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일찍 여의고, 청소년 시절부터 불우했던 김유정은 작가 등단 후에도 생활고와 폐결핵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때문에 해학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품 뒤에는 항상 애수(哀愁)의 그림자를 숨어 있다.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29세를 일기로 요절하기까지 불과 2년 동안의 작가생활을 통해 31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만큼 그의 문학적 열정은 남달리 왕성했다.
김유정의 소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해학성이고 다른 하나는 토속성이다.자는 우직하고 무능력한 주인공을 내세워 역설적인 웃음을 보여 준다면, 후자는 강원도의 깊은 산골을 배경으로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토속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농촌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농촌의 문제성을 노출시키면서 그것을 능동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웃음으로 치환시킨다. 비록 궁핍한 상태에 있는 농촌이지만, 그가 소설의 세계로 이끌어 들이면 아픔이나 슬픔보다 웃음으로 승화된다. 그러한 그의 근본적인 힘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 할 수 있다.
데뷔작인 [소낙비]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은 대부분 농촌을 무대로 한 것이다. [금 따는 콩밭]은 노다지를 찾으려고 콩밭을 파헤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 것이고, [봄봄]은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만무방]에서는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 보았자 소작료 등을 물고 나면 빚만 남는 소작인이 자기가 지은 논에서 벼를 밤에 몰래 훔치다가 형에게 들켜 봉변을 당하는 소작인의 생태를 생생하고 절실하게 그려 주고 있으며, [동백꽃]은 계층이 다른 사춘기 남녀의 갈등과 화해를 밀도 있게 다룸으로 해서 향토적인 사랑의 미학을 보여준다. [두꺼비]는 그가 생존 시에 있었던 국창(國唱) 박녹주(朴綠珠)에 대한 유명한 짝사랑을 담고 있다. 그 밖에도 [따라지] [노다지] [땡볕] [산골 나그네] 등 많은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