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의 소설집. "실패작’들을 묶은 책이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추천사들로 주렁주렁 치장을 해도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인데, 이 겁 없는 신인 작가는 조금의 꾸밈도 없이 이 작품들이 ‘오답’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정답보다는 오답에서 배울 수 있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일류 대학에 간 학생들도 죄다들 오답 노트를 만들어 공부했다고 합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신춘문예 및 문예지 공모에 응모했던 단편 중 본심에 올라 떨어진 작품들을 묶었다. 탈락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심사평도 함께 엮어, 작가 지망생에게는 더 없는 기출문제집이 되어 준다.
「드라마틱」에서 인간의 본심을 까발리는 무기는 TV다. TV만 보면 눈에서 피가 흐르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TV라는 매체에 어떻게든 발을 걸친 사람들이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사연들이 펼쳐진다. 그밖에도 《나의 토익 만점 수기》의 모태가 된 작품으로 미국인 영어 강사의 코리아 드림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그린 「잉글리시 티처」, 간결한 문장만으로 거대한 은유의 세계를 쌓아올린 「산」, 빛 한 줄기 없는 완전한 암흑의 세상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남자를 그린 「깃」, 허울뿐인 자존심의 끝을 보여주는 「잔류」, 아내를 죽인 사내의 섬뜩한 본심을 파헤치는 「아내의 펠라티오 향방」 등이 독자들에게 당신들 본심은 뭐냐고 소리 높여 질문한다.
이처럼 『본심』은 제발 이런 것은 그냥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우리 안의 숨겨진 괴물을 어르고 달래서 기어코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 괴물은 혐오스럽기보다는 오히려 귀엽고 우스꽝스럽다. 마치 헤어진 가족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