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줄서 있는 학생들 / 응달을 피해 시든 잎과 열매를 단 / 이름표를 달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 어미에게 배운 대로 비탈에 비껴 서서 / 콧물을 흘리고 있다 / 내가 다가서자 엉거주춤 뒤로 물러난다 // 풀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다 / 풀들아! 난 아니야, 선생님이 아니야 / 땅 속에서 솟은 불그레한 새순들 / 부끄러운지 바짝 엎드려 고개를 숙인다 / 겨우내 팽이치기, 구슬치기, 얼음지치기로 툭툭 불거져 터져버린 손등을 햇살 뒤로 감춘다 / 노루오줌, 꽃향유, 긴산꼬리풀 / 모두 열매를 가슴에 달고 자랑을 한다 / 어미가 남긴 유일한 유산 / 다시 뿌리를 내며 풀들은 새순을 낸다 // 초록순이 있어 숲학교는 늘 떠들석하다 (본문 中에서 '숲 해설가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