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도박죄’라는 법이 있다. 형법 246조에 따르면 “재물로 도박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하며, 국민의 근로정신과 공공의 미풍양속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또한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리고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여기서 ’우연‘이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도박죄’의 기준에 따른다면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 역시 도박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도박죄를 만든 대표적인 명분 중 하나가 ‘국민의 근로정신을 보호하는 것’ 즉, 일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에 실의에 빠지게 될 대부분의 근로자들을 보호하려는 이유라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을 가져야만 건물을 사서 임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부자들만의 부동산 투자’와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실현 할 수 있는 ‘도박’ 중 어느 것이 더 ‘일반적인 국민의 근로정신을 보호’하는데 방해가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결코 ‘도박’이 ‘좋은 것’, ‘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도박은 비도덕적인 나쁜 짓’이라고 정해 놓은 것을 일말의 논리적 사고 없이 그저 그대로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일 즉 ‘절도죄’는 법적인 테두리에서는 물론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나쁜 짓’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이유 중 가장 핵심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도박’은 도덕적인 가치에서도 ‘나쁜 짓’이라고 하기 어려우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기에 ‘범죄’로 치부하기는 뭔가 모자람이 있다.
물론 ‘도박’을 위한 판돈 마련을 위해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도박’ 자체를 ‘나쁜 짓’이라 할 수는 없다. ‘사랑’ 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해서 ‘사랑’이 ‘나쁜 짓’은 아니듯 말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왜 ‘도박’을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일반적 경험’에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 본다. ‘운동’이라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 몸이 건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 후 ‘운동’이 ‘좋은 짓’으로 각인된 것처럼, ‘도박’이라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대부분 큰 돈을 날리고 삶이 피폐해지고 건강까지 헤치는 일이 생기다 보니 ‘도박’은 곧 ‘나쁜 짓’으로 인식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도박’의 경험이 ‘가치 있는 수익을 얻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운동’처럼 좋은 ‘투자 수단’으로 인식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도박’을 형법으로까지 다스리며 ‘나쁜 짓’으로 규정해 버린 탓에 애초부터 도덕적, 윤리적 고찰 자체가 금기시 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 수단으로서의 가치’조차 고민해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져 있다.
식욕, 성욕, 명예욕 등 인간의 여러 가지 욕구 중에 ‘물욕’은 단연 최 상위 개념의 욕구라 할 만 하다. 이는 ‘물욕’이 충족되었을 때 나머지 욕구들은 비교적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 중 ‘가장 큰 욕구’를 과연 법으로 강제하여 막기만 하고 무조건 금기시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기업 CEO, 재벌 2세 등 일반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비교적 ‘돈’에서 여유로운 이들조차 도박의 유혹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이를 잘 뒷받침해 주는 ‘현실’이다.
예전의 성교육은 남녀간의 성관계를 금기시 하는데 그쳤다면 요즈음의 성교육은 원치 않는 임신 등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피임법을 가르친다. ‘도박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망을 강제로 억제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박으로 인해 패가망신 하는 일을 방지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