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이자 번역가인 임미경의 첫 번째 장편소설. 이야기는 '미고'라는 한 여인의 느닷없는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미고를 사랑하고 동경해 마지않던 화자 '나'의 내면을 그리는, 자정부터 새벽녘까지 하룻밤에 걸친 기록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작용하는 힘,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반발하는 모순된 인력, 서로가 거울 저편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자 한 작품.
즉 이 소설은 한 인물이 자신의 어떤 꿈과 벌이는 대결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서술자인 재경(나)이 선택한 무기는 바로 '기록하는 언어'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기록을 통하여 그 꿈은 언어 속에 고정되고 화석화된다. 이를 통해 '나'는 이루지 못할 꿈에 상처 입는 대신, 차라리 그 꿈을 버리고 이 땅의 질서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