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식탁보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두 귀를 가져.”
식탁보가 제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물이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에스더의 잡화점에 놓여있던 해먹은 벨리타 부인의 손을 거쳐 찰스, 펠리, 데니스, 두번째 데니스, 아리아, 링고와 바니를 만나게 된다.
이별과 새로운 만남을 반복해가며 해먹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본문]
“마트료시카?”
그런 적막함을 뚫고 제가 말했지요.
하지만 마트료시카는 답하지 않았어요. 마트료시카는 답하지 못했어요. 저는 마트료시카가 제나에 의해 부엌 쓰레기통으로 향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요. 릴리와 위니에 의해 깨뜨려졌지만 저는 탓하지 않았어요. 릴리도 위니도, 그리고 제나와 마트료시카를 샀던 벨리타 부인을 탓하지도 않았지요. 마트료시카가 진열되어 있던 잡화점의 주인인 에스더를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사고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슬프고도 무서운 사고였어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에요. 해도 달도,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도 언젠가는 죽는대요. 사라지는 것, 멸망하는 것은 죽음이었어요. 죽음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인가 봐요. 죽음이라는 운명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날씨와도 같았죠.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를 해도 모든 날씨를 다 맞출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것은 마트료시카도 마찬가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