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문학동네시인선194)
도서정보 : 황인찬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명명됨에서 비롯되는 마음들
불합리한 세계 속에서도 근거 없이 지속되는 사랑
황인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정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 수록
“예술적인 다양한 방법론을 지워버리는 방법론을 지닌 희귀한 시인”(김행숙)이라는 평과 함께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한국 시단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한 황인찬. 이후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을 통해 그 누구와도 다른 감각으로 한국 시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된 황인찬의 신작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들이 전부 미쳤구나 싶게 근사하다”(황인숙)라는 평을 이끌어낼 만큼 탁월한 감각으로 빛나는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을 포함해 6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일상적 제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화詩化하는 황인찬은 우리 주변에 놓인 사물이나 사건들을 보고 섣불리 안다고 말하지 않고, 쉽사리 단정하지 않은 채, 그 모르겠는 것들에 신중하게 하나둘 이름을 부여하(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를 써나간다. 그는 ‘이게 내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고 말한다.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는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없는 저녁」)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빛의 언어로 충만한 황인찬의 시에는 명백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지 않은 역설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는 전승민 평론가의 말처럼 “사실상 그것이 품고 있는 서정을 내파하는 시인의 메타적인 자의식과 재현이 침투된 ‘새로운 서정시’”(해설에서)라 할 만하다. 시를 읽는 우리는 황인찬이 그려 보이는 세계의 모습을 보며 자주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마치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놀라는 순간에도//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인화」)는 시인처럼, 우리 또한 그의 시에서 느낀 아름다움은, 그리고 마음들은 무엇이었을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황인찬에게 시를 쓰는 일은 결국 커다란 의미에서의 이름 붙이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며 그것에 시라는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 일. 세계는 그에게 해석하는 곳이 아니라 인식하는 곳, 명명하는 곳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말하게 되는 순간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재인식을 통해 우리의 경험은 실체로서 재생성되는 것이다.
그의 시에는 빛과 사진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도 그러한 재인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의 시에서 빛과 초록, 여름과 기쁨 등 찬란한 것들은 대부분 과거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이 시집의 문을 여는 첫 시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을 보자.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하자/ 학교에서 봐”가 전문인 이 짧은 시는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예고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학교’는 주로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서 존재하는데, 그래서 그는 ‘학교’라는 단어를 통해 한순간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과거 속 ‘내일’ 이전의 어떤 시간으로 우리를 소환한다. 이 시의 전문을 우리도 한 번쯤은, 어쩌면 무수히 많이 발화했을 것이므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그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시집을 읽다보면 우리는 황인찬의 시에서 학교란 단지 아스라한 빛으로 감싸인 노스탤지어의 공간이 아니라 기쁨과 아픔이 모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한 공간을 그 모습 그대로 그리는 대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시들을 통해 폭력과 사랑이 공존하는 그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인식한다.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흰 빛뿐이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지만”(「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과 같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전환의 노력을 통해 ‘폭력 (그리고) 사랑’은 ‘폭력 (그럼에도) 사랑’에 가깝게 실체화된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대신 그것을 재실체화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개별적 의지가 아니라 그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어서가 아닐까. 그것은 그의 재인식 작업의 대상이 학교에서 세계로 확장되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황인찬의 시 속에서 화자의 경험은 여러 방식으로 재인식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실체화되는 것은 주로 기쁨, 사랑, 아름다움 등이다. 그의 그러한 재인식은 인간에게 친절하지 않은 세계를 그럼에도 사랑하기 위한 ‘능동적 체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나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라는 화자의 말은 기쁨과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일종의 다짐이 된다. 세계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또는 사랑하기로 해서 사랑하는 것. 자신이 속한 세계에 자신의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서의 다짐.
어쩌면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황인찬의 시를 읽는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세계를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인식하고 실체화하기 위해.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에서 서정을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부조리 속에서도 서정을 발견해내는 황인찬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계를 한 번쯤 바라보기 위해. 시인은 이 시집에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시 속에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이 시집을 집어들기로 하는 것도 일종의 다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다짐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범도 1
도서정보 : 방현석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19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대의 절망을 저격한 조선 최고의 스나이퍼, 홍범도
그와 함께한 포수들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항일 무장투쟁의 대서사시
집필부터 탈고까지 10년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 방현석 필생의 역작
홍범도를 위대한 장군으로 그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홍범도를 통해 한 시대의 가치가 어떻게 새롭게 출현하고, 그 가치가 어떻게 낡은 가치를 돌파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는지를 알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6월 7일, 문학동네가 대한독립군을 이끈 홍범도의 생애와 일제에 맞선 포수들의 항일 무장투쟁을 다룬 장편소설 『범도』를 펴낸다. 6월 7일은 1920년, 3·1운동 이후 대한독립군이 일본군과 처음으로 맞붙은 대규모 전투이자 독립군이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의 개전일이다. 『범도』는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방현석이 다년간의 취재와 자료 조사를 거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필한 필생의 역작으로, 홍범도가 산짐승을 사냥하는 포수로서 산야를 떠돌다 항일 운동에 투신하여 각종 인간군상을 만나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홍범도를 위대한 장군으로 그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라는 작가의 말대로 『범도』에는 영웅 홍범도가 아닌 엄혹한 시대에 웃고 울고 사랑하고 갈망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품고 살아간 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또한 『범도』는 홍범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항일 무장투쟁이라는 큰 조류를 함께 만들어나간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속에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 사람도, 비겁했던 사람도,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을 지켜낸 사람도 있다. 그래서 방현석이 펼쳐 보이는 이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각각의 시대에는 각각의 어려움이 있다. 『범도』가 던지는,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수호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은, 그들이 만든 지금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독립군을 이끈 홍범도가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당해 카자흐스탄의 한 도시에서 극장 수위로 일하다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해방 2년 전인 1943년 머나먼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홍범도의 유해는 2021년 8월 15일 우리나라로 봉환되었다. 의병으로 활동하다 일제에 강제 해산을 당한 뒤 연해주와 만주를 떠돌며 군수품을 마련해 이윽고 대한독립군으로서 싸운 홍범도는 또 한번 이국을 떠돌다 마침내 귀환한 셈이다. 그 누구보다 온몸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홍범도의 파란만장한 여정, 그와 함께 싸운 포수들의 항일 무장투쟁의 대서사시가 『범도』에서 장대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낫과 죽창을 들고 일어났던 농민군과 다르오.
하인을 데리고 다니며 행세하던 양반들의 의병과도 전혀 다르오.
가진 총알의 숫자만큼 적을 잡는 것이 바로 우리 포수들이오.”
_본문에서
범을 사냥하던 포수에서 조선 독립군 장군으로
총 한 자루로 외세에 맞선 홍범도의 불꽃같은 생애
대한독립운동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 3·1 만세운동과 같은 비폭력 저항운동, 그리고 총을 들고 일제와 싸운 무장투쟁. 홍범도는 무장투쟁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조국을 되찾으려 했던 인물이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겨 군대가 해산된 후 조선에서 총을 가진 유일한 집단은 바로 짐승을 사냥하는 포수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포수로 자라 범을 사냥하는 포수로 전국에 이름을 떨칠 정도의 명사수였던 홍범도는 동료의 가족들이 일본군에 몰살당하는 참상을 목격한 뒤 홀로 일본군과 싸우기 시작하고, 후에는 그를 따르는 포수들을 규합해 항일연합포연대를 구성한다. 『범도』는 그들이 일본군과 싸우다 강제로 해산당해 만주와 연해주를 떠돌고, 이후에 돌아와 대한독립군이 되어 다시 일본군과 봉오동에서 대격돌하는 순간까지를 그린다.
『범도』는 처음부터 대의를 품고 분연히 일어난 영웅이 아닌, 순진무구한 소년 사냥꾼에서 시대의 격랑에 휘말리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홍범도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시대상을 관통하며 나아간다. 먹고살기 위해 군영에 들어가고,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를 위해 홀로 일본군에 복수를 감행하고, 일제의 강제 해산 명령에 궁핍한 신세가 되어 광야를 헤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영웅과 다르다. 『범도』는 그래서 어쩌면 평범했던 한 사람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신념을 갖게 되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과 싸워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혼자였던 한 소년은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차이경, 군영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남창일, 연모하고 존경했던 백무아, 전설적인 저격수 진포 등과 함께하며 비로소 ‘홍범도’가 된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이다. 『범도』는 역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단지 역사 속 인물의 활약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방현석은 전란의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치열했던 삶의 모습을 우리 눈앞에 생생히 그려낸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와 연해주를 종횡무진하는 홍범도의 궤적을 통해 당시 민중들의 삶과 거대한 독립운동의 물결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방현석이 되살려낸 개성 강한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강력한 읽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치 한 시기를 함께 살아낸 듯 이야기에 빠져들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귀한 경험일 것이다.
구매가격 : 14,000 원
3인의 명탐정
도서정보 : 레오 부르스 / 엘릭시르 / 2023년 06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또 그놈의 밀실 사건이로군.”
복선과 치밀한 플롯, 교묘한 미스디렉션과 깜짝 결말까지
고전 미스터리를 가장 충실히 패러디한 명작, 국내 첫 출간!
서스턴 저택의 주말 파티에 초대를 받은 타운젠드와 손님들은 탐정소설에 대해 한바탕 토론을 벌인다. 그런데 밤이 깊고 모임이 막을 내릴 무렵,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밀실 살인 사건이 실제로 눈앞에서 발생한다!
혼란에 빠진 저택을 찾아온 세 명의 명탐정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방식으로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가까이서 수사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타운젠드는 마치 왓슨 박사가 된 기분에 흥분해버리고 마는데……. 과연 세 명탐정 중 누가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영국 미스터리의 황금시대가 완전히 무르익은 시기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 레오 브루스의 『3인의 명탐정』이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3인의 명탐정』은 브루스의 탐정소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복선과 치밀한 플롯, 교묘한 미스디렉션,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범행의 과정과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깜짝 결말 등, 이미 잘 알려진 고전 추리소설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레오 브루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르 법칙을 능숙하게 활용한 유머 감각을 십분 발휘해 기존의 클리셰를 비틀면서 유쾌한 반전으로 독자를 이끈다.
고전 미스터리의 풍요 속에 차려진 패러디 성찬
『3인의 명탐정』에서 화자인 타운젠드는 지인인 서스턴 박사의 주말 파티에 초대를 받아 그의 저택을 방문한다. 그런데 밤이 깊어 파티가 마무리될 무렵, 갑작스레 서스턴 부인이 자택에서 살해당하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이 경찰에 알려지기 무섭게 서스턴 저택으로 속속 모여든 세 명의 명탐정은 제각기 개성 있는 방법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타운젠드는 그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그들에 천재성에 감탄하기도 하며, 때로는 의외의 모습에 실망한다.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명탐정은 영미 추리소설 황금기의 유명 탐정들을 패러디한 인물로, 각각 도러시 세이어스의 ‘피터 윔지 경’, 애거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 G. K.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를 원본으로 삼고 있다. 레오 브루스는 그들의 외모만이 아니라 말투, 행동, 사고방식과 관심사, 그로부터 비롯하는 추리 방식까지 원본을 훌륭하게 모방해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해결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화가 삽입되는 등, 세 명탐정과 친숙한 독자일수록 웃음을 터뜨릴 만한 재미 요소가 배가된다.
작중 등장하는 밀실 트릭에 대한 추론과, 추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심도 있는 이해도 주목할 만하다. 레오 브루스가 추리소설 작가로서 활동하던 때는 이미 영국의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이 거의 완성된 시기로, 『철교 살인 사건』의 로널드 녹스가 만든 ‘녹스의 탐정소설 10계’나 S. S. 밴 다인의 ‘탐정소설 작법 20법칙’처럼 정통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규칙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레오 브루스는 화자 타운젠드의 입을 빌려서‘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범인 찾기’에 경도된 당시의 미스터리 장르에서 발견되는 맹점과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장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곳곳에서 미스터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찰의 흔적이 드러난다.
엘릭시르의‘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이번에 출간된 레오 브루스의 『3인의 명탐정』은 ‘미스터리 책장’시리즈의 36번째 작품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지난해 ‘미스터리 책장’은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리부트되었다. 엘릭시르는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채로운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남극곰 1
도서정보 : 김남중 글, 홍선주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23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번에는 북극이다!
우리 동화의 공간을 확장하는 김남중 작가의 모험 서사
도시와 극지를, 과거와 오늘을
이어 달리는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
4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에 자전거 여행 열풍을 일으켰던 『불량한 자전거 여행』, 국내 최초 대하 역사 동화 시리즈 『나는 바람이다』 등 역동적이고 대담한 스케일의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시야를 활짝 열어젖히는 동화작가 김남중의 신작 동화가 출간되었다. 육지로, 바다로, 산으로 거침없이 향하던 그의 발걸음이 이제 극지에까지 닿았다.
6학년 여름방학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북극에 발을 디디게 된 주인공 은우가 극비 프로젝트 ‘북극 열차’의 마지막 탐험대원으로 합류하면서 펼치는 모험은 100여 년 전 극지탐험가 로알 아문센의 일화, 그리고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 위기와 맞물리며 어느 한 장면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끝없이 펼쳐진 얼음 벌판 위에서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은우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복잡하고 다양하고 기이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100년 동안 역사 속에 묻혀 버린 도전
북극곰과 북극 해빙이 사라지기 전
그 도전을 반드시 끝맺어야 하는 자들
갈수록 더워지는 이상기후로 서울의 아파트 화단에서 작은 바나나 한 송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우는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엄마가 북극에 출장 간 동안 키워 낸 바나나를 자랑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은우는 엄마가 살아 있다는 희망 하나로 아빠와 북극행을 결심한다. 특전사 출신의 엄마는 3천 미터 하늘에서도 웃으며 고공낙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하와이를 거쳐 알래스카에 발을 디딘 은우와 아빠. 사람 하나 없이 바람만 부는 마을은 여름인데도 춥게만 느껴진다. 은우는 아빠 모르게 엄마와 같이 실종된 현지 가이드의 집을 찾아갔다가 가이드의 손자 미카를 만난다. 북극 환경이 익숙해 보이는 미카와 은우는 실종된 엄마와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북극해로 나아간다. 목숨 걸고 몸싸움을 하는 야생의 북극곰들, 그리고 북극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뜻밖의 존재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 두 아이는 어디론가 납치되고, 그곳에서 엄마, 할아버지와 재회하는 동시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는 것들을 목격한다.
곧 이 비밀 기지를 지휘하는 척과 그의 대원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북극 열차’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난다. 로알 아문센이 북극점 최초 도달을 위해 비밀리에 시도했다 실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북극곰 썰매 작전이 당시 곰 조련사였던 비에른의 후손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던 것. 은우가 마지막 대원으로 탑승하며 북극 열차는 모든 출발 준비를 마친다.
“사람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북극점에 도달했어요. 썰매로, 비행기로, 열기구로, 오토바이로, 스노모빌로, 심지어 스키를 신고 걸어서 간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북극곰이 끄는 열차로 도전한 사람은 없어요. 위대한 아문센의 도전이 우리 식으로 완성되는 거예요.” _본문 중에서
“지구온난화 때문에 우리가 알던 북극의 얼음은 머지않아 사라집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해요.” _본문 중에서
아슬아슬 무모해 보이는 북극 열차는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를 실은 채 거칠고 새하얀 북극을 밤낮없이 달린다. 하루는 녹은 팥빙수 같은, 하루는 꽁꽁 얼어붙은 아이스바 같은 얼음길을 달리며 은우는 탐험대원들과도 북극곰들과도 조금씩 교감해 나간다. 미끄러운 경사 길에서는 북극곰들과 함께 힘을 합쳐 썰매를 끌고, 지구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낯선 별자리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진짜 탐험대원’이 되어 간다. 하지만 북극열차는 북극점을 눈앞에 두고 생각지 못한 벽에 부딪히는데…….
세계 최초의 ‘남극곰’은 탄생할 수 있을까?
아니, 탄생해도 되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숙제, 누군가에게는 최종 목적을 위한 디딤돌, 누군가에게는 탈출을 위한 동행이었던 북극점 도달. 그러나 은우는 북극 열차 뒤에 가려진 척의 진짜 계획을 알게 된다. 작전명은 ‘노아의 방주’, 북극곰들을 남극으로 보내 최초의 ‘남극곰’을 만드는 것.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과 망가져 가는 북극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던 인물들은 결국 팽팽히 맞선다. 세상에 없던 ‘남극곰’을 탄생시키려는 이들과 그 계획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이들이 대치하고, 여기에 은우네 일행의 탈출 계획까지 맞물리면서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된다.
“나는 노아의 방주에 내 인생을 걸었어. 정말 북극을 위한다면 그쪽도 행동을 하지 그래? 입으로만 생색내지 말고 재산이나 목숨 같은 걸 좀 걸어 봐.”
VS
“자연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어. 거기에 사람이 끼어들면 더 엉망이 돼. 우리가 지구에서 만든 문제는 우리가 지구에서 해결해야지.”
오늘의 북극을 배경으로 한 도시 아이의 모험이
우리에게 건네는 무궁무진한 질문
여행보다 피시방 게임이 좋고, 도전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던 은우에게 북극에서의 사건들은 강렬한 인생 경험이 된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은우는 점점 대담해지고, 스스로를 넘어 사방의 존재에게로 시선을 넓혀 나간다. 얼음평원에서 마지막 곰과 단둘이 오로라를 만나는 순간은 은우가 이루어 낸 성장만큼 눈부시고 경이롭기 그지없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일상 속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겪으며 은우는 자신과 세상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온몸으로 깨우친다.
이 이야기는 극지라는 낯선 공간, 기후위기라는 당면한 주제를 다루며 아이들의 모험 본능을 자극하는 동시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북극곰과 북극의 현실을 두고 각자의 방향대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인물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함께 힘을 모아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마음 한편에 심길 것이다.
꼼꼼한 취재와 온몸의 경험으로 쓴 이야기
북극의 구석구석을 탐험해 보는 시간
김남중 작가는 집필 전 북극곰을 직접 만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했다. 치밀한 사전조사와 함께 북극해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남극곰』에 온전히 담아냈다. 장면마다 북극의 현장감이 생생히 전해져 오는 이유이다. 김남중 작가의 꼼꼼한 취재력만큼 구체적인 묘사로 완성된 홍선주 화가의 그림은 단숨에 북극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간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날카로운 긴장감은 물론, 얼음 평원을 내달리는 모험활극의 역동성, 알래스카 북극해의 풍랑을 실감 나게 담아내어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또 하나의 탐험대원이 된 듯 북극의 구석구석을 함께 탐험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낮은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하얀 마침표 같던 그 북극곰이 내가 만난 첫 번째 야생 곰이었다. 그 뒤로 불곰을 만나러 사할린에 갔고, 반달곰을 보고 싶어 지리산에도 다녀왔다. 곰이 나오는 동화를 좀 더 써 보고 싶어서다. 곰이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다. 시간이 갈수록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가뭄도 홍수도 더위도 폭설도 심해지고 있다. 사람이야 스스로 만든 결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왜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지, 숲이 사라지는지, 먹이가 줄어드는지 곰들은 모를 것이다. 그 둥근 머리를 갸우뚱하다 주린 배를 깔고 조용히 눈을 감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곰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때 내가 만났던 북극곰은 아직 살아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남극곰’ 시리즈를 썼다.”_작가의 말 중에서
구매가격 : 8,800 원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
도서정보 : 정홍수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20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정홍수의 문학은 가버릴 것으로 도래하는
가버린 것의 슬픔 앞에 속수무책의 사랑을 주문한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매일의 겸허한 노동-쓰기로 포개어지는 시간의 연대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세번째 평론집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24회 대산문학상을 안겨준 전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이후 9년 만의 신작 평론집이다. “구체적인 삶의 지문(指紋)을 과하지 않은 미문(美文)에 담아”낸 “문학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에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평론”이라는 당시의 심사평은 그의 세번째 평론집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더하여 작품과 작가를 향한 신실한 시선은 매일의 겸허한 노동으로서의 쓰기로 이어지고, 종내 ‘안타까움의 미학’이라고 부를 법한 특유의 비평세계를 축성하는 데 이른다.
이번 책의 제목 ‘가버릴 것들을 향한 사랑’은 정홍수 미학을 설명하는 결정적 한 문장일 것이다. 구체적 텍스트에서 삶의 구체성을 길어내 독자들의 품에 안겨주는 그의 쓰기 속에서, 이미 ‘가버린 것들’은 현재형으로 되살아나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다. 나아가, 생생한 눈앞의 삶-글에서 ‘가버릴 것들’을 움키듯 읽어내고, 미세한 떨림과 조짐에조차 반응하며 써내려가는 그의 글은, 과연 “속절없는 시간을 향한 문학의 안간힘이자 마지막 표정이라고 할 만하다”(신수정). 그 시간-들의 중첩과 연대 속에서 문학은, 삶은, 사랑은 잇대어지고 또 순환하는 것이리라.
구매가격 : 17,500 원
시대의 마음
도서정보 : 선우은실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0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자기의 고민과 겹쳐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생 문학평론가가 선보이는 비평의 도발과 도약
선우은실 첫 평론집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의 첫 평론집 『시대의 마음』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6년 경향신문에 이장욱론이 당선되며 비평활동을 시작한 선우은실의 데뷔 7년 만의 첫 책이다. 동시대 한국문학의 첨단에 위치한 1990년대생 젊은 비평가의 단단한 결실을 이 한 권에 오롯이 담았다. 소설 비평과 시 비평의 경계를 자재하게 넘나들며 섬세하고도 과감한 평론을 제출하는 것은 물론, 문학 제도와 문학장에 이르는 폭넓은 시야로 하여금 논쟁적인 담론을 생산해내기도 하는 선우은실. 평론가 양경언의 표현을 빌리자면 ‘치열해서 애틋’할 뿐 아니라 ‘터프함’까지 두루 갖춘 전방위적 평론가의 탄생을 우리는 『시대의 마음』에서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난해한 이론에 기대기보다 삶의 실제에 더 밀착하여 시대와 문학을 읽어내는 선우은실의 글쓰기는 그러기에 더욱 독자들의 마음속에 깊이 침투한다. 때로는 에세이를 읽는 듯 요철 없이 흡수되는 그의 문장은, 손쉽게 개념어로 이름 붙여 통칭하기보다 자신만의 언어로 시대와 문학을 대면한 대화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더불어 그 진실한 대면은 때때로 자기 자신조차 부정할 수 있다는 터프함, “잘못된 채로 고수하는 것보다 언제고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가정하는 편이 유연하다”(520쪽)는 쇄신으로까지 나아가기에 더욱 믿음직스럽다. 이 진실한 평론가가 그려내는 ‘시대의 마음’이 ‘문학이 가진 역사적 상상력’으로 도약하는 순간과 한국문학이 신생하는 새로운 에너지로 이 책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저마다 시대와 대결하는 개인으로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겠고, 또 내 시대 내 욕망만 특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서로 다른 역사를 지닌 인간들이 지금이란 동시대를 살면서 어떤 뒤엉키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나는 문학을 통해 알고 싶었고 또 자신의 것에 대해서도 살피고 싶었다. 그런 시대의 마음이 결국 내가 한 시절의 비평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었으리라. _「책머리에」(본문 중에서)
“우리의 삶은 동경의 아름다움과 그로부터 도래할 불안을 감내하고 마주하는 용기로 이루어진다. 홀로 남은 ‘나’에게 이 문장을 보낸다.”
이 시대의 마음을, ‘나’라는 당신에게, ‘우리’가 될 때까지
『시대의 마음』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시대 감각’은 문학, 비평, 주체, 노동 등의 키워드를 현시대에 비추고 또 맞추어 감각한 텍스트들을 모았다. 기후 위기, 청년 담론, 노동으로서의 문학, 비평 그 자체를 면밀히 분석하는 일은 시대를 감각하기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특히 「약자-되기로서의 개인적 정치성과 에세이라는 언어 형식」은 독자와 저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둘의 욕망이 뒤섞이는 새로운 (시)장을 분석하는 날카로운 글이다. 문학의 언어가 ‘다르게-되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이 기민한 진단을 우리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부 ‘젠더 비평’에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본격화된 해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선우은실의 고심과 고투가 뜨거운 에너지로 응결된 글들이 모였다. 페미니즘 문학과 비평이라는 ‘경험적 사건’을 흠뻑 체화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를 통과하며 만난 이소호, 백은선, 김현 등의 작품을 다루는 동시에, 젠더와 관련한 글을 쓸 때마다 경직되거나 관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내재화된 이분법과도 싸울 수밖에 없었던 시간, 그 자신과 격렬히 대결한 자취가 곳곳에 배어 있다. 더불어 퀴어-페미니즘 문학과도 긴밀하게 그러나 까다롭게 고찰되는 ‘당사자성’에 대한 사려 깊은 한 제안을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할 때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용과 발화의 방식을 탐구하면서도 ‘당사자성’을 협소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해당 개념을 확정하는 방향이 아닌 비-확정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던지는 질문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해야 하나, 그리고 어떤 것은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나. ‘우리’의 게토화를 넘어선 질문을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_「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본문 중에서)
3부 ‘나와 비평’은 시대 한가운데 위치한, ‘나’를 구성하는 ‘비평’과 ‘비평’으로 구성된 ‘나’를 교차해보는 글을 모았다. 선우은실 특유의 ‘메타 인지적 감각’을 바탕으로 평론의 외연을 확장하는 실험적이고도 힘있는 글들 중 특히 「다시 문학과 제도 구축에 대한 지금부터의 질문들」에 주목을 요한다. “우리가 문학-하고자 함은 과거의 영광을 현재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더 나은 가능성을 구성하는 것”(본문 중에서)이란 문장이 “언제나 살고자 하는 문학”(본문 중에서)으로 가닿을 때, 우리는 ‘나’와 ‘시대’와 ‘문학’을 아우르는 작가의 비평적 야심과 진심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부 ‘시대 마음’은 시대와 문학이라는 이 거대한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필연적으로 수렴하는 ‘마음’을 담은 글을 배치했다. 김금희론 「축적 불가능한 시대의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종잡을 수도 없지만 ‘마음’이란 말 외엔 달리 표현할 수도 없는, 개념화가 불가능한 지점을 포착해낸다. 나아가 “누구 하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을 모두 아우르는 사회성을 지닌”(427쪽) ‘마음’으로 확장되는, 이 책의 제목과 중핵을 모두 품은 글이기도 하다. 더불어 백수린의 단편소설 「시간의 궤적」을 다룬 「비 오는 밤의 저편」은 선우은실의 특장이라 할 수 있을 비평과 에세이가 유려하게 결속하는 강렬한 단평이다.
끝으로 양경언 평론가와 함께한 대담을 실었다. 동시대 여성 평론가 사이의 뜨겁고도 애틋한 이 대화는, 문학과 세계와 치열하게 ‘대화’한 흔적이 바로 ‘비평’이라는 근사한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7,500 원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
도서정보 : 조나 버거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1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와튼스쿨 마케팅학 최고 권위자
조나 버거가 전하는 소셜 마케팅 전략
무엇이 폭발적 유행을 만드는가?
전 세계 마케팅 관계자가 주목한 바이럴 마케팅의 원리
딱히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거나 그다지 광고에 비용을 많이 들인 것 같지 않은데도 유독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제품, 사람,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탁월한 마케팅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유행 현상은 분석 불가능하고 ‘무작위적’인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을 만큼 그 원인은 해석 불가능해 보이기만 한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주목을 받은 광고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평론가들에게 형편없는 곡이라며 비난받는 노래가 각종 차트를 석권하기도 한다. 즉 무조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여기저기 광고를 해댄다고 해서 제품 홍보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마케팅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오늘날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 조나 버거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유행의 실제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특히 새롭게 변화한 미디어 환경, 즉 소셜 미디어의 등장 속에서 진화하는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전략)’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바이럴 마케팅, 6가지 원칙 STEPPS
평범을 비범으로 바꾸는 가장 특별한 방법
여기저기 광고를 하고, 파격 세일을 하고, 유명 인사를 초청해 제품을 홍보하게 하는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에 마케팅 담당자들은 새로운 홍보 방법을 궁리하느라 언제나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6가지 바이럴 마케팅 원칙 STEPPS다. 의심 많고 똑똑한 현대의 소비자는 지인이 전해주는 정보를 광고보다 오히려 더 신뢰한다. 이 원리를 활용한 것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이며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바로 마케팅 비용을 따로 들일 수 없는 이들도 누구나 파급력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나 버거는 그가 제시하는 6가지 바이럴 마케팅 원칙을 염두에 두고 확실하게 활용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바이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 마케팅 6가지 핵심 법칙 STEPPS
1. 소셜 화폐(Social Currency)의 법칙: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를 공유한다.
2. 계기(Triggers)의 법칙: 사람들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을 공유한다.
3. 감성(Emotion)의 법칙: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주제를 공유한다.
4. 대중성(Public)의 법칙: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것을 모방하고 공유한다.
5. 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의 법칙: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다.
6. 이야기성(Stories)의 법칙: 사람들은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바이럴 마케팅, 우연이 아닌 전략으로 누려라!
만약 돈 한푼 더 쓰지 않고도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면? 그저 우연이라 치부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실제로 초콜릿바 마스(Mars)는 특별히 마케팅을 달리한 점도 없는데 판매량이 급증해 어리둥절했다. 이는 ‘계기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당시 나사의 패스파인더가 화성(Mars)에 도착해 언론이 이를 연일 보도하자 사람들은 같은 이름의 초콜릿바 마스를 떠올렸고, 그 많은 초콜릿바 중에서도 마스를 구매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은 공유하며, 이는 행동을 유발한다’는 계기 원리에 따르면 화성이 초콜릿바 마스의 ‘해비탯(habitat, 서식지)’이 되어 연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곧 구매라는 행동을 유발했던 것이다.
한편 애플 노트북 로고에도 바이럴 마케팅 원리가 숨어 있다. 원래 애플의 파워북은 사용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로고가 거꾸로 노출되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잡스는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관찰자의 눈에 사과 모양이 똑바로 보이도록 로고를 반대로 그려넣었다. 바이럴 마케팅 ‘대중성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서브웨이의 샌드위치만 먹고 111킬로그램을 감량한 재레드 포글의 이야기 덕에 바이럴 효과를 본 서브웨이의 사례도 있다. 사람들은 서브웨이를 알리려는 의도 없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퍼뜨렸다.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브웨이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브랜드에 관한 정보도 이야기 속에 담겨 퍼져나갔다. 역시 바이럴 마케팅 ‘이야기성의 법칙’에 속하는 경우다.
원리를 꿰뚫고 있다면 우연으로 지나칠 법한 현상도 전략적으로 지배해 유행으로 만들 수 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손님이 없는 동네 커피숍 주인이나 관람객을 확보하려는 영화관, 공약을 알리려는 정치인, 캠페인을 벌이는 환경운동가 등 “이 제품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써야 이 아이디어를 퍼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STEPPS 원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구매가격 : 12,000 원
앨프리드와 에밀리 (세계문학전집 228)
도서정보 : 도리스 레싱 / 문학동네 / 2023년 05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
허구와 현실의 비극적 간극을 넘나들며 그려낸 부모의 삶
거장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아버지 앨프리드와 어머니 에밀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부모의 다른 삶을 상상한 허구이고, 제2부는 전쟁이 남긴 외적 ․ 내적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회고이다. 뇌졸중으로 투병하면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마지막 결실인 이 작품은 민은영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따스하고 애틋한 소설과,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회고적 성격의 글 각각의 특색을 살려 정확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옮겼다. ★ 2007년 노벨문학상 ★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소설 속의 부모와 현실의 부모, 슬프고도 애틋한 간극
2007년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에게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풀어낸 서사 시인”이자 “분열된 문명을 응시하는 작가”라는 찬사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1919년 태어나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페미니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식민지, 인종차별 등 20세기 인류 사회의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레싱이 2008년 발표한 생애 마지막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기 부모였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절반은 소설, 절반은 회고록이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전개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잠시 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각자의 짝을 만나고 평생 친구로 남는다. 잘생긴 크리켓 선수 앨프리드는 고향 농장에서 일하며 야무진 아내,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똑똑한 에밀리는 런던에 가서 간호사로 일하다 저명한 의사를 만나 결혼한다. 남편을 심장마비로 잃지만 그가 남긴 유산과 인맥을 활용해 교육 자선사업가가 된다. 실제 역사와 달리 영국은 평화 속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젊은이들은 해외에 나가려고 타국의 전쟁에 자원한다. 이런 세태를 걱정한 앨프리드의 아이디어와, 에밀리의 자금과 행동력이 만나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제2부는 부모와 작가 자신이 현실에서 경험한 삶이다. 부상병과 간호사로 병원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는 옥수수를 키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선전을 보고 아프리카 농장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남로디지아의 농장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엔 너무 볼품없었고 이제는 농장을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족의 목표가 된다.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어 나무 의족을 사용하는 아버지는 끔찍했던 경험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나중에는 당뇨병까지 생겨 괴로운 말년을 보낸다. 어머니는 식민지에서는 영국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남편을 돌보느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한다.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레싱과 남동생은 어머니와 멀어지고 만다. 부모가 살았던 에드워드 시대 영국과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아프리카 식민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찬란했던 대영제국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환상에 젖어 식민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좌절을 겪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을 종식할 전쟁’이라는 제1차세계대전의 별칭이 무색하게 곧이어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이번에는 남동생 해리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만다.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절묘한 구성은 극적 대비를 이루며 독자에게 두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충격을 안긴다. 읽는 순간 눈앞에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듯 따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제1부는, 『풀잎은 노래한다』 『금색 공책』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레싱의 대표작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의외라고 여길 만하다. 레싱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천진한 아이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전쟁이 남긴 부상과 병으로 고생하다 죽은 실제 아버지와 달리, 소설 속 앨프리드는 아버지의 평생소원이었던 영국 농부로 살며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 중산층처럼 살고 싶은 욕망과 자식에 대한 집착으로 괴로워했던 어머니는, 소설 속에서 자녀는 없지만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자선사업가로서 사교계에서 존경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의 목적이 단순히 허구와 현실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찬찬히 읽어보면, 부모에게 선사한 허구의 삶에도 그 나름의 슬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앨프리드에게는 버트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자이다. 앨프리드 부부는 술집으로 버트를 찾으러 다니고 그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느라 애쓴다. 또 기나긴 평화에 질린 아들들이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나갈까 노심초사한다. 에밀리는 남편을 갑자기 잃고 재산을 탐내는 친척들에 맞서며 자선사업을 운영한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마음 맞는 배우자를 만나거나 자식을 얻지는 못해 주위의 연인들을 보며 아쉬워한다.
제1부의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제2부의 삶이 오로지 비극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로 연결된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은 때로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경이로웠고 아버지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레싱은 본국에서 정규교육을 받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절대 평탄하지 않은 유년시절이었지만 식민지 농장에서 보낸 그 시절은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 레싱이 이후 인종, 계급, 성별의 격차에 항거하는 지식인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도리스 레싱의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
레싱의 작품 목록 중에서도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눈에 띄는 이유는 그저 마지막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은 말년에 이른 레싱이 평생 이해하려고 애썼던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건네는 화해의 시도이자 결국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전기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전기인 것이다.
“여전히 이렇게 나는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애쓰고 있다. (…) 내가 글로 쓴 그대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이 내가 빚어준 삶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좋겠다.” _도리스 레싱
어린 시절 레싱은 아버지의 전쟁 경험담이 듣기 싫어 귀를 막으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라며 그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경우는 달랐다. 어머니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정당성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았고, 레싱은 자신과 남동생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투쟁했다. 많은 딸들과 마찬가지로 레싱 역시 ‘나는 어머니처럼 되지 않겠어’라고 되뇌었고 그가 어머니에게 느낀 분노는 격렬했다. 레싱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듯이,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역시 시대가 낳은 피해자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발표된 2008년 당시 레싱의 나이는 아흔에 가까웠다.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중이라 말했던 레싱은 이 마지막 작품을 통해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다음으로 작품의 특이한 형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학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실험적 태도가 이 작품에서도 빛난다. 부모의 삶이나 전쟁이라는 소재는 무수히 반복되어왔으나,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으로 담은 신선한 구성 덕분에 『앨프리드와 에밀리』에는 진부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흑백사진 역시 일반적인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제1부의 끄트머리에 있는 「설명」이라는 글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면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제2부로 이끈다. 소설만 따로, 혹은 회고록만 따로 출간했다면 다소 밋밋한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두 가지 성격의 글을 하나로 엮어 각각의 합보다도 더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내용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레싱의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레싱은 이 작품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존재인 ‘책’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유년시절에 일어난 “좋은 일은 딱 하나”였고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문학계 최고의 영예를 얻은 대작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들, 추억 속의 도서 목록을 줄줄이 읊는다. 수많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에 추천사를 아끼지 않으며 책에 대한 애정을 기꺼이 드러냈던 레싱. 어린 시절의 그가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느리게 배송되어 오는 책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구매가격 : 11,200 원
반에 반의 반
도서정보 : 천운영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14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맹렬히 사랑스럽게, 피할 수 없이 선명하게
소설가 천운영 십 년 만의 소설집
그려보았다.
물에 젖은 늙은 몸이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숲의 햇살과 함께 조각조각 부서지는 웃음소리를.
반의반의 반만큼의 상상을 더하여, 더 환한 풍경으로
여성의 목소리로 기록되는 다성多聲과 다감多感의 계보
여성의 원초적 생명력을 바탕으로 도발적인 서사와 관능적인 미학을 선보여온 소설가 천운영이 십 년 만의 다섯번째 소설집 『반에 반의 반』으로 독자 곁을 찾았다. 신동엽창작상, 올해의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이야기꾼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작가는 그동안 취재에 기반한 생생한 장면 구성과 허위를 부수는 담대한 묘사, 터부에 홀연히 손을 뻗어 이야기 속으로 데려오는 과감함으로 한국문학에 전에 없던 궤적을 그려왔다.
『반에 반의 반』의 아홉 단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세대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다. 다종다양한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연이 닿은 이들에게 무람없이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어주는 다정함이 바로 그것이다. 본처 자식들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 둘째 시어머니를 다시 거둬들여 평생을 함께하는 며느리(「우니」 「내 다정한 젖꼭지」), 꽃놀이 가는 길에 만난 어린 오누이를 집에 들이고 아껴둔 이부자리를 건네는 할머니(「봄밤」). 가족을 넘어 더 많은 존재들의 생존 그 자체를 긍정하는 이 다감多感의 계보는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이어져갈 듯하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이면이 있을까. 천운영은 ‘반에 반에 반’의 상상을 더하여 그 맹렬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인다. 체신을 중요시하는 집안의 가장에게는 부끄러움을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와 물장구치는 순간을 선사하고, 희생만 하는 것 같던 어머니에게는 꿈결 같았던 봄날의 한가운데, 사랑하는 이와의 한때를 회상하게 한다. 소설가 윤성희의 추천의 말처럼 이 환한 풍경은 문장을 넘어 목소리가 되고, 혀끝으로 느껴지며, 마침내 읽는 이의 온몸을 통과한다. 천운영의 천연덕스러운 솜씨로 버무려진 이 시대 여성들의 생생한 삶이 여기, 『반에 반의 반』에 펼쳐져 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눈부신 안부
도서정보 : 백수린 / 문학동네 / 2023년 06월 02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문장에 담길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발표하는 작품마다 흔들림 없는 기량을 보여주며 평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소설가 백수린의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가 출간되었다. 2011년 데뷔한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짧은 소설들과 산문을 발표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장편의 그릇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린 그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인 만큼 이 작품의 탄생이 더욱 반갑고 귀하다. 『눈부신 안부』는 2021년 봄부터 2022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절찬리에 연재되었다. 작가는 특유의 성실하고 꼼꼼한 소설쓰기로 연재와 개고에 임한 끝에 지극히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첫 장편을 자신의 이력에 추가하게 되었다.
백수린은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에서 일찍이 “충실한 기본기”는 물론 “안정적인 보조와 감각으로 자기 세계를 부풀려가는 정통적인 스타일”(문학평론가 서영채)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을 통해 누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안전한 껍질이 “더 깨진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샅샅이 알고 싶다고 마음먹”(소설가 김연수)게 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더욱 섬세하게 벼려냈다. 그리고 작가에게 2020 한국일보문학상을 안겨준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시인 박연준)는 평을 받으며 삶의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문장 위에서 구현하는 독보적인 감각을 드러내 보였다.
『눈부신 안부』는 백수린이 그간 이루어낸 이러한 성취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비극적 사건을 회피하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던 한 인물이 어른이 된 후 한층 품 넓은 시야로 서툴렀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좇는다. 차분하게 쌓여가는 서사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치유와 성장에 도달하려는 한 인간의 미더운 움직임이 백수린의 다정한 문장으로 그려진다.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아름다운 결이 지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확장되는 근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백수린 소설세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타국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홀로 마련해야 했던 한 아이를
다정히 보듬어준 파독간호사 여성들
그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넓어진 시야로 유년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보려는 진중한 발걸음
『눈부신 안부』의 책장을 펼치면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성실히 거짓말을 해야 했던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녀의 이름은 ‘이해미’. 1994년 도시가스 폭발 사고로 친언니를 한순간에 잃고 너무 일찍 인생의 비극성을 깨달아버린 아이다. 엄마와 아빠는 언니를 잃은 고통을 해미에게 감추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하고, 여동생 ‘해나’는 아직 어려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마냥 해맑아 보인다. 장녀가 된 해미는 선의의 거짓말로 엄마 아빠를 안심시키고 해나의 응석을 받아주며 혼자 슬픔을 삼켜낸다. 아빠와 별거하기로 결정한 엄마를 따라 해나와 함께 독일 G시로 이주하게 되었을 때도 해미는 가족들에게 속마음을 숨길 뿐이다.
살아 있는 게 내가 아니라 언니였다면 언니는 틀림없이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좋아요.”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이 싫었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그렇게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본문 중에서)
G시에서도 해미는 낯선 환경에서 혼자서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 무혐의의 거짓말을 이어간다. 그런 해미의 고독과 불안을 가장 먼저 눈치채고 따뜻하게 손 내밀어준 사람은 해미의 친이모 ‘행자 이모’다. 행자 이모는 파독간호조무사가 되어 건너간 독일에 정착하여 ‘마리아 이모’와 ‘선자 이모’, 그 밖의 많은 파독 간호 여성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이모’들의 보살핌 속에서 해미는 자신보다 앞서 타국에 자리잡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파독간호사들의 건강한 활력과 긍정성에 감화된다. 그 여성들이 가족과 국가를 위해 삶을 희생한 집합체가 아닌 개별 주체로서 내뿜는 고유한 개성과 매력을 접하며, 해미는 멈춰 있던 일상을 조금씩 재가동한다.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지?”
나는 갑작스러운 말에 흠칫 놀라 선자 이모를 돌아다보았다. 선자 이모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흰빛이 너울대는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볼 수 있을 테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답지?”
언제나 표정이 적어 화난 것처럼 보이던 선자 이모의 얼굴에 드리워진 꽃그늘이 바람이 불 때마다 레이스처럼 어른거렸다. 마리아 이모가 우리를 웃기기 위해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할 때마다 꽃물이 번지듯 환해지던 선자 이모의 얼굴.(본문 중에서)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 선자 이모의 아들 ‘한수’를 사귄 후 해미의 독일 생활은 더욱 찬란히 빛나기 시작한다. 한수가 해미와 레나에게 비밀스러운 부탁을 해오면서 세 아이의 우정은 한결 끈끈해지는데, 그 부탁이란 한수의 엄마인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함께 찾아달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첫사랑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선자 이모의 일기를 몰래 읽어나간다. 일기 속에는 선자 이모가 1973년 독일로 떠나온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간직해온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흩어져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첫사랑의 이니셜이 ‘K.H.’라는 사실뿐. K.H.를 찾기 위해 온갖 추리와 상상을 펼치며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동안, 해미는 점차 밝고 천진한 모습을 되찾아간다.
나는 도시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곳이 내 자리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 가족도 행복에 거의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언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의 행복이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속으로 언니에게 말을 걸어야 했을 만큼의 행복.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본문 중에서)
그러나 자신이 있을 곳을 드디어 마련했다는 따스한 안도감도 잠시,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해미는 또 한번 커다란 상실을 겪은 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해미는 여전히 유년의 비극에 붙들려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과의 깊은 교류를 자제하며 지내던 해미는 어느 날 대학 동창이면서 미묘한 연애 감정을 주고받기도 했었던 ‘우재’와 우연히 재회한다. 그리고 해미의 마음을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우재로 인해 타인을 향한 해미의 감각이 다시금 깨어나기 시작한다. 해미는 다시 한번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으며 K.H.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오랫동안 고스란히 묻어두었던 상처를 들추어 실패로 남겨두었던 지난 일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재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볼 수도 있으리라 믿으며.
이제, 거대한 슬픔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여렸던 어린 자신과 대면하기 위한 해미의 용기 있는 전진이 시작된다.
슬픔의 터널을 지나 쏟아지는 환한 빛처럼
긴 시차를 두고 도착한 애틋한 화해의 인사
『눈부신 안부』는 어린 시절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으려 했던 해미가 그후 20여 년이 지나 다시 한번 K.H.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서사의 굵직한 줄기를 이룬다. 이 두 번에 걸친 시도를 통해 해미는 자신이 그사이 훌쩍 성장했음을 느낀다. 어렸던 자신의 시선으로는 끝끝내 알아챌 수 없었을 K.H.에 관한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면서, 해미는 자신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유년 시절의 한계가 당시로서는 필연적인 것이었음을 인정해나간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넓어진 시야를 통해 과거를 용인함으로써 해미는 머지않아 과거가 될 현재의 자신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해미가 자기 자신과 화해하며 눈부신 도약을 이루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타인들의 존재 또한 소중하다. 그들은 해미가 스스로를 고립시킨 내면세계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해미의 안부를 묻는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선뜻 손 내미는 이러한 행위가 때로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고 소설은 말한다. 이 다정한 소설을 펴내며, 이제 백수린은 독자를 향해 손을 내민다. “이 책이 누구든 필요한 사람에게 잘 가닿아 눈부신 세상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줄 수 있었으면”(백수린, ‘작가의 말’) 좋겠다고.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어느새 당신에게도 소중한 이들에게 용기 내어 다가갈 힘이 차올랐을 거라고.
『눈부신 안부』에는 삶의 갖가지 비극으로 인해 멀어졌던 타인과의, 나아가 자기 자신과의 진심어린 화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나가기로 다짐한 인물들의 발걸음이 그려져 있다. 그 진중한 발걸음에 실린 힘은 읽는 이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욱 상냥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현실의 동력으로 전환된다. 허구의 세계로부터 창출된 실재하는 힘.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이 아닐까.
◆
작가가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쓰며 누구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지,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지를 살피면 그 작가의 디딘 곳과 향하는 곳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왔다. 『눈부신 안부』를 통해 백수린 작가가 부른 이름들이 찬란했다. 외로움은 다른 투명한 감정들과 얼마나 닮고 닮지 않았는지, 거짓말과 이야기가 어디에서 엉키고 또 풀리는지, 백수린의 질문들에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천천히 답장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아름답고 강렬한 발신의 책이, 착신과 회신으로 다음 이야기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_정세랑(소설가)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책을 덮기도 전에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었다. 어떤 소설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소설이 그렇다. 읽는 동안 나는 인물들의 내면으로 저벅저벅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문득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와버렸음을 깨달았다. 백수린의 문장과 서사가 가진 힘이다.
어째서 이토록 부드럽고 단단한 힘이 있어서, 삶을 조금 더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걸까. 어째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과 아픔, 슬픔을 간직하고서도 나아가보려는 용기를 갖게 만드는 걸까. 읽는 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지닌 무수히 많은 사랑을 만난 것 같다. 저마다의 삶의 반짝임을 만난 것 같다.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정한 마음이 전하는 안부만으로도 가능해지는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_안미옥(시인)
그즈음엔 주변에서 장편소설로 써보라며 해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어떤 이야기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그 여름의 식탁에서 ‘파독간호사’에 대한 어떤 일화를 듣고 첫 장편소설을 마침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 같다는 예감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그날 내가 떠올렸던 이야기, 내가 쓰고 싶었고 쓸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이야기와 실제로 완성된 이야기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지만, 첫 장편을 쓸 수 있으리라는 예감으로 벅차올랐던 그 마음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_백수린, ‘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11,2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