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이 1930년대 경성의 모던보이 ‘이해명’으로, 김혜수가 해명을 애타게 하는 비밀스런 모던걸 ‘조난실’로 열연한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 소설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으로, 이제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버린 근대의 여명기를 배경으로 하여 특이한 방식으로 미로 같은 우리 현실의 본질을 포착한 소설이다.
작가는 발칙하고 뻔뻔스럽기까지 한 발상의 전복으로 이제까지 익숙하게, 혹은 당연하게 이해되고 분류되어온 역사적 사실들을 뒤흔든다. 또한 우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소위 ‘역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뻔뻔하고 유치찬란한 이야기를 종횡무진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