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이별하며, 웃다가 울컥하는 인생사.
생의 한복판에 선 이들의 치열한 홀로서기의 기록.
장편역사소설 『꾼』의 작가 이화경의 단편 소설집. 이 책에는 삶의 희로애락을 구성지게 써내려간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아홉 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짐승, 학교와 화투판 사이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며 희극과 비극, 필연과 우연이 뒤섞여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그린다.
표제작 「화투 치는 고양이」는 자진해서 학급 부회장이 되었지만 '순국선열 및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을 외우지 못해 자괴감에 방황하는 소녀와, 그런 손녀에게 화투 패 하나로 인생의 교훈을 일깨우는 할아버지의 추억을 경쾌하고도 애틋하게 그렸다. 그 외에도 책 속에는 가까운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사춘기 소녀, 육식의 삶에서 비극적으로 몰락한 형과 음지의 존재로 살아온 동생, 남편과의 의사소통 불능을 뼈저리게 확인하는 아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우연한 사고로 무기력을 맛본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삶의 잃어버린 의미를 회복하려는 생의 의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