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의 부정의 변증법의 영향으로 쓴 곽앙시의 장편소설이다. 괘종시계가 다섯 번 울린다. 벌써 다섯 시로 접어들고 있다. 이 시간쯤 되면 딸아이가 올 시간이다. 막내 딸 율려 말고 큰 딸 아이 율기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큰 딸 아이의 이름을 율기라고 지었다. 그것은 내가 발견한 이 일기장 속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딸을 율기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특별히 존재했다. 아내는 그것을 모른다. 큰 딸 율기가 나의 실험으로 창조된 복제인간이라는 걸. 이 시간이 되면 율기는 학교에서 돌아온다. 아내의 말로는 막내 딸 율려와 큰 딸 율기가 너무 닮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나만 알고 있고, 어쩌면 내가 건진 이 일기장 안에서 만난 여자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에 내가 이 일기장을 손에 넣기 전에 발견한 것은 어느 시험관이었다. 그것도 꽤 오래된 전통 깊은 대학 건물을 철거시키는 장소에서였다. 다 부서져 있으니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대학 실험실쯤 되는 자리였든가 싶다. 시험관 하나가 내 눈에 정확히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후에 덤으로 발견된 이 노트. 집에 와서야 나는 그 시험관 속에 들어있는 것이 사람의 세포라는 것을 알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