 오기 전까지는.

허구는 으리으리한 이층집에 살면서 엄마 아빠의 차고 넘치는 사랑을 귀찮게만 여기고, 학교에선 사실인지 허풍인지 모를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친구들에게 돈을 펑펑 써 대는 아이다. 상만은 접점이라곤 없는 허구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면서 완고했던 삶에도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풍족해 TV 드라마 같던 허구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차츰 익숙해지고, 허구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 받으며, 허구의 방에서 허구의 책상에 앉아 허구의 참고서를 써 가며 공부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상만은 허구가 노트에 써 놓은 글 「여행자 K」에 제 이름을 붙여 공모전에 내고 상을 받기에 이른다. 이렇게 허구의 것을 빌리다가 자신은 빈껍데기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찾아온 씁쓸함은 상만의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허구가 평행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라는 글도 ‘뻥쟁이 허구가 지어낸 이야기겠지.’ 하며 가볍게 넘길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경일고등학교 반창회 밴드에 ‘초대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여행자’가 쓴 초대장은 허구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었으며, 글을 올린 이는 다름 아닌 상만이었다. 30년 동안 상만과 허구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허구를 만나며 어지럽게 엉켜 버린 상만의 삶과,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짊어지고 살아온 허구의 진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살아 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했다.”
어느 한 순간 정지할 수도, 리셋할 수도 없는 삶 속으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상만'과 ‘허구', 상반돼 보이는 두 사람의 전 생애를 그리면서 평행세계로의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접목시켰다. 삶과 죽음, 허구와 진실, 과거와 현재,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오가는 긴장감 있는 구성은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깊은 통찰이 담긴 단단한 문장으로 축조된 서사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충격적인 반전은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음울한 농담처럼 불쑥 찾아온, 허구의 죽음을 알리는 장례식 초대장으로 시작한 『허구의 삶』은 그렇게 우리를 진실된 “삶” 속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잃어버린 길 위에서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허구의 세계를 떠도는 여행자가 될 것인가. 자신의 일그러진 삶을 부정하고 다른 삶을 선망하며 허구로 무장한 채 걸어갈 것인가. 허구와 상만, 양극단을 달려가는 두 사람의 생애를 체험하는 일은, 앞으로 펼쳐질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쌓아 나갈지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그 선택의 무게를 견디며 나아갈 나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안아 줘도 된다는 작가의 위로를 함께 건네받을 것이다.

“선생님은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세요?”
기출문제는 물론 예상 문제에도 없었던 질문에 잠시 내 안의 무언가가 출렁, 했다.
(…) ‘나는 어떤 어른인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의 발효제가 됐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 허구의 상황을 바로잡아 줄 어른이 있었다면, 상만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일은 어른인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내 부끄럽고 미안했다.
_작가의 말에서

실수했더라도, 후회로 가득하더라도 우리 앞엔 아직 가지 않은 길이 놓였다.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지 선택은 책을 덮은 우리의 몫이다. “살아 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하기에.

구매가격 : 8,100 원

도서정보 : 이르사 데일리워드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2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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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기억에 처박혀 살고, 기억은 뼈에 처박혀 산다.”

고통은 삶의 조건이 아니다. 삶의 방식, 삶이 스스로 가는 길이다.
“이해하려면 이십 년이 걸리고 간이 망가지는 것들”을 나눠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_정희진(『미투의 정치학』 편저자)

자신의 뼈를 직접 본 적 있는 사람은 알고 있다.
어떤 고통과 어떤 공포가 그 순간에 엄습하는지.
이르사 데일리워드 곁에 나는 마침내 서 있기로 한다.
부디 더 많은 친구들이 이 곁에 모이기를. _임솔아(시인, 소설가)

“모든 흑인 소녀들이 고마워할 단 하나의 시집”이라는 평과 함께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로 그 책. 인스타그램 시인으로서 새로운 문학 장르를 주도하며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자신만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데뷔 시집이다. 흑인-여성으로서의 삶, 싱글맘 어머니,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우울증과 성폭력 경험, 성폭력 이후의 피해자의 내면세계와 가해자를 포함한 주변의 2차 가해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로 풀어냈다. 시인은 이런 경험들이 자신의 ‘뼈’에 새겨질 만큼 고통스럽고 후유증이 깊지만 이 기억들을 시로 승화시키고 나눔으로써, 더욱 건강한 방식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구매가격 : 9,000 원

테러블

도서정보 : 이르사 데일리워드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2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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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되고 판단되고 탐내진, 스스로조차도 통제권을 잃어버린 몸에 대한 이야기. _밀리언스

절망의 협곡에서 처절하게 건져올린 문장과 풍부한 시적 언어로 직시하는 자기혐오,
뼈를 깎고 내장을 찢는 트라우마, 그리고 치유와 구원, 연대의 글쓰기

흑인이고 여자이고 퀴어인 이르사 데일리워드에게,
너는 틀렸다고 말하는 “끔찍한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테러블』은 트라우마의 치유, 새로운 자서전의 가능성,
우리가 삶을 글로 옮기는 또하나의 이유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젊은-흑인-여성-LGBTQ-시인이자 활동가, 모델, 배우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가는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시집이자 에세이. 종교에 심취한 조부모 밑에서 보낸 억압된 어린 시절, 싱글맘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 이부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 술과 마약에 빠져 스스로를 갉아먹던 나날들, 자신을 포함한 주변 모든 여성들의 처지, 사랑했고 사랑하는 연인들, 지독한 자기혐오 등 『뼈』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던 행간의 사연들이 고통스럽고 처절하게, 하나씩 꺼내져 열린다. 작가의 삶에 더욱 깊이 침투해가는, 끔찍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마음을 휘젓기에 충분하다. 2019년 펜/애컬리상 수상작.

구매가격 : 9,700 원

그래픽노블로 돌아온 차모니아 통신

도서정보 : -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21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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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론

도서정보 : 천정환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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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힌 삶, 타인에게 잔인하고 죽음에 둔감한 삶을 양산하는 사회

인간다움과 친밀성의 구조는 복원될 수 있을까


자살은 다기한 원인에 의해 선택되거나 또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 삶의 불완전성을 채우는 실존적 선택이기에 숭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독한 단자로서의 벼랑 끝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이기에 외로운 죽음이기도 하다. 또한 자살은 존중받아야 할 선택일 수 있지만, 경제적 생존의 모든 수단이 박탈되어 어쩔 수 없이 남은 한 가지 선택이라면 그것은 자살자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자살이야말로 우리 사회와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살아 있는’ 비판”일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저성장사회일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상반된 연구도 상존한다. 중요한 건 그런 통계적 연구결과라기보다도 경제적 파탄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좀먹는지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그에 따른 제도적 구제가 아닐까. 생계형 자살, 취약계층의 자살에 관한 기사가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까닭은 그런 데 있는 것 아닐까. 경제 규모 10위권이라는 국가의 경제 성장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빚에 몰려, 고리대와 신체포기각서에 시달리다 끝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수도 없이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생명존중 사상’을 고무한다고 해서 자살률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경제 논리와 스노비즘적이며 불의한 통치, 그로 인한 친밀성의 실종을 경고하는 이들이야말로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들 아닐까. 더이상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어 목숨을 끊은 기러기아빠,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아무리 생계와 목숨을 걸고 싸워도 아무런 해결책도 얻어내지 못한 채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자살하는 노동자들, 가난과 고독 속에 농약을 먹는 노인들, 입시지옥에서 허우적대다 창밖으로 몸을 날리는 청소년들이 상존하는 곳이 지금 이곳 대한민국 사회다.

구매가격 : 12,000 원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서정보 : 요조 임경선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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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

이토록 무례하고 고단한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
―여자로 일하고 사랑하고 돈 벌고 견디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우리가 나눈 모든 것

여기, ‘낙타와 펭귄’처럼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솔직하고 ‘앗쌀하다’. 다른 여자는 자신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 가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여자는 서로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들은 어린 시절 다른 이들이 침범할 수 없는 우정을 나누던 단짝소녀들이 그랬듯이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완연한 어른 여성이 되어 여자로 살아가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낱낱이 기록한 교환일기를 주고받은 두 여자, 바로 요조와 임경선이다.
2005년부터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어느덧 개정판 포함 이 책으로 꼭 20권째의 책을 출간한다는 베테랑 ‘저술업자’ 임경선. 그리고 뮤지션, 작가,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자, ‘책방 무사’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야기와 자신을 연결하고 있는 여자, 요조. 이 두 여자의 내밀한 속이야기는 어쩌다 수다의 울타리를 넘어 책으로 묶였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토록 기나긴 수다를 이어가며,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다시금 폭소하게 했을까.
일과 사랑, 삶, 생리, 섹스, 여행, 돈,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매일의 고통과 싸움에 이르기까지―두 사람의 경계 없는 여자일기가 자물쇠를 풀고 세상에 나왔다.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곤 했다.
임경선과 신요조는 어쩌다 막연히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하던 시절을 거쳐서 지금은 ‘정말로 친구’가 되었다. 정말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 이번엔 진짜 살 뺄 거야, 라고 어젯밤에 분명히 말해놓고 새벽에 또 뭔가 먹었다는 고백을 듣는 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겠다더니 기어이 일을 붙잡는 고집을 보는 일, 엉엉 울었다는 말을 푸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일. (…)
우리에게는 확실히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한다. 저렇게 살아야지, 혹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디 우리처럼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주기를, 그리고 우리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_요조의 말, 7~9쪽


오디오로 연재하고 책으로 완결하다!
―두 여성 작가의 신선하고 과감한 도전!
책 읽을 시간조차 내기 쉽지 않은 여성들의 귀에 꽂힌 공감의 언어

이 책은 요조와 임경선 두 작가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라는 제목으로 서로에게 교환일기를 녹음해 보내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출판계에 오디오북 제작과 유통이 점점 활성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두 작가는 과감하게 오디오 콘텐츠를 우선 제작하고, 그후에 책으로 묶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임경선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와 요조의 느릿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우정과 공감의 대화는, 고단한 하루 속에서 책장 한 장 넘길 시간조차 쉽지 않지만, 귀는 활짝 열려 있었던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모았다.

“요즘 육아로 인해 친구들과 수다도 어려웠는데, 애기 재워놓고 두 분의 일기로 대리만족했어요. 즐거운 시간 다정한 위로의 시간들이었어요.”
“제 쓸쓸한 출근길을 늘 외롭지 않게 해주었던 클립이었습니다. 들으면서 삶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받고 더불어 공감받으며 제게 풍족한 시간들을 선물해주셨어요.”
“전 주로 산책할 때 들었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튀어나와 걷다가 입술에 힘을 꾹 주며 호흡을 조절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이렇게 웃길 일인가 싶었고, 그뒤에 쉬 사라지지 않는 뒷맛에 또 한번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렸습니다. 오후쯤 굉장히 피곤할 때 한 조각 먹는 초콜릿 같았어요. 그리고 멀리 있는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이 들어 한동안 따뜻했습니다.”
“저한텐 두 분의 짧은 목소리가 가끔씩 ‘하루를 구원’하는 순간으로 만들어줬어요.”
_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댓글에서 발췌

두 작가가 오디오클립에 교환일기를 연재하는 동안, 청취자들은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 받아 적기가 힘드니 스크립트를 올려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이에 두 사람은 각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문장을 가다듬은 뒤, 30편의 녹음파일에 여섯 편의 긴 글을 추가하여 마침내 책으로 완성했다. 비로소 활자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마치 ‘음성지원’ 기능이 내장돼 있는 듯하다. 행간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서로에게 전하는 가쁜 숨소리와 시트콤처럼 좌충우돌했던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또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를 푸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친구 앞에서 배꼽 빠지게 웃어주고는, 뒤돌아 서로의 ‘무사’와 안녕을 간절히 빌어주었던 나지막한 기도와 눈물도 책갈피마다 배어 있다.


작가는 돈 얘기 하는 거 아니라고요?!
―솔직한 그 여자, 임경선의 페이 협상법

이 책에서 두 작가는 글쓰기와 말하기, 인간관계와 관용, 멋, 몸과 마음의 건강, 좋아하는 책, 싫어하는 것들의 리스트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이 지불해야만 했던 노력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하면서 맞닥뜨리는 온갖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상황들에 대해서도 이들은 솔직하게 토로한다. 임경선은 작가로 살아가기 시작한 이래 전국 방방곡곡 자신을 찾아주는 곳에서 137번의 강연을 해왔다. 그러나 작가의 시간과 노동력을 내달라 요청하면서도 ‘돈’ 얘기는 쏙 빼놓고 의뢰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부터 냅다 주입시키려 하는 이들은 너무나 많았다. 당신에게 줄 적합한 페이는 예산에 책정해 두지 않았지만, 당신이 만약 좋은 작가라면, 반드시 여기 와야 한다고 강권하는 사람들과 수없이 상대해야 했다. 이런 기묘한 청탁에 대해 임경선은 이렇게 신랄하게 꼬집는다.

나는 늘 페이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 페이는 그냥 ‘상대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다’라고 못박고 시작해야 프리랜서로서 돈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 같아. 가령 강연 등의 행사 청탁이 들어올 경우, 일 얘기는 하는데 돈 얘기를 안 하면 바로 “그런데 이 일은 비용이 발생하나요?(번역: 돈 안 줘요?)”라고 확인부터 해. 공교롭게도 돈 얘기를 먼저 안 하거나 맨 나중에 하는 회사일수록 페이가 적을 확률이 크지. (…) 영리목적이 아닌 행사임을 강조하거나 자기들이 비영리단체임을 강조하면서, 너 역시도 돈 욕심내지 말고 군말 없이 이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분들도 계셔. 마치 우리가 너에게 일을 맡기는 것 그 자체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듯이. 물론 내가 돈을 받든 안 받든 진심으로 그 일에 동참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죄책감’ 안겨가면서 일을 날로 시켜먹으려는 처사는 너무 못됐잖아. 야박한 쪽은 내가 아니라고. _임경선, ‘즐겁게 워커홀릭’ 134~135쪽

40대쯤 되면 잘났건 못났건 간에, 주위에 민폐 끼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쯤은 거뜬히 해내는 ‘유용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임경선. 그렇기에 그녀는 한 개인으로서는 대중 앞에서 나서길 두려워하는 내향적인 여자이지만, 적어도 작가로 나서는 자리에서는 가장 유용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임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글쓰고 책을 낸 이후에 필연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말하기’의 어려움과 그것을 훌륭하게 돌파해내는 과정의 디테일도 책에 상세히 적어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술노동자의 노력과 시간을 ‘행사의 고매한 취지’와 ‘독자의 사랑’으로 ‘후려치려는’ 기관과 단체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가. 작가는 돈보다 더 훌륭한 명분을 쫓아야 한다고 강권하는 이들의 속내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그리하여 임경선이 정당한 페이를 받기 위해 조율하고 협상하는 기술을 망라한 ‘임경선의 페이 협상법’은 비단 친구 요조에게만 푸념처럼 속삭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안하고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료작가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이야기로도 들린다. 또한 이것은 작가의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과 기관들에게 그녀가 건네는 곡진한 당부이기도 하다.
작가인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돈, 그리고 노동할 때 마땅히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나 원칙이 필요하다고. 아니, 비단 작가가 아닐지라도 모든 ‘일하는 사람’에겐 ‘보람’이나 ‘선의’, ‘뜻’을 강권하기에 앞서 그 사람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걸맞은 최소한의 대가가 주어져야만 한다고.


프리랜서 겸 책방 주인의 이메일 화법 수련기
―노력하는 그 여자, 요조가 자신과 책방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들

한편, 요조는 책들 사이에서 그저 하루씩만 무사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작은 책방을 열었지만, 폭발적인 이메일과 무수한 말과 요청들에 둘러싸인 채 바삐 살아가고 있다. “책을 서점에 들이고 싶다는 입고 요청 메일부터 왜 정산을 해주지 않냐는 항의 메일, 무슨무슨 책이 있느냐는 문의 메일, 그 외 이런저런 메일들을 매일같이 받고” 또 회신을 보내며 살고 있다. 이 북새통 속에서 그녀가 세운 업무 이메일 회신의 원칙은 두 가지.

첫째, 아무도 기분이 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모티콘을 문장으로 표현해본다.

‘무례하고 멍청한 메일’을 받아서 화가 날 때도 요조는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실어 보내서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 매일 다량의 메일을 보내고 받는 삶 속에서 그녀는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공통의 목적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수련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세심한 노력들이 바로 요조라는 사람을 만든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되는 데 성공한다면, 마찬가지로 저를 아끼는 누군가가 제가 부끄러워할, 속상해할, 화가 날 말을 한다고 해도 순간적인 욱한 감정에 멍청하게 속아넘어가지 않고 상대방이 내어준 용기와 책임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말하겠다는 입.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듣겠다는 귀. 어른의 우정을 위해 꼭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체기관인 것 같아요. _요조,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162쪽

내 인생이 펼쳐지는 토양을 개간하기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를 따져볼 때, 원고 한 장에 급급하고 노래 한 곡을 땀땀이 메꿔나가는 것이 요조라는 땅에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_요조, ‘어쩔 수 없이, 나’ 233쪽


펭귄과 낙타의 공통점
두 여자가 ‘1년 너머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 이유’

그야말로 ‘펭귄과 낙타’처럼 너무 달라서 당최 왜 그렇게 친한지 남들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지만, 그녀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1년 너머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것’. 두 사람이 1년 너머의 삶을 섣불리 상상하지 않게 된 데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던 임경선은 과거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자꾸만 재발하는 암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몸과 삶을 1년 단위로 체크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안전하다고 진단받은 1년 치의 삶―그 시간 동안 몰두할 일을 찾고 자신이 기울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성실하게 이행해내가는 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 병원 정기검진이 1년 단위로 있다보니 나는 모든 것을 1년 단위로 끊어서 살아. 늘 한 해 계획만 세우고 그다음 일은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아. 장기계획이나 그랜드 마스터플랜이나 평생을 걸 라이프워크, 이런 것도 생각 안 해봤어. 그저 현재와 향후 1년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내고 챙길 것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추려놓은 후, 그것들을 하나하나 나사를 조여가고 기름칠을 해가면서 사는 느낌이야. _임경선, ‘사십대’ 206쪽

한편 요조는 사랑하는 여동생을 10년 전 전철역에서 일어난 사고로 억울하게 잃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전철을 겨우 다시 타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만큼, 아직 슬픔은 가까이 있고, 매일 마주하던 가족이 어느 날 느닷없이 ‘만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실감은 서늘하다. 그래서 그녀는 만질 수 없는 동생의 상징을 자신의 피부에 문신으로 새겼다. “가끔은 고수가 너무 맛없어서 싫다는 사소한 이유로 커다란 고수나물을 귀 아래 새기기도 하면서, 피부라는 거 그냥 죽으면 썩는 거다, 노는 땅이다”라고 여긴다.


자꾸만 재발하는 갑상선암 때문에 매년 검진을 받아오면서 1년 너머의 삶에 대한 상상이 가능해지지 않는 언니처럼 저 역시 10년 전에 동생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사람이 얼마나 아무 이유 없이 간단하게 이 세상에서 소멸해버릴 수 있는지, 그 부재가 너무나 깊이 각인되어버리는 바람에 장기적인 인생의 계획을 짜는 일이 불가능해져버렸거든요. 매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최대한 고통받지 않는 방법으로 죽었으면 하고 소원하게 되고, 내일이라도 나는 동생처럼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법 현실적으로 감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떻게 보면 ‘별수없이’ 현재에 충실해지는 사람이 되었는데, 이런 저와 언니의 태도가 깊은 곳에서 잘 맞았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_요조, ‘더 분발해서 방황할게요’ 213~214쪽

그녀에게 몸과 삶이란 언제 느닷없이 스러져버릴지 모르는 막막하고 먼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는 단 하루는 너무나 가깝고 생생하다. 그래서 어느 날 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119대원들이 둘러싼 사고현장을 목격한 뒤 그 이름 모를 사람에 대한 염려와 불안 속에서 그녀가 써내려간 하루의 일기에는, 온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과 세상이 손에 잡힐 듯 너무도 ‘소중하고 절박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는 내내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버스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도 하기 전에 그냥 중간에 내려버렸어요. 내리고 보니 충정로였어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처음 가보는 골목길에 들어가 헤매고 다녔어요. 오래되고 낡고 조그만 술집들, 음식점들이 골목 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내가 지금 아름다운 곳에 ‘살아서’ 이렇게 ‘걸으면서’ 이것들을 ‘보고’ 있다는 감각 하나하나가 너무 강하고 소중하고 절박해서, 가게마다 눈을 맞추고 골목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화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숯불갈비 가게 옆에서 달궈지고 있는 숯 가까이 가서 그 열감을 느끼고 가게의 이름들도 발음해보았어요. 누구보다도 똑똑해진 채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아버린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써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 까먹게 되겠죠. 까먹기 전에 얼른 말할게요. 너무 사랑하는 언니가, 제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이 여기 있어요.
있을 때, 잘해야 해요. _요조, ‘있을 때 잘해야 해요’ 59~60쪽


우리가 까먹기 전에 기억해야 할 인생의 중요한 것들
―여자로 살아내기 위해, 각자의 행복의 나라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계속 사랑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이나 거창한 야망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루를 귀하게 여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고자 하는 두 여자의 마음이 아마도 ‘일기’를 쓰게 했을 것이다. 그녀들은 솔직과 가식에 대하여, 어정쩡한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강연하고 글쓰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솔직한 뒷담화들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어린 시절, 자물쇠 달린 하드커버 노트에 비밀스럽게 주고받던 교환일기의 추억이 두 여성 작가의 대화에서 되살아난다.
두 사람이 핑퐁처럼 주고받는 주제와 대화들은 따뜻하고, 때론 신랄하며, 더없이 친하고 편한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는 너무 적나라해서 낄낄거리면서 읽게 되다가도, 서로에게 고백하는 내밀한 마음의 풍경은 가슴을 찌른다. 30대 요조와 40대 임경선은 서로 왜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느냐고 서로 놀리고 놀라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과 앞으로의 소망을 공유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문득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보고 싶어진다.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나의 미약한 빛을 알아보고 어깨를 내어줄 언니가, 그 어떤 이야기든 안심하고 끝없는 수다를 떨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내 곁에 남아 있는 친구에게 당신이 내게 그런 존재라고 문득 말을 걸고 싶어진다.
마치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임경선이 ‘신수진’(요조의 본명)에게 쓴 것처럼.

깊은 우정은, 공통의 적이 있든 없든, 일에서 잘나가든 못 나가든, 실연한 상태든 목하 열애중이든, 돈이 있든 없든, 그런 것들과는 관계없이, 그 어떤 의무감 없이도 그저 보고 싶고, 그냥 ‘아무거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별 내용도 없는 문자나 이메일이 와도 그저 즐겁고 신나고, 만나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못 만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지. (…)

너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매 순간 주변 환경에 휘둘린다고 했었지? 요조답다, 신수진답다, 가 대체 뭐냐고도 묻고.
내가 그 대답을 알려주어도 될까?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멋있는 사람으로 남게 될 거야.
그게 신수진이야. _임경선, ‘완전한 이별은 우리 부디 천천히’ 270~271쪽


비효율의 끝을 달리는 몹쓸 습관이 생겼다. 요조와 나누는 문자대화가 그것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등 뚫린 곳이면 그 어디서건, 우리는 서로에게 미친듯이 뭔가를 썼다. 시시콜콜한 일상 보고부터 진지하고 논쟁적인 주제까지 가리는 것도 없었다. (…)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와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이다. 나라는 고효율 추구형 인간은 덕분에 탕진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제서야 비효율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산다는 건 뭘까,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살아가는 일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결코 멈추지 못할 것 같다. _임경선의 말, 5~6쪽 중에서

구매가격 : 10,900 원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도서정보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엘릭시르 / 2019년 11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셰발과 발뢰의 등장과 함께
고전적 살인 미스터리의 순진함은 사라졌다!”_아르네 달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와 『어느 끔찍한 남자』가 동시 출간되었다. 엘릭시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사건 현장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작품 속 범죄와 수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대중소설로서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북유럽 범죄소설에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 노동자가 자본가를 쏘아 죽이다

호텔 식당에서 한낮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머리에 총을 맞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지만 놀랍게도 죽지 않았다. 그런데 식당 안에 있던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황당한 사실이 이내 드러난다. 융통성 없는 말뫼 경찰은 아무 의미 없는 증거에 집착할 뿐. 이 사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르틴 베크가 말뫼로 출동한다.

제목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1970년대 스웨덴 시민들이 베트남 전쟁 반대 등 시위를 할 때 사용했던 구호 ‘Polis, polis, patatisgris(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을 사용한 말장난이다. 제목에 명백하게 담겨 있듯, 이번 작품은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거침없이 풍자하는 블랙 유머로 가득차 있다. 시리즈 이전 작품에서도 감초처럼 등장했던 코믹한 순찰조 듀오인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이 다시금 활약한다. 말뫼 경찰의 선임경사 바클룬드는 흉기가 리볼버인지 자동권총인지도 파악하기 전에 탄피부터 찾겠다고 설쳐댄다. 또한 신분을 숨겨야 할 국가보안청 비밀경찰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옷차림으로 당당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터무니없는 발상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 리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다. 이 무능한 이들의 진지함은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저자들은 무르익은 유머 감각을 아낌없이 과시하면서도 특유의 사회비판적인 시선도 보여준다. 사건의 피해자는 거대 기업을 이끄는 자본가로, 공격적인 무자비한 운영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그가 자기 지갑을 불리는 과정에서 부와 권력이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은 흡사 부품처럼 소모되었다. 이 비인간적인 인물에 대해 저자들은 일말의 동정도 보이지 않는다. 작품 초반에 죽은 그의 이미지를 전혀 회복시켜주지 않을뿐더러 인간적인 면모도 부여하지 않는다.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적 사회 풍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에는,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범죄로 보는 저자들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의 서문을 쓴 스웨덴의 문학박사이자 소설가인 아르네 달은 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서스펜스물의 전통을 마음껏 활용”하여 “시대의 풍토를 비길 데 없는 솜씨”로 그려냈다고 평하며, “저자들의 기술은 절정에 달했고” “소설로서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범죄소설을 현실의 거울상으로 만들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특유의 사회 비판도 빠지지 않아 독자들은 즐거운 독서 안에서 19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적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현실을 범죄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지나치는데, 이렇게 사회상을 문학작품에 녹여 넣는 작풍은 ‘마르틴 베크’ 이전의 범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주인공이 경찰이든, 탐정이든, 범죄소설은 사건과 범죄 해결에만 중심을 두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 수법은 무엇인지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현실적인 경찰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사하기 때문에 범행도 현실적이어야 했다. 현실적인 범죄에는 거대한 음모 같은 트릭 대신 범죄의 배경이 되는 사회상이 등장한다. 독자들은 범죄소설을 읽으며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인식할 수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로 범죄소설은 흐름이 완전히 달라져, 범죄를 통해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후배 작가들에게 범죄소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경찰소설의 모범”(요 네스뵈), “현대의 고전,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헨닝 망켈) 등 유수의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전권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구매가격 : 9,700 원

어느 끔찍한 남자

도서정보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엘릭시르 / 2019년 11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마르틴 베크는 사실상
거의 모든 스칸디나비아 형사들의 원조다!”_리 차일드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와 『어느 끔찍한 남자』가 동시 출간되었다. 엘릭시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사건 현장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작품 속 범죄와 수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대중소설로서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북유럽 범죄소설에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 경찰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없다

전직 경찰서장이 입원한 병실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이것은 정부에 대한 저항이 담긴 정치적인 살인일까, 아니면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일까? 수사관으로서, 동료를 죽인 살인자를 검거해야 하는 마르틴 베크는 실마리를 찾으려 분투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 조직의 추악한 민낯만을 보게 되는데…….

『어느 끔찍한 남자』는 함께 출간된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의 유쾌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묵직한 스릴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전(前) 경찰서장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마르틴 베크는 평화로운 저녁 시간에서 유혈이 낭자한 살인 사건 현장으로 호출된다. 살인범을 찾기 위해 피해자를 조사하던 베크는 죽은 남자가 고위 경찰이라는 지위에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법을 집행했으며, 그의 긴 경력만큼이나 부당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사실상 악인이었다. 심지어 법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르틴 베크는 살인범을 잡아야 하는 수사관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릴 수 없다. 죄책감과 책임감을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며 마르틴 베크는 범인의 뒤를 쫓는다.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펼쳐지는 검거 작전은 이제껏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서 보여준 어느 작전보다 규모가 크고 첨단 장비로 무장되어 있다. 군사·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숨막히는 액션이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또한 마르틴 베크는 이 작품에서 정신적 위기뿐만 아니라 육체적 위기도 함께 겪는다. 검거 작전의 끝자락, 경찰을 향해 총을 겨눈 범인과 마르틴 베크가 정면으로 부딪히며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은 시리즈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잭 리처’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리 차일드는 이 작품에 대해 “희한할 만큼 설득력 있”고 “작은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여 “수사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우리가 이전까지 믿었던 도덕적 판단의 근거가 뒤흔들린다”고 평하며,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깊은 애정을 표했다.

●범죄소설을 현실의 거울상으로 만들다

『어느 끔찍한 남자』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특유의 사회 비판도 빠지지 않아 독자들은 즐거운 독서 안에서 19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적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현실을 범죄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지나치는데, 이렇게 사회상을 문학작품에 녹여 넣는 작풍은 ‘마르틴 베크’ 이전의 범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주인공이 경찰이든, 탐정이든, 범죄소설은 사건과 범죄 해결에만 중심을 두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 수법은 무엇인지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현실적인 경찰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사하기 때문에 범행도 현실적이어야 했다. 현실적인 범죄에는 거대한 음모 같은 트릭 대신 범죄의 배경이 되는 사회상이 등장한다. 독자들은 범죄소설을 읽으며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인식할 수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로 범죄소설은 흐름이 완전히 달라져, 범죄를 통해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후배 작가들에게 범죄소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경찰 소설의 모범”(요 네스뵈), “현대의 고전,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헨닝 망켈) 등 유수의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전 권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구매가격 : 9,000 원

사냥개자리

도서정보 : 예른 리르 호르스트 / 엘릭시르 / 2019년 11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유리열쇠상, 마르틴 베크상 수상작!
17년 전의 실종 사건이 조작되었다. 범인은 무죄, 수사관은 유죄?

빌리암 비스팅을 노르웨이 최고의 형사로 만들어준 ‘세실리아 린데 실종 사건’. 십칠 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의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 수사 책임자였던 비스팅은 정직 처분을 받고 언론과 대중은 그가 무너지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평생 범죄자를 쫓는 사냥개였던 비스팅은 이대로 사냥감이 될 것인가? 비스팅은 강력한 조력자 리네의 도움을 받아 홀로 은밀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북유럽 차세대 경찰소설의 대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대표작 『사냥개자리』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경찰에 대한 주인공 비스팅의 고뇌가 담겨 있는 묵직한 스릴러 경찰소설이다. 십칠 년 전 비스팅을 노르웨이 최고의 형사로 만들어준 ‘세실리아 린데 실종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사 책임자였던 비스팅은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재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홀로 은밀하게 수사에 나선다. 전작 『추락하는 새』에서 뛰어난 판단력이라는 탐정의 자질을 보였던 리네가 이번에도 비스팅을 도와 사건을 수사한다. 『사냥개자리』는 유리열쇠상과 마르틴 베크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증명했다.

“경찰서 내부의 누군가가 증거를 조작했어.”

『사냥개자리』에서 빌리암 비스팅은 경찰로 일했던 평생 동안 지켜온 신념과 양심을 위협받는다. 십칠 년 전, 실종된 세실리아 린데를 찾기 위해 분투하던 비스팅은 비록 살인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범인을 검거하여 죗값을 치르게 한 덕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스팅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도 떳떳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세실리아 린데 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중요한 증거가 경찰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비스팅은 정직 처분을 받고 굶주린 언론의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그 기사는 바로 딸 리네가 다니는 신문사에서 처음 터져 나왔다.

리네는 아버지에 관한 추잡한 기사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로서 동분서주한다. 전작 『추락하는 새』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번에 리네는 직접 살인범과 조우하여 격투를 벌이거나 미행을 추진하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등 훨씬 큰 활약을 선보인다. 그녀의 무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뛰어난 판단력과 위험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심성이다. 침착한 아버지와 겁 없는 딸로 이루어진 이 듀오의 활약은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경찰과 기자가 양면에서 펼치는 수사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의 시선을 제공해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를 통해 활기찬 북유럽 경찰 수사라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사냥개자리』는 작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를 차세대 북유럽 경찰 소설의 대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2004년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한 그는 2012년 『사냥개자리』로 유리열쇠상과 마르틴 베크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능력이 절정에 달했음을 알렸다.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노련하게 배치된 사건들 사이사이에 주인공 빌리암 비스팅과 리네의 인간적·직업적 고뇌가 첨예하게 녹아든 이 작품은 시리즈 내에서 독보적인 현실성과 깊이를 자랑한다.

총을 펜으로 바꾸다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의 작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는 오슬로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십 년 넘게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이 시기에 범죄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수사 책임자로서 범죄 현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범죄자 혹은 피해자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호르스트는 사람들 각각의 잔인한 운명에 대해,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화를 입은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고, 2004년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경찰이 어떻게 일하고 생각하는지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 이 시리즈는 호르스트의 경찰 후배들에게 교재에서 찾을 수 없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범죄 현장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신문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와 더불어, 피해자 앞에서 경찰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전달할 수 있는 생동감과 리드미컬하면서도 명료한 문장을 가진 호르스트는 새로운 경찰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믿음직스럽고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전작 『추락하는 새』로 2011년 노르웨이 북셀러상을 수상한 호르스트는 『사냥개자리』를 통해 2013년에는 노르웨이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리베르톤상,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스웨덴 범죄소설 작가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마르틴 베크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호르스트는 십구 년간의 긴 경찰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구매가격 : 10,2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