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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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

도서정보 : 캐럴 스미스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1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열정, 용기, 유머감각, 수용력, 희망…
일곱 살 난 아들의 죽음 이후,
슬픔의 강을 건너며 건져올린 내 인생의 선물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던 날, 나는 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이 책은 삶의 변곡점을 지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통해 트라우마와 슬픔과 함께 사랑과 삶, 끈기와 즐거움을 생생히 전한다. 삶과 죽음은 늘 우리 지척에 있으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이 책의 저자 캐럴 스미스의 인생은 어느 날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무너져내린다. 일곱 살 난 외동아들의 죽음을 부정도 하고, ‘그때 그랬더라면’ 하며 수없이 자책도 하지만 아들 없이도 삶은 계속된다. 한 해, 두 해 지나 이제 그만 애도를 끝냈으면 하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들의 흔적을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막막한 나날 속에서 그에게 살아갈 힘을, 삶의 희망을 되찾아준 것은 자신처럼 인생이 극적으로 뒤바뀐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저자는 기자로 퓰리처상 후보에 일곱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취재차 선천성 조로증, 화상 사고, 사지 절단 사고, 뇌졸중 등 뜻하지 않게 인생이 바뀐 사람을 만났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 열정, 용기, 유머감각, 수용력 등 생존과 변화의 비밀을 배우고 서서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제각기 고난을 헤쳐간 사람들의 인생 여정과 20년이 흘러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대면한 자신의 이야기를 솜씨 좋게 엮어냄으로써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삶의 목적을 재설정하고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내면의 힘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통은 우리를 끊임없이 가르친다
유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저자는 비범함과 평범함이 어우러진, 삶의 특이한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을 찾아내 몇 달 동안 그를 밀착 취재해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에 소개한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합참의장 자리까지 올랐으나 뇌졸중이라는 매우 평범한 의학적 재앙에 직면한 섈리캐슈빌리 장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선천성 조로증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질병과 맞서 싸우는 소년 세스, 베링해의 고기잡이배에서 일하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로즈,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평생 죽음을 지켜보다가 유방암에 걸린 제리, 간호병으로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해 숱한 죽음을 접한 로라 등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예기치 못한 현실에 직면한다.
어떤 경험을 했든 모든 흉터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상상 가능한 최악의 슬픔을 겪고 슬픔에 파묻혀 지낸 저자는 ‘일곱 번의 만남’을 통해 자신만 비통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저마다 ‘슬픔의 지문’을 가졌다는 걸 깨닫는다.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마음을 여는 일의 중요성도 배운다. 힘든 상황을 각자의 방식대로 헤쳐온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저자는 상실을 겪은 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배운다. 성장과 새로운 시작에서 오는 ‘좋은 고통’ 그리고 파멸과 고립으로 인한 ‘나쁜 고통’을 구분 짓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슬픔의 터널 끝에 마침내 발견한 희망
“자녀가 있으세요?” 이 질문은 우리 일상에 지뢰처럼 도사린다.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면 저자는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있다고 답하면 아들의 죽음을 부연해야 할 것 같고, 아이가 없다고 답하면 아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만 같아서다. 고민 끝에 아이가 없다며 입을 다물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정체성이 흔들린다. 7년간 아들을 키우며 ‘엄마’로 성장한 자신과 아들을 잃은 자신을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그는 ‘일곱 번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익힌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집중해 자기 내면의 강인함을 확인한 안면 화상 환자 존과 빌리를 통해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음을 배운다. 정체성만 찾은 게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려면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함도 깨닫는다. 처음에는 아들 또래 근처에도 못 갔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도 단어로 옮기고, 자신의 트라우마도 재현해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대면하고 성장해간다. 죄책감 없이 다시 예전처럼 웃고, 사랑하고, 삶을 즐기면서도 아들을 잊지 않는, 슬픔과 동행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슬픔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기쁨을 선택할 수는 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며 원망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힘. 『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 속 사람들은 그 힘을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듯 이 책을 통해 평범한 기적으로 가득찬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1,900 원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도서정보 : 로절린드 스톱스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살인을 결심한 건 그 남자를 알게 된 지 이틀 만이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는 법.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려는 세 할머니의 품위 있는 살인 결심!

누구나 마음속에 죽이고픈 사람 한 명쯤은 있잖아요?
온순한 세 할머니가 무자비한 악질을 만나 살인 결심을 하기까지

메그, 대프니, 그레이스. 전부 일흔 살이 넘은 이 세 주인공은 필라테스를 하고 카페에 모인 늙은 여자들일 뿐이었다. 어느 날, 카페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온 소녀 니나.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아이를 구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얼른 카페 화장실에 아이를 숨겼다. 뒤이어 들어온 두꺼비처럼 생긴 남자. 그는 딸아이를 찾는다고 했지만 그 말에는 손톱만큼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남자가 떠난 뒤 이들은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메그네 집으로 향했다. 그후 그 남자를 족치겠다는 건 이들 인생 최고의 결심이었다. 대단하고 또 대담했다. 살다보면 우리 인생에는 죽이지 못한 사람이 여럿이다. 예전에는 왜 이런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꼭 초보자로 돌아가는 것 같네, 그렇지 않아?” “우리는 초보자지만 똑똑하잖아. 다 부숴버릴 거야.” 이제 그 두꺼비 남자를 처리하러 갈 시간이다.

Beginner 1 메그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는 심약한 성격.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는 편. 런던 도심의 멋진 집에 살지만 왠지 시골 할머니 분위기를 풍김. 오랜 세월 자신을 학대한 남편이 마침내 죽었으나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고 있음.

Beginner 2 대프니
컬러풀한 패션감각의 소유자. 다양한 걱정 전문가. 화려한 외양에 비해 소심하게 웃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킴. 아시아인 모친과 백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

Beginner 3 그레이스
매사에 확실하고 자신감이 넘침. 고향 자메이카를 떠나 런던에 와서 교사로 일했음. 웃음소리가 호탕함. 교사 시절에 자신이 한 학생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늘 괴로워함.

The Target 두꺼비 남자
어린 여자들을 납치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죽어 마땅한 인간. 평범한 세 할머니가 살인 결심을 하게 될 정도로 아주 악질이며 무자비함.


“살인을 계획한다면 한 팀으로 삼고 싶은 이들을 생각하며 썼다.”
자신의 아픔을 거울삼아 남에게 다정함을 발할 줄 아는 이들의 살인법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에서 살인을 저지르기로 마음먹는 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흔 살이 넘은 노인들이다. 만약 사건이 벌어진다면 용의선상의 맨 마지막으로 밀려날 듯한 이들은 밤에 눈도 침침하고 가만히 정차한 차에 올라타는 것도 힘겹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에게는 그 긴 세월을 겪고도 결코 개운히 잊어버리지 못할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 살인을 계획하고 그것을 위한 과정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그 아픈 기억들은 수시로 끼어들어 이들을 방해하고 괴롭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험이 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사려 깊은 동료이자 오히려 탄탄한 살인팀으로 만들어준다.

대프니가 울음을 터뜨리려는 게 눈에 보였고, 대프니가 울면 나도 울 것만 같았다. 내 울음은 늘 그런 식이었다. 눈물이 몸안에서 대기하고 있고 나는 으레 그걸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슬퍼하기 시작하면 그걸로 상황 종료였다. 말 그대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 차려, 그럴 때마다 헨리가 말했다. 못하겠어, 사방에 마음이 흩어져 모이질 못하는걸, 나는 늘 그렇게 답하고 싶었다. (본문 11p)

그건 간밤에 재워주고 곁에 앉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 같았다. 대가로 뭔가 보답해야 한다고 느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 정보를 무시하고 아이가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았다는 듯 굴어 취약해진 기분이 들지 않게 해야 할지, 아니면 방금 들은 말을 받아들이고 그걸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이 몇 초 없었고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누군가 더 물어봐주고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말을 꺼냈는데 굳은 침묵만 돌아올 때의 기분이 얼마나 끔찍한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본문 116p)

작가 로절린드 스톱스는 「감사의 말」에서 “이 책은 살인을 계획한다면 한 팀으로 삼고 싶은, 내가 알아온 모든 여성을 생각하며, 또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썼다. 당신은 자신의 진가를 알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 소설은 실제로 써먹을 수 있게 확실하고 실용적인, 혹은 기발한 살인법을 제공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자신이 정말 살인을 결심하게 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 동기와 동력은 무엇일지, 그 큰일을 감행할 자기 자신은 어떤 경험과 가능성으로 이뤄진 존재인지에 대해 한번쯤 사유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행위를 단어 그대로 보지 않고 좀더 폭넓게 해석한다면, 긴 세월 자신을 옭아맨 무언가를 끊어내고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더욱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따뜻하게 품어 그려내는 스토리텔러이자
반전 매력을 지닌 스릴러 작가, 로절린드 스톱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절린드 스톱스는 64세에 첫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다. 장성한 자녀 다섯과 손자녀 셋을 두었고, 평소 수많은 사람과 강아지에 둘러싸여 생활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수년간 장애아동 및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고 촘촘한 스릴러물을 탄생시키며 깊이 있고 다채로운 작가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듦과 장애를 소재로 한 데뷔작 『그녀가 알았던 낯선 사람』, 세 노년 여성의 살인 이야기를 그린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에 이어 또 어떤 울림이 있는 작품을 선보일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노년 작가다.

구매가격 : 11,600 원

하객 명단

도서정보 : 루시 폴리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고립된 섬, 한 구의 시체, 용의자는 참석자 전원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하는 자, 누구인가?

★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스릴러
★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선정 도서
★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 수상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애거사 크리스티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작가 루시 폴리의 신작 『하객 명단』(2020)이 출간되었다. 루시 폴리는 첫번째 추리 스릴러 소설인 『헌팅 파티The Hunting Party』(2019)가 <선데이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후더닛 스릴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며 이어 발표한 『하객 명단』이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올해의 스릴러에 선정되며 그 입지를 굳건히 했다. 27주간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킨 『하객 명단』은 고전적인 후더닛과 밀실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심리 서스펜스적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읽는 재미를 더한 작품이다.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되는 이 소설은, 아일랜드 연안의 한 외딴섬을 배경으로 호화로운 결혼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예측을 거듭하게 되지만, 그 예측은 모두 틀렸다”는 리뷰가 보여주듯 거듭되는 반전이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각자의 비밀을 품은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강력한 서스펜스를 자아내고,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힘있게 나아간다.


외딴섬으로부터 도착한 한 통의 초대장
핏빛 맹세가 울려퍼지는 이곳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작품의 배경은 청록색 바다와 궁전 같은 성, 불길한 늪지와 묘지가 공존하는 아일랜드 연안의 외딴섬, 이니시 안 앰플로라. 대자연의 절경을 만끽하기에 앞서, 불길한 새의 번뜩이는 눈과 불어닥치는 강풍이 당신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토탄으로 뒤덮인 지표면 아래엔 과거에 벌어졌던 대학살로 인해 버려진 시체들이 가득하다. 괴기하고도 아름다운 이 섬에서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린다. 결혼식 장소로 이 섬을 선택한 비상한 주인공들은 <밤중에 살아남기>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셀러브리티가 된 윌과 온라인 잡지사 <다운로드>의 대표인 줄스다. 두 사람은 웨딩플래너와 함께 이곳을 끝내주는 파티 장소로 변신시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이내 거친 물길을 가르며 ‘하객 명단’ 속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섬으로 모여든다.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포함해 (등장 순서대로) 웨딩플래너 이파, 부부 동반 참석자 해나, 신부 줄스, 신랑 들러리 조노, 신부 들러리 올리비아, 신랑 윌의 시점까지 총 7개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진행된다. 하객들은 상기된 분위기에 맞춰 웃고 떠들지만 속으로는 다른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다. 신부 줄스는 최근 이상한 편지를 받았다. “그와 결혼하지 마.” 평소 짓궂은 악성댓글에도 개의치 않는 그녀지만 우편함으로 배달된 이 편지는 어쩐지 섬에 온 이후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줄스의 오랜 친구인 찰리의 아내로 참여한 해나는 섬에서 찰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씁쓸해한다. 남편 찰리는 속도 모른 채 줄스와 선 넘는 애정표현을 해대고, 윌의 사립학교 동창 무리와 어울린다. 소외감을 느끼는 해나 앞에 우연히 줄스의 이부동생인 올리비아가 나타나는데, 둘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낀다. 한편 올리비아는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줄스는 언제나처럼 올리비아와는 사뭇 다른 완벽한 모습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지만 올리비아는 그런 언니의 강박적인 태도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 화려한 드레스도 불편하기만 하다. 한편, 윌의 오랜 친구이자 사립학교 동창 중 한 명인 조노는 실수로 결혼식에서 입어야 했던 정장을 육지에 두고 온다. 언제나처럼 윌에게 아부하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최근 시작한 위스키 사업에 대해 허황된 이야기를 떠벌리지만 그의 모든 행동은 꾸며낸 것처럼 과장되고 어색하기만 하다.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안고 있는 사람처럼.

파티가 시작되자 이들 사이 숨겨왔던 질투와 증오, 그리고 과거의 추악한 비밀들이 하나둘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며 차일 아래 불길한 기운을 드리운다. 결혼식 당일,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레 정전이 일어나고, 숨막히는 어둠을 가르며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고립된 섬,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 그리고 용의자는 이 섬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이다.


탄탄한 구성, 흥미로운 소재, 섬뜩한 심리 묘사
가장 현대적인 애거사 크리스티식 추리 스릴러

『하객 명단』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즐겨 읽던 추리 스릴러 독자라면 친숙하게 느낄 ‘밀실 스릴러’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섬은 전세 선박을 타야만 출입할 수 있는, 그마저도 거친 파도를 넘어 힘겹게 오가야 하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이 섬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선장 매티나 웨딩플래너 이파 같은 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물에게 이곳은 완전히 낯선 공간이다. 오랜 친구, 동창, 가족……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속내를 숨긴 채 파티를 즐기던 중,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루시 폴리는 정석적인 플롯 안에서 견고하고 꼼꼼한 퍼즐을 구현해내고, “완벽한 속도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독자는 질문한다. 살해당한 자는 누구인가? 누가, 왜, 그자를 죽였는가? 허나 “규율을 가장 존중하는 이들일수록 규율을 깨는 데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하객 명단』은 익숙한 듯 느껴지는 구조를 변주하며 독자의 예상을 배반하고, 곳곳에 흥미로운 소재와 요소를 배치하면서 안정적인 필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간, 이름, 신분으로 구성되어 마치 진술서처럼 짜인 장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시간의 간극이 좁혀지며 점차 미스터리가 해소되는 구성은 집중도를 높인다. 불법 촬영, 학교 폭력, 자극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의 문제적이고 시의적인 소재들은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다양한 시점으로 구사되는 탁월한 심리 묘사 역시 압도적이다. 휴가지에 챙겨갈 한 권의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으스스한 ‘하객 명단’에 이름을 올려보는 건 어떤가. 단숨에 ‘가장 현대적인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찬사를 납득하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1,900 원

여름 외투(시인선 193)

도서정보 : 김은지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0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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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은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을 준다”

낯익은 일상 속 숨은 빛을 찾아내는 섬세한 감각,
추운 이들의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속삭임

작은 목소리를 지닌 존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한 단어들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포착해내는 김은지 시인의 세번째 시집 『여름 외투』가 문학동네시인선 193번으로 출간되었다. 201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은지는 첫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디자인이음, 2019)와 두번째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걷는사람, 2019)를 통해 “시의 공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 속의 공간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곁을 생각하고 있”(시인 육호수)는 시인이며, “김은지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시를 좋아”한다. 그게 시를 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모른다”(시인 서효인)는 동료들의 애정어린 평을 받은 바 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자칫 심상하게 넘길 수 있는 일상의 사물과 순간들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며 앞으로 어떤 시를 지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작가론적 대답이 담긴 시집이다.

김은지가 사용하는 시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바람에 꿀이 든 것 같은 날씨”(「여름 외투」)를 만끽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면 되는/ 세계에 대해”(「어제 새를 봤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일상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김은지의 문장을 통과하면 그 단어들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나온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진 일상을 자주 마주하는 우리에게 김은지의 시에서 그려지는 평범한 일상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을 무료하거나 시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을 사랑하는 김은지의 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는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밥을 먹는다」)라고 중얼거리는 동시에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가게 보기」)을 받게 된다.

이렇듯 김은지가 일상의 틈새에서 시를 길어올리고 작은 단어들에서도 시를 발견해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인이 매순간 시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치볶음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시인은 “밤이 깊어 날짜”가 바뀌면 시인은 “읽고 싶던 시집의 비닐을 뜯어/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아, 맞다 나 시 써야 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인은 사람과 친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누가 누구와 친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시가 달라진다면// 아무래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그렇다면/ 누구랑 친해지지”(「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같이 시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김은지에게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일상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구매가격 : 8,400 원

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청소년 64)

도서정보 : 이금이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늘도 타인의 A컷에 ‘좋아요’ 하셨습니까?
잘라 버린 B컷 속 진짜 이야기

우리 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금이의 신작 장편소설 『너를 위한 B컷』이 출간되었다. 떠오르는 중학생 유튜버 서빈, 그 유튜브를 편집하는 선우. 선우는 서빈이의 단점은 잘라 내고, 장점은 비추어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연출한다. 하지만 영상을 편집하며 삭제했던 장면들이 사실은 어떤 사건의 일부였음이 밝혀지고, 선우는 이 일을 몰랐다고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SNS에 전시된 모습을 넘어서 편집되지 않은 ‘진짜’를 알아볼 수 있을지, 그럴듯한 이미지가 넘실대는 세상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묻는 작품으로 매일매일 네모난 스크린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모두에게 또렷한 울림을 준다.

그 애들이 웃고 떠드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마치 연예인 관찰 예능을 보는 기분이었다.
#SNS_속_인생은_A컷 #내_인생은_B컷

하루에도 몇 번씩 SNS 피드를 새로고침한다. 타인의 게시글을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끝없이 이어지는 새 물건, 이국적인 장소, 웃는 얼굴을 보다 보면 현실의 내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도 재미없고 따분한지. 완벽한 세상에서 나만 동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기 일쑤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너를 위한 B컷』은 스크린을 흐르는 매끈한 이미지 너머, 사람들이 숨기고 잘라 낸 B컷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직시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이금이 작가는 『허구의 삶』 『알로하, 나의 엄마들』 『유진과 유진』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 세계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가장 믿음직한 이름이 되었다. 젊은이가 시대의 격랑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살아가는지 치밀하게 그려 낸 이야기들은 독자가 인물의 삶과 성장을 함께하도록 이끈다. 『너를 위한 B컷』은 이금이 작가의 날카로운 시대감각을 또 한 번 보여 주는 작품으로 누구나 자기를 편집해 보여 줄 수 있는 SNS 시대의 명암을 예리하게, 그러면서도 사려 깊게 비춘다. 이금이 작가가 2023년 오늘의 당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문학동네 청소년 테마소설 『희망의 질감』에 실린 단편소설 「편집」을 장편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영상 편집에 흥미를 가진 선우를 통해 편집이 일상화된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편집해 버린 B컷에는 무엇이 있을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 사람의 진실, 더 나아가 삶의 진실은 자랑스레 내보인 A컷이 아니라 오히려 숨긴 B컷 속에 있지 않을까._작가의 말에서

넌 유튜브 편집도 하는 애가 SNS를 믿어?
편집된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나’를 잃은 사람들

중학생 선우는 전교 부회장 서빈이의 유튜브 ‘써빈로긴’을 편집한다. 서빈이의 친구인 태하, 아람, 정후도 종종 등장하는 채널로 네 명 모두 성적 우수, 외모 준수, 눈에 띄는 아이들이다. 선우가 사는 현실은 무질서하고, 통제할 수 없고, 대부분 지루하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연애, 같이 있으면 어쩐지 불편한 친구들, 아직 열다섯 살인데 벌써 시작된 부모님의 진로 걱정, 전 세계를 뒤덮은 바이러스까지……. 그에 비해 선우가 자르고 이어 붙인 유튜브 속 세상은 흠 하나 없이 매끄럽다. 서빈이 무리의 뚝뚝 끊기는 대화도, 마구 내뱉은 욕설도, 거친 행동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비록 서빈이들은 학교에서 선우한테 알은체하지 않고, 아무도 선우가 편집자인 줄 모르지만 유튜브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선우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밋밋한 부분을 자르고 매력적인 부분만 이어 붙여 속도감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다 보면 쾌감이 느껴졌다. 완성본이 실제의 모습과 차이가 클수록 더 뿌듯했다. (본문 중에서)

선우는 써빈로긴 유튜브를 편집하며 사람들의 SNS 속 삶과 실제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이좋은 가족이 현실에선 깨질 듯 위태로운 관계이고, 인스타그램에 친구들 중 한 명만 빼놓고 올리면 그 아이는 없던 존재가 된다. 서빈이도 유튜브에서는 우등생에 수려한 외모, 화려한 언변으로 부족한 게 없어 보이지만 어두운 그늘이 있다. SNS와 현실의 격차에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선우는 점점 능숙하게 날영상의 균열을 감추고 다듬는다. 능숙한 편집자라면 으레 해야 할 일이라고 믿으며. 늘어나는 조회수와 구독자들의 환호를 기대하며.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선우와 아이들의 일상을 뒤흔들고, 한순간 편집된 세계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 버린다. 선우는 편집이라는 구실로 자신이 잘라 낸 B컷에 무엇이 담겼는지 더 알기가 두렵다.

나는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사각의 스크린 너머,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설

선우는 서빈이를 안다고 생각했다. 어림잡아 200시간 동안 서빈이의 영상을 편집하며 그 애의 장점과 단점, 비밀까지 보아 왔기 때문이다. 태하, 아람, 정후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그 애들의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지, 어떤 면이 비호감으로 비칠지 한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선우는 편집되지 않은 원본 영상을 돌아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냥 소극적인 성격이려니 하고 넘겼던 정후의 얼굴을 이제야 제대로 살피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영상에 뻔히 드러나 있는 폭력, 억압적인 권력 구조, 기만적인 웃음…… 자신이 영상은 물론 현실까지도 자의대로 편집해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몰랐을까? 선우는 편집된 존재들을 위하여, 불의에 손쉽게 눈감아 버렸던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하여 용기를 낸다.
『너를 위한 B컷』은 SNS 시대, 상대방에 대해 다 안다는 착각이 타인을 단정 짓게 만들고 서로를 고립시키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면서 열린 마음과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얼마나 큰 희망이 될 수 있는지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안부를 묻게 되는 소설이다.

구매가격 : 8,800 원

마지막 이야기들 (세계문학전집 230)

도서정보 : 윌리엄 트레버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열 편의 이야기

나는 언제나 트레버를 읽고 또 읽는다.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영어권에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편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윌리엄 트레버 사후에 출간된, 총 열 편의 소설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천재 소년을 제자로 받아들인 피아노 선생님, 환경미화원에게 시신으로 발견된 중년 부인, 기억장애에 시달리며 거리를 헤매는 그림 복원가 등 얼핏 평범해 보였던 등장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며 삶에 대한 그리고 소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넌지시 드러낸다. 트레버를 그리워했을 많은 독자와 작가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이 마지막 단편집은 민승남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경이로운 수준으로 ‘언어의 경제’를 보여주는 트레버의 문장을, 역시 담담하면서 절제된 문장으로 옮겼다.

단편소설의 거장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들, 그 조용한 위안과 희망

모파상, 체호프, 조이스의 뒤를 잇는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 무려 백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그는 드물게도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다. 그럼에도 자신을 단편 작가로 소개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뉴요커〉의 찬사처럼 ‘영어권에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편 작가’였다. 생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그가 2016년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 독자와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며 아쉬워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그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들’ 열 편을 모은 단편집 『마지막 이야기들』이 사후인 2018년 출간되었다.
『마지막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먼저 쓸쓸한 분위기를 느낀다. 트레버의 많은 작품에서 그렇듯, 등장인물은 혼자 살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외로워하며, 누군가는 있던 곳을 떠나고 누군가는 그곳에 남겨진다. 그런 인물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평생 ‘아웃사이더’로 산 작가 트레버가 있다. 전통적으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프로테스탄트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학교를 열세 군데나 옮겨 다녔고, 나중에는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트레버. 그는 언제나 사건의 중심이나 감정의 소용돌이에 직접 가닿기보다는 거리 두기를 택한다. 어쩌면 방에 앉아 폭풍우를 창밖으로 내다보는, 활짝 핀 정원의 꽃을 커튼 너머로 바라보는 감각과도 비슷할 것이다. 트레버 작품에서는 삶의 기쁨도 슬픔도 직접적이고 강렬한 주장이 아니라 관조적인 시선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그 쓸쓸함 가운데서 조용한 위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이야기들』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20페이지 내외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복잡하거나 화려한 문체도 아니며, 평범한 세상 속 평범한 인물들을 다룬다. 트레버는 아주 짧은 묘사로 등장인물의 많은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많은 부분을 감추며, 그로 인해 미스터리가 만들어진다. 불륜, 절도, 사기, 심지어는 살인까지. 너무 평범해서 하찮아 보이기까지 했던 인물들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도 미스터리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다. 「조토의 천사들」에서 기억장애를 앓는 그림 복원가가 찾고 있던 것이 결국 무엇이었는지, 「크래스소프 부인」에서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된 부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끝내 알 수 없다. 평소 트레버는 공원 벤치에 앉아 타인들의 대화를 자주 엿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대화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까지 들은 부분만으로 나머지를 상상하기 좋아했다고 한다. 모든 진실을 알 수 없는 것, 트레버에게는 이것이 바로 삶이고, 바로 소설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존 밴빌, 힐러리 맨틀, 줌파 라히리, 줄리언 반스…… 수많은 작가의 찬사

2016년 11월 20일 윌리엄 트레버가 눈을 감았을 때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작가들이 애도를 표했다. 압축된 문장과 절제된 단어 사용으로 놀라운 경지에 도달한 ‘언어의 경제’를 보여준 트레버는 다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존재였다. 존 밴빌, 줄리언 반스, 줌파 라히리, 힐러리 맨틀, 무라카미 하루키, 조이스 캐럴 오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콜럼 토빈 등 수많은 작가가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트레버 단편소설의 정수가 담긴 『마지막 이야기들』은 2018년 5월 24일 그의 생일을 기념하여 출간되었다. 한국어판이 출간된 2023년 5월 24일도, 그가 살아 있었다면 아흔다섯을 맞이했을 생일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평처럼 이 책은 “트레버를 아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것이고, 트레버를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게 할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말하지 않는 책

도서정보 : 김솔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1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국에 이르는 열쇠 중에는 말하지 않는 책도 포함된다.

당신이 독서를 시작하는 순간, 이 책의 운명은 바뀐다.
그리고 당신의 운명도.

표제작인 「말하지 않는 책」은 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책이 무엇인지, 어떤 힘을 갖는지, 독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어떻게 후대에 전승되는지 등을 깊이 탐구한다. 소설은 그리스도의 적이 여자의 형상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을 지닌 대주교가 훌륭한 성직자로 평가받는 마르타 수녀를 탄압하려 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작된다. 마르타 수녀는 대주교와 만유의 진리인 『성서』를 부정하는 내용의 책을 썼다는 오해를 받고 종교재판에 소환된다. 마르타 수녀는 종교재판에서 『성서』가 존재하는 한 책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녀를 음해하는 세력들에 의해 다시 종교재판에 소환되고 만다. 그러나 마르타 수녀가 결코 『성서』를 부정하는 글을 쓴 적이 없으며, 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펠리페 수사이다. 수도원의 모든 이들은 “마르타 수녀가 세 살 때 『마태복음』을 라틴어로 읽는 걸” 직접 들었거나,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그리스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소문”(19쪽)을 믿었지만 펠리페 수사는 그녀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그녀는 『성서』를 오독하거나 몰이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문맹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펠리페 수사는 마르타 수녀를 음해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오직 진실만이 담긴 두루마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Little Boy」에서는 “독자들은 거의 사라진 반면 작가들은 크게 늘어”(65쪽)난 세상을 배경으로 책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소설에는 자서전을 출판하여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한 대기업 회장이 등장한다. 그는 국내 유명 작가들에게 대필을 맡기고 화자인 ‘나’에게 그 원고들을 적절히 편집하라고 지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스타 독자’라는 것이다. 스타 독자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고독해”(66쪽)지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 회장 역시 현재 가장 추종받는 스타 독자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라울 페레스에게 추천사를 받고자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스물세 명의 사람을 죽이고 종신형을 받아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살인자였다.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다 사람을 죽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나’는 그에게 추천사를 받기 위해 그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뜻밖에 스타 독자 라울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렇다면 「우는 책」은 어떨까. 한국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되는 상황을 가정하여 펼쳐지는「우는 책」은 영어가 공용어로서 한국에 도입되는 과정과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한글을 수입하려 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언어가 상황에 따라 중요하게 다뤄지거나 소멸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한글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 언어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특히나 「우는 책」은 일기와 편지, 역사 기록이라는 다양한 형식을 차용하여 각각의 기록물의 형태에 따라 읽는 방식을 달리하게 만든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어떤 기록도 모든 진실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에 이 소설의 곳곳에는 빈틈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빈틈을 채워나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과연 우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말하지 않는 책」)긴 책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구매가격 : 11,200 원

미스 델핀의 환상 사무소

도서정보 : 도미니크 메나르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1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에게나 잠깐의 휴식,
때로는 깊은 꿈도 필요하니까요.

무엇이든 이뤄주는 에이전시로 오세요!

★ 프랑스 서점대상 수상작 ★

당신을 위해 꿈과 욕망을 이뤄주는 조금 특별한 에이전시가 있다. 2009년 프랑스 서점대상 수상작 『미스 델핀의 환상 사무소』는 어떤 이에겐 거짓말이나 환상이 세상을 살아갈 유일한 낙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주인공 델핀 M.이 사람들의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주는 에이전시 ‘당신을 위해’를 열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며 마침내 자기 자신의 새로운 꿈과 욕망을 발견해나가는 뭉클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델핀은 자신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보통의 직업소개소처럼 가정부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사소한 심부름을 해주는가 하면, 손녀나 딸, 엄마, 애인, 보호자 등 다양한 역할을 대행하며 그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는 손녀이자 요양보호사, 더이상 만날 수 없는 두 연인에겐 비밀 우편배달부,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져 있는 소년에게는 사회화를 돕는 안내자가 되어주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를 위해서는 그들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려고도 한다. 고객들을 위해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위태로운 일도 마다않고,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이면서 델핀은 자신만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 존스가 찾아온다. 델핀의 옛 고객이었던 아도르노의 애인이다. 그가 아도르노가 남긴 유언이자 연애편지와도 같은 다섯 권의 공책을 들고 델핀의 사무실로 찾아와 빈 곳을 채워 책으로 만들어달라고 의뢰한다. 델핀은 크게 동요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객의 의뢰를 거절한다. 델핀과 아도르노 사이엔 어떤 계약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존스는 이 계약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타인의 환상을 위해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여자 델핀,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꿈과 욕망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감동적인 여정이 펼쳐진다.

구매가격 : 11,900 원

청춘유감

도서정보 : 한소범 / 문학동네 / 2023년 07월 0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눈물이 바짝 마른 자리에서 태어나는 반짝이는 문장들
문학 기자 한소범, 우리의 젊은 날을 송고합니다!

출판과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보았을 이름 한소범. 2016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문학 기자로 일해온 그가 문학동네에서 첫 산문집 『청춘유감』을 출간한다. 문학과 책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뉴스레터 ‘무낙’을 발행하기도, ‘이.단.아(이 단편소설 아시나요?)’ 코너를 통해 한국문학의 가장 생생한 지금을 발빠르게 소개하기도 한 한소범. 문학 기자의 파격과 품격을 동시에 성취하며 새 시대에 걸맞은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전심의 진심을 담은 청춘 산문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청춘유감』은 문학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또 성장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씩씩하고도 유감(有感)한 에세이로, 매사에 결코 무감하지 못하는 눈물도 사랑도 많은 한 기자의 젊은 날의 궤적을 담았다. 사랑했지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영화 만들기’와 ‘소설쓰기’의 세계에서,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됐다. 나는 누구의 후예가 될 필요가 없었고, 그냥 한소범이면 충분했다”(106쪽)라고 말하는 기자의 세계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은, 한 문학청년이 문학 기자가 되어가는 모색의 발자취이자, 한 기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축성하는 작가로 발돋움하는 흔적을 담은 청사진에 다름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記者]의 종이로 만든 집[作家], 이는 『청춘유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우정의 정원

도서정보 : 서영채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2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것을 사랑하는 것은 쉽고도 쉬운 일이다.
경멸의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 진짜 윤리이다.”

인간과 문학과 시대를 거듭 끌어안는 우정으로서의 문학-장(場)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네번째 평론집 『우정의 정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세번째 평론집 『미메시스의 힘』 이후 꼬박 10년 만의 신작 평론집이다. 한국문학장의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존재이자, 다정한 목소리로 인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길잡이이기도 한 평론가 서영채. 그가 앞장서서 불을 밝히고 또 헤쳐 나간 문학의 궤적이 동시대 한국문학의 이정표가 된다는 사실은 이제 자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논리는 가볍게, 느낌은 단단하게, 문장은 부드럽게. 과연 ‘서영채라는 수사학’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그의 특장의 글쓰기는 문학을 닮아 그리고 글쓴이를 닮아 여전히 품이 넓고 나긋나긋하다.
이번 책의 제목 ‘우정의 정원’은 에피큐리언들의 공동체를 지칭하는 ‘케포이필리아(Kepoi-philia)’에서 왔다. 이는 “낙천적인 유물론자들의 생활공간”이자, 이곳에서의 우정은 “함께 농사지으며 지식을 몸으로 탐구하는 공동체의 공기”(517쪽)를 뜻한다. 그의 표현을 빌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지난 30여 년간 서영채가 만들고 쓴 수많은 ‘지음’ 속에서 만난 이들이 모두 우정의 상대였음을, 그들과 만나 함께 축성해나간 장(場)의 또다른 이름이 바로 정원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잎과 가지가 무성한 아름드리 거목에서부터 연둣빛 잎을 피우기 시작한 어린나무에 이르기까지. 서영채가 10년에 걸쳐 가꾼 이 우정의 정원 속에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제각기 품은 문학의 결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편지 말미에, 제게 주신 우정이라는 단어가 감사했습니다.
곰곰이 헤아려보니, 우정 옆에 있게 될 단어들이 제법 소복하더군요. 친구, 벗, 동료, 동지. 그러니까, 같이 노는 사람, 마음을 나누는 사람, 일을 함께하는 사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네요.
에피큐리언들의 공동체 ‘케포이필리아’, ‘우정의 정원’은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낙천적인 유물론자들의 생활공간이죠. 여기에서 우정은, 함께 농사지으며 지식을 몸으로 탐구하는 공동체의 공기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몸은 비록 시장에 있으나 마음으로 마시는 공기는 그 들녘의 것입니다. 우정이라는 단어가 문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입니다. _「우정의 정원」(본문 중에서)

“역사가 공동체적 기억의 기록이라면, 문학은 한 공동체의 마음의 기록이다.”

논리는 가볍게, 느낌은 단단하게, 문장은 부드럽게
날카로움보다 더욱 깊이 파고드는 부드러움의 힘

『우정의 정원』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이 책의 1부는 세계문학-고전의 가치를 조망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도 가장 힘있고 야심찬 글로 채웠다. 「1990년대, 시민의 문학」은 ‘형용사-문학’, 즉 “문학이라는 단어를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로 사유하는 것” “중요한 것은 문학이 아니라 문학적인 것”(47쪽)이라는 서영채의 문학관을 집약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장이다. 더불어 「충동의 윤리」는 김윤식이라는 한국문학사의 한 문제적 인물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하는 동시에 헌사로까지 뻗어나가는 역작이다. ‘쓰기-기계’에서 ‘실패한 헤겔주의자’로 가닿는 김윤식에 관한 이 깊이 있는 분석은 평론가 서영채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윤리’와도 감동적으로 연결된다.
2부는 섬세한 수사학자로서의 면모를 만끽해볼 수 있는 글들로 채워졌다. 특히 「2019년 가을, 은희경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플라톤을 경유해 은희경의 데뷔작인 『새의 선물』에서부터 근작 『빛의 과거』까지를 분석해내는 촘촘한 작가론이다. “수사학은 을들의 것”이라는,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의 화법은 단순할 수밖에 없”(본문 중에서)다는 그의 문장-분석은 지금의 현실과 공명하는 것은 물론 문학의 존재 이유와도 이어지는 듯하다.

문학이 문학으로 자명해지는 순간, 테두리가 쳐지고 특정되는 순간, 문학적인 것은 휘발해버립니다. 고리타분해지고 진부해지는 것이지요. (…) 경계를 넘어 유동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우리의 앎과 마음, 공감과 느낌의 영역을 넓히고 깊게 할 수 있다면, 그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려야 할 가치로서의 문학이겠지요. 그런 걸 일컬어 문학적인 것이라고, 액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_「1990년대, 시민의 문학」(본문 중에서)

3부는 최은영, 백수린, 이승우, 이문구 등의 작품론에 할애했다. 특히 「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 「신진기예 백수린의 작가적 가능성」은 현재 한국문학장의 최전선에 위치한 두 작가(최은영, 백수린)의 첫 단행본 해설로 먼저 선보인 글이다. 더불어 「이문구, 고유명사 문학」은 이제는 전설이 된 작가의 업적을 기리는 작품론이다. “집합적인 일반명사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고유명사로서의 문학” “소설과 시와 희곡과 산문 등을 모두 빼내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어떤 것으로서의 문학” “구체적 장르나 작품들이 들어서게 될 어떤 원초적인 자리로서의 문학”(365쪽)으로 정의한 ‘고유명사 문학’은 이문구의 작품을 설명하는 문장인 동시에 작가들이 닿고자 하는 또는 닿아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4부는 「텍스트의 귀환」 「국학 이후의 한국문학사와 세계문학」을 필두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그려보게 하는 글들이 자리했다. 끝으로 이 책의 표제작인 「우정의 정원」을 배치했다. 「우정의 정원」은 젊은 비평가인 양순모와 함께 주고받은 서신으로, ‘과도한 환대는 물론 부러 박대도 없는’ 우정의 정원을 형상화한 글쓰기에 다름 아니다. 함께 쓴 「1990년대, 시민의 문학」이자 그것의 후속으로도 읽히는 이 서신은 서영채 문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자리에 모인, 이번 네번째 평론집을 갈무리하는 글로 전혀 아쉬움이 없다.

구매가격 : 17,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