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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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평전

도서정보 : 고형진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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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시인’ 박용래 문학세계의 모든 것

1960~70년대 한국적 서정의 독보적 경지를 선보이며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박용래 시인의 시전집과 산문전집, 평전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울타리 밖」을 비롯해 「겨울밤」 「저녁눈」 「점묘」 등의 명시들로 확고한 문학사적 평가를 얻고 후배 시인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지만, 그의 문학성이 온전히 갈무리된 전집이 미비한 점은 오랜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 등의 작업으로 시 정본 연구의 면밀함을 인정받은 고려대 고형진 교수가 수년간의 자료 조사와 연구 끝에 내놓은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산문전집』, 그리고 그의 문학적 일대기를 담은 『박용래 평전』은 시인이 생전에 발표한 시와 산문 작품, 미발표 원고, 편지 등을 망라하고 시인에 대한 전기적 사실과 증언 등을 두루 참조하여 박용래 시인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박용래 시인은 1925년 충청남도 강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명문인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나 은행 업무에 대한 환멸과 시에 대한 열망으로 3년 만에 그만두었고, 그뒤 몇 차례의 짧은 교직 생활을 제외하고는 줄곧 시쓰기에 전념했다. 195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6월호에 「가을의 노래」, 1956년 1월호와 4월호에 「황토길」과 「땅」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그는 등단 13년 만에 첫 시집 『싸락눈』을 간행하고 이듬해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 두번째 시집 『강아지풀』, 1979년 세번째 시집 『백발의 꽃대궁』을 펴냈다.
박용래의 시는 짧은 시행 안에 풍경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서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 같이 다가온다. 여기에는 함축적인 이미지와 엄격한 언어 조탁에서 비롯된 그의 독특한 회화적 형식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박용래 시인은 스스로 ‘점묘의 기법’이라고 부른 바 있다.

삶 속에서 문학을 살아간 시인의 초상

『박용래 평전』은 박용래 시인의 시전집과 산문전집을 엮으며 누구보다 그의 문학세계를 깊이 들여다본 고형진 교수가 수년에 걸쳐 시인에 관한 기록과 자료를 검토하고, 그와 가까웠던 이들을 찾아 직접 확인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시인의 문학과 일생을 조명한 뜻깊은 저작이다. 특유의 면밀한 조사와 연구로 시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하나하나 검토해 오류를 바로잡고, 시인의 고향을 비롯해 그가 거쳐간 장소를 일일이 방문해 그의 내면 풍경을 상상하고, 그와 관련된 인물과 텍스트를 두루 참조해 그 영향 관계를 밝히는 열정과 수고는 박용래 시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때로는 엄밀한 논증으로, 때로는 극적인 이야기로 전해지는 박용래 시인의 일생은 “오직 시인으로만 살았던”(6쪽) 이의 일대기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던 열 살 위 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고, 시쓰기에 매진하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던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미련없이 그만두고, 존경하는 시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먼길을 떠나 밤길을 헤매고, 마음이 통하는 시인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기꺼이 눈물을 글썽이는 시인의 모습은 운명적으로 시인의 길을 걸어간, 삶 속에서 문학을 살아간 시인의 초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시인이 온몸으로 통과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극적인 현대사와 당대의 문단 풍경은 학술적인 연구서로는 접하기 어려운 당대 역사와 문학의 미시적인 면면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구매가격 : 16,100 원

오늘도 별일 없었어요

도서정보 : 캐스린 니콜라이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9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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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다운로드 수 6500만 회 이상,
전 세계 수많은 청취자들에게 꿀잠을 선사해온 ‘숙면용’ 인기 팟캐스트
〈오늘도 별일 없었어요〉
일러스트와 함께 책으로 재탄생!

밤이 되었습니다.
잠들지 못한 분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별일 없는 동네'에 입장할 시간입니다.

우리가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각종 전자기기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우리의 뇌가 빠르게 ‘자는 모드’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뇌에게 오늘 일은 모두 끝났고 이제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는 낮에 반복하던 활동의 고리를 확실히 끊고 경계를 그어야 해요. 취침해야 하는 시각 삼십 분 전에는 전자기기를 모두 끄거나 무음으로 전환한 뒤 ‘수면 준비 의식’을 치르는 게 좋아요. 양치질이나 세수, 다음날 입을 옷 꺼내놓기, 따뜻한 차 마시기 등 간단한 루틴을 정해놓고 스스로에게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그리고 방의 조도와 온도 등 수면 환경을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조정한 뒤 자리에 누워 온몸에 힘을 뺍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여러분은 ‘별일 없는 동네’로 입장할 준비가 된 것이랍니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뒤엉킨 머릿속을 비우고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에요. 『오늘도 별일 없었어요』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가 ‘별일 없는 동네’라고 명명한 소박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그 이름처럼, 이곳은 느긋하게 산책을 나와 길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단골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다거나, 무릎에 올라앉은 반려동물의 온기를 느끼며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정도의 소소한 일들만이 일어나는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책의 24∼25페이지에 실린 간단한 지도를 참고하면 이 가상의 공간 속에서 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수록된 이야기들은 계절순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지금 계절과 일치하는 배경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되고, 경험하고 싶은 계절의 이야기부터 읽어도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 디테일을 재료삼아 마음이 안락하게 머무를 만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느긋하게 심호흡하며 “금방 잠들겠네. 오늘밤은 푹 자야지” 하고 중얼거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러다보면 천천히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도, 한밤중에 별안간 깨어나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잠들기 전에 떠올렸던 이야기 속으로 차분하게 되돌아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여름날 아침에 반려견을 데리고 마당에 나와 산책하는 이야기를 읽었다면, 강아지의 부드러운 털과 훈훈한 아침 공기, 흙냄새, 이슬 맺힌 풀의 차가운 감촉을 상상하며 그 여유롭고 기분좋은 장면을 머릿속에 되살려보세요. 이렇게 하면 뇌가 잡념과 걱정에 갇혀 맴도는 것을 멈출 수 있답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보세요. 그러면 어느 날 힘들이지 않고도 푹 자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자, 그럼 이제 따스한 풍경들 속에서 달콤한 꿈을 꿀 시간이에요. 길고 고요한 밤, 이 책이 단잠에 든 당신의 머리맡을 밤새 지켜드릴 거예요. 오늘밤은 좋은 꿈 꾸세요!

구매가격 : 11,900 원

박용래 시전집

도서정보 : 박용래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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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시인’ 박용래 문학세계의 모든 것

1960~70년대 한국적 서정의 독보적 경지를 선보이며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박용래 시인의 시전집과 산문전집, 평전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울타리 밖」을 비롯해 「겨울밤」 「저녁눈」 「점묘」 등의 명시들로 확고한 문학사적 평가를 얻고 후배 시인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지만, 그의 문학성이 온전히 갈무리된 전집이 미비한 점은 오랜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 등의 작업으로 시 정본 연구의 면밀함을 인정받은 고려대 고형진 교수가 수년간의 자료 조사와 연구 끝에 내놓은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산문전집』, 그리고 그의 문학적 일대기를 담은 『박용래 평전』은 시인이 생전에 발표한 시와 산문 작품, 미발표 원고, 편지 등을 망라하고 시인에 대한 전기적 사실과 증언 등을 두루 참조하여 박용래 시인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박용래 시인은 1925년 충청남도 강경에서 태어났다. 그는 명문인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나 은행 업무에 대한 환멸과 시에 대한 열망으로 3년 만에 그만두었고, 그뒤 몇 차례의 짧은 교직 생활을 제외하고는 줄곧 시쓰기에 전념했다. 195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6월호에 「가을의 노래」, 1956년 1월호와 4월호에 「황토길」과 「땅」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그는 등단 13년 만에 첫 시집 『싸락눈』을 간행하고 이듬해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 두번째 시집 『강아지풀』, 1979년 세번째 시집 『백발의 꽃대궁』을 펴냈다.
박용래의 시는 짧은 시행 안에 풍경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서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 같이 다가온다. 여기에는 함축적인 이미지와 엄격한 언어 조탁에서 비롯된 그의 독특한 회화적 형식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박용래 시인은 스스로 ‘점묘의 기법’이라고 부른 바 있다.


박용래 시세계의 길잡이

『박용래 시전집』에는 시인이 생전에 발표한 작품과 그의 사후에 발표된 유고작, 그리고 시작 노트에 메모된 미발표 작품 등 모두 208편의 시가 실렸다. 1980년대에 출간된 시전집에는 실리지 않았던 등단 전후의 발표작과 미발표 유고작 등 지금까지 확인된 박용래 시인의 작품 전체를 망라한 완전한 형태의 시전집이다. 전집의 본문은 첫 시집 『싸락눈』을 비롯해 『강아지풀』과 『백발의 꽃대궁』에 수록된 작품을 각각 1~3부에, 첫 시집 이후의 발표작 가운데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작품을 4부에 실었다. 시 창작뿐 아니라 시집 발간 과정에서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시를 선별한 시인의 의도를 존중하여, 그가 첫 시집을 묶으면서 제외한 등단 이전과 직후의 발표작들은 미발표작과 함께 부록으로 따로 묶었다. 1부 ‘싸락눈’을 시집의 차례에 따르지 않고 시인이 『강아지풀』에 재수록한 작품을 앞세운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박용래 시전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시인의 최종 수정본을 정본으로 삼되 수정 전의 모든 판본을 부록에 싣고 수정 대목을 명시해 그 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이다. 박용래 시인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시를 시집에 묶거나 다른 지면에 재수록할 때마다 크고 작은 수정을 가했고, 때로는 원 작품이 거의 흔적으로만 남을 정도로 새로 쓰다시피 한 경우도 있다. 그러한 작품의 수정 내력을 한눈에 살펴봄으로써 극도로 단출한 형태를 중시한 박용래 시인의 시적 지향을 엿보는 동시에 한 편의 시가 어떻게 완성도를 높여가는지를 흥미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7,500 원

디컨슈머

도서정보 : J.B. 매키넌 / 문학동네 / 2023년 01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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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또 사는 것’이 시민의 의무인 시대 vs
급격히 빨라지는 ‘기후 재앙 시계’

경제 쇼크와 기후 위기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항상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가 아주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올 거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비단 경제학자만이 아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9일 뒤, 부시 대통령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국민에게 “미국 경제에 계속 참여하고 경제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연설하며 ‘소비하라’고 역설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최소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갑자기 소비에 열정을 잃은 결과였다. 이 상황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소비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결론을 지었고 부시의 연설 이후, 소비가 줄어들 때마다 세계 지도자들이 ‘나가서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일은 당연시되었다. “마치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처럼 말이다.”(본문 21쪽)
비단 위의 사례뿐일까.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 인류가 깨우친 핵심 교훈은 ‘사고 사고 또 사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의류를 전부 합치면 매년 5000만 톤에 달하는 옷 무더기가 된다.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산산조각나고 전 세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다.”(본문 16쪽) 나날이 쏟아지는 광고와 할인, 유행,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오락, 최신 전자기기와 이 모든 것에 대한 집착들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가 곧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비가 ‘가속화’될수록 ‘기후 재앙 시계’는 ‘초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유엔의 국제자원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새 천 년이 시작될 무렵 소비는 인구수를 제치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환경과학자들은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재활용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인상적일 만큼 높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단 한 해도 줄이지 못했다. 그 어떤 기술과 조치도 소비 욕구가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 우리는 소비와 환경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구매가격 : 13,900 원

낙원 1

도서정보 : 미야베 미유키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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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마루 밑에 잠들어 있던 소녀
한 가족을 무너뜨린 비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모방범’ 사건으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평온한 삶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사건의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한 중년 여자가 찾아와서 죽은 아들 히토시에게 예지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던 히토시의 스케치북에, 도이자키 아카네라는 중학생 소녀가 부모에게 살해되어 16년간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다는 것. 하지만 사건이 밝혀진 것은 소년이 이미 교통사고로 죽고 난 후였다. 실제로 히토시의 그림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시게코는 부인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관계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조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아카네의 배후에 있던 한 남자의 존재가 드러나고, 시게코는 딸의 죽음에 대한 부모들의 석연찮은 태도에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자기 손으로 딸의 죽음을 불러와야 했던 도이자키 부부의 비극은 어디서 연유했을까? 아카네의 남자친구이자 도이자키 부부와 기묘한 공생관계였던 수수께끼의 남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 죽음의 비밀을 읽어낸 소년 히토시는, 그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을까? 파낼수록 하나씩 늘어나는 수수께끼, 말이 없는 두 사자(死者)의 행방을 좇는 걸음과 함께 한 가족의 커다란 비극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방범』에서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르포라이터로 활약했던 마에하타 시게코.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매스컴과 주위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까지 감수하고, 때로는 침착한 재치로, 때로는 송곳처럼 신랄한 말로 상대방 가슴 깊은 곳의 어둠을 끌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작가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녀는 제 대변인이라 할 수 있고, 이 어두운 사건에 함께 맞서준 인물입니다. 잔인한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그녀를 다시 한번 다른 작품에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도 작가가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낙원』에서 그녀는 수수께끼에 싸인 사건을 하나씩 추리해나가면서, 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이면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심도 있게 그려낸 미스터리 대작!

자신의 행복을 접어두고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으며, 이제 하나뿐인 아들을 안타까운 사고로 잃은 부인과, 손쓸 수 없을 만큼 비행에 빠져버린 딸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린 후 오랜 세월 위태로운 비밀을 지켜가며 살아온 부부. 『낙원』에서는 겉으로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속내만큼은 너무나 다른 두 가족의 초상이 하나의 범죄를 통해 나란히 묘사된다. 『모방범』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대변한 이야기라면, 『낙원』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범죄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한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이런 범죄 앞에서 가족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를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아카네를 그냥 내버려뒀어야 했을까요? 아카네를 쫓아내버려야 했을까요? 이런 인간은 자식도 아니다, 절연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삶에 넌 필요 없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러면서 아카네를 내쫓고, 그애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되든 모르는 척하며 살면 되는 거였을까요? (2권 본문 중에서)

『모방범』 『이유』 『화차』 등의 대표작에서 볼 수 있듯,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사회의 범죄와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을 더해 짙은 여운과 감동을 자아내는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낙원』 역시 끔찍하고 비인륜적인 범죄를 다루면서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통적 가족관에 대한 의문,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얽힌 도덕적 가치판단의 차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미묘한 반항심리, 나아가 교육과 사회제도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재들을 섬세하게 녹여낸다.

범죄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라도, 가령 초등학교 때 반 친구를 괴롭히거나 혹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평온한 나날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모르는 척 묻어두고 살아가는 거죠. 상대방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낙원이란 것은 여러 가지 것들을 망각한 후에,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겨우 성립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_월간 ‘책의 이야기’ 인터뷰에서

한순간의 어긋남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사람들. 저도 모르는 사이 범죄라는 어둠에 끌려들어가 평생 그 무게에 눌려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미야베 미유키는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란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미 크고 작은 범죄가 일상생활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는 현대사회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간결하고도 절실한 의문을 던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문장은 여러 번 곱씹어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비탄의 문 2

도서정보 : 미야베 미유키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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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말이 살아 움직이는 인터넷 사회
그 안에 숨은 범죄와 악의 흔적을 찾아라!


대학 생활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하던 신입생 미시마 고타로는 우연찮은 계기로 신생 IT기업 ‘쿠마’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인터넷상의 공개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 등에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수사 당국에 협력하는 이른바 사이버패트롤이 ‘쿠마’의 주업무. 무궁무진한 문자의 바다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건져내는 행위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점점 몰입해가던 즈음, 고타로와 친하게 지내던 아르바이트 선배 모리나가가 신주쿠 일대에서 노숙자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리고, 고타로는 그의 행적을 좇던 끝에 몇 년째 비어 있는 신주쿠의 한 유령 빌딩에 잠입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는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도 있었다. 도시 한복판의 어둠 속, 거대한 새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이윽고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연결되고, 고타로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로 마음먹는다.

『비탄의 문』은 미야베 미유키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 『영웅의 서』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판타지 성장소설에 가까운 전작과 달리 현실세계의 강력범죄와 학원폭력, 인터넷의 폐해, 나아가 빈곤층 복지 문제까지 다루며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 틀을 갖춘다. 속편이라기보다 마치 거울처럼 각각 가상과 현실의 이야기를 나눠 맡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태어나고 회귀하는 ‘이름 없는 땅’이라는 공간이 전작에서는 말 그대로 책의 세계로 표현되었다면, 『비탄의 문』에서는 주인공 고타로에게 펼쳐진 인터넷 속 문자 세계가 그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내뱉지 못할 말도 모니터 앞에서는 별생각 없이 쏟아놓는 사람들. 그 안에 담긴 비난, 악의,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다 어디로 흘러갈까?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자의로 해석하고 짜맞춰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까? 만약 누군가의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형태일까? 동경하고 아끼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전사의 형상에 사신의 무기를 들고 인간의 갈망을 사냥하는 비현실적 존재를 맞닥뜨린 고타로는 매일 일상적으로 접하던 인터넷 세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고이고 쌓여 결국 그 사람의 ‘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 작품을 단순한 미스터리나 스릴러, 혹은 판타지물이 아니라 “고타로가 마음속의 어두운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인간과 이야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색다른 미스터리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 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아무리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_본문에서

데뷔 후 삼십 년 넘게 현대사회의 문제와 어둠을 다각도에서 조명해온 작가는 『비탄의 문』을 집필하면서도 실제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취재하고 참고했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소설에 담지는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책임과 부담, 파급력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역설하는 부분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간 작가로서 지켜온 소설 집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로도, 이세계 모험담으로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설파하는 『비탄의 문』은 ‘미야베 월드’에서만 가능한 색다른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저 같은 소설가는 말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니 제가 하는 말이 곧 행동인 셈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그 정도를 넘어 오직 말이 그 사람의 존재를 이루죠. 일기장에 혼자 부정적인 말을 써도 자기 안에는 남기 마련인데, 인터넷에 쌓인 수많은 말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어요. 온라인 사회의 규칙을 지키고 안 지키고를 떠나서, 사실 인터넷을 즐겨 사용하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상적인 유저의 모습이겠죠.
_미야베 미유키(마이니치 신문, 2015년 1월 15일)

구매가격 : 11,100 원

비탄의 문 1

도서정보 : 미야베 미유키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수많은 말이 살아 움직이는 인터넷 사회
그 안에 숨은 범죄와 악의 흔적을 찾아라!


대학 생활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하던 신입생 미시마 고타로는 우연찮은 계기로 신생 IT기업 ‘쿠마’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인터넷상의 공개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 등에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수사 당국에 협력하는 이른바 사이버패트롤이 ‘쿠마’의 주업무. 무궁무진한 문자의 바다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건져내는 행위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점점 몰입해가던 즈음, 고타로와 친하게 지내던 아르바이트 선배 모리나가가 신주쿠 일대에서 노숙자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리고, 고타로는 그의 행적을 좇던 끝에 몇 년째 비어 있는 신주쿠의 한 유령 빌딩에 잠입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는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도 있었다. 도시 한복판의 어둠 속, 거대한 새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이윽고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연결되고, 고타로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로 마음먹는다.

『비탄의 문』은 미야베 미유키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 『영웅의 서』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판타지 성장소설에 가까운 전작과 달리 현실세계의 강력범죄와 학원폭력, 인터넷의 폐해, 나아가 빈곤층 복지 문제까지 다루며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 틀을 갖춘다. 속편이라기보다 마치 거울처럼 각각 가상과 현실의 이야기를 나눠 맡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태어나고 회귀하는 ‘이름 없는 땅’이라는 공간이 전작에서는 말 그대로 책의 세계로 표현되었다면, 『비탄의 문』에서는 주인공 고타로에게 펼쳐진 인터넷 속 문자 세계가 그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내뱉지 못할 말도 모니터 앞에서는 별생각 없이 쏟아놓는 사람들. 그 안에 담긴 비난, 악의,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다 어디로 흘러갈까?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자의로 해석하고 짜맞춰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까? 만약 누군가의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형태일까? 동경하고 아끼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전사의 형상에 사신의 무기를 들고 인간의 갈망을 사냥하는 비현실적 존재를 맞닥뜨린 고타로는 매일 일상적으로 접하던 인터넷 세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고이고 쌓여 결국 그 사람의 ‘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 작품을 단순한 미스터리나 스릴러, 혹은 판타지물이 아니라 “고타로가 마음속의 어두운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인간과 이야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색다른 미스터리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 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아무리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_본문에서

데뷔 후 삼십 년 넘게 현대사회의 문제와 어둠을 다각도에서 조명해온 작가는 『비탄의 문』을 집필하면서도 실제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취재하고 참고했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소설에 담지는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책임과 부담, 파급력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역설하는 부분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간 작가로서 지켜온 소설 집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로도, 이세계 모험담으로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설파하는 『비탄의 문』은 ‘미야베 월드’에서만 가능한 색다른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저 같은 소설가는 말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니 제가 하는 말이 곧 행동인 셈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그 정도를 넘어 오직 말이 그 사람의 존재를 이루죠. 일기장에 혼자 부정적인 말을 써도 자기 안에는 남기 마련인데, 인터넷에 쌓인 수많은 말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어요. 온라인 사회의 규칙을 지키고 안 지키고를 떠나서, 사실 인터넷을 즐겨 사용하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상적인 유저의 모습이겠죠.
_미야베 미유키(마이니치 신문, 2015년 1월 15일)

구매가격 : 11,100 원

낙원 2

도서정보 : 미야베 미유키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6년간 마루 밑에 잠들어 있던 소녀
한 가족을 무너뜨린 비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모방범’ 사건으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평온한 삶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사건의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한 중년 여자가 찾아와서 죽은 아들 히토시에게 예지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던 히토시의 스케치북에, 도이자키 아카네라는 중학생 소녀가 부모에게 살해되어 16년간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다는 것. 하지만 사건이 밝혀진 것은 소년이 이미 교통사고로 죽고 난 후였다. 실제로 히토시의 그림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시게코는 부인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관계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조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아카네의 배후에 있던 한 남자의 존재가 드러나고, 시게코는 딸의 죽음에 대한 부모들의 석연찮은 태도에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자기 손으로 딸의 죽음을 불러와야 했던 도이자키 부부의 비극은 어디서 연유했을까? 아카네의 남자친구이자 도이자키 부부와 기묘한 공생관계였던 수수께끼의 남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 죽음의 비밀을 읽어낸 소년 히토시는, 그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을까? 파낼수록 하나씩 늘어나는 수수께끼, 말이 없는 두 사자(死者)의 행방을 좇는 걸음과 함께 한 가족의 커다란 비극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방범』에서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르포라이터로 활약했던 마에하타 시게코.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매스컴과 주위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까지 감수하고, 때로는 침착한 재치로, 때로는 송곳처럼 신랄한 말로 상대방 가슴 깊은 곳의 어둠을 끌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작가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녀는 제 대변인이라 할 수 있고, 이 어두운 사건에 함께 맞서준 인물입니다. 잔인한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그녀를 다시 한번 다른 작품에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도 작가가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낙원』에서 그녀는 수수께끼에 싸인 사건을 하나씩 추리해나가면서, 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이면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심도 있게 그려낸 미스터리 대작!

자신의 행복을 접어두고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으며, 이제 하나뿐인 아들을 안타까운 사고로 잃은 부인과, 손쓸 수 없을 만큼 비행에 빠져버린 딸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린 후 오랜 세월 위태로운 비밀을 지켜가며 살아온 부부. 『낙원』에서는 겉으로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속내만큼은 너무나 다른 두 가족의 초상이 하나의 범죄를 통해 나란히 묘사된다. 『모방범』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대변한 이야기라면, 『낙원』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범죄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한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이런 범죄 앞에서 가족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를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아카네를 그냥 내버려뒀어야 했을까요? 아카네를 쫓아내버려야 했을까요? 이런 인간은 자식도 아니다, 절연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삶에 넌 필요 없다. 방해만 될 뿐이다. 그러면서 아카네를 내쫓고, 그애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되든 모르는 척하며 살면 되는 거였을까요? (2권 본문 중에서)

『모방범』 『이유』 『화차』 등의 대표작에서 볼 수 있듯,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사회의 범죄와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을 더해 짙은 여운과 감동을 자아내는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낙원』 역시 끔찍하고 비인륜적인 범죄를 다루면서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통적 가족관에 대한 의문,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얽힌 도덕적 가치판단의 차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미묘한 반항심리, 나아가 교육과 사회제도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재들을 섬세하게 녹여낸다.

범죄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라도, 가령 초등학교 때 반 친구를 괴롭히거나 혹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평온한 나날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모르는 척 묻어두고 살아가는 거죠. 상대방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낙원이란 것은 여러 가지 것들을 망각한 후에,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겨우 성립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_월간 ‘책의 이야기’ 인터뷰에서

한순간의 어긋남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사람들. 저도 모르는 사이 범죄라는 어둠에 끌려들어가 평생 그 무게에 눌려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미야베 미유키는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란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미 크고 작은 범죄가 일상생활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는 현대사회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간결하고도 절실한 의문을 던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문장은 여러 번 곱씹어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문학동네시인선 186)

도서정보 : 양안다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06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대체할 수 없는 시인 양안다가 들려주는
모든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한 꿈과 영원의 이야기

문학동네시인선의 2023년 새해 첫 권으로 양안다의 신작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를 펴낸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양안다는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등 네 권의 시집을 부지런하게 펴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인간이라는 미로를 탐색해온 양안다는 이번 시집을 통해 “애정과 증오” “사랑과 살의” 같은 “이분법”(「퇴원」)적인 시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관계의 이면을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은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로 넘실거린다. 양안다의 시 속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에 다가가려 애쓰지만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해”(「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라고 속삭이는 그들은 때로는 “들개 두 마리”(「여름 개들의 끝 절망」)로, 때로는 “곤히 잠든 환자들”(「천사 잠」)로, 혹은 “뒷골목”에서 “납작한 빵을 찢어 먹는”(「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소년 소녀로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읽는 이들 저마다의 기억과 감성을 환기시킨다.
또다른 특징은 시집 전반에 걸쳐 청색이라는 색채 이미지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푸른 핏줄이 불거진 내 손목을 붙잡았지”(「잔디와 청보리의 세계」)라는 구절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맥동하는 관계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파랑은 파랑, 천사는 천사―나는 인형에게 푸른 천사 따위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을 것이다”에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다른 것으로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색 계열 중에서도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처럼 ‘새벽’의 빛깔은 특히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새벽 욕조의 푸른색”, “창문에서” 쏟아지는 “새벽빛”(「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은 꿈과 현실, 밤과 아침이라는 경계를 함께 보내는 연인들의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원과도 같은 그 시간 속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아득한 깊이”(「소학교 일년생」)를 들여다보며 사랑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짐승이 되는 꿈은
해일을 일으킨다. 악몽은 당신을 가파른 협곡으로 몰아붙인다.
당신의 발에 두 손을 얹을게. 새벽 욕조의 푸른색으로.
온수입니다. 물속에서 빛나는 우리 발목을 봐. 어떤 어류가 우리를 간질인다.
피울 때마다 안개가 드리웠지요. 입맞추기 전에 기도를 가볍게 올렸어요.
우리는 인어의 방식으로 익사하지 않는다.

(…)

별들은 오리온자리 배열로 빛나는데, 그래, 내가 잘게 흩어졌어.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지평선이 불탄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우리 반지의 테두리가 빛난다고 말했다.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해줘.
이곳에서 기절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좋은 부부가 될 거야.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야.
알 수 없는 구름 속으로 나룻배가 산산조각나고 있어. 내가 절반 이상 죽은 줄 알았어.
그리고 가느다란 월식.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의 문을

노크할 때.

창문에서 새벽빛이 쏟아진다. 블루.
_「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부분

한편, 발문을 쓴 시인 윤의섭은 양안다의 시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장면과 장면이 이접되면서 몽타주 기법으로 전개”됨으로써 논리적인 서사로 읽히기보다는 여백의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양안다 시 특유의 독특한 발화 방식에서 연원한 것이다.

“서늘한 곳에서 기다려요.
우리 육체가 펄럭이는 깃발로 변할 때까지요.” 맞아요. 육체란
영혼이 굳는 과정이야. 깨진 유리잔은 없고 오직 금간 물이 담겨 있어요.
슬픔의 낮은 슬픔의 밤과 같지 않습니다.
……네 차례야.
네가 고안한 밤을 들려줘.
한낮에 질주하던 야생마도
한밤에는 걷는 것이 조화롭습니다.

(…)

내가 천치와 같던 어느 나날,
나는 내 주변 모든 사람을 천치로 보기 시작했다.
“한 손에 사과, 다른 손에 칼을 쥐면
우리는 껍질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나의 왕관을 쓴 채 날 묶습니다.
_「꿈의 체스」 부분

「꿈의 체스」에서 ‘나’의 발화는 “했다”라는 어미로 끝나지만 ‘그 아이’에 대한 묘사는 “습니다”로 끝난다. ‘나’의 발화는 독백으로 들리지만 ‘그 아이’를 묘사하는 대목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이처럼 양안다는 “일관된 주체를 통해 일관된 방향으로 발화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포함한 다양한 청자를 설정하고 그들 각자를 향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발화하는 시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윤의섭은 이를 “다성성의 오케스트라”라고 명명하며 “양안다 고유의 문체(스타일)”라고 짚어낸다. 양안다의 시는 “파도가 일렁이듯 다채로운 결들로 펼쳐졌다 끊어졌다 하며 우리의 감각을 건드리는” 연주와 같다는 것이다.

아이는 발목에 닿는 물기를 느낀다. 문득 해변의 모양을 바라본다. 바닷물이 아이의 발목을 적신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아이는 물의 춤을 바라본다. 해변을 사랑할 의지가 없다.
_「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부분

신이라고 여겨지는
아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요.
이것은 걸음마의 형식. 세상 모든 아이들은 앉은 채로 떠나고 싶다. 지평선 너머로 아이가 사라질 때. 그의 아버지가 문득 발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
_「가장 선호하는 관심사」 부분

내가 원하는 것은 꿈이자 영혼이자 피크닉.
스텝에 밟힌 잔디가 다시 일어난다. 광장 바닥으로부터.
느린 속도로. 나는 잔디와 같은 마음이 없어서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춤도 아닌 몸부림을 사랑했다.
철창 속 기린은 무슨 기분일까.

(…)

지난 휴가에서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가 나였다니 그걸 늦게 알아버려서.
_「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부분

양안다의 시에는 ‘연인’이 되기 이전의 존재라 할 수 있는 ‘아이’ 또한 자주 등장한다. 아이란 자아가 완결되지 않은 미완의 주체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사람이다. 아이는 엄격한 어른, 금지와 규율의 세계를 상징하는 “교육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저 친구들과 즐겁게 춤을 출 뿐이다.

불을 지폈고 나체로 춤을 추었고
절정이었을까?
아름다워. 숲속의 호수가
달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결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익사하지 않아요.
네 꼴을 좀 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
너는 조금 춤을 춘다.
나는 조금 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_「Queen of Cups」 부분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이 아이들의 춤은 잘하려 할수록 “망가지는 춤”(「가장 선호하는 관심사」)에 가깝다. 아이들은 “매 순간 춤을 추며” 사랑을 발견하고, 연인이 되고, 아름답게 “패배”(「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해나간다. 양안다의 시는 이러한 사랑의 가능성을 품은 아이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 시절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실패를 웃어넘길 수 있게 되고, “꿈속에서 나는 사랑을 만드는 사람”(「여름 개들의 끝 절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부활 합본

도서정보 : 레프 톨스토이 / 문학동네 / 2023년 01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톨스토이 추종자와 비평가들로부터는 비판을, 러시아 대중들로부터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인 『부활』이 백승무 역자의 번역으로 전자책 합본으로 출간되었다.

『부활』은 예술적 성경이며 톨스토이 작품 세계의 마지막 불꽃이다.
_로맹 롤랑(『장 크리스토프』 저자)

톨스토이의 『부활』은 단순히 소설이라 부를 수 없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귀족과 창녀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담은 완성도 높은 이야기이자, 제정 러시아의 사회생활과 사회악을 담아낸 정치적 보고이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답을 담은 철학서이다. 비천한 신분이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여주인공 카츄샤와 매력적이고 귀한 신분이지만 속되고 천박한 네흘류도프의 아이러니한 만남과 사랑처럼, 이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자 아이러니다.
『안나 카레니나』 이후 대작을 쓰지 못하던 톨스토이는 황제의 학정으로부터 두호보르교도들을 구원하기 위해 『부활』을 썼고,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성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댄스홀과 『전쟁과 평화』의 전쟁터를 『부활』의 법정과 감옥으로 옮겨 ‘내면에 깃든 영혼을 믿으면 결국 우리는 서로 융합하여 신의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는 그의 정치·예술·종교관을 담아낸 이 작품은, 판매 수익금으로 두호보르교도들의 이민을 도와 사천 명의 교도를 구원했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전쟁과 평화』보다 스무 배나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이 작품은, 예술로서의 힘과 정치적 선전물로서의 효율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지체 높은 양반들’을 모욕하고 러시아 전제정치와 경제, 법률, 종교를 비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발표 당시 『부활』은 에밀 졸라의 작품을 발행한 파리의 출판업자들조차 출간을 꺼릴 정도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런던의 도서관에서는 이 책의 진열을 거부했고 미국에서는 제1부의 17장이 모조리 삭제될 정도였다. 톨스토이의 절친한 친구인 퀘이커교도들은 생생하게 묘사된 여주인공의 성적 매력을 불편해했고, 그의 아내마저도 교회 의식에 대한 그의 냉소에 반발했다. 급기야 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한 그는 논란에 휩싸인 노년을 보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톨스토이의 정치적 · 예술적 뉘앙스를 살려낸 번역

이 소설의 제목 ‘부활’은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예술성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흔을 넘긴 톨스토이가 대중과 가족, 검열 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조한 이 작품은 양심을 잃어버린 조국과 세계를 향한 신랄한 풍자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역자 백승무는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톨스토이의 메시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제정 러시아 사회에 대한 분노는, 체제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하고 있다. 그 자유는 곧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의 전언은 유효하다. 이것이 바로 필독의 고전 『부활』을 오늘날 새로이 읽어야 할 이유다.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불경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살인 누명을 쓴 창녀 카츄샤의 재판에서 시작된다. 귀족 자매의 양녀이자 하녀였던 카츄샤는 주인의 조카인 네흘류도프와 밀애하다 임신을 하는 바람에 쫓겨난 과거가 있다. 상류사회로부터 거부당한 뒤 그녀는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연히 그녀의 재판에 네흘류도프가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되고, 그는 그녀의 운명에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속된 출세욕과 허영심에 찌든 그는 그녀를 보며 순수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이 만남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하고 노력하던 네흘류도프는 처음으로 사회에 뿌리박힌 부조리를 마주한다.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하고, 그가 속한 귀족사회에 환멸을 느낀 그는 그녀를 위해 관료제도에 맞서 싸운다.
캬츄샤를 따라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간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카츄샤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면서도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베리아 유형지를 향한 유형수들의 수송이라는 비인간적이고 좌절적인 환경에서 두 사람은 전에 없던 인간애를 발견하고 정신적 성숙을 경험한다. 다양한 면모의 정치범들과 얽매이면서 두 사람은 재판 전과 완전히 다른 인물로 거듭난다. 육체적 욕망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관계가 순수한 연민과 감동에 휩싸이고, 이 새로운 사랑의 감정은 수송 열차에서 전염성을 띠고 퍼져나간다.
이와 동시에 더욱 숨막히게 다가오는 현실의 문제들은 끊임없이 그들을 좌절케 한다.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좌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되는 의지는 삶과 죽음의 굴레와 꼭 닮아 있다.


소설 이상의 소설

로맹 롤랑은 『부활』을 ‘예술적 성경’이라 칭했고, 일본 유명 감독 미조구치 겐지는 『부활』을 모든 멜로드라마의 원형이라고 했다. E. M. 포스터는 어떤 영국 소설가도 톨스토이만큼 위대하지 않다고 했고, 춘원 이광수는 중학교 시절 읽었던 『부활』을 자신의 창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꼽았다. 미당 서정주 역시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을 『부활』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모든 모순을 뛰어넘어 영혼의 부활을 꿈꾸는 이 소설은 수많은 이들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자 이야기의 원체험이다.
공작이자 사회지도층인 네흘류도프의 인생을 통째로 건 참회 과정은 톨스토이의 삶과 꼭 닮아 있다. 국가와 종교를 비판하며 정신적 구원을 추구하는 네흘류도프의 목소리는 백작이자 사회최고지도층이었던 톨스토이의 목소리이며, 네흘류도프가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장면은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재산을 빈민구제활동에 기부했던 톨스토이의 행동과 일치한다. 『부활』은 허구의 이야기이자 자전적 르포이다. 또한 광활한 러시아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이 소설은 현대적인 소설이자, 참회와 반성의 정신으로 민중을 위해 쓰인 신성한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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