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남 천안 끝자락의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골이 깊은 개동산과
아주 붉은 황토집 뒤의 소나무 숲은
내 소꿉 놀이터였다
황토로 밥도 짓고 솔잎으로 반찬도 하고
엄마도 됐다가 아버지도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이야기꾼이었다
어머니는 밭을 매고 난 밭고랑을 따라가며
어머니의 질곡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가 울면
나도 눈물을 훔치며 찔끔거렸다
철이 들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나의 맘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30여리의 등교길에서 맞이하는
산과 들을 난 무척 좋아했다
혼자 독백도 하고 즉흥시도 짓고
언젠간 나도 시집을 내야지 하며
꿈을 꾸어온 그날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