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은 슬픔의 미학(美學)을 가장 세련되게 성취한 시인이라 할 만하다. 그의 시는 슬픔과 울음을 재료로 하여 지극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흔히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슬픔이라고 말한다. 지극한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슬픔의 빛깔을 띠고 있다.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도 애틋한 아름다움이 더욱 깊고 그윽한 감동의 울림을 준다. 박재삼의 시는 이러한 슬픔의 빛깔을 그려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슬픔, 즉 애(哀)라고 하는 감정이 왜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그리고 그 슬픔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그의 시는 하나의 모범적인 세계를 제시해 준다.
우선 박재삼 시의 아름다움은 그 시가 묘사한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시에는 강ㆍ바다ㆍ산ㆍ햇빛ㆍ나무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 가운데서 특히 바다는 시인의 근원적 심상(心象)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이러한 자연물은 모두 시인의 고향과 성장 체험에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다. 박재삼은 일본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고향이요, 시인이 네 살 때부터 스물 한 살 때까지 살았던 삼천포가 그의 고향인 것이다. 그곳의 잔잔한 바다와 눈부신 햇살 그리고 나지막한 산등성이 등의 풍광이 시인의 근원적 정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은 위압적이지 않고 친근하고 포근하다. 그것은 가난하고 서러운 삶을 어루만져 주고 동시에 삶의 깊은 뜻을 가르쳐 주는, 마치 어머님의 품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