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기행』은 1947년(백양당 刊) 출간본이며, 저자의 장편 수필기행집으로 평양 조소(朝蘇)문화협회 사절단과 함께 동행한 70일간의 여정, 소련여행 보고서이다. 일찍이 그가 느낀 소련이란 막연한 기대감과 더불어 신변적 일기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사회주의의 16개 국가 연방이며 표준시간이 수십 곳곳이 다르고 70여개 이민족어의 출판이 쏟아지는 곳, 이모저모를 둘러본 체험과 감상과 풍모를 비교적 당시 상황을 낱낱이 그리고 있다.
혁명 이후 소비에트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시베리아의 광활한 황원을 달려온 한층 성숙한 지식인의 모습에서 ‘조선은 조선인의 조선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숙제를 남겨주었다.
본문 대부분은 원전 그대로 옮겼으며 등장하는 지명, 명칭 이외 일부는 현재 맞춤법에 따랐음을 밝힌다.
<서평>
소련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양서도 공로(空路)로 세 시간 남짓하면 그곳 하늘로서 울연(鬱然)한 고층시가와 임립(林立)한 공장 굴뚝의 블라디보스토크를 ~
높이 뜨니 가는 것 같지 않은데 잠깐 사이에 실개천같이 가늘어진 대동강 상류가 어느 산(山)갈피에 묻혀버리고 웅긋중긋 산봉우리들이 몰려들었다.
원동(遠東)군단으로부터 내빈(來賓)도 맞아 오락(娛樂) 천막에서 정중한 기념식이 있었다. 이기영(李箕永) 씨의 개회사, 허정숙(許貞淑) 씨의 8·15기념보고, 폴소프 소장의 축사, 이찬(李燦) 씨의 기념시 낭독, 스탈린 대원수에게 메시지,~
9월 11일. ‘아카데미’라거나 ‘한림원(翰林院)’이라거나 다 그전 청각으로는 관료적인 것이지만, 이 나라들엔 그럴 리 없다. 아르메니아 아카데미는 대극장 광장에 선 시인 ‘아보비앤’ 동상이 엇비슷이 보이는 길옆에 있었다.