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거대해질수록 인간이 인간을 고립시키도록 유도한다! 무라까미 하루끼의 '도시'가 그랬고 김지용의 '도시' 또한 그러하다. 하루끼와 김지용(독신)의 공통점이라면 소설의 주인공들이 철저하게 개체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극도로 현대화되어 가는 도시의 한 귀퉁이를 표류하는 사회 부적응자처럼 묘사된다. 그들은 고독을 달래기 위해 섹스에 탐닉하고 혼자 있기를 즐기면서도 늘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단절과 고독, 냉소적인 자세에 익숙해져 있지만 철저하게 고립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자괴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표출하는 냉담과 독소 침묵 등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터득한 삶의 대응방식 중의 하나일 뿐 개인적인 사유는 아니라는 점에서 두 소설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 냉소와 고독 그리고 사랑, 소설 『독신』을 지배하는 전체 이미지다. 고독한 사람들의 섹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인텔리들의 침묵은 어떤 구호보다도 더 크고 명확하게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소설 속의 암울과 쓸쓸함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지나간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재를 미래로 전환시키는 이들의 힘겨운 사랑은 오늘의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들은 치열하게 살아온 80년대를 추억하고 갈망하지만,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80년대식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이 소설이 30대의 자화상이면서 모든 세대를 포용하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번씩의 좌절을 맛본 사람들이다. 80년대라는 시기가 그들에게 희생과 좌절을 요구했고 지금은 또 다른 현실이 그들의 아픔을 요구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주인공 정빈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를 둘러 싼 주변 인물 상기, 예인, 영주, 미정 또한 비슷한 인물들이다. 모두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다, 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울 것 같던 그들도 대학을 졸업하자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적어도 의식있는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거쳐 가지 않을 것 같던 그런 삶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