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누워서 산다 / 살아 생전 / 몸 한 번 일으키지 못하고 / 평생 / 선잠 한 번 못 들고 / 천방지축 실개천도 / 야생마 시냇물도 / 모두 안아 재워가면서
그래도 / 땅바닥에 배붙이고 사는 게 낫다는 / 어릴 적 / 할아범의 목쉰 소리 들리는 것 같아 / 강가에 오면 / 내 그람자 낮춘다
투기 없이 / 한자리 누워 / 속내 안으로 삭이며 / 몸 뒤척여온 세월
강가에 오면 / 할멈의 뱃살 보는 것 같아 / 내 걸음 멈춘다]
표제 시 <강가에 오면> 전문.
이창수 시인의 시집. 시집을 남기고 싶은 뜻이 이렇게 이루어져 다행스럽다는 이창수 시인은 [문학21]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67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 <강가에 오면>은 이창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현재 중학교 교장에 재직 중인 이창수 시인은 가족적 상상력에 의존하여 가족을 포함한 사람들, 그리고 사람에 빗대어진 버려진 사물들, 등을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와 사회라는 휴머니즘의 안에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