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말로도 전할 수 없었던, 하지만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열일곱 살 나의 이야기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지나고 보면 아름다웠다고 회상하지만 정작 그 시기를 직접 겪어내는 이들은 비틀비틀 우왕좌왕 힘겹게 통과해가는 ‘열병 같은’ 한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칠공주파’로 유명한 서울의 변두리 여자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따돌림이 중학교 삼 년 내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나를 미워하는 아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같은 재단 같은 이름의 여자고등학교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외국어고등학교에 지원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외국어고등학교에서도 나는 여전히 사랑받는 여학생이 되진 못했다. 비쩍 마른 체형에 금색 잠자리테 안경, 입속엔 치아교정기,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여드름이 고민인 여학생이 어떻게 매력적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공부로든 집안 배경으로든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만 모여든 이 학교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원어민 강사의 ?라?라 외국어 수업도 척척 알아듣고, 입학 전에 이미 고등학교 1, 2학년 과정쯤은 다 마치고 온 똑똑한 아이들 틈에서 이방인이 된 기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