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차갑고 한없이 서러운 우리 시대의 소외된 자화상 사람들로부터, 관계로부터, 그리고 이 도시로부터 소외당한 이들의 아픈 뒷모습을 조용하고도 격렬하게 그려 보인다. 사업에 성공해서 젊은 나이에 CEO의 자리에 오른 경수와, 전도유망한 패션모델 준. 누가 보아도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그들이지만,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옛 애인과의 아픈 추억 때문에 고통받는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다. 그리고 경수의 옛사랑, 이름조차도 아픈 유경. 밤마다 고통스러운 꿈을 꾸는 그녀를, 그녀의 과거를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다. 아침잠을 깨우는 민트향의 샤워, 화려한 무대 위의 캣워킹, 태국의 한 섬으로의 꿈같은 도피. 토요일 오전의 헬스클럽, 마리화나를 곁들인 나른한 섹스, 밤을 지켜주는 잭다니엘스 한 병과 가끔 안아볼 수 있는 새침한 러시안블루 고양이. 어쩌면 그들은 모두 ‘껍데기의 삶’을 살았다. 환한 도시의 불빛처럼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조금씩 차갑게 식어가던 그들이었다. 속물이든, 이반(二般)이든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려 애쓴다. 이 도시가 받아주지 않는 삶들은 그렇게 조용히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