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작가 김주영의 장편소설. 이후 팔 년 만에 펴내는 작품으로, 부권 부재의 상황 속에서 어머니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사를 그린다. 작가 김주영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견딤의 미학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며 한 가족의 적막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진의 아버지 배용태는 늘 집을 비운다. 노름판에 끼어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는 가끔 예고 없이 집을 방문하여 죽은 듯이 머물다가 곧바로 떠나버리는 식이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마다 어진이는 어머니에게 구박을 당한다. 어머니가 자신을 진심으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로 조숙했던 어진이는 어머니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좋아한다. 그들을 주시하는 한 사내가 있다. 노름판을 전전하는 아버지를 잡으러 다니는 조형사. 어머니가 기지를 발휘해 매번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엔 붙잡히게 되는 아버지. 그러나 무슨 수를 썼는지 아버지는 수갑을 풀고 달아나 다시 잠적한다. 이로 인해 조형사의 추격은 더욱 맹렬해지고, 어진이네 가족은 고통받는다. 오리무중인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나서는 어머니.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어진이 혼자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거리를 나돌던 아버지는 앓아눕게 되고, 결국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집 뒤뜰에 있던 오동나무를 잘라 아버지의 관을 마련하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는 빚쟁이들을 피해 또다시 집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