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초기 문학작품은 그가 동반작가로 분류되는 기준이 된다. 어느 정도 식민지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도시와 유령>은 동반작가적인 경향을 보이면서도 문명 비판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불분명하지만 독립운동과 관련되는 듯한 ‘나’가 남장을 한 ‘소녀’를 만나 사회부조리를 고발하는 <행진곡>에서도 저항성은 드러나지만, 일제를 분명히 지적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기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슬픔을 다루면서도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울부짖는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식민지라는 시대적 현실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움직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효석의 또 다른 경향의 문학작품들은 식민지 현실과 거리를 둔다. 그의 대표작품인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식민지 시대 현실과 연관된 어떠한 구체적 일상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소금을 흩뿌린 듯한 탐미적 표현만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향수>처럼 소시민적 삶이 모습을 그리거나, <장미 병들다>처럼 사회적 가치보다 개인의 성적 문제를 다루거나, <하얼빈>처럼 이국적 취향을 드러내거나, <돈[돼지]>처럼 허망한 꿈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다소 코믹한 정취를 드러내거나, <산>처럼 산에서 낙엽을 덮고 잠자고 생활한다는 설정처럼 현실성이 거의 없는 내용을 다룰지언정 그의 다른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도 민족의 식민지 현실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다만, 초기 동반작가로서 활동하던 때를 제외하면 <들>은 현실이야기가 드러나는 특이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에로틱한 부분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그려질 뿐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효석이 그리기 꺼려하던 현실의 문제가 조금 보이는 특이함이 있다. 주인공은 ‘나’는 불온서적을 읽고 퍼뜨린 문제로 학교에서 쫓겨나 고향의 들을 헤맨다. 고향에서 나는 ‘문수’를 만난다. ‘문수’ 역시 나와 비슷한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나중에는 모두 ‘끌려’ 갔다. 그러나 그곳이 어디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속히 나오기’를 빌며, 들을 거닐 뿐이다. 분명한 적도, 그에 대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의 정치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